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상점"이 유럽에 번창하고 있다
 

대학연구의 초점을 사회문제로 돌리는 데 집중하는 조직들이
중요한 정치적 지지와 재정적 지원을 얻고 있다

데이비드 딕슨
 

지난 몇 년 동안, 많은 유럽국가들에서 연구자와 일반대중간의 직접적인 연결을 제공하려는 소규모 조직들이 우후죽순처럼 성장해 왔다. 60년대의 학생운동이나 70년대 환경운동의 산물인 이 조직들은 최근 강력한 정치적인(간혹 재정적인) 지원을 연방정부나 지방정부로부터 얻어내고 있다. 비록 미숙한 면이 간혹 보이긴 하지만, 이런 조직들은 유럽 과학의 한 특징으로 자리잡아 왔다.

네덜란드에서는 이런 조직은 wetenschapswinkels라 불린다; 그리고 프랑스에서는 다소 잘못된 인상을 줄 수 있긴 하지만 그것의 의미를 좀더 환기시키는 boutiques de sciences[boutique (불)가게, 상점―역주]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영국에서는 형태와 강조점에 있어서의 다소의 차이를 반영하여 대안연구센터(alternative research centers)에서 "기술네트워크(technology networks)"에 이르는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이러한 조직들은 대충 "과학상점(science shops)"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이 조직들은 대중들이 일상에서 발생하는 과학-기술적인 [문제나] 의문에 대한 해법을 찾을 수 있도록 수단을 제공하는 한편, 과학자나 기술자가 사회적으로 관심이 되고 있는 화제에 대해 그들이 갖고 있는 지식, 훈련(training), 기능(skills)을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과학상점은 1970년대 초 네덜란드에서 시작되었다. 이는 미국의 '시민을 위한 과학' 운동과 같이, 과학이 지나치게 엘리트주의적이고 사회문제와 멀리 떨어져 있다는 불만으로부터 도출되었다. [네덜란드에서] 가장 큰 과학상점은 암스텔담대학(University of Amsterdam)에 있는데, 이는 1977년에 공식적으로 인가된 것이다. 대학 측에서는 15명의 스탭들에게 봉급을 지불하고 암스텔담에 있는 3층 건물을 제공하였으며, 과학상점의 운영을 위해 매년 50,000달러 상당의 기부금을 제공하는 등의 지원을 하고 있다; 최근 대학당국자는 1986년부터 대학의 전체연구예산 중에서 15%를 과학상점 유형의 연구활동에 투입하는 것에 동의했다.

처음 6년 동안, 암스텔담 과학상점은 800 이상의 서로 다른 개인과 단체로부터 1600건 이상의 질문을 접수했다. 질문들 중에서 약 절반 정도가 환경, 보건, 주거, 공장의 노동조건에 관련한 문제였고 가장 많은 질문이 요구되는 분야는 화학이었다. 접수된 질문들 중에서 20% 이상은 연구프로젝트를 수행하지 않고서는 대답할 수 없는 것이었다.

대학의 기금이 이런 유형의 프로젝트에 사용되는 것에 대해 처음에는 정부 관료들이 반대했지만, 이런 경험들은 그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준 것 같다. 네덜란드 정부는 최근의 정책성명(policy statement)에서 네덜란드의 모든 대학이 과학상점과 같은 기관을 설치하도록 권고했다―그리고 실제로도 현재 모든 대학은 어떤 형태로든 이를 갖고 있다. 그러나 정책성명은 과학상점에 대한 재정지원이 대학으로부터 나와야 하며 정부기금으로부터 직접 나올 수는 없음을 명확히 하고 있다.

프랑소와 미테랑(Fran?ois Mitterrand) 대통령과 사회당 정부의 선거승리로부터 비롯되는 프랑스의 과학상점의 역사는 보다 짧다. 1982년 초에 개최된 과학기술에 관한 전국 콜로퀴엄에서 절정에 달한 일련의 지역계획회의(regional planning meetings)가 그 과정에서 핵심적인 정치적 이벤트였다. 계획회의를 계기로 하여 이전에 과학정책에 대한 공식적 논의로부터 배제되어 왔던 노동조합이나 환경운동단체들이 결집하였고, 이들 단체들은 과학상점의 개념을 지지했다. 콜로퀴엄 자리에서 미테랑과 당시 연구부 장관이던 장-삐에르 슈베느망(Jean-Pierre Chevenement)은 과학상점의 개설을 포함하여 과학기술과 사회를 보다 밀접하게 통합시키려는 광범한 시도들에 대해 지원을 공언했다.

기층으로부터의 지지와 대통령의 강력한 후원 아래 7개의 과학상점이 그르노블(Grenoble), 릴(Lille), 리용(Lyons), 파리(Paris), 마르세이유(Marseilles), 생 세인트-드니(Seine St.-Denis), 스트라스부르(Strasbourg)에 만들어졌다. 다양한 정부 기관들이 과학상점의 운영을 위해 125,000달러의 비용을 대고 있다.

