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지니어리스"가 대학 캠퍼스에 침입하다
남녀공학 기술교육에 대한 40년의 논쟁
 

에이미 수 빅스^*
 
 

미국 공학교육은 성별화된 역사(gendered history)를 갖고 있다. 남성이 압도적인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공학이라는 전문직업 분야에서 여성의 지위에 대한 논쟁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역사적으로 공학분야에 종사하는 여성들은 과학분야에서보다도 더 희귀했고, 그래서 매우 두드러져 보였다. 이 때문에 공학분야의 여성들은 그 존재만으로도 현대 기술사회에서 남성 혹은 여성으로 살아가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엔지니어가 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관한 물음을 대학 공동체에 제기하는 효과를 낳았다.

이 글에서는 2차대전 혹은 그 이후까지 ― 명시적인 정책에 의거했건 그렇지 않았건 간에 ― 거의 혹은 전적으로 남학생만 받았던 4개의 기술중심대학[공대가 중심이지만 공학계열 이외의 학과도 존재하기 때문에 사용한 표현 ― 옮긴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사례연구들은 해당 대학이 남녀공학으로 갈 것인지 여부를 둘러싼 논쟁에서 교수, 대학당국, 학생, 졸업생들이 젠더와 기술 ― 이 전통에서 기술지식은 종종 남성성과 결부되었다 ― 에 관한 상이한 쟁점들을 고려해야 했다는 점을 보여준다. 입학 및 교육 방침을 재검토하는 과정을 통해 이 대학들은 여성이 공학을 공부할 자격이 있는지, 그리고 만약 그렇다면 어떤 조건으로 여성의 입학을 허가할 것인지에 대해 논의를 했다. 이 글은 194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의 시기를 다루면서, 렌슬러공과대학(RPI), 조지아공대(Georgia Tech), 캘리포니아공대(Caltech), 매사추세츠공대(MIT) 등 4개 대학이 언제, 어떻게, 왜 남녀공학으로 전환하게 되었는가 하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세기 전환기의 여성 엔지니어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에도 공학을 공부하기 시작한 소수의 여성들이 있었는데, 그들 대부분은 토지양허대학(land grant university)^**에 다녔다. 예를 들어, 올리브 데니스는 1920년 코넬대학에서 토목공학 학위를 취득한 후 20여년 동안 볼티모어 앤 오하이오 철도회사(Baltimore and Ohio Railroad, B&O)에서 근무했다. 그녀는 회사에서 "도안가(draftman)" ― 그녀가 스스로를 지칭했던 표현 ― 로 일하면서 철도 역사 몇 곳을 설계했고 (여성성에 대한 기대에 좀더 부합하는) 기차 식당차에서 사용되는 식기를 디자인하기도 했다. 데니스 같은 여성은 상당한 주목을 받았는데, 이는 그들이 매우 드물고 진기한 존재였기 때문이었다. 1920년대의 한 대학신문 기사는 여자 공대생을 다룬 기사의 제목을 "코넬대학에서 세 명의 여학생이 공대 과정에 침입해 남자들과 경쟁하고 있다: 학업성적도 우수하다"라고 뽑았다. "침입하다(invade)"이라는 표현은 1920년대에 여러 대학들에서 몇 명의 여자 공대생이 입학한 사실을 보도하면서 반복해 등장했고 1940년대에도 사용되었다. 1차대전에서 2차대전 사이에 이 단어가 흔히 쓰였다는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이 단어는 공대에 입학한 여학생들이 그동안 모든 사람들이 남성의 영역이라고 생각했고 또 남성의 영역임이 분명한 분야에 진입하면서 타자(the other)로 취급받았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제 2차 세계대전
 

여성들이 자신과 이질적인 공간[엔지니어링] 속으로 뛰어드는 문제가 전면에 부각된 것은 미국이 갑자기 심각한 인력난에 직면하게 된 2차대전 때였다.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던 남성들까지 징집됨에 따라 기업 측에서는 설계를 하거나 조립라인에서 비행기, 탱크 및 다른 필수 물자들이 계속 생산될 수 있도록 엔지니어링 업무를 할 수 있는 인력을 몹시 필요로 하게 되었다. 그러나 남성 엔지니어들은 충분하지 않았다. 그래서 기업들은 생산 현장에서 "리벳공 로지(Rosie the Riveter)"[로지는 로즈의 애칭으로 '여성(기계)노동자'를 나타내는 표현 ― 옮긴이]에게 의지하게 된 것과 마찬가지로, 공학 분야에서도 점차로 여성을 엔지니어로 고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경영자들은 곧바로 문제에 봉착했다. 엔지니어링 업무를 맡을 수 있을 정도로 적절한 공학적 훈련을 받은 여성들이 충분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전쟁이 시작된 이후 미 교육국에서는 남성과 여성 모두를 위한 과학, 공학, 경영학 단기 속성과정을 개설하기 시작했다. 이미 기초적인 수학과 과학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을 뽑아서 폭약생산 감독에 필요한 정도의 세부 화학교육을 하거나 신형 비행기 설계를 도울 수 있을 정도의 제도 기법을 교육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정부는 여성 엔지니어링 보조인력을 훈련시키기 위해 "여성을 위한 공학기초(Engineering Fundamentals for Women)"라는 이름이 붙은 계속교육 과정을 전국적으로 후원했다.

