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이후 현대과학의 특징 가운데 하나로 흔히 거대과학(big science)의 등장을 꼽는다.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과학 연구의 주체는 대부분 과학자 개인, 혹은 과학자와 몇 명의 동료 연구자 및 조수로 구성된 작은 집단이었다. 그러나 2차대전기의 군사연구를 시발점으로 해서 20세기 후반으로 접어들면, 하나의 과학 연구 프로젝트에 수백∼수천의 전문 연구자와 엔지니어, 테크니션 등이 달라붙어 공동 연구를 수행하는 모습을 비교적 흔히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원자탄 개발을 위한 맨해턴 프로젝트나 1960년대에 인간을 달에 보내기 위해 추진되었던 아폴로 프로젝트, 1990년대 들어 인간의 염기서열 전부를 해독하겠다는 목표를 내걸고 진행된 휴먼게놈 프로젝트 같은 것들이 거대과학의 대표적인 예들이다.

이러한 거대과학 연구에서는 실험기구의 중요성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과거에는 과학자가 자신의 목적에 맞게 실험기구를 적당히 만들어 쓰거나 구입해 쓸 수 있었던 반면, 막대한 자금과 인력이 투입되어야 비로소 만들어질 수 있는 오늘날의 실험기구들은 그런 식으로 과학자 개개인의 입맛에 맞추기가 어려워졌다. 가령 물질의 근본 입자를 탐구하는 고에너지물리학에서 쓰이는 거대 입자가속기의 경우, 건설에 적어도 몇억 달러 이상의 엄청난 돈이 들어가기 때문에 이를 개별 과학자의 필요에 맞게 설계하거나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또한 특정 과학분야에서는 거대한 실험 내지 관측기구의 존재 여부가 해당 분야의 성패를 좌우할 수도 있을 정도로 실험기구에 대한 의존성이 커지는 것을 볼 수 있다.

20세기 천문학에서도 바로 이러한 관측기구에 대한 의존성 증가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 여기서 결정적인 장비는 두말할 것 없이 망원경이다. 19세기 말부터 지속된 망원경의 거대화 경향은 20세기 천문학의 주요한 이론적 발전을 이끈 결정적 단서들을 제공했다. 바꿔말해, 20세기 천문학의 주요 성과들은 관측기구의 거대화가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했고, 이러한 의존성의 심화는 현재로 오면서 더욱 더 커지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경향 속에서 천문학의 거대과학화 현상을 엿볼 수 있다.
 

조지 헤일과 반사망원경의 거대화
 

19세기 내내 관측천문학의 중심은 서유럽이었고, 주요한 천문대는 런던이나 파리 같은 대도시에 위치한 것이 보통이었다. 그러나 1880년경을 기점으로 해서 관측천문학의 중심이 서서히 미국으로 옮겨오게 되는데, 여기에는 두 가지 요인이 작용했다. 우선 유럽이 산업화를 거치면서 대도시의 대기오염이 심해졌고, 이 때문에 망원경으로 관측할 때 시야가 흐려지는 경우가 많이 생겼다. 반면 미국의 서부(특히 높은 산의 정상부)는 아직 개발이 덜 되어 하늘이 맑고 일년 내내 갠 날이 많아 천문대를 새로 세울 후보지로 적격이었다. 그리고 둘째로는 미국 자본주의의 급속한 발전으로 백만장자들이 많이 생겨나면서 이들이 공공 자선활동을 통해 자신의 이미지를 좋게 만들려고 시도한 것이 중요하게 작용했다. 당시 천문대 건설이나 망원경 제작에 돈을 기부하는 것은 고상한 취향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잘 이용해 미국 서부를 관측천문학의 중심지로 탈바꿈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천문학자가 조지 헤일(1868-1938)이었다. 헤일은 새로운 학술지를 창간하는 등 천체물리학을 제도화시키는 데도 큰 역할을 했지만, 부자들로부터 기부금을 받아내어 새로운 천문대와 망원경을 건설하는 데 있어 특히 탁월한 수완을 발휘했다. 그는 시카고대학에 교수로 부임한 지 얼마 안된 1892년에 전차 사업으로 부자가 된 금융가인 찰스 여키스로부터 후원을 받아 직경 40인치의 초대형 굴절망원경을 만들었다. 이 망원경은 시카고 인근에 위치한 여키스 천문대에 설치되었다(이는 현재까지도 굴절망원경으로서는 세계에서 가장 큰 망원경으로 남아 있다).

