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행성에서의 STS
 

리처드 스클로브
 
 

우리 모두는 과학기술은 실험실에서 구성된다고 알고 있다. 그리고 STS 학계 내에 있는 우리는 이러한 점에 우리의 마음을 빼앗기고 있다고 보면 맞을 것이다. 그러나 주기적으로, 빛나는 흰 실험복을 계속 쳐다봄으로써 눈이 부셔 아파올 때면 나는 눈을 감고 다른 행성에 대한 환상을 꿈꾸어 본다: 바로 제11행성이다. 지구와 마찬가지로 제11행성은 지식과 기술적 인공물들이 사회적으로 구성되는 곳이다. 그러나, 다른 점에서 볼 때 매우 기괴하고 이국적인 곳이다.

예를 들면, 제11행성에서는 어떻게 세계가 움직이는지에 대한 놀랄만한 양의 지식이 비전문가 ― 즉, 보통 사람들 ― 로 구성된 사회그룹들에 의해 생산된다. 때때로 이들은 직업에 따라 조직되기도 하고(우리의 노동조합과 같이), 때로는 사회적 관심에 따라(우리의 환경 혹은 여성운동과 같이), 또는 어디에 살고 있느냐에 따라 조직되기도 한다(우리의 지역공동체 조직, 기층대중운동 조직과 같이).

이들 그룹 중 일부는 순전히 자신들만의 힘으로 지식을 생산한다. 예를 들어, 오염된 물에 의해 피해를 입어왔다고 생각되면 과연 그런 것인지, 그렇다면 어떻게 왜 그런 것인지를 알아내기 위해 그들 스스로 조사와 검사를 행한다. 억지같이 들릴지 모르지만, 이들은 대학교육, 연구비 지원, 연구소 시설의 도움 없이도 이같은 일들을 수행할 수 있다.

그러나, 전문적으로 훈련받은 연구자와 긴밀한 협조 하에 지식을 생산하는 경우도 있다. 전문직 종사자들이 교육을 적게 받은 이들과 이처럼 적극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이, 아니 (지식의 생산과 관련하여) 말을 건넨다는 것조차 어쩌면 상상하기 힘들지 모른다. 그러나, 제11행성에서는, 강조하건대, 그렇다.

제11행성의 한 국가를 예로 들어보자. 이 국가의 모든 대학에서는 대중조직을 위한, 혹은 대중조직과 함께 진행하는 연구의 활성화를 유일한 목적으로 삼는 일련의 연구센터들이 운영되고 있다. 따라서 제11행성에서는, 지식이 어떻게 사회적으로 구성되는가를 이해하는 과정은 연구실에 관한 연구를 수반하기도 하지만, 또한 여러 사회계층의 모든 종류의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제11행성에서 지식 창조는 지역, 계급 그리고 기타 사회적 경계에 의해 크게 제약받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지구에서도 과학기술은 자율적인 사업이 아니다; 예를 들면 과학기술은 정부 정책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는다. 그러나 이 정책을 좌우하는 사람들은 과학기술 전문가들과 같은 부류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지구의 과학정책을 연구하기 위해 우리의 시야를 연구실로부터 다른 쪽으로 옮길 필요는 별로 없다. 제11행성에서 여러 부류의 사람들이 과학기술정책 결정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사실은 따라서 흥미롭기도 하고 놀라운 일이기도 하다.

