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국에서 전해진 복제양 실험 성공 소식은 국내에 상당한 반향을 몰고 왔다. 인간복제의 가능성이 단순한 가능성에 그치지 않음을 시사해 준 이 사건에 대해서 낙관론에서 비관론, 찬성에서 반대에 걸치는 다양한 스펙트럼의 갖가지 입장들이 제출되었다. 하지만 이 모든 논의들 속에서 자신의 정치적인 입장을 담은 학내 운동단체들의 목소리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왜였을까? 이 문제가 별볼일이 없는 것이어서?

사실 그 이유를 설명하는 것은 간단하다. 학내 과학기술운동(이하 학내 과기운)이라고 할 만한 운동진영이 사실상 '망해' 버렸기 때문이다. 이를 주도적으로 고민하던 단체들인 자·사대 과학기술학회연합(이하 과기학연)과 공대 과기학연이 문을 닫은 지는 이미 몇 년이 되었다. 그리고 공대와 자연대에서 각각 활동중인 공대신문사와 자연대신문사는 과기학연의 문제의식을 이어받아 과학기술을 자신의 주도적인 매개로 고민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중적인 언론단체'로서의 한계를 뛰어넘는 활동을 벌여내고 있지는 못하다.

돌이켜보면, 지난 90년대 초의 학내 과기운은 몇 가지의 주요 매개를 가지고 활동하고 있었다. 정보화사회론 비판에서 엿볼 수 있었던 과학기술의 이데올로기 비판, 환경운동·반핵운동과 같은 현실운동과의 결합, 그리고 80년대 말 노동운동의 현실적인 부상에 힘입고 과학기술혁명론과 브레이버만의 '노동의 격하' 테제에 의해 이론적으로 뒷받침되었던 과학기술노동운동(이하 과기노운)으로의 지향이 그것이었다. 하지만 이들 중 정보와 환경은 '과기운'이라는 큰 테두리를 벗어나서 독자적인 운동논리를 갖는 부문운동의 형태로 독립하였고, 과기노운 지향은 이공계 대학생들이 처한 현실조건에만 착목한 하나의 편향으로 비판받음과 동시에 현장과의 연계를 상실함으로써 이론적·실천적 양자의 의미에서 모두 쇠퇴하였다. 결국 학내 과기운은 공대 내에 과학기술학회가 대중적으로 광범위하게 건설되었던 92년을 그 정점으로 하여 그것의 '독자적' 존재이유를 점점 잃어 갔던 것이다.

그러나 이번의 유전자 복제 문제에서 볼 수 있듯, 과학기술의 문제는 앞서의 부문운동들 각각이 감내하기에는 너무나 포괄적이고 규모가 큰 문제이다. 이는 과학기술 그 자체에 대한 반성적 고찰 - 90년대 초의 학내 과기운이 결여하고 있었던 - 과 과학기술과 관련한 제반 정책 결정에의 대중의 참여를 통해야만 궁극적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학내 과기운은 80년대 이후에 등장한 새로운 과학기술사회학의 이론적 토양과 실천적 문제의식의 기반 위에서 지금 다시금 복원되어야 한다. 과거의 과기운 전통에 대한 자기부정과정과 현실의 제반 문제들에 대한 천착을 통해서 학내 과기운은 그 새로운 존재의의를 찾아야 할 것이다.
 

출전: 『대학신문』 1997년 3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