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tchen Vogel, "Ready or Not?: Human ES Cells Head Toward the Clinic," Science 308 (10 June 2005), 1534-1538.
 

준비되었는가, 그렇지 못한가?
― 임상시험으로 향하는 인간 배아줄기세포
 

그레첸 보겔
 
 

지난 달 말에 하원의원 제임스 랜지빈은 줄기세포 연구 지원에 대한 연방 규칙을 완화시키는 쪽에 자신의 한 표를 던졌다. 로드 아일랜드 출신의 민주당 의원인 랜지빈은 투표에 들어가기 전에 동료 의원들에게 "나는 언젠가 내가 다시 걷게 될 것으로 믿습니다"고 말했다. 16세 때 총기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랜지빈은 자신과 같은 편에서 투표해 줄 것을 동료 의원들에게 호소했다. "줄기세포 연구는 우리에게 희망과 함께 믿음을 가질 만한 이유를 주고 있습니다. . . . 우리는 수백만에 달하는 미국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역사적 기회를 맞이했습니다."

이와 같은 감동적인 호소와 함께 의회에서 결정적인 전투가 벌어지고, 기업과 주 정부에서 나온 수십억 달러의 돈이 인간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퍼부어지는 것을 보면, 배아줄기세포의 치료 응용이 당장에라도 임박한 것 같은 느낌을 종종 받게 된다. 그러나 배아줄기세포의 지지자들로부터 나온 주장을 자세히 분석해 보면, 아무리 강력한 지지자라 하더라도 그 말 속에는 항상 "언젠가(someday)"라는 단서조항이 들어 있다.

그 언젠가가 언제쯤 도래할지는 결코 분명치가 않다. 과학자들은 인간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인간의 발달과정과 질병에 대해 새로운 이해를 제공해줄 거라는 데 거의 의견일치를 보고 있다. 그러나 그 세포들이 랜지빈과 같은 환자들을 치료하는 데 실제로 쓰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덜 분명한 태도를 보인다. 세포치료는 약물치료보다 훨씬 더 어려운 일이고, 체내에 있는 어떤 세포 유형으로도 분화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인간 배아줄기세포는 특별한 위험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 배아줄기]세포에서 가장 눈여겨볼 점은 그것이 지닌 힘입니다"라고 위스콘신-매디슨 대학의 신경과학자인 클라이브 스벤슨은 말한다. 그는 태아줄기세포와 배아줄기세포를 모두 연구하고 있다. 배아줄기세포가 지닌 극단적인 유연성과 성장 능력은 예컨대 당뇨병이나 척수손상과 같은 질병을 위한 치료용 세포들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데 이상적인 특성을 제공한다. 그러나 바로 동일한 그 특성은 동물 연구에서 나타났듯, 배신자 세포들이 원치 않는 부작용들 ― 정해진 부위를 벗어나 엉뚱한 곳으로 가거나 심지어 암세포의 성장을 유발하는 등의 ― 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을 증가시킨다. 그 세포들을 환자 몸 속에 집어넣는 것을 고려하기 이전에 "당신은 시험접시 위에서 그 힘을 제어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라고 스벤슨은 말한다.

그러한 이유 때문에 대부분의 연구그룹들은 앞으로 임상시험에 도달하려면 적어도 5년, 좀더 가능성이 높기로는 10년 정도는 더 있어야 할 거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한 회사가 그러한 시간표에 도전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 먼로 파크에 있는 제론(Geron) 사는 줄기세포 치료가 안전할 수 있고 제한된 환자집단에 대해 효능을 발휘할 수 있음을 자사의 동물 연구가 보여 주었다고 말한다. 이 회사는 인간 배아줄기세포를 써서 척수손상을 치료하는 임상시험을 빠르면 2006년 여름에 시작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이미 이 회사는 식품의약국(FDA)과 이를 협의하는 과정에 있으며, FDA는 이 분야에 대한 안전 기준을 정하려 하고 있다. 인간 배아줄기세포를 가지고 수행될 치료는 모든 세포치료가 겪는 것과 마찬가지의 어려움에 직면할 거라고 FDA 세포 및 유전자치료 부서의 말콤 무스는 말한다. 즉, 환자에게 주입되는 세포 군락의 순도나 효능을 측정할 수 있는 표준화된 기법이 거의 없다는 문제가 그것이다.