제11행성의 또 다른 국가를 살펴보자. 이 국가는 지식과 노하우(know-how)가 사회적으로 구성될 뿐 아니라 폭넓은 사회적 파급효과를 갖는다는 것을 깨닫고, 일반 대중으로 구성된 위원회 ― 교사, 주부 그리고 도로 청소부에 이르는 모든 계층의 사람들이 참여하는 ― 를 소집하고 있다. 대중은 이 위원회를 통하여 공개적으로 전문가들을 심문하고 그들 스스로의 정책 결론에 다다르게 되는 것이다. 이들 일반 대중 참여자들의 판단은 다시 대중의 정치적 토론, 기업의 의사결정, 정부의 정책 등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여러분들은 이러한 과정이 비용이 많이 들 뿐 아니라 어이없을 정도로 무지몽매한 결론을 내리게 될 거라고 상상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정계·산업계 지도자들을 포함해 이 국가의 폭넓은 계층 성원들은 이러한 비합리적 참여 방법이 실제로 보다 큰 사회정의와 심지어는 더 나은 경제를 가져다 준다고 주장한다. 그들에 의하면, R&D 정책 결정이 이루어지기 전에 폭넓은 사회적 고려들이 제대로 반영되기 때문에 기술혁신에 대한 사후적 저항 ― 그 자체로 많은 비용을 수반하게 되는 ― 이 상대적으로 덜하다는 것이다.

제11행성의 몇몇 국가에서는 더 나아가 노동자와 소비자가 그들의 생활환경과 원하는 바에 더 잘 조응하는 대안기술(alternative technology) 설계에 직접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들이 추진되어 왔다. 이를테면 노동자들은, 효율적일 뿐 아니라 안전하며, 고임금/고숙련 일자리를 유지하고, 환경을 보호하며, 양질의 생산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그러한 생산기술의 개발과정에서 깊은 관심과 인상적인 능력을 갖추고 있음을 일관되게 보여주어 왔다.

제11행성의 많은 대학생들이 추구하는 교육과 경력은 지구의 일반적인 학생들에게 익숙한 궤적과 그리 다르지 않다. 그러나, 어떤 학생들은 그들 학업의 필수적 과정으로서 앞서 서술한 참여 활동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길을 택한다. 일례로 제11행성의 한 대학은 이 대학의 '기술과 사회 프로그램' 내에 지역공동체 연구센터를 두고 있다. 이 센터는 참여 연구(participatory research) 혹은 기술설계에 대한 참여적 접근 등에 관한 강의를 맡고 있는 STS 교수들에 의해 운영된다.

이런 강의를 듣는 학생들은 참여적 지역공동체 연구 프로젝트들을 수행함으로써 학점을 받게 되는 것이다. 그들의 프로젝트들은 다시 대학으로 하여금 지역공동체의 관심(지속가능한 경제발전과 같은)을 반영하는 새로운 과목을 개설하고, 대학 내의 많은 다른 학과와 프로그램의 교수들을 포함하는 새롭고 사회지향적인 학제적 연구 프로그램을 설립하도록 영향을 미친다. 이 대학의 STS 교수들은 각각 자연과학, 공학 또는 사회과학의 학위를 지니고 있으나, 전문분과에서의 자격은 이차적 중요성에 불과함이 곧 드러난다. 왜냐하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모든 교수들이 다른 학문분과와 친숙해지기 때문이다.

우리의 고향 지구에서 최근 발간되고 있는 주류 STS 문헌을 읽기 위해서 여러분들은 제11행성이 오직 나의 열에 들뜬 공상 속에 존재할 뿐이라고 결론을 내려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제11행성은 실제로 존재한다. (사실인즉슨 제11행성은 우리가 속한 태양계의 중심으로부터 세 번째 행성이다.) 나는 지금 막 제11행성의 두 국가로의 짧은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다; 그들 국가의 이름은 각각 "덴마크"와 "네덜란드"다.

나는 지난 5월 9일 네덜란드 "과학상점(science shop)" 전국회의의 전체 세션에서 연설하는 특혜를 누릴 수 있었다. 이 회의에는 네덜란드의 50여 지역공동체 연구센터 운영진들이 참석하였는데, 대부분 대학에 기반을 두고 있는 이 센터들은 지역 대중조직, 노동조합, 공익단체 그리고 지방정부 등의 요구에 따라 연간 총 1000건 이상의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주1)

