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발전과 그 비판자들: 부지 선정 논쟁
 

도로시 넬킨
 
 

1967년 6월, 뉴욕 주 전기가스회사(New York State Electric and Gas Corporation, NYSE&G)는 뉴욕 주 한가운데에 위치한 케이유거 호(Cayuga Lake)의 동쪽 연안에 핵발전소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공표했다. NYSE&G는 벨 발전소(Bell Power Station)로 이름붙여진 핵발전소 건설 계획의 세부사항을 언론에 간략하게 설명했다. 이에 따르면 약 1억 3500만 달러의 비용을 들여 830메가와트 용량의 발전소를 1973년 중반까지 완공하여 운전에 들어가는 것으로 예정되어 있었다. "벨 발전소 1호기(Bell Station #1)"에 대한 원자력위원회(Atomic Energy Commission, AEC)의 건설 허가를 받기 위해 신청서가 1968년 3월에 제출되었고, 4월에는 건설 예정 부지를 정비하는 작업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5년 후, 핵발전소 건설 계획은 백지화되었다. 이는 그 사이의 5년 동안에 걸쳐 과학자들과 시민들에 의한 논쟁과 반대가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벨 발전소―깊고 성층화된(stratified) 호수가에 세워지는 최초의 핵발전소―가 뉴욕 주 북부 지역의 1급 수원(水源)와 휴양 자원에 대한 위협이 될 것으로 생각했고, 이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핵발전소 부지 선정 문제에서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많은 복잡한 쟁점들이 케이유거 호 논쟁에서도 떠올랐다. 핵발전소가 등장하고 발전소 1기당 발전 용량이 늘어나면서 새로운 기술적 문제들이 제기됨에 따라, 기존의 규제체계가 여전히 유효한 것인지에 대해 지속적으로 의문이 제기되어 왔다. 케이유거 호의 사례는 과학자들, 공공기관들, 시민집단들, 정책수립자들이 서로 맺는 관계에 관심을 집중시킨다. 이 사례는 생태계에 가해질 수 있는 손상이 어떤 성격을 지니며 그 정도는 얼마나 될 것인지에 대해 일관된 표준과 명확한 과학적 합의가 없는 상황에서 정책을 개발할 때 생기는 문제를 보여 주고 있다. 이 논쟁에서 주요 쟁점은 과학적 증거 그 자체가 어떤 성격을 지니는가, 그리고 정책 수립 목적을 위해 그것을 해석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관한 것이었다. 데이터를 해석하는 데 있어 과학자들이 준수해야 하는 의무는 무엇인가? 불확정적인 과학적 증거들은 어떻게 정책결정의 기준으로 사용될 수 있는가? 대항집단의 행위는 어떻게 환경적 쟁점에 관한 결정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 이런 물음들이 핵발전소의 부지 선정 문제를 고려할 때 제기되는 질문들이다.
 

케이유거 호의 물
 

케이유거 호는 뉴욕 주 중부에 위치한 핑거 호수군(Finger Lakes)에서 두번째로 큰 호수이다. 홍적세(洪績世, 신생대의 최후 시기인 제 4기의 전반 시대를 말한다. 지구 위에 널리 빙하가 발달하였으며, 이 시기에 이르러 비로소 인류가 나타났다고 한다 ― 역주) 때 빙하가 전진하여 그 결과로 생성된 이 호수의 길이는 61킬로미터, 깊이는 130미터이다. 핵발전소 건설 계획이 공표된 이후에 발전소의 건설이 호수에 좋지 않은 영향을 가져올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타났는데, 이는 물의 흐름이 느린 내륙 호수가 생태적으로 파괴되기 쉽다는 과거의 몇몇 제한된 경험에 입각한 것이었다. 즉각적으로 고려해야만 했던 문제들 중 하나는, 핵발전소로부터 나오는 가열된 냉각수가 깊은 호수의 수온 성층 유형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것이었다.

케이유거 호는 본래 두 개의 성층 기간으로 구성된 1년의 수온 주기를 가지고 있다. 대략 5월의 첫째 주부터 12월의 첫째 주까지, 호수는 세 개의 영역으로 성층화된다: 표수층(epilimnion, 호수 표면에 위치한 층), 수온약층(metalimnion, 중간 부분에 위치하며 수온 변화가 상대적으로 심한 층), 심수층(hypolimnion, 가장 깊고 차가운 층). 12월에서 5월까지의 두번째 기간 동안, 호수는 등온층을 형성하여 전체적으로 2-5℃ 정도까지 수온이 떨어진다. 봄이 되면 다시 표면에서 열이 흡수되어 수직적으로 확산되지만, 수온 변화의 정도가 물의 깊이에 따라 감소하므로 심수층은 7℃ 이상으로 데워지지 않는다. 심수층의 차가운 물은 위에 있는 층의 물보다 밀도가 더 높기 때문에, 수온의 성층화는 층들 간의 온도 차이가 줄어드는 추운 겨울까지 유지되는 경향을 지닌다.

호수의 성층화 현상은 산소와 영양 물질의 분포에 영향을 미친다. 호수가 성층화되는 기간 동안 심수층의 산소함유량은 줄어든다. 분자적 수준의 확산 외에는 [산소의] 이동을 가져오는 다른 메커니즘이 없기 때문에, 갑각류와 다른 생명체들의 정상적인 호흡, 그리고 호기성(好氣性) 박테리아의 부패가 심수층에 존재하는 산소 공급을 감소시킨다. 산소는 해마다 물이 섞이는 겨울 동안 다시 채워진다.

심수층은 또한 흐르는 빗물에 의해 호수로 유입되는 영양 물질들을 농축시켜 저장한다. 호수 윗층의 조류(藻類)들은 인(燐)을 섭취하여 농축하는데, 그들이 죽어 침전될 때 영양 물질들은 식물이 자라는 구역 밖으로 가라앉게 된다. 이런 방식으로 몇몇 영양 물질들은 표수층으로부터 제거되고, 이는 여름 동안 식물의 활동을 줄이는 데 기여한다.

NYSE&G가 건설하겠다고 공표했던 원자로는 호수 표면에서 30미터 아래의 심수층(약 7℃의 수온)에서 퍼 올린 물로 냉각하도록 되어 있었고, 이 물은 약 18℃의 수온이 되어 호수 표면으로 다시 방류될 예정이었다. 830메가와트 용량의 원자로는 초당 33m³의 냉각수를 순환시키고 열 방출의 최대 속도는 시간당 14억 kcal 가량이 될 것으로 예측되었다.

케이유거 호를 벨 핵발전소의 부지로 정한 NYSE&G의 결정은 여러 가지 고려들에 바탕을 둔 것이었다. 케이유거 호는 우선 그것이 가진 1년 주기의 냉각 능력 때문에 특히 선호되었다. 또한 케이유거 호는 수심이 깊어 그 위로 대형 원자로를 선박에 실어 수송할 수 있었다. 핵발전소 예정 장소는 NYSE&G의 전력공급 계획―특히 다른 전력공급 시스템과의 연결―을 중점적으로 고려해서 결정된 것이었는데, 호수가에 세워진 발전소는 뉴욕 주 전력 비축망(New York State Power Pool)의 교환 시스템까지 전력을 편리하게 송달할 수 있었다. 새 발전소는 당시 NYSE&G로부터 전력을 공급받는 수요자들이 필요로 하던 것보다 더 큰 발전 용량을 갖도록 되어 있었기 때문에, 발전소가 가동하는 첫 해에는 발전 용량의 70% 가량만 생산하는 것으로 계획이 짜여 있었다.

톰킨스 군 행정위원회(Tompkins County Board of Supervisors)는 발전소를 건설하겠다는 전력회사[NYSE&G]의 결정을 열광적으로 환영했다. 발전소 건설 계획에 대해 즉각적인 대중적 반응은 나타나지 않았고, 이후에 전력회사의 계획에 적극적으로 반대하게 되는 몇몇 개인들도 처음에는 "마침내 이 지역에도 진보가 오고 있구나"하는 생각을 잠시 해보는 정도였다고 나중에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경제적인 이익 때문에 그 계획을 환영했다. 벨 발전소는 건설 기간 동안 약 600명을 고용할 계획이었고, 완공된 이후에도 60명 정도의 고용을 지속적으로 창출할 것으로 기대되었다. 또한 발전소는 그것이 들어설 장소인 소도시 랜싱(Lansing)의 과세 기준(tax base)에 중요한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었다.