대다수의 줄기세포 연구자들은 제론 사의 계획에 대해 상당히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으며, 성급하게 환자에게 달려가는 것은 이미 논쟁적인 이 분야에 심각한 타격을 입힐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리고 FDA가 임상시험을 허용할지 여부에 대해서도 아직 결정된 바는 아무것도 없다. 그러나 제론 사는 1998년에 최초의 인간 배아줄기세포를 분리해낸 연구자들을 지원한 바 있고, 이번 임상시험도 계속 밀어붙일 만한 몇 가지 이유를 갖고 있다. 이 회사는 다수의 환자들과 함께 독점적인 인가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 인가는 인간 배아줄기세포로부터 가능한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 더 많은 자유 ― 그리고 더 많은 유인 ― 를 이 회사에 주고 있다. 그리고 결과가 어떻게 나오건 간에 제론 사의 야심적인 계획은 앞으로 인간 배아줄기세포 치료가 안전하고 효능이 있음을 증명하는 데 있어 과학자들이 넘어서야 하는 장애물들을 보여주는 하나의 시험 사례가 돨 거라는 데 과학자들은 의견일치를 보고 있다.
 

소모된 신경 고치기
 

제론 사의 계획에 대해 회의적인 사람들조차도 제론 사가 첫 번째 임상시험을 위해 그럴싸한 목표를 선택했다는 데 이의를 달지는 않는다. 척수손상은 당뇨병이나 파킨슨병 같은 질병에 비하면 훨씬 더 다루기 쉬울 수 있기 때문이다.(상자글 참조) 임상시험은 캘리포니아-어빈 대학의 신경과학자인 한스 키어스테드가 이끄는 연구에 기반하게 될 것이다. 그는 캘리포니아 주의 제안 71호 ― 주 차원에서 인간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30억 달러를 지원하자는 법안 ― 을 위한 캠페인 과정에서 이 분야를 위한 설득력있는 대변인 노릇을 해낸 인물이다.

작년 가을의 캠페인 동안 키어스테드는 당시 자신의 미발표 연구를 설명하면서, 척수손상을 입은 쥐들이 인간 배아줄기세포에서 유도한 세포들을 주입받은 후 활동성을 다소 회복하는 모습을 담은 비디오를 보여 주었다. "나는 여기에 엄청나게 열정적입니다"라고 키어스테드는 말한다. "나는 이미 희망의 지점을 지났습니다. 내 머리 속에 남은 문제는 과연 언제 할 것인가뿐입니다. 우리가 이러한 동물 모델에서 볼 수 있는 가능성은 엄청난 것입니다."

키어스테드와 동료들은 제론 사의 자금과 기술지원을 받아 인간 배아줄기세포를 희소돌기아교세포(oligodendrocyte) 전구체라 불리는 세포들로 분화시키는 프로토콜을 개발해 왔다. 이 전구체는 희소돌기아교세포를 형성할 수 있는데, 이 세포는 축삭(axon)의 겉을 감싸는 말이집(myelin sheath)을 생산해 신경단위세포(neuron)가 축색을 따라 신호를 보낼 수 있게끔 해주는 기능을 갖는다. 이 말이집은 척수손상 때 종종 같이 사라진다.

지난 달에 <저널 오브 뉴로사이언스>에 실린 논문에서 키어스테드의 팀은 이러한 전구체들을 척수에 주입하면 척수손상 증상을 겪던 쥐들의 회복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보고했다. 이 세포들은 손상된 신경단위세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며, 말이집형성(myelination)을 다소 복원함으로써 자연 치유 과정을 촉진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키어스테드는 말한다. 생쥐를 가지고 한 이전 연구들은 다쳤거나 병에 걸린 동물에 희소돌기아교세포를 형성하는 생쥐 세포를 주입해 말이집형성을 어느 정도 복원할 수 있음을 보여 주었다. 키어스테드의 팀은 인간의 배아줄기세포도 유사한 효능을 가질 수 있음을 처음으로 보여 주었다.

