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실험실을 달라, 그러면 내가 세상을 들어올리리라^*
 
 

이 논문에서 나는 한 가지 간단한 연구방향을 제안하려 한다. 그것은 실험실 현장연구(laboratory field studies)를 통해 발전시킨 방법론에 천착하자는 것으로, 실험실 그 자체가 아니라 실험실의 구성, 그리고 사회환경 속에서 실험실이 점하는 위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Callon, 1982). 이 논문에서 나는 실험실의 역할이 다름아닌 "내부"와 "외부"간의 차이, "미시적" 수준과 "거시적" 수준간의 규모의 차이를 불안정하게 하거나 제거하는 것임을 독자들에게 설득하고자 한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실험실에서의 실천(practice)을 연구하면서 얻은 성과들을 감추지 않고서도 이른바 "거시적" 문제들을 예전보다 훨씬 더 분명하게 재평가할 수 있으며, 거시적 행위자들 그 자체의 구성에 관해서도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다. 나는 독자들이 이 논문을 읽는 동안만이라도 미시적 행위자와 거시적 행위자간에 어떤 실제적 차이가 있다는 믿음을 잠시 접어 두기를 부탁드린다(Callon and Latour, 1981).
 

I. "나에게 딛고 설 장소를 달라, 그러면 내가 지구를 움직이리라"
 

나의 논점을 설명하기 위해 최근의 과학사 연구를 하나 예로 들겠다(Latour, 1988). 시간은 1881년으로 거슬러올라간다. 이 해에 프랑스의 반(半)대중 언론과 과학 언론은 어떤 한 실험실 ― 파리 고등사범학교(Ecole Normale Superieure)의 파스퇴르 실험실 ― 에서 행해지고 있던 연구에 관한 기사로 가득차 있었다. 여러 날, 여러 주가 흘러갔지만, 기자, 동료 과학자, 의사, 위생학자들의 눈은 서로 다른 배양기에서 자라고 있거나 현미경 밑에 놓여 있거나 예방접종을 받은 동물의 체내에 있거나 몇몇 과학자들의 수중에 있던 미생물 군락에 어떤 일이 생기는지에 못박혀 있었다. 이런 엄청난 관심이 존재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파스퇴르 실험실의 "내부"와 "외부"를 엄격하게 구분하는 것이 적절치 못함을 알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평상시에는 실험실 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에 대해 관심이 없던 많은 집단들과 평상시에는 그런 관심과 열정으로부터 동떨어져 격리되어 있던 실험실 사이에 생겨난 단락(短絡) 지점이다. 언론 지면에서 파스퇴르 실험에 관심을 표명한 많은 집단들의 계획에 직접 핵심적인 연관이 있는 듯한 무언가가 그 배양접시 안에서 일어나고 있었던 것이다.

실험실에서의 실험에 대해 외부인들이 보여준 이와 같은 관심은 이전부터 존재했던 것이 아니다. 그것은 파스퇴르(Louis Pasteur)가 그들을 가입시키고 설득한 결과였다. 이 점을 강조하는 이유는 그간 과학사회학자들간에 이해관계(interests)를 사람들에게 부여할 수 있는지를 놓고 논쟁이 있었기 때문이다. 에딘버러 학파를 위시한 몇몇 학자들은, 만약 해당 집단이 누구이고 사회가 어떻게 이루어져 있으며 인간의 본성이 무엇인지에 대한 일반적인 생각이 주어져 있다면 우리는 사회집단에 이해관계를 부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다른 학자들(Woolgar, 1981)은 그 집단이 누구이고 사회가 무엇을 추구하고 있으며 인간의 본성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는 독립적인 방식을 우리가 알지 못하기 때문에 그러한 이해관계 부여가 불가능하다고 본다. 대부분의 논쟁들과 마찬가지로 이 논쟁 역시 근본적인 지점을 놓치고 있다. 물론 그 집단이 누구인지,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지를 알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을 대상으로 그들의 이해관계가 무엇이며, 그들이 무엇을 원해야 하고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를 설득하는 것마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다른 사람들의 이해관계를 자기 자신의 언어로 번역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은 성공을 거둘 수 있다. 여기서 특히 중요한 것은, 이해관계를 부여할 때 사회의 과학(science of society) 혹은 인간의 과학(science of man)이라는 특정한 과학에 의존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아래에서 보게 될 바와 같이, 과학은 사람들에게 그들이 누구이고 무엇을 원해야 하는지를 설득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도구이기 때문이다. 만약 과학사회학이 한 가지 과학, 예컨대 사회학의 결과를 가지고 다른 과학들을 설명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그것은 처음부터 절름발이가 되어버린다. 그러나 과학이 사회를 변화시키고 사회의 조성(助成)과 목표를 재정의하는 데 어떻게 쓰이는지를 쫓아가보는 것은 여전히 가능하다. 따라서 사람들이 파스퇴르 실험실에 관심을 가짐으로써 어떤 이익을 얻을 수 있었는지를 찾는 것은 헛된 일이다. 그들의 이해관계는 그들이 원하는 것, 혹은 그들이 원하게 만든 것을 번역하려는 파스퇴르의 노력의 결과이지, 그 원인은 아닌 것이다. 그들은 관심을 가질 만한 어떤 선험적인 이유도 갖고 있지 않았지만, 파스퇴르는 그들에게서 적어도 하나 이상의 이유를 발견해 내었다.
 

  1. 1단계 행동: 다른 사람들의 이해관계를 포착하다
 

파스퇴르는 어떻게 무관심한 다른 집단들의 이해관계를 포착하는 데 성공할 수 있었을까? 이는 그가 항상 사용해 왔던 것과 같은 방법을 통해서였다(Geison, 1974; Salomon-Bayet, 1982). 그는 자신과 자신의 실험실을 실험실 과학에 접해 보지 않은 세계의 한가운데로 옮겨갔다. 그는 이러한 행동들을 통해 이미 맥주, 포도주, 식초, 누에의 질병, 소독과 멸균 등의 문제를 다룬 적이 있었다. 그는 동일한 방법을 새로운 문제인 탄저병에 대해 다시한번 적용했다. 당시 탄저병은 프랑스의 가축에 치명적이라고들 했다. 이러한 "치명적" 특성은 통계에 의해 관리, 수의사, 농부들에게 "증명"되었고, 그들이 가졌던 우려는 당시의 많은 농업 협회들에 의해서도 표명되었다. 이 질병은 통계학자와 수의사들에 의해 연구되고 있었고, 파스퇴르나 코흐(Robert Koch), 그리고 그 제자들 이전에는 실험실에서의 실천과는 아무런 연관도 없었다. 당시 질병들은 지역별로 일어나는 사건(local event)이었고, 이를 연구할 때는 가능한 모든 변수들 ― 토양, 바람, 날씨, 농경 체계, 그리고 심지어 개별 들판, 가축, 농부들까지 ― 을 고려해 가능한 모든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 수의사들은 이러한 지역적 특이성들을 알고 있었지만, 이는 세심하고 변화무쌍하며 신중하고 불확실한 지식이었다. 질병은 미리 예측할 수 없었고 뚜렷한 패턴 없이 재발했기 때문에 지역적 특이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생각은 더욱 설득력을 얻었다. 이러한 다(多)요인적 접근으로 인해 사람들은 이 모든 특이성들을 관통해 어떤 질병을 하나의 단일한 원인, 예컨대 미생물과 연결지으려는 어떤 시도에 대해서도 의심의 시선을 던지게 되었다. 숱한 변이를 가진 탄저병과 같은 질병들은 실험실 과학과는 연관이 없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었다. 파리에 있는 실험실과 보체(Beauce)에 있는 농장간에는 아무런 공통점도 없었다. 그들은 서로에게 별로 흥미가 당기지 않는 존재였다.

