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과 시장: 조지 이스트먼과 대중 아마추어 사진술의 기원
 

리스 젠킨스
 
 

이스트먼 코닥 사의 명백한 운명(manifest destiny)은 세계에서 제일 큰 사진용품 제조회사가 되거나 아니면 망하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조지 이스트먼, 1894]

1839년에 사진술이 시장에 그 모습을 드러낸 이래 1870년대 말까지는 사진술의 과정이 기술적으로 너무나 복잡해 전문 사진가들과 극소수의 열성적 아마추어들 외에는 사진술을 직접 해볼 엄두를 못내었다. 1870년대의 사진가를 예로 들자면, 그는 감광성 물질을 준비하고, 카메라 세팅을 조정하고, 유리판 음화(陰畵, negative)를 노출시킨 후 현상, 정착시키고, 종이 양화(陽畵, positive)를 인화해 정착시키는 일을 모두 직접 해야 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20년이 지나면 사진찍기에 관심있는 사람은 거의 누구나 ― 광학이나 사진 화학에 대한 실질적 지식을 갖고 있는가와 상관없이 ― 조작이 간단한 휴대용 카메라의 버튼을 누른 후에 노출된 필름을 카메라에서 꺼내 인근의 사진가나 멀리 공장으로 맡기고 며칠 지나면 완성된 사진을 받아볼 수 있게 되었다. 이와 같이 사진술이 전문가 주도에서 아마추어 주도로 바뀜에 따라 사진 산업과 사진의 사회적 역할 모두에서 혁명이 일어났다. 1880년에서 1895년 사이에 사진 산업에서 일어났던 시장과 조직에 있어서의 혁명은 당시 대다수의 미국 기업의 경우와 달리, 전국적인 도시 시장의 팽창에 대응해 나타난 것이라기보다는 기술과 마케팅에서의 상호연관된 일련의 변화들에 의해 빚어진 것이었고, 이 변화들은 누가 사진술을 할 수 있는가에 관한 관념의 변화에서 정점에 달했다. 유럽과 미국에서 여러 사람들이 사진술 혁명의 초기 단계에 기여했지만, 대중 아마추어 시장을 창출하고 그 결과 나타난 사진 산업의 구조 변화에서 주도적 역할을 했던 일련의 핵심적인 개념적, 기술적 변화의 중심에는 미국 로체스터의 기업가 조지 이스트먼(George Eastman)이 있었다.

그간 [발명가를] 낭만화, 영웅시하는 역사적 해석 전통의 영향이 팽배해 있었기 때문에 대중 아마추어 사진술과 사진 산업에서의 대규모 기업 등장의 기원을 조지 이스트먼의 이름과 연결시킨다고 해도 놀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사진술의 역사에 관해 ― 심지어 조지 이스트먼 개인에 관해서도 ― 많은 책과 논문들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초기 작업의 정확한 성격과 사진 분야에서 그의 활동의 배후에 깔린 동기에 대해서는 제대로 연구가 이루어지지 못했다. 이스트먼의 작업을 다룬 문헌들에서 그는 사진술의 "간소화(simplification)"를 추구했던 인물로 그려지고 있는데, 그 속에서 "간소화"가 지녔던 의미에 대해서는 별다른 주의가 기울여지고 있지 않으며 광범한 범위에 걸치는 동기부여의 측면들 역시 무심하게 다루어지고 있다. 그래서 그의 역할은 당대의 기술발전 상황과 기업 환경의 맥락 속에서 재조명될 필요가 있다. 여기서는 소수의 전문가들이 행하던 습식 콜로디온 사진술에서 수백만의 초심자들에 의한 젤라틴 롤 필름 사진술로 변화해 가는 과정에서 중요했던 여러 단계들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I. 습식 콜로디온판에서 건식 젤라틴판으로
 

이전까지 인기있었던 다게르타입(daguerreotype) 방식을 1850년대 중반에 대체한 습식 콜로디온 방식은 감광성 할로겐은염의 용제(carrier)로 콜로디온이라 불리던 니트로셀룰로스 용액을 사용했다. 사진가는 사진을 찍을 장소에 가서 할로겐염이 든 콜로디온을 유리판 위에 부어 음화 감광물질을 준비했다. 이 방식에서는 콜로디온이 건조되면 감광성을 잃기 때문에 사진가가 노출 직전에 음화 물질을 준비해야 했다. 사진가는 또한 감광성 인화지도 스스로 만들었다. 결국 모든 사진가들은 카메라 조작자임과 동시에 감광물질과 완성된 인화지를 수작업으로 만드는 분산적 생산자 노릇도 했다.

1860년대 내내 사진가들은 감광물질에 쓰기 위해 건식 콜로디온이나 그 외 감광성이 줄어드는 정도가 상대적으로 덜한 용제를 만들어내려 애썼다. 1870년대에 영국의 몇몇 사진가들은 습식 콜로디온을 대체할 고감광성 물질인 건식 젤라틴의 개발에 성공했다. 1870년대 말에 영국의 사진 잡지들은 젤라틴의 화학식 정보를 실음으로써 콜로디온에서 젤라틴으로의 변화를 촉진했다. 건식 젤라틴 용제는 은염의 감광성을 향상시켰을 뿐 아니라 감광성을 몇 달이고 계속 유지했기 때문에 사진술에 쓰이는 중요 물질들 대부분을 특화된 공장에서 생산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영국에서는 1870년대 말에 몇 개의 건식 젤라틴판 회사들이 생산을 시작했고, 1880년이 되면 미국에서도 적어도 네 개의 회사에서 그와 같은 음화판을 생산해 판매하고 있었다. 그 네 개의 회사는 각각 세인트루이스의 크레이머(Gustav Cramer)와 노든(Hermann Norden), 필라델피아의 존 카부트(John Carbutt), 아이오와 주 인디애놀라의 크로스(D. H. Cross), 그리고 로체스터의 조지 이스트먼에 의해 설립된 것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크레이머, 카부트, 이스트먼이 이 신생 산업에서 주도적인 위치를 점하게 되었는데, 이렇게 된 데는 그들이 우수한 감광유제를 개발한 점, 그리고 당시 전국적인 사진용품 도매상이었던 앤쏘니(Anthony), 스코빌(Scovill), 지너트(Gennert)의 세 회사와 각각 독점 판매대행 계약을 맺고 있었다는 점이 중요하게 작용했다. 이 생산업체들 중 하나였던 이스트먼은 이러한 새로운 기술의 도입에서 선구적 역할을 했을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 사진술에서 훨씬 더 거대한 혁명을 촉발시켰다.