막 다친 쥐들의 경우 결과는 상당히 유망해 보였다. 다친 후 일주일 된 동물에게 희소돌기아교세포 전구체를 주입하자 세포가 살아남아 척수의 말이집을 수선하는 것을 돕는 것처럼 보였다. 2주 이내에 시술을 한 경우 치료받은 쥐들은 인간의 섬유아세포를 주입받거나 세포가 들어있지 않은 주사를 맞은 대조군 쥐들에 비해 표준적인 동작 검사에서 훨씬 더 나은 성적을 올렸다.

그러나 연구자들이 다친 후 10개월이 지난 쥐들에게 세포를 주입했을 때는 아무런 효과도 발견하지 못했다. 이는 랜지빈처럼 해묵은 부상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는 애석한 소식이다. 세포들은 살아남긴 했지만 오래된 손상을 수선할 수 없는 것처럼 보였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제론 사가 계획중인 임상시험은 막 상처를 입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할 거라고 키어스테드는 말한다.

만약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1상 임상시험은 아주 소수의 환자들만을 대상으로 하게 될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 키어스테드는 이 점을 강조하고 있다 ― 이 첫 번째 임상시험이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것의 일차 목표는 치료가 사람에게 안전할 수 있음을 보이는 데 있다. "일반대중과 과학자들은 이것이 최초의 시도라는 점을 알아야만 합니다"라고 키어스테드는 말한다. "그 사람들이 치료될 거라고 기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우리는 그들에게 시술을 할 거지만, 시술 결과 어떤 정도의 반응이 나타날지에 대해서는 전혀 모릅니다."
 

잠재된 위험
 

사실 안전성을 입증하는 일만 해도 충분히 어려운 주문이다. 수많은 동물 연구에서 생쥐와 인간의 배아줄기세포를 제어하기가 힘들다는 사실이 이미 입증되었다. 배아줄기세포는 예컨대 엉뚱한 종류의 세포로 분화하거나, 주입된 장소를 벗어나 다른 곳으로 옮겨가거나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제론 사는 척수 임상시험에서 오직 하나의 세포 유형만을 형성할 수 있는 배아줄기세포-유도세포를 주입할 계획이다. 이런 접근법은 앞서 지적한 문제 중 일부를 피해갈 수 있는 방법이다. 환자가 완전히 회복되려면 새로운 신경단위세포뿐 아니라 별아교세포(astrocyte)라는 이름을 가진 여타의 지원 세포들도 같이 필요로 한다. 그러나 이러한 세 가지 신경세포 유형 모두로 분화가능한 전구체를 이용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 설치류를 이용한 몇몇 연구에서 부분적으로만 분화시킨 생쥐의 배아줄기세포를 척수에 주입하자, 신경단위세포, 별아교세포, 희소돌기아교세포를 형성해 동물이 척수손상에서 회복하는 것을 도와 주었다. 그러나 보다 최근의 연구에서는 성체 동물에서 추출한 신경 줄기세포들 ― 역시 세 가지 유형 모두로 분화가능한 ― 이 문제를 일으켰다. 스웨덴 스톡홀름에 있는 카롤링스카 연구소의 크리스토프 호프스테터와 그 동료들은 올 3월 <네이처 뉴로사이언스>에 실은 논문에서, 신경 줄기세포 치료가 마비된 쥐의 뒷다리에 다소의 회복을 가져오긴 했지만 동시에 부상을 입지 않은 앞다리에도 장기간에 걸친 통증 민감성을 유발했다고 보고했다. 반면 별아교세포가 형성되는 것을 막은 다른 실험에서는 부작용이 사라지는 것처럼 보였는데, 이는 적절한 분화의 중요성을 다시금 강조하고 있다고 스벤슨은 말한다.