이후 헤일은 더 맑고 깨끗한 하늘을 찾아 캘리포니아 남부로 장소를 옮기고, 1904년 카네기재단에서 30만 달러의 자금을 얻어 윌슨산 천문대를 창설했다. 윌슨산은 로스앤젤레스를 굽어보는 해발 1,742미터의 산으로, 천문대는 거의 정상부에 세워졌다. 헤일은 먼저 당시 세계 최대의 크기인 직경 60인치(1.5미터)의 반사망원경을 건설하는 작업에 착수했고, 대단히 외지고 원시적인 환경이었던 윌슨산 정상으로 각종의 부품과 장비들을 실어나르기 위해 수년간 악전고투를 벌였다. 사람의 손길이 거의 닿지 않아 변변한 길조차 없었던 곳에 새로 길을 내고, 육중한 망원경 부품들을 당나귀와 수레에 실어 운반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1908년 말에 60인치 망원경을 완성할 수 있었다(1910년에는 완성된 망원경과 천문대를 보기 위해 카네기 자신이 직접 천문대를 방문하기도 했다).

그러나 헤일은 이내 이보다 더 큰 직경 100인치(2.5미터)의 반사망원경 제작에 착수했다. 이를 위해 그는 로스앤젤레스의 사업가인 존 후커로부터 망원경 제작비용으로 4만 5천 달러를 기부받고, 카네기재단에서 모두 60만 달러를 더 지원받았다. 과연 직경이 100인치나 되는 유리 디스크를 부어 만들 수 있을지(만들어진 디스크 내부에 남은 약간의 공기방울도 망원경에는 치명적이었다), 또 이것을 구면 내지 포물면으로 연마해 낼 수 있을지 회의적 시각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대략 6년여에 걸친 연마 작업 끝에 1916년 은판을 입힌 거울이 완성되었다. 거울의 무게만 4톤, 총 무게가 100톤에 달하는 거대한 100인치 망원경(후원자의 이름을 따서 '후커 망원경'이라는 이름이 붙었다)은 1917년 말에 완성을 보았다.

윌슨산 천문대에 새로 자리잡은 60인치, 100인치 반사망원경과 여기에 추가로 설치된 관측 부속장비(간섭계, 분광계 등)은 이내 그 진가를 발휘했다. 할로 섀플리는 1908년부터 10여년 동안 60인치 망원경을 이용해 은하수와 구상성단에 대한 관측 작업을 수행했고, 그 결과 종전까지의 믿음과는 달리 태양은 우리은하의 중심부가 아니라 그곳에서 대략 3만 광년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으며, 우리은하를 구성하는 수천억 개의 별들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결론을 이끌어냈다. 그로부터 몇 년 후 에드윈 허블은 60인치와 100인치 망원경을 가지고 안드로메다자리의 M31 나선성운이 수많은 별들로 구성되어 있고, 이들이 지구로부터 백만 광년 이상 떨어져 있음을 보여 주었다. 이로부터 우주에는 수십억 광년에 걸쳐 수천억 개의 은하들이 있으며 우리은하는 그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것이 점차 분명해졌다.