한편 인력 부족으로 안달이 난 개별 기업들은 기술적 잠재력을 갖춘 여성들을 직접 찾아나섰다. 제너럴 일렉트릭(GE)는 "여성, 여성, 여성(Girls, Girls, Girls)"이라는 제하의 광고에서 "계산, 그래프 작성, 공작기계 산업에서 쓰이는 정밀기구의 조정 등 . . . 과거에 남성 엔지니어들이 하던 일에 대학을 나온 젊은 여성들을 채용합니다. . . . 여성들이 성숙한 엔지니어가 될 수 있을 거라고는 아무도 기대하지 않겠지만, 그들 대부분은 우리 회사의 유명한 '시험' 과정을 이수하게 될 것입니다"라고 발표했다. 제너럴 일렉트릭은 수학이나 물리학 학위를 가진 여성들을 고용해 현장에서 훈련을 시켰지만 그러한 인력 풀은 여전히 제한되어 있었다. 기업들은 더 아래로 내려가 아직 대학을 다니고 있는 여학생들까지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1942년 커티스-라이트 항공사는 "커티스-라이트 여성후보생(Curtiss-Wright Cadettes)"이라는 이름의 훈련 계획을 만들었다. 코넬, 펜실베니아 주립대학, 퍼듀, 미네소타, 텍사스, 렌슬러공과대학, 아이오와 주립대학 등 7개 대학이 커티스-라이트 항공사와 힘을 합치기로 하고 600명이 넘는 여성들에게 특별 커리큘럼을 교육했다. 이 프로그램의 대표들은 대수학에 대한 지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전쟁에 기여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제공한다는 광고를 대학신문들에 게재해 대학 2, 3, 4학년 여학생을 모집했다. 지원자들은 공학수학, 직무용어, 항공기 제도, 공학역학, 비행이론, 항공기 생산 등에 대해 10개월 동안의 집중교육을 받았다. 그것이 끝나면 기업은 후보생들을 여러 공장으로 분산 배치해 항공기 설계 연구, 시험, 생산에서 일하도록 했다.

커티스-라이트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대학 중에서 코넬, 텍사스, 아이오와 주립대학, 미네소타 등에는 이미 여학생이 있었다. 이러한 남녀공학 대학의 여학생들은 주로 가정학을 전공하거나 공학계열보다는 사범계열에 있었지만, 이 학교의 교수와 학생들은 적어도 캠퍼스에서 여학생을 보는 것에는 익숙했다. 여성후보생 프로그램이 발표되자 이들 대학에서는 여자 공대생이라는 아이디어를 둘러싼 농담이 유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여성후보생들은 전쟁에 일익을 담당하고자 한다는 주장을 펼 수 있었고, 그러한 조건 하에서 그들은 환영받았다.
 

렌슬러공과대학에서의 "엔지니어리스"
 

이와 대조적으로 남성들만 입학했던 RPI에서 "엔지니어리스"의 출현은 문화적 충격을 불러일으켰다. 지역 신문들은 "RPI가 여성에게 문호를 개방했다: 전쟁상의 필요가 116년 동안 이어져오던 오래된 규칙을 깨뜨렸다", "커티스-라이트 여성들이 . . . RPI 캠퍼스에 침입했다"며 대문짝만한 기사 제목을 붙였다. 한 대학생은 익살스럽게 이렇게 썼다. "결국 우리는 침입을 허용하고야 말았다. 우리측 세력은 순간적으로 허를 찔렸고 공황 상태에 빠졌다. . . RPI에 여성이라니! 처음에 우리 '호전적 엔지니어'들은 남성적 직업의 최후 보루에 여성들이 침입한 것에 대해 조심스런 태도를 보였다. 그들은 가정학 과목을 이수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그려 보곤 했다. . . 그러나 이 때 대학본부로부터 운명적인 소식이 날아들었다. '커티스-라이트 여성후보생들은 당신들에게 굉장한 도움이 될 것입니다 ― 그들은 남성 엔지니어 여러분들이 보다 중요한 일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수에 불과합니다!'라는 것이었다. 그러자 . . . 여성후보생들은 잘생기고 지적이며 고결한 RPI 학생들로부터 마음에서 우러나온 환영을 받았다. . .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신사들은 갈색이거나 빨간 머리, 심지어는 금발 머리의 엔지니어를 보는 데 조금씩 더 익숙해졌다. 마찬가지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여성후보생들은 군침을 흘리는 RPI '남성'들을 보는 데 익숙해졌고 날카로운 야유, 휘파람, 꼬나보기 등의 굉장한 교육을 받았다"[1].

얼마 안 가서 RPI는 대학에 "여성후보생 캐시(Katie Kadettes)"를 두는 것이 갖는 이점을 알게 되었다. 여성후보생들은 대학생활에 매우 열심이었고 극단에 가입하거나 치어리더 팀에 들었다. 커티스-라이트 프로그램은 대단한 전시 선전거리가 되었다. 여성 엔지니어라는 아이디어는 새로운 것이었고, 많은 여성후보생들은 사진발이 아주 잘 받았다. 지역 신문들은 기사를 계속 실었고 ≪라이프 Life≫지에서는 특집으로 다루기도 했다. 훈련과정에서 프로그램 감독관들은 대다수의 여성후보생들이 매우 우수하다는 데 유쾌한 놀라움을 표시했고, 교수들은 남학생을 가르칠 때 쓰던 교수법이나 기대목표를 다소 수정할 필요를 느끼게 되었다. 예를 들어 교수들은 몇몇 여학생들이 기술적인 문제를 시각적으로 표현함에 있어 초기에 어려움을 느낀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여성후보생들이 머리 속에서 모형을 회전시켜 보는 훈련과정을 추가했다.