아마도 가장 큰 걱정거리는 인간 배아줄기세포 치료가 암세포의 형성을 촉발할 거라는 점이다. 배아줄기세포의 주요 특징 가운데 하나는 그것을 면역력이 억제된 생쥐의 피부 아래에 미분화된 형태로 주입했을 때 기형종(teratoma)이라고 불리는 무질서한 암조직을 형성한다는 것이다. "배아줄기세포는 기본적으로 암을 형성하는 세포입니다"라고 스웨덴 룬트 대학의 신경과학자 안데르스 비욕룬트는 말한다. "배아줄기세포를 임상에 응용하기 전에 이 문제를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설사 그 종양이 양성 종양이라고 하더라도 중앙 신경계에 생겼을 때에는 치명적인 수 있다고 스벤슨은 말한다. "양성이건 악성이건 그것이 척수 내에서 성장한다는 것은 좋은 뉴스가 못됩니다."

그러나 키어스테드는 자신이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했다고 믿고 있다. 열쇠는 분화 과정에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분화 과정을 통해 97%의 세포들이 희소돌기아교세포 전구체 유형에 해당하는 유전자를 발현시킨 세포 군락을 만들어냈다고 주장한다. 그는 "만약 당신이 생짜 줄기세포를 그대로 주입한다면 기형종은 실제 나타날 수 있는 가능성입니다"라고 시인한다. "그러나 그건 어제의 과학입니다. 요즘 생짜 줄기세포를 그대로 주입하는 것을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키어스테드와 동료들은 논문에서 자신들이 [희소돌기아교세포를 만들도록] 특화시킨 세포들이 주입 후 별아교세포나 신경단위세포를 형성했다는 증거는 찾지 못했다고 썼다. 연구팀은 또한 주입된 세포들이 척수를 떠나는지 여부를 확인했다. 지금까지는 그 세포들이 주입된 위치 근처에 머물러 있는 듯 보인다고 키어스테드는 말한다.

키어스테드의 논문은 유망한 가능성을 보여 주고 있다고 스벤슨은 말한다. 하지만 그는 이 연구를 환자들에게 적용할 준비가 되었는가에 대해서는 확신이 없다고 했다. "그 연구는 임상시험 이전에 당신이 알고 싶어하는 세부사항까지 다루지 못했습니다"라고 그는 말한다. 여기서의 함정은 수백만 개의 세포들로 구성된 군락에 과연 미분화된 낙오자 세포들이 하나도 없는지를 확인하기가 어렵다는 데 있다. 암세포 형성의 위험을 평가하기 위해 키어스테드와 동료들은 분화된 세포를 누드 쥐(면역계를 결핍한 채로 태어난 쥐)에게 시험하고 있다. 만약 동물들이 기형종의 징후 없이 1년 이상을 생존한다면 세포가 사람에게 시험해도 안전하다는 느낌이 들 거라고 키어스테드는 말한다.

몇몇 연구팀들은 동물 세포로부터의 오염가능성이라는 또다른 문제를 직접 다루고 있다. 지금까지 거의 모든 인간 배아줄기세포주는 동물에서 추출한 물질들에 노출되었다. 예컨대 배양 세포들은 어미 뱃속에 있는 송아지에서 추출한 혈청으로 생명을 유지했고, 대다수의 인간 배아줄기세포주는 영양세포(feeder cell)라고 불리는 생쥐 세포의 층 위에서 성장했다. 영양세포는 배아줄기세포가 분화하는 것을 방지하는 핵심 단백질을 제공해 준다.

이러한 기법들은 인간 배아줄기세포 치료가 외래 동물의 바이러스를 환자에게 집어넣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를 촉발시켰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제론 사를 포함한 몇몇 연구팀들은 최근에 사람의 영양세포층 위에서, 혹은 영양세포를 아예 쓰지 않고 새로운 세포주를 성장시키는 방법을 개발했다.