네덜란드 과학상점이 가장 오랜 역사를 갖고 있고 또한 가장 활발히 전개되고 있긴 하지만, 이제 덴마크, 오스트리아, 독일, 아일랜드, 노르웨이, 체크 공화국, 캐나다 그리고 미국 등 많은 곳에서 과학상점 혹은 관련된 시도들이 존재한다(이들이 항상 대학에 기반을 두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개발도상국들에서도 이와 유사한 토착 지식자원(knowledge resource) 센터들간의 국제적 네트워크가 존재하며, 소식지가 헤이그에서 출판되고 있다.(주2)

나는 또한 Teknologi-Radet(Danish Board of Technology: 덴마크 기술청)의 직원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 그들은 1987년 이래 사전지식이 없는 일반인 패널에게 과학기술정책의 특정 주제에 관한 충분한 자료와 배경지식을 전달하고 공개 토론에 참여하도록 한 다음, 그들의 결론을 국회의원들이 참석하는 기자회견장에서 공표하도록 하는 "합의회의(consensus conference)"를 10여 차례 이상 조직한 바 있다.(주3)

Arhus 대학에서는 참여 기술설계(participatory technological design)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실천가이기도 한 여러 교수들과 하루를 보냈다.(주4) Lyngby의 덴마크 기술대학에도 초대되어 하루를 보냈는데, 이 대학에는 Michael Sogaard Jorgensend 교수와 Borge Lorentzen 교수가 주관하는 STS 프로그램 내에 과학상점이 올해로 11년째 운영되고 있었다.

여러분들은 이제 왜 이 모든 사례들, 그리고 과학기술의 민주화를 향한 중요한 계기가 되고 있는 실생활 속의 다른 사례들이 주류 STS 문헌들에서는 그토록 적게 취급되고 있는가 하는 질문에 자연스럽게 도달하게 될 것이다. 덴마크의 첫번째 합의회의는 1987년에 개최되었다. 그러나, 『과학기술과 인간가치 Science, Technology & Human Values』나 『과학의 사회적 연구 Social Studies of Science』와 같은 주요 STS 학술지들은 이 과정들을 다루어 오지 않았다. 덴마크의 일반인 패널이 만들어낸 보고서는 기술영향평가에 대한 전통적인 기술관료주의적 접근에 의해 만들어진 보고서와 비교했을 때 어떻게 다른가? 그 보고서가 미치는 사회·정치적 영향은 커지는가 아니면 작아지는가? STS 학계의 대다수는 이와 같은 문제들에 대해 명백히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아 왔다.

1980년대 중반 Loet Leydesdorff와 그 동료들은 암스테르담 대학의 주요 과학상점에 대한 몇몇 선도적 연구를 발표한 바 있다.(주5) 그러나, 그 때에는 이미 네덜란드 전역에 걸쳐 10여개의 다른 과학상점들이 운영되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들에 대해서는? 그 이후 네덜란드 과학상점의 수는 네 배로 늘어났으나, 대학 연구기능을 민주화하려는 이 활기찬 노력에 대해 진지하게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 STS 학자는 아무도 없었다. Leydesdorff 등이 연구한 바로 그 과학상점이 대학 예산부족이라는 표면상의 이유로 문을 닫게 되었을 때에도, 이같은 사실을 알고, 관심을 표명하고, 또는 돕기 위해 무언가 하려한 STS 학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남아있는 50여개의 네덜란드 과학상점들은 서로 어떻게 다른가? 이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진로 결정은 어떻게 영향을 받고 있는가? 과학상점은 교수들의 연구 프로그램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가? 과학상점의 연구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 이들 연구의 사회적 유용성과 비용-효율성은 다른 통상적인 연구시스템들의 그것과 비교해 어떠한가? 서로 다른 국가에서의 과학상점들은 그것이 생겨났을 때의 상이한 상황을 어떻게 반영하고 있는가? 과학상점과 이것이 도움을 제공하고 있는 대중조직들은 다른 비민주적 과학기술 제도들에 대항하는 풀뿌리민주주의 토대로 발전해 나갈 수 있을 것인가? 인터넷은 각국의 과학상점들간에 초국가적 협력이 가능하도록 해주는가?

