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런 어윈, 김명진·김병윤·김병수 공역, 『시민과학』(당대, 2011)
 


 
 

< 목  차 >
 

머리말
서론

1. 과학과 시민권
우리 시대의 세 가지 이야기
과학기술과 일상생활
시민과학을 향해?

2. 과학, 시민, 환경위협
과학, 시민 그리고 위험사회
과학, 광우병, 위험사회
과학과 불확실성: 산성비 사례
과학과 환경위기

3. 과학과 정책과정
환경에 대한 공공정책: 토론

4. 목격자, 참여자, 대형사고의 위해
CIMAH와 대형 기술위해 정보의 제공: 캐링턴 사례연구
시민, 과학 그리고 두 개의 지역사회
토론

5. 발언을 자유롭게 하다: 민중의 과학?
시민과학과 우리 시대의 세 가지 이야기
일반인의 이해와 맥락적 지식
과학과 시민권: 발언을 자유롭게 하다

6. 지속가능한 미래의 건설: 과학상점과 사회적 실험
시험대에 놓인 기술: 참여를 위한 초창기의 노력들
시험대에 놓인 과학기술: 토론과 발전
과학-시민의 중개: 과학상점 사례
북아일랜드 과학상점
시민과학을 향해?

7. 과학, 시민권, 곤경에 빠진 근대성
과학과 지속가능성
시민권과 지속가능성
과학, 시민과학 그리고 사회과학
 
 

< 역자후기 >

시민과 과학의 분열을 넘어서
 

2008년 초 한국사회는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 재개 문제를 놓고 열띤 대중논쟁 속으로 빠져들었다. 수많은 시민들이 미국산 쇠고기에 얽힌 광우병의 위험과 정부의 졸속 협상 과정에 문제를 제기했고, 대규모 촛불집회를 열어 항의의 목소리를 전달했다. 이에 대해 정부당국은 어떠한 태도를 보였는가? 그들은 과학에 무지한 일반 시민들이 이른바 광우병 ‘괴담’에 속아 거리로 뛰쳐나오게 되었다며 그러한 괴담의 ‘진원지’로 PD수첩을 지목했고, 이러한 정부, 보수언론, ‘주류’ 전문가들의 공세 하에 촛불집회는 점차 동력을 상실하며 수그러들고 말았다. 이후 지식인사회 일각에서 ‘집단지성’, ‘대중지성’ 같은 개념을 동원해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을 다분히 낭만적인 시각에서 분석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기도 했으나, 그 속에서 과학과 위험을 바라보는, 또 그것과 일반 시민의 관계를 이해하는 대안적 관점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은 좀처럼 제기되지 못했다.

오늘날 이 분야의 선구적 저작으로 인정받고 있는 영국의 사회학자 앨런 어윈의 책 『시민과학』은 2008년을 뜨겁게 달군 촛불집회에서 엿볼 수 있었던 과학과 일반 시민의 관계를 바라보는 새롭고 신선한 시각을 제시하고 있다. 그는 일반 시민을 ‘무지’하고 ‘감정적’인 존재로 보고, 따라서 ‘계몽’이 필요한 대상으로 여기는 기존의 과학중심적 시각에서 벗어나, 과학과 일반 시민의 관계를 좀더 ‘대칭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다. 여기서 그는 ‘시민의 편에서 과학을 바라보면 과연 어떻게 보일까?’라는 핵심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는데,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해 그는 울리히 벡과 앤서니 기든스의 위험사회론, 1980년대 이후 만개한 과학지식사회학(SSK)의 연구성과, 대중의 과학이해(PUS)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 등 다양한 지적 자산들을 동원한다. 이를 통해 어윈은 과학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무지와 오해가 문제의 근원이라는 생각과 단절하고, 역으로 현재 과학의 인지적·제도적 구조가 시민의 ‘필요’를 충족시켜 주지 못하는 부조화와 불일치를 지적하고 있다. 그는 이러한 문제의식에 기반해 서유럽에서 일어났던 몇몇 과학·환경논쟁들을 분석하면서 그것을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을 제안한다. 특히 이런 문제의식이 갖는 실천적 함의를 강조하면서 ‘과학상점’과 같은 공동체기반 연구를 과학과 일반 시민의 새로운 관계를 보여주는 맹아적 형태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만하다.

서구 사회에서는 어윈과 같은 학자들과 관련 활동가들의 노력, 그리고 1990년대 말에 터진 광우병 사태와 유전자변형식품 논쟁 등을 거치면서 과학과 일반 시민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인식틀이 점차 제도권 내에서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그간 전개된 다양한 이론적·실천적 노력들에도 불구하고 과학과 일반 시민의 관계를 바라보는 낡은 관념이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으며, 현 정부 들어서는 오히려 그런 경향이 더욱 심화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할 때, 다소 때늦은 감이 있지만 오늘날 사실상 고전으로 자리매김된 어윈의 책을 다시 읽는 것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고 판단된다.

이 책의 번역은 상당히 오랜 과정을 거쳤다. 비슷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시민과학센터에 몸담고 있던 역자들이 이 책을 번역해 소개하는 것이 의미있다고 판단해 의기투합한 것이 8년 전인 2003년 초의 일이다. 이후 이 책의 번역이 한국과학문화재단(현 한국과학창의재단)의 과학문화 지원사업에 선정되었고, 2004년 초에는 번역 초고가 완성되어 출간을 눈앞에 둔 듯 보였다. 그러나 공역자들의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후반 작업은 기약없이 늦어졌고, 작업이 완전히 중단되다시피 한 나날이 한동안 이어지다가 작년 여름에 기존의 원고를 다시 추리고 새로 손보는 작업을 재개해 뒤늦게 출간을 맞게 되었다. 작업 분담은 김명진이 1, 4, 7장, 김병수가 2, 5장, 김병윤이 서문, 서론, 3, 6장을 각각 초역했고, 김명진이 전체적으로 문장을 손보고 용어를 통일해 최종 원고를 만들었다. 비록 작업이 원래 일정대로 진행되지는 못했지만, 한국사회에서 다소 좁혀지는 듯했던 과학과 일반 시민의 관계에 다시금 중대한 균열이 생기고 있는 현 시점에 이 책이 나오게 된 것도 나름대로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위안을 삼으려 한다.

출간에 즈음해 한 가지 남는 아쉬움은 시점상의 문제를 다소나마 보완해 줄 마땅한 장치를 갖추지 못했다는 점이다. 원서가 16년 전에 출간되어 제법 오랜 시간이 지났고, 저자인 어윈이 그 후에 자신의 문제의식을 좀더 발전시키거나 부분적으로 수정한 새로운 책과 논문들을 여럿 내놓은 만큼 그런 내용이 한국어판 서문이나 보론 등의 형태로 반영되었으면 좋았겠지만, 막판 촉박하게 진행된 출간 일정 탓에 그럴 기회를 잡지 못했다. 이는 차후의 과제로 남겨두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