2차대전이 끝나면 모든 일이 정상으로 돌아가기로 되어 있었지만, 물론 그렇게 되지는 않았다. 무엇보다도 냉전이 도래하면서 모든 면에서 소련보다 앞서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정치가, 기업가, 교육자들을 사로잡았다. 소련의 아이들은 7학년[중학교 1학년 ― 옮긴이] 때 미적분학을 배운다는 식의 겁주는 얘기들이 나돌았고, 미국이 새로운 원자력 시대를 맞이해 충분한 수의 과학자와 엔지니어들을 교육하고 있지 못하다는 인식은 이들을 두렵게 했다. 이런 우려 때문에 1950년대에는 미국이 보유한 재능의 절반을 허비해서는 안되며, 여성들을 훈련시켜 인력에서의 격차를 만회해야 한다는 논의가 촉발되었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공학은 대다수의 여성들에게 매력적일 수 없고 매력적이지도 않다는 가정에 근거한 매우 강력하면서도 뿌리깊은 회의론도 제기되었다. 여성들의 직업적 야심은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는 최종 목표를 위해 양보되어야 한다는 기대가 널리 퍼져 있는 상황에서, 기술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던 여학생들은 가족이나 교사의 부정적인 반응을 접하고 낙담하는 일을 자주 겪었다. 결과적으로 미국의 공학교육에서 여성은 호기심의 대상으로 되돌아가고 말았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전쟁 이전과 완전히 동일한 상태로 회귀하지는 않았다. 전쟁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RPI 대학당국은 남자대학으로 돌아가겠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하지 않았다. 사실 그렇게 할 필요가 없어 보였다. RPI는 공학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기술중심대학으로 계속 운영될 것이었고, 이 때문에 대학당국에서는 많은 수의 여성들이 입학을 원할 거라고 기대하지 않았다. 그 결과 1940년대 후반에 RPI에서는 매년 4,000여명의 신입생 중 40여명의 여학생이 입학했다. 어떤 졸업생들은 학교에 여학생이 있었다는 사실을 아예 모르기도 했다. 1958년에 한 졸업생이 편지를 보내 "RPI가 남녀공학이었습니까?"라고 물었을 때, 대학당국의 답변은 "우리 대학은 남녀공학이지만 너무 많은 여학생이 입학할까봐 이 사실을 강조하지는 않습니다"라는 것이었다[2]. RPI가 "남성이 대다수를 차지하도록" 유지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정당화하기 위해 어떤 학생은 이렇게 썼다. "과학이나 공학 커리큘럼은 학부생들이 따라가기에 매우 어려운 과정이다. 남녀가 같은 교실에서 공부해도 주의가 산만해지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상황을 직시하지 않으면 안된다. 교실에서의 허물없는 분위기는 여성의 존재로 인해 위기에 처하게 된다. 과학이나 문학과 관련된 주제를 가르칠 때에는 교수와 학생들 사이에 어느 정도 . . . 친밀한 관계가 있어야만 한다. 여성의 입학은 이런 관계를 가로막을 것이다. . . . RPI는 [남성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공대로서] 그 명예와 전통을 유지해야 한다." 1970년대 초반까지 RPI는 여성 입학생의 수에 상한선을 두었다. 대학당국은 비공식적으로 여성 신입생을 140명 이내로 제한하는 정책을 추진하기도 했다[3].
 

조지아공대의 시범 케이스
 

RPI의 경우와 비교하면 조지아공대는 매우 다른 양상을 보였다. 조지아공대는 전쟁 기간동안 여성후보생 제도를 운영하지 않았다. 이 대학은 줄곧 남자대학이었고 이 사실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여자 공대생이라는 아이디어는 근본적으로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학생들이 만드는 유머 잡지에서는 여자 엔지니어라는 발상 자체를 놀리는 칼럼을 실었고 심지어 한 호를 통째로 이 주제에 할애하기도 했다. 만평가들이 여자 공대생을 묘사할 때면, 매력적인 여성의 머리칼이 기계에 말려 들어가거나 유압 시험장치를 호두까는 데 이용하거나 또는 남자들이 벌거벗고 수영하는 캠퍼스 수영장에 불쑥 나타나는 모습으로 그렸다. 그러나 1948년에 남녀공학이라는 문제가 레이더에 처음으로 포착되었다. 애틀란타의 여성단체들이 "조지아공대에 여성들이 입학할 수 있도록 대학 평의원들에게 압력을 가하고 있는데, 법정소송을 위해 기금을 마련하고 있다"는 소문이 들려오고 있었다. 한 대학 당국자는 "문제가 법정으로 간다면 그들이 확실히 이길 거라고 검찰총장이 내게 말했습니다"고 썼다[4].

이 때 기술분야에 매우 재능이 있고 조지아공대에서 공학을 전공하기를 원하는 한 여자 고등학생이 나타났고, 이는 조지아공대의 정책을 시험하는 시범 케이스가 되었다. 이에 대해 블레이크 밴 리어 학장은 이렇게 언급했다. "개인적인 감정이 나를 한 방향으로 몰고 가지만 공식적인 지위는 나를 다른 방향으로 끌어가고 있습니다. 나는 [조지아공대로 오기 전에] 거의 평생 동안을 남녀공학 교육기관에서 재직했고, 어떤 학생이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차별을 받아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항상 갖고 있었습니다. 나는 본즈 양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생각합니다. 그녀는 분명 조지아 주민이며 능력있고 믿을만한 공대생입니다. 그녀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자신이 태어난 주에서 공학교육을 받을 기회를 박탈당한다면 이는 잘못된 일일 것입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조지아공대는 전통적으로 남자대학이었고, 학생, 교수, 졸업생들은 대부분 남녀공학에 반대하고 있습니다"[5].