조지 이스트먼(1854-1932)은 3년 좀 못되는 기간 동안 진지한 아마추어로서 사진 작업을 하다가 1880년에 사진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미 고인이 된 로체스터 실무 학교(business school)의 소유주 겸 운영자의 아들이었던 이스트먼은 8년간의 사립 및 공립학교 생활을 거친 후 보험회사에서 서기로 몇 년간 일했고 다시 로체스터 저축은행에서 서기 및 장부계원 보조로 근무했다. 은행 전무들 중 한 사람의 친척이 자기보다 앞서 승진되는 것을 보고 실망한 이스트먼은 자신의 직업적 관심사를 진지한 사진 작업 쪽으로 돌렸는데, 특히 1870년대 말에 영국 사진 잡지들에서 읽었던 새로운 젤라틴 감광유제 사진술에 관심을 집중했다. 그는 할로겐은염(보통 브롬화은을 썼다)을 젤라틴과 뒤섞은 후, 며칠에 걸쳐 젤라틴에 열을 가하고(숙성), 감광유제를 조각내어('noodling') 물로 씻은 후, 마지막으로 이를 유리판에 도포해 직접 건판을 마련했다. 이렇게 일단 만들어진 건판은 수 개월 동안 감광성을 계속 유지했다. 이로써 이제 이스트먼은 한 상자의 건판과 카메라, 삼각대를 챙겨 야외 여행을 떠나서 그곳에서 풍경에 노출시킨 후, 노출된 건판을 빛이 새지 않는 상자에 도로 집어넣고 집으로 돌아와 그의 집 암실에서 유리판 음화를 현상, 정착시키고 종이 사진에 인화시킬 수 있게 되었다. 그가 만든 젤라틴 건판은 순식간에 지역에서 명성을 얻었고, 그는 상업적 생산을 고려하기 시작했다. 이스트먼은 1876년의 독립선언 100주년 기념 필라델피아 국제 박람회에 갔을 때 거기 전시된 기계를 보고 깊은 인상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 얼마 후 1870년대 말에 그는 젤라틴 감광유제로 유리판을 연속적으로 코팅하는 기계를 고안해 내었다.

이스트먼은 역시 로체스터의 발명가이자 특허변호사였던 친구 조지 셀든(George Selden)의 충고를 따라 자신이 고안한 코팅 기계의 미국 특허를 얻는 데서 그치지 않고 영국에서, 그리고 나중에는 유럽 대륙에서도 특허를 취득하는 전략을 취했다. 그리고 나서 유럽 특허를 팔아 그로부터 얻은 수익을 미국 내에서의 사진 건판 사업에 자본금으로 이용하겠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그러나 영국에서의 특허 인가 건을 감독하기 위해 직접 유럽 여행까지 나섰지만, 이스트먼은 특허 취득에 들어간 기본 비용을 회수할 정도의 자금조차도 확보하지 못했다. 이런 어려운 사정 속에서도 그는 1880년 전반기를 은행에서 전임으로 계속 일하면서 젤라틴 건판의 생산 준비를 하는 데 보냈다. 그는 이 해 여름에 건판 생산에 착수했고 그로부터 얼마 후 미국 제일의 사진용품 공급업체이자 도매상인 뉴욕의 앤쏘니 사(E. and H. T. Anthony and Company)와 건판 마케팅을 위한 독점 대행 계약을 따내었다.

다음 해 내내 그는 은행에서의 직위를 여전히 유지하면서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건판 사업에서 일했다. 그러나 사업이 점차 커지면서, 이제 은행 봉급을 절약해 모은 얼마 안되는 저축만으로는 필요한 자본을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이 때 이스트먼이 보여준 활력과 사업 능력에 감명받은 헨리 스트롱(Henry A. Strong)이 사업 파트너로 1881년 초에 합류했다. 스트롱은 지역에서 매우 성공한 4륜경마차용 채찍 제조업자로, 젊었을 때 이스트먼의 어머니 집에서 부인과 함께 잠시 세들어 산 적이 있었다. 두 사람의 동업으로 새로 만들어진 이스트먼 사진 건판 회사(Eastman Dry Plate Company)에 대해 이스트먼은 자신이 가진 특허와 "예전" 회사에 있던 몇 안되는 생산 설비, 그리고 제품과 생산기술에 관해 갖고 있던 지식을 내놓았고, 스트롱은 5000달러의 자본과 사업방향에 관한 조언, 그리고 경험많은 사업가로서의 명성을 제공했다(스트롱은 회사가 운영되던 처음 10년 동안은 사업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다).

1881년부터 1883년까지 이스트먼 사진 건판 회사는 미국 전역에 명성을 확립했고, 그 결과 매출과 이윤도 증가했다. 그러나 건판 산업에 대한 진입장벽이 매우 낮았고(우수한 감광유제를 개발했는지 여부가 결정적인 관건이긴 했지만) 이윤 폭도 컸기 때문에 미국 곳곳에서 많은 수의 신생 기업들이 이 산업으로 몰려들었다. 초기의 선구적 기업들은 전국 단위의 도매상과 독점 관계를 맺고 있어 여전히 우위를 점했으나, 1883년을 지나 1884년 초에 이르면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고 이윤 폭이 급락하면서 이와 같은 이점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이스트먼은 이윤 감소에 직면해 자신의 사업을 재검토하고 틀을 다시 짜야 하게 되었다.
 

