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사를 돌이켜보면, 과학적 사실, 방법론, 이론, 배경요소 등을 둘러싼 논쟁은 고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전 시기에 걸쳐 흔히 찾아볼 수 있는 현상이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러나 과학사에서 논쟁이 점하는 이러한 위치에도 불구하고, 이에 주목한 연구는 비교적 최근까지도 그리 많지 않았다. 특히 논쟁이 왜 일어나는지, 그리고 논쟁은 어떤 과정을 거쳐 전개되며 어떻게 종결되는지와 같은 문제에 천착한 이론적 틀은 상당히 빈약한 편이었다. 이러한 상황에 변화를 가져온 것은 1970년대 후반 이후 다양한 형태로 전개되어 온 과학지식사회학(sociology of scientific knowledge, SSK)과 구성주의적 과학사의 연구성과들이다. SSK는 합리적 과학철학에서 견지해 온 과학의 전통적인 상(像)에 대해 반기를 들면서 논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해준 흐름이었다.

이 글에서는 먼저 과학에서의 논쟁을 바라보는 시각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바뀌어왔는지를 서술한 후, SSK가 논쟁 연구에 기여한 바에 대해 알아보고, 이어 SSK의 논쟁 연구가 (특히 과학교육에 대해) 어떤 함의를 던져주고 있는지 생각해 보려 한다.
 

논쟁을 바라보는 전통적 시각
 

많은 과학자들과 철학자들은 그간 크게 두 가지 시각으로 과학 논쟁을 이해해 왔다. 그 중 첫 번째는, 한마디로 말해 '논쟁은 존재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 말은 얼핏 듣기에 오해의 소지가 있어 약간 설명을 필요로 한다. 이는 과학자들이나 철학자들이 역사상 숱한 논쟁들이 있어 왔다는 사실을 모르고서 하는 얘기가 아니다. 그보다는 오히려 과학 활동의 본성에 대한 어떤 선험적인 가정을 전제로 한 규범적인 입장이라 할 수 있다. 많은 과학자들은 과학이 합리적인 인간 활동의 정수이며, 그 산물(과학지식)은 여타의 지식들과는 달리 논란으로부터 자유로운 특징을 가진다고 생각해 왔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로, 그들은 과학 활동이 단일하고 보편적이며 독립적인 '과학적 방법'에 의거해 진행된다는 점을 들었다. 따라서 그들에 따르면 논쟁이 존재하지 않는(혹은 합리적인 방법에 의해 '자동적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이야말로 과학과 비과학을 가르는 중요한 특징이 된다.

이러한 입장은 일찍이 과학혁명기부터 베이컨, 갈릴레오, 데카르트, 라이프니츠와 같은 자연철학자들에 의해 옹호되었고 이후에도 면면히 이어져 내려왔다(Mechamer et al., 2000: 4-5). 예를 들어 데카르트는 "두 사람이 같은 것을 놓고 상반된 판단을 내릴 때에는 둘 중 적어도 하나가 틀렸거나 둘 다 지식을 갖지 못하고 있음이 틀림없다"고 주장했고, 라이프니츠는 두 사람의 철학자간에 논쟁이 일어나면 "계산(calculation)"을 통해 곧바로 이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았다. 한 세기 후 칸트는 논쟁을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여부가 곧 과학과 사이비과학을 구분하는 기준이라고 보았다. 이런 입장들은 20세기 들어 논리실증주의 철학자들에 의해 계승되었는데, 그들은 가설과 경험증거 사이의 관계가 순전히 논리적인 것이기 때문에 과학적 검증의 결과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그러나 이러한 규범적 입장은 과학사에서 논쟁이 흔히 발생하며, 이 중 많은 수는 즉각 해결되지 않고 매우 긴 시간에 걸쳐(심지어는 백 년이 넘도록) 일어난다는 사실과 모순을 빚을 수밖에 없었다. 논쟁을 이해하는 두 번째 시각은 바로 이에 답하기 위한 것으로, 과학에서 논쟁이 일어날 수는 있지만 그것이 '과학 내적'(즉, 인식론적)인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Freudenthal, 1998: 155). 바꿔말해 논쟁은 '과학 그 자체'로부터 외재적인 것이며, 따라서 과학지식의 생성과는 무관한 것이라는 얘기다. 논쟁은 개별 과학자들의 특이성이나 과학자 공동체 내에서의 사회적 관계 등 여느 인간사회에서나 존재하는 이유로 인해 일어날 수 있지만, 이는 과학의 진보에 별반 영향을 주지 않으므로 (인간사의 애증관계 같은 것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면) 특별히 주목할 만한 가치가 없다는 것이다.

