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의 과학상점: 개인적 견해
 

존 스튜어트
 
 

프랑스 과학상점 운동은 지식의 생산, 분배, 활용에 대한 사회적 관계가 사회주의적 자주관리의 이상에 보다 근접하는 방향으로 변화할 때, 과학적 활동은 어떤 모습을 띠게 될 것인지에 대한 전망에 근거하고 있다(지금에 와서는 '있었다'가 더 적절할지도 모르겠다). 1983년 앙드레 고르쯔(Andr? Gorz)는 [과학상점 운동에] 공감하면서 쓴 글에서 이렇게 말한 바 있다: "두 종류의 과학(프롤레타리아적 과학과 부르주아적 과학 － 역주)이 존재하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이 말은 프롤레타리아적 과학과 자본주의적 과학을 구분하려 시도했던 뤼셍코주의(Lysenkoism)의 몰락에 대해 그가 언급하면서 한 말이다. 뤼셍코주의는 한 세대에 걸쳐 프랑스 지식인들을 괴롭힌 문제였다.) "그러나 과학활동을 하는 데 있어서 뚜렷하게 사회주의적인 방식은 있는 것 같다." 이 글을 전체적 조망 하에 두기 위해서, 이 점은 미리 분명히 밝혀 두어야겠다: 나는 현재 명맥만을 유지하고 있는 프랑스 과학상점 운동에서 손을 뗀 후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 지금에 와서 (주관적으로) 생각해 보면 내가 과학상점 운동에 투자했던 5년간의 기간(1981-6)은, 비록 내가 여전히 받아들이기 힘들기는 하지만, 분명 실패였다. Science as Culture의 편집자들은 통상의 과학연구 작업으로부터 가능한 대안의 건설로 옮아가려는 시도를 하면서 내가 무엇을 느꼈는지에 대해 써 주도록 요청하였는데, 이에 대해서는 간명하게 "끔찍했어!"라고 답하고 싶은 유혹을 느낀다. 물론 내가 크게 낙담한 것은 아마도 나의 애초의 희망과 기대가 컸기 때문일 것이다. 이어지는 글에서, 이제 나는 고양(exaltation)과 환멸(disillusionment)이 뒤섞인 이러한 특이하게 복잡한 느낌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 1981-3: 창안과 탄생
 

공교롭게도 프랑스에서 과학상점이 착안된 정확한 날짜를 알 수 있다. 1981년 5월 10일이 그날인데, 이 날 우리들 중 몇몇은 벨기에의 신 루뱅 시(Louvain-la-Nerve)에서 까이에 갈릴레(Cahiher- Galilee) 그룹이 주관하여 열린 심포지움에 참석하였다. 여기서 네덜란드 과학상점 운동의 개척자들은 이 아이디어를 프랑스어권 세계에 소개하면서 참석한 청중들에게 자신들의 경험에 대해 말해 주었다. 그것은 우리들에겐 상당히 인상적인 얘기였다: 네덜란드 과학상점 운동은 암스테르담 과학상점이 1977년에 문을 연 이래로 23개 대학의 40개 과학상점으로 대중화되었다는 것이었다.

5월 10일 저녁에 파리로 돌아오면서 우리는 상징적인 우연의 일치, 즉 사회주의자 미테랑의 대통령 당선소식을 들었다. 이는 20년 이상 지속되었던 우파의 집권이 종결되었음을 의미했다. 희망이 새롭게 되살아나는 분위기 속에서 건설적인 행동을 위한 제안이 절실하게 요구되었다. 그리고 과학상점 프로젝트는 새로운 법안에 완벽하게 들어맞을 것처럼 보였다. 이어지는 몇 달 동안, 처음에는 리용에서, 그리고 파리, 그르노블, 마르세이유, 생 세인트-데니스, 스트라스부르에서 지역 집단들(local collectives)이 생겨났다.

1981-2년 겨울에는 지역순회법원(Regional Assizes)과, 신임 연구기술부 장관(Minister of Research and Technology)이 개최한 전국과학기술심포지움(National Symposium on Science and Technology)을 통해 과학상점이라는 아이디어가 보다 많은 지지를 얻게 되었다; 이것은 '과학의 사회적 기능'이라는 주제 하에 과학자 사회(scientific community) 전반이 동원된 놀랄만한 사건이었다. 1982년 봄, 리용에서 교육부장관의 후원 하에 개최된 '대학의 새로운 사명(New Missions for Universities)'에 대한 심포지움에서 이러한 내용은 더욱 진전되었다. 이 모임은 상이한 집단들간의 비공식적인 첫번째 모임이 되었다; 그리고 1982년 여름 전국과학상점연합(National Federation of Science Shops, FNBSA)이 공식적으로 발족하게 되었다.

그 다음 중요한 단계는 두 개의 주요 법안을 1982년과 1983년에 프랑스 의회에서 통과시킨 것이었다. 각각 과학 연구와 고등교육을 규정하는 이들 법안은 이제부터 '과학적·기술적인 정보를 확산시키는 것'은 국가가 과학자들로부터 기대하는 것의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공공연하게 천명하였다. 이로써 적어도 원칙적으로는, 우리는 과학상점에 대한 완전한 제도적 인정을 얻어내는 첫걸음을 내딛을 수 있었다 － 비록 실제에 있어서는 전혀 다른 결과가 얻어지긴 했지만.

이러한 최초의 구상 단계는 1983년 여름에 종료되었다; 18개월을 끈 지리한 교섭 끝에 FNBSA는 마침내 여러 장관, 그 중에서도 특히 연구기술부와 (흥미롭게도) 문화부 장관의 허가를 받아내었다. 그 결과, 이 운동의 '첫 세대'인 6개의 과학상점이 급여를 받는 스탭 구성원을 고용할 수 있게 되었다; 프랑스 과학상점은 1983년 10월 전국적 규모의 기자회견과 함께 공식적으로 문을 열었다.

물론 과학상점이 이런 식으로 대중화된 것은 단순히 5월 10일의 역사적 우연 때문만은 아니었다. 과학상점운동은 그 전사(前史)를 갖고 있었다: 즉, 1968년 이후 수년간 다른 대부분의 서유럽 국가들에서와 같이 프랑스에서도 급진과학운동(radical science movement)이 있었다. 급진과학운동은 서로 다른 다양한 조류들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그 중에서 아래 열거되는 것들은 이후 과학상점운동의 발전에 각별한 중요성을 갖는 것이었다. 먼저 리용의 Labo-contestation, 파리의 ImpaScience라는 급진적인 저널이 있었다; 그리고 6개의 대학에서 '과학과 사회'라는 교과과정이 운영되고 있었다. 또한 '건강정보그룹(Health Information Group, GIS)'의 의과대생들이 자신들의 전문적·법적 전문성을 '유산과 피임의 자유를 위한 운동(Movement for the Liberation of Abortion and Contraception, MLAC)'에 참가하는 여성들을 위해 사용한 것도 이후의 과학상점 운동을 분명히 예기하는 것이었다; 그들은 납중독의 위협을 받고 있는 페나로야(Pennaroya) 공장 노동자들의 투쟁에 동참하기도 하였다. 비슷한 맥락에서 '핵에너지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과학자모임(Scientists for Information on Nuclear Energy, GSIEN)'에 속한 물리학자들은 핵발전소 건설로 인해 생길 수 있는 위험을 지역 주민들에게 알리는 대중적 캠페인을 전개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70년대 말이 되면 급진과학운동은 흐지부지되는 듯한 조짐을 뚜렷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Labo- contestation과 ImpaScience 저널은 발행을 중단하였고, GSIEN은 프랑스 핵발전 프로그램에 아무런 영향력도 행사하지 못하였으며, GIS도 해산하였다. '과학과 사회' 과정마저도 (몇몇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초창기의 활력을 잃었다. 이 모든 것들의 원인은 여러 가지로 다양하게 제기될 수 있을 것이며, 나는 이 글 마지막의 토론에서 이 문제로 다시 돌아올 것이다. 여기서는 과학상점의 출현 배경을 이해하는 것에 있어 특히 적절하다고 생각되는 두 가지 이유에 대해서만 언급하도록 하겠다.