결국 밴 리어는 개인적인 성향을 따라 여성의 입학을 추진하기 시작했는데, 들리는 말에 의하면 그 배경에는 부인과 딸의 압력이 있었다고 한다. 밴 리어는 조지아공대에 여성을 수용할 수 있는 물리적 공간이 충분히 확보되어 있음을 지적했다. 이미 야간대학이나 평생교육원 등에서는 여성들의 등록을 허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애틀란타 여성경제인회의도 논쟁에 가세해, 조지아공대에 여학생의 입학을 허용할 것을 주(州) 대학 평의원들에게 요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제 여성들이 코를 들이밀 수 있게 되었다. . . 우리는 이제 공대에서 가정학과 의상학을 가르치게 될 것이다"며 항의하는 평의원들의 내부 저항을 물리치고 1952년에 대학 평의회는 여학생의 입학을 허용하는 조치를 통과시켰다. 그러나 여기에는 함정이 있었다. 결정에 따르면 조지아공대는 "조지아 주립대학 체계에 속해 있는 다른 기관에 없는 분야에 한해" 여성들의 입학을 허용한다는 것이었다. 이는 곧 여학생들이 공학을 전공하려고 하는 경우에만 조지아공대에 입학할 수 있음을 의미했다. 여학생들이 순수과학이나 그 외 조지아 주립대학에서 이미 여성들에게 교육되고 있는 다른 전공을 선택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러한 제약에도 불구하고 조지아공대에 여학생을 받기로 한 결정은 강한 반대에 직면했다. 학생과 졸업생들은 남성들만 입학하는 것이 조지아공대가 공과대학으로서 원래 가졌고 앞으로도 가져야 하는 전통이라며 강한 애착을 나타냈다. 대학의 성원들 중 남녀공학으로의 전환에 찬성한 사람은 36%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여성이 공학수업을 듣게 된다는 생각 자체를 비웃거나 농담거리로 생각했다. 조지아공대 캠퍼스에 입학한 최초의 여학생은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각종 신문들은 조지아공대의 전통인 신입생들의 "신참 모자(rat caps)"를 쓰고 있는 여학생의 사진을 실었고 ≪애틀란타 컨스티튜션 Atlanta Constitution≫은 대학의 상징탑에서 늘어져 있는 빨랫줄에 여자 속옷이 널려 있는 만평을 싣기도 했다. 그런 여성들은 호기심의 대상이었다. 한 기사에서는 이렇게 썼다. "지난주부터 남성들의 요새가 남녀공학으로 바뀐 이후, '램블링 렉(Ramblin' Wreck)'[1880년대까지 그 유래를 거슬러올라갈 수 있는 조지아공대의 상징과도 같은 표현으로, 조지아공대의 학생단체나 운동 팀을 가리키는 명칭으로 쓰였으며 조지아공대의 응원가(fight song) 제목이기도 하다 ― 옮긴이]의 본산에 침입하려 시도한 최초의 여성은 몸집이 작은 금발 여성이다. 그녀의 이름은 메리 조안 커피로, 그녀는 남자친구를 찾기 위해서가 아니라 공부하기 위해서 조지아공대에 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6].

조지아공대를 완전한 남녀공학으로 바꾸기를 거부했던 대학 평의회는 어정쩡한 상황을 만들었다. 여학생들이 여성에게 허용된 전공 이외의 분야를 공부하기를 원하게 되는 사례는 필연적으로 생기게 마련이었다. 그런 여학생들은 특별 허가를 간청하는 편지를 평의원들에게 보내야 했다. 일례로 화학공학과의 2학년 학생 하나는 전공을 화학으로 바꾸고 싶어했다. 그녀의 탄원서에서는 조지아공대에 무기화학구조를 전공하는 네 명의 교수가 있는 반면, 조지아 주립대학에는 한 명도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녀는 조지아공대에 두 대의 핵자기공명 분광계가 있고 중성자회절 분광계를 만들 계획이 있다는 사실도 언급했다. 남녀공학에 강력히 반대하는 입장을 갖고 있던 대학 평의회 의장은 이에 답해 "학생이 입학할 때, 특정 분야에 대한 전공을 제한하는 조지아공대의 방침에 대해 들은 적이 있지요? . . . 나는 [전문용어를 구사하고 있는] 학생의 편지를 보고 매우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학생은 그 편지를 자기 힘으로 썼습니까?"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대학 방침에서 예외를 인정해 달라는 이러한 요청들 중 일부는 허가가 되었지만 거부되는 사례도 있었다. 한 평의원은 이런 제약이 몇몇 여성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지만, 그럼에도 "나는 조지아공대가 남편감을 찾으려는 '사교계에 처음 나온 신참여성들(debutantes)'로 가득 차기를 바라지 않는다. 조지아공대에 여학생이 너무 많이 입학하게 되면 많은 젊은 남학생들이 가진 삶의 진지한 목표가 거의 붕괴되어 버릴 거라는 예감이 강하게 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7].

1965년 새로 취임한 에드윈 해리슨 학장은 여성의 입학에 부과된 모든 제약조건을 철폐해 줄 것을 대학 평의회에 다시금 요청했다. 그는 쓰기를, "앞으로 수십 년 동안 과학기술 두뇌의 부족 현상이 매우 심각하게 나타날 것이다. 조지아공대는 공립, 사립을 막론하고 조지아 주의 유일한 기술관련 고등교육기관이다. 우리 대학과 같은 프로그램을 선택하는 여성의 수는 결코 많지 않을 테지만, 이런 쪽으로 관심을 가진 여성들에게 기회를 아예 주지 않는 것을 정당화하기는 어렵다. 조지아공대의 여학생 수가 폭증할 거라는 우려도 있지만 이는 쉽게 불식시킬 수 있다. 현재 우리 대학 입학생 중 여학생 비율은 전체의 1% 정도이다. 모든 제약조건을 제거한다고 해도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여학생 비율이 전체의 10%를 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고, 이 숫자에 도달하는 데만도 여러 해가 걸릴 것이다." 1965년 3월, 대학 평의회는 사실상 모든 전공에서 여성의 입학을 허가하기로 결정했다[8].
 