그러나 다른 모든 것들과 마찬가지로, 이해관계 역시 구성될 수 있다. 파스퇴르는 실험실과 탄저병을 연결짓는 일을 이미 시작했던 많은 선배들의 연구를 이용하면서, 이로부터 한 걸음 더 나아가 농장이 있는 바로 그곳에 임시 실험실을 차리고 연구를 진행했다. 더럽고 냄새나고 시끄럽고 무질서한 19세기의 동물 농장과 강박적인 청결성을 유지하던 파스퇴르 실험실보다 더 이질적인 두 개의 장소를 상상하기는 쉽지 않다. 이 중 전자에서는 큰 동물들이 일견 무작위적인 방식으로 보이지 않는 질병들에 감염되었고, 후자에서는 미생물들이 관찰자의 눈으로 볼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하나는 큰 동물을 기르는 곳이었고, 다른 하나는 작은 동물들을 기르는 곳이었다. 파스퇴르(불어로 "양치기"라는 뜻)는 오늘날 새로운 가축 사육과 새로운 농업을 발명한 인물로 열정적인 추앙을 받고 있지만, 당시에 이 두 가지 형태의 '가축'은 서로 거의 아무런 연관도 없었다. 그러나 일단 농장으로 나가자 파스퇴르와 조수들은 농장의 조건과 수의사들로부터 배웠고 이러한 연관들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그들은 탄저병의 발생 개시와 그 시점에 나타나는 모든 변이들을 정확히 파악하는 데 관심을 가졌고, 이 변이들이 그들이 생각한 단일 생물 원인인 탄저균(anthrax bacillus)과 얼마만큼 부합하는지 알아보려 했다. 그들은 농장의 경험에서 배웠고, 수의학의 항목 하나하나를 모두 자신들의 조건으로 번역해 자신들의 조건 하에서 잘 되는 것이면 농장에서도 잘 되도록 만들었다. 예를 들어 (코흐가 발견한) 탄저균의 포자는 심지어 수 년이 지난 후에도 잠잠하던 농장이 갑자기 전염성을 띌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한 번역이었다. "포자 단계"라는 것은 농부의 언어에서 "전염성을 띈 농장"을 실험실의 언어로 번역한 것이었다. 파스퇴르 실험실 사람들은 농부의 언어를 배우고, 농부의 삶에서 문제가 되는 요소 각각에 대해 자기 나름의 이름을 부여하는 것으로 일을 시작했다. 그들은 이제 농장에 관심을 갖게 되었지만, 농부들과 그들의 다양한 대변자들이 보기에 그들은 여전히 쓸모없고 흥미가 당기지 않는 대상일 뿐이었다.
 

  2. 2단계 행동: 약한 곳에서 강한 곳으로 받침점을 이동하다
 

농장에 실험실을 차렸던 파스퇴르는 이 시점에서 그것을 자신의 주된 연구 장소인 고등사범학교로 다시 옮겼는데, 그러면서 농장의 한 요소인 배양된 탄저균도 함께 가지고 돌아왔다. 그는 이제 어떤 농부도 알지 못하는 한 가지 사육 기법, 즉 미생물 사육에 통달한 인물이 되었다. 이는 그간 그 어떤 농부도 할 수 없었던 일을 하기에 충분한 밑천이 되었다. 즉, 탄저균을 분리해서 대량으로 배양함으로써 비록 보이지는 않지만 보이게끔 만든 것이 그것이었다. 우리는 여기서 다시한번 실험실에서의 실천에 의한 규모의 변이를 볼 수 있다. 외부의 "실제" 세상, 즉 동물의 체내에서 탄저균은 수백만 개의 다른 미생물들과 섞여 있으면서 그들과 지속적으로 경쟁하는 상태에 있다. 이 때문에 탄저균은 이중의 의미에서 보이지 않게 된다. 그러나 파스퇴르 실험실에서는 탄저균에 그 이전에는 한번도 일어난 적이 없었던 어떤 일이 일어났다(나는 그 이전에는 일어난 적이 한번도 없었던 어떤 일이 탄저균에 일어났다는 두 가지 점을 강조하고 싶다). 파스퇴르의 배양 방법에 힘입어 탄저균은 모든 경쟁자들로부터 자유로워졌고 그 결과 기하급수적으로 수가 증가했다. 그러나 탄저균은 이후 코흐가 개발한 방법에 의해 너무 많이 성장하여 매우 큰 군락을 이룸으로써, 분명한 패턴이 과학자의 날카로운 눈에 보이게 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여기서 과학자가 이용한 기술은 기적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런 결과를 얻어내기 위해서는 하나의 미생물을 추출해서 적당한 환경을 마련해 주기만 하면 되었다. 이러한 기술 덕택에 여러 현상들의 규모에서 나타난 불균형이 변화했다. 미생물이 자기 몸에 비해 엄청나게 큰 소들을 죽일 수 있고, 하나의 작은 실험실이 순수하게 배양된 탄저균에 대해 이전의 그 누구보다도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고, 보이지 않던 미생물이 보이게 되고, 그때까지 별로 흥미를 끌지 못하던 실험실의 과학자가 탄저균에 대해 이전의 그 어떤 수의사보다 더 큰 권위를 가지고 말할 수 있게 된 것이 그런 불균형이었다.

파스퇴르가 탄저병을 파리에 있는 자기 실험실로 옮길 수 있도록 해준 번역은 단어를 일대일로 대응시키는 문자 그대로의 번역은 아니었다. 그는 단 한 가지 요소인 미생물만 가져왔을 뿐이며, 냄새, 소떼, 연못 옆의 버드나무, 농부의 아리따운 딸 등을 포함하는 농장 전체를 옮겨오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는 미생물과 함께, 이제는 관심을 갖게 된 농촌사회도 나란히 끌고왔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 그 이유는 그가 미생물을 탄저병과 연관있는 생물 원인으로 지목함으로써 이제 농부들의 이해관계를 새로운 방식으로 다시 표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당신의 탄저병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면 당신은 나의 실험실을 먼저 통과해야 한다"는 것이 그것이었다. 모든 번역이 무릇 그렇듯, 이 경우에도 번역의 다양한 판본들을 꿰뚫는 치환(displacement)이 있었다. 탄저병에 곧장 도달하기 위해서는 파스퇴르 실험실을 거치는 우회로를 택해야 했다. 이제 탄저병이 있는 장소는 고등사범학교가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판본은 아직 약했다. 파스퇴르의 실험실에 미생물은 있었지만 탄저병의 전염은 너무나 무질서하게 일어나는 일이라 단일한 원인만으로 설명하기는 힘들었다. 그래서 외부의 이해관계들은 실험실이 탄저병의 확산과 아무런 실제 연관도 없으며, 자신이 "저 바깥의" 실제 질병으로 통하는 열쇠를 갖고 있다고 과학자가 주장하는 것은 오만함의 발로일 뿐이라고 말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파스퇴르는 이보다 더 신뢰할 만한 번역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자신의 실험실 내에서 그는 많이 희석시킨 순수한 탄저균 배양액을 자신이 고른 동물들에게 주사할 수 있었다. 이는 가축 유행병의 발생을 소규모로 흉내낸 것으로, 전체 과정은 실험실 사람들의 도표작성 장치와 기록 장치에 의해 완전히 지배되었다. 핵심적이라고 생각되는 몇 가지 점들이 모방되어 작은 규모로 다시 표현되었다. 동물들은 미생물에 의해, 바로 그것에 의해서만 죽음을 당했고 가축 유행병은 마음먹은 바대로 시작될 수 있었다. 이제 파스퇴르는 자신의 실험실 내에 "탄저병"을 작은 규모로 갖고 있다고 얘기할 수 있게 되었다. 여기서의 큰 차이는, 실험실 "외부"에서는 미생물이 많은 다른 요소들 사이에 숨어서 보이지도 않았고 어둠 속에서 공격했기 때문에 연구하기가 어려웠던 반면, 실험실 "내부"에서는 번역 덕택에 모두가 볼 수 있게 된 하나의 원인을 놓고 분명한 윤곽을 그려볼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었다. 규모의 변화는 행위자들이 지닌 힘의 역전을 가능하게 했다. 실험실 "외부"에서 가축, 농부, 수의사들은 보이지 않는 탄저균보다 약했다. 반면 파스퇴르의 실험실 내에서는 인간이 탄저균보다 강해졌고, 이에 따라 실험실의 과학자는 지역에서 이 문제에 전념해 온 경험많은 수의사에 대해 우위를 점하게 되었다. 번역은 더 믿을 만한 것이 되었고 이제 이와 같은 식이었다. "만약 당신의 탄저병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면 힘이 역전되는 장소인 내 실험실로 오라. 만약 당신(수의사 혹은 농부)이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도태될 것이다."