1967년 6월 초, 발전소를 건설하겠다는 최초의 대중적인 공표가 있은 직후에 NYSE&G는 그 지역의 25명의 토지 소유주들에게 그들의 땅을 공용으로 접수하겠다고 통보했다. 이는 공익 기업으로서 NYSE&G가 토지 수용권(eminent domain)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 회사가 기존에 소유하고 있던 석탄 화력발전소인 밀리컨 발전소(Millikin Station)에 인접한 725에이커의 토지가 사들여졌는데, 이 토지는 2.4킬로미터에 걸쳐 호수가에 접해 있었다. NYSE&G는 AEC에 건설 허가를 신청하기도 전에 이미 70만 달러에 상당하는 토지를 구입했다.
 

기술적 논쟁
 

1968년 2월, NYSE&G의 대표자들이 코넬 대학(Cornell University) 수자원 센터(Water Resources Center)의 후원으로 열린 비공식 세미나에서 연설했다. 사실 조사의 차원에서 마련된 이 세미나에 대해 몇몇 참가자들은, 세미나에 참가했던 사람들이 NYSE&G의 계획을 암묵적으로 받아들였음을 보여 준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러한 인상은 수자원 센터에서 초안을 작성한 연구계획서에 의해 더욱 강화되었다. 이 계획서에서는 핵발전소 건설은 불가피하며 이를 통해 열에 의한 오염(thermal pollution)을 연구하는 데 좋은 기회를 제공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암시하고 있었다. [유사한 상황에 이미 처했는데도] 아직 오염되지 않은 세네카 호(Seneca Lake)가 이에 대한 대조 표준으로 제시되었다. 코넬 센터는 호수 생태에 대한 연구계획안을 NYSE&G에 제출했다.

벨 발전소 건설 계획에 대해 뒤이어 나타났던 반응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발전소의 부지가 코넬 대학에서 불과 20킬로미터 떨어진 장소에 위치하고 있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코넬 대학에는 자신들의 지역사회 내에 있는 주요한 자원을 보존하는 데 관심을 가진, 활동적인 과학자들과 엔지니어 집단이 있었다. 그들은 회사 쪽의 주장에 맞서 호수 생태에 가해질 수 있는 잠재적인 손상을 평가하는 데 자신들의 전문성을 이용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그들 중 일부(수자원 엔지니어, 생태학자, 어류생물학자, 자원보존학자[conservationist], 그리고 호소학자[湖沼學者]들)는 수자원에 관한 전문지식을 갖고 이 문제에 관여했다; 다른 이들, 예컨대 물리학자들과 같은 경우에는 시민의 자격으로 관여했으나, 그들 역시 이와 관련해 도움을 줄 수 있는 직업적 전문성을 지니고 있었다.

호수에 가해질 수 있는 생태적 손상의 가능성을 평가하는 작업은 많은 분야에 속한 과학자들의 협력을 필요로 했다. 어류생물학을 전공한 생태학자인 코넬 대학 자원보존학과(Department of Conservation)의 앨프리드 아이퍼(Alfred Eipper) 교수가 여러 학문분야에 걸친 집단을 최초로 조직했다. 생태학자인 아이퍼의 관점에서 볼 때, 과학자들은 호수에 비가역적인 손상이 일어나기 전에 전력회사의 계획에 대한 입장을 내놓아야 했다. 그가 조직한 집단은 케이유거 호의 수온 특성에 관해 당시까지 알려진 과학지식을 정리·요약하는 입장 개진 문서(position paper)를 만들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아이퍼는 최초의 초안을 작성한 후 이를 대학 내부와 그 밖의 다른 곳에 회람시켜서 광범한 의견과 비평을 청취했다. 회람을 통해 네 차례에 걸쳐 초안을 고친 결과 상당히 수정된 그 보고서는 1968년 5월 27일에 모습을 드러냈다. 자원보존학, 호소학, 생물학, 지질학, 공학 등 여러 분야에 걸친 17명의 기여자들이 보고서에 서명했다. 보고서의 서문에서는, 저자들의 지식을 반영해서 만들어진 이 문서가 ". . . 전문가들이 자연자원의 관리에 관한 공공적 의사결정에 기여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작성된 것"이라고 언급하고 있었다. 아이퍼 보고서는 당시까지 알려졌던 가능한 영향들을 요약하고, 호수의 수온 분포와 영양 분포에 대해 열의 방출이 가져올 수 있는 가능한 결과들과 그것이 수생 환경에 미칠 수 있는 함의에 대해 여러 문제들을 제기했다.

보고서는 심수층에서 물을 퍼 올림으로써 정상적인 성층 유형이 교란받게 되면 자연적 부영양화(富營養化) 과정이 강화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부영양화란 영양 물질들이 주위 수역으로부터 호수로 유입되어 호수의 비옥도(fertility)가 높아질 때 보통 일어나는 과정이다. 생물학적 생산은 결국에 가서 조류와 해초의 성장에 의해 호수를 질식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심수층에 존재하는 영양 물질들을 끌어올려 이를 표수층의 따뜻한 물에 방출하는 것은 생물학적 생산력을 증가시킬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수온이 상승한 물을 지속적으로 방출하면 1년의 주기에서 호수가 성층화되는 기간이 더 길어지게 되고 결과적으로 생물의 생장 기간은 늘어나게 된다. 동시에 심수층의 동물 생존에 필요한 산소는 고갈될 것이고, 물고기의 식량 원천은 줄어들 것이었다. 아이퍼 보고서는 조류의 증식에 의해 초래된 "완두콩 수프(pea soup)" 현상을 지적하면서 이리 호(Lake Erie) 같은 다른 호수들에서 나타난 부영양화의 영향을 설명했다.

부영양화를 최소화하기 위해, 보고서에서는 냉각 탑 혹은 냉각 연못의 사용을 통해 방출되는 물을 미리 냉각시켜 내보내는 대안적 방법을 강력하게 권고했다. 생물학적 생산의 증가와 이에 따른 부영양화의 가속화는 비록 예측하기 어렵긴 하지만, 누적적인 손상을 되돌이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기 때문에 모든 대안적 방법들을 주의깊게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보고서는 결론지었다.

보고서가 수정 과정을 거치기 위해 배포되었을 때, 아이퍼 위원회(Eipper Committee)의 초기 모임에 참가했던 최초의 성원들 중 네 사람이 이에 대한 서명을 거부했다. 그들은 과학자들이 직접적인 정책 진술에 관여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아이퍼 보고서는 그것이 정치적 활동에 영향을 주기 시작하면서부터 과학자 사회 내부에서 긴장을 증대시켰다. 이 긴장은 [주어진 쟁점에 대한] 실질적인 의견불일치를 반영한 것이라기보다는, 과학적 데이터는 어떤 양식으로 제출되어야 하는가, 대중적 쟁점들에 대해 과학자들이 취해야 하는 적절한 태도는 어떤 것인가, 그리고 연구 결과의 공표가 주어진 문제의 과학적 측면에 미칠 영향은 어떤 것인가와 같은 문제들에 대한 우려를 반영한 것이었다. 한쪽 극단에는 정책적 쟁점들에 대해 특정한 입장을 취하는 과학자들 때문에 과학의 "신뢰성"이 위협받는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리고 반대쪽 극단에는 정책적 쟁점에 대해 확고한 입장을 취하는 것이 전적으로 필요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있었다. 의견상의 불일치는 미묘한 것이었고, 이에 따라 동맹 관계는 지속적으로 변화했다. 긴장은 지속되었으며, 호수 생태에 관해 이용가능한 증거들의 불충분함과 입장을 취할 것을 요구하는 대중적 압력에 의해 이는 더욱 강화되었다.