그러나 예전의 세포주들은 그 특성이 더 잘 파악되어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제론 사의 CEO인 토마스 오카마는 말한다. 이 때문에 제론 사는 첫 번째 임상시험에서 위스콘신-매디슨 대학의 제임스 톰슨이 유도했던 초기의 세포주 중 하나를 사용하려고 계획하고 있다. 감염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제론 사는 이 세포들을 1년 이상 영양세포 없이 성장시키고 있다. 이는 FDA의 기준을 충족시킬 것으로 보인다. FDA는 배아줄기세포주가 이전에 동물 세포에 노출된 적이 있다 해도 일정한 안전 기준이 충족되기만 한다면 임상시험에 결격사유가 되지는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오카마는 제론 사가 이 세포들이 오염되지 않았음을 보여줄 수 있다고 말한다. 그의 주장은 지난 주 <스템 셀즈>에 실린 한 논문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다. 하이파에 있는 테크니온-이스라엘 공과대학의 조셉 이츠코비츠-엘더와 그 동료들은 다섯 개의 인간 배아줄기세포주와 여러 가지 생쥐 영양세포들에서 쥐 레트로바이러스 ― 생쥐의 모든 세포의 게놈 속에 숨어 있는 ― 의 징후를 검사했다. 이 연구팀은 이른바 생쥐 백혈병 바이러스에 대한 수용기는 확인했지만, 수년 동안 생쥐의 영양세포 위에서 배양했음에도 불구하고 인간 세포가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는 증거는 찾지 못했다. 이츠코비치-엘더는 동물에서 추출한 물질들이 여전히 위험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시인한다. 하지만 그는 새 연구가 "이 세포들을 검사할 수 있음"을 보여 주었고, "우리는 그것을 임상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믿습니다"고 말하고 있다.

좀더 최근에 연구자들은 생쥐의 영양세포를 사용하는 것이 가진 또하나의 잠재적 문제점을 알아냈다. 올 2월에 캘리포니아 주 라 졸라에 있는 소크생물학연구소의 프레드 게이지와 그 동료들은 생쥐의 영양세포로 배양된 인간 배아줄기세포들이 세포 표면에 외래 당 분자를 발현시킨다고 보고했다. 사람은 그 분자에 대한 항체를 갖고 있기 때문에, 연구자들은 주입한 세포들이 그 분자로 인해 사람의 면역체계에 의해 파괴될지도 모른다고 썼다. 만약 그렇다면 현존하는 세포주를 가지고 만든 모든 치료법은 성공 가능성이 사라질 것이다. 그러나 키어스테드와 오카마, 그리고 다른 과학자들은 이미 널리 알려진 그러한 우려들이 과장되었을지도 모른다고 말하고 있다. 게이지와 동료들은 일단 세포가 영양세포층으로부터 분리되고 나면 당 분자가 점차로 사라진다고 썼다. 키어스테드는 일단 세포가 생쥐의 영양세포층에서 몇 달 동안 떨어져 있게 되면 당 분자가 사라진다고 말한다. 오카마는 제론 사에서 영양세포 없이 배양한 세포들은 외래 분자의 흔적을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일부 과학자들은 배아줄기세포가 배양 과정에서 새로운 유해한 돌연변이를 일으킬 것을 우려한다. 이는 거의 모든 배양 세포들에서 흔하게 일어나는 현상이다. 배아줄기세포는 "배양 과정에서 성체줄기세포에 비해 대략 100배 정도 더 안정하긴 하지만 완벽하지는 않습니다"고 메릴랜드 주 볼티모어의 국립노화연구소에 있는 마헨드라 라오 박사는 경고한다. 그러한 돌연변이를 미리 앞서 감지해 내는 것은 특히 어려운 일이다.
 

다음 사람을 위해 길 내기
 

한편 FDA는 새로 피어나고 있는 이 분야를 위해 안전 기준을 마련하려 애쓰고 있다. FDA는 2000년에 배아로부터 뽑아낸 줄기세포를 포함하는 세포치료는 수술 기법이 아니라 약물로 규제될 거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곧 연구자들이 일정한 순도와 효능 기준을 충족시켜야 함을 의미한다. 대다수 약물의 경우에는 이 기준을 세우는 것이 간단하며 측정도 쉽다. 그러나 세포 생산물의 경우 이는 훨씬 더 복잡하며, 세포 군락을 평가하기 위해 어떤 종류의 측정들을 사용할 것인지도 덜 분명하다고 무스는 말한다.