II. 건판에서 롤 필름 시스템으로
 

이윤의 감소와 수요 증가의 둔화는 성장이라는 목표에 굳은 신념을 가지고 있던 젊은 기업가를 위협했다. 이스트먼은 이에 대해 단기 전략과 장기 전략 양자 모두를 써서 대응해 나갔다. 먼저 단기 전략으로, 그는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던 다른 생산업체들과 함께 사진 건판 생산업체 연합(Dry Plate Manufacturers' Association)을 결성했는데, 이 단체는 사진 건판의 가격 안정을 명시적인 목표로 내걸고 있었다. 그러나 이는 가격 경쟁을 일시적으로 완화시키는 수단 이상은 아니었고, 이스트먼 사가 매출과 이윤의 측면에서 급속한 성장을 재개하기 위해서는 그 이상의 조치가 필요했다. 그래서 이스트먼은 장기 전략도 아울러 취했다. 즉, "나중에 유리 건판을 대체하게 될 필름 사진 시스템의 완성을 목표로 실험을 진행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이스트먼은 조지 셀든의 조언을 얻어 짰던 애초의 특허 전략을 확장해, 특허에 의해 잘 보호될 수 있는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려 노력했다. 유리 건판을 대체할 대안을 찾는 과정에서 그는 1880년부터 알고 지냈던 지역의 카메라 및 사진 건판 생산업자인 윌리엄 홀 워커(William Hall Walker)와 공동으로 연구를 했다. 이스트먼과 워커의 계획이 점차 진전됨에 따라, 워커는 자신이 하던 소규모 사업을 정리하고 "새로운 필름 사진 시스템에 관한 실험을 조력하기 위해" 1884년 1월 이스트먼 사에 입사했다.

1884년 내내 워커와 이스트먼은 연구개발 업무에 많은 에너지를 쏟아부었다. 워커는 개발 업무에만 완전히 매달렸고 이스트먼은 기업 경영 및 생산 책임을 맡은 와중에도 상당한 시간을 빼내 이 일에 몰두했다. 그들간의 공동 프로젝트에 워커는 카메라의 생산과 새로운 휴대용 건판 카메라의 설계에서 자신이 지닌 경험을 가지고 들어왔다. 1880년대 초에 워커는 두 가지 건판 카메라에 대한 특허를 취득했을 뿐 아니라, 점차 커지고 있던 아마추어 시장을 겨냥해 워커스 포켓 카메라(Walker's Pocket Camera)라는 이름의 제품을 설계하고 이를 현상·인화용 키트와 함께 시판한 적도 있었다. 반면 이스트먼은 사진용품의 생산과 생산 기계의 설계에 있어서의 경험, 미국과 외국의 사진관련 문헌들에 대한 자세한 지식, 그리고 전국적 명성을 지닌 안정된 기업의 자원 등을 이 프로젝트에 제공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했던 것은, 그가 제품의 설계, 생산 방식, 시장에 대한 고려라는 3자간의 상호관계에 대해 감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이스트먼과 워커는 공동작업 초기부터 롤 필름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집중했다. 이는 감광판을 쓰는 전통적 사진 시스템과는 다른 접근법이었다. 연속해서 이어진 유연성있는 기층(基層, base)이라는 아이디어는 새로운 것이 아니었지만, 이스트먼이나 워커가 앞서 1850년대에 롤 필름 시스템으로 실험을 했던 이들의 아이디어를 알고 있었던 것 같지는 않다. 1850년대의 초기 시스템들은 상업적 성공을 거두지 못했는데, 그 이유는 주로 롤 홀더(roll holder)의 메커니즘과 감광 필름의 질에 내재한 결함들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스트먼과 워커가 1870년대 초 영국에 도입되었던 레온 바르네르크(Leon Warnerke)의 특허받지 않은 롤 필름 시스템(<보충그림 1>)에 대해 알고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바르네르크 시스템은 감광판용 카메라의 뒤에 붙이는 롤 홀더와 그 속에 든 두 개의 롤러 사이를 움직이는 연속해서 이어진 콜로디온 티슈로 구성되어 있었다. 1870년대에 이용된 롤 필름은 상대적으로 감광성이 떨어지는 건식 콜로디온으로 코팅되어 있었다. 바르네르크 시스템은 영국의 사진 잡지들의 주목을 끌긴 했지만 상업적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이 시스템에 대해 최소한 다섯 가지의 비판이 제기되었다. (1) 필름 생산에 돈이 많이 들었고, 따라서 대중 시장에는 내놓기에는 너무 비쌌다. (2) 롤러가 착탈식이 아니어서 카메라에 든 롤러에 필름을 넣고 빼는 과정이 거추장스러웠다. (3) 필름을 전진시키고 나중에 인화 과정에서 필름을 자를 때 쓰는 필름 계시기가 필름에 손상을 주는 수가 많았다. (4) 1880년대 초에는 바르네르크가 젤라틴 필름을 이 시스템에 도입했는데, 젤라틴 필름은 대기 중 습도가 높으면 늘어나서 필름이 뒤틀리고 초점이 맞지 않는 이미지가 나왔다. (5) 홀더와 필름을 수작업 방식을 통해 생산하기 때문에 시스템이 매우 비싸고 안정성이 떨어졌다. 비록 이와 같은 문제들을 안고 있었고 상업적 성공도 거두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바르네르크 시스템은 워커와 이스트먼이 그로부터 출발할 수 있는 기반이 되어 주었다.

이스트먼과 워커는 롤 홀더 시스템의 주요 구성요소의 설계와 개발 책임을 (1) 롤 홀더 메커니즘, (2) 롤 필름, (3) 롤 필름 생산 기계의 세 가지로 나누었다. 카메라 설계 및 생산에 경험과 배경을 가진 워커가 이 중 롤 홀더의 설계 책임을 주로 맡았고, 감광물질 생산과 생산 기계의 설계에 경험이 있는 이스트먼이 필름 개발과 필름 생산 기계의 설계를 주로 책임졌다. 두 사람은 공동으로 작업했고 이 세 개의 기본 구성요소들에 대한 특허 출원에서도 이름을 같이 올렸다. 이는 그들이 구성요소들간의 개념적 상호관계를 인식하고 있었고, 전체 시스템의 구성요소 각각을 [공동 명의로] 특허 출원함으로써 시스템 전체를 모방하려는 시도로부터 자신들의 발명을 지킬 수 있을 것으로 믿었기 때문이었다.

