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환석·김명진 공역, 『토마스 쿤과 과학전쟁』(이제이북스, 2002)
 


 
 

< 목  차 >
 

포스트모던한 속임수: 소칼 사건의 배경

과학전쟁의 기원
   1) 과학의 순수성에 대한 논쟁
   2) 서구중심적 사고와 이에 대한 도전
   3) 냉전의 영향

쿤과 과학혁명의 구조

쿤 이후의 전개
   1) 과학철학 분야의 논쟁
   2) 성찰적 과학자들의 과학 비판
   3) 과학사회학의 변화
   4) 구성주의적 과학지식사회학
   5) 에딘버러학파의 스트롱프로그램
   6) 페미니스트 과학학

탈식민주의 과학학

쿤에 대한 비판

과학전쟁을 넘어서: 탈정상과학
 
 

< 역자서문 >
 

토머스 쿤은 두말할 나위 없이 20세기 후반의 가장 중요한 사상가 중 한 사람이자, 과학의 본질에 관한 논의에서 이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1962년에 발표한 『과학혁명의 구조』에서 과학이 점진적·누적적으로 진보한다는 당시까지의 통념을 깨고, 하나의 '패러다임' 하에서 진행되던 '정상과학'이 역사상 간혹 일어나는 '혁명'에 의해 단절되어 새로운 것으로 교체된다는 과학관을 제시했다. 또한 그는 과학자가 '새로운 진리의 발견을 추구하는 대담한 모험가'라는 널리 퍼진 이미지에 이의를 제기하여 이를 '기존의 세계관 속에 안주해 작업하는 퍼즐-풀이자'라는 보수적인 상으로 대체했다. 이러한 쿤의 이론은 1970년대 이후 과학사회학자들에 영향을 주어, 과학지식은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구성된'(socially constructed) 것으로 보는 구성주의 과학사회학을 탄생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 과학을 둘러싼 사회경제적 여건이 변화하면서 과학을 바라보는 이러한 관점에 대한 반발이 커지게 되었고, 그 결과 과학지식이 보편적·합리적인 것이라는 전통적 과학관을 고수하는 과학자 및 과학철학자들이 구성주의적 과학관을 주장하는 과학사회학자들과 충돌한 이른바 '과학전쟁'이 발발하였다. 1996년 초 일어난 '소칼의 날조'는 과학전쟁을 대중적 차원으로까지 확대시킴과 동시에 서구의 지성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던 일대 사건이었다.

영국의 저술가인 지아우딘 사더가 쓴 소책자 Thomas Kuhn and the Science Wars (Cambridge: Icon Books, 2000)를 옮긴 이 책은 앞서 설명한 '과학전쟁'의 보다 깊은 역사적 맥락을 추적하고 있다. 여기서 사더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최근의 '과학전쟁'이 1990년대에 처음 생겨났거나 일과성 해프닝이 아니라 20세기초까지 그 기원을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 뿌리깊은 논쟁이라는 점이다. 즉 군사화/산업화된 현대의 과학에 대하여 오래 전부터 제기되어 왔던 회의와 비판이 그 근저에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 책에서 사더는 과학전쟁의 전개과정을 단순히 묘사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이에 대한 나름의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과학활동의 양상이 불확실성과 위험을 특징으로 하는 '탈정상과학'으로 변모해 가고 있는 오늘의 현실에서 인식론적 문제에 초점을 맞춘 과거의 '과학전쟁'은 이제 현실적합성을 잃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불확실성과 위험의 상황에서는 과학활동에 대한 평가를 과학자뿐 아니라 모든 당사자들(사회과학자, 언론인, 시민운동가, 주부 등)이 함께 참여하여 공공논쟁에 부치는 과학의 민주화가 요청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더의 주장은 음미해볼 만한 중요한 함의를 가진 것이 아닌가 판단된다 (1990년대 과학전쟁의 자세한 전개과정에 더 관심이 있는 독자는 홍성욱이 쓴 「누가 과학을 두려워하는가 ― '과학전쟁'의 배경과 그 논쟁점」, 『생산력과 문화로서의 과학기술』(문학과지성사, 1999), pp. 68-126을 참조하기 바란다).

지난 몇 년간 한국에서도 소규모의 '과학전쟁'이라고 할 만한 논전이 수 차례 전개된 적이 있었다. 1998년에는 이 책의 공역자 중 한 사람인 김환석과 서울대 물리학과의 오세정 교수가 ≪교수신문≫의 지면에서 논쟁을 벌인 바 있고, 2001년 봄에는 한림대에서 열린 '과학전쟁' 대토론회 자리에서 과학활동의 성격을 둘러싼 흥미로운 논의가 진행되었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이런 논쟁들은 그 자체로도 썩 생산적이었다고 보기 힘들 것 같고, 특히 한국사회에서 과학을 둘러싼 문제와 이에 대한 대안적 접근을 모색해 보는 단계까지 나아가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쉬운 점이 많았다. 이 소책자의 출간이 이런 상황을 타개하는 데 일조했으면 한다.

번역은 김명진이 앞부분(포스트모던한 속임수∼쿤), 김환석이 뒷부분(쿤 이후의 전개∼과학전쟁을 넘어서)을 맡았고, 원래 참여연대 시민과학센터의 회원소식지인 ≪시민과학≫에 두 차례에 걸쳐 실었던 것을 EJ Books의 제안으로 전체적으로 다시 손보아 책으로 내게 되었다. 출간을 제안하고 후반작업에 수고해 주신 EJ Books의 여러 분들께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