그러나 이 지점에 이르러서도 파스퇴르의 실험실 하나와 탄저병 발생의 다양성, 복잡성, 경제적 규모간에는 여전히 힘의 불균형이 존재했기 때문에, 어떤 번역도 이해관계의 집적이 붕괴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정도로 오래 버티지 못했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에게 기꺼이 주의를 기울였지만, 일단 아니라고 판단되면 주의를 거두는 데서도 재빨랐다. 모든 의사와 농부들에게 특히 당황스러웠던 점은 질병의 변이였다. 탄저병은 어떤 때는 소들을 죽였고 어떤 때는 그러지 않았으며, 어떤 때는 강했고 어떤 때는 약했다. 어떠한 접촉 감염 이론도 이와 같은 다양성을 설명할 수 없었다. 따라서 파스퇴르의 연구는 비록 흥미롭긴 했지만 얼마 안가 진기한 구경거리, 좀더 정확하게는 실험실의 진기한 구경거리가 되어버릴 수 있었다. 만약 그랬다면, 이는 과학자들이 처음에 주목을 끌었다가 결국에는 이로부터 아무것도 해내지 못한 사례들의 기나긴 목록에 또하나를 추가하는 데 그쳤을 터이다. 미시연구는 "미시적인" 것으로 남게 되고, 잠시 동안 포착되었던 이해관계들은 얼마 안가 그것을 가입시키는 데 성공한 집단들의 다른 번역으로 눈을 돌렸을 것이다. 이는 끊임없는 유행과 변덕에 지쳤던 당시의 의학에서 특히 그러했다(Leonard, 1977).

그러나 여기서 파스퇴르는 자신의 실험실 내에서 닭 콜레라와 탄저균에 어떤 일을 함으로써 수의학과 미생물학의 위계를 결정적으로 바꿔놓았다. 일단 엄청나게 많은 미생물들이 실험실 내에서 순수한 형태로 배양되어 성장을 빠르게 하거나 죽이는 숱한 실험의 대상이 되면서, 이제 한 가지 실용적 노하우가 개발되었다. 몇 년이 지나자 실험자들은 이전에 한번도 존재한 적이 없었던 재료군(群)을 조작하는 기술을 습득했다. 이는 새롭긴 했지만 기적적인 것은 아니었다. 미생물을 훈련시키고 이를 길들이는 것은 인쇄술, 전자공학, 일급 요리, 비디오아트와 같은 일종의 공예(craft)이다. 일단 이런 기술이 실험실 내에 축적되자 그 이전에는 다른 어느 곳에서도 일어날 리 없었던 많은 결합들이 생겨났다. 이는 새로운 인식적 태도에 기인한 것이 아니었고, 그 이전까지는 몰랐던 미생물을 사람들이 갑자기 인식하게 되었기 때문도 아니었다. 그들은 단지 새로운 대상을 조작하고 있었으며 그러면서 새롭고 특이한 환경에서 새로운 기술을 습득한 것뿐이었다(Knorr, 1981).

약화된 닭 콜레라 배양균을 처음 얻게 된 것이 우연한 발견에 힘입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Geison, 1974). 그러나 우연은 잘 준비된 실험실을 선호하는 법이다. 질병을 인위적으로 만들어내는 데 쓰였던 생물 원인들에 대해서는 너무나 다양한 실험들이 행해졌기 때문에, 이런 실험들 중 몇몇에서 살아 있긴 하지만 약해진 미생물이 생겨났다고 해도 그리 놀랄 일은 못되었다. 만약 실험실에서 많은 동물들에게 병균을 주사해 가축 유행병의 현저한 특징들을 모방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았다면, 이런 변화는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 보이지 않는 미생물의 보이지 않던 변화가 눈에 보이게 되었다. 약해진 균주를 이전에 주사받았던 닭은 콜레라에 걸리지 않았고, 원래 상태 그대로의 미생물을 주사해도 이를 견뎌내었다. 동물에 주사했을 때 병독성(virulence)을 약하게 갖도록 하려면 닭 콜레라 배양균을 산소에 일정기간 노출시키는 것으로 충분했다. 실험실 통계를 통해 보이게 된 것은 약화시킨 미생물, 다시 강화시킨 미생물, 그리고 결국에는 강화된 동물들로 이어지는 일련의 연쇄였다. 실험실은 이제 병독성의 변이를 모방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파스퇴르는 점점 더 많은 집단들이 자기 이해관계에 연관된 것으로 간주하는 일들을 자신의 실험실 내에서 점점 더 많이 하게 되었다. 이 점을 이해하는 것은 상당히 중요하다. 미생물의 배양은 진기한 구경거리일 뿐이었고, 실험실 내에서 가축 유행병을 복제한 것만 해도 흥미로운 정도였다. 그러나 미생물의 병독성을 자유자재로 변화시킨 것은 매혹적인 일이었다. 이전까지는 설사 접촉 감염 이론을 믿는 사람이라 해도 이러한 한 가지 원인만 가지고 실제 결과에서 나타나는 무작위성을 설명해 내지 못했다. 그러나 파스퇴르는 특정 미생물이 특정 질병과 연관이 있다는 사실뿐 아니라, 미생물의 전염성이 조건에 따라 다양할 수 있으며 그 조건들을 통제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까지 증명해냈다. 예컨대 신체를 병의 약화된 형태와 먼저 접촉시키는 것이 조건을 통제하는 한 가지 예였다. 실험실에서 이러한 변이를 만들어냈다는 사실은 다른 사람들이 이 번역을 논박하기 어렵게 만든 점이었다. 병독성의 변이는 과학자들을 가장 당혹스럽게 했던 요소였고, 그 이전까지 실험실 과학에 대한 회의적 태도를 정당화함과 동시에 외부와 내부, 실천 수준과 이론 수준간에 분명한 구분이 필요함을 뒷받침하고 있었다. 그런데 파스퇴르가 다름아닌 이 변이를 쉽게 모방해냈던 것이다. 그는 미생물을 약화시킬 수 있었고, 이를 다른 종의 동물의 몸 속에 통과시킴으로써 역으로 그 동물의 힘을 강하게 만들 수 있었다. 그는 하나의 약한 형태를 강한 형태와 대치시킬 수 있었고 심지어는 한 미생물 종을 다른 미생물 종과 대치시킬 수도 있었다. 요약하자면, 그는 모든 사람들이 바깥에서 하려고 했던 일을 실험실 내에서 할 수 있었고, 규모가 너무 컸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실패했던 바로 그곳에서 파스퇴르는 작은 규모로 작업해 성공을 거두었다. 당시 이와 연관된 사회운동의 가장 큰 부분을 구성하고 있던 위생학자들은 이러한 모방된 변이에 특히 매혹되었다. 그들은 도시 전체, 농촌 전체를 다루면서, 왜 바람, 토양, 기후, 먹이, 가축의 수, 상이한 부(富)의 정도와 같은 요인들이 역병(疫病)의 진전을 가속화 내지 정지시키는지를 정확히 알아내려 애쓰고 있었다. 그들 모두는 파스퇴르의 소우주 속에서 자신들이 거시적 수준에서 헛되이 찾아 헤매고 있던 바로 그것을 보았다(혹은 보도록 인도되었다). 이제 번역은 이렇게 되었다. "만약 가축 유행병, 그리고 더 나아가 역병에 대해 이해하고 싶다면, 당신은 단 한 곳, 즉 파스퇴르 실험실로 가야하며, 당신 자신의 것을 대체할 단 하나의 과학, 즉 미생물학을 배워야 한다."

