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스 슈워츠 코완, 김명진 역, 『미국 기술의 사회사』(궁리, 2012)
 


 
 

< 목  차 >
 

감사의 말

1부 시초
미국 기술의 사회사

1장 | 땅, 원주민, 이주자
땅과 원주민들
유럽 이주자들
식민지 경제
식민지 경제정책과 기술변화
결론: 기술변화의 가속화

2장 | 식민지에서의 경작과 집안일
식민지 시기의 농장 유형
식민지 농업의 기술시스템
결론: 자족성의 신화

3장 | 식민지의 장인들
도제체계와 노동력 부족
인쇄소와 인쇄업자
제조소, 제조소기술자, 제조업자
철 주조소와 철물공
결론: 기술변화의 속도가 느렸던 이유

2부 산업화

4장 | 초기 수십 년 동안의 산업화
올리버 에번스, 증기기관, 기계공작소
일라이 휘트니와 조면기
무기산업과 미국식 생산체계
새뮤얼 슬레이터와 공장체계
결론: 미국 산업화의 독특한 성격

5장 | 운송혁명
운송의 어려움
유료도로와 기업가들
운하건설과 주정부의 재정지원
증기선: 증기력과 국가권력
철도: 국가 운송체계의 완성

6장 | 발명가, 기업가, 엔지니어
특허체계: 발명의 공적 역사
발명가: 1820년에서 1920년 사이의 변화
기업가: 혁신과 확산
엔지니어: 1820년에서 1920년 사이의 변화

7장 | 산업사회와 기술시스템
산업화, 의존성, 기술시스템
전신 시스템
철도 시스템
석유 시스템
전화 시스템
전기 시스템
산업사회의 특성
결론: 산업화와 기술시스템

8장 | 매일매일의 생활과 일상적 노동
농부와 예상치 못한 결과
숙련노동자와 탈숙련노동자
미숙련노동자
가정주부와 가사하인
결론: 산업화는 노동자들에게 좋은 것이었는가, 나쁜 것이었는가?

9장 | 기술에 대한 미국인들의 관념
기술과 연관된 관념들
산업화의 전조
기술과 낭만주의
산업화 옹호자들의 낭만주의 수용
기술과 예술
결론: 기술의 문화적 의미

3부 20세기 기술
축복인가, 저주인가?

10장 | 자동차와 자동차 이용
누가 자동차를 발명했는가?
헨리 포드와 자동차의 대량생산
앨프리드 슬론과 미국 자동차의 대량시장
1945년 이전의 자동차 이용과 도로 시스템
1945년 이후의 자동차 이용과 도로 시스템
자동차 이용의 예상치 못한 결과
결론: 자동차 이용의 패러독스

11장 | 납세자, 장군, 항공술
초기의 항공기와 항공산업
2차 세계대전: 전환점
군산학복합체
민간으로의 스핀오프와 우주경쟁
결론: 군대 후원의 득실

12장 | 통신기술과 사회통제
무선전신
무선전화
무선통신에 대한 정부규제
무선방송: 라디오
텔레비전
전자소자: 진공관과 트랜지스터
컴퓨터
결론: 전자통신을 통제하려는 노력의 궁극적 실패

13장 | 생물기술
과학, 기술, 기술과학
잡종 옥수수
페니실린
피임약
결론
 

 
< 역자후기 >

기술사에 시민권을 찾아주자
 

한국의 학계와 지식인사회에서 기술사는 아직 시민권을 얻지 못한 학문분야이다. 이 주제를 전공한 학자들의 수도 극히 적고, 관련 학회나 학술지의 활동도 미미하거나 전무하며, 서점가에서 이 주제와 관련해 제대로 된 연구서나 교양서를 찾아보기도 쉽지 않다. 이러한 상황은 기술사의 자매 분야라고 할 만한 과학사와 비교해 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과학사는 여러 곳의 대학원에 제도적으로 자리를 잡고 있고, 상당수의 대학들에서 학부 교양과목으로 개설되어 수많은 학생들이 수강하고 있으며, 시중에 나가 보면 좋은 읽을거리들도 많다. 반면 기술사의 형편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아마 많은 사람들은 '기술사'라는 단어를 접하면 그것이 'history of technology'를 의미한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일종의 자격증 같은 것을 먼저 떠올릴 것이다. 현재 한국사회에서 기술혁신에 쏟아부어지고 있는 거의 광적이다시피 한 관심에 비추어 보면 이러한 상황은 거의 기이하다고 할 만하다.