100인치 망원경이 얻어낸 최대의 성과는 1929년에 찾아왔다. 허블은 성운에서 나오는 별빛의 스펙트럼이 적색편이를 보인다는 이전의 연구결과를 이미 알고 있었다(이는 도플러 효과에 의한 것으로, 우리에게 다가오는 천체에서 나오는 빛은 푸른색이 강조되어 보이고 멀어지는 천체에서 나오는 빛은 붉은색이 강조되어 보인다). 그런데 이 해에 허블은 성운이 희미하게 보이면 보일수록 그 성운에서 나오는 별빛 스펙트럼의 적색편이는 더 크게 나타난다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만약 더 희미한 성운이 지구로부터 더 멀리 떨어져 있다고 가정하고, 또 적색편이의 정도는 지구로부터 멀어지는 속도를 나타낸다고 하면, 이는 곧 멀리 떨어진 성운일수록 지구로부터 더 빨리 멀어지고 있음을 의미하게 된다. 이러한 발견으로부터 20세기 천문학에서 가장 놀라운 발견 중 하나인 '팽창하는 우주'의 관념이 도출되었다.

100인치 망원경의 성공에 고무된 헤일은 건강상의 이유로 윌슨산 천문대장을 사임한 후 1928년부터 다시 직경 200인치(5미터) 반사망원경 제작을 위한 캠페인에 착수했다. 200인치 망원경에 들어갈 거울을 만들기 위해서는 기존에 썼던 것과 전혀 다른 새로운 재료가 필요했다. 그리고 망원경 제작에 들어갈 엄청난 비용 ― 처음에는 대략 5백만 달러 이상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 도 골칫거리였다. 헤일은 록펠러재단을 설득해 캘리포니아공과대학(칼텍)에 6백만 달러의 망원경 제작 기금을 기부하게 하는 한편으로, 코닝 유리제작 회사에 의뢰해 열팽창 계수가 작은 파이렉스 유리로 200인치 디스크를 부어 만들었다. 천문대가 위치할 장소는 캘리포니아 남부의 팔로마산으로 정해졌다. 천문대 공사는 1936년에 시작되었으나 헤일은 완성을 보지 못하고 1938년에 눈을 감았고, 그의 이름을 기려 '헤일 망원경'으로 이름붙여진 200인치 망원경은 2차대전이 끝난 후인 1949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가동되기 시작했다. 200인치 망원경의 제작과정에서 얻어진 숱한 노하우와 지식은 이후의 대형 망원경 제작에도 하나의 준거점이 되었다.
 

전파천문학의 등장과 전파망원경의 거대화
 

한편 2차대전을 전후해 외계에서 들어오는 가시광선 외의 다른 신호(전파, X선, 감마선 등)를 포착해 분석하는 전파천문학 분야가 새롭게 등장했다. 외계에서 들어오는 전파 신호를 가장 먼저 포착했던 인물은 벨 전화 연구소에서 일하던 칼 잰스키였다. 그는 1931년에 전화 송수신에 간섭하는 대기 중의 전파방해 요인을 찾는 연구를 하다가, 그러한 전파방해 요인 중에 일부는 외계에서 들어오는 전파라는 사실을 우연히 발견했다. 그러나 당시 천문학자는 물론이고 벨 연구소의 상사들도 잰스키의 발견에 전혀 주목하지 않았다. 벨 연구소의 상사들은 전파방해 요인이 만약 외계에서 오는 거라면 사람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판단해 잰스키를 아예 다른 부서로 보내 버렸던 것이다!

잰스키의 연구를 이어 간 것은 전문적인 천문학자가 아니라 라디오 엔지니어인 그로트 레버였다. 1937년에 그는 수천 달러를 들여 자기 집 마당에 직경이 9.5미터 정도의 파라볼라 안테나를 설치하고 업무가 끝난 밤 시간을 이용해 하늘 곳곳을 '관측'했다. 그 결과 그는 특정한 하늘 영역에 강한 전파원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학계에 보고할 수 있었다.