캘리포니아공대 ― "예외적 경우"
 

남녀공학이 조지아공대에서 결국 자리를 잡았을 무렵쯤에, 캘리포니아공대(이하 칼텍)는 이제 막 이 문제를 다루기 시작하고 있었다. 1910년에서 1953년까지의 기간 동안 칼텍에는 남학생들밖에 없었다. 1953년 대학 평의회는 "예외적 경우"에 한해 대학원 과정에 여학생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실제에 있어 1950년대 후반에서 1960년대 초반까지 칼텍의 여자 대학원생 수는 40여명 내외로 유지되었다. 조지아공대와 달리 칼텍은 사립이었기 때문에 학부에서도 남녀공학을 시행할 것을 요구하는 소송이나 주 당국의 정치적 압력은 없었다.

그러나 1960년대 중반이 되자 칼텍은 여자 학부생을 받아야 한다는 내부적 압력에 직면했다. 남자 학부생들은 안절부절못하며 "혈기왕성한 미국 젊은이들이 4년 동안이나 여자들로부터 떨어져 살아야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여학생을 입학시키거나 이에 상응하는 자매결연 여자대학을 인근에 설립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그들은 남자들로만 구성된 분위기가 시대착오적이며 사회적으로나 지적으로 건전하지 못한 환경을 만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들은 이런 상황이 계속 유지된다면 칼텍 졸업생들은 뛰어난 과학자나 엔지니어가 될 수는 있지만, 이와 동시에 실제 세상의 여성에게 어떻게 말을 걸어야 하는지도 모르는 사회적 멍청이가 될 거라고 주장했다. 이런 빈정거림이 점차 커지면서 학생들은 칼텍을 "밀리컨의 수도원"이라 칭하고 스스로를 "과학의 내시"라고 부르기도 했다[9].

1967년의 조사에 따르면 학부생의 79%는 칼텍이 남녀공학이 되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들은 여성의 존재가 남학생들의 학문적 성취와 행실을 향상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거라고 대학당국에 장담했다. 칼텍의 학생들은 "[지금처럼] 완전하고 풍부한 사회생활의 결핍으로 좌절하지만 않는다면 훨씬 편안하게 느끼고 기꺼이 학업에 전념하게 될 것이다. 캠퍼스에서 여성의 존재는 매우 큰 교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지금 칼텍의 남성들은 너절한 옷을 입고 면도도 하지 않고 여러 사회적 예의범절을 무시하면서 빈둥거리고 있다. 기대하건대, 만약 여성들이 간혹 주위를 지나다니거나 하게 된다면 이는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할 것이다. . . 학생회관에서 여성들과 함께 식사를 하면 . . . 식당 예절을 지키게 하는 [놀라운]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인문학 수업에서 표출되는 관점도 완전히 남자들로만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보편적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사랑이나 인생에 대해 논할 때 여성의 관점이 더해진다면 긍정적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그러니 남녀공학으로 가야 한다." 남녀공학을 주장한 학생들은 칼텍이 여성입학을 허용한다면 수도원 같은 대학생활의 지루함을 덜어 주어 남학생들이 마리화나를 덜 탐닉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거라고 말하기도 했다[10].

일부 교수들은 칼텍이 남녀공학으로 가야 한다는 생각에 대해 의구심을 계속 표출했다. 그들은 기술적 주제에 관심을 갖고 지원하려는 여학생의 수가 충분치 않을 것이기 때문에 그런 계획은 실패할 수밖에 없을 거라고 우려했다. 한 교수는 그 대신 "관심있는 여학생들이 칼텍에 '방문학생(junior year abroad)' 자격으로 올 수 있도록 하자"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그는 쓰기를, "칼텍은 어떤 면에서 상당히 낯선 장소이며, 과학 전공이 아닌 사람들에게는 더욱 그럴 것이다. 방문학생 제도를 만듦으로써 우리는 필수적인 . . . 훈련을 분명 받지 않았고 받기를 원하지도 않을 사람에게 칼텍의 이학사 학위를 주지 않아도 될 것이다"라고 했다. 어떤 교수들은 학부 남학생들이 대체 왜 여자들과 사귀기를 원하는지 도통 이해하지 못했다. 한 보고서에 따르면, "일부 교수들은 사회적 교제를 너무 많이 맛보면 과학 연구자나 엔지니어로서의 성공에 장애가 될 수 있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사실] 대다수의 칼텍 교수들은 부인과 상대적으로 적은 시간을 보낸다"[11].

이 시기를 즈음해 우수한 고등학생들이 칼텍의 "수도원적" 생활 때문에 스탠포드나 버클리 같은 남녀공학 대학을 선택하고 있다는 증거가 나타나 칼텍 당국을 심란하게 만들었다. 이에 MIT의 대학 당국자들은 여학생을 받은 이후 MIT의 과학 및 공학 실력이 악화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칼텍을 안심시키고 격려해 주었다. 동시에 칼텍도 전반적인 분위기를 인지하게 되었는데, 거의 같은 시기에 프린스턴대학도 남녀공학으로 바뀌고 있었다. 1968년 칼텍 이사회는 투표를 통해 여자 학부생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양성에게 기회를 개방하는 정의(正義) 차원의 논의도 있긴 했지만, 칼텍이 남녀공학을 선택한 배경에는 여성의 권리에 대한 심오한 철학적 신념이 있었던 게 아니었다. 칼텍에서는 많은 여성들이 공학을 공부하기를 바랄 거라고 기대를 하지 않았다. 뒤브리지 학장은 "아무리 모집 활동을 열심히 하더라도 신입생 중 여성의 비율이 5%를 넘기는 어려울 것이다"라고 말했다. 결국 칼텍은 남학생들 때문에 남녀공학을 선택하게 된 것이었다.
 