발전소의 건설이 어떤 영향을 가져올지에 관한 과학적 불확실성은, 그 문제의 다양한 기술적 측면을 연구하기 위해 새로운 집단이 조직됨에 따라 더욱 분명해지게 되었다. 1968년 8월, 코넬 대학 자원보존학과의 어류생물학자 클래런스 칼슨(Clarence A. Carlson)은 건설예정인 벨 발전소의 방사능 위험을 연구하기 위해 의학, 호소학, 생태학, 자원보존학, 물리생물학(physical biology), 물리학 분야를 대표하는 12명의 과학자들을 한데 불러모았다. 이 집단에는 아이퍼 위원회에 속해 있었던 사람들 중 다섯 명이 포함되어 있었다. 1968년 12월에 나온 칼슨 보고서는 "건설예정인 발전소로부터 얻을 수 있는 공공적 이익이 그것이 지닐 수 있는 문제점들을 능가하는지의 여부에 대해 보다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보고서에서는 핵발전소 사고의 위험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그것이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그들은 매일매일의 정규적인 가동 과정에서 나오는 방사능 폐기물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일부 저준위 폐기물은 응축기의 냉각수를 통해 일상적으로 호수로 방출되도록 되어 있었다. 회사측이 추정한 방사성 핵종(radionuclide)의 방출량은 AEC가 정한 최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정도였으나, 보고서에서는 "물의 흐름이나 소용돌이, 물결 등에 의해 방사성 핵종들이 국소적으로 농축될 가능성이 있다"라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동·식물들이 방사성 핵종들을 농축시킬 수도 있는데, 이는 먹이사슬을 통해서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다른 수생 생물체들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서는 주장했다. 방사성 핵종의 농축과 그것이 호수 생태에 가져올 가능한 영향들을 정확히 예측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여, 보고서에서는 AEC가 이번 경우에 있어 방사성 핵종의 방출량에 관한 규제 요건을 강화하도록 권고했다. 보고서는 주 정부 기관들이 수온 문제뿐만 아니라 방사능 문제도 함께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으며, 더 나아가 방사성 핵종의 방출을 사실상 제거할 수 있도록 설계를 변경하라고 주장했다.

코넬 공과대학 역시 1968년 여름에 하나의 연구를 수행했다. 1969년 2월에 나온 결과보고서는 생물학적·생태적 문제의 근간이 되는 열 이동(heat transfer)의 물리적 결과를 이론적으로 분석한 것이었다. 이 보고서는 NYSE&G에서 재정적으로 지원했던 연구가 핵발전소 건설예정 부지에 인접한 영역에만 초점을 맞추었던 것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호수 전체적인 변수들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수온 측정 프로그램이 냉각수 방출에 의해 생기는 물기둥 근처에서뿐만 아니라 호수 전체에 대해서 수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물의 이동 과정, 즉 바람, 물의 흐름(flushing), 냉각수의 방출 등으로 야기되는 물의 급격한 움직임에 대해 언급하면서, 물을 퍼올려 냉각수로 사용하는 강제적 혼합의 결과로 호수가 성층화되는 기간 동안 영양 물질들의 수직 교환이 10% 증가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보고서는 호수의 열적 평형도 아울러 조사했는데, 발전소가 방출하는 열이 호수가 태양으로부터 직접 받는 열의 7% 정도일 것이라고 추정하면서, 이는 "엄청난 정도는 아니지만 무시해도 좋을 정도의 교란(perturbation) 역시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는 발전소로부터의 추가적인 열 공급이 이보다 훨씬 적은 1-4% 정도일 것이라고 계산했던 NYSE&G 엔지니어의 주장과 대조되는 것이었다.

보고서는 더 나아가서 호수 표면의 연평균 수온이 0.5℃만큼 상승할 것으로 계산했는데, 표면 수온의 상승은 성층 과정의 알려지지 않은 특성에 따라 심수층으로 일부 전달될 수 있을 것이었다. 예측을 가능하게 해 주는 이론적 근거가 없는 상황이었으므로, 보고서는 열에 의한 오염을 규제하는 표준을 강화하고 발전소의 열 효율을 증대시킬 것을 주장했다.

앞서 나왔던 아이퍼 보고서가 발전소에 인접한 호수 영역에 나타날 수 있는 영향들에 초점을 맞춘 반면, 몇몇 사람들은 이 접근이 너무 제한적이라고 생각했고 호수를 전체적으로 사고하는 전략의 개발을 요구했다. 이들 중 한 명인 빙햄 케이디(K. Bingham Cady)는 가열된 물을 방출할 때의 수온 및 [육지로부터의] 거리를 규제하는 표준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 이 표준은 주 보건국(State Department of Health)에 의해 제안되었으나 아직 확정되지는 않은 상태였다. 1968년 10월 2일에 그와 일군의 동료들은 보건국에 보낼 편지의 초안을 작성했는데, 여기서 그들은 가열된 물이 호수 생태 전체에 미칠 영향을 감안하여 호수의 오염 표준을 제정하는 데 있어서의 기준을 제시했다. 그들이 제시한 안(案)은 보건국이 계획했던 수온-거리 표준과 상충되는 의견을 담고 있었다. 케이디는 자신의 편지가 NYSE&G에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믿었는데, 왜냐하면 그 편지에서는 가열된 물이 호수의 표면으로 방류된다면 열의 상당부분이 대기 중으로 방산(放散)될 것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는 호수 속으로 열이 완전히 뒤섞여 들어가는 것을 막을 것이고, 따라서 호수 표면으로 가열된 물기둥을 방출하는 것을 가능하게 할 것이었다. 자원보존학자들이 지닌 생태적 관심사의 견지에서 볼 때 그것은 적절한 제안이었고, 기존 계획의 변경을 요구하지 않았기 때문에 NYSE&G가 승인할 수 있는 것이기도 했다. 1969년 3월, 제안된 표준을 심의하는 수자원 위원회(Water Resources Commission) 주최의 공청회에서, 전력회사의 엔지니어들은 제안된 표준들에 대해 케이디의 의견에 대체로 동의했다. 그러나 전력회사의 엔지니어가 케이디의 편지에 서명하도록 요청을 받았을 때 그는 거절했고, 결국 그 타협안은 보건국의 규제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했다.

1968년 10월, 케이디가 제안을 내놓았던 것과 거의 같은 시기에 제임스 크럼핸슬(James A. Krumhansl)이라는 한 물리학자가 다른 보고서들에서 간과되었던 기술적 문제에 접근하는 보다 광범한 연구 전략을 제출했다. 아이퍼 보고서와 NYSE&G가 재정적으로 후원한 보고서는 모두 발전소의 냉각수 방출과 이로 인한 수온 교란의 결과 나타날 손상으로 관심을 제한하고 있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새로운 분석은 호수 생태가 이미 계속되는 갖가지 오염원들에 의해 손상을 입어 왔다고 가정했고, "호수를 정화하기(beneficiate) 위해, 즉 지금 호수를 오염으로 몰아가고 있는 이러한 힘들(화학적, 생물학적 등)에 맞서 싸우기 위해 주요 동력원[즉, 건설예정인 핵발전소]을 이용하는 것은 가능한가?"라는 물음을 던졌다. 그는 심수층으로부터 퍼올린 대량의 찬물을 순환시켜 표수층을 냉각시키는 에너지원으로 발전소를 사용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냉각 목적으로 응축기를 통해 퍼올려지는 물을 50% 정도 증가시키면 표수층의 수온을 5-6℃ 가량 낮추는 데 충분할 것으로 계산했다. 이 과정은 냉각탑보다 비용이 적게 들면서도 생물 활동을 줄이고 부분적으로 부영양화의 현재 상태를 역전시킴으로써 호수에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수 있었다.

이 제안은 일련의 새로운 모임들로 이어져, 크럼핸슬의 계획안과 같이 전반적인 호수의 문제들을 다루는 다른 제안들이 이로부터 도출되어 나왔다. 그러나 NYSE&G는 비용상의 근거를 들어 이러한 제안들을 거절했고, 여기서의 갖가지 제안들은 대안적 방법에 관한 이후의 토론에서 결코 심각하게 고려되지 못했다.

