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에는 과학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인간이 자연을 '통제'하는 능력이 비약적으로 향상되었다. 물리학에서는 아원자 세계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원자핵을 쪼개어(혹은 합쳐) 엄청난 에너지를 방출시키는 반응을 인위적으로 만들어냈고, 이는 2차대전 이후 핵무기와 상업적 원자력발전을 낳았다. 화학에서는 그 전까지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았던 수많은 새로운 물질들을 합성하고 이를 생산하는 산업 공정을 개발했다. 19세기 후반에 합성염료 생산에서 시작한 화학산업은 20세기로 접어들면서 각종의 의약품이나 합성고무, 플라스틱 등의 산업 대체물질로 그 범위를 넓혀 갔고, 시장에는 전례없이 많은 수의 새로운 합성화학물질들이 쏟아져들어오기 시작했다.

합성살충제는 화학산업이 낳은 '경이의 신물질' 가운데 하나였다. 물론 합성살충제 도입 이전에도 농작물을 해치고 질병을 매개하는 해충을 구제하려는 시도는 줄곧 있었고, 19세기말이 되면 국화꽃에서 추출한 살충 성분인 제충국과 비소계 살충제인 파리그린(Paris green), 비산납 등이 많이 쓰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들 살충제는 천연물질로 제조되어 가격이 비싸거나 곤충 이외의 다른 생명체(인간을 포함해서)에도 강한 독성을 보이는 등의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2차대전기에 널리 쓰이지 시작한 DDT를 필두로 한 일군의 합성살충제들은 이런 문제가 없이 해충 구제 문제를 일거에 해결해 준 "마술같은" 물질로 칭송받았다. 그러나 전후 진보의 상징과도 같았던 합성살충제는 불과 10여년만에 생태계와 인간에 해를 끼치는 주범으로 낙인이 찍히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레이첼 카슨의 기념비적 저작인 『침묵의 봄』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세계대전과 살충제 이용의 확대
 

20세기 이전에도 살충제를 가지고 해충을 구제하려는 시도는 이미 있었다. 그러나 20세기 전반기에 일어난 두 차례의 세계대전은 이러한 시도의 규모를 전례없는 수준으로 확장시켰다. 1차대전기에 미국에서는 화학적 살충제의 종류가 늘고 이용이 크게 확대되었는데, 이는 두 가지 요인에 힘입은 것이었다. 먼저 전쟁기의 물자 부족과 전염병 창궐 사태가 곤충에 대한 경각심을 높인 것이 크게 작용했다. 전쟁 시기에는 폭발물 제조나 그 외 군복, 텐트, 붕대의 생산 등에 쓰이는 면화의 수요가 크게 증가했는데, 때마침 미국 남부 지방에서 면화씨바구미가 창궐해 큰 피해를 입혔다. 이로 인해 면화 가격이 급등하자 곤충학자들은 비산칼슘을 새로운 살충제로 내놓았고 농부들은 이를 열광적으로 수용했다. 또한 전쟁 시기에 유럽에서는 이에 의해 전염되는 발진티푸스가 크게 유행해 수백만 명의 사망자를 냈는데, 이는 전염병의 매개체로서의 곤충에 대한 인식을 제고시켰다.

둘째로 전쟁 중에 교전 양측이 모두 사용한 독가스가 살충제의 개발과 영향을 미쳤다는 점도 중요했다. 1915년 4월 독일이 영국군에 대해 염소 가스 공격을 가하면서 시작된 화학전(chemical warfare)은 양측의 과학자들이 이에 대항하기 위한 방독면과 더욱 강력한 독가스를 차례로 개발하면서 군비경쟁의 양상을 띠었다. 미국에서는 국가연구위원회(National Research Council)가 독가스 연구를 담당했고, 1918년에는 관련 조직이 화학전 부대(Chemical Warfare Service)라는 이름으로 일원화되었다. 그런데 새로운 독가스를 개발하는 과정에서는 기존에 쓰이고 있던 살충제들(시안화수소나 비소계 살충제)이 유력한 후보 물질로 많이 고려되었고, 또 전쟁 중에 개발된 독가스가 전쟁이 끝난 후 살충제로 용도가 바뀐 것(클로로피크린)도 있었다. 즉, 독가스와 살충제는 경우에 따라 서로 바꿔 쓸 수 있는 물질이었던 것이다.