MIT의 장벽
 

마지막으로 MIT에 대해 얘기할 때가 왔다. 앞의 다른 세 대학들과는 달리 MIT는 공식적으로 오랜 기간 동안 남녀공학이었다. 최초의 여학생이었던 엘렌 스왈로우는 1873년에 학위를 받았다. 그러나 이후 수십 년 동안 여학생들의 수는 극히 적었고 언제나 호기심의 대상이었다. 1940년 대학신문은 한 동료 학생을 뉴욕 출신의 "글래머 걸"이라고 소개하면서, 그녀가 암 연구자가 되기를 희망하고 있고 MIT에 입학함으로써 친구와의 100달러 내기에서 이겼다고 썼다. 공식적 자리에서 여학생들은 거의 눈에 띄지 않는 존재로 남아 있었다. 2차대전기 내내 MIT는 레이더 개발 및 인력 양성으로 매우 분주했기 때문에 커티스-라이트 여성후보생 같은 일에 시간을 빼앗길 겨를이 없었다. 1941년판 대학편람에서 칼 콤프턴 학장은 신입생들에게 "MIT를 선택함으로써 제군은 남자다운 일을 한 것이며, 이를 마치기 위해서는 남자다운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고 말했다. 대학의 전통은 남성성 그 자체였다. 공식 환영행사에서 대학측은 신입생과 그 아버지가 참석하는 [남자들만의] "흡연 집담회"를 개최했다. MIT 캠프에서 열리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행사는 2학년과의 물싸움, 교수들과의 야구시합 등 남성적인 것과 결부된 수많은 의식들로 가득차 있었다[12][13].

1940년 이전에는 MIT의 전체 5,000여명의 학생들 중에서 여성이 65명을 넘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여기에는 주거의 문제도 한몫 했는데, MIT는 여자 기숙사가 없었기 때문에 집이 보스턴에 있어 통학이 가능하거나 부모가 도심에 아파트를 따로 얻어주는 경우가 아니면 여학생의 입학은 사실상 어려웠다. 뿐만 아니라 1950년대로 접어들 당시에는 많은 교수와 대학 당국자들이 기술중심대학에 여성을 입학시키는 것에 대해 깊은 의구심을 갖고 있었다. 한 교수는 "최근 엔지니어가 부족하다고 해서 남학생을 위한 자리를 (결혼만 하면 직장을 그만둘) 여학생에게 넘겨주는 게 정당화될 수 있는가"라고 했다. 여기에 대학의 의료담당자는 MIT에 입학하기를 원하는 특이한 여학생들이 "자기 어머니나 여성적인 삶에 동화되는 것을 거부하고, 보다 공격적인 성향을 띠며, 남성과의 관계에서 더욱 경쟁적이고, 사회에서 자신의 지위에 대해 깊은 갈등을 느끼는" 타입의 여성들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경쟁심은 공학에 "적합한 젊은 남성"에게는 하나의 자산이 될 수 있지만, 여성들이 갖게 되면 문제만 야기하는 불건전한 속성이었다. MIT에 있는 "고급 두뇌와 경쟁하는 여성들"은 결국 "자존심에 깊은 상처만을 입고" 말 터였다. 또한 공대에 여성을 받아들인다는 생각은 실제상의 의구심을 여럿 자아냈다. 기계공학과의 수업에는 24시간 보일러 테스트라는 것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여기서 학생들은 24시간 내내 엔진의 성능을 계속 점검해야 했다. 전통적으로 MIT의 남학생들은 [밤새도록 실험실을 지켜야 하는] 이 기회를 맥주 파티로 활용하곤 했는데, 여학생이 남학생들과 어울려 밤을 새우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여겨졌다. 이와 비슷한 사례로 MIT 토목공학과는 학생들에게 측량이나 여타의 기법들을 가르치는 여름캠프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학과측에서는 여학생에게 적합한 야영 방법을 알고 있지 못했다. 한마디로 말해, "드물게 존재하는 몇몇 여성들을 제외한다면, [MIT는] 여성들에게 적합한 장소가 아니다"라는 주장이 많았다. 여학생들이 캠퍼스에 "즐거움과 장식적 효과"를 가져다줄 거라는 인식은 있었지만, MIT가 여학생의 입학을 장려하지는 않았다. 학교의 공식 문서에서도 MIT의 교육 목적은 "남성들에게 공학과 자립적이고 책임있는 시민의식을 교육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견지했다. 이 과정을 줄곧 지켜본 한 사람은 나중에 이렇게 썼다. "1960년 이전에 MIT에 입학한 여성들은 스스로 위험을 감수해야만 했다. 성공하면 좋지만, 실패한다면 . . . 사실 그들이 성공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14][15].

그러나 남녀공학을 옹호하는 다른 목소리도 있었다. 여성담당 학장이었던 루쓰 빈은 MIT의 여학생들이 학업에 종종 어려움을 겪는다는 사실을 인정했지만, 그러한 문제는 대학의 전체 분위기가 여학생들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하게 되어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전혀 놀랄 일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녀는 적절한 생활조건이나 개인에 대한 뒷받침이 제공되기만 한다면 능력있는 여성들이 기술전문분야에서 훌륭한 성취를 거둘 수 있을 거라고 강조했다. MIT의 입학담당 부서는 공학이 여성의 본성에 어긋난다는 식의 논의에 동조해 실제로 여성 입학생의 수를 인위적으로 낮게 유지해 왔으며 남학생에 비해 더욱 선별적으로 평가해 왔다. 이런 현상이 전형적으로 드러난 어떤 해에는 입학자격을 갖춘 여성을 주거공간이 없다는 이유로 적어도 4명 이상 탈락시켰다. MIT에 여성을 위한 지적 공간을 만들기 위해 남녀공학 옹호자들은 무엇보다 물리적 공간을 만들어야 했다.