이러한 활동들이 이루어지고 있는 동안, NYSE&G는 대략 50만 달러의 비용을 들여 자체적인 연구를 위한 계약을 맺었다. 두 개의 주요한 계약이 이루어졌다. 하나는 약 32만 달러짜리로 당시 코넬 대학이 소유하고 있었던 독립적인 연구 용역 기관인 버팔로(Buffalo) 소재의 코넬 항공연구소(Cornell Aeronautical Laboratory, CAL)에 주어졌는데, 이 계약은 기존의 석탄 화력발전소 주위에서 열 방출이 가져오는 물리적 영향들을 연구하는 것이었다. 다른 계약은 13만 5000달러짜리로 코넬 수자원 센터에 주어졌는데 이는 건설예정인 핵발전소의 생태적 영향들을 연구하는 것이었다.

CAL의 엔지니어들은 기존의 밀리컨 화력발전소에 인접한 호수 영역에 집중하여, 냉각수 방출에 의해 생겨나는 물기둥과 그것이 호수 표면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세 가지 유형의 데이터가 1969년 9월에 나온 새로운 보고서의 근거를 이루었다. 첫째, 적외선 스캐닝 장치를 사용한 대기 측정으로 표면 수온의 분포를 조사하였다. 둘째, 호수의 수직적 수온 구조를 발전소로부터 900m 이내의 거리에 있는 아홉 개의 위치에서 모니터링했다. 이들은 기존의 발전소에 의해 생긴 열의 방산과 [수직적] 열 교환을 측정하려는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엔지니어들은 측정값들을 이용하여 날씨 조건들이 물기둥의 온도가 떨어지는 비율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평가했다. 결론적으로 그들은 건설예정인 핵발전소의 열 방출로 인해 표면 수온이 전반적으로 0.4℃ 정도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는데, 이는 정상적인 수온 변동 폭의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보았다. 냉각수를 심수층으로부터 퍼올려 가열시켜 내보냄으로써 호수가 성층화되는 기간 동안 표수층의 두께는 증가하겠지만, 성층화 기간은 기껏해야 양쪽으로 4-5일 정도씩 연장될 데 그칠 것이다. 호수의 최대 열 보유량에 있어서의 증가분은 연간 열 총량의 2% 가량 될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종합하여 CAL 보고서는 영향이 항상 한쪽 방향으로만 진행됨에도 불구하고, 그 영향은 정상적인 변동과 같은 수준이거나 그보다 더 적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보고서는 확고한 결정에 이르기 위해서는 물의 요동(turbulence)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의 복잡성에 대한 더 나은 이해와 함께 더 많은 실제 관측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1968년 여름에는 NYSE&G에서 후원한 또하나의 연구가 코넬 수자원 센터에서 진행되었다. 여기서는 자원경제학자인 데이빗 앨리(David Allee)와 생태학자인 레이 오글레스비(Ray Oglesby)의 지휘 하에 일곱 명의 과학자들이 연구집단을 이루었다. 그 연구집단은 긴장된 환경 속에서 조직된 것이었다. 연관된 과학 분야의 전문가로서 응당 뽑혀야 했을 몇몇 개인들은, 지역 환경 문제에 대한 그들의 관심이 이미 잘 알려져 있었기 때문에 참여로부터 배제되었다. 주어진 문제에 대해 이미 견해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 사람은 그 프로젝트에 참가해서는 안된다고 전력회사 측이 극력 주장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코넬 대학 사람이 아닌 토머스 라이트(Thomas D. Wright)가 연구협력자로 위촉되어 들어왔고, 그는 최종보고서의 전체 20개 장 중에서 14번째 장을 집필하기로 되었다. 연구집단에 속한 다른 사람들과 안면이 없는 외부인을 끌어들인 것은 여러 학문 분야에 걸친 연구를 조율하는 데 있어 문제를 낳았다. 여기에 더해, 라이트는 케이유거 호수 구하기 시민대책위원회(Citizens Committee to Save Cayuga Lake, CSCL)에 참여함으로써 이내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라이트는 자신의 연구를 마친 후에 코넬을 떠났기 때문에 교정을 보고 요약하는 작업의 대부분은 오글레스비가 맡아 했는데, 그 역시 NYSE&G 연구가 끝나고 나서 한참 후에 CSCL에 합류했다. 결국 전력회사가 연구의 객관성에 대해 지나친 관심을 보임으로써 부과된 제약들은 연구의 수행을 오히려 어렵게 만들었다.

이 집단이 수행한 연구는 기본적으로 아이퍼 보고서와 같은 주제를 다루고 있었으나, 연구의 의도는 상당히 달랐다. 1968년 5월에 제출된 연구계획서를 보면, "관련된 공공정책의 보다 폭넓은 문제들에 대해서는 언급하려 하지 않을 것이며, 호수에 열을 방출함으로써 나타나는 물리적·화학적·생물학적인 영향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행정적·경제적·정치적·심리적인 문제들은 제쳐놓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연구자들은 우선 호수의 평가에 있어 하나의 기준점을 제공하기 위해 데이터를 수집하는 작업을 했다. 1969년 9월, 그들은 개별적으로 서명한 20개의 연구에 더해 결론과 권고 사항들을 담은 보고서를 발행했다.

개별 연구들을 위해 실제로 데이터를 수집하는 과정은 이 연구집단과 정기적인 만남을 가지면서 토론에도 참여했던 NYSE&G의 엔지니어들에 의해 면밀하게 관찰되었다. 보고서에서는 그들의 존재가 때때로 유용하기도 했지만 때때로 거슬리기도 한 것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보고서는 이것이 연구의 결과에 대한 간섭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연구를 재정적으로 후원한 곳이 어디인가와 관련해 비판이 제기될 수 있음을 의식하여, 저자들은 연구 결과들이 회사측의 관여 없이 공표되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호수에 관한 역사적 데이터들을 해석하는 것에서 시작하여, 호수가 이제 막 부영양화 단계로 진입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생화학적 연구와 방사성 핵종 연구를 위한 기준 정보를 확립하기 위해, 일곱 개의 위치에서 계절 내내 여러 차례에 걸쳐 시료들이 채취되었다. 연구자들은 정량적인 결론들을 이끌어내는 과정에 내재한 난점 때문에 이에 대한 지나친 의존은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을 덧붙여 연구 결과를 제출하였다. 이에 따르면 냉각수 방출로 인한 수온 상승이 최대가 되었을 때, 조류의 성장은 5% 정도 증식할 것으로 추정되었다. 심수층에서는 이로 인한 산소량의 감소가 나타날 수 있었지만, 보고서에서는 그 정도의 변화는 무시할 수 있을 것으로 해석했다. 수온의 상승과 성층화 기간의 연장이 가져올 영향 역시 호수 전체적으로는 대수롭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러나 그들은 이 영역에서의 지식의 불확실성을 강조하고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함을 제안하면서, "호소학자들은 이런 몇몇 환경적인 변수들이 지니는 생태학적 중요성에 대해 거의 알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설사 물리적 변화에 대한 정확한 기술(記述)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의 생물학적 영향을 예측하는 것은 고도로 추측적일 수밖에 없다"고 결론지었다. 몇 가지 문제점들을 안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연구는 호수에 대해 상당히 많은 양의 경험적 데이터들을 대중적으로 이용가능하게 만들었다는 의미를 지닌다.

연구가 진행된 기간 동안, NYSE&G는 1968년 3월에 AEC에 건설 허가를 신청하고 4월에는 밀리컨 화력발전소에 인접한 부지의 정비를 시작하는 등, 건설 계획을 계속 진행하고 있었다. 40만m³의 진흙을 파내는 기초 공사가 완료되었고 그 해 겨울이 되기 전에 콘크리트 형태가 세워졌는데, 이를 위해 이미 지출된 70만 달러의 토지 구입 비용 외에 약 100만 달러가 지출되었다. 그러나 그 해 9월이 되면, 전력회사가 열에 의한 오염을 다루는 모호한 표준들과 자원보존학자들이 제기하는 비판뿐 아니라 각성되고 조직화된 지역사회의 저항에도 맞서야만 한다는 사실이 점차 그들에게 분명하게 다가가게 되었다.
 