1884년 초에 이스트먼은 지난 30년 동안 많은 사진가들이 그래 왔던 것처럼, 적절한 유연성을 갖추었으면서도 질기고 화학반응을 잘 일으키지 않으며 투명한 유리 대체물질을 찾아내려 애썼다. 처음에 그는 젤라틴이나 콜로디온으로 얇은 필름을 만들어 보았지만, 이는 질기지 못하고 너무 약했다. 나중에 콜로디온을 여러 겹으로 만들어 좀더 질긴 필름을 만들어 보려는 시도를 했는데 이 역시 별로 만족스럽지 못했다. 그래서 그는 종이 표면에 콜로디온을 코팅해 필름을 만들고, 이미지를 현상한 후 종이 기층에서 콜로디온 필름을 벗겨내는 오래된 아이디어로 눈을 돌렸다. 그러나 콜로디온은 충분히 강하지 못했으므로 그는 젤라틴을 가지고 다시 시도해 보았고 결국 적절한 제조법을 만들어내었다. 3월 초에 그는 표층분리 필름(stripping film)을 개발해 내었는데, 이 필름은 종이 기층 위에 먼저 수용성 젤라틴 층을 바른 후 다시 그 위에 물에 잘 녹지 않는 젤라틴 감광유제를 입혀 만든 것이었다. 이 필름을 처리할 때 노출, 현상, 정착 과정까지는 종이 기층이 붙어 있는 상태에서 진행한 후 감광유제를 종이에서 벗겨내어 유리판에 옮겨 붙였고 여기에 니스칠을 한 후 그로부터 종이 양화를 처음 얻었다.(<보충그림 2>) 이스트먼은 이와 같은 표층분리 필름이 롤 필름의 가장 유망한 형태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지만, 워커와 함께 이를 개량하려는 노력을 계속 기울였다. 다음 두 달 동안 워커는 종이 필름 뒷면을 젤라틴으로 코팅해 습도 변화에 따른 젤라틴의 팽창 및 수축이 [종이 앞뒷면 모두에서] 균일하게 일어나게끔 함으로써 필름이 쭈글쭈글해지는 것을 막는 방법을 고안해 냈다.(<보충그림 3>) 또한 이스트먼은 이후 2년 동안의 실험을 통해 이 "미국식 필름(American Films)" ― 그들이 개발한 표층분리 필름에 붙여진 명칭 ― 의 처리 과정에서 거치는 유리판 표면의 니스칠을 두꺼운 젤라틴 코팅으로 대체했다. 이 젤라틴 코팅은 현상, 정착된 감광유제 위에 젤라틴 표피를 형성했는데, 이것이 마르고 나면 젤라틴 표피와 감광유제를 유리판에서 떼어내어 종이 양화를 만드는 음화 필름으로 쓸 수 있었다.

한편, 그들은 특허를 받지 않은 바르네르크 롤 홀더를 개조해 기능을 향상시키는 작업도 함께 진행했다. 1884년 중반쯤에 워커와 이스트먼은 두 개의 필름 릴과 두 개의 가이드 롤러로 구성된 홀더를 개발했는데, 이는 얼핏 보면 바르네르크의 홀더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몇 가지 중요한 점에서 그것과 달랐다. 대기 습도가 높을 때 필름이 늘어나 초점면을 벗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워커와 이스트먼은 필름이 항상 팽팽하게 당겨진 상태를 유지하는 롤 홀더를 설계했다. 그들은 한쪽 필름 릴에 정지장치를 달고 다른 쪽 릴에는 스프링을 달아 필름이 계속 팽팽한 상태를 유지하게끔 했다. 그들은 또한 필름 릴을 착탈식으로 만들어 홀더에 필름을 넣고 빼는 일을 쉽게 했다. 그리고 그들은 홀더에 측정용 롤 앤 클릭 장치를 달아 필름이 전진할 때 소리로 이를 알아챌 수 있게끔 만드는 한편으로, 측정용 롤에는 작은 천공 핀을 달아 나중에 음화 필름을 벗겨낼 때를 위해 필름에 표시를 하도록 했다. 이 모두가 바르네르크의 설계를 크게 개선한 것들이었다.(<보충그림 4>)

이스트먼과 워커는 롤 홀더와 필름의 설계에 대한 아이디어가 구체화되어 감에 따라 롤 필름의 생산 기계를 설계하는 데도 주의를 기울였다. 워커는 보스턴에 있던 소규모 감광지 생산업체인 앨런 앤 로웰(Allen and Rowell)의 카본지(紙) 코팅 기계를 본 적이 있었고 이를 이스트먼에게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이스트먼도 뉴욕의 앤쏘니 사에서 가동되고 있던 유사한 설계의 코팅 기계를 본 적이 있었다. 또한 이스트먼은 1882년에 스코틀랜드의 모슨 앤 스완(Mawson and Swan) 사의 사진용품 공장에서 2주 동안 일한 적이 있었는데, 거기서 가동되던 새로니 앤 존슨(Sarony and Johnson) 감광지 코팅 기계를 보았을 가능성도 있다. 이스트만과 워커가 만든 기계(<보충그림 5>)는 롤러, 감광유제 통, 건조장치로 구성된 이 기계들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그들은 여기에 감광지의 연속적인 코팅과 건조를 가능하게 하는 걸개(hang-up) 건조 메커니즘(<보충그림 6>)이라는 중요한 요소를 추가했다. 이스트먼은 완성된 기계가 이렇게 구성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감광유제 통에는 롤러가 반쯤 잠긴 채 들어 있다. 맨종이 롤은 통 뒤쪽의 베어링에 매달려 있는데, 종이는 유동바퀴 위를 지나 롤 아래를 통과해서 감광유제 속에 잠겼다가 다시 다른 롤 위로 올라와 젤라틴을 고정시키는 냉각장치를 통해 지나간다. 젤라틴은 찬 공기로 고정되기 전까지는 계속해서 흘러내리게 된다. 그리고 나서 종이는 걸개 기계(hang-up machine)라고 불리는 것에 걸리는데, 이 기계에는 이동하는 길고 얇은 널빤지들이 있어 그것이 움직이면서 종이를 낚아채 고리 형태로 걸고 건조실로 들어간다.

감광지 코팅 기계의 이러한 기본 설계는 이후 수십 년에 걸쳐 계속 쓰였다.

