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제 줄기세포 연구자들은 어디까지 와 있는가?

에리카 체크 (톰 사이머나이트와 캐리나 데니스의 추가 보도)
 
 

과학자들은 줄기세포 연구자 황우석과 연관된 사태가 남긴 피해를 조사하고 있다. 3명의 공저자가 황우석의 기념비적 논문을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연구자들은 이제 자신들이 속한 분야의 기반을 다시 건설하는 길고 지루한 여정을 앞에 두고 있다.

이 사건으로 배아복제처럼 논란이 큰 분야에 대한 신뢰와 대중의 확신이 뒤흔들렸고, 황우석의 연구에 대한 확신을 완전히 잃어버리게 됨으로써 이 분야가 수년 전으로 후퇴했다. 뿐만 아니라 복제를 이용해 환자맞춤형 줄기세포를 생산하는 기술적 가능성의 분명한 확인처럼 보였던 것이 사라져 버렸다.

"우리는 기본적인 질문이 이미 해결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라고 영국 뉴캐슬대학의 앨리슨 머독은 말한다. "황우석의 실험결과는 연구의 초점을 그의 작업을 모방하는 쪽으로 옮겨 놓았습니다. 이제 우리는 그 기본적인 단계를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황우석 연구팀은 지난 2년 동안 이 분야를 혁명적으로 바꿔놓은 두 편의 중요한 논문을 발표했다. 2004년에 이 연구팀은 성인 여성으로부터 얻은 세포를 복제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W.S. Hwang et al. Science 303, 1669-1674; 2004). 연구팀은 이 여성의 난자로부터 유전물질을 제거한 후 그녀의 세포에서 얻은 DNA를 집어넣었다고 주장했다. 며칠 후 난자는 배반포라고 불리는 독특한 유형의 초기 배아로 자라났다. 황우석 연구팀은 이로부터 배아줄기세포 덩어리를 추출해 냈다고 말했다. 배아줄기세포는 신체의 어떤 조직으로도 발전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그리고 올해 초 이 연구팀은 작년의 연구를 크게 향상시킨 연구결과를 발표했다(W.S. Hwang et al.. Science 308, 1777-1783; 2005). 연구자들은 동일한 절차를 사용했지만, 이번에는 환자들의 유전물질을 그와 무관한 건강한 여성들로부터 얻은 난자에 이식해 배반포를 만들고 줄기세포를 추출해 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 연구팀이 성취해 낸 효율의 증가는 줄기세포주를 만들어내는 데 훨씬 적은 난자만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 논문은 하나의 획기적인 이정표라는 칭찬을 받았다. 이는 환자 개인과 일치하는 줄기세포를 만들어냈다는 최초의 증거를 제공했고 이를 만드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음을 시사해 준 것처럼 보였다. 흔히 "치료용 복제(therapeutic cloning)"라고 불리는 기법을 써서 대체 세포나 조직을 생산하는 것의 가능성을 확인해 준 것으로 여겨졌던 것이다. 이는 또한 복제가 정말 제대로 되는가를 놓고 남아 있던 문제를 해결해 준 듯 보였다. 많은 과학자들은 황우석의 2004년 실험결과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는 태도를 보여 왔다. 난자와 기증자의 DNA를 동일인으로부터 얻었기 때문에 줄기세포주가 난자가 아닌 기증자의 세포로부터 만들어졌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지난 며칠 동안 2004년 논문의 진정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어 왔다. 그러나 2004년 논문이 유효하건 아니건 간에 2005년 연구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림으로써 과학자들은 성인의 세포를 복제할 수 있다는 ― 그것을 이용해 줄기세포를 만들어내는 것은 고사하고 ― 증명을 잃어버린 셈이 되었다. "황우석의 연구는 사람들에게 이 어려운 분야로 뛰어들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 주었습니다"라고 싱가폴에 있는 재생의학 회사인 이에스 셀 인터내셔널의 대표이자 돌리를 복제한 연구팀의 일원이었던 앨런 콜먼은 말한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인지도 모르겠네요."

"우리는 동물복제는 가능하다는 걸 알고 있지만 그것이 인간에게도 가능할지를 궁금해하던 시절로 다시 돌아갔습니다"라고 매사추세츠 주 케임브리지에 있는 하버드대학의 케빈 이건은 덧붙인다. "이것은 엄청난 후퇴입니다."