양차대전 사이의 기간 동안 살충제 이용은 더욱 증가했다. 1차대전을 거치면서 많은 사람들은 해충 구제가 일종의 '전쟁'이며, 해충은 마치 적군처럼 '근절'하거나 '박멸'해야 하는 대상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했고, 이러한 군사적 비유는 살충제의 확산에 큰 영향을 미쳤다. 전쟁 후 비인간적인 전쟁 형태를 옹호한다는 비난을 받은 화학전 부대가 이미지 쇄신을 위해 독가스를 '평화적' 용도 ― 살충제를 포함해서 ― 로 전용하려는 노력을 기울인 것도 한 요인이 되었다. 1920년대에는 살충제를 비행기에 싣고 날아가면서 살포하는 항공 방제 방법이 새로 도입되기도 했다.

2차대전기에는 1차대전 때 시작된 여러 경향들이 훨씬 더 증폭된 형태로 나타났다. 해충을 독일군이나 일본군에 비유하면서 이들을 동시에 박멸해야 하는 대상으로 간주하는 군사적 비유가 이 시기에 절정에 달했다. 아울러 해충 방제의 필요성이 더욱 절실하게 대두되었다. 식량 가격과 면화 가격 상승으로 살충제 수요가 크게 증가했고, 북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 등 열대 내지 아열대 지역이 주된 전장(戰場)이 되면서 모기가 전염시키는 말라리아가 심각한 군사 작전상의 문제로 대두되었다. 시칠리아에서는 전투로 사망한 사람보다 말라리아로 사망한 사람이 더 많았을 정도였고, 태평양 전선의 여러 전투에서 미군이 초기에 패퇴한 것도 말라리아의 영향이 컸다. 전시의 '영웅'이자 원자폭탄과 함께 2차대전의 두 가지 상징 가운데 하나로 꼽히기까지 했던 DDT는 이러한 배경에서 등장했다.
 

DDT의 등장과 전후의 합성살충제 이용
 

디클로로디페닐트리클로로에탄, 줄여서 DDT라고 불리게 된 합성살충제는 원래 1873년에 오스트리아에서 화학박사 학위논문을 쓰던 오트마르 자이틀러라는 한 대학원생이 최초로 합성해 낸 물질이었다. 그는 DDT의 많은 성질에 대해 기술(記述)하고 상업적인 생산 방법까지 개발했지만 살충제로서의 효과는 알아채지 못했고, 이내 DDT는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져 버리고 말았다.