1884년 초가을이 되자, 이제 롤 필름 시스템의 세 가지 기본 구성요소들(홀더 메커니즘, 필름, 생산 기계)의 개발이 일단락되고 이들 각각에 대한 특허들이 미국과 몇몇 서유럽 국가들에서 출원되었다. 분명한 것은, 새로운 형태의 사진술에 관한 특허를 체계적으로 구축하는 것이 이스트먼의 전체 발명 및 기술혁신 전략에 없어서는 안될 일부분이었다는 점이다. [이를 잘 보여주는 두 가지 에피소드가 있다.] 1884년 가을에도 윌리엄 배니스터(William A. Bannister)와 루이스 배니스터(Louis H. Bannister) 같은 이스트먼 사의 사원들, 그리고 워커와 이스트먼에 의해 롤 홀더 메커니즘의 개조 및 개량 작업이 계속되었고 이에 대한 특허출원이 이루어졌는데, 배니스터 형제의 경우 [롤 필름 시스템에 대한 특허의 체계적 구축을 위해] 특허는 이스트먼 사에 귀속되었다. 1885년 초, 이스트먼 사의 특허 변호사 일을 맡아보고 있던 조지 셀든은 워커와 이스트먼이 개발한 롤 홀더에 있는 필름 표시 기능이 위스콘신 주 캠브리아의 농부였던 데이빗 휴스턴(David H. Houston)이 1881년 10월에 취득한 롤 필름 카메라 특허를 침해할 가능성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휴스턴의 필름 표시 설계는 바르네르크의 것을 보고 힌트를 얻은 것임이 분명했지만, 필름 가장자리에 뾰족한 침이나 못을 이용해 구멍을 뚫는다는 점에서 바르네르크의 그것과는 분명 달랐다.

이스트먼은 시스템 전체의 강점과 완전성을 보존하기 위해서는 시스템의 모든 특징에 대한 특허를 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워커를 휴스턴이 당시 살고 있던 다코타 준주(準州, 당시 다코타는 아직 주로 승격되기 전이었다 ― 역주)로 보내 특허 매입을 위한 협상을 가능한 한 해보도록 했다. 그러나 휴스턴이 특허 양도 대신 요구한 금액은 로체스터의 신생 기업이 감당하기에 너무 높았기 때문에, 이스트먼 사는 일단 700달러를 주고 뉴욕 주 먼로 카운티의 공장에 대한 인가만 얻었다. 이후 1888년과 1889년에 회사의 재정적 자원이 좀더 넉넉해지자 이스트먼은 휴스턴과의 협상을 재개했는데, 이번에 휴스턴이 요구한 금액은 3만 달러였다. 이스트먼은 힘겨운 협상을 거친 끝에 1889년 봄, 5천 달러에 휴스턴의 특허를 사들이는 데 성공했다. 이와 같은 특허 매입은 롤 필름 사진술과 관련된 사실상 모든 특허를 보유하려는 그의 전략의 일부였는데, 이 전략은 나중에 대중 아마추어 시장에서 이스트먼 코닥 사가 지배적인 위치를 점하게 되는 데 중요한 기여를 했다.

1년 좀 못미치는 기간 동안의 연구개발 작업의 결과, 이스트먼과 워커는 바르네르크 롤 필름 시스템을 크게 개량한 버전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렇게 새로운 시스템이 마련되자 이스트먼 사는 회사를 재정비해 새로운 방향성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1884년 10월 이스트먼과 스트롱은 파트너쉽 계약을 해제하고 이스트먼 사진 건판 및 필름 회사(Eastman Dry Plate and Film Company)라는 새로운 회사를 만들었다. 이 회사는 세 명의 대주주 ― 스트롱, 이스트먼, 워커 ― 와 여덟 명의 소주주 ― 스트롱 혹은 이스트먼과 안면이 있는 로체스터 사업가들 ― 로 구성되었다. 이 회사의 새로운 방침을 잘 보여주었던 사건은 1885년 3월에 그동안 마케팅을 담당했던 앤쏘니 사와의 계약관계를 끊고 독자적인 판촉 부서를 만든 것이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워커는 이 해 5월 런던으로 떠나 소호 광장에 유럽 회사들을 상대하는 도매 상점을 열고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로써 이스트먼 사의 국제적 영업이 시작되었다.

1884년 말이 되자 관심은 새로운 필름 시스템의 생산 설비 쪽으로 옮겨졌다. 이스트먼 사는 롤 홀더 생산의 경우 하청을 주기로 했다. 워커와 이스트먼이 만든 실험적 롤 홀더의 케이스를 마련해 주었던 지역의 목수인 프랭크 브로우넬(Frank A. Brownell)이 자신의 작업장에서 케이스의 제작과 롤 홀더의 조립을 하기로 승낙했다. 그리고 지역의 철물 공장 하나가 홀더에 들어갈 금속 프레임을 생산했다. 비록 애초에 계획했던 대로 1885년 1월에 롤 홀더의 정규 생산이 시작되지는 못했지만, 브로우넬은 1885년 초봄에 이미 생산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러나 표층분리 필름의 생산이 골칫거리였다. 코팅 표면에 기포가 생기는 문제가 도무지 사라지지를 않았고 초기에는 이를 제대로 해결할 수가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롤 홀더의 생산이 시작되자 필름 문제가 더욱 절박하게 부각되었다. 궁지에 몰린 이스트먼은 긴 띠 모양의 매끈한 용지 표면에 감광유제를 직접 코팅해 이 음화지를 필름으로 쓰는 방법을 [임시변통으로] 택했다.(<보충그림 7>) 표층분리 필름이 시판되기 시작한 것은 1885년 말이 되어서였다.