황우석의 연구를 빼고 나면 다른 연구팀에서 나온 성과는 상당히 드물다. 황우석이 외견상으로 성공을 거둔 후 연구자들은 그의 방법을 배우기 위해 황우석 연구실로 모여들었다. 그러나 이건이나 하버드 의대의 조지 데일리 같은 대다수의 연구자들은 여전히 자기 나라에서 이 방법을 이용하는 데 대한 [심사위원회의] 승인이 떨어지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몇몇 작은 진전들은 있었다. 2001년에 매사추세츠 주 워스터에 있는 어드밴스드 셀 테크놀로지(ACT) 사는 복제된 인간 배반포를 만들려는 시도를 했다. 그러나 이 연구팀의 복제 배아는 불과 며칠 동안 생존했을 뿐이었고 배반포 단계에는 도달하지 못했다(J.B. Cibelli et al. J. Regen. Med. 2, 25-31; 2001). ACT 연구자들은 황우석이 실험 성공을 발표한 이후 자금 부족 사태를 겪으면서 자신들의 연구를 포기했다.

2002년에는 중국 연구자들이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후난 성 창샤에 있는 시앙야 의대의 구앙시우 류는 성인 세포로부터 인간 배반포를 복제해 냈다고 발표했다(Chinese Sci. Bull. 48, 1840-1843; 2003). 그러나 그녀는 이로부터 줄기세포를 추출해 내지는 못했다. 또한 상하이 제2의대의 후이젠 솅은 염색체를 제거한 토끼 난자에 인간 성인의 DNA를 집어넣어 만든 배아로부터 줄기세포를 추출해 냈다고 발표한 바 있다(Y. Chen et al. Cell Res. 13, 251-263; 2003).

그리고 올해 8월에 머독 연구팀은 복제한 세포로부터 하나의 배반포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M. Stojkovic et al. Reprod. BioMed. Online 11, 226-231; 2005). 이 배반포는 줄기세포를 만들어내기 전에 죽고 말았다. 그리고 복제된 세포 자체가 (성인의 체세포가 아니라) 배아줄기세포였기 때문에 ― 바꿔말해 핵이 제거된 난자에 유전물질을 제공한 세포가 배아줄기세포였기 때문에 ― 이 논문은 성인 환자들과 일치하는 줄기세포를 처음부터 만들어내는 방법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머독은 이제 자신이 이 분야의 선두 주자가 된 데 대해 별로 기쁘지 않다고 말했다. "나는 어딘가에 가장 먼저 도착하는 사람이 되는 데에는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라고 그녀는 말한다. "한국에서 일어난 문제는 결과물을 얻어내기 위한 경주에서 나타나는 어려움을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그녀는 또한 많은 과학자들이 줄기세포 연구를 가로막는 원인으로 꼽고 있는 규칙과 규제에 대해 한탄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 분야를 연구하게 되면 더 좋을 겁니다"라고 그녀는 말한다. "하지만 너무나 많은 나라들에서 이 분야의 연구가 금지되어 있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지요."

그러나 이 분야의 연구자들은 진전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있다. "이번에는 제대로 될 필요가 있습니다"라고 ACT 사의 마이클 웨스트는 말한다. "그리고 우리들 중 많은 수는 그렇게 될 수 있도록 굳게 마음을 먹고 있습니다." 그는 자신이 속한 회사가 이 연구를 다시 시작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이건과 역시 하버드대에 있는 더글라스 멜튼은 자신들의 연구를 관장하는 심사위원회에서 조만간 승인을 얻어 2006년 초쯤 인간 배아복제 연구를 시작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데일리는 머독 연구팀과 비슷한 실험을 계획중이다.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캘리포니아대학의 아놀드 크릭스틴 연구팀은 자체적으로 보유한 연구 재료를 써서 황우석의 방법을 재연(再演)해 보려는 계획을 짜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치료용 복제가 앞으로 도전해 볼 만한 연구 방향이 못됨을 확인시켜 주었을 뿐이라고 생각하는 과학자들도 있다. "난 항상 환자맞춤형 세포를 만들어내는 방법으로서 치료용 복제에 대해 의심을 품고 있었습니다"라고 영국 런던에 있는 울프슨 고령질환 센터의 줄기세포 연구자인 스티븐 밍거는 말한다. 그는 일반 배아로부터 추출한 줄기세포 은행을 만들어 두었다가 환자에게 적합한 줄기세포를 뽑아 쓰는 것이 좀더 현실적인 전망이라고 믿는다.
 