위에서 설명한 두 가지 시각을 합쳐 보면, 그간 과학 논쟁을 다룬 연구가 많지 않았던 이유를 짐작해볼 수 있다. 과학을 바라보는 주류적 시각에 비추어 볼 때 그것은 썩 매력적인 주제가 못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식 하에서는 논쟁이 왜 일어나는지, 논쟁은 어떻게 종결되며 그 결과물인 과학지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와 같은 질문에 천착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러나 1950년대 이후 과학사와 과학철학에서 나타난 새로운 성과들은 소위 '표준적 과학관(觀)'에 심대한 타격을 가함으로써 과학 논쟁을 새로운 시각에서 조명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았다. 특히 핸슨(N.R. Hanson)의 '관찰의 이론의존성' 명제, 뒤엥(P. Duhem)-콰인(W.V.O. Quine)의 '증거에 의한 이론의 과소결정' 명제, 쿤(Thomas S. Kuhn)의 '패러다임간 공약불가능성' 명제 등은 비트겐슈타인(L. Wittgenstein)의 후기철학, 메리 더글러스(Mary Douglas)의 인류학 등과 결합해 1970년대 후반 들어 과학지식사회학(SSK)이라는 새로운 분과학문을 만들어내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주었다.(주1) SSK는 그 진위 여부와 무관하게 모든 과학지식에 대해 사회학적 설명이 가해져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함과 동시에 과학지식의 구성에서 논쟁이 하는 역할을 강조함으로써 논쟁 연구를 새로운 국면으로 끌어올렸다.
 

논쟁 연구에 대한 SSK의 기여
 

SSK는 단일한 입장으로 정리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분파들이 그 속에 존재하고 있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는 배리 반스(Barry Barnes)와 데이빗 블루어(David Bloor)가 제창한 '지식사회학의 강한 프로그램,' 해리 콜린스(Harry Collins)가 제안한 '경험적 상대주의 프로그램,' 캐린 크노르-세티나(Karin Knorr-Cetina)의 실험실 연구 등을 들 수 있고, 넓게 보아 브뤼노 라투르(Bruno Latour)와 미셸 깔롱(Michel Callon)이 이끌고 있는 행위자 연결망 이론을 여기 포함시키기도 한다. 이 중에서 과학 논쟁을 주된 연구 대상으로 삼은 분파는 크게 두 개인데, 하나는 반스와 블루어가 속한 에딘버러대학의 연구자들이 1970년대 후반에 많이 수행했던 이해관계 분석(interests analysis)이고, 다른 하나는 1970년대 중반부터 1980년대 초반에 걸쳐 콜린스가 주도했던 실험의 재연(再演, replication)에 관한 연구이다.(주2)

먼저 이해관계 분석을 보자. 이 접근법의 핵심은 과학에서 논쟁이 일어나는 '원인'을 논쟁 양측의 당사자가 속해 있는 집단의 이해관계로부터 찾는 데 있다. 여기서 '이해관계'라는 용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말의 유래에 대한 약간의 설명이 필요하다. 고전적 맑스주의의 교의에 따르면, 특정한 과학은 특정 계급의 가치와 이데올로기를 그 기술적 언어 속에 포함한다. 예컨대 19세기의 정치경제학은 자본가계급의 가치와 이데올로기를 그 속에 담고 있으며, 따라서 계급 이해관계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다. SSK의 이해관계 분석은 바로 이러한 문제 틀을 더욱 넓혀 19세기의 정치경제학을 과학 일반으로, 그리고 계급 이해관계를 가부장제 이해관계나 상업적 이해관계 등을 포함하는 이해관계 일반으로 확장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해관계 분석은 역사적 방법에 주로 의존했는데, 고전적 사례연구로는 19세기 에딘버러에서의 골상학(骨相學, phrenology)에 관한 논쟁을 다룬 스티븐 섀핀의 연구와 19세기 말∼20세기 초의 통계학자인 칼 피어슨과 조지 율이 벌인 논쟁을 다룬 도널드 매켄지의 연구가 있다. 이 중 섀핀의 골상학 연구를 예로 들어 보자. 그에 따르면, 19세기 에딘버러에서 골상학이 인기를 끌었던 이유는 그것이 당시 중간계층의 개혁 성향과 잘 맞았기 때문이고, 반대로 전문의사들이 골상학을 공격했던 것은 그들의 직업적 이해관계와 충돌했기 때문이라는 점을 들고 있다. 즉, 골상학의 테크니컬한 쟁점을 둘러싼 '과학' 논쟁의 배후에는 계층적, 전문직업적 이해관계가 자리잡고 있었다는 것이 섀핀의 주장의 핵심을 이룬다.