대학과 긴밀하게 통합되어 있는 네덜란드의 과학상점과는 대조적으로 프랑스의 과학상점은 학문공동체와는 불확실하고 아슬아슬한 균형을 유지하려는 경향을 갖는다. 그러나 최근 프랑스에서 현대과학과 그것이 사회에서 하는 역할에 대해 광범한 문화적 논쟁을 일으킬 필요가 있다는 강조가 나타나면서 과학상점에 유리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과학상점은 과학문화를 단지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그만인 것(icing on the cake)' 이상의 그 무엇으로 만들기 위한 독특한 도구입니다; 평범한 사람들이 과학을 일상적 관심사의 일부로서 사용하도록 돕는 방법이지요"라고 파리대학의 즈쉬(Jussieu) 캠퍼스에서 과학상점의 운영을 돕고 있으며 전국과학상점연합(Federation Nationale des Boutiques des Sciences et Assimil?s)의 의장을 맡고 있기도 한 영국인 생물학자 존 스튜어트(John Stewart)는 말한다.

영국의 프로젝트는 대부분 2년 전 선거의 결과로 몇몇 좌파 시의회가 만들어지면서 착수되었다. 이 프로젝트들은 마가렛 쌔처 수상의 보수당 정부에게 그 책임이 돌려지고 있는 여러 사회적 문제들―특히 대규모의 실업―에 대한 하나의 대응이라는 점에서 종종 스스로의 정당화 근거를 찾았다.

가장 야심찬 계획은 런던광역의회(The Greater London Council, GLC)가 추진하고 있는, 런던의 서로 다른 지역들에 기반한 다수의 "기술네트워크"들의 건설이다. 이들 중 몇몇은 가정용 에너지장비와 같은 특정 기술분야에 전문화하고 있고, 다른 몇몇은 특정한 지역으로부터 나오는 다양한 문제들에 대응하는 것을 그 목표로 하는 등의 차이가 있지만, 이들은 모두 런던의 공과대학(polytechnics) 혹은 대학교의 연구자들과 밀접하게 관련을 맺고 일을 하고 있다. 현재 GLC는 시의 조세수입으로부터 매년 약 6백만달러를 이들 기술네트워크들에 지원하고 있는데, GLC에서는 그 목적이 "런던의 고등교육기관의 자원을 인간중심적 기술을 발전시키려는 노동자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임을 피력한다.

영국의 프로젝트를 다른 유럽 국가들의 그것과 구별짓는 특징 중 하나는, 영국의 그것이 새로운 기술의 잠재적 혜택에 더 큰 강조점을 둔다는 점이다. 이는 특히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노동형태'와 '사회적으로 유용한 생산물'로 특징지워지는 것의 개발에서 엿볼 수 있다. 항공산업의 설계엔지니어이자 노동조합의 간부로서 활발한 활동을 했던, 그리고 최근에는 GLC 산하 런던광역기업위원회(Greater London Enterprise Board, GLEB)의 기술국장이 된 마이크 쿨리(Mike Cooley)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인류가 단순히 수동적인 객체가 아니라 생산과정에서 적극적인 참여자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시스템을 설계하는 방법을 배워야 합니다."

GLC 기술네트워크의 일부로 북런던공과대학(North London Polytechnic)에 근거하고 있는 대안적 산업 및 기술시스템을 위한 센터(Center for Alternative Industrial and Technological Systems)가 아마 그러한 기술의 개발을 위해 일하고 있는 가장 두드러진 집단일 것이다. 여기에서는 예를 들어, 도로나 철로를 모두 다닐 수 있는 버스와 같은 공공교통수단을 위해 대안적인 차체현가 시스템[바퀴에 장착하여 차체의 진동을 줄이는 장치―역주]에 관련된 연구를 하고 있다.

비록 과학상점이 세 나라에서 다른 형태로 조직되어 있긴 하지만, 이들은 대중이 연구의 성과물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려는 목적을 공통적으로 갖고 있다. 예를 들어 암스텔담의 과학상점은 연구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능력이 없고, 아무런 상업적 관련이 없으며, 결과를 자신들 또는 그들이 대표하는 개인들의 처지를 개선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집단으로부터만 요청을 받고 있다.

또한 과학상점들은 60년대의 학생운동이라는 공통의 기원을 갖고 있다. 당시 학생운동에 참가했던 이들의 일부는 공공기금의 이용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행정적, 정치적인 지위에 올라 있다. 프랑스에서 68세대(soixantehuitards)라고 불리우는 이들―한 사회학자는 이들을 "도덕적 후견인"으로 탈바꿈한 "도덕적 기업가"라고 특징짓기도 했다―의 대다수는 과학상점을 공공기금이 사용되어야 할 보다 합당한 방향으로 간주하고 있다.

