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컴퓨터는 사회 곳곳에 스며들어 사람들이 수행하는 거의 모든 활동을 매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는 컴퓨터를 이용해 업무를 수행하고, 취미 생활을 즐기며, 네트워크를 통해 필요한 정보를 얻고, 더 나아가 이를 매개로 의사소통을 한다. 컴퓨터는 이제 모든 곳에 편재(遍在)하는 공기와도 같은 필수적인 존재가 되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해 보면 많은 사람들이 컴퓨터의 역사에 관심을 갖는 것이 썩 어색하지 않게 여겨진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컴퓨터의 역사, 하면 하드웨어의 역사를 떠올린다. 집채만 하던 2차대전 직후의 대형 컴퓨터가 1960년대 이후 탁자만한 크기의 '미니'컴퓨터로 발전했고, 그것이 다시 오늘날처럼 책상 위에 올려놓고 쓸 수 있는 '마이크로'컴퓨터(나중에 IBM에 의해 '퍼스널 컴퓨터'라는 이름이 붙여졌다)로 진화해 왔다는 것이다. 이런 통념을 뒷받침하는 것이 교과서 등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세대별 구분이다. 이는 핵심 소자가 무엇인가에 따라 컴퓨터의 발전 단계를 대략 10년 단위로 1세대(진공관)-2세대(트랜지스터)-3세대(IC)^*-4세대(LSI)^**-5세대(VLSI)^#와 같이 나누는 것으로, 세대가 거듭되면서 컴퓨터의 크기는 작아졌고 연산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는 생각을 담고 있다. 인텔 사의 창립자인 고든 무어가 제창했다는 일명 '무어의 법칙'(18개월마다 하드웨어의 성능이 대략 두 배로 증가한다는) 역시 그러한 생각과 궤를 같이한다.

그러나 컴퓨터의 역사를 하드웨어 중심으로 이해하는 이러한 사고방식이 과히 틀린 것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는 디지털 컴퓨터가 왜 특정한 시기에 개발되고 발전했으며 어떻게 해서 오늘날과 같은 형태를 갖추게 되었는가 하는 좀더 흥미로운 문제에 대한 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해서는 2차대전 이후 컴퓨터의 발전을 추동한 사회적, 문화적 맥락이 어떠한 것이었는가를 시기별로 추적해 보아야 한다.
 

2차대전기의 탄도 계산과 디지털 컴퓨터의 등장
 

역사상 최초의 범용(汎用) 디지털 컴퓨터가 2차대전 중에 개발된 에니악(ENIAC)이라는 사실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컴퓨터의 역사에 조금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에니악의 개발이 군사적 요구에서 비롯되었으며, 대포의 탄도 계산을 빠른 속도로 해내야 하는 필요성 때문에 개발이 추진되었다는 점도 알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탄도 계산을 위해 왜 디지털 컴퓨터가 필요했는지를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다. 생각해 보라. 대포의 포탄은 중력을 받고 포물선 궤적을 그리며 날아간다. 따라서 탄도 계산은 포탄의 초속도와 발사각, 중력가속도 값만 알면 중학교 수준의 물리 지식만 가지고도 쉽게 풀 수 있는 문제다. 그런데 이런 '간단한' 계산을 위해 왜 고성능 디지털 컴퓨터가 필요했던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 계산은 결코 간단한 것이 아니었다. 포탄의 발사가 진공상태와 같은 이상적인 상황에서 이뤄지지 않는 탓이다. 2차대전기에 쓰였던 대포들은 사정거리가 대략 1마일 전후였는데, 이를 정확히 조준하기 위해서는 초속도와 발사각 외에 맞바람의 세기, 옆바람의 세기, 포탄 외장재의 종류, 기압, 심지어 해당 지역의 위도에 따른 중력가속도 값의 미세한 편차까지도 고려에 넣어야 했다. 그래서 전장(戰場)에서 작전을 펼치는 포병들은 맞바람, 옆바람, 기압 등을 측정한 후 수첩만한 크기의 탄도 테이블(대략 3,000개 정도의 탄도 수록)에서 원하는 탄도를 찾아 포를 조준, 발사했다. 그러한 탄도 테이블이 없이는 대포가 있어도 사실상 무용지물이었기 때문에 대포를 전장에 보급하기 전에 3,000여개의 탄도를 미리 계산해서 탄도 테이블을 함께 제공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이러한 탄도를 계산하려면 7개의 변수를 가진 미분방정식을 풀어야 했는데, 대학 초급 수준의 미적분학 지식을 갖춘 사람이 탁상용 덧셈기를 가지고 이 방정식 하나를 푸는 데 꼬박 하루가 걸렸다(당시에는 이런 계산을 하는 사람을 두고 'computer'라고 불렀다). 따라서 100명의 'computer'가 열심히 계산을 하면 한 달 걸려 탄도 테이블 하나를 만들 수 있는 셈이었다. 한편 미국의 전기공학자인 바네바 부시가 1928년에 개발한 아날로그 컴퓨터인 '미분 분석기(differential analyser)'를 가지고도 같은 계산을 할 수 있었는데, 당시 미국에 몇 대 없던 이 기계는 방정식 하나를 푸는 데 10-20분 정도가 걸렸고 탄도 테이블 하나를 만드는 데는 역시 한 달 내외가 소요되었다. 각종의 신무기들이 쉴새없이 쏟아져 나오던 2차대전기의 상황을 감안하면 이는 너무나 느린 속도였다.