독자들이 보는 바와 같이, 나는 "내부"와 "외부", "미시"와 "거시", "작은 규모"와 "큰 규모" 같은 단어들을 많이 쓰고 있는데, 이는 이들간의 구분을 불안정하게 하는 실험실의 역할을 명확하게 하기 위함이다. 미생물과 가축, 농부와 그들이 키우는 가축, 수의사와 농부, 수의사와 생물과학간의 복잡한 관계가 변형된 것은 실험실에서의 실천을 통해서였다. 대규모 이해집단들은 일련의 실험실 연구들이 자신들에게 말을 걸었고, 자신들을 도왔고, 자신들과 관계를 맺었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프랑스의 위생과 수의학을 사로잡았던 폭넓은 우려들이 파스퇴르 실험실 내에서 해결될 거라고 입을 모아 얘기했다. 이것이 바로 내가 처음에 얘기했던 극적인 단락 지점이다. 모든 사람들이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자신들의 분야와 전혀 관련이 없었던 실험실에서의 실험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이러한 견인과 포착은 파스퇴르 실험실이 농장으로 나갔다가 농장으로부터 다시 실험실로 돌아온 이중의 움직임에 의해 이루어졌다. 실험실에서 새로운 재료인 순수한 미생물 배양균을 조작함으로써 참신한 노하우의 원천을 얻었던 것이다.
 

  3. 3단계 행동: 지렛대로 세상을 움직이다
 

그러나 이 단계에 이르러서도 실험실 내에 있던 것은 그곳에 머무르는 데 그칠 수 있었다. 대우주는 실험실의 소우주와 연결되었지만, 실험실은 벽으로 둘러싸인 실험실 공간을 넘어서지 못했고 "파스퇴르"는 여전히 몇몇 조력자들을 가진 한 명의 사람에 불과했다. 많은 사회집단들이 한 실험실에서 일어나고 있던 일에 대해 커다란 이해관계를 갖고 있었다손 치더라도, 만약 그것이 실험실 연구에서 그쳤다면 이해관계가 약해지고 흩어지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만약 파스퇴르가 실험실 내에 지나치게 오래 머무르면서, 탄저균을 이용하는 자신의 연구 프로그램을 예컨대 그의 제자 두클로(Emile Duclaux)처럼 생화학에서 새로운 발견을 하는 쪽으로 옮겨갔다면, 사람들은 "글쎄, 결국에는 재미있는 구경거리 이상은 아니었구먼!"이라고 말할 수도 있었다. '1881년은 파스퇴르가 최초의 인위적 예방접종을 발명한 해'라고 우리가 말하는 것은 시간이 지나고 나서 알게 된 사실일 뿐이다. 그런 식으로 말함으로써 우리는 파스퇴르가 그 일을 하기 위해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했다는 것, 즉 이번에는 실험실에서 농장으로, 미시규모에서 거시규모로 나아가야 했다는 것을 간과하게 된다. 모든 번역이 그렇듯, 의미를 왜곡시키면서도 그것을 완전히 배반하지는 않는 것은 가능한 일이고 이 경우에는 필요한 일이기도 했다.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파스퇴르의 손을 거치는 데 동의했던 집단들은, 바로 그 목적을 위해 파스퇴르를 통과해 지나가야만 했다. 그의 실험실에서 멈추어설 수는 없었던 것이다.

파스퇴르는 자신의 경력 초기부터, 이해집단들을 부추기고 그들의 이해관계가 파스퇴르 자신의 이해관계와 뗄 수 없는 것임을 그 성원들에게 설득하는 데 능했다. 그는 실험실에서의 특정한 실천을 공통으로 이용해 이러한 이해관계의 융합(Callon, 1981)을 이뤄내곤 했다. 탄저병의 경우에도 그는 같은 방식을 썼지만 이번에는 규모가 훨씬 더 컸다. 그는 이제 대규모 사회운동(수의학, 위생학, 이후에는 의학)의 대변자 노릇을 하는 집단들의 주목을 끌고 있는데다 당시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었던 문제를 다루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실험실에서의 예방접종에 성공하자마자 더 큰 규모의 야외 시험을 조직했다.

이러한 야외 실험은 농업 협회들의 후원으로 조직되었다. 그들이 주목하게 된 것은 파스퇴르의 이전 행동들 때문이었지만, 여기서의 번역("파스퇴르의 실험실을 통해 당신의 문제를 해결하라")은 파스퇴르의 문제뿐 아니라 그들의 문제까지도 해결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따라서 번역은 부분적으로 일종의 계약 ― "당신의 방법과 실천을 써서 우리 자신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면, 우리는 그 방법과 실천을 통해 우리의 모든 이해관계를 치환할 준비가 되어 있다" ― 처럼 이해될 수 있었으며, 그 반대급부가 파스퇴르로부터 기대되고 있었다. 이러한 새로운 번역(혹은 치환)을 협상해내기란 첫번째 번역만큼이나 어려웠다. 파스퇴르는 파리의 자기 실험실 안에 탄저병 백신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실험실에서의 실천을 어떻게 확장할 수 있을 것인가? 이 점에 관해서는 그간 인식론자들이 정교한 세부논의를 숱하게 늘어놓았지만, 실상 답은 간단하다. 이는 오직 실험실 그 자체의 확장을 통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파스퇴르는 농부들에게 백신 플라스크를 몇 개 내밀면서 "좋아요, 내 실험실에서는 이것이 잘 들으니까 이걸 가지고 가서 해보시오" 하는 식으로 말할 수는 없었다. 만약 그가 그렇게 했다면 그것은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예방접종은 특정한 조건 하에서만 성공할 수 있었다. 즉, 푸이 르포르(Pouilly le Fort) 마을에서 야외 시험을 위해 선택된 농장을 파스퇴르 실험실의 지침에 따라 몇몇 중요한 측면에서 변형시킴으로써 비로소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파스퇴르 실험실 사람들과 농업 협회들은 주사 대상은 몇 마리로 정할 것이며 누가 심판을 볼 것인지와 같은 실험의 조건을 놓고 힘든 협상을 벌였다. 이 협상은 파스퇴르가 처음 농장으로 가서 실험실 내에서 모방할 수 있는 몇 가지 질병 관련 요소를 추출하려 애썼던 처음의 협상과 대칭을 이루었다. 여기서의 문제는, 예방접종이 반복되어 성공할 수 있게끔 파스퇴르의 실험실을 충분히 확장하면서도, 농업 대표자들에게 실험실 과학의 외부 확장으로 여전히 받아들여질 수 있는 타협점을 찾는 것이었다. 만약 확장이 지나치면 예방접종은 실패할 것이고 파스퇴르는 실망한 농부들에 의해 실험실 안으로 다시 던져넣어질 것이었다. 반면 확장의 범위가 너무 좁아도 마찬가지의 일이 일어날 터였다. 즉, 파스퇴르는 다른 사람들의 외부 이용에 관심이 없는 실험실 과학자로 간주되고 말 것이었다.