1960년, MIT 졸업생인 캐서린 맥코믹은 150만 달러를 기부해 12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최초의 여학생 기숙사를 캠퍼스 내에 건설하도록 했다. [1963년에] ≪타임 Time≫ 지는 "명문 MIT에 다니는 여학생을 상상하기란 쉽지 않다"며 "그러나 지난 주 MIT는 인근 래드클리프에서 온 매력적인 금발의 여자 사감이 운영하는 최초의 여자 기숙사를 완공했다"고 보도했다. ≪타임≫의 기사는 "MIT의 여학생들은 '두뇌'에 '외모'까지 갖추고 있다"라고 말을 이으면서, 여학생들은 "소수이기 때문에 갖는 장점을 살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근에서 몇 안되는 여학생 중 한 사람이 되면 데이트 신청이 쇄도할 거라는 얘기였다. 17개의 다른 잡지들도 MIT의 "찰스 강이 내려다보이는 호화로운 신축 여학생 기숙사"를 극찬하는 칼럼에서 비슷한 내용을 실었다. 많은 미국인들은 맥코믹 홀 개관에 즈음해 쏟아진 대중매체의 보도를 통해 MIT가 남녀공학이라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고, 1964년에는 여자 고등학생의 지원이 50%나 껑충 뛰었다[16][17].

그러나 여학생들은 여전히 많은 면에서 자신들이 2등 시민이라고 느꼈다. 한 여학생의 신랄한 지적과 같이, "강의동에서 여자 화장실을 찾으려면 1마일은 걸어야" 했다. 그래도 남녀공학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맥커믹 홀의 개관을 "신임 투표", "여성이 MIT의 영원한 일부로 남게 될 거라는 결정에 대한 증거"라며 열렬히 환영했다. 이렇게 여학생을 위한 물리적 공간이 MIT에 마련되자, 여성담당 학장인 재클린 매트펠드는 학교측이 여학생들을 지적·사회적으로 융화시키려는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녀는 현재 "여성들에게 보수적인 . . . 월 가(街)의 태도가 여전히 MIT를 관통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여자 학부생을 "무능하고 부자연스런 침입자"로 대하는 남성 교수와 학생들이 너무 많다고 덧붙였다. 매트펠드는 미국의 여성들이 과학·공학적 잠재력을 실현할 수 있도록 돕는 길을 MIT가 선도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녀는 소련, 이스라엘, 스칸디나비아 등이 여성교육을 위한 계획에서는 이미 미국을 앞서가고 있다고 말하면서,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여성의 참여는 MIT의 힘을 감소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신장시킬 것이라고 안심시켰다. "현재 시점에서는 자격을 갖춘 [여성]지원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거라는 조짐은 찾아볼 수 없으며, 여학생의 수가 남학생보다 훨씬 많아져 학교를 '접수하게 될' 거라는 생각도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18][19].

매트펠드 등의 주도 하에, MIT는 1964년에 과학 및 공학에서 여성의 역할을 장려하는 특별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1960년대 후반에서 1970년대 초반에 이르는 시기 동안 에밀리 윅, 밀드레드 드레셀하우스, 베라 키스티아콥스키, 쉴라 위드널 등 MIT의 몇몇 여성 교수들은 여성 공학교육의 필요성을 제기하기 위해 의식적으로 페미니스트 이데올로기에 의존했다. 여학생들 자신도 성희롱이나 여성들이 강의실과 실험실에서 마주치는 모욕적 언사들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등 MIT의 환경을 변화시키기 위한 운동을 했다. 활동가들은 무엇보다도 숫자의 문제를 끊임없이 제기했는데, 이는 여자 공대생의 수가 모종의 임계치(critical mass)에 도달하지 못한다면 결코 존중을 받지 못할 거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여성 지원자를 모집하려는 입학담당 부서의 활동이 지지부진함을 알게 되자, 여학생들과 여자 교수들은 자체적으로 편지쓰기 및 전화걸기 운동을 전개했다. 1963년에서 1973년 사이의 기간 동안 MIT에 등록한 여학생의 수는 3배로 증가해 전체 학생의 13%에 이르게 되었다. 1975년에는 여성 포럼(Women's Forum)의 초청으로 글로리아 스타이넘[널리 알려진 페미니스트 저널리스트로, 국내에도 그녀의 저서 『여성망명정부에 대한 공상』(현실문화연구)이 번역되어 있다 ― 옮긴이]이 MIT를 방문해 청중이 빽빽하게 운집한 강당에서 강연을 하기도 했다.

1950년대 후반에서 1960년대 초반까지 MIT에 있던 몇 안되는 여학생들은 자신들이 지나친 소란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을 했다. 1963년 전기공학과를 졸업한 크리스티나 잔센은 나중에 "나는 매 수업마다 여성을 대표해야 한다는 분명한 의식을 가졌습니다. 내가 무언가를 잘못하거나 바보같은 소리를 하면 애초부터 우리의 존재를 원치 않았던 모든 남성들에게 무기가 될 수 있었으니까요"라고 회고했다. 잔센보다 한 해 먼저 수업을 들었던 20명의 여학생들 중에서는 3명만이 이를 통과했는데, 이는 MIT의 많은 사람들이 여성들은 정력적인 활동을 요하는 과학이나 공학 환경에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요인이 되었다. 잔센은 추가로 시간을 들여 자기 공부를 하는 한편으로, 여학생들의 학점 평점이 망신을 사지 않도록 학업에 어려움을 느끼는 1학년 여학생들에게 개인 교습을 하는 일을 시작했다. 불평은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차별대우가 너무 일상적이어서 반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도 않았다"고 그녀는 말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다른 공과대학들에서는 여학생을 아예 받지도 않았기 때문에, MIT가 1년에 겨우 20명의 여학생만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기회나마 있다는 점에서는 고맙게 여겨지는 마음도 있었다. . . . 아직도 나는 우리를 거기 있게 해 주었다는 사실만으로도 MIT가 대단한 호의를 베풀었다는 느낌을 갖고 있다"[20].
 