1943년 봄부터 펜실베니아대학 무어 공대(Moore School)의 물리학자 존 모클리와 젊은 전기공학자 J. 프레스퍼 에커트(당시 24세)가 최초의 디지털 컴퓨터 개발에 나서게 된 것은 바로 이러한 배경에서였다. 에커트와 모클리는 진공관을 써서 기존의 아날로그 컴퓨터보다 훨씬 빠른 디지털 컴퓨터를 만들 수 있다고 믿었고, 군대로부터 50만 달러의 예산을 지원받아 컴퓨터 제작에 나섰다. 그들은 애초의 마감시한을 넘어 전쟁이 끝난 후인 1945년 11월에야 에니악을 완성할 수 있었다. 에니악은 18,000개의 진공관, 70,000개의 저항, 10,000개의 축전기, 6,000개의 스위치, 1,500개의 릴레이를 사용했고, 가로세로가 9미터×15미터인 방을 가득 채우고 무게가 30톤이나 나갈 정도로 거대했으며, 150KW라는 무지막지한 전력을 소모하는 괴물 같은 기계였다.

에니악은 탄도 계산뿐 아니라 다른 어떤 공학적 문제에도 응용할 수 있는 범용 컴퓨터였다. 일례로 에니악이 만들어진 후 가장 먼저 했던 계산 중 하나는 수소폭탄이 이론적으로 가능한가 하는 문제에 관한 것이었다. 그러나 에니악에는 단점도 있었고, 이는 곧 눈에 띄었다. 먼저 에니악은 내부 저장용량이 너무 작다는 한계가 있었다. 에니악 내부에는 겨우 20개의 숫자만을 저장할 수 있었는데, 이 때문에 편미분방정식을 푸는 것과 같은 특정한 문제에 있어서는 심각한 약점을 드러냈다. 또한 에니악은 새로 프로그램을 하기가 너무 번거로왔고, 시간도 최소 반나절에서 며칠 이상씩 걸렸다. 에니악이 배선을 새로 연결함으로써 프로그램을 '입력'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는데, 그런 점에서 에니악은 컴퓨터라기보다는 오히려 수동 전화교환기와 비슷한 외양을 띄었다.

이러한 에니악의 단점을 개선하는 새로운 컴퓨터 개념은 유럽으로부터 망명한 수학자 존 폰 노이만이 제시해 주었다. 그는 에니악 프로젝트 막판에 합류해 프로젝트의 진행을 지켜보면서 에니악의 문제점에 대해 알게 되었고, 1945년 6월에 최초의 프로그램 내장형 컴퓨터인 에드백(EDVAC)의 개념을 정식화했다. 오늘날까지도 컴퓨터 관련 교과목에서 기초 사항으로 제시되고 있는 이 개념에 따르면 컴퓨터는 크게 입력, 출력, 제어, 연산, 기억장치의 5개 부분으로 구성되며, 기억장치에 프로그램과 데이터가 저장되어 있다가 제어장치나 연산장치와 명령이나 데이터를 주고받는다. 이에 힘입어 ENIAC 이후에 설계된 모든 디지털 컴퓨터는 폰 노이만의 프로그램 내장형 컴퓨터의 개념을 따르게 되었다.
 

1950년대의 컴퓨터 개발과 SAGE 프로젝트
 

2차대전이 끝난 후 컴퓨터에 대한 연구개발은 크게 연구용 컴퓨터, 상업용 컴퓨터, 군사용 컴퓨터의 3갈래로 진행되었다. 먼저 폰 노이만은 프린스턴대학 고등연구원(Institute of Advanced Study, IAS)에 자리를 잡은 후 과학 연구용 컴퓨터인 'IAS 머신'을 만들었다. 이 역시 군대의 지원을 받아 제작되었으며, 나중에 IBM이 내놓은 최초 모델인 IBM 701의 모태가 되기도 했다. 그리고 에니악 제작의 주역이었던 에커트와 모클리는 펜실베니아대학을 나와서 상업용 컴퓨터 개발 및 판매를 위한 독자적인 회사를 설립했다. 그들은 개발자금 부족으로 회사를 사무기기 회사인 레밍턴 랜드(Remington Rand)에 넘기는 등 4년여 동안 악전고투를 거친 끝에 1951년 최초의 상업용 컴퓨터인 유니백(UNIVAC)을 세상에 내놓았다. 유니백은 1952년의 대통령 선거전에서 결과를 정확하게 예측해 일반인들에게 컴퓨터의 위력에 대한 깊은 인상을 심어 주었고, 1957년까지 모두 57대가 팔렸다. 이후 상업용 컴퓨터 시장에 뒤늦게 뛰어든 IBM은 뛰어난 판촉 전략을 활용해 대형 컴퓨터 시장을 사실상 장악하게 된다.