푸이 르포르 야외 시험은 파스퇴르가 자신의 긴 경력을 통해 연출했던 모든 극적인 증명들 중에서도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당시의 주요 대중 언론들은 실험 결과가 파스퇴르의 예언대로 전개되는지 지켜보기 위해 세 차례에 걸쳐 몰려들었다. "연출"이라는 단어는 이 경우에 딱 들어맞는데, 왜냐하면 실상 그것은 파스퇴르의 실험실에서 사전에 많은 예행연습을 거친 대중 상연이었기 때문이다. 엄격히 말해 그것은 일종의 반복이었지만, 이번에는 이전에 매우 많은 관심을 투자했고 이제 그 보상을 기대하며 운집한 대중 앞에서 하는 반복이었다. 아무리 훌륭한 배우라고 해도 무대 공포증은 있기 마련이며, 심지어 모든 것에 대한 예행연습이 잘 이루어진 경우에도 그럴 수 있다. 이 경우에도 무대공포증은 실제로 있었다(Geison, 1974). 그러나 언론에게는 이것이 연기가 아니라 예언으로 보였다. 왜 이러한 믿음이 생겨났는지를 생각해 보면 우리는 실험실의 내부와 외부를 구분하는 것이 왜 그토록 잘못된 것인지 바로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만약 파스퇴르 실험실과 루이 르포르 농장을 하나는 내부 세계, 다른 하나는 외부 세계 하는 식으로 분리시킨다면, 당시에 모든 사람들이 보았던 것은 두말할 것 없이 기적이었을 것이다. 파스퇴르는 자기 실험실에 앉아 이렇게 말했다. "예방접종을 받은 가축들은 5월 말까지 모두 살아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은 모든 가축들은 5월 말 이전에 모두 죽을 것이다. 그리고 실험실 밖의 가축들은 죽거나 살아 있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기적이었다. 아폴로 신의 그것에도 비견할 만한 예언이었다. 그러나 만약 그 이전에 농부들의 관심을 포착하고, 수의학으로부터 배우고, 농장을 실험실의 외양으로 다시 변형시키는 실험실의 치환을 주의깊게 지켜보았다면, 그것은 여전히 흥미롭고 비상하게 영리하며 교묘하긴 하지만 기적은 아니었을 것이다. 나는 나중에 과학 활동에 대한 신비화된 설명들 대부분이 그와 같은 실험실의 치환을 간과한 소치라는 점을 보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출발했던 지점인 탄저병의 발생과 그것이 프랑스 농업에 미치는 영향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한 가지 단계가 더 필요하다. 처음에 내가 탄저병은 "치명적"인 질병이었다고 말한 것을 떠올려 보라. 내가 이렇게 말하면 내 인식론자 친구들은 높은 의자 위에 올라앉아 어떤 분석가도 "어떤 질병이 치명적"이라거나 "프랑스 농업"이라는 것이 존재한다고 말해서는 안되며 그것들은 사회적 구성물이라고 빽빽 소리를 질러댈 것이다. 맞다. 그것들은 분명 사회적 구성물이다. 이제 파스퇴르 집단이 이러한 구성물들을 자신과 프랑스 전체의 이익을 위해 어떻게 이용했는지 보도록 하자. 푸이 르포르는 투자자들 ― 신념의 투자에서 나중에는 자금의 투자까지 ― 에게 파스퇴르의 번역("만약 당신의 탄저병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면 나의 미생물학을 통과하라")이 공평한 계약이었음을 납득시키기 위해 연출된 실험이었다. 그러나 푸이 르포르 이후에는 다음과 같은 번역에 모든 이들이 확신을 갖게 되었다. "만약 당신의 가축들을 탄저병으로부터 구하고 싶다면, 파리 시 울름 구의 고등사범학교에 있는 파스퇴르 실험실에 백신 플라스크를 주문하라." 바꿔말해, 일련의 정해진 실험실에서의 실천 ― 소독, 청결, 보존, 주사 동작, 타이밍, 기록 ― 을 지키기만 한다면, 모든 프랑스 농장에 파스퇴르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실험실 생산물을 확장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한 명의 실험실 과학자에 의한 이해관계 포착이었던 것이 이제는 프랑스 전역에 실험실 생산물을 확산시키는 상업적 회로 비슷한 네트워크 ― 파스퇴르가 백신을 공짜로 제공하지는 않았으니까 ― 를 통해 확장되고 있었다.

그러나 여기서의 "프랑스 전역"이 사회적 구성물이란 말인가? 바로 그렇다. 그것은 통계를 수집하는 기구들에 의해 만들어진 구성물이었다. 통계학은 19세기 들어 주요 과학분야 중 하나가 되었으며, "파스퇴르"(이제는 더 수가 많아진 파스퇴르주의자들 모두를 가리키게 된 이름)는 이를 백신의 확산 양상을 살펴보고 여전히 망설이고 있는 대중에게 백신의 효능에 대한, 참신하고 더 큰 규모로 연출된 증명을 제공하는 데 이용했다. 중앙집중화된 관료제에 의해 지리적으로 표시된 프랑스 전역에 대해, 이 중 백신이 보급된 지역에서의 탄저병 감소를 훌륭하게 만들어진 지도와 도표를 써서 기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파스퇴르 실험실에서의 실험과 마찬가지로, 농업 기구의 사무실 안에 있는 통계학자들은 도표상에서 탄저병의 감소를 의미(한다고 그들이 얘기)하는 하강 곡선을 읽어낼 수 있었다. 몇 년 안가, 파스퇴르 실험실에서 생산한 백신을 모든 농장으로 보낸 일은 통계상에 탄저병이 감소한 원인으로 기록되었다. 이러한 통계 기구들이 없었다면 백신이 어떤 소용이 있었는지를 말하는 것은 물론 완전히 불가능했을 것이고, 애초에 질병의 존재를 감지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로 불가능했을 것이다. 우리는 이제 애초에 출발했던 지점에 도달했다. 즉, 프랑스 사회는 몇몇 실험실들의 치환을 통해 몇 가지 중요한 측면에 있어 변형을 겪었다.
 