이해관계 분석은 1980년대 초반에 과학사회학계 내부에서 일련의 비판과 답변이 오고간 후 하나의 프로그램으로서는 그 영향력이 크게 쇠퇴했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이 접근법이 과학자를 (복잡한 우연성과 다양한 동기부여에 의해 행동하는 존재가 아니라) 외부적 이해관계에 의해 형성되는 꼭두각시 같은 존재로 그려냈다는 비판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데이빗 헤스(David Hess)가 잘 지적하고 있다시피, 설사 이와 같은 비판을 수용한다 하더라도 이해관계 분석의 유효성이 완전히 제거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많은 사례들에서 계급적, 재정적, 조직적, 성적, 전문직업적 이해관계와 같은 '외부적' 이해관계의 존재가 여전히 논쟁의 출현과 종결을 설명하는 중요한 변수이기 때문이다(Hess, 1997: 92). 특히 최근에는 생의학과 생명공학 분야를 중심으로 이해관계의 충돌(conflicts of interest) 문제가 과학 저널들에서 이슈가 되고 있다는 점도 되새겨볼 지점이다(예컨대 Kolfschooten, 2002를 보라).

두번째로 실험의 재연 연구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자. 이 접근법은 거시사회적 이해관계와 역사적 방법에 초점을 맞추는 이해관계 분석과는 달리, 미시사회적 과정(즉, 실험의 문제와 과학계의 내부 동학)을 주로 살피며 관찰과 인터뷰의 방법을 이용해 현재진행형의 논쟁을 분석한다는 특징을 갖는다. 이 접근법의 핵심 주장은, 실험결과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는 데 있어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으로 여겨지는 실험의 재연이 실제로는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결국 재연의 실패가 곧 논쟁을 유발하고 그 해결을 용이하지 않게 만드는 주요 요인이라는 얘기다.

실험의 재연 연구를 개척한 콜린스는 TEA 레이저와 중력파 탐지에 관한 고전적 사례연구를 통해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먼저 그는 TEA 레이저의 사례를 통해 과학 실험에는 문서로 정식화할 수 없는 암묵적 지식의 차원이 있고, 이것이 전달될 때에만 실험의 재연이 성공을 거둘 수 있음을 보여 주었다. 이어 콜린스는 중력파 탐지를 둘러싼 논쟁 사례를 연구했는데, 여기서 '실험자의 회귀(experimenter's regress)'라는 핵심적인 개념을 제기했다. 콜린스에 따르면 실험자의 회귀란 다음과 같다:
 

[중력파를 탐지한 것과 탐지하지 못한 것 중에서] 무엇이 맞는 결과인가 하는 것은 지구에 감지가능한 흐름으로 도달하는 중력파가 존재하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 이 사실을 알아내기 위해서 우리는 좋은 중력파 탐지기를 만들고 그 결과를 보아야 한다. 그러나 탐지기를 만들어서 이를 시험해 보고 맞는 결과를 얻어낼 때까지는 우리가 좋은 중력파 탐지기를 만들었는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좋은 중력파 탐지기를 만들기까지는 무엇이 맞는 결과인지를 알 수 없다. . . 이 과정은 무한히 계속될 것이다(Collins and Pinch, 1998: 98).