 
 

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354 (26 January 2006): 321-324

기만행위를 넘어서 ― 줄기세포 연구는 계속된다

이반 스나이더, 진 로링
 
 

한국 서울대의 황우석 실험실에서 일어난 일련의 과정은 모든 과학자들에게 크게 실망을 안겨준 일이었다. 비록 줄기세포를 연구하는 우리들이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고 앞으로도 가장 면밀한 조사를 받게 될 테지만, 그러한 실망은 비단 줄기세포 연구자들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이 줄기세포 분야나 생의학(biomedicine) 연구 일반에 대해 암울한 전망을 던져 주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다소 과도한 반응일 것이다. 황우석 사건은 높은 유명세를 누리고 많은 돈이 걸린 전지구적 과학에서 볼 수 있는 최악의 측면들에 대한 하나의 사례연구를 제공해 준 것이 사실이지만, 그 속에는 다소 안도감을 주는 요소들도 들어 있다.

2004년에 황우석과 그 동료들은 성인의 체세포 핵을 수정되지 않은 난자에 이식해 배반포 단계까지 성장시킴으로써 여러 조직으로 분화할 수 있는 인간 배아줄기세포주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보고했다. 그와 같은 줄기세포주는 체세포 공여자와 동일한 유전자 프로파일을 가질 것이다. 이러한 성공은 생물학적인 진보라기보다는 기술적 진보에 더 가깝지만, 이 논문은 우리의 관심을 하등 포유동물에서 인간으로 확장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 뿐만 아니라 이는 줄기세포 생물학자들이 가졌으면 하고 원했던 몇몇 도구들을 개발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했다. 면역학적·유전적으로 환자와 일치하는 세포주를 만들어 환자에게 줄기세포 이식을 할 수 있는 능력과 인간의 질병에 대한 충실한 모델을 제공하는 연구용 줄기세포주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이 그것이었다,

2004년 논문이 과학자들의 흥미를 돋운 것은 사실이었지만, 그로부터 1년 후에 황우석 연구팀이 발표한 두 번째 논문은 그보다 더 큰 영향을 미쳤다. 앞선 연구가 단 하나의 줄기세포주를 만드는 데 242개의 난자를 사용한 반면, 2005년에 이 연구팀은 이 과정을 놀라울 만큼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법을 알아내어 11개의 환자맞춤형 줄기세포를 만들어냈다고 했다. 성공률은 대략 난자 20개당 1개의 세포주에 달했다. 새로 만들어진 세포주들은 다양한 질병과 상해를 당한 환자들의 유전자 프로파일과 일치한다고 했다.

그러나 두 번째 논문이 발표된 후 6개월도 채 안되어 연구 과정에서의 윤리적 문제들을 보여주는 증거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먼저 황우석은 2004년 연구를 위해 자신의 연구팀에 속한 연구자들로부터 난자 기증을 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미국과 한국의 실험실 문화가 다르고 '강압'의 의미가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긴 하지만, 난자 기증을 둘러싼 상황에는 심각한 윤리적 문제가 내포되어 있었다. 왜냐하면 황우석이 진실을 은폐하려는 시도를 한 것으로 비쳤기 때문이다. 이는 연구원들이 비밀을 지켜 달라고 요청했다는 문화적 고려의 측면을 감안하더라도 용서받을 수 없는 위반사항이다. 이러한 속임수는 이내 더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고, 이번에는 동서양의 문화적 차이를 확실히 뛰어넘는 문제였다. 이제 독립적인 데이터 분석을 통해 2005년 논문에서 보고된 모든 결과가 조작되었고 2004년 논문에서 논의된 줄기세포가 인간 배아줄기세포의 복제가 아닌 처녀생식에서 유래했음이 분명해졌다. 지금까지 체세포 핵이식 방법을 통해 인간의 배아줄기세포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고 보고한 다른 과학자는 아무도 없었다. 따라서 우리는 이런 과정이 과연 실제로 가능하긴 한 것인지를 알 수 없게 되었다. 비록 우리는 현재 존재하는 장벽이 생물학적인 것이 아니라 기술적인 것이라고 여전히 믿고 있긴 하지만 말이다.