처음에 사진업계의 선두주자들은 새로운 시스템에 호의적으로 반응했다. 이스트먼과 워커의 시스템은 1885년 늦봄에 열린 런던 발명 박람회의 사진 부문에서 최고상을 받았다. 이 해 8월과 9월쯤이 되면 미국과 영국의 사진 잡지들 대부분이 이 시스템, 그 중에서도 특히 롤 홀더를 추천하고 있었다. 레온 바르네르크는 워커와 이스트먼의 롤 홀더에 대한 가장 주목할 만한 리뷰들 중 하나를 썼는데, 거기서 이것이 자신의 발명품과는 "다른 구조를 가진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또 이렇게 썼다. "이 장치의 메커니즘 세부사항들은 모든 이들의 찬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것은 호환가능 시스템에 입각해 만들어져, 동일한 규격의 장치들이 많이 생산된다면 매우 유용할 것이다. 그것은 미국인들이 특수목적 공작기계를 만들 때 하던 버릇 그대로 고안되고 만들어졌다." 바르네르크는 워커와 이스트먼이 만든 장치의 독창성을 인식했고, 홀더가 대량생산과 호환가능 부품의 목적에 맞게 설계되었음을 간파했음이 분명하다. 이 시스템에 대해 "창의적인 시스템"이니 "지금까지 사진술에 도입된 메커니즘 가운데 가장 완벽한 것들 중 하나"니 하는 열광적 찬사들도 따라붙었다. 그러나 이러한 열광이 대체로 롤 홀더 메커니즘에 국한된 것이라는 게 문제였다.

필름에 내재한 문제점은 이 시스템이 널리 수용되는 데 있어 계속 심각한 장애물이었다. 초창기에 이 시스템과 함께 판매되었던 음화 종이 필름은 사용하기 간편하다는 장점은 있었지만 이 필름을 써서 만든 사진은 유리판 음화로 만든 사진에 비해 상당히 질이 떨어졌다. 그리고 조금 후에 시판되기 시작한 표층분리 필름은 우수한 품질의 사진을 만들어내긴 했지만 조작이 복잡해 전문 사진가들까지도 불평을 털어놓을 정도였다. 표층분리 필름을 처리하는 과정은 너무 복잡하고 섬세해서 ― 현상하고 물에 담가 젤라틴 필름을 벗겨낸 후 고무롤러로 물기를 제거해 니스칠을 하는 데까지 ― 2년간에 걸쳐 표층분리 필름에 대한 소소한 개선과 판촉 활동이 이루어졌음에도 전문 사진가들은 롤 필름 시스템이 너무 복잡하다며 여전히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스트먼은 자신의 롤 필름 시스템이 실패로 돌아갔음을 깨닫기 시작했다.
 

III. 롤 필름에서 코닥 시스템으로
 

롤 필름 시스템의 개발은 그 부산물로 몇 가지 새로운 매출 및 이윤의 원천을 낳았다. 이스트먼 사는 연속 공정을 써서 음화 종이 필름을 생산해 본 경험을 통해 공장에서 감광처리된 양화 인화지를 대규모로 생산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미국에서 그런 인화지를 처음 생산한 회사들 중 하나였던 이스트먼 사는 연속 흐름 공정 기계를 써서 감광처리된 종이를 생산하는 길을 개척해 나갔다. 처음에 많은 전문 사진가들은 필요한 인화지를 자기가 직접 감광처리해서 쓰는 데 익숙했기 때문에 이 종이를 쓰기를 주저했다. 그러나 이스트먼 사가 내놓은 고감도 현상지를 쓰면 확대된 사진을 얻을 수 있었고 이는 다시 확대 사진에 대한 수요를 부추겼기 때문에 이스트먼 사의 시장은 점점 커졌다. 확대 사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스트먼 사는 인화 및 확대 서비스도 시작했는데, 고객이 음화 필름을 우편으로 이스트먼 사에 보내면 이스트먼 인화지를 써서 만들어진 보통 크기나 확대된 크기의 사진을 받아볼 수 있었다. 1887년에는 이 서비스가 매일 5천에서 6천 장의 사진을 인화할 정도로 커졌고 이를 위해 기계화된 인화 기법이 이용되었다. 이 해에 감광지 매출은 회사 전체 매출액의 2/3를 차지했다(<표 1>을 보라). 결국 1887년까지 이스트먼 사는 건판과 롤 필름 시스템의 생산에서는 대체로 실패를 맛보았지만 인화지의 생산과 현상 및 인화 서비스 제공에서의 선구적인 지위 덕에 재정의 충실성을 유지하고 있었다.
 

<표 1> 매출액 비율, 1887

장비	비율
종이:    양화 . . . . . . . . . . . . . . . . . . . . . . . .     음화 . . . . . . . . . . . . . . . . . . . . . . . . 장치·기계류 . . . . . . . . . . . . . . . . . . . . 건판 . . . . . . . . . . . . . . . . . . .. . . . . . .	46 20 23 11
SOURCE.―"Eastman Company," George Eastman notebook (Rochester, N.Y.: Eastman Kodak Co., Patent Museum).

조지 이스트먼은 롤 필름 시스템의 실패와 그 결과로 그가 도입했던 핵심적인 개념 변화에 대해 다음과 같이 간결하게 설명한 바 있다. "우리가 필름 사진술 개발 계획을 시작했을 때 우리의 기대는 유리판을 사용하던 모든 사람들[전문 사진가들]이 필름으로 바꿀 거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필름으로 전환한 사람들의 수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사업을 크게 키우기 위해서는 일반대중에게 접근해 새로운 고객층을 창출해야 함을 깨닫게 되었다."

누가 사진술을 할 수 있는가의 관념에 있어서의 이러한 변화는 사진의 역사에서 가장 혁명적인 생각 가운데 하나였다. 이스트먼은 자신이 사진 분야에서 10년 가까이 발명과 생산 활동을 하면서 얻은 경험들에 근거해, 사진술에 필요한 과정을 (1) 감광물질을 생산하는 것, (2) 카메라 안에 든 감광물질을 노출시켜 사진을 찍는 것, (3) 완성된 양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현상, 정착, 인화하는 것의 세 가지 활동으로 나눠 생각했다. 이스트먼 사는 감광물질의 생산과 현상 및 인화의 서비스 기능에 경험이 있었고 특허로 보호받는 사진 시스템[롤 필름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스트먼은 이런 자원들을 이용해 전문가용으로 구상된 롤 필름 시스템을 아마추어 사진 시스템으로 변형시키는 방법을 생각해 냈다. 이 시스템은 조작이 간단한 필름 카메라, 표층분리 필름, 그리고 섬세하고 다루기 힘든 필름을 현상, 인화해 주는 공장 서비스로 이루어질 것이었다.