시민의 활동과 NYSE&G의 대응
 

케이유거 호수 보존 협회(Cayuga Lake Preservation Association, CLPA)는 당시 이 문제에 관련하여 활동하던 조직들 중 가장 논리적이었다. CLPA는 호수로부터 물이 빠져나가는 유역에서의 하수 문제를 다루기 위해 1956년에 생긴 조직이었는데, 1968년에는 호수변에 토지를 소유한 350여 명의 사람들을 회원으로 포함하고 있었다. 1968년 7월 15일에 CLPA는 아이퍼 보고서에 대해 성명을 내어, 핵발전소의 건설이 호수에 어떤 영향을 가져올 것인지에 관해 과학자들간의 의견불일치가 존재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호수 환경에 가해질 수 있는 잠재적 손상에 대하여 명확한 답이 얻어질 때까지 전력회사가 건설을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명에서는 이에 덧붙여, 아이퍼 보고서에서 제안한 바와 같은 대안적 냉각 시스템을 건설 계획에 포함시킬 것을 주장했다. 그러나 CLPA는 자신들의 입장을 관철시키기 위한 정치적 투쟁에 직접 나설 것인지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의견이 갈렸다. 그 이유는 부분적으로, CLPA가 수돗물 불소화에 반대하는 논쟁적인 캠페인에 막 깊숙이 관여한 직후였기 때문이었다.

8월 15일, 아이퍼는 코넬 대학이 위치한 이타카(Ithaca) 시에서 지역사회 모임을 소집해 호수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시민들의 참가를 요청하였다. 30명의 사람들이 여기에 출석했다. 이 모임의 결과, 소련 과학을 연구하는 사설연구소의 소장을 맡고 있던 데이빗 코미(David D. Comey)가 시민조직인 케이유거 호수 구하기 시민대책위원회(CSCL)를 만들 것을 제안했다. 불과 몇 주만에 임원들이 선출되었고 언론 보도자료가 나왔으며 후원위원회가 선임되었다. 후원위원회에 선임된 33명의 성원들은 지역사회에서 존경받고 안정된 지위를 가진 인물들로, 모두 다른 시민조직들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여러 부류의 사람들이 뒤섞인 이 집단에서 전문직업인이 다수를 점했다: 호수 지역에 위치한 대학들과 관련된 사람들이 많았고, 지역 정계인사 4명, 법률가 4명, 의사 4명, 도시계획가, 신문 발행인이자 전직 뉴욕 시 건설국장, 주식 중개업자, 그리고 몇몇의 보험업자와 부동산 중개업자들이 있었다. 이타카 시내의 모든 은행장들에게도 교섭이 시도되었으나, 이들 중에서는 아무도 협력하려 들지 않았다.

CSCL의 공식적인 목적은 "케이유거 호 지역의 시민들에게 미생물, 화학물질, 열, 방사성 물질에 의한 오염을 발생시킬 수 있는 잠재적 원천에 관해 알림과 동시에, 그 지역에서 가장 중요한 자연 자원[즉, 케이유거 호]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어떤 오염도 예방하고 제거할 수 있도록 이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는 모든 조직과 개인들의 노력을 조직해 내는 것"이었다. CSCL이 대외적으로 천명한 입장은 핵발전 그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벨 발전소의 설계와 그것이 환경보존을 보장하기에 적절한지의 여부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었다. CSCL은 또한 규제 체계와 자연 자원 보존의 표준들이 적절치 못하다는 점에도 주의를 기울였다.

CSCL의 활동책임자(Executive Director)였던 코미는 유능한 조직가였고 이 문제에 대해 관심을 지닌 이들의 노력을 조직해 내는 데 대단한 성공을 거두었다. 1968년 9월에는 60명의 사람들이 CSCL의 조직 회합(organizational meeting)에 출석하게 되었고, 몇 달이 지나자 이 집단은 300명의 핵심 성원들과 함께 다양한 연관 조직들의 회원망을 통해 CSCL에 관련을 맺게 된 수천 명의 개인들을 거느리게 되었다. 연관 조직들에는 지역 스포츠맨 모임들[영어로 'sportsman'은 우리말에서처럼 운동 선수(athlete)를 가리키기보다는 수렵, 낚시 등의 야외 운동을 즐기는 일반인을 가리키는 것이 보통이다 ― 역주], CLPA, 세네카 호수 수로 협회(Seneca Lake Waterways Association), 챔플레인 호수 위원회(Lake Champlain Committee) 등이 포함되었는데, 이 중 챔플레인 호수 위원회는 케이유거 호의 경우와 비슷한 위협에 처해 있었고 CSCL의 사례로부터 유용한 경험을 얻기를 바라고 있었다. 1969년 9월까지 회비를 내는 핵심 회원들은 854명으로 늘어났고, 회비와 기부금으로 16,323달러가 마련되었다.

CSCL은 자신들의 주장을 폭넓게 알리기 위해 노력하였고 실제로도 많은 주목을 받았다. 신문보도 또한 "케이유거 호가 희석한 완두콩 수프처럼 보이게 되어서는 안된다"와 같은 기사 제목으로 시민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데 도움이 주었다.

CSCL은 아이퍼와 칼슨을 포함한 20명의 과학자들로 구성된 과학자문위원회를 만들었는데, 이들은 활동책임자와 긴밀한 연관을 맺고 활동하면서 CSCL의 모든 활동에 참여했다. 모든 성원들이 자발적으로 시간을 내어 일했다. 1969년 1월의 회합에서 200명의 회원들이 출석해 투표에 참여했는데, 만약 AEC의 공청회가 열린다면 CSCL이 직접 나서서 공청회에 개입한다는 계획에 한 명을 제외한 모든 사람이 찬성 표를 던졌다. 이는 법률 고문을 필요로 하는 많은 돈이 드는 활동이었고, 핵에너지를 전문으로 담당하는 변호사가 고용되었다.

활동책임자가 스스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많은 권한을 부여받음으로써 CSCL은 공세적인 전략을 취하기 위해 결정적으로 필요한 유연성을 지닐 수 있었다. 그는 회원들에게 자문을 구하지 않고 조직의 일의 대부분을 처리할 수 있었는데, 이는 논쟁에 있어서 CSCL에 커다란 전술적 이점을 가져다 주었다. 언론에 대한 보도자료는 불과 몇 시간만에 발표되었다. 대중들의 질의에 대해서는 즉각적이고 열린 답변이 제공되었다. 반면, NYSE&G는 정보를 공개하는 데 느렸고 언론기관이 접근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았으며 대중적 논쟁에 대해 비록 방어적이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상당히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NYSE&G의 한 간부는 "우리 회사는 대중들의 질문에 답하는 일을 맡아 하는 곳이 아니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비록 대응이 더디기는 했지만, NYSE&G는 "건설예정인 핵발전소와 관련된 기업의 활동에 대해 대중들에게 지속적인 보고를 제공하기 위해" 벨 발전소 정보 프로그램을 설립했다. 그들은 지역사회 지도층, 도시계획 및 수자원관리 위원회, 그리고 주와 정부 기관의 대표자들을 대상으로 하여 공개적인 만남 자리를 마련하였고 이곳에서 핵발전소 건설계획에 대해 설명했다.