제론 사는 FDA의 조언을 얻어 이미 암의 위험을 측정하는 일에 착수했다. 후속 연구에서 제론 사의 과학자들은 분화된 세포들을 서로 다른 양의 미분화된 인간 배아줄기세포와 섞어서 주입함으로써 누드 쥐에서 기형종을 발생시키는 문턱값을 정하려 하고 있다고 오카마는 말한다. 그는 제론 사가 미분화된 세포를 감지하는 "극히 예민한" 시약을 개발해 준비된 세포들이 그 수준을 넘지 않도록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FDA가 결정해야 하는 중요한 질문들 중 하나는 세포치료를 사람에게 적용하기 전에 사람이 아닌 영장류에게 시험할 필요가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키어스테드는 세포를 영장류에 이식하는 것이 안전을 위한 전제조건이라는 데 확신을 갖고 있지 않다. "문제는 우리가 사람 세포를 쥐에 넣었을 때보다 사람 세포를 원숭이에게 넣었을 때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는가 하는 겁니다. 나는 그럴 거라고 생각지 않습니다."

FDA의 무스도 이에 동의한다. "사람이 아닌 영장류가 언제나 필요한 선택은 아니며 사실 가장 좋은 선택인 경우도 거의 없습니다." 현재 무스는 FDA가 이번 건과 앞으로 있을 다른 건들을 사안별로(case-by-case basis) 평가할 거라고 말하고 있다.

키어스테드는 이러한 노력들이 이후의 연구그룹들이 따라오는 길을 쉽게 만들어줄 거라는 희망을 갖고 있다. 최초의 임상시험은 다른 팀들을 위한 일련의 기준들을 남기게 될 거라고 그는 말한다. "일단 당신이 그걸 하고 나면 길을 닦아놓는 셈이 됩니다. 사륜구동 트럭을 몰고 정글 속을 달리면서 길을 만들 필요가 없게 되는 거죠."

그리고 설사 최초의 임상시험이 제대로 성공을 거두지 못하더라도 이는 분야 전체를 일보전진시킬 거라고 키어스테드는 믿는다. "성공하지 못한 시험은 앞으로 전진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합니다. 이는 환자들과 언론이 듣고 싶어하지 않는 얘기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게 현실입니다. 성공하지 못한 시험은 성공한 시험만큼 상세한 검토를 받습니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고집스러울 정도로 낙관적이다. "우리는 위험을 완전히 제거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나는 위험이 낮으며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느끼고 있기 때문에 밤에 편히 잠을 청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과학자들은 제론 사가 너무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는 것을 걱정한다. 그들은 한 젊은 환자가 예상치 못한 면역 반응으로 사망하고 다른 환자들이 치명적인 백혈병에 걸린 유전자치료의 임상시험 사례를 지적한다. "유전자치료는 우리가 그로부터 배울 수 있는 하나의 패러다임입니다"라고 메릴랜드 주 볼티모어에 있는 존스홉킨스대학의 신경과학자 더글라스 커는 말한다. "그들은 실제로 환자들에게 위해를 끼쳤고, 그것이 그 분야를 후퇴시켰습니다."

다른 과학자들은 크게 주목을 받은 정치적 논쟁으로 인해 이미 이 분야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높아져 버렸다는 점을 우려한다. 이는 특히 치명적인 질병에 맞서고 있는 환자들 사이에서 그렇다. 스페인 알리칸테에 있는 미구엘 에르난데즈 대학의 줄기세포 연구자인 베르나 소리아는 과장광고가 아니라 정직성이 바로 문제를 풀어가는 열쇠라고 지적한다. "나 자신의 경험을 볼 때 당신이 환자들에게 솔직하면 그들은 충분히 영리합니다. 환자들은 내게 이렇게 말합니다. '내가 걸린 병에 대해 치료법이 나올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군요. 하지만 그래도 연구를 계속해 주세요.' 사람들은 그 길이 기나긴 여정이 될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상자글>