이스트먼 사는 롤 필름 시스템에 근거한 아마추어 사진 시스템의 필수 구성요소들을 이미 확보하고 있었고, 이제 롤 필름 카메라만 있으면 되었다. 이스트먼은 1880년대 중반쯤 롤 필름을 쓰는 탐정 카메라(detective camera, 젤라틴 건판이 쓰이기 시작하면서 시장에 나온 소형 핸드 카메라들을 가리키던 말로, 일부 사진가들이 이 카메라를 몰래 숨겨다니면서 이용했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를 설계하는 작업을 한 적이 있었지만, 앞서 언급한 표층분리 필름의 문제 때문에 유리판도 넣을 수 있도록 카메라를 개조해야 했다. 이런 시도에도 불구하고 카메라 설계를 위한 그의 최초의 노력은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실패에 굴하지 않고 1887년 여름, 조작이 간단한 롤 필름 카메라를 새로 만드는 작업을 시작했다. 아마 그는 프랭크 브로우넬이나 브로우넬 공장의 사원들로부터 조력을 얻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마추어 카메라의 개념을 생각해 내고 새로운 사진 시스템을 창안한 것은 결국 그의 공로였다. 이 새로운 시스템에서는 사진술과 관련된 복잡한 일들은 모두 생산업체의 손에 맡김으로써, 여섯 살만 넘으면 거의 누구나 간단한 카메라를 가지고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될 것이었다.

1887년 가을에 아마추어 카메라의 설계 작업을 계속 진행하면서, 이스트먼은 사용자들이 쓰기 편하게 만드는 데도 신경을 썼지만 그에 못지않게 카메라 제작이 용이해야 한다는 점에 주의를 기울였다. 이 무렵쯤에 그는 이런 말을 했다. "나는 우리가 탐정 카메라를 개발하면서 얻은 경험을 통해 그것의 제조과정에서 나타나는 어려움을 대부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과거 카메라 개발에서 나타났던 문제는 그것이 잘 작동하는 경우에도 제작 과정에서 항상 어려움을 겪었다는 점에 있었다." 새로운 아마추어 롤 필름 카메라의 특허 출원서에서, 이스트먼은 "제조과정상의 편의와 조립의 용이함"을 고려해 만들어진 설계상의 특정 요소들을 언급하고 있다.

1887년 12월, 이스트먼은 새로 만들어진 카메라에 "코닥(Kodak)"이라는 이름을 만들어 붙였다. 코닥 카메라는 간단한 카메라 상자와 렌즈(<그림 1>), 상자 뒤쪽에 다는 롤 홀더(<그림 2>), 그리고 카메라와 롤 홀더를 모두 담을 수 있는 케이스로 구성되었다. 카메라의 크기는 가로 8.3cm, 세로 9.5cm, 길이 16.5cm로, 당시 막 인기를 끌고 있던 감광판 카메라보다 더 작았다. 최초의 코닥 카메라는 독창적인 렌즈와 셔터 장치를 포함하고 있었다. 여기서 렌즈는 옆면이 네모나게 잘려나간 원통 안에 들어 있었고 이 실린더가 원통 주위로 회전하면서 셔터 역할을 했다(<그림 3>). 그리고 카메라 옆에 달린 작은 버튼이 연속으로 작동하는 셔터를 작동시켰다(<그림 4>). 렌즈 셔터 장치는 로체스터의 바슈롬 광학 회사(Bausch and Lomb Optical Company)에서 제작했는데, 렌즈는 초점거리가 5.7cm인 고정초점 f/8 직선수차 교정렌즈(rectilinear lens)를 썼다.

1888년 1월부터 6월 말까지 브로우넬은 코닥 카메라의 생산을 위한 준비를 했고, 이스트먼은 사용법을 적은 지침서를 만들고 공급 거래처에 관련 문헌을 보내고 적절한 지면에 광고를 게재하는 등의 마케팅 세부사항들을 직접 관리했다. 6월 말에 최초의 코닥 카메라가 생산되었고 7월 초 이스트먼은 미네아폴리스에서 열린 사진업계 연례 총회에서 새 카메라를 선보였다. 총회의 심사위원단은 이에 대해 사진업계의 올해 최고의 발명으로 뽑아 메달을 수여했다.

코닥 카메라는 곧 시장에 나왔고, 100장을 찍을 수 있도록 장전된 필름 롤을 포함해 25달러에 팔렸다. 사진술에 경험이 없는 초심자들도 이제 카메라를 원하는 사물 쪽으로 향한 후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되었다. 필름을 다 쓰고 나서 10달러와 함께 카메라를 공장으로 보내기만 하면 필름을 제거하고 새 필름 롤로 갈아넣은 후 현상된 사진과 함께 다시 집으로 보내 주었다. 이스트먼은 이후에도 종종 인용되곤 했던, "버튼만 누르세요, 나머지는 저희가 해드립니다(You press the button ― we do the rest)"라는 자신의 광고 슬로건 속에 이 시스템의 간편함을 압축해 담아냈다. 이 해 늦여름이 되자 코닥 카메라와 필름에 대한 수요는 좀처럼 흥분하거나 하지 않는 이스트먼까지도 깜짝 놀라게 할 정도로 폭증했다. 그는 "현재 추세로 보아 코닥 카메라는 지금껏 나왔던 이런 종류의 물건들 중에서 최고로 인기있는 상품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아마 이스트먼 사의 대주주였던 헨리 스트롱의 경험이 [코닥 카메라를 처음 접한] 세계 곳곳의 수천 명의 사람들의 경험을 잘 보여줄지도 모르겠다. 이스트만은 한 편지에서 이렇게 쓰고 있다.
 

나는 처음 생산된 코닥 카메라 중 한 대를 스트롱 씨에게 증정했고, 그는 몇 주 전에 타코마 푸짓 만에 여행을 가면서 이 카메라를 가지고 갔습니다. 그가 카메라를 휴대하고 여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그는 마치 산 정상에 올라간 꼬마아이처럼 그것을 가지고 좋아서 어쩔 줄 몰라하더군요. 나는 많은 사진들을 앞에 놓고 그렇게 기뻐하는 사람을 예전에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그는 자신이 직접 사진을 찍는 것이 가능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해 보지 못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스트롱이 그랬던 것처럼 대중은 주어진 기회에 열렬히 호응했고, 곧 생산 설비는 일거리로 넘쳐나게 되었다.