그러나 1950년대에 컴퓨터 개발의 첨단을 달렸던 것은 연구용이나 상업용이 아닌 군사용 컴퓨터였다. 그 중심에는 제이 포리스터가 개발한 훨윈드(Whirlwind) 컴퓨터와 이에 기반해 구축된 세이지(SAGE) 방공망이 있었다. 훨윈드 컴퓨터가 구상된 배경을 이해하려면 우리는 다시 전쟁이 한창이던 1943년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당시 미 항공국에서는 공군 조종사 양성을 위해 모의 비행 훈련기를 제작하려 애쓰고 있었다. 전장에서 희생되는 조종사들의 수가 많았고 신형 비행기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었기 때문에 빠른 속도로 조종사를 양성할 필요성이 제기되었는데, 이에 비해 훈련기의 수는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온 것이 모의 비행 훈련기였다. 이는 비행기의 내부를 본떠 만든 기계로, 조종사가 그 안에 들어가 시뮬레이터로 비행기를 '조종'하면 실제로 비행기를 탄 것과 같은 움직임을 보이게 되어 있었다. 가령 조종사가 조종간을 뒤로 당기면 제어 시스템을 거쳐 고도계의 눈금이 상승하는 등 계기반이 변화하고 모터가 작동해 기수를 앞으로 쳐드는 식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훈련 방식에는 비행기 기종마다 별도의 모의 훈련기를 만들어야 하는 약점이 있었다.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항공국 특수기기 제작부서는 1943년 가을부터 모든 비행기를 모방할 수 있는 범용 모의 비행 훈련기를 제작하는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서는 조종사의 동작을 계기반의 데이터나 동체의 움직임으로 변환하여 전달해 줄 수 있는 컴퓨팅 시스템이 필요했다. 이를 개발하는 업무는 제이 포리스터라는 젊은 전기공학자(당시 26세)가 부소장으로 있던 MIT의 서보메커니즘 연구소(Servomechanisms Laboratory)에서 맡게 되었다.

포리스터는 애초에 아날로그 컴퓨터를 제어 시스템에 사용하는 모의 훈련기를 구상했고, 이러한 구상에 기반해 1945년 5월 본격적인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프로젝트의 실무는 MIT의 대학원생이었던 로버트 에버릿이 총괄했다. 그러나 아날로그 컴퓨터로는 모의 훈련기에서 요구되는 실시간(real-time) 컴퓨팅을 해낼 수 없다는 사실이 이내 분명해졌다. 모의 훈련기는 조종사의 동작을 즉각적으로 계기반의 변화나 동체의 움직임으로 변환해 나타낼 수 있어야 했지만, 아날로그 컴퓨터는 그런 일을 하기에는 너무 느렸기 때문이다. 대안을 찾아 나선 포리스터는 전쟁중에 에니악이라는 디지털 컴퓨터가 펜실베니아대학에서 개발되었다는 사실을 뒤늦게서야 알게 되었다.

1946년 초에 그는 실시간으로 작동 가능한 디지털 컴퓨터의 개발로 방향을 선회했고('훨윈드'라는 프로젝트명은 이때 붙었다), 이미 필요성을 상실한 모의 훈련기가 아닌 컴퓨터의 제작 그 자체에 집중하게 되었다. 실시간 작동을 위해서는 당시 가장 빨랐던 컴퓨터보다 적어도 10배 이상 더 빠른 컴퓨터의 개발이 요구되었다. 이 때문에 포리스터 연구팀의 컴퓨터 개발은 다른 연구팀의 몇 배에 달하는 연구비를 쓰면서도 진행이 매우 더뎠고, 항공국의 뒤를 이어 훨윈드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던 해군연구국과 포리스터 사이에는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원래 예상했던 20만 달러의 예산을 무려 40배나 초과한 800만 달러의 예산을 쓰고 기간도 애초의 2년에서 8년으로 길어진 끝에 1951년 봄에 훨윈드 컴퓨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훨윈드는 이후 개발된 자기코어 기억장치(magnetic core memery)를 탑재해 1953년 여름이 되면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안정적인 컴퓨터로 인정받게 되었다. 훨윈드는 에니악의 3배에 가까운 49,000개의 진공관을 쓰고 무게는 250톤이나 나가는 엄청나게 거대한 기계였다.