첫째로, 급진과학운동에서 거의 모든 활동은 급여 없이 이루어지는, 자발적인 작업이었다. 대부분의 시간과 노력은 저녁이나 주말의 개인적인 여가시간으로부터 나온 것이었다; 이것은 그 개인이 전문가로서 활동하는 생활과는 분리된 것이었고, 그 전문가로서의 생활은 급진과학운동 기간에도 상대적으로 변화 없이 유지되었다. GIS의 한 친구는 "그런 것이 지속되는 것은 한 동안일 수밖에 없다. 얼마 후에는 지치기 마련이다"라고 내게 말했다 － 티스푼으로 바닷물을 비우려 애쓰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갖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진 것이다.

둘째로, 전문가로서의 생활에 통합된 성격의 활동 － 대학교수들에 의해 운영된 '과학과 사회' 교과과정에서 볼 수 있는 － 의 경우조차도 운동 자체가 순전히 부정적인 비판의 차원을 넘어서지 못하였다. 일단 초창기의 열기가 지나고 나서 이러한 아이디어들이 애초의 신선함을 잃게 되자, 급진과학운동은 미래에 대한 전망을 전혀 제시해 주지 못하고 불평과 푸념만 지겹게 반복하는 퇴행적 경향을 띠게 되었다. 나는 한 학생이 우리에게 대꾸하던 말을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알겠어요, 알겠어요, '사회의 잘못 때문'이죠; 하지만 그 문제에 대해서 당신이 하자고 제안하는 것은 대체 뭡니까?"

나는 그 당시 － 지금도 그렇고 － 과학상점이 (잠시 동안이나마) 대중화된 이유는 이 두 가지 점에서 이전에 비해 분명하게 개선된 것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과학상점은 '부정적'이지 않았다: 과학상점은 (네덜란드의 경험에 기초하여) 탁월하게 현실적으로 보이는 건설적인 대안을 제시하였다. 그리고 첫번째 점과 관련지어서는, 프랑스의 과학상점 운동은 명시적으로 제도적 인정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그것은 과학상점 활동에 기여할 과학자들이 (그 성격이 다소 수정된) 전문가적 실천의 정당한 일부로서 이러한 작업에 몰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요약하자면: 비록 지금 회상해 보면 그것은 미래에 대해 전망을 제시해 준다기보다는 다시는 반복될 수 없을 것 같은 그런 업적에 더 가까워 보이기는 하지만, 적어도 그 당시에 1980년대 초의 과학상점 운동은 급진과학운동의 사그라드는 횃불을 대신해 정확히 때맞춰 나타난 것처럼 보였다.
 

■ 1984: 과학상점의 실제진행
 

과학상점의 기본적인 운영계획은 얼핏 보기에는 매우 간단하고 수월한 것처럼 보였다. 각각의 활동은 시민들이 개인적으로나 집단적으로 제기한 질문들로부터 시작되었고, 여기서 과학상점이 해야 하는 역할은 질문들을 정확한 과학적 용어를 써서 '번역하는(translate)' 것; 질문에 대해 기꺼이 대답할 수 있는 적당한 과학상담원을 찾는 것; '의뢰인'과 '상담원'을 직접 연결시켜 주는 것이었고, 그러고 나면 나머지 일들은 통상의 수순을 따르면 될 것이었다.

그러나 실제로 해 보았을 때 상황은 전혀 우리가 예상한 것처럼 진행되지 않았다. 먼저 '일반인의' 질문을 과학적 용어로 '번역하는' 작업이 우리가 처음 생각한 것과는 상당히 달랐고 매우 복잡하였다. 우리는 의뢰인들이 '과학적 질문'을 거의 가져오지 않음을 발견하였다. 그들은 심지어 혼란스럽거나 잘못 정식화된 질문들조차 거의 가져오지 않았고, 그런 질문을 가져왔을 때에도 그것은 대개 얼토당토않은 것이어서 연구활동의 시초로는 쓸모없는, 아니 그보다 더 심한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의뢰인들이 문제 상황을 가져온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 더 도움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전형적인 경우에, 의뢰인은 과학이 무엇을 제공할 수 있고 또 제공할 수 없는지 알 길이 없었기 때문에 무엇을 물어야 할지를 몰랐다. 과학상점의 역할은 문제를 극복하는 데 적절한 기여를 할 만한 (실재적이거나 잠재적인) 과학지식의 영역에 대해 몇 가지 가능한 제안들을 제시하는 것이었다. 이 과정은 기술적인 해결책을 팔아먹는 것 － 과학상점이 그 때문에 간혹 공격을 받기도 하였던 － 과는 상당히 다른 것이었다. 첫째, 문제 상황에 대한 의뢰인의 지식은 전체 과정을 위한 준거점으로서 공평하고 직접적인 방식으로 중요하게 다루어졌다. 둘째, 과학이 본질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거나 과학만 가지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가장하지 않았다; 훨씬 소박한 우리의 목적은 의뢰인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쓸 수 있는 가능한 수단이나 새로운 접근방법을 제안하는 것이었다. 이 과정은 '번역하는' 것과는 매우 달랐기 때문에, 우리는 이 말을 버리고 처음 단계를 '하나의 과학적 질문으로 정식화하는 것(formulation of a(not "the") scientific question)'이라고 불렀다.

사실 처음 단계가 우리의 예상과 상당히 달랐다는 것은 어려움이라기보다 실제로는 이 경험이 우리에게 준 가장 만족스러운 측면이었다. 아마도 그것이 어떠했는지 이야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예를 드는 것일 터이다. 이 글의 끝부분에 있는 '문제 상황들'은 우리의 자료목록으로부터 끌어낸 7가지 사례들을 간략히 요약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처음에 의뢰인이 제기한 질문 그대로를 만족시켜 주는 데 급급하는 것은 가급적 피했다는 것이다; 때때로 우리는 어떠한 '기술적인' 해결책도 제안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주어진 예에서 보이듯 2, 6, 7번 질문의 경우에만 상대적으로 간단한 '기술적' 답변을 제공하였을 뿐이다; 1번 문제는 애초에는 생각되지 않았던 과학적 질문을 처음부터 새로 정식화하는 것이 필요하였다; 3, 5번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우리는 기술적인 성격을 지닌 몇 가지 요소들을 제공하였으나 그것은 분명히 핵심은 아니었다; 4번 질문에 대한 답변은 실제로 전혀 과학적인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과학적'인 대답이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되거나 순전히 '사회적'이거나 다른 비-기술적인 접근방법이 더 낫다고 생각되는 경우에서도 우리는 우리의 의무를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다. 바꿔말해, 우리는 적절해 보이는 과학-기술적인 접근방법을 제안할 수 있는 능력을 어떤 경우에나 항상 갖추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우리가 담당하기로 한 사례들에 대해 '상담역의 과학자'를 찾아내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에서 나는 과학상점에서 일하는 동안 가장 좋았던 기억을 떠올릴 수 있었다. 주간 모임에서 우리는 적극적으로 추진 중인 사례들의 목록을 검토하였고, 이제 막 접수된 새로운 사례들에 특히 주목하였다. 가능한 대답 방법 － 관련된 사회적 이슈들이나 '기술적인 해결책'에 의해 사회적 이슈들을 덮어버릴 위험성에 대한 것까지를 포함하여 － 에 대한 토론을 거친 후, 우리는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위한 '난상토론(brainstorming)'시간을 가졌다. 대단히 놀라운 것은 이것이 효과가 있었다는 것이었다! － 그건 마치 농담을 하면서 모임의 활력을 불어넣는 것 같았다. 다양한 전공분야에서 모인 12명의 잘 교육받은 과학자 그룹이 있을 때, (이들 각각이 혼자 있었다면 어찌할 바를 몰랐을 텐데도) 누군가가 말을 꺼내는 것 － 예컨대 "그것은 내가 지난주에 읽은 논문을 생각나게 하는군요."라는 식으로 말이다 － 에는 보통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것에 힘입어 다른 사람도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당신도 아시다시피 그런 접근은 강하게 비판받고 있습니다." 내지는 "누구누구가 그것에 대해 알고 있다면 당신이 그에게 연락해 보는 것이 어떨까요?"