DDT의 살충 효과를 밝혀낸 사람은 스위스 가이기(Geigy) 사에서 근무하던 화학자 파울 뮐러(1899-1965)였다. 뮐러는 1935년부터 효과적인 살충제를 개발하는 연구에 뛰어들었다. 그는 연구에 착수하면서 이상적인 살충제가 충족시켜야 하는 성질을 목록으로 정리했다. 즉, 곤충에게는 빠르고 강력하게 작용하지만 온혈 동물이나 식물에는 독성이 없어야 하고, 자극적인 냄새가 나지 않아야 하며, 값이 싸야 한다는 것이었다. 여기에 그는 되도록 많은 종류의 곤충에게 효과가 있어야 하고 오랫동안 작용할 수 있도록 화학적으로 안정해야 한다는 두 가지 성질을 추가했다(불행히도 뮐러가 추가한 두 가지 성질은 나중에 생태계에 재앙을 야기한 씨앗이 되었음이 밝혀지게 된다). 뮐러는 4년 동안 350가지의 화합물을 합성해 집파리에게 실험하는 일을 끈기있게 되풀이했고, 결국 1939년 겨울에 DDT라는 물질이 자신이 설정한 조건들을 거의 모두 충족시키는 이상적인 살충제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가이기 사는 1940년 초 DDT의 살충 효과에 대한 특허를 출원했고 1942년부터 DDT가 섞인 살충제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당시 스위스는 중립국이었으므로 가이기 사는 중립을 지키기 위해 DDT의 개발 사실을 미국, 영국, 독일 정부에 모두 통보했다. 이에 따라 각국 정부는 DDT의 생산에 나서게 되는데 이 중 DDT를 가장 열성적으로 받아들인 나라가 미국이었다. 가이기 미국 지사로부터 DDT 샘플을 전달받은 미 농무부의 과학자들은 실험을 통해 DDT가 낮은 농도에서도 이와 모기에 대해 오랫동안 독성을 발휘한다는 사실을 알아냈고, DDT를 충분히 희석해서 사용하면 인체에는 해가 없을 거라고 결론을 내렸다. 1943년부터 미국은 DDT 생산을 급격하게 증가시켰고, 이는 그 해 12월에 연합군이 점령하고 있던 이탈리아의 나폴리에서 번지기 시작한 발진티푸스를 잠재우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겨울철에 발진티푸스의 창궐을 중단시킨 것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DDT는 태평양 전선에서도 말라리아모기 구제에 놀라운 위력을 발휘했는데, 이곳에서는 화학전 장비나 비행기를 이용해 DDT를 대량으로 살포하는 방법을 썼다. 뮐러는 DDT의 개발을 통해 전쟁 기간과 그 후에 수많은 시민의 목숨을 구한 공로를 인정받아 1948년에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2차대전이 끝난 후 DDT는 열대 지방에서 말라리아를 퇴치하는 공공보건 용도로 널리 쓰이기 시작했다. 효과는 매우 극적이었다. 1943년 베네수엘라에서는 말라리아 환자가 800만 명 이상 발생했지만, 15년 후 그 숫자는 불과 800명으로 줄었다. 1935년에 천만 명 이상의 말라리아 환자가 발생했던 인도에서는 1969년에 28만 6천 명의 환자만이 보고되었다. 오늘날 세계보건기구(WHO)는 DDT 덕분에 말라리아로부터 5천만∼1억 명의 인명을 구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아울러 DDT는 미국 같은 선진국에서 농작물을 해치는 해충을 구제하는 용도로도 쓰였다. 당시 전세계에서 생산하는 농작물의 1/3 가량이 해충 때문에 사라지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었고, 농부들은 손실을 줄이고 농업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DDT와 같은 합성살충제의 사용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전쟁 시기에 맹위를 떨쳤던 군사적 비유는 이후에도 해충의 '박멸'을 부추기는 역할을 했고, 합성살충제는 공공보건과 농업뿐 아니라 가정에서 정원이나 집 안의 해충을 죽이는 용도로도 흔히 쓰이게 되었다. 미국에서 합성 살충제의 생산량은 1947년에 55,800톤에서 1960년에는 287,000톤으로 무려 다섯 배나 증가했다.

그러나 DDT가 본격적으로 사용된 지 불과 몇 년 지나지 않아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했다. DDT가 제기한 문제는 크게 두 갈래였다. 먼저 곤충들이 DDT와 같은 합성살충제에 내성을 갖게 되었다는 사실이 점차로 알려졌다. 마구잡이로 살포된 DDT는 파리나 모기 같은 곤충들이 빠른 속도로 내성을 갖게 만들었고, DDT로 인해 천적마저 죽어버림으로써 살충제 살포 중단 후 해충이 오히려 더욱 창궐하는 경우도 생겨났다. 효력이 떨어진 DDT를 대신해 앨드린, 디앨드린, 클로르데인, 헵타클로르, 파라티온, 말라티온 등 독성이 DDT보다 수십 배 이상 강한 살충제들이 차례로 도입되었다.