기술사에 대한 이러한 무관심은 기술과 기술사에 대한 일종의 고정관념과 기묘한 짝을 이루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기술의 역사를 천재적이고 탁월한 발명가, 기업가, 엔지니어들이 이뤄낸 놀라운 성취의 연대기로 바라본다(이러한 '위인' 중심의 역사관은 과학사와 흥미로운 유사성을 보여준다). 그러나 누가 언제 무엇을 발명했고 어떤 회사가 언제 어떤 기술을 내놓았는지, 또 그런 기술이 어떻게 세상을 획기적으로 바꿔 놓았는지에 초점을 맞추는 이러한 연대기는 기술사를 이전보다 훨씬 더 우수한 기계, 제품, 공정이 차례로 나와 이전의 것들을 대체하는 선형적인 역사로 축소시킨다. 획기적인 기술이 모든 것의 중심이 되는 그러한 연대기 속에서는 실수투성이의 인간이 물질적·사회적 제약 속에서 좌충우돌하며 만들어 가는 과정으로서의 역사라는 개념이 설 자리가 없다.

미국의 기술사학자 루스 슈워츠 코완이 쓴 『미국 기술의 사회사』는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는 데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는 책이다(코완은 미국의 가정기술과 가사노동의 변화를 추적한 역저 More Work For Mother(1983)[한국어판 제목: 『과학기술과 가사노동』]로 이미 국내에 소개된 바 있다). 이 책은 북미 대륙에 유럽인들이 정착하기 시작한 17세기 초부터 기술시스템이 사회를 지탱하는 근간으로 자리잡은 20세기 말까지 미국 기술의 흐름을 충실하면서도 건조하지 않게 그려내고 있다. 이 책이 가진 미덕은 제목에서도 엿볼 수 있듯이, 기술사를 기업사, 경제사, 지성사, 노동사, 환경사 등의 다른 역사 분과들로부터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그것과 끊임없이 뒤얽히는 모습으로 그려내고 있다는 데 있다. 그래서 이 책은 기술사 개설서들이 흔히 빠지기 쉬운 함정, 즉 시기별, 지역별, 기술 영역별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를 나열하는 서술을 피하면서, 기술을 실제로 만들어내고 사용하고 그로부터 영향을 받았던 사람들을 중심에 두는 체제를 따르고 있다(미국 기술사를 다룬 여타의 개설서들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2부의 독특한 구성은 이를 잘 보여 준다). 이 과정에서 코완은 기술 발전이 미국 사회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도 그것이 모든 사람들에게 자동적인 혜택을 안겨준 것이 아니라 항상 그 속에서 이득을 얻은 사람과 손해를 본 사람이 있었음을 되풀이해 강조함으로써 기술 발전에 대한 무비판적 낙관론을 경계한다.

물론 이 책에는 이러한 미덕뿐 아니라 다소 아쉬운 점들도 있다. 혹자는 이 책이 서구 기술 전반이 아닌 '미국 기술'로 서술 대상을 한정했다는 점에서 다소의 아쉬움을 토로할지도 모르겠다. 이는 19세기 이후의 기술 발전이 일국 내에 국한되지 않고 국가간에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전개되었다는 점에서 일견 타당한 점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아쉬움은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에 걸쳐 미국이 영국을 누르고 세계 최고의 산업 국가로 부상하면서 시대를 특징짓는 중요한 기술 발전과 산업 혁신들이 미국에서 많이 이뤄졌음을 감안하면 약간은 상쇄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혹자는 이 책에서 20세기를 다룬 3부의 분량이 너무 소략하고 몇몇 기술 영역에만 치우쳐 있어 20세기 기술의 전모를 보여주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20세기(특히 20세기 후반)는 기술사에서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앞으로 더 많은 연구성과가 기대되는 시기라는 점에서, 이는 이 책의 한계라기보다는 앞으로 더 발전되고 보완될 수 있는 지점으로 보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이 책과 역자의 인연은 원서가 출간된 직후인 15년 전으로 거슬러올라간다. 가정기술에 대한 코완의 논문과 책을 흥미있게 읽었던 역자에게 같은 저자가 쓴 미국 기술사 개설서는 매우 구미가 당기는 대상이었다. 그래서 출간 직후에 곧장 책을 구입했고, 지난 10여년 동안 학부에서 간헐적으로 기술사 관련 강의를 할 때마다 핵심적인 참고교재로 활용하면서 몇몇 장들은 초역 원고를 만들어 학생들에게 읽히기도 했다. 이제 궁리출판사의 배려로 책 전체를 번역해 내놓게 되니 그간 기술사 강의를 하면서 마땅한 교재 한 권을 구하지 못해 애태우던 시절을 드디어 마감할 수 있게 된 것 같아 기쁜 마음이 앞선다. 부디 이 책이 기술사에 관심을 가졌으면서도 그간 마땅한 읽을거리를 찾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좋은 출발점이자 길잡이가 되었으면 한다. 앞으로도 기회가 닿는 대로 기술사와 관련된 주제를 다룬 좋은 단행본들을 소개할 것을 약속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