그 후에 이런 실마리를 끝까지 추구하는 것은 상임(常任) 스탭 구성원들의 몫이었다. 보통의 경우 처음 연락이 된 과학자는 바쁘거나 그 지역에 있지 않았지만, 대신 다른 사람을 추천해 주곤 했고... 그리고 계속해서 세 통에서 열 통의 전화연락을 하고 난 후에 우리는 상담원을 찾을 수 있었다. 과학상담원을 찾는 이런 과정은 전체적으로 매우 효과적이었다. 나는 그러한 차이를 만들어낸 것이 '인간적인 접촉'일 거라고 생각한다. 즉, 우리는 과학자 사회가 스스로를 위해 만들어낸 개인적 친분관계의 비공식적이고 탈집중적인 네트워크에 발을 들여놓게 된 것이었다. 그렇다고 우리가 주소성명록이나 전산화된 데이터뱅크 등의 공식적인 채널을 이용하는 것에 대해 반대한 것은 아니었으며, 때때로 우리가 정말로 곤란할 때 그것을 이용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런 방법은 이론적으로는 상당히 효과적일지 몰라도 실제로는 그다지 효과적인 것이 못되었다.
 

■ 1985-6: 어려운 시기
 

1984년은 프랑스 과학상점 운동의 전성기였다. 과학상점 수도 6개에서 12개로 많아졌고, 연간 500개 이상의 사례가 다루어졌다. 그러나 이것이 최고의 수준이었다; 1985년에 이르러 상황은 반전되었다. 1986년 말쯤에는 처음에 있었던 3개의 과학상점이 문을 닫았고 나머지들도 대부분 불안정한 상태에 처하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 대한 뚜렷한 징후는 처리되는 사안의 수와 질이 급격하게 감소하였다는 점이었다. 무엇이 잘못되었던 것일까?

분명한 첫번째 대답은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된 것이었다. 1984-5년에 승인된 보조금은 전년도의 절반밖에 되지 않았고, 이는 더 많아진 과학상점들 각각에 조금씩밖에 돌아가지 않았다. 그리고 이런 요인이 가진 중요성을 과소평가하는 것은 잘못일 것이다; 나는 1986년 우파가 다시 집권하기 이전에 과학상점 운동을 좌절시킨 것은 자칭 사회주의 정부에 대한 확실한 고발장이라는 느낌을 피할 수가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은 완전한 대답일 수 없다. 왜냐하면 우리는 또한 이렇게 물어볼 수 있기 때문이다: 과학상점은 왜 이런 류의 공식지원을 지속적으로 필요로 하는가?

나는 그 물음에 대한 대답 중의 일부가 과학자 사회의 본성에 있다고 본다. 나는 프랑스 과학상점이 상담역의 과학자들을 모집하는 데 상당히 성공적이었다고 이미 말한 바 있다; 분명 이것은 사실이지만 여기에는 커다란 주의가 필요하였다. 과학자들은 기꺼이 협력을 하였지만, 이는 그들이 자신의 전공분야 내부의 과학적 질문에 대해 과학적 답변을 제공하는 역할만을 담당한다는 조건 하에서만 그러했다. 만약 우리가 그들에게 연구요청에서 드러난 사회적/정치적인 맥락을 다루는 것(물론 우리는 이런 일을 하는 것을 좋아했다)에 참가하도록 요청했다면 우리가 한 명의 과학상담원이라도 찾을 수 있었을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처음에 우리는 과학자 개인의 정치적인 입장이 주요한 요인일 것으로 예상했으나, 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밝혀졌다. 정치적인 입장이 없거나 심지어 명백히 우파적인 입장을 가진 과학자들조차 기꺼이 협력을 하였다; 또한 좌파적 입장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과학자들이 자진해서 문제의 사회적 차원에 대하여 관심을 갖거나 자신들의 좁은 전공분야의 경계를 벗어나려 하는 것도 아니었다 (이는 종종 필요한 것이었는데, 왜냐하면 제기된 질문들은 전형적으로 전통적인 학문분야의 경계를 가로지르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지식의 단편들을 하나로 결합시키고 그것들을 사회적 맥락 속에서 정교화하는 작업은 과학상점을 조직한 집단(Science Shop collective)의 구성원에게 부과되었다. 이는 직접적으로 과중한 부담이 되는 것이 아니었고, 실제로 그 자체가 가장 흥미로운 일이었지만 사례들을 다루는 데 있어 작업부담을 크게 증가시켰다. 이 두번째의 어려움은 아주 놀라운 것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결국 과학상점의 목표 중 하나가 과학자 사회의 '의식을 향상시키는(conscientize)' 것이었고, 우리는 이것이 긴 시간이 드는 일일 것이라고 생각할 이유를 충분히 갖고 있었다.

내가 느끼기에 훨씬 더 큰 문제를 낳았던 것은 과학상점의 아이디어에 대한 대중 일반, 특히 '의뢰인들'의 지원이 부족했던 점이었다. 과학상점 집단의 회합은 모두에게 개방되어 있었고 또한 대부분 근무 시간은 피해 개최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창기 짧은 기간 동안의 열기가 지나자 일반인들의 참여는 대단히 드문 일이 돼 버렸다. 더 나쁜 것은 대개의 의뢰인들이 자신의 사례에조차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이었다. 앞에서 이미 밝혔듯이 과학상점은 '과학'이 사회적 상황으로부터 추출된 문제를 본래, 그리고 혼자서 해결할 수 있다고 가장하지 않았으며, 우리에게 이는 긍정적인 것이었다. 그러나 나는 대부분의 의뢰인들이 과학상점에 올 때는 '과학'이 '마술총알의 효력' 같은 것을 가지고 있다는 의사-신비주의적인 믿음을 지니고 있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그리고 그들은 이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후 관심을 잃어버리는 경향이 있었다. 게다가 우리는 의뢰인들이 과학적 작업에 참가하는 것에 대해 그다지 관심이 없고, 해석상 모호하지 않은 정보를 얻기 위해 드는 지독한 어려움을 일반적으로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음을 발견하였다. 예를 들어 내가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 어떤 생태주의 그룹은 어느 날 오후에 임의로 몇 개의 샘플을 채집해서 그 다음날 실험실에서 분석하는 정도면 오염 문제에 대처하는 데 충분하다는 생각이 머리에 박혀 있었다. 우리는 유효한 대안으로 보이는 것을 그들에게 제안했고, 그것은 그들 역시 지역 지리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유용하게 공동연구에 참가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분명히 우리의 선의를 의심했고 그들과는 다시 연락이 되지 않았다. 이런 경우는 드문 일이 아니었다; 많은 경우 우리가 일정한 노력을 들여 우리가 느끼기에 흥미롭다고 생각되는 제안뿐만 아니라 이를 수행할 과학상담자까지 제공했는데도, 막상 돌아서 보면 의뢰인은 사라지고 없기 일쑤였다 (2번 사례 참조).