황우석의 몰락은 대중의 과학 인식에 두 가지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첫째로 이는 과학자들은 신뢰할 만한 집단이 못된다는 관점을 강화시킨다. 둘째로 이는 줄기세포 생물학의 신용이 땅에 떨어졌다거나 이 분야의 진보가 중지되었다는 인상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이 두 가지 결론은 모두 심각한 오류를 안고 있다.

사기꾼은 비록 드물긴 하지만, 다른 어떤 영역에서와 마찬가지로 과학에서도 삶의 일부를 이루며, 때때로 대단한 유명세를 타는 분야에 사기꾼이 등장하기도 한다. 과학 부정행위는 널리 알려진 근심거리이며 과학자 공동체에 의해 단속이 잘 이루어지고 있다. 그에 대한 증거는 미국 보건복지부 산하에 과학진실성관리국(Office of Research Integrity)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나 미국에서 연방 연구비를 받는 연구자들이 윤리적 과학 실행에 대한 교육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는 데서 찾아볼 수 있다. 동료심사(peer review)를 하는 과학 학술지의 편집자와 심사위원들은 데이터가 표절된 것은 아닌지, 이해관계 충돌(conflicts of interest)이 존재하지 않는지, 인간 피험자와 실험동물에 대한 보호가 이뤄지고 있는지, 환자들의 비밀 보호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 실험결과가 논문에 적힌 방법대로 설득력있게 유도되었는지 등을 일상적으로 확인한다. 황우석의 논문에 내포된 문제점을 밝혀낸 것도 다름아닌 과학자 공동체(공동 연구자들, 그리고 이해관계가 없으면서도 비판적인 한국의 연구자들)였고, 이를 통해 이러한 동료 검토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함을 보여 주었다.

더욱 중요한 것은 과학적 방법이 비판적 안전장치를 제공하며, 과학자들은 어떤 과학적 발견이 독립적으로 재연되기 이전에는 이를 진리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과학적 방법을 (적절한 제어장치를 갖추고) 추구할 때, 우리는 진리가 밝혀지지 않은 때가 언제인지를 알 수 있다. 그것이 해석이나 방법상의 정직한 오류 때문이건, 아니면 악의적인 조작 행위 때문이건 간에 말이다. 따라서 충분한 시간이 주어진다면 과학 ― 이해관계가 없으면서도 해당 분야에 식견을 갖춘 동료 과학자의 심사, 그리고 행위 규범(code of conduct)의 제정 속에 구현된 ― 은 자체 오류를 교정할 것이다.

우리의 생각으로는 황우석 스캔들에 대해 단순한 정부 규제나 가혹한 법률 제정, 범법자로서의 처벌 등의 방식으로 대응하지 않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사실 과학의 과정에 대한 정부의 개입이 오히려 문제를 야기하는 데 부분적으로 기여했다는 주장도 가능하다. 한국에서 정부 관리들은 황우석이 논문을 조급하게 발표하도록 동기부여를 하는 데 공모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미국과 다른 나라들에서는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자금지원을 정부가 제한함으로써 황우석처럼 풍족한 자금지원을 받는 소수의 연구자들이 그 공백을 메우도록 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그들은 특정한 실험 절차 혹은 지식을 독점하며 과학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 즉 신속하고 독립적인 데이터의 확인 기회를 앗아가고 있다.

이번 사건에서 심사위원과 편집자들이 심사 과정 초기에 조작과 모순을 잡아낼 수 있었어야 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황우석의 연구처럼 일견 획기적인 논문의 경우 심사 시스템은 도전에 직면하게 된다. 권위있는 학술지에 논문이 실리기 위해서는 새로운 연구결과를 제출하는 것이 전제조건이지만, 혁신적인 논문이 되려면 연구결과가 다른 연구자의 작업을 단순히 재연하거나 그로부터 이끌어낸 것이 아니어야 한다. 심사위원들은 자신이 받은 데이터, 해당 시스템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 그리고 회의적 시각을 가진 심사위원이 요청할 수 있는 대조실험에 근거해 결론의 유효성을 검사해야 한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데이터 자체가 진짜인지를 판단할 수 있는 메커니즘이 없다. 따라서 이러한 참신성 때문에 속임수를 쓰는 사람이 일시적으로 시스템을 이용할 수는 있다. 그러나 만약 그들이 제시한 결과가 재연이 안되는 경우에는 속임수가 그리 오래 성공을 거둘 수는 없다. 과학에서의 진리는 많은 연구자들이 해당 발견을 재연해낸 후에야 비로소 확립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건에서는 핵심적인 대조실험 조건(가령 미토콘드리아 DNA의 분석)이 빠져 있었음을 감안할 때 악명을 떨친 현미경 사진의 중첩 문제는 논문이 실리기 이전에 잡아냈어야만 했다.