아무도 이러한 문제들, 그리고 이와 유사한 수백 가지의 질문들에 대한 답을 모른다. 이는 어느 누구도 이러한 질문을 던지지 않아 왔다는 단순한 이유 때문이다. 이 질문들에 대한 해답은 그저 학술적 흥미를 충족시켜주는 것만은 아니다; 이들은 공동체기반 연구의 유지 및 확대에 기초를 제공하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나는 매년 미국 국민의 세금 200억 달러 이상을 사용하고 있고 700개 이상의 연구소를 포괄하고 있는 거대한 국립연구소 시스템은 2차 세계대전과 냉전기로부터 물려받은 시대착오적 유물의 성격이 강하며, 따라서 적어도 원칙에 있어서는 "전국 공동체 연구 네트워크(National Community Research Network)"로 대체되어야 함을 주장해 왔다.)

참여 행동 연구(participatory action research)에 관한 선구적 연구들은 모두 STS 학자들이 아닌 제3세계 활동가들이나 사회변화지향적 사회학자들에 의해 이루어져 왔다.(주6) 마찬가지로, 작업장에서의 참여설계(participatory design)에 관한 선구적 연구들도 STS 관련 단체가 아닌 활동가 그룹 '사회적 책임을 위한 컴퓨터 전문가들(Computer Professionals for Social Responsibility, CPSR)'에 의해 수집되었다.(주7) CPSR이 수행한 이런 작업들은 매우 유용하지만, 그러나 해결되어야 할 다른 문제들이 아직 남아있다. 노동자와 소비자(user)가 기술 설계에 참여하여야 한다면, 이 기술로부터 영향을 받긴 하되 직접 사용하지는 않는 사람들(non-user)의 경우는 어떠해야 하는가? 참여설계에 대한 문화적, 제도적, 그리고 법적 장애물들은 무엇이며, 이를 약화시키기 위해서는 어떠한 유형의 정치적 전략이 사용될 수 있는가?(주8)

몇 년 전 나는 (적어도 내가 잘 알고 있는 미국에서는) 매년 STS 분야로 새로 들어오는 대학원생들 중 과반수 이상이 특정한 과학기술과 관련된 사회문제들에 대한 인식 때문에 STS 전공을 결심하게 되었음을 지적한 바 있다.(주9) 그들은 그러한 문제들을 연구하고, 실제 사회문제 해결에 건설적이고 적극적으로 기여하기를 원한다. 현재 우리의 STS 프로그램들은 이들의 훌륭하고 가치있는 열망을 충족하고 있는가?

대부분의 경우, 아니다. 이들 의욕적인 학생들이 여러 과목과 연구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과정에서, 의도된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현실 참여에의 열망은 다소 한가한 학문에로의 헌신으로 변화되고 만다. 이는 학문적 경력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아마도 사회 전체를 위해서는 아닐 것이다. 명실상부한 직업, 분야 또는 분과로서의 STS는 이제 거의 완벽하게, 학문분과들이 일반적으로 그러하다고 푸코가 주장한 것처럼, 유능하지만 온순한 집단을 배출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STS 학계가 "기술은 우연적인 사회적 산물이다"라는 학설의 확립에(이는 1970년대 기술의 사회사학자와 적정기술 주창자들에 의해 이미 잘 확립된 이론적 관점이다) 열중하고 있다는 것은 한편으로 동전의 다른 한 면: 즉, 특정 기술과 기술복합체가 미치는 사회적 '영향'에 대해서는 거의 아무도 연구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사회적 영향에 대한 상대적인 무관심은 전화에 관한 연구를 수행했던 사회학자 클로드 피셔, 확산이론가 에버릿 로저스, 도시 기반시설에 대한 연구를 주로 한 역사학자 크리스틴 로젠 등에 의해 지적된 바 있다.(주10)