비록 이러한 세번째 어려움이 가장 심각한 것이긴 했지만, 심지어 여기서도 누군가는 그것이 본질적으로 과학상점이라는 아이디어를 무용지물로 만든 것은 아니라고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과학상점 운동은 대중들이 과학적 작업이 실제로 어떤 것인가에 대한 심대한 무지와 오해의 희생양이라는 관념을 전제로 하고 있지 않은가? 과학자들과 대중들간의 의사소통의 간극이 우리가 상상했던 것보다도 훨씬 심한 것이었다는 사실은 실제로 과학상점과 같은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강화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 만약 과학이 완전히 소외된 의미에서가 아닌, 다른 의미에서 문화의 일부분이 되고자 한다면 말이다. 그러나 실제에 있어서는, 세 가지 어려움이 동시에 겹침으로써 생긴 부정적 상승(synergy) 효과가 너무나 컸다. 과학자들와 대중들간의 의사소통의 간극의 폭이 넓었기 때문에, 우리는 이를 위해 상당한 지원을 필요로 했다. 프로젝트를 작동시키기 위해서는 의지나 상상력뿐만 아니라 스탭 구성원들에게 급여를 지불하기 위한 자금도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우리는 지원을 얻어내기 위해서 장관이나 지방정부, 대학당국과 연구조직 등등에 로비 활동을 하는 데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런 전략은 1983년까지는 꽤 성공적이었으나, 그 후에는 근본적으로 실패였다 － 비록 그 당시에 우리가 이를 깨닫지 못하긴 했지만. 나는 1984년에 상당히 명시적으로 어려운 결정에 직면했던 것을 기억한다. 우리는 6개월 혹은 1년 이내에 활동을 중단하고 급여를 받던 스탭 구성원들로 하여금 실업수당의 신세를 지도록 할지 모른다는 사실을 확실히 알면서도, 돈이 유지되는 한도 내에서 사례들을 다루는 것에 모든 자원을 투입할 수도 있었다. 혹은 이에 대한 대안으로, 만약 우리가 로비를 한다면 공식적 지원을 계속해서 받아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쪽에 도박을 할 수도 있었다. 가능성은 매우 작았지만, 우리는 그 방법이 옳건 그르건 간에 과학상점을 굳건하고 장기적인 기반 위에 올려놓을 수 있는 희미하지만 '역사적인'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두번째 사항을 선택하였다.

만약 이 선택이 실수였다면, 나는 스스로가 그것에 대해 충분히 대가를 치루었다고 생각한다. 전국과학상점연합의 의장으로서 나는 내 시간의 80%를 로비하는 데 보냈다; 나의 그 당시의 노트는 당시의 악몽같은 기억을 떠오르게 해 준다. 관리상의 서류작업과 로비를 포함한 인위적인 외교활동은 가장 좋았던 때에도 그다지 유쾌한 일이 못되었다. 특히 로비가 성과를 거두지 못했을 때 그 효과는 끔찍한 것이었다. 그리고 여기서 우리는 물론 좋지 않은 좁은 문에다 도박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로비의 실제 결과가 상대적으로 만족스러운 편이 못되었기 때문에, 우리는 하급 공무원으로 대표되는 당국자들의 일부분이 갖는 정치적 저항을 극복하려 노력하고 있었다.

나는 여기서 로비 활동이 내게 어떻게 느껴졌는지에 대해 약간의 아이디어를 줄 수 있도록 한 가지 측면에 대해 언급하려 한다: 우리는 접촉할 각 부의 고위급들의 수준을 어느 정도로 하는 것이 최적인지를 결정해야 하는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 그것은 어느 정도 결정권한이 있을 만큼 높으면서도 너무 높아 전혀 접촉할 수 없는 정도는 아닌 그런 수준이어야 했다. 가능한 가장 좋은 타협으로 보이는 것을 만들어내려는 과정에서, 우리는 불가피하게 양쪽 세계 모두에서 최악의 경우를 택하게 되었다: 나는 실제적인 결정을 할 수 있을 만큼 높지는 않으면서도 상당히 접촉하기 힘들 정도로 충분히 높은 공무원들을 다루려고 노력하고 있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나는 하루에도 몇 시간 동안씩 전화를 붙잡고 있어야 했다. 나의 맹공은 방어적인 비서의 암초에 번번히 걸리고 말았고, 그래서 나는 겨우 5분간의 실질적인 대화를 위해 전화한 다음 1시간 동안을 기다리고 있어야만 했다. 그리고 이런 식의 전화 통화는 그렇지 않아도 진저리나는 서류작업 － 편지쓰기, 의사록 작성, 모임 조직하기, 회계 보기 등등 － 을 망가뜨려 놓았다. 그리고 이미 앞에서 밝힌 바와 같이, 가슴 속이 가라앉는 듯한 패배감으로 꽉찬 상황에서 겪은 이 모든 일들은 그릇된 희망이 주기적으로 기만당함에 의해 더 날카로와졌다. 나는 관련된 모든 집단들 － 대중들, 과학자들, 공공기관들 － 에게 그들 중 어느 누구도 원하지 않는 어떤 것의 가능성에 대해 설득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게 되었다. 결국, 내가 제안한 내용이 엄청나게 나쁜 것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All in all, not a bad version of hell).
 

■ (임시적인) 결론적 고찰
 

만약 내가 상황을 충분히 묘사했더라면 아마 그건 너무도 암울해서 '우리가 왜 그만두어야 했는가'라는 질문보다는 오히려 '우리가 왜 그동안 계속해 왔는가'라는 질문이 어울릴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다. 이 물음에 대해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답은, 과학상점이라는 아이디어에 내재한 마술적인 그 무엇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과학상점이 실제로 무엇을 하는 곳이었는가라는 질문을 제기한다. 나의 이 질문은 과학상점이 '실제로는' '과학적 질문에 대한 과학적 대답'을 제공하는 곳이 결코 아니었음을 그 속에 함축하고 있다.