2차대전은 그 이전까지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던 전파천문학에 새로 활력을 불어넣고 관측에 필요한 기법들을 제공해 준 계기가 되었다. 여기서 중요했던 것은 물론 2차대전기의 레이다 연구였고, 특히 영국이 그 중심지가 되었다. 전쟁이 끝난 후 천문학자들은 외계에서 오는 전파 신호가 태양계 행성의 표면 지도를 작성하는 데 쓰일 수 있음을 알게 되었고, 스펙트럼 분석을 통해 은하계와 나선성운의 구조를 알아낼 수 있는 가능성도 제기되었다. 이에 따라 1950년대부터는 가시광선으로 볼 수 없는 영역을 '보는' 전파천문학이 새로운 분야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전파천문학의 선구자들은 이내 중대한 문제에 부딪쳤다. 외계에서 오는 전파 신호는 너무나 희미했던 것이다. 지구 전체로 들어오는 전파 신호에 담긴 에너지를 다 모아 봐야 책 한 권을 겨우 들어올릴까말까 하는 정도의 에너지밖에 안될 정도라고 하니 신호가 얼마나 희미한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이처럼 희미한 신호를 모으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매우 큰 파라볼라 안테나, 즉 거대한 전파망원경이 요구되었다. 전파망원경의 직경은 이내 100미터에 육박할 정도로 커졌고. 이후 (반사망원경이 그랬듯이) 거대한 전파망원경들이 서로 경쟁하듯 속속 만들어졌다. 방향을 완전히 조정할 수 있는 전파망원경으로 현재 가장 큰 것은 2000년에 가동이 시작된 미국 웨스트버지니아주의 직경 110미터짜리 그레이트 뱅크 망원경이다. 그리고 지형을 이용해 땅 위에 고정된 망원경은 그보다 더 큰데,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크레이터를 이용해 1960년대 초에 만들어진 푸에르토리코 소재 아레시보 망원경(직경 305미터)이 최근까지 가장 큰 전파망원경의 지위를 누려 왔다(영화 <콘택트>를 유심히 본 사람이라면 영화 초반부에 주인공이 외계생명체 탐사 연구를 위해 아레시보 천문대에 와 있는 장면을 보았을 것이다).

이처럼 거대한 전파망원경들의 도입 역시 20세기 천문학의 주요 연구성과들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천문학자들은 태양계의 행성들에 대해 더 많은 사실을 알게 되었고, 1960년대에는 매우 강력한 전파를 내는 퀘이사와 펄사 같은 새로운 '천체'들을 발견했다. 그러나 가장 큰 획을 그은 연구성과는 이른바 빅뱅우주론과 정상우주론의 대립에서 전파망원경을 이용한 발견이 빅뱅우주론의 손을 들어준 사건일 것이다. 허블이 '팽창하는 우주' 개념을 제기한 이후 우주론에서 이를 해석하는 두 가지 입장이 제시되었다. 조지 가모브를 비롯한 몇몇 학자들은 우주의 모든 물질이 한 덩어리로 뭉쳐 있다가 과거의 어느 한 시점(대략 180억년 전)에 대폭발과 함께 산산히 흩어졌다는 빅뱅우주론을 주장했다. 반면 프레드 호일을 중심으로 하는 다른 학자들은 우주에 시작 따위가 있었을 리 없다며, 우주는 과거에도 현재에도 계속해서 팽창하고 있고 우주공간에서 새로운 물질이 계속 생겨나 팽창한 공간을 메꾸고 있다는 정상우주론을 내세웠다. 이 둘 사이의 대립은 1950년대와 1960년대 초까지도 매우 팽팽했고, 많은 천문학자들은 잘 모르겠다는 입장을 취하며 둘 중 하나를 선뜻 골라잡는 것을 꺼려했다.

