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F. 노블, 김명진 역, 『디지털 졸업장 공장』(그린비, 2006)
 


 
 

< 목  차 >
 

서문

프롤로그

1.디지털 이전 시대가 주는 교훈:우편교육 운동
우편교육과 온라인교육의 공통점│판촉활동과 중도탈락율의 함정│대학의 우편교육 프로그램│ 플렉스너의 『대학』과 카네기 보고서의 우편교육 비판│똑같고도 새로운 시도를 향해

2.온라인대학의 등장
연구기능의 상품화에서 교육기능의 상품화로│가상대학 프로젝트의
확산│대학교육 상품화의 두 가지 함의│허수아비가 된 교수와 학생

3.지적재산권을 둘러싼 투쟁
UNEX-THEN의 계약내용│빼앗긴 저작권│또다른 사례:UC버클리와 콜로라도대학│저작권은 누구에게로?

4.장미꽃 봉오리가 떨어지다
행동하는 교수들과 언론의 주목│점증하는 회의감

5.가짜 노다지: UCLA의 진실과 조우하다
UNEX-THEN 계약의 주도자들│무시된 절차│위반된 저작권법│수정된 계약서│ 번쩍이는 것이 모두 황금은 아니다

6.군대를 끌어들이다: 국방 예산과 고등교육의 미래
새로운 노다지의 등장│군대가 고등교육에 끼칠 영향│디지털 격차의 역설│새로운 고등교육 모델에 반대하는 직접행동

에필로그: 9·11 이후

부록: 기업이 대학으로 돌아오다
 
 

< 역자후기 >
 

지금은 한풀 수그러들었지만, 5-6년 전만 해도 고등교육에서의 원격교육(distance education) 열풍은 대단했다. 시간과 공간의 장벽을 단숨에 뛰어넘어 학생들이 안방에서 마우스 클릭 한번으로 전세계 석학들의 강의를 골라서 듣게 될 날이 머지않아 도래할 거라는 낙관적 전망이 떠돌았고, 피터 드러커 같은 미래학자들은 오늘날과 같은 대학 캠퍼스가 30년도 못되어 자취를 감출 것이라고 예언하기도 했다. 이런 전망과 맞물려 항상 선전되었던 것이 오프라인교육에 대한 온라인교육의 우월성이었다. 즉, 한 사람의 교수가 수백 명의 학생들을 강의실에 앉혀놓고 무미건조하게 진행하는 일방향적 강의와 달리 온라인교육은 인터넷을 통해 활발한 일대일의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기 때문에 훨씬 높은 교육효과를 갖는다는 것이었다.

캐나다 요크대학의 역사학 교수이자 정력적인 활동가이기도 한 데이빗 노블의 『디지털 졸업장 공장』은 바로 이러한 온라인교육 열풍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있다. 노블은 19세기 말까지 거슬러올라가는 원격교육의 역사를 되짚어보면서 온라인교육이 오프라인교육에 비해 우수한 교육효과를 갖는다는 주장이 얼마나 허구적인 것인가를 지적한다. 그에 따르면 오늘날 진행되고 있는 온라인교육을 추동하는 힘은 인터넷과 같은 정보기술의 발전이 아니라 대학교육의 상업화에 있다. 따라서 돈벌이를 목적으로 하는 온라인교육은 애초부터 양질의 교육 제공과는 하등의 인연이 없으며, 도리어 교육의 질적 저하를 부추긴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또한 온라인교육을 첨병으로 하는 대학교육의 상업화는 학내 구성원들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추진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대학교수의 노동을 분절화, 파편화시키고 노동강도를 강화하며 저작권을 침해하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노블은 북미 몇몇 대학들의 최근 사례를 매우 상세하게 서술함으로써 이를 설득력있게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을 구성하는 대부분의 글들은 원래 1997년 말부터 3년여에 걸쳐 인터넷상에 차례로 발표되었던 것들이다(원래 발표된 순서대로 영어 원문을 보고 싶다면 http://communication.ucsd.edu/dl/을 방문해 보기 바란다). ‘디지털 졸업장 공장’ 연작을 중심으로 한 노블의 문제제기는 1990년대 말 북미의 유수 대학들을 휩쓸었던 온라인교육 논쟁에서 구심점 역할을 했고, 온라인교육을 둘러싼 거품을 가라앉히는 데 힘을 보탰다. 그러나 노블의 논의에는 아쉬운 대목도 있다. 묻지마식의 온라인교육 열풍에 비판의 초점을 맞춘 것은 좋았지만, 그러다 보니 정작 인터넷기술을 이용한 온라인 교육수단 그 자체에 대한 평가는 거의 이루어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나의 교육수단으로서의 인터넷기술(강의 홈페이지, 게시판, 채팅룸 등)은 기존의 오프라인교육을 대체하지 않고 그것에 덧붙여진 보조수단으로 교육 현장에 도입될 수 있으며, 오늘날 대학에서 이루어지는 많은 강의들이 이런 방법을 자발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런 온라인 보조수단의 활용이 고등교육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하는 질문에 답하기는 아직 이른 듯하며, 추후 좀더 연구가 필요한 문제라 하겠다.