당혹스러운 사실은 새로이 나타나는 기술의 사회적 영향에 대해 알고 싶을 때 주요 STS 학술지의 글들을 읽는 것보다 『뉴욕 타임스』의 기사들을 살펴보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최근 미국에서 기술의 사회적·정치적 함의에 대해 가장 영향력 있는 학술적 주장을 펼쳐온 이는 하버드 대학의 정치학자 로버트 퍼트냄인데, 그는 어떤 STS 문헌도 인용하지 않고 있으며 그의 글이 우리의 학술지에 실린 적도 없다.(주11)

STS 학계의 몇몇 다른 이들도 우리 분야 내의 탈정치화의 다양한 표현들 ― 이는 최근 STS의 의미가 "과학, 기술 & 사회(science, technology & society)"로부터 "과학·기술학(science and technology studies)"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에서 상징적으로 드러난다 ― 에 대해 주의를 환기시켜 왔으나, 이러한 비판의 결과로서 변화된 것은 거의 없다.(주12)

그렇다면, 왜 STS 학계는 과학기술의 민주화에 대한 공공연한 관심을 뒷전으로 미뤄 버리는 것일까? 한가지 명백한 가설은, 그와 같은 관심은 현재의 권력관계에 대한 직접적인 도전을 낳게 되고, 이는 다시 연구재원을 제공하는 이들을 포함하는 권력의 회랑(回廊) 내에 불편한 심기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 권력의 시녀는 보상을 받되, 도전자는 벌을 받지 않는가.

이 가설은 다소 낡아 보일 정도로 직설적이고 단순하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내가 1970년대에 대학원생으로 공부를 시작할 즈음 가장 능력 있고 뛰어난 STS 교수로 인정받고 있던 두 사람은 데이빗 노블과 랭든 위너였다. 이들은 정치적 활동에 참여하고 있었고, 동시에는 아닐지라도, MIT는 이 두 사람에게 종신교수 재직권(tenure)을 부여하지 않았다. 이러한 놀라울 정도로 정당치 못하고 불합리한 결정이 야심적인 다른 STS 학자들에게 만일 그들이 연구와 강의 프로그램을 탈정치화하지 않는다면 경력상 문제가 생길지도 모른다는 경고로써 작용하지는 않았을까?

우리 분야의 사회적으로 해롭고 냉담한 풍토를 역전시키기 위한 하나의 방법은,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는 STS 교수들이 ― 혹은 주요 STS 학회들이라면 더 좋겠지만 ― 정치적 성향 때문에 학자로서의 경력을 위협받는 동료들에게 제때에 외부지원을 해줄 수 있는 메커니즘을 확립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는 사회문제 해결과 연관된 연구와 강의의 중요성을 높이 평가하고, 이에 대한 학술상을 조직할 수 있을 것이다.

과학상점에 의해 수행되는 연구의 흥미로운 특징 중 하나는, 일종의 해방적 사회실천의 차원에서 연구결과를 활용하려는 조직화된 사회그룹들이 있기 전에는 연구 프로젝트가 시작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요즘의 STS 연구를 보면 이와는 정확히 정반대의 조건이 갖추어질 때만 연구가 행해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즉, 어떤 진보적 사회그룹도 연구결과를 건설적으로 사용할 위험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만 STS 연구가 진행되는 것처럼 보인다는 말이다.
 
 
 

각   주
 

주1) Richard E. Sclove, "Putting Science to Work in Communities," The Chronicle of Higher Education, 41, no. 29 (31 March 1995), pp. B1-B3.

주2) 소식지 『토착지식과 발전 모니터 Indigenous Knowledge and Development Monitor』는 국제연구자문네트워크센터(Center for International Research and Advisory Networks, CIRAN)에 의해 발행되고 있다. CIRAN는 P.O. Box 29777, 2502 LT The Hague, The Netherlands, e-mail <editorikdm@nufficcs.nl>로 연락하면 된다.