그러나 이런 식의 해법은 두 번째 문제, 즉 DDT와 같은 합성살충제가 해충 이외의 야생생물에게도 해를 끼친다는 사실을 더욱 악화시켰다. 1950년대에 미국 곳곳에서는 살충제가 대량으로 살포된 지역에서 조류를 비롯한 야생동물과 애완동물이 해를 입은 사례가 발생해 당국에 대한 주민들의 항의가 잇따랐다. 사람들은 집 주위에 흔히 보이던 새와 벌 같은 익충들이 사라지고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는 것을 보면서 불안감을 느꼈다. 특히 미국인들이 봄을 알리는 새라며 크게 아끼던 울새와 미국을 상징하는 동물인 흰머리독수리의 개체수가 급감한 것은 경종을 울린 사건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제기에 대해 방제 당국은 DDT가 곤충 이외의 생명체에 유해하다는 증거는 없다며 고압적인 태도로 일관했고 이는 살충제의 유해성을 둘러싼 전문가들간의 논쟁을 촉발시켰다. 베스트셀러 작가였던 레이첼 카슨(1907-1964)은 이러한 상황을 보면서 문제의식을 느끼고 살충제에 관한 책을 쓰려고 결심하게 된다.
 

레이첼 카슨과 『침묵의 봄』
 

카슨은 이미 열한 살 때부터 어린이 잡지에 자신이 쓴 글을 싣고 고료를 받았을 정도로 문학적 재능을 인정받은 소녀 작가였다. 그녀는 이런 소질을 살려 펜실베니아여자대학 영문학과에 입학했으나, 3학년 때 전공을 생물학으로 바꾸었다. 대학을 졸업한 후 그녀는 존스홉킨스 대학원에서 해양생물학으로 석사학위를 받고 1936년부터 1952년까지 연방정부 기구인 어류야생생물청(Fisheries and Wildlife Services)에서 근무했다. 그녀는 이곳에서 일하는 동안 자연과학의 전문지식과 문학적 감수성을 훌륭하게 결합한 글들을 썼고, '해양 3부작'으로 일컬어지게 되는 『해풍 아래서』(1941), 『우리를 둘러싼 바다』(1951), 『바다의 가장자리』(1955)를 차례로 발표해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특히 『우리를 둘러싼 바다』는 카슨의 명성을 절정에 달하게 한 해양생물학의 명저로, 출간 후 무려 86주 동안 베스트셀러의 자리를 지켰고 미국에서만 100만 부 이상이 팔렸다.

그녀는 1956년경부터 살충제 문제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 무렵 미 농무부는 동부 삼림지대의 매미나방과 남부 지역의 불개미를 '박멸'한다는 계획 하에 수백∼수천만 에이커에 달하는 방대한 면적에 DDT를 공중 살포하려 하고 있었다. 이러한 계획은 해당 지역 주민들의 항의와 법정소송 사태를 낳았는데, 지인(知人)들을 통해 이 소식을 듣고 분노한 카슨은 합성살충제의 문제점에 관한 기존의 과학적 연구성과들을 정리해 일반인을 위한 책을 쓰기로 결심했다. 그녀는 건강 악화와 싸우면서 4년간에 걸쳐 힘겹게 집필을 이어갔고, 마침내 1962년 6월부터 책의 요약본이 ≪뉴요커≫지에 연재되기 시작했다. 연재 당시부터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카슨의 책 『침묵의 봄』은 같은 해 9월에 출간되었다. 이 책은 즉시 베스트셀러가 되어 그 해 말까지 10만 6천 부가 팔려나갔으며, 카슨이 죽기 전까지 100만 부가 판매되었다.