남녀공학 기술교육 문제의 해결을 위해
 

남녀공학 기술교육에 대한 네 가지 사례연구를 보면, 여자 공대생을 받아들일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의 즉각적인 동인은 각기 달랐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RPI에서는 2차대전이었고, 조지아공대에서는 소송의 위협과 학장의 호소였으며, 칼텍에서는 학부 남학생들을 잃어버릴지 모른다는 불안감이었고, MIT에서는 몇몇 페미니스트들의 활동 때문이었다. 이와 동시에 중요한 공통점도 있다. 각각의 사례에서 남녀공학을 반대했던 사람들은 여성들이 "그 본성상" 오랜 남성적 전통을 가진 기술 프로그램에 부합할 수 없을 거라고 우려했다. 남녀공학을 향한 움직임이 가시화되면서 남자 공대생, 교수, 졸업생, 대학당국은 머리를 맞대고 기술관련 주제의 성별화된 속성이라는 어려운 물음을 놓고 씨름하게 되었다. 여성들은 공대 수업에서 버텨나갈 수 있는가, 과연 버티기를 원할 것인가? 여학생을 받는다는 것은 우수한 공대를 만드는 요인을 희생한다는 의미인가? 일단 어떤 대학에서 여성의 입학을 허용하기로 결정했을 때, 여성들이 공학을 계속하지 못하도록 좌절시키는 사회적 조건 속에서 충분한 수의 여학생을 모집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RPI, 조지아공대, 칼텍, MIT가 일단 여성들에게 문호를 개방한 이후에도 여학생들에게 적절한 자리를 찾아주는 문제는 아직도 이들 공과대학들을 떠나지 않고 괴롭히고 있다. 많은 면에서 볼 때, 이러한 논쟁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공대에 "칩입"하는 여성들의 문제는 앞으로도 여러 해 동안 불확실성을 그 속에 내포한 문제로 남아있게 될 것이다.
 
 
 

* 아이오와 주립대학 역사학과 부교수. 633 Ross Hall, Ames, IA 50011. abix@iastate.edu

** 1862년 모릴토지양허법(Morill Land Grant Act) 이후 각 주에서 설립된 대학으로 주(州) 단위로 농업 및 산업발전을 위해 창설되었다. 주된 목적은 주민들에게 농업기술 및 기계기술을 훈련시키는 것으로 일리노이, 미시건, 위스콘신, 미네소타 주립대학 등이 해당된다. 텍사스 공대가 Texas A&M University로 표기되는 것도 농업(Agriculture)과 기계(Machinery)를 강조했던 역사적 흔적이다. ― 옮긴이
 
 
 

참고문헌
 

[1] Rensselaer Polytechnic, March 20, 1943, p. 16.

[2] R. W. Schmelzer to E.H. Dion, Jan. 28, 1958; RPI archives.

[3] M. Brand, "A Co-educational Rensselaer?" Rensselaer Engineer, Mar 1983.

[4] B. R. Van Leer to H. Caldwell, Dec. 28, 1948; GTA 86-01-08; box 2, folder 9; Georgia Tech archives.

[5] B. R. Van Leer to S. Beaver, Nov. 8, 1948; Georgia Tech archives.

[6] B. McNatt, "Petite blonde is first Tech coed candidate," Atlanta J. & Constitution, Apr. 13, 1952.

[7] D. J. McDowell to R. O. Arnold, Apr. 23, 1962; and R. O. Arnold to D. J. McDowell, May 1, 1962; Georgia Tech archives.

[8] E. D. Harrison to S. W. Martin, Jan. 27, 1965; Georgia Tech archives.

[9] Student survey, [no date, ca. 1965]; CIT historical file D1.7; Caltech archives.

[10] Caltech report, Reflections on Several Worlds, 1967; box L3, folder 9; Caltech archives.

[11] Aims and Goals of the California Institution of Technology, 1967; box L1; Caltech archives.

[12] "Glamor Girl M.I.T.," The Tech, p. 1, Oct. 8, 1940.

[13] Massachusetts Institute of Technology Handbook, 1941.

[14] L. F. Hamilton to J. A. Stratton, Nov. 14, 1956; M. Alvort to L. F. Hamilton, June 21, 1956; and H. I. Harris to L. F. Hamilton, July 31, 1956, quoted in E. F. Keller, "New faces in science and technology: A study of women students at M.I.T.," Aug., 1981.

[15] E. L. Wick, "Proposal for a new policy for admission of women undergraduate students at M.I.T.," Mar. 9, 1970; M.I.T. archives.

[16] Time, p. 51, Oct. 18, 1963.

[17] Seventeen, pp. 44, 46, Oct. 1964.

[18] Office of the Dean of Student Affairs, "A program for the women of M.I.T.: Background for building the second tower of McCormick Hall," Mar. 16, 1964; AC134, box 116, folder "women students"

[19] Academic Council, minutes of Mar. 2, 1965, and notes of J. Mattfeld; AC134, box 1, folder "Academic council 6/64-6/65"; M.I.T. archives.

[20] Interview of C. Jansen by S. Shirkow, 1977: MC86, box 9; M.I.T. archiv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