여전히 차례를 기다리며
 

배아줄기세포의 열성적 지지자들조차도 제론의 목표 ― 척수손상 환자에 대한 인간 배아줄기세포 치료의 임상시험을 1년 내에 개시하겠다는 ― 가 실현가능성이 희박한 모험이라는 데 동의를 표한다. 줄기세포를 이용해 다른 질병들, 가령 당뇨병이나 파킨슨병, 근육위축가쪽경화증(amyotrophic lateral sclerosis, ALS), 다발경화증(multiple sclerosis, MS) 같은 질병을 치료하는 것은 그보다 더 요원한 일이다. 이 분야에 있는 대다수의 과학자들은 이 중 어떤 질병도 5년에서 10년 내에 임상에 대한 적용이 시작될 가망이 없다는 데 동의한다. 그나마도 풍족한 자금지원과 예상보다 빠른 과학적 진보가 이루어진다고 가정할 때 그렇다. 

인간 배아줄기세포 연구의 강력한 지지자들 중 일부는 제1형 당뇨병(type 1 diabetes)에 대한 치료법을 찾을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일례로 캘리포니아 주의 제안 71호를 통과시키는 과정에 힘을 보탠 로버트 클라인은 자신의 일차적인 동기가 당뇨병에 걸린 아들의 치료법을 찾는 거라고 말한다. 당뇨병은 혈중 인슐린 농도를 조절하는 췌장의 β세포를 죽인다. 환자들은 수시로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하고 신장부전이나 실명(失明) 같은 다양한 합병증에 시달린다. 이 때 없어진 세포를 다시 채워넣으면 병을 고칠 수 있다. 시체에서 뽑아낸 β세포를 이식한 최초의 시도들은 가능성을 보여 주는 듯 했다. 그러나 부작용이 나타나고 이식된 세포가 얼마 안가 사멸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열광이 한풀 꺾였다(Science, 1 October 2004, p. 34). 그리고 설사 이 치료법이 완벽하게 효능을 발휘한다 해도 세포 이식을 한 번 할 때마다 여러 구의 시체가 필요한 문제가 있다. 그래서 연구자들은 수백만의 환자들에게 치료 혜택을 줄 수 있는 재생가능한 세포원(源)을 찾고 있다.

이론적으로는 인간 배아줄기세포가 이러한 요구를 훌륭하게 충족시킨다. 그러나 실제에 있어서는 몇몇 연구그룹들이 생쥐의 배아줄기세포를 인슐린을 만드는 세포로 분화시키는 데 성공하긴 했지만, 아직 생쥐나 인간의 배아줄기세포로부터 진짜 β세포를 유도해내지는 못했다. 한 가지 이유는 췌장세포가 신경세포나 심장 근육세포와 달리 임신 과정에서 가장 늦게 발달하는 세포들 중 하나라는 데 있을 것이다. 생쥐의 경우 췌장세포는 15일이나 16일경, 즉 출산 하루나 이틀 전쯤 모습을 드러내며, 사람의 경우에는 임신 5개월이나 6개월쯤에 나타난다. "길이 길면 도중에 길을 잃을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지는 거죠"라고 스페인 알리칸테에 있는 미구엘 에르난데즈 대학의 베르나 소리아는 설명한다. 그는 생쥐와 인간의 배아줄기세포로부터 β유사세포를 만들어내려는 시도를 해왔다. 다행스럽게도 β세포를 완전한 형태로 만들어낼 필요는 없는 것 같다고 소리아는 말한다. 몇 가지 유형의 인슐린 생산 세포들이 생쥐에서 당뇨병 증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전성 문제에 관해서는 그러한 여유를 부릴 수가 없다. 당뇨병은 만성 질병이긴 하지만 반드시 죽음에 이를 정도로 치명적인 질병은 아니다. 따라서 어떠한 세포치료도 인슐린 주사와 비교해 더 안전하고 더 큰 효능을 가져야 한다. "당뇨병에 대한 근본 치료는 불가능하지만, 지금도 치료제는 있습니다"라고 소리아는 말한다. "환자와 그 가족들로부터 강한 압박이 있긴 하지만, 세포치료에 대한 요구가 그리 크지는 않습니다."