여기서 눈을 한국으로 돌려 보자. 노블의 논의는 한국의 상황에 어떤 함의를 던져주고 있는가? 북미보다는 다소 늦었지만, 한국에서도 지난 2001년에 요란한 팡파르와 함께 9개의 사이버대학이 새롭게 문을 열어 온라인 고등교육의 시대가 열렸고, 이후 그 수가 꾸준히 증가해 현재는 17개의 사이버대학에 2만3천여명의 학생들이 재학하고 있을 정도로 외형적 성장을 이루었다. 또한 일반대학의 경우에도 상당수가 ‘교수학습지원센터’ ‘온라인교육센터’ 등의 이름을 가진 지원조직을 만들어 온라인강좌를 제공하고 있어 바야흐로 온라인교육의 전성기가 도래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러나 막상 속내를 들여다보면 국내의 인터넷교육에서도 노블이 지적한 내용과 놀랍도록 유사한 문제점들이 거의 그대로 ― 경우에 따라 더욱 심각한 양상으로 ― 나타나고 있다.

국내 사이버대학들의 실태는 2005년 일부 언론 보도와 뒤이은 교육부 감사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모든 학사업무를 온라인으로 수행하는 사이버대학들에서 출결관리, 시험응시, 과제물제출 등 기본적인 학사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못해 교육 부실화가 심각한 수준이었으며, 이들 중 몇몇은 학교설치 인가에 필요한 최소한의 시설기준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었다. 당혹스러운 것은 일부 사이버대학들이 전문 브로커를 통해 대규모로 시간제 학생들을 모집한 후 학생의 수강 학점 수에 따른 수수료를 해당 업체에 지급하는 이른바 ‘학점 장사’를 공공연하게 벌여 왔다는 사실이다. 노블이 이 책의 1장에서 묘사한 ‘졸업장 공장’의 한국판인 셈이다. 여기에 더해 모 사이버대학의 경우 부총장이 강의용 컨텐츠를 개발하는 교육벤처 기업의 임원을 겸직하면서 사업을 독점하고 교비를 횡령하는 등 비리 행위까지 저질렀다고 하니 그야말로 할 말을 잃게 된다. 올해 7월에 교육부가 사이버대학의 운영 부실을 막기 위한 일련의 법률 개정안을 마련해 곧 시행한다고 하지만 과연 이런 방안을 통해 사이버대학이 제자리를 잡아갈 수 있을지는 좀더 두고볼 일인 듯하다.

역자가 파악한 바, 사이버대학의 교수들이 처해 있는 상황도 노블이 우려한 바와 크게 다르지 않다. 국내 사이버대학들은 학교당 평균 전임교원의 수가 20명 내외로 교수 대 학생 비율이 매우 높고, 따라서 실제 강의 운영의 상당부분은 그 수의 5-6배에 달하는 비전임 ‘튜터’들(주로 대학원생으로 구성된)이 맡고 있다. 교수의 업무시간 중 많은 부분은 강의를 녹화하고 수강생들이 인터넷 게시판에 올리는 질문에 답하는 데 할애되는데, 수강생이 수백 명에 달하는 대단위 강의의 경우 매일 올라오는 수십 건의 질문에 답하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꼬박 소요된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한 질문이 올라온 후 일정 시간 내에 답변을 올리지 않으면 교수에 대한 강의평가에 감점이 생기도록 시스템을 설정해 둠으로써 주말이나 휴일에도 수시로 인터넷 게시판에 접속해 확인해야 하는 등 업무시간의 연장과 노동강도의 증가가 관찰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서도 앞으로 면밀한 상황 파악과 보완책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역자가 노블의 디지털 졸업장 공장 논의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서울대 학생들이 발간하던 『학회평론』 종간호에 연작의 첫 번째 글이 번역된 것을 접했던 2000년경이었다(당시 노블의 글은 대학개혁 운동의 맥락에서 국내에 소개되었다). 잠시 스쳐지나간 후 놓고 있던 관심을 다시금 되살리게 된 것은 작년 말 그린비 출판사의 번역 의뢰를 받은 것이 계기가 되었다. 이 자리를 빌어 이 책의 번역을 권유해 주시고 후반작업에 힘써 주신 그린비 출판사의 여러 분들께 감사를 드린다. 원서의 출간 시점보다는 좀 늦었지만, 『디지털 졸업장 공장』의 번역 출간이 국내에서 온라인교육 관련 논의의 촉발과 상황의 개선에 조금이나마 일조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