실시간 컴퓨팅을 구현한 훨윈드의 위력이 유감없이 발휘된 것은 역시 군사적인 응용에서였다. 1949년 8월, 예상을 뒤엎고 소련이 원자탄을 조기 개발했다는 첩보가 전해지면서 미 군부 내에는 소련이 장거리 폭격기에 원자폭탄을 싣고 북극을 넘어 날아와 미국을 공격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조성되었다. 미 공군은 기존의 방공망과 조기경보 체제에 심각한 구멍이 있다는 사실을 새삼 절감하게 되었고,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레이더망의 확충과 컴퓨터에 기반한 지휘통제 본부의 구축을 골자로 하는 계획을 발족시켰다. 이 계획의 과학 자문역을 맡은 MIT의 물리학 교수 조지 밸리는 새로운 지휘통제 본부의 핵심을 이룰 컴퓨터를 찾아나선 끝에 당시 막 시험가동 중이던 훨윈드 컴퓨터를 후보로 낙점했다. 이에 따라 훨윈드 프로젝트는 1951년 해군연구국의 손을 떠나 공군 소관으로 이전되어 최종 완성을 보았다.

훨윈드에 기반한 컴퓨터기반 방공망 구축은 1952년 링컨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시작되어 이후 반자동식 지상방공망(Semi-Automatic Ground Environment), 약칭 세이지(SAGE) 프로젝트로 불리게 되었다. 세이지 방공망은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원자탄을 개발한 맨해턴 프로젝트에 들어갔던 돈의 몇 곱절에 해당하는 80억 달러 이상의 돈을 들여 1963년에 실전배치되었다. 세이지 방공망은 미국 전역을 23개 구역으로 나누고 이들 각각에 지휘본부를 설치한 후 이들간의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각각의 지휘본부에는 훨윈드 컴퓨터의 양산형인 IBM AN/FSQ-7 컴퓨터가 두 대씩 설치되어 구역 내의 레이더 기지, 공군 기지, 비행장 등에서 보내 오는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했고, 지휘 본부에는 백여 명의 공군 요원들이 콘솔 앞에 앉아 브라운관에 나타나는 해당 구역의 방공 상태를 점검했다. 세이지 방공망은 1960년대 초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의 개발로 그 중요성이 크게 퇴색했으나 1980년대 초반까지 계속 가동되었다.
 

군사적 연구개발이 미친 영향
 

이처럼 군사적 목적의 연구개발은 1950년대까지 컴퓨터의 발전을 주도했으며 이러한 경향은 1960년대까지도 계속되었다. 세이지 프로젝트는 프린트기판 회로(printed circuits), 자기코어 기억장치, 대용량 저장장치, 브라운관에 기반한 그래픽 디스플레이 장치 등 숱한 기술적 혁신들을 촉진했고, 이들은 이후 컴퓨터 산업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되었다. 또한 세이지 프로젝트는 소프트웨어 공학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는 데도 일조했다. 세이지 방공망을 위해 전례없는 규모의 소프트웨어 개발이 요구되었기 때문이다. 세이지 소프트웨어 개발에는 1,800명의 전문인력이 1년간 일한 것과 같은 정도의 노력이 경주되었고, 이 때문에 1970년대까지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 중 과거 세이지 프로젝트에서 일했던 사람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었다.

컴퓨터를 구성하는 핵심 소자의 변화에 있어서도 군사적 목적의 이용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1947년 벨 연구소의 존 바딘, 월터 브래튼, 윌리엄 쇼클리가 공동으로 개발한 트랜지스터가 1950년대 후반부터 컴퓨터에서 진공관을 대체해 쓰이기 시작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1959년에는 텍사스 인스트루먼츠(Texas Instruments)의 잭 킬비와 페어차일드 반도체(Fairchild Semiconductor)의 로버트 노이스가 IC의 핵심 공정 개발에 성공하는데, IC의 초기 확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 역시 군대였다. 군대는 미사일, 미사일 방어 시스템, 암호해독 등을 위해 당시 고가의 소자였던 IC를 열정적으로 도입했고 그 덕분에 IC의 판매액은 1963년 5백만 달러에 불과하던 것이 1968년에는 2억 5천만 달러까지 치솟게 된다. 1970년대 이후 PC가 등장하는 데 결정적으로 중요했던 컴퓨터 소자의 확산에 있어서도 군사적 영향은 무시할 수 없는 것이었다. (계속)
 

* IC: integrated circuits(집적회로)
** LSI: large scale integrated(대규모 집적회로)
# VLSI: very large scale integrated(초대규모 집적회로)
 
 
 
 

출전: <OK논구술.net> 2006년 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