우리는 이번의 불행한 사건이 줄기세포 연구의 "과대포장·선전"에 해독제 구실을 하고 과학이란 쉽지 않음을 대중이 깨닫게 되는 계기를 제공할 수 있기를 바란다. 대중은 이 분야가 모든 생의학 연구 노력의 전통 속에 뿌리를 내리고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생의학 연구는 검증가능한 데이터의 조심스럽고 신중한 축적을 통해 이루어지며 이 연구가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황우석의 속임수가 과학 그 자체에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바람직한 기술적 진보, 즉 체세포 핵이식을 통해 세포주를 효율적으로 만들어내는 능력이 성취되었음을 알게 된 것은 확실히 고무적인 일이었다. 체세포 핵이식의 이론적 유용성은 세 가지였다. 미래의 이식 수혜자와 유전적·면역학적으로 일치하는 이식 물질을 생산하는 것, 제대로 이해되지 못하고 있는 인간의 질병을 더 잘 재현할 수 있는 시험관 모델(약물 검사나 이상생리학 메커니즘의 규명)을 만드는 것, 그리고 수정된 난자를 이용하지 않고 줄기세포주를 만드는 다른 방법을 제공하는 것이다. 황우석 연구팀은 몇몇 기술적 장벽들을 넘어서 이들 목표에 한발 더 가까이 다가갔다고들 했다. 이제 우리는 이러한 도전들이 아직 극복되지 못했음을 알게 되었다.

과학자들은 자신들의 연구수단이 든 병기고가 모든 가능한 무기들로 가득차기를 바라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의 연구에서 체세포 핵이식이 특별히 필요한 곳이 어디인지는 사실 불분명하다. 환자맞춤형 세포주의 필요성에 대한 관심은 현재 상당히 완화되었다. 줄기세포와 유사한 세포들이 애초에 생각했던 것보다 면역반응을 덜 일으킬지 모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질병 모델을 만드는 더 간단한 방법도 있을지 모른다. 가령 착상전 유전자 진단을 통해 질병을 가진 것으로 파악된 배반포를 가지고 할 수도 있다. 그리고 줄기세포주를 만들기 위해 배아를 파괴하는 것에 관한 윤리적 우려를 우회할 수 있는 다른 방법도 있을 수 있다(체세포의 역분화가 한 예이다).

다시말해 체세포 핵이식은 줄기세포 생물학이라는 넓은 분야에서 작은 역할만을 수행할 뿐이다. 발생생물학의 한 분과인 줄기세포 생물학에는 연구자들의 시간을 요구하는 다른 도전거리들이 얼마든지 있다. 대다수 연구자들의 초점은 앞으로도 계속 줄기세포의 성장과 분화의 분자 기반에 관한 중요한 핵심 쟁점들의 이해를 발전시키는 데 맞추어질 것이다. 아울러 세포가 성숙한 정체성을 얻게 되는 과정과 잠재적인 대상 질병의 치료 요구에 관해서도 이해를 향한 노력이 기울여질 것이다. 사실 황우석이 이와 연관해 진전된 연구를 해낸 서구의 과학자들과 협력관계를 추구했던 것도 이처럼 좀더 기초적이고 비판적이며 힘을 주는 영역에서 전문성을 얻기 위함이었다. 체세포 핵이식은 앞으로도 우리가 추구하는 여러 길들 가운데 하나로 남아 있을 것이다. 다만 적절한 맥락 속에서 다른 기법들과 나란히 추구되어야 하겠지만 말이다.

한때 연구자 공동체는 우리가 황우석이라는 기술의 대가(大家)를 얻게 되었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이제 우리는 우리 모두가 동일한 발판 위에 서 있음을 알게 되었다. 줄기세포 분야는 이번의 당황스럽고 궁극적으로는 냉소적인 행동을 넘어 살아남을 것이고, 과학이 엄격하게 얻어진 검증가능한 데이터에 의해 인도되는 활동인 한 계속해서 번성할 것이다.
 