이를 다른 말로 바꿔 표현하면, 어떤 실험에 대한 재연이 실패했을 때 이를 원래 실험을 논박하는 증거로 보기보다는 원래 실험을 불완전하게 모방한(incompetent copy) 결과로 보는 것이 언제나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 원래 실험과 재연 실험 중 어느 쪽이 '제대로 된' 실험인지를 판단해야 하는데, TEA 레이저 사례와 달리 중력파 탐지와 같은 프런티어 과학(frontier science) ― 콜린스가 쓰는 용어로는 특이과학(extraordinary science) ― 의 경우에는 무엇이 성공한 실험인가에 관한 기준이 사전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실험자의 회귀는 피할 수 없게 된다. 이런 경우 이론과 실험만 가지고는 실험자의 회귀(즉, 논쟁)를 종식시킬 수 없기 때문에 성공한 실험의 기준을 놓고 실험그룹들간의 사회적 협상이 이루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콜린스의 주장, 특히 핵심 개념인 '실험자의 회귀'에 관해서는 그간 많은 논란이 있었고, 특히 그가 '사회적 협상'의 중요성을 지나치게 강조한 데 대해 비판이 집중되었다. 그러나 그 모든 비판에도 불구하고 실험의 재연이 통상적으로 생각되던 것에 비해 최소한 훨씬 더 복잡한 문제라는 지적은 여전히 유효하며, 논쟁이 왜 일어나는지, 그리고 논쟁은 왜 쉽게 해결되지 않고 종종 오랜 기간에 걸쳐 질질 끄는지와 같은 문제에 대해 그의 연구가 새로운 통찰을 제공해 주었음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SSK 논쟁 연구가 던져주는 함의
 

앞서 보았듯, 1970년대 이후 등장한 SSK의 논쟁 연구는 과학 논쟁을 바라보는 급진적이면서도 새로운 틀을 제공해 주었다. 그런데 SSK 논쟁 연구자들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자신들의 연구를 원용해 현대사회에서 과학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하는 문제에 천착하고 있는데, 여기서 특히 흥미로운 것은 그들이 과학교육의 방향에 대해 제안하고 있는 내용이다.

초기의 SSK 논쟁 연구를 대표한 연구자들인 콜린스와 섀핀은 1983년 이탈리아 파비아에서 "혁신적 물리교육에서 과학사의 이용"을 주제로 열린 컨퍼런스에 참여해 한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이후 출간된 단행본에 수정된 형태로 수록된 이 논문(Collins and Shapin, 1989)에서, 그들은 새로이 등장한 SSK와 구성주의적 과학사 연구가 과학교육에 어떤 함의를 제공하는가 하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먼저 그들은 새로운 과학사·과학사회학 연구의 도래와 함께, 과학 교과서에서 발견되는 과학의 상과 과학사·과학사회학 문헌에 나타나는 과학의 상 사이에 심대한 불일치가 생겨나게 되었음을 지적했다. 그들은 이러한 불일치를 넘어 SSK의 문제의식을 수용하는 방법에 크게 개량적인 방식과 급진적인 방식 두 가지가 있을 수 있음을 보이면서, 이 중 후자를 받아들여 과학교육, 그 중에서도 특히 비과학자를 대상으로 하는 과학교육의 목표를 근본적으로 재고할 것을 제안했다.

콜린스와 섀핀에 따르면, 현재의 과학교육은 과학자가 될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을 구분하지 않은 채 다음의 3가지를 뒤섞어 가르치고 있다: ▲ 과학의 본질('재연가능하고 편견없는 실험을 통해 자연계의 진정한 모습을 드러내는 활동') ▲ 과학을 하는 방법(표준적인 '과학적 방법') ▲ 자연계의 몇몇 특징(개론적인 수준의 과학지식). 그러나 이런 교육과정은 사회적 과정으로서의 과학 활동이 실제로 이루어지는 양상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채 과학에 대한 이데올로기적인 상만을 전달하고 있으며, 그 결과 오히려 반(反)과학적 태도를 부추기는 데 기여한다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다. 왜냐하면 이데올로기적인 과학의 상에 따르면 과학은 전적으로 옳거나 전적으로 틀리거나 둘 중 하나여야 하는데, 오늘날의 실제 세계에서는 과학자들간의 의견불일치와 논쟁이 점점 더 많이, 격렬하게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과정을 통해 이런 상황에 대응할 준비를 하지 못한 일반 시민들은 결국 과학자들을 '불완전하지만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최고의 전문가'로 생각하기보다는, 과학자들 모두가 무능하거나 거짓말쟁이거나 돈을 받고 고용되었을 거라고 생각하는 냉소적 시각을 갖게 될 거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콜린스와 섀핀은 과학자들간의 의견불일치와 논쟁을 일시적·병리적 현상이 아닌 정상적 현상으로 제시하며, 이런 논쟁으로부터 합의가 형성되는 사회적 과정을 드러내는 과학교육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후 섀핀은 1992년에 쓴 짧은 입장글에서도 유사한 생각을 개진하였으며(Shapin, 1992), 콜린스는 이런 문제의식의 연장선상에서 자신의 제자였던 트레버 핀치(Trevor Pinch)와 함께 일반 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과학 논쟁 사례연구 모음집인 『골렘 ― 당신이 과학에 관해 알아야 할 모든 것』을 1993년에 출간했다(Collins and Pinch, 1993, 2판은 1998). 이러한 저술에 나타난 그들의 제안이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과학교육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들의 문제의식에는 분명 경청할 만한 부분이 들어 있다고 생각된다.
 