나는 여기서 바르다(Warda)에 있는 간디의 '마을을 위한 과학' 센터(Gandhian 'Science for Villages' centre)에서 '적정기술(appropriate technology)' 영역에서 일하는 인도인 친구를 떠올렸다. 나의 비판적인 질문에 답해, 그는 효율적인 태양열 오븐이나 바이오가스 발전소 등속의 것들을 제공하는 것은 문제의 진정한 핵심이 아니라는 점을 내게 이해시키려 했다 (그의 말은 말하자면 힌두교 전도사 스타일이었기 때문에, 실제로 그가 이 내용 그대로를 말한 것은 아니다. 고로 해석상의 책임은 내게 있다); 그에 따르면 훨씬 더 적절한 것은 이러한 기술적 프로젝트를 놓고 다방면의 토론을 벌임으로써 (예를 들어) 지주들이 소작농들의 목을 죄는 것을 완화시키고, 마을 사람들이 자신들의 사회적 관계를 개선하도록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나는 과학상점에 어떤 문제 상황을 가져오는 행위가 심리적-사회적 원동력(psycho-social dynamic)에 있어서의 개방을 의미한다고 말하고 싶다. 과학상점을 찾는 의뢰인들은 마오(Mao)의 말을 빌자면, 개인적으로 혹은 집단적으로 '그들 자신의 힘에 의지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물론 이런 류의 정치적인 용어를 쓰는 것이 다소 이상해 보일지도 모른다. 이는 대부분의 과학상점의 의뢰인들이 결코 의식적으로 자신을 정치적으로 투쟁적인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는 노동조합이나 소비자단체, 생태주의자 등으로부터도 질문을 받았고 그에 응하였다. 그러나 이런 운동은 1980년대 프랑스에서는 이미 많은 부분 쇠퇴한 상황이었다. 뿐만 아니라 그들은 － 아마도 옳은 판단이겠지만 － 과학상점이 미리 설정한 자신들의 요구에 대해 '과학적으로 증명되었음'이라고 보증하는 고무인을 반드시 찍어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의심하였다. 따라서 우리의 처음 기대와는 반대로 그들의 참여는 저조했다. 그 결과 과학상점의 의뢰인들의 대부분은 '보통 사람들'이 되었다; 그렇다고 이런 사실이 나를 낙담하게 하는 것은 아니었다. 나는 이런 활동이 계속 일상적인 사회 관행이 되고 그에 따라 [신기한 것으로] 눈에 거슬리지 않을 정도가 되면 이것이야말로 '민중에 기초한 사회주의적 자주관리'의 형태가 되지 않을까 하는 느낌이 뚜렷하게 들기도 하였다.

오늘날의 '통상적인' 과학연구라는 것은 내가 아는 한, 한편으로는 과학자들의 머리를 여러 개념적인 가설들로 가득 채우는 과정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실제로 실험이 제대로 될 수 있도록 핵심적인 세부사항들을 명시하는 과정이다. 따라서 동료들과 돈이나 지원, 명성 등을 놓고 경쟁하지 않는 이상, 실험실 밖의 사회적 관계에 대해 고려할 여지는 없다. 그와는 대조적으로 과학상점은 여러 가지 면에서 달랐다: 모든 과학이론들이나 실험이 수행되는 방식과 관련된 해석상의 모든 미묘한 차이들은 실제로 '진짜 바깥세상'에 있는 무언가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즉 예를 들어 만약에 어떤 화학물질이 유리된 아미노족(free amino-groups)에 속한다거나 그 비슷한 말을 한다는 것은 곧 '유독함'을 의미했다. 또한 이런 물음들이 제기되었다: 우리가 누구를 설득시켜야 하는가, 그들을 설득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 그리고 그것에 대해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는가? 이런 의미에서 과학상점에서 과학은 문화였고, 명백히 사회적 관계였다. 이는 질문 속에 내포된 사회적 관계들이 이상화된 어떤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그 사회적 관계들을 중심으로 활동이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런 식의 설명이 다소 추상적이고 인텔리적이지 않을지 우려가 된다. 어쨌든 나는 다음과 같은 말을 보충하고 싶다: 과학상점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있어 과학상점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과학상점 일의 결과로 과학상점 조직집단 내부에 어떤 질을 갖는 개인적 관계들이 생겨났는지로부터 '과학상점의 마술(Science Shop magic)'을 느낄 수 있었다고. 물론 그것은 어려운 것이었다. 그렇지만 그것이 제대로 작동했을 때, 즉 우리가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상담할 과학자를 찾고 의뢰인이 의미있다고 인정하는 뭔가를 내놓았을 때, 이것은 사람들이 신뢰할 수 있는 일이 되었으며 이런 식으로 일이 진행되어야만 한다는 인식도 생겨났다. 나는 통상적인 직업에 스스로를 적응시키지 못해 불행해 하면서도 그 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아 왔다. 그리고 (아마도 합리적으로 예측가능한 정도보다 더 오랜 기간 동안) 우리를 유지시킨 이유는 이것으로 충분했다. 아니, 충분하고도 남았다. 나 자신에 대해 말하자면, 집단 내부와 운동 전체 내부에 존재하던 동지의식이 좌절의 압력 때문에 점점 더 약해지고 사람들이 하나둘씩 떨어져 나가던 시기에, 나 역시 스스로에게 "왜 나는 이런 벽에다가 머리를 계속 쾅쾅 부딪히고 있는 걸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지점에까지 이르렀다 － 그리고 나는 이 물음에 대해 아무런 답도 찾지 못했다.

역사를 이해하는 것은 힘든 일이며, 특히 그것이 개인적으로 연관되어 있는 최근의 역사라면 더욱 그러하다. 조금이라도 뒤로 물러서서 상황을 전체적으로 조망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나는 우리가 알고 있던 것은 모두 해 보려고 애썼다고 말하고 싶다. 만약 우리가 실패했다면, 역사적 기회라는 견지에서 볼 때 그것은 단지 [다른 시간과 장소에서가 아닌] 1980년대 프랑스에서의 과학상점 운동이 결국 유지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지 않을까? 물론 의문부호는 남는다; 또한 나는 이 경험의 진정한 교훈이 무엇인지에 대해 의문이 들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 같다. 그러나 그것이 무엇이든지 간에, 나는 우리가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는 사실에 대해 애석하다는 마음을 지울 수가 없다.
 

■ 문제 상황들
 

이제부터 우리의 자료목록에서 뽑은 7가지 질문의 사례들을 보도록 하겠다. 과학상점에서의 작업에 대한 느낌을 전달해 주기 위해 나는 독자에게, 우리의 답변을 보기 전에 접수된 '문제 상황들'에 대해 숙고해 보고 스스로에게 당신이라면 어떻게 답변했을까 하고 질문을 던져 보길 권하고 싶다. 우리의 실제 답변은 － 그것이 갖는 가치에 대해서, 나는 분명히 우리의 대답이 완벽했다는 식으로 가장하지 않을 것이다 － 비교해 보기 쉽게 모든 질문을 상술한 다음에 제시할 것이다.

1. 한 블록의 지역공동주택(council flats)의 세입자연합(Tenants' Association)에서 난방에 문제가 있어 과학상점을 찾아왔다: 그들은 상당히 높은 난방비용에도 불구하고 춥게 지냈다. 세입자들은 공공주택공사(Public Housing Office)에 가서 불만을 토로했고, 그들은 거주자들에게 전문가들이 작성한 조사 보고서의 사본을 보여주었다. 거주자들은 보고서의 복잡한 기술적 세부사항들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대강의 요점은 그것은 '정상적'인 상황이고 관리상의 관점에서 어떤 조치도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2. L씨는 성장하고 있는 아마추어 스포츠 프로그램의 하나인 대규모 장거리 달리기를 조직하는 이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리랜서이다: 그는 결승점 도착 후 몇 분 이내에, 참가자들의 목록과 함께 그들의 현 위치나 결승점 도착 시각을 알려 주는 일을 전문으로 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저녁에 집에 갈 때 뭔가를 들고 가야 하는' 참가자들에게 상당히 인기가 있었다. 그의 문제는 이렇다: 참가자들이 천 명 정도인 경우에는 간단히 눈으로 관찰하여 그 도착을 알아낼 수 있는 데 반해, 이런 행사가 성공을 거둠에 따라 참가인원이 만 명, 이만 명, 삼만 명까지 늘어나자 선수들이 도착할 때 수십 명에서 수백 명까지 떼를 지어 들어오기 때문에 감당해 낼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3. B부인은 10년 전 딸의 머리칼이 모두 빠져 버렸기 때문에 과학상점을 방문했다. 그때 이후로 그들은 모든 것이 괜찮아질 것이라는 무덤덤한 언질들을 접해 왔으나, 딸의 머리칼은 다시 자라지 않았다. 그래서 이제는 그것이 무엇이든간에 딸의 상태에 대해 － 지금까지 그들이 상담한 전문가들은 누구도 이에 대해 기꺼이 말하려 들지 않았다 － 진실을 알고 싶어했다.

