김명진·김병수 공역, 『인체 시장』(궁리, 2006)
 


 
 

< 목  차 >
 

서문. 사람의 몸에 관한 사업

1장. 아인슈타인의 뇌에서 실크우드의 뼈까지: 인간 신체조직에 관한 연구

2장. 신체물질의 상품화: 몸 속에 갇힌 사람들

3장. 유전자 골드러시와 특허의 위험

4장. 피를 뽑고 튀어라

5장. 스스로를 폭로하는 몸

6장. DNA 수사망: 생물학적 감시와 DNA 신원확인의 확대

7장. 생물수집품(biocollectibles)과 몸의 전시

8장. 사후(死後)의 집적거림: DNA 검사를 통한 과거의 부활

9장. 밀레니엄 시대의 신체 강탈: 생물범죄(biocrime)와 법률적 보호책

10장. 사람의 몸을 시장으로부터 격리시키다
 
 
 

< 역자후기 >

생명공학에 대한 사회적 성찰과 논쟁의 부재를 넘어
 

2005년 말부터 한국사회를 뜨겁게 달구어 온 이른바 '황우석 사태'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애초에 난자제공의 윤리 문제로 시작된 논란은 시간이 지나면서 논문조작 문제로 번졌고, 이는 결국 '국민적 영웅'으로 떠받들어지던 황우석 교수의 몰락으로 귀결되었다. 검찰조사가 아직 진행중이고 논문조작에 누가 더 책임이 있는가 등과 같은 몇 가지 기술적 문제가 남긴 했지만, 이번 사건은 사실상 일단락이 되었다고 봐도 무방할 듯하다.

이번 사건에서는 연구 부정행위(research misconduct)의 엄청난 규모가 세간의 눈을 사로잡았다. 황 교수 연구팀은 논문조작뿐 아니라 저자표시 '선물', 실험실 하급자에 대한 난자기증 강요, 난자기증 여성에 대한 동의 미확보, 연구비 유용 등 거의 백화점급의 부정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더욱 놀라왔던 점은 대다수의 일반 시민들이 사건의 진행과정에서 황 교수를 지지했고, 심지어 난자기증 관련 거짓말과 논문조작이 백일하에 드러난 후에도 세칭 '황빠'로 불리는 일부 시민들은 열성적인 지지를 접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황 교수의 연구가 배반포 '원천기술'에 대한 특허수입을 통해 연간 300조(!)의 돈을 벌어들일 수 있다고 믿고 있으며, 이에 비하면 논문조작이나 난자채취의 윤리 등은 하찮은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이와 같은 현실은 생명공학의 발전이 가져올 수 있는 법적·사회적·윤리적 문제점들에 대한 반성과 성찰은 사실상 접어둔 채 생명공학을 '황금알을 낳는 거위'쯤으로 여겨온 한국사회의 인식틀에서 비롯된 결과다. 생명공학에 대한 논쟁과 사회적 합의는 뒷전으로 하고 '육성'에만 열을 올려온 정부와 과학 언론의 합작품인 셈이다. 이 때문에 생명공학의 급격한 상업화가 대학과 과학 연구에 미치고 있는 영향, 생명공학이 새롭게 제기하고 있는 사람 몸의 상품화와 거기 내포된 윤리적 문제 등은 한국사회에서 제대로 한번 의제가 되어보지도 못한 채 묻혀 버렸고, 그러한 연장선상에서 작금의 황우석 사태 같은 것을 가능케 한 토양이 만들어졌던 것이다.

이제 생명공학의 발전이 우리에게 가져다준다고 선전되는 휘황찬란한 미래의 모습에서 조금 눈을 돌려, 그러한 발전이 우리 사회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해 숙고해 보고, 필요하다면 이를 논쟁으로 발전시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해야 할 때가 아닐까 싶다. 여기 소개하는 로리 앤드류스와 도로시 넬킨의 『인체 시장』은 그러한 숙고와 논쟁을 위한 첫걸음으로 좋은 길잡이 구실을 할 수 있는 책이다.
  앤드류스와 넬킨은 생명공학의 급속한 발전을 계기로 사람의 몸의 상업화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면서, 그러한 상업화의 양상을 열 개의 장(章)으로 나누어 살펴보고 있다. 그들은 특히 기증자의 인지된 동의(informed consent)를 받지 않은 상황에서 DNA, 세포주, 혈액, 장기, 생식물질과 같은 신체조직을 채취할 때 생겨날 수 있는 법적·사회적·윤리적 문제들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데, 가장 큰 폐해는 이렇게 채취된 신체조직이 특허로 출원되어 상업화될 때 나타난다. 그리고 신체조직이 그 자체로 전시물 혹은 미술의 원재료가 되고, 심지어 절도의 대상이 되고 있는 최근의 경향에 대한 지적도 흥미를 자아내는 부분이다.