II. 실험실 위치설정의 위상기하학
 

나는 이 논문에서 하나의 사례만 제시했지만 파스퇴르의 경력을 살펴보면 이와 같은 예들이 많으며, 독자들 역시 이러한 예들을 더 많이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왜 우리가 이처럼 많은 사례들을 두고서도 그것을 인식하지 못하는지에 대한 이유는 우리가 과학을 다루는 방식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는 미시규모와 거시규모, 내부와 외부간의 경계를 존중하는 분석 모형을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과학은 바로 이 경계를 존중하지 않게끔 만들어졌다. 우리 모두는 실험실을 보고 있지만 그것의 구성은 무시하는데, 이는 온갖 장소에서 기어다니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서도 그 아이들을 낳은 원인인 성행위에 대한 상상은 억압했던 빅토리아 시대 사람들과 무척이나 비슷하다. 사회과학자들을 포함한 우리 모두는 과학의 문제에 있어 지나치게 고상한 척하며 점잔을 빼고 있다. 이 논문의 세번째 파트에서 실험실에 관한 약간의 일반적 결론을 이끌어내기에 앞서, 이 파트에서는 우리를 좀 덜 고상하게 만들어주고 우리가 어쩔 수 없이 갖게 되는 모든 정보들로부터 우리를 자유롭게 하는 데 일조할 몇 가지 개념들을 제안해 보도록 하겠다.
 

  1. 내부/외부 이분법의 해체
 

위에서 제시한 간략한 개요만 보더라도, 내가 고른 사례는 내부와 외부라는 범주들이 실험실의 위치설정에 의해 적어도 완전히 뒤흔들리고 파편화된다는 점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어떤 단어를 써야 여기서 일어난 일 ― 내부/외부 이분법의 붕괴로 이어지는 이러한 역전을 포함해서 ― 을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될까? 나는 여러 차례에 걸쳐 "번역" 혹은 "옮김", "치환" 혹은 "은유" 같은 단어들을 써 왔는데, 이 단어들은 라틴어, 그리스어, 영어에서 모두 같은 것을 가리키고 있다(Serres, 1974; Callon, 1975). 지금까지의 논의 전체를 통틀어 한 가지는 분명하다. 생각해볼 수 있는 모든 행위자들이 어느 정도씩은 다들 치환되었다는 것이다(Armatte, 1981). 이제 파스퇴르 실험실은 이전에 아무 연관도 없었던 농업적 이해관계의 중심에 놓이게 되었다. 농장에서는 파리에서 온 한 가지 요소, 즉 백신 플라스크가 추가되었다. 수의사들은 "파스퇴르의" 과학과 백신 플라스크를 장려함으로써 자신들의 지위를 수정했다. 그들은 이제 갖고 다니는 검은 가방 속에 또하나의 무기를 보유하게 되었다. 그리고 양과 소들은 이제 치명적인 죽음으로부터 해방되어, 농부들에게 더 많은 우유와 양모를 줄 수 있게 되었고 더 큰 이익을 얻으면서 도살할 수 있게 되었다. 맥닐의 용어를 빌자면(McNeil, 1976), 미시기생물(microparasites)의 치환은 거시기생물(macroparasites) ― 여기서는 농부 ― 이 건강해진 가축들을 살찌움으로써 더 큰 이익을 볼 수 있게 해 주었다. 마찬가지로 세금 징수원, 수의사, 행정관, 지주로 이어지는 거시기생적 연쇄는 부유해진 농부들을 살찌움으로써 번성할 수 있었다(Serres, 1980). 마지막 한 가지 요소인 탄저균은 다른 곳으로 밀려나게 되었다. 수의사가 가는 곳마다 이 작은 기생물은 자리를 떠야만 했다. 이러한 일련의 치환 속에서, 실험실이 있는 곳은 어디이고 사회가 있는 곳은 어디인지를 얘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사실 치환을 다루고 있을 때에는 "어디에?"라는 질문 자체가 적절치 않다. 미생물과 농부들의 이해관계를 끌고다니면서 파리의 실험실에서 어떤 농장으로, 그리고 다시 파리로 옮기고, 이어 확장된 반복이 연출된 푸이 르포르로 옮기고, 여기서 통계와 관료제를 통해 농업 체계 전체로 옮긴 것이 바로 그 치환이고 보면 말이다. 그러나 그러한 행동 이후에 농장의 상황이 예전과 달라졌다는 점은 분명하다. 역동적 과정 속에서 하나의 계기인 실험실이라는 받침점을 통해 농장 체계가 치환된 것이다. 농장은 이제 일년에 한 번씩 하는 정해진 동작을 포함하게 되었는데, 그 중 일부는 예전에 실험실에서의 실천이었고 그때까지도 여전히 실험실의 산물이었다. "사회 전체"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변화했고 공통의 용어를 쓰게 되었다. 이것이 바로 내가 아르키메데스의 유명한 경구를 패러디한 "나에게 실험실을 달라, 그러면 내가 세상을 들어올리리라"를 이 논문의 제목으로 쓴 이유이다. 다른 무언가를 움직이기 위한 지렛대의 은유는 과학과 사회를 가르는 어떤 이분법보다도 관찰사례에 더 잘 부합한다. 바꿔 말하자면, 파스퇴르 실험실 안에서 미생물학을 강화시킨 힘이나 실험실 바깥에서 푸이 르포르 실험을 연출하고 프랑스 농업을 변화시킨 힘이나 다 같은 일련의 힘들이라는 얘기다. 왜 실험실이라는 계기가 모든 다른 행위자들의 상태를 변화시킬 힘을 얻는가 하는 점은 나중에 다시 다루겠다.

내부/외부 구분이 적절치 못한 이유는 또 있다. 이 사례에서 보면 실험실은 외부에서만 일어나는 것처럼 보이던 사건을 실험실 내에서 복제하고(첫번째 행동), 이어 실험실 내에서만 일어나는 것처럼 보이던 것을 외부의 모든 농장으로 확장하는 바로 그 일을 하기 위해 자기 위치를 설정했다. 마치 위상기하학의 정리에서처럼 내부 세계와 외부 세계는 매우 손쉽게 서로 역전될 수 있다. 물론 외부, 내부, 다시 외부로 이어지는 3자간의 관계가 동일한 것은 결코 아니다. 거시적 가축 유행병에서 단지 몇 개의 요소들만이 실험실에서 포착되었고, 실험 동물에 대한 통제된 가축 유행병만이 실험실에서 만들어질 수 있었으며, 특정한 주사 동작과 백신 주사제만이 실험실에서 추출되어 농장으로 확산되었을 뿐이었다. 치환과 규모 변화의 연속으로 이루어진 이러한 은유적 이동이 모든 혁신의 원천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Black, 1961). 여기서 우리의 목적을 위해서는, 한 위치에서 다음 위치로 옮겨가는 번역 하나하나가 포착된 행위자들에 의해 충실한 번역으로 간주되었고 배신이나 왜곡이나 불합리한 어떤 것으로 여겨지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예컨대 시험접시 속의 질병은 그것이 농장의 상황과 아무리 거리가 있었다고 해도 충실한 번역, 나아가 탄저병에 대한 유일무이한 해석으로 간주되었다. 파스퇴르 실험실에서 미생물들이 겪은 시험과 파리 같은 대도시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겪은 역병의 변이가 동등한 것이라고 위생학자들이 생각했을 때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러한 두 가지 환경이 진정으로 동등한 것인지를 따져 보는 것은 헛된 일이다(물론 그 둘은 동등하지 않다. 파리가 시험접시는 아니지 않은가). 중요한 것은 파스퇴르가 미시규모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이차적인 거시규모의 문제도 해결될 거라고 주장했던 사람들이 이 둘을 동등한 것으로 간주했다는 점이다. 동등하지 않은 상황들의 동등성에 관한 협상은 과학의 확산에 항상 수반되는 특징을 잘 나타내고 있으며, 대부분의 경우 왜 그토록 많은 실험실들이 해결되어야 하는 어려운 협상에 매번 말려드는지를 설명해 준다.