『침묵의 봄』에서 카슨은 합성살충제가 자연계와 인간에게 미치는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고 대안적인 접근 방법을 제안하려 했다. 그녀는 당시 일반인들에게 친숙했던 방사능 낙진에 비유해 살충제의 독성을 설명했고, 살충제가 특히 미국인이 사랑하는 새들에게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나중에 살충제는 먹이사슬을 따라 독성이 축적되며, 매나 독수리 같은 새들의 알 껍질을 얇게 만들어 생식을 방해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책의 후반부에서는 사람들이 먹는 대부분의 음식 속에 살충제가 남아 있음을 폭로하면서 살충제와 암과의 연관성을 깊숙이 파헤쳤다. 카슨은 그간 살충제의 문제점이 제대로 지적되지 않았던 이유로 농무부, 화학회사, 대학의 화학자들이 유착관계로 맺어져 있다는 점을 들었다.

카슨의 문제제기는 살충제가 전적으로 안전하며 인류의 복지를 위한 물질이라는 생각에 젖어 있던 기성 집단들의 반발을 불러왔다. 몇 안되는 카슨의 지지자들을 제외하고는 화학산업계, 정치권, 언론, 과학계 할 것 없이 온통 카슨에 대한 비난 일색이었다. 화학산업계는 25만 달러를 들여 카슨의 주장을 반박하는 홍보 프로그램을 가동했고, 전 농무부 장관이었던 에즈라 벤슨은 카슨이 "필시 공산주의자일 것"이라고 공격했으며, ≪타임≫과 같은 언론도 카슨이 "감정적으로 부정확한 분노"를 표출했다며 비난했다. 과학계는 자신들이 화학회사의 연구자금을 받고 전문직업적 객관성을 팔아넘기는 집단이라는 암시에 대해 분개했고, 여성이면서 학계의 '아웃사이더'인 카슨이 자신들도 아직 합의를 보지 못한 문제를 놓고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책을 써낸 데 거부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화학산업계가 주도한 노골적인 반격은 오히려 역효과를 내 카슨과 환경운동가들에게 지지를 몰아주는 결과를 가져왔다. 여기에 케네디 대통령이 지시한 대통령 과학자문위원회의 특별 패널이 1963년 5월에 카슨을 조심스럽게 지지하는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카슨의 주장은 더욱 탄력을 얻게 되었다. 그러나 카슨은 자신이 붙을 붙인 운동이 이뤄낸 성과를 보지 못한 채 1964년 4월에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침묵의 봄』 이후
 

『침묵의 봄』은 합성살충제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었고, 더 나아가 현대 환경운동을 태동시킨 기폭제 역할을 했다. 1960년대 미국에서는 지역별로 DDT 등의 합성살충제를 이용하는 항공방제에 반대하는 시위와 법정소송이 이어졌고, 지자체들은 자체적으로 조례 등을 제정해 특정 살충제의 사용을 금지했다. 아울러 오두본협회 등 환경단체들의 회원이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그린피스 같은 새로운 환경단체도 생겨났다. 1970년 4월 22일에는 제1회 지구의 날 행사가 열렸고, 같은 해에 환경문제를 전담하는 연방기구인 환경보호청(EPA)이 창설되었다. 환경보호청은 설립 직후인 1972년에 DDT의 사용금지 조치를 내렸다. 무엇보다도 카슨은 화학산업이 대변하고 있던 진보에 대한 확신에 경종을 울렸고 이는 과학기술을 바라보는 비판적 시각을 불러일으키는 데 일조했다.

그러나 카슨의 기여를 둘러싼 논쟁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DDT의 사용금지는 스리랑카와 같은 개발도상국에서 말라리아의 창궐을 다시 불러왔고, 이는 금지조치가 너무 성급했다는 반론과 함께 말라리아의 위협과 살충제의 위협 중 어느 쪽을 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하는 논쟁을 야기했다. 인도나 중국 같은 국가들에서는 오늘날까지도 많은 양의 DDT가 사용되고 있는데, 이들 나라에서 DDT 사용을 계속 허용해야 하는지 여부는 여전히 국제사회의 치열한 논쟁거리다.
 
 
 
 

출전: <OK논구술.net> 2005년 1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