4. M씨는 일찍 직장을 그만두고 극소량의 올리고 성분의 보충을 통한 새로운 식이요법을 고안하였다; 그가 자랑스러워하는 이론에 따르면, 대규모 농업의 결과 생산된 농산물에 올리고 성분이 결핍되어 있는 것이 암을 포함한 오늘날의 많은 질병의 원인이 되고 있다. 그는 작은 샘플 안에 든 극소량의 올리고 성분에 대한 정량적인 분석을 하기 위해 특히 기술적인 도움이 필요하다고 우리에게 요청하였다.

5. Z씨는 고통을 받고 있었다. 그는 '물리학자들'이 최근에 마이크로 송수신장치를 개발하여 그것을 어떤 경로인지는 모르지만 그의 뇌에 이식시킨 것이 분명하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는 이들 '물리학자들'의 신원파악을 의뢰하였다. 그의 이야기는 이렇다: 최근들어 어떤 악의있는 사람이 '자신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거기다가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는 목소리를 종종 들었기 때문에 이런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6. 소규모의 아방가르드 예술극단이 코페르니쿠스에 대한 연극을 만들고 있었다; 그들은 코페르니쿠스가 살고 활동했던 시기의 사회-역사적 배경에 대한 토론이나 논쟁을 창작과정에 포함하려 하였고, 그래서 과학상점이 이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지 물어 왔다.

7. D씨는 현재 파리의 은행원이지만, 남프랑스에 소규모의 목탄생산 공장를 세워 '그의 인생을 바꿔 보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이 계획의 실현가능성은 다음의 두 가지 사실에 근거하고 있었다: (i) 현재 프랑스는 목탄을 수입하고 있고, (ii) 원재료를 잔나무가지의 형태로 － 덤불(잔가지)을 제거하는 것은 정기적으로 이 지역을 황폐화시키는 커다란 산불을 예방하는 중요한 조치였다 － 싼 값에 구할 수가 있었다. 그러나 전통적인 생산과정은 낮은 경제성뿐만 아니라 건강에 해롭고 불쾌한 작업환경 때문에 적절하지 못했다. 그래서 D씨는 최근에 개발된 새로운 대안적 방법을 사용할 것을 제안하였다. 그러나 이 새로운 방법은 두 가지의 분명한 단점을 안고 있었다: (i) 이 방법을 사용하면 부산물로 송진이 나왔다; 송진을 흘려보내서 수질을 오염시키지 않고 이를 경제적으로 재활용하는 방법은 없을까? (ii) 막 잘라낸 덤불 가지의 수분 함량을 70%에서 30%로 낮추어야 하는데 빠르고 효율적인 방법은 없을까? 또한 D씨는 (iii) 덤불을 훨씬 다루기 쉬운 모양으로 자르는데 레이저를 사용하는 것이 가능한지 그렇지 않은지도 질문하였다.

문제 상황에 대해서는 이 정도로 해 두자. 과학상점은 이 질문들에 대해 어떻게 대답하였을까?

1. 세입자연합의 동의 하에 과학상담원으로 과학상점 집단의 성원인 한 난방기술자에게 조언을 구하였다. 모임에서 이 기술자는 '전문가 보고서'에 대해 설명하고 질문에 답하였다. 계산에 사용된 건축표준의 날짜에 대해 어물쩍 넘어간 것만 제외하면, 그 보고서가 정말로 잘못된 것은 아니라는 데 대체로 동의가 이루어졌다: 공동주택의 건축양식을 이미 주어진 것으로 간주할 때, 실내온도는 사실 현재의 연료소비율에서 무엇을 기대할 수 있는가에 달린 문제였다. 그러나 이런 언급만으로 상황을 더 만족스럽게 해줄 수는 당연히 없지 않은가! 모임이 끝나갈 때쯤 에너지를 절약하고 난방비 상승 없이 실내온도를 올리기 위해서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더 나은 단열재가 무엇인지 등등)에 관한 완전히 새로운 질문들이 나왔다. 이 질문은 이후에 대학 컴퓨터를 이용하여 거주자들이 제공한 자료를 바탕으로 시뮬레이션을 수행함으로써 답변되었다. 그 결과, 세입자연합은 구체적이고 건설적인 제안이나 요구를 할 수가 있었고, 주택공사(Housing Office)와의 투쟁에서의 상황을 성공가능성이 보다 높은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시킬 수 있었다.

2. 이 질문은 리용 과학상점 집단의 성원인 한 생물학자가 컴퓨터를 이용한 이미지 프로세싱 방법을 개발했다는 사실을 알아차릴 때까지 한동안 우리를 괴롭혔다. 그의 연구는 담륜충(擔輪蟲, 깨끗한 연못에 사는 미세한 생물)의 움직임을 추적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여기에 사용된 기술을 우리가 맞닥뜨린 문제로 이전하는 것이 가능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 사례는 실망스런 결과로 끝이 났다: 우리가 보기에 희망이 있다고 생각되는 제안을 제공하려 했지만, 그 의뢰인과 다시 연락을 할 수가 없었다.

3. 이런 일을 다루는 데는 약간의 주의가 필요하다. 환자에게 알리는 것을 보류하는 의학적 관행은 종종 사람을 격분시키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반면에 이런 관행은 환자가 자신의 상태에 대해 나쁜 소식 － 혹은 불확실성에 관한 언급 － 을 들었을 때 좋지 않은 반응을 보인다는 반복된 임상 경험에 기초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한다. 그래서 우리는 의학적 조언이나 치료에 대해 과학상점이 책임을 질 수는 없으며, 또한 요구된 정보가 희망적이라는 보장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려고 노력했다. 이러한 해명에 대한 B부인의 반응이 (적어도 내가 판단하기에는) 만족스러운 것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이번 경우가 관련된 이들에게 과학지식을 유용하고 이해가능한 형태로 제공하는 과학상점의 역할에 부합한다는 것에 동의했고 이에 따라 이 사례를 우리가 맡기로 결정했다. 우리는 그 당시 이런 증상에 대해 다소 대중적인 리뷰 논문을 썼던 의학 저널리스트와 B부인의 만남을 주선했다. 그리고 그 의학 저널리스트는 논문에 인용되었던 관련 분야의 몇몇 전문가들에게 그녀를 다시 소개시켜 주었다. 여기서 우리는 탈모가 상당히 복잡한 증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많은 서로 다른 원인들에 귀속될 수 있고 또한 판이하게 다른 예후(豫後, 병이 진행되는 경과)를 가졌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을 내리는 것이 항상 쉽지만은 않았다. 따라서 이번 사례는 진정으로 불확실한 경우였다. 나는 그들이 제공할 수 없는 세부사항들을 억지로 요구할 정도로 지각없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록 표면적으로는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결과를 낳긴 했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이번 경우가 상당히 의미있는 것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B부인은 남편과의 이혼으로 정신적인 고통을 겪은 적이 있었고, 딸의 증상이 혹시 이런 불행에 대한 정신-신체적(psychosomatic) 반응이 아닐까 하는 걱정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알 수 있는 것은 피하지 말고 알아야겠다는 결심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었고, 그것은 그 자체로 긍정적인 결과를 낳았던 것 같다. (이후에 딸의 머리칼이 다시 자랐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과학상점의 사례들이 항상 동화같은 결말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4. 이번은 '미친 발명가' 류의 경우인데 이런 종류의 일은 대부분 매우 난처하다. 한편으로 나는 단순히 '공식적 과학' 영역에서 그러는 것처럼 매정하게 거절하여 M씨의 편집증을 악화시키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그렇다고 진지한 과학적 연구에 착수해야 하는가? 만약에 그렇게 한다면 그것은 아마도 요구된 분석을 수행하는 것; 그리고/또는 그의 이론의 현재 상태에 비추어 볼 때 그러한 조치[그가 제안한 식이 요법]의 타당성과 경제성을 가늠하는 것; 그리고/또는 나에게 선험적으로 터무니없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 그의 이론에 대해 평가하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나는 먼저 모종의 '현실적 원칙(reality principle)'을 세우고 싶다는 것을 느꼈다. 나는 그가 몇몇의 임상적 시도를 이미 수행해 보았다고 주장한 사실에서 한가닥 기회를 찾았다. 나는 그러한 시도가 합법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분명히 그가 공인된 개업의와 협력하였을 것이라고 이야기하였다; 그는 이 주장에 동의하였다. 그래서 나는 그에게 그 개업의의 신원에 대해 우리에게 알려 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그것이 당연하다는 데 동의하였지만 먼저 자신의 동료들의 승낙을 얻어야 한다고 하였다 － 그 후 그는 사라졌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그 결과는 전적으로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었다; 내가 어쩌면 진심으로 말하는 의뢰인을 조금이라도 낙담시켰을지 모른다. 그렇지만 나는 몇 가지 점에서 위안을 찾았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다했고, 어쨌든 그에게 무작정 거절하지도 않았으며, 그리고 어차피 나는 교묘하게나마 일정한 양의 시간과 노력의 낭비를 막는 쪽을 선택했으리라는 것이었다.