백신이 효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저 바깥의 진짜 세상"으로 확산되어야 한다고 사람들은 말하곤 한다. 이 말은 내부/외부의 이분법이 왜 불합리한지, 그리고 거시적 쟁점을 이해하는 데 과학의 미시연구가 왜 유용한지를 가장 잘 보여준다. 과학기술을 설명할 때 나타나는 어려움의 대부분은 혁신이 실험실 내에 있을 때와 이런 혁신의 유효성을 입증 내지 부인하기 위해 새로운 일련의 조건 하에서 시험되는 때가 서로 명확히 구분된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그간 인식론자들을 그토록 매혹시켜 온 "사물과 지식의 조응(adequatio rei et intellectus)"이었다. 그러나 이 논문의 사례가 보여주듯, 진실은 더 평범하고 덜 신비스러운 곳에 있다.

먼저, 백신이 푸이 르포르에서, 나중에는 다른 곳에서도 성공했던 것은 그러한 모든 장소들에서 동일한 실험실 조건이 사전에 확장되었기 때문이었다. 과학적 사실들은 마치 기차와도 같아서 레일을 벗어나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레일을 연장하고 이를 서로 연결할 수는 있지만, 기관차를 레일도 없는 벌판 한가운데로 몰고갈 수는 없다. 이 점에 대한 가장 확실한 증명은 탄저병 백신의 확장 방법이 변화를 겪을 때마다 백신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그 때문에 파스퇴르가 치열한 논쟁에 휘말렸다는 사실이다. 이탈리아인들과의 논쟁이 그러한 한 예이다(Geison, 1974). 이에 대한 파스퇴르의 답변은 언제나 한결같았는데, 자기 실험실의 지침에 따라 모든 것이 갖추어져 있는지를 점검하고 확인해 보라는 것이었다. 동일한 것이 반복될 수 있다는 사실은 내게는 전혀 기적처럼 보이지 않지만, 실험실에서의 실천이 확장되지 않고서도 사실이 실험실 밖으로 빠져나올 수 있다고 상상하는 사람들 모두에게는 그렇게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실험실에 왜 바깥이 없는지에 대한 이유는 이것뿐만이 아니다. 사건의 발단이 된 탄저병의 존재 그 자체, 그리고 사건 막판에 등장하는 백신의 효능 그 자체는 모든 이들이 볼 수 있도록 이미 주어져 있던 "외부의" 사실이 아니었다. 그것은 두 가지 경우 모두, 이전부터 존재하고 있던 통계 기구들에 힘입은 결과였다. 통계 기구들은 도구(여기서는 통계학)를 설치하고,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도록 프랑스의 행정기구 전체를 가로질러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관리들에게 "치명적"인 "질병"과 "효과적"인 "백신"이 있다는 점을 납득시켰다. 우리는 외부 세계에 대해 얘기할 때 대체로 이전의 과학 ― 우리가 여기서 연구하고 있는 과학과 동일한 원리에 의해 형성된 ― 이 이미 확장되어 있다는 것을 그냥 당연하게 여긴다. 이는 왜 실험실 연구가 결국에 가서 거시적 문제들을 이해하는 열쇠가 되는지에 대한 이유가 되는데, 이 점은 논문의 말미에서 밝히도록 하겠다.
 

  2. 규모의 차이 파괴
 

위에서 쓴 것처럼 내부/외부의 이분법이 성립하지 않는다면, 규모의 차이에 대해서는 어떤 얘기를 할 수 있을까?(규모의 차이는 과학사회학에서의 많은 논쟁의 근원에 위치한 문제라는 점을 여기서 독자에게 미리 환기시켜 둔다. 규모의 차이에 대한 이러한 믿음은 미시연구가 핵심적인 지점을 놓치고 있다고 비판받는 이유가 되고 있다.) 내가 위에서 약술한 파스퇴르의 사례를 보면, 한편에 사회적 맥락, 다른 한편에 과학, 실험실, 혹은 개별 과학자가 있는 그런 상황은 찾아볼 수 없다. 사회적 힘들로부터 격리된 실험실에 영향을 주거나 영향을 주지 않거나 하는 그런 맥락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대다수의 사회학자들 사이에 지배적인 이와 같은 관점이야말로 더 이상 유지불가능한 관점이다. 물론 가이슨과 같은 많은 훌륭한 학자들은 파스퇴르가 카톨릭 신자이고 보수파이며 화학자이고 보나파르트주의자였다는 사실이 왜 중요했는지를 보여줄 수 있었다(Farley and Geison, 1979). 그러나 이런 종류의 분석들은 제아무리 면밀하게 이루어졌고 흥미로운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해도 중요한 논점을 완전히 놓치고 만다. 그것은 파스퇴르가 바로 그의 과학 활동을 통해서, 그의 실험실의 깊이를 통해서 당시의 사회를 적극적으로 변화시켰으며, 당시의 가장 중요한 행위자들 중 일부를 치환함으로써 직접적으로 ― 간접적이 아니라 ― 그렇게 했다는 것이다.

여기서도 파스퇴르는 모범이 될 만한 사례이다. 그는 정치인으로서는 완벽하게 실패했고, 상원의원으로 출마한 수 차례의 선거에서 몇 안되는 표를 얻는 데 그쳤다. 그러나 그는 카르노 및 공화국 그 자체와 더불어 프랑스의 마을과 도시들에서 그의 이름을 딴 거리를 가장 많이 갖고 있는 인물이다. 이는 파스퇴르 연구를 위한 멋진 상징이기도 하다. 만약 파스퇴르가 정치를 "정치적으로 흥정"했던 사례를 찾는다면 물론 찾을 수는 있겠지만, 그것이 서투르고 실망스러우며 그의 과학 연구의 중요성에 결코 미치지 못하는 것이었음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찾아낸 사실이 형편없는 것을 보면서 독자들은 "파스퇴르에게는 그의 과학적 성취 속에 사회적, 정치적 설명을 벗어난 다른 뭔가가 있어"라고 말하게 될 것이다. 이런 상투적 문구를 입에 올린 사람들은 분명히 옳다. 서투른 비판적 설명은 언제나 과학을 감싸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는 급진적인 과학자들이 과학에 반대하는 글을 더 많이 쓰면 쓸수록 과학이 더욱 신비화되고 보호받는 이유를 설명해 준다.