이후 여러 해 동안 코닥 시스템은 전세계적으로 열광적인 반응을 얻어내 사진 산업에서 미국이 주도권을 잡는 데 기반을 마련했다. 한편 코닥 시스템에 걸려 있던 특허들에도 불구하고, 이스트먼 사와 여타 (이스트먼과 직접 관련이 없는) 미국 기업 및 개인들은 여러 가지 중요한 개량과 기능향상을 새로 추가했다. 여기에는 필름의 종이 기층을 니트로셀룰로스로 대체한 것, 암실이 아닌 야외에서도 장전할 수 있는 필름을 개발한 것, 필름 릴의 위치를 초점면 뒤에서 앞으로 옮겨 카메라의 크기를 줄인 것 등이 포함된다. 셀룰로이드 필름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 때문에 1892-93년에는 필름과 카메라 모두의 매출이 급격히 감소하는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지만, 1890년대 중반 이후 이스트먼 사는 곤경에서 벗어났고 경쟁사의 카메라 설계와 롤 필름의 특징에 관한 특허의 대부분을 체계적으로 사들여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수요를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도록 생산 용량을 신속하게 증가시키려 노력했다.

전문가 주도에서 아마추어 주도로의 변화는 사진 산업을 분산적 수작업 생산방식이 두드러졌던 1879년의 모습에서 중앙집중적이고 기계화된 생산방식이 지배적인 1899년의 모습으로 변모시켰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했던 것은, 전문가에서 아마추어로의 주도권 이전이 사진술에서 대중 시장의 출현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는 점이다. 자료의 정확성에 한계가 있긴 하지만, 당시 센서스 자료를 보면 1879년에서 1904년까지 사진용품 매출액이 엄청나게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표 2>를 보라). 이스트먼이 추구했던 새로운 대중 아마추어 시장의 창출과 체계적 특허 전략은 사진 산업에서 대규모 기업이 등장할 수 있는 초석을 놓았고 미국이 이 사업분야에서 국제적 주도권을 잡게 되는 기반을 마련했다.
 

<표 2> 매출액, 1879-1904 (단위: 백만 달러)

	1879	1889	1899	1904
미국 사진용품 및 장치·기계류 생산업체의 제품 총생산액*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이스트먼 코닥 사의 매출액(미국 내)** . . . . . . . . . . .	0.25 …	2.75 0.45	7.80 2.28	13.02 5.13
*U.S. Department of Commerce, Bureau of the Census, Abstract of the Census of Manufacture, 1914 (Washington, D.C.: Government Printing Office, 1917), p. 672. **U.S. v. Eastman Kodak Co., pp. 2565-69.

1879년에서 1889년까지의 10년 동안 사진술은 두 번의 중요한 혁명을 겪었다. 젤라틴 감광유제의 도입과 대중 아마추어 사진술의 등장이 그것이었다. 이 두 가지 혁신은 모두 실제 사진가들의 필요와 통찰, 그리고 변화하는 기술적·경제적 환경이라는 맥락 속에서 일어난 것이었다. 당시 미국 사진업계에 발을 들여놓은 몇 안되는 비전문 사진가들 중 하나였던 조지 이스트먼은 감광물질의 중앙집중화된 공장 생산을 선구적으로 개척했다. 그는 이런 노력 속에서 지속적인 매출과 이윤의 증가라는 목표를 추구했고 "잡다한 경쟁사"들의 시장 진입을 막는 대규모의 기계화된 생산 전략을 밀고 나갔다. 그러나 이스트먼은 사진 건판 사업에서 자사의 시장 입지가 좁아진 것을 깨달았고 이것이 그가 추구해 온 경제적 목표에 어떤 함의를 갖는지를 인식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그는 1883년 말부터 1884년 초까지 젤라틴 유리 건판 시스템을 대체하면서 특허에 의해 잘 보호되는 새로운 사진 시스템을 개발하려 하였다. 그러나 그와 워커가 개선을 거듭해 특허를 출원한 후 마침내 시장에 내놓은 대안적 시스템은 필름의 결함 때문에 전통적 시장, 즉 전문 사진가들 사이에서 상업적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다시한번 실패에 직면한 이스트먼은 전문가에서 초심자로 사진술 실행의 주도권을 옮겨놓는 핵심적인 개념 전환을 해냈다. 이와 함께 그는 시장을 재설정했고 이를 위해 필요한 장치와 용품들의 설계를 정의했다. 그의 회사가 감광물질의 생산과 사진 마무리 서비스에서 얻은 자원과 경험을 기반으로, 이스트먼은 초심자들이 쓸 수 있는 카메라를 설계하는 데 집중하여 실패를 맛보았던 롤 필름 시스템을 엄청난 인기를 누린 코닥 시스템으로 바꿔놓음으로써 롤 필름 시스템을 "수렁에서 건져냈"다.

이스트먼은 자신이 사진 산업에 발을 들여놓을 때 가지고 들어왔던 중요 혁신들과 특허 전략을 변형해 이용함으로써, 마침내 그가 자신과 자신의 회사에 대해 애초에 설정했던 목표의 달성을 훨씬 넘어서는 성공을 거두었다. 이러한 성취는 당대의 사진 기술에 대한 이스트먼과 워커의 정통한 이해, 공동작업에서 드러난 그들의 기술적 능력, 이스트먼의 야심적인 사업 목표와 전통적인 기술적 틀 속에서 그들이 처음 맛보았던 실패, 그리고 기술과 시장간의 상호관계를 고려한 이스트먼의 인식 등이 함께 작용한 결과물이었다. 이스트먼은 이 중 후자[기술과 시장간의 상호관계에 대한 이해]를 통해 자신의 기술적 자원과 사업 자원을 연이어 개편하면서 방향을 다시 설정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결국 대중 아마추어 시장을 인식해 이를 성공적으로 공략할 수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