전력회사에서 가장 강하게 내세운 주장은 벨 발전소가 가져올 수 있는 경제적 이익에 관한 것이었다. 1969년 2월에 200명의 기업가들과 정부 대표, 노조 대표들이 모인 자리에서 이러한 주장은 상당한 지역적 지지를 얻었다. 건축업 협회(Building Trades Council)의 회장은 발전소 건설 과정에서 2500만 달러 정도가 임금으로 지불될 것이라는 추정에 깊은 인상을 받고 "우리는 일부 사람들이 핵발전소 건설에 대해 지니고 있는 두려움들을 갖고 있지 않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력회사가 제시한 내용의 대부분은 방어적인 것이었고, 구체적으로 제기된 여러 비판 지점들을 반박하지 않은 채 대중들에게 다시 확신을 불어넣으려 노력할 뿐이었다. NYSE&G는 비판자들과 결코 논쟁하려 들지 않았다. 오염이 나타날 수 있다는 공격에 대한 실질적인 답변은 거의 없었다. 이러한 방어적 태도는 그들이 공격을 받은 측으로서, 비판자들과의 직접적인 대결을 통해서는 논쟁에서 이길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내린 데 그 근원을 두고 있었다. 전력회사에서 무슨 얘기를 하더라도, 그들이 호수를 손상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믿게끔 사람들을 설득할 수는 없을 것처럼 보였다. 그들은 자신들의 입장이 그동안 쌓아 온 "신뢰성", 즉 과거의 고객 관계를 통해 계속해서 입증되어 온 자신들의 선한 의도에 기반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회사 측의 관점에서 보기에, 반대자들―비판적 태도와 감정적인 편향으로 무장한, 공격하는 측의 입장―은 잃을 것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증거를 무차별적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과학자들과 시민집단들의 공격에 직면하여 NYSE&G 경영진의 주된 답변은, 비판들이 지나치게 "조급하며(premature)" 아직 분명하게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 근거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광범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중이라는 점을 반복해서 지적함으로써 자신들이 "공공의 이익을 위해 활동하는 훌륭한 시민"이 되려는 의도를 지니고 있음을 증명하려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그럴싸한 문안(good copy)"을 언론에 제공하지 못했고, 그 결과 이 논쟁에 관해 보도한 수많은 지역언론 중에서 불과 1/4만이 NYSE&G의 입장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리고 그들의 입장에 대한 언론 보도는 주로 보도자료나 인터뷰로 구성된 반면, CSCL의 활동책임자 데이빗 코미는 언론과 계속해서 긴밀한 연관을 유지하였다. CSCL 쪽에서는 모든 모임이 취재되었지만, 벨 발전소의 정보제공 활동은 거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NYSE&G의 입장은 CSCL의 입장에 비해 대중들에게 덜 분명하게 전달되었고, 반면 CSCL의 지속적인 선전은 회사 측의 입지를 불안정하게 하고 대중의 관심이 계속 살아 있도록 하는 데 기여했다.

CSCL의 성공은 호수 지역의 다른 여러 군구(郡區, township)의 지역 활동에 있어서도 하나의 초점을 제공할 수 있었다. 전통적으로 군구들 사이에 협력과 공동 활동은 거의 없었다. 각각의 자치체들은 자체적으로 폐수 처리와 수도 공급 프로그램을 관리하는 권한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쟁점에 있어서는 호수가에 발전소 건설을 중지할 것을 촉구하는 결의문이 여러 소도시의 의회에서 통과되어 그들의 지지의 증거로서 CSCL에 우송되었다.

CSCL은 다른 전술들도 사용했다: 관련 공청회에 출두하고, 인적 유대와 법적 지원을 확보하고, 전반적으로는 공사를 지연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CSCL은 공사의 지연 그 자체만으로도 NYSE&G를 단념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가정 하에 행동했는데, 이는 공사가 늦어질수록 건설 비용이 상승하기 때문이었다. CSCL의 활동책임자는 다른 논쟁들에서의 경험에 비추어, 공사 허가 승인이 하루 지연될 때마다 전력회사가 10만 달러의 추가비용을 부담해야 것이라고 추정했다.
 

공청회와 정치적 행동
 

벨 발전소 논쟁이 공청회 자리에서 처음 거론된 것은 1968년 4월이었다. 이타카 시의 몇몇 시민들과 NYSE&G의 엔지니어들 사이에서 오간 몇 통의 편지들이 당시 미 상원 공공사업위원회(Committee of Public Works) 산하 대기 및 수질오염 소위원회(Subcommittee on Air and Water Pollution)의 의장을 맡고 있었던 에드먼드 머스키(Edmund S. Muskie)에게 보내졌다. 소위원회는 발전소 부지의 선정에서 환경적인 요소들이 얼마만큼 고려되어야 하는지에 관한 공청회를 열었는데, 이 편지들은 그 자리에서 증거로서 제출되었다.

케이유거 호 사건만을 특별히 다룬 공청회는 1968년 11월 22일에 이타카 시에서 개최되었다. 공청회는 뉴욕 주 내 여러 지역의 보존, 자연자원, 경관의 미(美)에 관한 입법위원회(Legislative Committee on Conservation, Natural Resources, and Scenic Beauty)들이 공동으로 주최하였다. 몇몇 집단들은 공청회 개최 이전에 논쟁을 지배했던 분위기를 계속 몰고 가면서, 호수 환경에 어떤 손상들이 나타날 수 있는지에 대해 추가적인 증거들이 축적될 때까지 벨 발전소의 건설을 연기할 것을 주장했다. 그들은 또한 호수 환경에 대한 손상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설계를 변경하라고 요구했다. 이 집단들에는 CLPA, 톰킨스 군 상공회의소(Tompkins County Chamber of Commerce), 뉴욕 주 자연보존 협회(New York State Conservation Council), 여성유권자연맹(League of Women Voters), 시에라 클럽 핑거 호수군 지부(Finger Lakes Chapter of the Sierra Club), 세네카 호수 수로 협회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다른 몇몇은 건설 계획에 대해 지지를 표명했다. 랜싱의 행정 집행관인 해리스 데이츠(Harris Dates)는 랜싱 군구에 돌아올 세제상의 혜택을 감안하여 전력회사 측을 지지했다. 건축업 협회와 건축업자 거래소(Builders' Exchange)를 대표하는 이들은 건설 산업 부문에서의 이익을 고려했고, 이타카 납세자연합(Ithaca Taxpayers' Association)은 "우리 역사에서 이번만큼은 피하지 말고 지역 납세자 명부에 대해 뭔가를 시도해 보자"라고 말했다.

CSCL은 공청회에서 가장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했으나, 전략적으로 온건한 입장을 취했다. CSCL의 활동책임자는 열과 방사선에 의한 오염의 최소화를 목표하는 설계상의 대안을 주장하면서, 자신들은 발전소의 건설 자체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케이유거 호를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공청회 자리에서 CSCL은 또한, 수온이 성층화되어 있는 호수가에 발전소 부지를 조성할 경우에 즉각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명확한 규제 표준을 주 정부가 만들 것을 권고했고, 핵 시설의 건설에 있어 주 정부가 통제를 강화하도록 요청했다. 나중에 주 의회로 가게 되는 두 개의 청원서가 제출되었다. 그 중 하나는 발전소 건설을 허가하는 과정에서 자원보존국(Department of Conservation)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열과 방사능에 의한 오염을 평가하기 위한 근본적인 기준을 제정하도록 요구했다.

지역의 정치지도자들은 CSCL의 입장에 공감을 보였다. 하원의원 새뮤얼 스트래튼(Samuel Stratton, 민주당)은 이타카까지 비행기를 타고 와서 CSCL의 입장을 지지했다. 그러나 이 지역 출신의 다른 하원의원인 하워드 로비슨(Howard Robison, 공화당)은 어느 한쪽 편에 가담하는 것을 거부했다: "나는 이번 계획을 추진하기 위한 NYSE&G의 노력에 대해 불신의 분위기가 팽배하게 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 . . NYSE&G는 고객이었던 우리 모두에게 있어 여러 해 동안 '좋은 이웃'이었습니다. 또한 우리 모두는 회사 측에서 우리 자신이 필요로 하는 미래의 전력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케이유거 호의 발전소 건설에 기꺼이 투자한 데 대해 감사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 . . 우리 모두는 진보를 원합니다."

공청회들이 추가적으로 진행됨에 따라, 케이유거 호에 직접적인 연관을 갖는 수질 표준에 관한 세 개의 법안이 주 의회에 제출되었다. 그러나 주 지사 넬슨 록펠러(Nelson Rockefeller)는 환경 보호를 위한 통합적 일괄 대책을 주 차원에서 수립하는 중이라는 사실을 고려할 때 법률 제정은 아직 "시기상조"라고 하면서 이 법안들을 보류시켰다.