5. 이것은 신중을 요하는 또다른 경우였다. 물론 나는 편집증 환자의 환청이 일반적으로 정신분열증의 분명한 신호로 간주된다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가 스스로 정신병원에 가기를 원하지 않는 한 나의 역할은 곧바로 그를 그곳에 보내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는 단지 그에게서 벗어나기 위한 방편으로서도 적절한 것은 아니라고 느껴졌다. 이 일이 실시간으로 일어났기 때문에 나는 즉흥적인 해결책을 만들어내야만 했는데, 그것은 이랬다: 나는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의 한도 내에서 그가 겪고 있는 부류의 현상에 대해 다음과 같은 몇 가지의 상이한 과학적 접근법이 있다고 설명해 주었다:

― 약물을 통한 정신의학 (아마도 단지 목소리를 없애기를 원한다면 가장 효율적인);
― 임상적인 정신분석 (만약 목소리가 누구의 음성이며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싶다면);
― 신경생물학 (만약 목소리의 원인이 되는 뇌의 메카니즘에 대해 알고 싶다면);
― 물리학 (마이크로 송수신장치 － 내가 아는 한 그런 것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지만 － 가 아니라, EPR 패러독스가 텔레파시의 기초일 것이라고 주장하는 양자역학의 최근 해석에 대해).

나는 그에게 가장 적당하다고 생각되는 접근방법을 선택하라고 하였고 그는 생각해 보겠다며 사라졌다.

며칠이 지난 후 그가 돌아왔고 나는 스스로가 벌여 놓은 일을 끝까지 해내기로 하였다. 그동안 나는 내가 신뢰하고 있던 정신분석의와 연락을 하였고 그는 의뢰인이 원하는 경우 상담을 해 주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내가 우려했던 대로 그는 '물리학'을 선택하였다. 그래서 나는 문제의 이론이 상당히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것이라고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그에게 이 이론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 놓은 코스타 드 보르가르(Costa de Beauregard)가 쓴 논문의 사본을 주었고, 이와 아울러 합리주의자연합(Union of Rationalists)에서 작성한, 이 이론에 대한 신랄한 공격을 담은 사본 또한 읽어보기를 권하였다. (나는 보통 그들의 쓸데없는 논의를 좋아하지 않지만 이 경우에는 딱 들어맞는 것처럼 보였다!)

일주일 후에 Z씨는 다시 상점에 들렀다. 그는 이 문제에 대해 나의 태도가 다소 애매하다는 것을 알아차린 듯했다 (물론 그랬다). 그는 단도직입적으로 내가 그의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솔직히 말해 달라고 부탁했다. 특히 내가 그를 진지하게 대하고 있는지, 아니면 그가 나를 놀리고 있다고 생각하는지를 물었다. 나는 그가 말한 경험이 진정으로 믿을 만하다는 것에 대해 한치의 의심도 없다고 (정말로 성실하게) 대답하였다; 그러나 나는 만약 내가 선택을 한다면 그 '목소리'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물리학보다는 임상적 정신분석을 택하겠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내가 그의 진심을 믿고 있다고 표현한 것에 만족하는 것처럼 보였고, 내가 주의깊게 들어준 데에 대해 고맙다고 하고는 사라졌다; 나는 그를 두번다시 보지 못했다.

6. 앞선 경우들이 곤란하고 애매했던 반면, 이 경우는 상쾌할 정도로 간단명료해 보였다. 두 번에 걸친 세 단계의 연락을 거쳐 다음의 상담원들을 소개해 주었다: 한 명은 코페르니쿠스의 이론과 역사적으로 연관되어 있는 인식론적 쟁점들에 대해 깊이 있는 연구를 해온 물리학자였다; 그리고 다른 한 명은 코페르니쿠스와 그가 살았던 시대에 대한 세계적 권위자인 폴란드 역사학자로서. 우연히도 그는 프랑스에서 안식년을 보내고 있었다. 이 두 상담원들은 극단 관계자들과 몇 차례의 워크샵을 가졌고, 200명 정도가 참석한 대중강연회를 열고 이어 토론을 벌였는데 이는 대체로 성공이라고 생각될 만한 것이었다.

7. 이 사례도 우리가 무척 간단명료하게 다룬 경우다. 레이저의 사용가능성에 대해서는 우리는 비용과 취급의 위험성이라는 관점에서 그것이 왜 그다지 좋은 생각이 아닌지를 상세히 설명해 주었다. 두번째 문제에 대해 우리는 덤불 가지의 건조를 좀더 빠르게 하기 위해 주아궁이(primary furnace)의 낮은 열효율을 회복시키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제안하였다; 그리고 D씨를 새로운 탄화과정을 발명한 사람과 직접 연결시켜 줄 수 있었는데, 그 역시 자신의 발명을 이런 식으로 확장하는 것에 대해 관심을 가졌다. 첫번째의 재활용에 대한 문제에서 의뢰인은 우리를 깜짝 놀라게 했다: 우리가 대답을 찾기 전에 D씨 자신이 요구된 정보를 동유럽의 정보 원천으로부터 찾아내었던 것이다.

수도 적고 정말로 무작위로 뽑은 과학상점의 사례들이 독자들에게 어떤 인상을 남겼는지 모르겠다; 나에게 있어서 이런 사례들은 우리가 맞닥뜨린 '문제 상황들'이 매혹적일 정도로 다양하였다는 것, 또 이런 문제에 대해 적절하게 답변하려 애쓰는 과정에서 융통성있고 폭넓은 상상력이 필요했다는 것을 다시금 상기시켜 준다.
 

■ 토론
 

Science as Culture의 편집진은 몇 가지 질문을 제기하였고, 나는 답변을 한다기보다는 열린 토론을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가능한 한 최선을 다해 이에 응하였다.