이 책의 서술에서 눈여겨 보아야 할 부분은 이런 문제들을 둘러싸고 서구 사회에서 진행된 논쟁이다. 가령 아인슈타인의 뇌 전시(1장)나 독일에서 시작되어 국내에도 들어와 있는 '인체의 신비'전(7장)은 사람의 몸을 누가 소유하며, 사람의 몸에 대한 합당한 대우는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를 놓고 서구 사회에서 큰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이런 전시회들이 대중적 차원의 이의제기나 논쟁을 전혀 불러일으키지 못했고, 오히려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과학적 호기심을 불러일으켜줄 수 있는 진기한 볼거리로 상찬을 받기까지 했다. 이와 같은 대비는 우리가 두고두고 숙고해 보아야 할 문제를 던져 준다. 부모들이 어린 자녀들의 손을 이끌고 줄서서 '벗겨진 시체'들을 관람하고, 아인슈타인의 작은 뇌 조각을 보려고 관람객이 떼지어 몰리는 진풍경은 생명공학의 사회적·윤리적 문제에 대한 무감각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경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실례가 아닐까?

유전자 프라이버시에 대한 둔감함 역시 마찬가지다. 이 책의 6장에서는 유전자 감식(DNA typing)을 통한 신원확인 시스템의 문제점을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잘 짚어주고 있다. DNA의 수집부터 폐기까지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프라이버시 침해, 일단 구축된 유전자 정보은행의 높은 확장성, 감식결과의 불완전성 및 오류가능성 등이 여기서 지적되고 있는 문제들이다.

유전자 감식기술의 활용과 정보은행 구축은 국내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1990년대 초반부터 수사기관을 중심으로 범인 검거 등 신원확인 분야에서 유전자 감식을 실시해오고 있으며 최근 들어 그 대상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더 나아가 검찰과 경찰은 범죄자 유전자은행을 구축하기로 합의하고 이미 법률을 마련한 상태이다. 문제는 제대로 된 논쟁이나 사회적 합의 없이 이런 시스템이 일방적으로 도입되고 있다는 점에 있다. 외국과 달리 전국민 고유번호와 지문 데이터베이스가 이미 존재하는 상황에서 확장 가능성이 매우 높은 시스템이 별다른 사회적 저항 없이 구축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들이 지적했듯이 국내에서도 '유전자검사', '과학수사'라는 단어가 가지고 있는 신비한 이미지와 통념이 신원확인 유전자 정보은행에 대한 문제점들을 가리고 시민들의 관심을 약화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유전자 정보은행은 획기적 범죄해결 도구가 아닌 국가의 감시체계 확장이라는 측면에서 파악해야 한다. 이 책의 출간이 이런 문제들에 대한 대중적 공론화가 이뤄지는 계기로 작용했으면 한다.

이 책의 번역은 역자들의 게으름으로 인해 애초 예정했던 것보다 3년 가까이 지체되었다. 원래 계획했던 대로라면 2003년 여름쯤에는 번역본이 출간되었어야 했지만, 1/4쯤 진척이 된 상황에서 작업 진척을 보지 못하는 나날이 계속 이어져 결국 햇수를 훨씬 넘긴 2005년 여름에야 초고가 완성되었고 지금에 와서 비로소 햇빛을 보게 되었다. 진작에 출간되었다면 생명공학의 상업화와 관련된 국내의 논쟁을 활성화하는 데 조금이나마 더 많이 기여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번역은 김명진이 서문과 1-5장, 김병수가 6-10장을 각각 초역한 후 김명진이 전체적으로 문장을 손보고 각주 번역을 덧붙여 완성되었다. 오랜 기간 동안 대책없이 늘어지는 번역 과정을 지켜봐 주시고 격려해 주신 궁리출판사의 이갑수 대표님과 교열 작업에 수고해 주신 김현숙 씨께 사과와 감사의 말씀을 동시에 드린다. 그리고 이 책이 나오는 것을 기다리면서 "대체 책이 언제 나오냐"며 애정어린 무언의 압박을 가해 주셨던 여러 분들께도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