주3) Richard E. Sclove, "Town Meetings on Technology," Technology Review, 99, no. 7 (July 1996), pp. 24-31; Simon Joss and John Durant, eds., Public Participation in Science: The Role of Consensus Conferences in Europe (London: Science Museum, 1995).

주4) 예를 들어, Computers in Context: Joining Forces in Design, Third Decennial Conference Proceedings, Arhus, Denmark, August 14-18, 1995 (Arhus: Dept. of Computer Science, Arhus University, 1995)를 보라.

주5) 예를 들어, Loet Leydesdorff and Peter Van den Besselaar, "What We Have Learned From the Amsterdam Science Shop," in The Social Direction of the Public Sciences: Causes and Consequences of Co-operation Between Scientists and Non-Scientific Groups, eds. S. Blume et al. (Dordrecht: D. Reidel, 1987), pp. 135-160; Rolf Zaal and Loet Leydesdorff, "Amsterdam Science Shop and Its Influence on University Research: The Effects of Ten Years of Dealing with Non-Academic Questions," Science and Public Policy, 14, no. 6 (Dec. 1987), pp. 310-316 [국역: 롤프 자알 & 뢰트 레이데스도르프, 「암스텔담 과학상점, 그리고 그것이 대학에 미친 영향」, 『과학상점운동소식지』5호(1998.5)] 등을 보라.

주6) 예를 들어, Orlando Fals-Borda and Muhammad Anisur Rahman, Action and Knowledge: Breaking the Monopoly with Participatory Action-Research (New York: Apex Press, 1991); Peter Park, et al., eds., Voices of Change: Participatory Research in the United States and Canada (Westport, CT: Bergin & Garvey, 1993) 등을 보라.

주7) 예를 들어, Douglas Schuler and Aki Namioka, eds., Participatory Design: Principles and Practices (Hillsdale, NJ: Lawrence Erlbaum Associates, 1993); Randall Trigg, et al., eds., PDC '94: Proceedings of the Participatory Design Conference (Palo Alto: Computer Professionals for Social Responsibility, 1994)를 보라.

주8) Richard E. Sclove, Democracy and Technology (New York and London: Guilford Press, 1995), esp. chap. 11; and Ake Sandberg, et al., Technological Change and Co-Determination in Sweden (Philadelphia: Temple Univ. Press, 1992).

주9) Richard E. Sclove, "Soul-Searching: What About STS Activism?," Technoscience, 6, No. 2 (Spring 1993), pp. 12-13.

주10) Ibid.; 그리고 Christine Meisner Rosen, Book review of The City and Technology, edited by Mark H. Rose and Joel A. Tarr, Technology and Culture, 30, no. 4 (Oct. 1989), pp. 1070-1072; Claude S. Fischer, "Understanding Technology: An Agenda," Book review of The Social Construction of Technological Systems, edited by Wiebe Bijker, et al., Science, 238 (20 Nov. 1987), pp. 1152-1153; Everett M. Rogers, Diffusion of Innovations (3rd ed., New York: Free Press, 1983), pp. 371-379.

주11) 예를 들어, Robert D. Putnam, "The Strange Disappearance of Civic America," The American Prospect, no. 24 (Winter 1996), pp. 34-50을 보라.

주12) 예를 들어, 1993년에 『과학기술과 인간가치』에 실린 다음 세 편의 글을 보라: Brian Martin, "The Critique of Science Becomes Academic," vol. 18, no. 2 (Spring), pp. 247-259; Susan E. Cozzens, "Whose Movement? STS and Social Justice," vol. 18, no. 3 (Summer), pp. 275-277; Langdon Winner, "Upon Opening the Black Box and Finding It Empty: Social Constructivism and the Philosophy of Technology," vol. 18, no. 3 (Summer), pp. 362-78. 그리고 Carl Mitcham, "Review of The Handbook of Science and Technology Studies" in the Lehigh University newsletter Science, Technology & Society, no. 106 (Winter 1995), pp. 2-4도 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