마치며
 

SSK 논쟁 연구는 과학 논쟁에 대한 전통적 관점을 넘어 논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다각도로 제공해 주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또한 이를 통해 얻어진 새로운 시각은 논쟁 연구 그 자체를 넘어 과학교육을 바라보는 시각에도 새로운 시사점을 제공해 주고 있어 생각해 볼 여지를 남기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에는 그간 논쟁 연구에서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했던 (과학)철학 진영에서 전통적 관점과 SSK의 관점 양자 모두를 비판하며 논쟁을 바라보는 틀을 재정립할 것을 주장하고 나서 흥미롭다(Mechamer et al., 2000; Science in Context, 1998). 그러나 극단적인 구성주의의 '함정'을 피하면서 동시에 과학지식의 형성에 대한 논쟁의 기여를 '정당하게' 평가하는 이론 틀을 만들려는 그들의 시도가 아직 주목할 만한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아마도 이는 앞으로 관심을 가지고 줄곧 지켜봐야 할 문제일 것이다.
 
 
 

각주
 

1) SSK의 출현 배경에 대한 좀더 상세한 설명으로는 김환석(1999: 16-25)을 참조하라.

2) SSK의 여러 분파들에 대한 소개는 그동안 수 차례에 걸쳐 이루어졌다. 이에 대해서는 김경만(1994; 2003), 윤정로(1995), 김환석(1997), 앤드루 웹스터(1998), 홍성욱(1999), 이영희(2000) 등을 참조하라. 이해관계 분석과 실험의 재연 연구에 대한 이하의 서술은 이들 문헌과 Hess(1997: 89-100) 등을 참고해 정리한 것임을 미리 밝혀둔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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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____. 2003. 「사회구성주의의 역사적 진화에 관하여」. ≪과학사상≫ 44호, 24-42.

김환석. 1997. 「과학지식에 대한 사회학적 이해」. ≪과학사상≫ 20호, 223-238.

______. 1999. 「과학기술의 민주화란 무엇인가」. 참여연대 과학기술민주화를위한모임 편, 『진보의 패러독스』, pp. 13-41. 당대.

앤드루 웹스터. 김환석·송성수 옮김. 1998. 『과학기술과 사회』, pp. 31-52. 한울.

윤정로. 1995. 「"새로운" 과학사회학: 과학지식사회학의 가능성과 한계」. ≪과학과철학≫ 5집, 82-110.

이영희. 2000. 「과학기술사회학의 이론적 흐름」. 『과학기술의 사회학』, pp. 15-43. 한울.

홍성욱. 1999. 「과학사회학의 최근 동향」. 『생산력과 문화로서의 과학기술』, pp. 21-67. 문학과지성사.
 

Collins, Harry, and Trevor Pinch. [1993]1998. The Golem: What You Should Know about Science, 2nd ed.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Collins, Harry, and Steven Shapin. 1989. "Experiment, Science Teaching, and the New History and Sociology of Science." In Teaching the History of Science, edited by Michael Shortland and Andrew Warwick, 67-79. Oxford: Basil Blackwell.

Freudenthal, Gideon. 1998. ""Controversy"." Science in Context 11(2): 155-160.

Hess, David. 1997. Science Studies: An Advanced Introduction. New York: New York University Press.

Kolfschooten, Frank van. 2002. "Can You Believe What You Read?" Nature 416 (March 28): 360-363.

Machamer, Peter, Marcello Pera, and Aristides Baltas., eds. 2000. Scientific Controversies: Philosophical and Historical Perspectives. Oxford: Oxford University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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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pin, Steven. 1992. "Why the Public Ought to Understand Science-in-the-Making." Public Understanding of Science 1(1): 27-30.
 
 
 

출전: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소식지 『자연과학』 14호(2003년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