 
 

Nature 439 (9 February 2006): 658-659

줄기세포 여정에는 끝이 보이지 않는다

데이빗 시라노스키
 
 

불과 2년 전만 해도 매사추세츠 주 워스터에 있는 작은 생명공학 회사인 어드밴스드 셀 테크놀로지(ACT) 사는 인간 배아복제에 가장 가까이 다가간 연구팀 중 하나로 간주되었다.

ACT는 이미 농장 동물의 복제에서 인간 배아줄기세포 연구로 초점을 옮긴 적이 있는 굴곡많은 역사를 가진 회사다. 이 회사는 복제 기법을 써서 상실배(桑實胚)라고 불리는 초기 단계의 인간 배아까지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회사의 연구담당 부사장인 로버트 란자에 따르면 그들은 연구를 다음 단계로 진전시켜 배아복제에서 성공을 거두기에 좋은 위치에 있었다. "우리는 목표에 거의 도달한 상태였다"고 그는 말한다. "연구를 마무리지을 수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2003년 말이 되자 이 회사는 당시 한국 바깥에서 거의 알려져 있지 않았던 동물 복제 전문가인 서울대학교의 황우석이 인간 배아복제와 이를 통한 줄기세포 유도에 성공했다고 막 발표하려는 참임을 알게 되었다. 황우석의 연구결과(W.S. Hwang et al. Science 303, 1669-1674; 2004)는 조작된 것임이 나중에 밝혀졌고 지난 달에 취소되었다. 그러나 그 논문이 나오면서 ACT의 연구 계획은 치명상을 입었고 이 회사는 당시의 충격에서 아직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ACT는 1994년에 창립된 회사로 처음에는 농장 동물의 생식 생물학을 전문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1999년 이 회사는 사람의 생식 생물학으로 방향을 급선회했다. 이는 생명공학 회사인 제론(Geron) 사의 창립자인 마이클 웨스트가 CEO로 취임하고 재생의학 전문가인 란자가 연구책임자로 합류하면서 생긴 변화였다. ACT는 이내 사람의 줄기세포를 유도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에 관여하게 되었다.

그러나 환자의 세포로부터 복제된 배아에서 만들어낸 줄기세포만이 개인의 유전자 구성과 똑같이 일치했고 면역 거부반응의 가능성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었다. 당시 미국 내에서 이 분야를 둘러싼 논쟁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ACT는 체세포 핵이식 ― 종종 "치료용 복제"로 불리는 기법 ― 을 인간에게 적용해 보기로 결정했다. "이 분야가 엄청나게 논쟁이 심하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의학적 잠재력을 감안할 때 적절한 선택이라고 생각했습니다"라고 란자는 회고한다. 그는 "논쟁이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심하더군요" 라며 슬픈 듯이 인정했다.

2001년에 ACT는 복제된 인간 세포를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초기의 이정표로 생각한 지점에 도달했다. 이 회사의 연구팀은 여섯 개의 세포로 구성된 극히 초기 단계의 복제 배아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J.B. Cibelli et al. J. Regen. Med. 2, 25-31; 2001). 그러나 이 논문은 발생생물학자들에게 큰 인상을 주지 못했다. "많은 과학자들은 그 논문이 본질적으로 실패한 실험에 대한 하찮은 발표라고 생각했습니다"라고 익명을 요구한 한 복제 전문가는 말했다. 그러나 란자는 이러한 평가를 반박했다. "그 논문에는 초기 데이터밖에 없었던 것이 사실입니다"라고 그는 인정한다. "하지만 소문이 퍼지고 있었기 때문에 뭔가 결과를 발표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벼랑 끝에서
 

2003년 10월에 가장 큰 진전이 있었다고 란자는 말한다. 사람의 난자에 체세포의 핵을 이식해 활성화시킨 16개의 복제 배아 중 13개가 좀더 성숙한 단계인 상실배까지 도달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 단계에서는 아직 연구자들이 줄기세포주를 유도해 낼 수는 없었다. 후속 실험에서 그들은 세포를 배양하던 배지에 문제가 있음을 알아냈다고 란자는 덧붙였다. 이는 줄기세포주 배양의 실패를 설명해 줄 수 있는 요인이었다. 란자는 그들이 실험의 성공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한국 연구팀의 논문발표 계획에 대한 얘기가 나돌기 시작하면서 연구가 중단되었다고 란자는 말한다. "우리는 패배자로 간주되었습니다"라고 그는 씁쓸하게 회고했다. 연구자금은 물론이고 그나마 얼마 안되던 난자 기증도 씨가 말라버렸다. "우리는 실험 비용을 댈 수가 없었습니다"라고 란자는 말한다. "훨씬 적은 난자를 구하는 데도 수천 달러의 비용이 소요되었으니까요."