그러나 과학상점은 공통의 문제점들을 공유하기도 한다. 가장 심각한 것 중의 하나는 과학자들로 하여금, 대중들이 직접 물어보는 것에 답하는 것이 그들의 전문직업적 책임의 정당한 일부분이라는 점을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이었다. "과학상점측에서 조력을 요청한 실험과학자(laboratory scientists)들은 처음에는 다소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과학상점에 제기된] 질문들이 주로 '고압선 근처에서 동물을 사육하면 어떤 영향이 있을까요?'와 같이 호기심에서 유발된 물음이 대다수였기 때문이었죠"라고 암스텔담 자유대학(Free University of Amsterdam)의 생물학 교수 유스 유세(Joos Joosse)는 말한다. "그러나 상황은 변했습니다. 상세한 문헌연구조사를 필요로 하거나 특별한 상황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지에 대해 알아보는 추가적인 연구를 필요로 하는 질문을 몇몇 사람들이 해온다는 사실이 곧 분명해졌거든요."

그러나 한편으로, 과학상점을 돕겠다며 자원해 오는 과학자들이 자신들의 기능(skill)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게끔 하는 실제적인 방법을 찾는 데 있어서의 어려움이 있었다. 가령 프랑스에서 과학상점의 조직자들은, 가끔씩 대학의 연구자들로부터 [과학상점의] 협조요청이 자신들의 전공분야와 잘 맞아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는, 좀체로 대처하기 힘든 요구를 받을 때 당혹감을 느껴 왔다.

또다른 문제로 과학상점에서 수행하는 거의 대부분의 실험이 과학적 전문성에 대한 경외감을 부추기고, 복잡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기술적 해결(technological fix)'에 대한 열정을 강화한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역설적이게도 이 두 둘 모두는 과학상점이 그 뿌리를 두고 있는 정치운동의 주된 [공격]대상이 되어 왔던 것이었다.

예를 들어 2년 전 네덜란드 바게닝겐 농업대학(Agricultural University of Wageningen)의 한 과학상점은 과학에 대한 기술관료적(technocratic) 접근을 조장하고 있다는 우려에서 고객들의 질문에 답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이와 유사하게, 런던의 기술네트워크는 "급진과학" 운동의 구성원들로부터의 날카로운 비판에 직면해 왔으며, 프랑스의 과학상점은 높은 정치성을 지닌 노동운동으로부터 그들이 애초에 생각했던 것보다 더 적은 지지를 얻고 있다.

비록 비판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긴 하지만, 과학상점 활동가들은 실용주의적인 것이 적절할 때가 있다고 대답한다―비록 이론적인 순수함은 잃을 위험이 있더라도 말이다. 따라서 네덜란드에서는 고객으로부터의 협조요청을 상대적으로 보통의[즉, 이공계 대학에서 통상 수행하는 것과 유사한―역주] 연구 프로젝트로 돌림으로써 전통적인 정부 재원으로부터 기금을 받는 것에도 더 적절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런던에서 기술네트워크가 직면해 있는 핵심적인 문제 중의 하나는 예컨대, 지역사회에 기반을 둔 연구개발을 수행하는 작업장―이 역시 [기술]네트워크에 통합된 일부분이다―에서 나온 생산품을 퍼뜨리는 데 있어서 어떻게 시장질서에 대항헤서뿐만 아니라 시장질서 속에서도 작업할 수 있는가에 맞추어져 있다.

이와 동시에 정치적 원칙들이 좌초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노력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예컨대 암스텔담대학에서는 활동의 중심을 최근 개인들의 문제에 대답하는 것으로부터 노동조합, 환경운동, 여성운동, 제3세계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프로젝트 집단에 의해 제시된 질문에 대답을 하는 쪽으로 옮기고 있다. 이런 방향전환의 의도는 과학상점 활동에 보다 구체적인 초점을 부여하고, 또한 연구의 필요를 공동으로 파악하는 것에 있어 대학 안팎의 집단들 간의 상호작용을 더욱 활발하게 하고자 하는 데 있다.

다른 과학상점들은 그들 나름의 다른 방식으로 공공기금의 사용에 따라 부과되는 책임과 정치적 원칙 사이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이러한 딜레마는 특히 런던에서 심각한데, 마가렛 쌔처 수상이 이미 GLC를 없애겠다는 으름장을 놓고 있고, 이는 부분적으로 GLC가 보수당의 경제 정책에 공공연한 도전을 한 결과이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의 경험은 서독, 벨기에, 이탈리아, 스위스에서 유사한 프로젝트를 고양시켰고, 오스트레일리아처럼 멀리 떨어져 있는 곳에서도 문의를 하고 있다. 적어도 중기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과학상점은 유럽 과학의 확고한 정착물로 남아있을 것처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