SaC: 적어도 네덜란드에서는 과학상점이 살아남았는데 왜 프랑스에서는 그렇지 못했는가? 이는 프랑스에서 과학자들이 상대적으로 엘리트적이고 탈맥락화된(decontextualized) 훈련과정을 거치는 것과 관계가 있는가? 혹은 1980년대 네덜란드에서 좌파적 반문화운동(counter-cultural movement)이 상대적으로 강하게 계속된 것과 관계가 있을까?

JS: 분명히 좌파적 반문화운동의 지속이 － 내 생각에는 사민주의적 개혁과 노조의 참여라는 점까지 결부시켜서 － 관련이 있다. 특히 나는 환경오염이 네덜란드에서는 커다란 쟁점이라고 믿는다: 그곳에서는 흙 샘플에 대한 분석 같은 것이 적어도 몇몇 과학상점에서는 기본적 일상활동이 된다. 물론 이런 답변에 대해서 다시 다른 질문이 제기될 수 있다: 왜 그런 차이가 있나? 왜 그들은 좌파적 반문화운동을 가지고 있고 우리는 그렇지 않은가?

SaC: 의뢰인들의 문제 상황을 과학적 질문으로 번역하는 프랑스 과학상점의 경험을 묘사할 때, 당신은 과학적인 질문 형태가 어떠한 것인지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여기서 다음과 같은 추가적인 질문들을 던질 수 있다:

― 이 사회에서 당신이 '과학'이라는 글자를 당신이 개설한 상점 입구에 내다걸어 놓는다면, 누가 그것에 더 주목하고 또 질문을 가지고 당신을 찾아가겠는가?
― 질문을 다른 방식으로 말한다면, 당신은 '의뢰인들' 가운데 저항적인 그룹이 상대적으로 부재한 것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 비록 당신의 의도가 비자본주의적인 사회관계를 제공하려고 하는 것이었다 하더라도, 만약 당신이 대부분의 경우에 집단적인 의뢰인들을 상대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그것이 가능하겠는가? 혹은 억압적인 권력에 도전하고자 하는 시도조차 않는다면 그것이 가능하겠는가? 이러한 상황 속에서, 당신은 어떻게 과학적인 전문지식을 제공하는 것 이상의 어떤 것 － 예컨대 바로 그 전문지식을 변형하거나 탈신화화하는 등의 － 을 달성하리라고 기대할 수 있는가?

JS: 내 생각으로는, '우리에게 주목하고 질문을 가지고 오려 하는' 유형의 사람이나 집단은 그들이 처한 구체적인 상황에 대해 무엇이든 해 보려고 노력하는, 깨어 있는 사람들이다 － 즉,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내가 '사회주의적 자주관리'라고 부르는 것을 발전시키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겠다. 우리는 스스로를 정치적인 '전위(avant-garde)'라고 생각지는 않았다. 만약 상황이 '억압적인 권력에 도전하는' － 여기서 '억압적인 권력'이란, 우리 시대에는 이빨 사이로 노동자들의 피를 질질 흘리고 있는 무자비한 자본가라기보다는 얼굴없는 관료/테크노크라트에 훨씬 더 가깝겠지만 － 집단적 행동을 명백하게 요구하는 것처럼 보이면, 우리는 개인적으로 찾아온 의뢰인들에게 질문을 받아들이는 조건으로 집단을 조직하도록 요구하였다. 예를 들어 주택건설 협정; 공동주택 구역이 겪은 도로소음; 수돗물의 지독한 맛; 시각장애자를 위한 '자동점자(automatic Braille)'의 개발; 사무실 구역의 지하차고 안의 석면에 관한 것 등이 그렇다.

'저항적인 그룹'에 관해 말하자면, 이런 종류의 의뢰인들이 20% 정도 있었다. 그러나 이것은 가장 실망스러운 것이었는데, 왜냐하면 우리는 그들이 우리의 의뢰인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고, 그들과 접촉하기 위해 훨씬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았음에도 미약한 결과만을 낳았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그들이 상대적으로 수가 적은 것은 역사적으로 이 시기에 와서 그들이 일반적으로 힘이 약해지고 혼란에 빠졌기 때문이다. 건강이나 안전에 관한 쟁점들은 실업의 위협에 직면하자 뒷전으로 밀려났다. 심지어 이민 그룹들(immigrant groups) － 예를 들어 프랑스 인종주의 반대집단(SOS Racism in France) － 조차도 구체적인 지역적 쟁점들에 대한 아래로부터의 행동보다는 눈에 띄게 겉으로 드러나는 대중성에 보다 관심이 있었다. 이것이 우리가 '뭔가 건설적인 일을 하려는' 사람이면 누구나로부터 질문을 받아들인 이유이다.

내 생각에 주요한 쟁점은 역시 '과학적 전문지식'과 사람들의 필요 사이의 간극이다 － 단, 사람들이 의식적으로 자신들의 집단적인 정체성을 '억압받는 그룹'으로 인지하건 그렇지 않건 간에, 라고 덧붙이고 싶다. 바꿔말해, 문제는 현재 구성된 대로의 '과학지식'이 사람들의 필요 － 이 역시 있는 그대로 파악되어야지, 그 필요가 '어떠한 것이어야 한다'라고 미리 규정지어서는 곤란하다 － 에 충분할 정도의 적절성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나는 우리가 대체로 수행했던 작업인 '탈신화화하는 것(demystifying)'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점을 과학상점의 경험이 말해 준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그 자리에 뭔가를 대신 채워 넣지 않는 한, '탈신화화되는' 것을 진정으로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우리가 긍정적으로 적절한 지식을 생산해 내지 않는 한 그 이상의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케인즈(Keynes)는 많은 사람들이 '실업은 존재할 수 없다'라고 가정하는 경제이론에 기초하여 실업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우리가 처한 상황도 이와 유사하다. 우리가 정작 필요로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효과적인 행동이 무엇인지를 알려줄 수 있는 사고방식이다. 옛날에 맑스 할아버지(Papa Marx)는 물론 이런 점을 지적했다; 그러나 맑스주의, 심지어는 뉴 레프트 맑스주의(New-Left Marxism)조차도 비판의 도구로서 는 여전히 소중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인 대안을 개발하는 것에는 부적절해 보인다. 케인즈 경제학(Keynesian economics)은 한동안 적어도 효과적이라는 인상은 주었지만, 현재에는 분명히 그 운명을 다하였다. '기술혁신', '생산성'과 '경쟁력'의 증가와 같은 최근 유행하는 만병통치약은 우리 행성의 모습을 바꾸고 있다. 그러나 이는 실업 문제를 포함한 우리 사회의 병폐들을 해결하기보다는 틀림없이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여기서 많은 것들이 지금 위험에 처해 있다. 어디나 마찬가지겠지만 프랑스의 모든 사람들은 불만족스러워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적절하고 신뢰할 만한 대안이 없다는 사실에 좌절하여 르 팡(Le Pen)과 같은 인물에 표를 몰아주고 있다. 25년 전 알제리의 아랍인들을 고문하고 있었던 인민주의적 인종차별주의자(populist racist)인 그는, 현재 대통령선거 유세에서 뛰고 있다. 그의 극단적으로 단순한 대중선동은 10-15% 정도의 표를 몰아갈 것으로 추측되는데, 이는 프랑스 공산당이 얻을 지지율을 무색케 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새로운 어떤 것을 절실히 필요로 한다. 불행하게도 필요가 언제나 적절한 발명의 어머니가 되는 것은 아니다; 명맥만이 남은 과학상점 운동으로부터 손을 뗀 지 1년이 지난 지금, 그것은 나에게 도전을 제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