환경정책과 관련해 주 차원에서 혼선이 빚어짐에 따라 전력회사 측의 입장에서도 상당한 정치적 불확실성이 생겨났다. 뿐만 아니라 1969년 4월 초가 되자, 케이유거 호에 관해 회사에서 재정후원한 과학 보고서가 결정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 확실해졌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여, NYSE&G의 회장인 윌리엄 리옹(William A. Lyons)은 AEC에 대한 건설허가 신청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4월 11일, 그는 회사 이사회에 건설 계획의 무기한 연기를 공식적으로 권고하고, "발전소로부터의 열 방출을 제거하기 위한 냉각 시스템에 관해 추가적인 연구를 함과 동시에 그러한 시스템의 추가가 얼마나 더 많은 경제적 비용을 가져오는지 고려해 보도록 더 많은 시간을 부여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2년에서 3년 정도의 연기를 계획하고 있었다.
 

제 2라운드
 

1973년 3월, NYSE&G는 다시 이전의 계획과 유사한 핵발전소 설계를 제안했다. NYSE&G는 이번에는 더 이상의 시간 지연 없이 계획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회사 측은 서비스 제공 지역에서의 전력 소비량이 1983년까지 당시의 두 배로 늘어날 것이고, 1976년이 되면 기존 시설의 발전 용량으로는 이미 부족하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회사 측은 특히 케이유거 호수에 벨 발전소를 건설하기를 열망했는데, 왜냐하면 계획 단계와 허가를 받기 이전의 부지 정비 단계에서 이미 900만 달러에 가까운 돈을 지출했기 때문이었다. 1973년 3월에 계획을 제안했을 때 NYSE&G는 환경 관련 연구에 별도로 150만 달러를 지출한 상황이었고, 그 결과 애초의 설계대로 하더라도 벨 발전소의 건설은 호수를 손상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었다. 그러나 전력회사는 또다시 조직화된 대중적·과학적인 반대에 직면하게 되었다.

1000명의 시민들이 NYSE&G가 마련한 대중 회합에 참석했다. 한편, 24명의 코넬 대학 과학자들은 NYSE&G의 자문기관들이 도출해 낸 환경 관련 주장을 평가하기 위해 만들어진 연구집단에 결합했다. 그들은 전력회사 측의 데이터가 "부적절하고, 잘못된 인상을 심어줄 우려가 있으며, 제한적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회사 측의 자문기관들이 이에 응수함에 따라 싸움은 재개되었다. 이번에도 역시 양 측은 서로 다른 표본추출상의 기교를 필요로 하는 서로 다른 전제에 입각해서 연구를 수행했고, 그 결과 서로 다른 데이터가 산출되었다. 전력회사 측은 자신들의 수질 연구가 발전소 건설에 의해 야기되는 변화를 예측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도록 기준이 되는 조건(base-line condition)을 확정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코넬 대학의 연구는 영양 물질의 변화가 호수의 생장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와 같은 제한 인자(limiting factor)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이 논쟁은 성층화된 호수의 깊은 곳으로부터 찬물을 끌어올려 이를 호수 표면에 방출하는 것이 어떤 영향을 가져올지에 관해 여전히 남아 있는 진정한 불확실성과 불가피하게 연관되었다. 그런 불확실성 때문에 NYSE&G와 그 반대자들이 이용가능한 데이터로부터 서로 다른 예측을 이끌어내는 것이 가능했다.

코넬 대학의 전문가들은 자신들이 대중의 관심이 집중된 기술적 논쟁에 관련되어 있으며, 이러한 기술적 논쟁은 그 자체로 지역 시민들의 활동과 나중에 내려질 결정에 대해 중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사실을 곧 알아차리게 되었다. 시민집단들은 핵발전소 건설에 대항하는 투쟁의 초점을 기술적 논쟁의 실질적인 세부논점들에 맞추기보다는 기술 전문가들 사이에 의견상의 불일치가 존재한다는 사실 그 자체에 맞추었고, 이것이야말로 발전소 건설 계획의 폐기 주장을 뒷받침하는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벨 발전소를 둘러싼 논쟁의 제 2라운드 시기에는 대중적 관심이 이전보다 훨씬 더 넓은 범위의 쟁점들로 확대되어 있었다. 환경 보호를 위한 주와 정부의 규제 법령들이 수 년에 걸쳐 제정되어 있었고, 비록 규제가 적용되는 맥락에 여전히 논쟁의 여지가 남아 있긴 했지만 적어도 과거처럼 애매모호하지는 않았다. 뿐만 아니라, 1973년 이전의 수 년간에 걸쳐 원자로의 작동에 수반하는 위험들에 관해 신문과 대중잡지에서 토론이 계속되었다. 그 결과, 1968년의 논쟁 상황에서 가장 주요한 쟁점이었던 열 오염 문제는 1973년이 되면 NYSE&G의 발전소 인근 주민들에게 우려를 자아내는 여러 문제들 중 단지 하나에 불과한 것이 되었다. 핵폐기물의 운송과 처리, 원자로 안전 메커니즘의 신뢰성, 방사성 가스의 유출을 초래할 수 있는 원자로 노심 손상, 인간의 실수나 고의적인 파괴(sabotage)의 위험 등과 연관된 문제들이 많은 이들에게 호수의 열 오염보다 더욱 중요하게 여겨지게 되었다.

1973년의 논쟁에서는 또한 관련된 조직들에도 변화가 있었다. 논쟁의 1라운드 시기에 있었던 벨 발전소에 대한 불신은 여전히 남아 있었는데, 논쟁이 새로 시작되자 더 많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참여 의사를 밝혔다. CSCL은 한번 더 회원들을 불러모았고, 1973년 3월의 NYSE&G 발표 직후에 다른 반대집단들이 여럿 생겨났다. CSCL은 다음 세 가지의 행동방침을 놓고 그 중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인지를 숙고했다: (1) 원자로 안전과 핵폐기물 처리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는 케이유거 호수에 어떤 핵발전소의 건설도 반대한다; (2) 1969년에 취했던 입장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벨 발전소의 현재 설계에 반대한다; 그리고 (3) NYSE&G의 계획을 지지한다. 이 중에서 전면적인 반대를 천명한 첫번째 방침이 압도적인 지지를 얻었다. 그 결과 반대에 있어서의 강조점은 열 오염 문제에서 핵발전과 관련된 위험의 문제로 이동하게 되었다.

두번째 시민집단은 발전소 건설예정 부지 건너편에 있는 케이유거 호 서쪽 연안의 작은 마을인 트루먼스버그(Trumansburg)에서 16명이 발기하여 만들어졌다. 그 집단은 빠르게 성장하여 케이유거 호수 보존 연합(Coalition to Conserve Cayuga Lake, CCCL)이 되었고 호수 연안의 여섯 지역으로부터 모인 대표들을 포함하게 되었다. 이 집단의 성원들은 우편이나 정기적인 라디오 및 텔레비젼 인터뷰를 통해 기술적 정보들을 확산시켰고, AEC의 규제 담당자들, 워싱턴과 알바니(Albany)에 있는 의회 대표자들과 계속해서 연락을 가졌다. 그들은 또한 슈퍼마켓, 쇼핑 센터, 그 외 다른 공공장소들에 부스를 설치하여 벨 발전소의 건설을 반대하는 청원서에 서명을 받았다. 이를 통해 그들은 9000명 이상의 서명을 받았다. (당시 톰킨스 군(郡)에 등록된 유권자 수는 32,410명이었고, 군 내의 유일한 도시인 이타카의 유권자 수는 9,194명이었다.)

시에라 클럽 핑거 호수군 지부는 핵분열 기술의 위험성과 발전소로부터 나오는 폐기열에 의해 초래되는 문제들양자 모두를 강조하는 입장 개진 문서를 준비하여 배포했다. 반대에 참여한 다른 집단들에는 여성유권자연맹, 케이유거 호수 보존 협회(CLPA), 톰킨스 군 낚시 및 수렵 클럽(Tompkins Country Fish and Game Club) 등이 있었다. 각 조직들은 모임의 회원들에게 정보를 공급하고, 공공기관들과 서로 연락을 주고받고, 회합 장소까지의 교통편 마련 등의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발전소에 대한 반대를 조직하는 데 조력하였다. 모든 조직들은 NYSE&G가 AEC에 신청서를 공식적으로 제출할 경우에 힘을 합쳐서 법적 개입을 한다는 데 동의했고, 경험 있는 법률가와 잠정적인 계약을 해 두었다.