란자는 황우석의 연구에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소수의 과학자들 중 한 사람이 되었다. 2004년 2월 12일 U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법의학 DNA 검사를 통해 한국 팀의 연구결과를 독립적으로 검증해 볼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이러한 불만은 황우석의 가장 맹렬한 라이벌로부터 제기되었기 때문에 전혀 먹히지 않았다.

이제 황우석의 연구는 취소되었다. 그러나 ACT는 주도권을 다시 찾아오기에 별로 좋은 여건이 못된다. 2005년 1월 ACT의 CEO가 된 베테랑 기업 구제 전문가인 윌리엄 캘드웰에 따르면, 현재 회사의 최우선순위는 수입원을 확보하는 데 있다. "쓸 수 있는 자금이 얼마 안되는 사정을 고려한다면 회사는 기초과학을 할 것이 아니라 제품 개발을 해야만 합니다"라고 그는 말한다.

2005년 1월에 이 회사는 8백만 달러의 벤처자본을 끌어들였고 그 직후에 '리버스 바이아웃(reverse buyout)'을 단행했다. 이는 활동이 거의 없는 상장 회사(이 경우에는 유타 주에서 미국 원주민의 인형을 만들어 파는 투 문즈 카치나스[Two Moons Kachinas]라는 제조회사)가 비상장 회사(ACT)를 사들여 후자가 상장 회사의 지위를 얻도록 하는 재정적 조치를 말한다. 자금을 끌어들여야 하는 회사의 입장에서 보면 이는 오랜 시간과 많은 돈이 드는 최초 상장 절차를 거치지 않고 주식시장에 진입하는 손쉬운 방법이다. 이 회사는 작년 9월에 1천 8백만 달러를 추가로 끌어들였다. 현재 ACT는 "과거 어느 때보다 자금유동성이 좋은 상태"라고 캘드웰은 말한다.
 

감명을 받은 투자자들
 

캘드웰은 ACT가 의료에 대한 응용에 몰두하는 것을 보고 투자자들이 감명을 받았다고 말한다. 그러한 기술 중 하나는 사람의 배아줄기세포를 가지고 황반변성을 치료하는 데 쓸 수 있는 망막색소상피를 유도해 내는 것이다(I. Klimanskaya et al. Cloning Stem Cells 6, 217-245; 2004). ACT는 또한 환자의 DNA와 일치하지 않는 줄기세포 치료제가 신체의 면역계에 의해 거부되지 않게 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란자는 장기적으로 볼 때 인간복제가 여전히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희망을 품고 있다. 최근 그의 연구팀은 생쥐에서의 복제가 꼭 배아를 파괴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보여 주었다(I. L. Weissman Nature 439, 145-147; 2006). 그는 이 기법이 매우 효율적이어서 복제 배아를 하나 만드는 데 5-10개의 난자만 있어도 되었다고 주장했다. 이는 황우석 팀이 사용한 2천여개의 난자와 대조되는 것이다.

그러나 체세포 핵이식을 이용한 인간복제에 대해 란자가 가진 낙관적 견해를 같이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난 ACT 외에 그 연구를 한다는 기업이 있다는 얘길 못 들어봤습니다"라고 매사추세츠 주 보스턴에 있는 옥스퍼드 바이오사이언스 파트너스(Oxford Bioscience Partners)의 벤처자본가 더글라스 팸브로는 말한다. 익명을 요구한 미국의 한 지도적 줄기세포 과학자는 더 가혹한 평가를 내렸다. "나는 인간의 체세포 핵이식에 관한 특허가 중요한 상업적 가치를 가질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습니다"라고 그는 말한다. "황우석의 논문 때문에 자기 회사의 자금확보 길이 막혔다고 란자가 말할 때마다 내가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그리고 캘드웰은 ACT의 미래를 복제 실험의 성공 여부에 걸지는 않을 것임이 분명하다. "우리는 다른 연구팀의 진척상황을 평가하는 중입니다"라고 캘드웰은 말한다. "하지만 우리가 복제 연구에 많은 자금을 쏟아붓는 일은 없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