이러한 상황에 결정적인 전환점을 만들어 낸 것이 역시 벨 전화 연구소에서 근무하던 아노 펜지아스와 로버트 윌슨의 발견이었다. 그들은 1965년에 매우 감도가 높은 뿔나팔형 전파망원경을 써서 실험을 하던 중 우주의 모든 방향으로부터 관측되는 매우 희미한 전파 '잡음'의 존재를 발견했다. 그들은 이 발견을 놓고 어리둥절했으나, 이내 다른 천문학자가 이에 대한 해석을 제시해 주었다. 3K 흑체 복사에 해당하는 이 잡음은 빅뱅 순간의 원시 불덩어리의 존재를 보여주는 '흔적'이라는 것이었다. 이 발견은 이내 두 우주론 중 빅뱅우주론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받아들여졌고, 논쟁의 구도를 한쪽으로 크게 기울여 놓았다.
 

천문학의 거대과학화, 그 득과 실
 

정리하자면, 20세기 천문학의 가장 흥분되는 순간들의 배경에는 이를 뒷받침한 거대한 망원경들이 있었다고 할 수 있다. 허블의 '팽창하는 우주' 관념은 당시 막 세워진 윌슨산 천문대의 60인치, 100인치 반사망원경이 없었다면 생각해 낼 수 없었을 것이다. 이후 반사망원경의 규모는 더욱 커졌고, 각종 부대장비들에 힘입어 성능이 더욱 향상되었다. 강력한 전파를 내는 새로운 '천체'들의 발견과 빅뱅우주론을 지지하는 강력한 증거는 거대한 전파망원경이라는 새로운 관측도구를 통해서야 비로소 우리 눈에 들어올 수 있었다.

천문학의 거대과학화는 1980년대의 허블 우주망원경 계획에서 정점에 도달했다. 천문학자들은 지상에서는 아무리 공기가 맑고 깨끗한 고산 지대에 거대한 망원경을 설치해도 관측 능력에 일정한 한계가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이는 별빛이 지구의 대기를 통과하면서 산란되어 흐려지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우회하기 위해 제안된 방안이 바로 허블 우주망원경 계획인데, 거대한 반사망원경을 대기권 바깥에 올려놓아 그곳에서 관측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10여년의 준비기간을 거친 후 1990년에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에 실려 610km 상공 궤도에 올려진 허블 우주망원경은 대략 40만개의 부품으로 이뤄진 직경 94인치(2.4미터)의 반사망원경으로, 망원경 제작에만 24억 달러가 들어가고 매년 운영비용으로 2억 7천만 달러가 소요되는 거대 프로젝트였다. 이 망원경은 지구상에서는 결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관측결과들을 내놓아 천문학자들을 흥분의 도가니에 빠뜨렸다. 그러나 허블 우주망원경이 건설되고 운영되는 과정에는 어두운 면도 있었다. 건설에 소요되는 막대한 돈을 대기 위해 다른 소규모 프로젝트들이 상당수 희생되었고, 이에 따라 천문학 연구비의 배분이 지나치게 편향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기 때문이다. 허블 우주망원경은 지금까지 15년 동안 운영되면서 총 120억 달러라는 막대한 돈을 집어삼켰다.

현재 미국에서는 허블 우주망원경의 뒤를 이을 차세대 망원경을 놓고 천문학계 내부의 논쟁이 한창이다. NASA의 전 국장의 이름을 따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망원경은 허블 망원경보다 월등한 성능을 보일 거라는 기대를 받고 있지만, 제작에 들어가는 비용만 최소 5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여 천문학계 일각의 비판을 받고 있다. 과연 다른 과학 프로젝트를 희생해 가며 거대한 망원경을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냐는 것이다. 이렇듯 특정 과학분야가 정체되지 않기 위해서 끊임없이 더 비싸고 거대한 장비를 필요로 하지만, 그런 장비 마련을 위해 또다른 과학 연구(혹은 다른 사회적 우선순위)는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 이것이 바로 오늘날의 거대과학이 지닌 딜레마이다.
 
 
 
 

출전: <OK논구술.net> 2006년 6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