벨 발전소에 반대한 집단들은 두 가지 점을 강조했다. 그 중 첫째는 수반되는 위험들에 관한 것이었다.
 

핵분열 원자로를 가동해 본 경험이 축적되어 감에 따라, 기술의 신뢰불가능성, 오작동, 예측불가능성에 관한 증거들이 점점 더 많이 나타나고 있다 . . . 예를 들자면 뉴욕 주 로체스터(Rochester) 핵발전소의 원자로 노심에서 구부러지고, 갈라지고, 부분적으로 부스러진 수백 개의 연료봉들이 최근 들어 발견되었고 . . . AEC가 최근 전반적인 안전 연구 프로그램에 대해 그 중요성을 폄하하는 경향을 보이자 AEC의 과학자들이 이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으며 . . . 가동 기록이 형편없고 오작동의 빈도가 높은 데 대해 에디슨 합병회사(Consolidated Edison)가 불평을 토로한 바 있다 [CSCL, Newsletter, April 1973].

시민집단들에 의해 강조된 두번째 지점은 그들의 활동이 성공을 거둘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었다. 청원서에 서명한 사람들의 수가 점점 늘어나고, 특히 NYSE&G가 내놓은 증거들에 대해 지역 과학자들이 자발적으로 문제제기를 함에 따라 성공의 희망이 생겨났다. 그 결과, 편지를 쓰고 회합에 참가하는 등 사람들이 기울이는 노력이 헛되지 않을 것이라는 실질적인 기대가 지역사회 내에서 나타나게 되었다.

NYSE&G에 대한 지역사회의 지지는 반대 쪽에 비해 두드러져 보이지는 않았지만, 많은 공식 조직들이 지지 쪽에 가담하고 있었다. 다섯 개의 지역 건축 노조는 발전소 건설에 찬성하는 지역 정치집단들의 회합에 참가해 연설을 하는 한편, 지지 의사를 나타내는 광고를 신문에 게재했다. 상공회의소 의장은 4월 10일에 열린 보고 대회(information meeting)에서 NYSE&G 쪽에 무조건적인 신뢰 의사를 표명했다. 그런 시설의 건설을 막는다면 "생계의 유지가 불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그는 보았다. 그에 따르면, NYSE&G의 결정은 "전문가들에 의한 분석의 결과"로서 신뢰되어야 하는 것이었다. 상공회의소 측은 550명의 회원들을 대상으로 해서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설문조사지의 겉봉에 쓴 편지에서 "에너지 위기에 대한 깊은 우려와 함께 내일의 에너지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대비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믿음"을 내보였으며, "우리는 벨 발전소 건설에 대한 가능한 대안으로서 . . . 전등을 끄고 난방 장치의 스위치를 내리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라고 주장하였다. 221명이 설문에 응했는데, 그 중 74%가 발전소 건설에 찬성했다.

논쟁에 공식적으로 관여한 것은 아니었지만, 군과 시 당국 역시 뭔가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무언의 압력을 곧 받게 되었다. 톰킨스 군 대표자 위원회는 다양한 시·군 조직들에 의견을 물었다. 대표자 위원회는 환경 관련 사안들에 대해 위원회에 조언을 제공하기 위해 선임된 비전문가 집단인 환경관리회의(Environmental Management Council)의 자문을 받았다. 군 내의 산업체들과 작은 지역(locality)들의 대표자들이 포함된 이 회의는 투표를 통해서 벨 발전소 건설 계획에 대해 반대 13, 찬성 7, 기권 13으로 반대의 뜻을 나타냈다. 반면 군 계획위원회(county planning commission)는 발전소 건설을 승인하였고, "이 쟁점은 너무나 복잡하기 때문에 설사 우리가 이른바 '사실'들을 확보하고 있다고 할지라도 여전히 어려운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우리가 그 사실들을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너무나 많은 것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하였다. 군 보건위원회(county board of health)는 복잡하게 얽힌 기술적 문제들은 전문가들, 그리고 대중을 보호하기 위해 설립된 정부기관들이 판단해야 할 몫으로 남겨 두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수질 관리 계획의 개발을 위해 주 수자원 위원회(state water resources commission)에서 명예직으로(nonpaid) 선임한 케이유거 호수 유역 위원회(Cayuga Lake Basin Board) 역시, 발전소 건설에 찬성했던 1968년의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이타카 시 의회(Ithaca Common Council)는 투표에서 8대 5로 건설에 반대하였다.

접수된 편지와 청원서들을 통해 표현된 바와 같이 여론이 극히 부정적으로 나타났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공식 조직들은 벨 발전소의 건설에 찬성했다. 이런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군 위원회는 투표를 통해 NYSE&G의 계획을 10대 6으로 승인했다. 이에 대해 NYSE&G의 반대자들은 위원회가 유권자들에 대해 무책임하고 그들의 의견을 귀담아 듣지 않는다고 공격했다.

NYSE&G가 발전소 문제를 다시 들고나와 지역사회의 모든 분파들로부터 서면으로 견해를 청취하고자 했을 때, 그들은 반대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그 범위와 정도가 이 정도로 심하리라고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4월 10일에 개최한 대중적 보고 대회 이후 처음 몇 주 동안 NYSE&G에 도착한 편지들은 대체로 발전소 건설을 찬성하는 입장이었다. 4월 24일, 회사 측은 도착한 편지들 중에서 발전소 건설에 찬성하는 쪽이 105 대 10으로 더 많다고 발표했다. 이 때까지만 해도 NYSE&G는 조사가 가능하도록 편지들을 일반에 공개하고 있었다. 그러나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아 NYSE&G는 자신들이 "숫자놀이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며" 비판의 양보다는 질에 더 관심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그 이후에 더 늘어난 편지들에 대해 언급하기를 회피했다. 회사 측은 공정한 결정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냉각 기간(sanitary period)"이 필요하다는 결정을 내린 후, "우리는 지금 시점에서 대중적 논쟁에는 관여하지 않기로 했다"며 대중적 회합에 참여해 달라는 요청들을 거부했다. 이런 식으로 대중들로부터 스스로를 고립시키면서 회사 측은 자신의 신뢰성을 훼손시켰고 더 많은 저항을 불러일으켰다.

벨 발전소의 건설에 연관되어 있는 수많은 쟁점들에 대해 코넬 대학의 전문가들 사이에서 의견불일치가 존재하며 회사 측에서 요청하여 접수된 편지들이 부정적인 어조를 띠고 있다는 사실에 직면하여, NYSE&G는 핵발전이 가장 바람직한 에너지원이라는 스스로의 흔들리지 않는 확신에도 불구하고 그 계획을 포기해야 한다고 점차 생각하게 되었다. 이러한 결정을 내린 배경을 설명하면서, NYSE&G의 회장은 핵발전에 대해 비판적인 대중적 정서가 지닌 힘에 초점을 맞추었다.
 

불행히도, 핵발전의 비판자들은 핵발전소의 안전과 관련해 근거없는 주장들과 논쟁의 소지가 다분한 여러 자료들을 유포시킴으로써 대중들의 마음 속에 두려움의 심리상태를 불어넣는 전국적 캠페인을 전개해 왔다. 이러한 선전 캠페인은 . . . 깨끗하고 안전하며 환경적으로 적합한 에너지원을 공급하기 위한 중요한 노력들에 대해 대단히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오고 있다. . . . 우리 역시 유사한 골칫거리에 의해 위협받아 왔으며, 이번의 결정을 내림에 있어서 이 점을 고려해야만 했다.

그 후에, NYSE&G의 회장은 그 지역에 발전소를 즉각 건설하는 것 외에는 다른 가능한 대안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케이유거 호 부지에 850메가와트 용량의 석탄 화력발전소를 건설할 것을 회사 이사회에 제안했다. 그러나 결국에는 이 계획 역시 포기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