과학자들은 세포치료를 통해 파킨슨병을 고치려는 시도를 진작부터 해 왔다. 파킨슨병은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을 생산하는 뇌 속의 신경단위세포를 공격해 환자들이 점차 활동성을 상실하게 되는 질병이다. 지난 10년 동안 있었던 수 차례의 임상시험에서 의사들은 태아조직에서 뽑아낸 도파민 생산 세포들을 이식해 분명하게 엇갈리는 결과들을 얻었다. 일부 환자들이 병세에 상당한 차도를 보인 반면, 다른 환자들은 거의 혹은 전혀 차도가 없었다. 그리고 일부 환자들은 제어할 수 없는 경련 증세와 같은 심각한 부작용을 나타냈다. 과학자들은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아직 확실하게 모르고 있다. 환자들이 너무 많거나 너무 적은 태아 세포를 주입받은 것은 아닌가 하고 일부 과학자들이 추측하고 있는 정도다. 주입하는 세포의 특성을 실험실에서 확실히 알아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배아줄기세포에서 뽑아낸 도파민 생산 신경단위세포들은 무제한적이고 특성이 잘 정의된 세포원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교토대 연구팀의 임상시험에서는 원숭이 배아줄기세포에서 키워낸 도파민 생산 신경단위세포들이 동물의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배아줄기세포에서 추출한 세포들을 파킨슨병 환자들에게 시험하기 이전에 과학자들은 이식된 세포들이 뇌 속에서 어떻게 행동하는지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스웨덴 룬트 대학의 신경과학자 안데르스 비욕룬트는 말한다. "현재의 지식은 임상시험을 정당화할 만큼 높은 수준이 못됩니다"라고 그는 덧붙인다.

ALS의 악몽에 시달리는 환자와 의사들은 인간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한 초기 치료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높은 위험을 기꺼이 감수할 의향이 있을지 모른다. 운동 신경단위세포를 죽이는 이 질병은 예외없이 죽음에 이르며 유효한 치료법이 전혀 없어 환자는 진단 시점에서 5년 내에 사망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ALS는 다른 질병에 비해 볼 때" 세포치료로 고치는 것이 "몇 배 더 어렵다"고 볼티모어에 있는 존스홉킨스대학의 운동질환 전문가인 더글라스 커는 말한다. 의사들은 아직 이 질병의 원인을 확실히 알지 못하고 있고, 설사 과학자들이 줄기세포를 써서 없어진 운동 신경단위세포를 다시 채워넣을 수 있다 해도 ― 커는 이 자체만으로도 "상당히 어려운 주문"이라고 말한다 ― 새로 생긴 신경단위세포 역시 동일한 죽음의 공격에 노출될 수 있다. 좀더 전망있는 길은 손상을 어떻게든 지연시키는 것을 돕는 세포 내지 혼합 세포군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그는 말하고 있지만, 어떤 세포(군)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고 있다.

MS의 치료 역시 마찬가지의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고 캘리포니아-어빈 대학의 한스 키어스테드는 말한다. 그는 제론 사와 협력해 척수손상 환자에 대한 임상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줄기세포로 MS를 치료하는 것은 아직 까마득하게 먼 과제입니다"라고 그는 말한다. 척수손상과 마찬가지로 이 질병은 신경세포를 둘러싸고 있는 말이집을 공격하는데, 희소돌기아교세포 전구체를 주입하자 동물 모델에서는 긍정적 효과가 나타났다. 그러나 사람의 경우는 훨씬 더 복잡하다고 키어스테드는 말한다. MS로 손상된 신경은 이미 희소돌기아교세포 전구체로 둘러싸여 있는데도 뭔가가 이 세포의 기능을 방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척수손상 환자를 도울 수 있는 전망에 대해 그토록 강한 낙관을 표현해 온 키어스테드도 다른 질병에 걸린 환자들에 대해서는 훨씬 신중한 태도를 취한다. "파킨슨병이나 MS, 뇌졸중에 관한 연구를 보면 척수손상은 이러한 전략[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법]이 매우 유효한 사례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반면 중앙 신경계의 다른 부분은 그렇지가 못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