사회에 영향을 미친 인물로서의 파스퇴르를 연구함에 있어, 정치적 동기나 단기적인 금전적 혹은 상징적 이윤이나 장기적인 국수주의적 동기 같은 것을 찾을 필요는 없다. 무의식적인 이데올로기나 부정한 동기들(어떤 신비스런 이유 때문에 분석가의 눈에만 분명히 보이는 동기)을 찾는 것도 헛된 일이다. 추문을 폭로할 것도 없다. 단지 그가 과학자로서 실험실에서 무엇을 했는지만 눈여겨보면 된다. 내가 했던 긴 연구(Latour, 1988)를 딱 한마디로 줄이자면, 파스퇴르는 당시 프랑스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힘들에 하나의 새로운 힘인 미생물 ― 이에 대해서는 파스퇴르 자신이 믿을 만한 유일한 대변인이었던 ― 을 보태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제 3의 인물(tertium quid)" 없이는 경제적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왜냐하면 미생물은 비록 알려져 있지는 않았지만 맥주 맛을 쓰게 하고 포도주를 망쳐놓으며 초산균을 없애버리고 상품과 함께 콜레라를 들여오며 인도로 보낸 하인을 죽게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이 없이는 위생학자들의 사회운동을 형성할 수도 없었는데, 판자촌에 밀집해 있는 빈민들을 위해 아무리 좋은 일을 하더라도 이러한 보이지 않는 작인(作因)을 통제하지 못하면 그들은 여전히 죽어갈 것이기 때문이었다. 아이를 디프테리아로 죽게 하거나 고객을 매독 때문에 정신병원으로 보내게끔 하는 작인을 무시하고서는 심지어 어머니와 아들 사이, 연인과 그 정부 사이의 순수한 관계도 가능하지 않았다. 이 모든 관계들이 있는 곳, 즉 미생물의 개입을 볼 수 있는 어느 곳에서나 실험실 ― 보이지 않던 작인이 보이게 되는 유일한 장소 ― 을 갖춘 일군의 사람들이 쉽게 자리잡을 거라는 점을 이해하기 위해 추문을 폭로하거나 뒤틀린 이데올로기를 찾아헤맬 필요는 없다. 일단 미생물이 모든 사회 관계에서의 핵심 행위자로 밝혀지고 나면, 그것을 위해, 또 그것을 보여주고 제거할 수 있는 사람들을 위해 자리를 만들어야만 한다. 미생물을 제거하기를 원하면 원할수록 파스퇴르주의자들에게 더 많은 자리를 부여해야 하는 것이다. 이는 허위의식도 아니고, 편향된 세계관을 찾는 것도 아니다. 이는 단지 파스퇴르주의자들이 실제로 했던 일이며, 당시의 모든 다른 행위자들이 그것을 어떻게 바라보았는가 하는 것이다.

과학사회학의 태생적 약점은 참신한 정치의 원천 ― 아직 그렇게 인식되지 못하고 있지만 ― 이 나타나고 있는 유일한 장소들 중 하나인 실험실에서, 명백하게 진술된 정치적 동기와 이해관계를 찾으려 든다는 것이다. 여기서의 정치가 만약 선거와 법을 의미하는 거라면, 내가 이미 말한 바와 같이 파스퇴르는 자신의 과학에서 약간의 주변적 측면들을 제외한다면 정치적 이해관계에 의해 이끌리지 않았다. 그 결과 그의 과학은 조사로부터 보호받고 과학의 신화는 그대로 유지된다. 반면, 정치가 만약 사회를 빚어내는 힘들에 대해 유일하게 믿을 만하고 정당한 권위를 가진 대변인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면, 파스퇴르는 완전히 정치적인 인물이 된다. 강조컨대, 파스퇴르는 역사상 가장 놀라울 정도로 참신한 권력의 원천을 부여받은 인물이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위험한 힘, 어느 곳이나 공격할 수 있고 사회의 현재 상태를 엉망으로 만들어버릴 수 있는 그런 힘의 무리를 대표한다는 걸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었겠는가? 더구나 그는 정의상 그 힘에 대해 믿을 만한 유일한 해석자이자 그 힘을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었다. 파스퇴르 실험실이 세워진 곳 어디서나 그것은 그간 맥주와 식초를 빚고, 수술을 하고, 아이를 낳고, 소젖을 짜고, 군대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등의 노력을 허사로 만들어온 위험한 행위자를 죽일 수 있는 유일한 기구였다. 만약 미생물학은 "19세기의 사회적 맥락에 영향을 미쳤다"거나 "그로부터 영향을 받았다"는 정도의 얘기를 하는 데 그친다면, 그것은 약한 사회학적 기획이 되어버릴 것이다. 미생물학 실험실은 바로 사회적 맥락의 조성 그 자체가 탈바꿈하는 몇 안되는 장소들 중 하나이다. 미생물과 미생물 관찰자들을 다름아닌 사회의 기본 구조 속에 포괄하도록 사회를 변형시키는 것은 결코 작은 시도가 아니다. 만약 이 말에 확신이 서지 않는다면, 당시 사회주의 정치인들이 벌인 돌발 행동과 이를 비교해 보라. 사회주의 정치인들은 새롭고, 위험하고, 규율잡혀 있지 않고, 혼란을 야기하는 힘을 가진 또다른 무리, 즉 노동 대중의 편에 서서 발언하고 있었고, 사회에는 그들을 위한 자리도 만들어져야 했다. 이 두 개의 권력은 그 핵심적 특징에서 비견될 만한데, 그들은 모두 사회를 변화시킬 참신한 권력의 원천이었고 당시의 사회 상태에 의해 설명될 수 없었다. 두 개의 권력은 당시에 서로 뒤섞이기도 했지만(Rosenkranz, 1972), 정치적 측면에서 보았을 때 그 영향이 더 멀리, 깊이, 되돌릴 수 없이 미쳤던 것은 파스퇴르 실험실이었다. 왜냐하면 파스퇴르 실험실은 명시적인 정치권력으로 분명히 간주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일상의 세부 측면들(침뱉기, 우유 데우기, 손씻기)뿐 아니라 거시규모(하수체계의 재건, 식민지 건설, 병원 재건축)에까지 개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회의 조성 그 자체에서 나타나는 이러한 변형은 규모의 구분이나 수준의 구분을 통해서는 결코 정의될 수 없다. 역사가도 사회학자도 프랑스 사회라는 거시적 수준과 미생물학 실험실이라는 미시적 수준을 구분할 수는 없는데, 그 이유는 후자가 전자를 재정의하고 치환하는 데 일조하기 때문이다. 나는 앞에서 실험실의 위치설정이 필연적인 것은 결코 아님을 강조한 바 있다. 파스퇴르는 미생물에 관한 자신의 연구를 많은 고객들의 이해관계와 연결시키는 데 실패했을 수도 있었다. 만약 그가 실패했다면, 나는 수준의 구분이 성립한다는 데 동의했을 것이다. 즉, 프랑스의 농업적, 의료적, 사회적, 정치적 이해관계와 고등사범학교에 있는 무관심한 과학자의 격리된 실험실은 별개로 존재했을 것이다. 클로드 베르나르가 바로 그런 실험실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파스퇴르의 전략은 결코 이런 것이 아니었고 나중에 더 큰 규모로 세워진 파스퇴르 연구소의 경우에는 더더욱 아니었다. 이 연구소는 관심을 가진 모든 상업적, 식민통치적, 의료적 이해관계들이 자신의 욕망을 증진하기 위해 필요한 기법, 동작, 상품, 진단용 키트 등을 얻기 위해 그 실험실을 반드시 통과하지 않으면 안되도록 항상 자리를 잡고 있었다. 실험실은 모든 곳에 세워졌다. 실험실 덕택에 가능해졌다고 할 수 있는 1차대전기 최전선의 참호 속, 식민주의자들이 열대 지방에 도착했을 때 백인 식민주의자들과 그 군대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일, 반원형의 계단식 강의실로부터 실험실로 탈바꿈한 수술 병실(Salomon-Bayet, 1982), 많은 공중보건 서비스에서의 식료품 공장, 일반의가 진료하는 작은 사무실, 그리고 농장 한가운데 등등. 우리에게 실험실을 달라, 그러면 우리는 감염 없는 세계대전을 가능케 할 것이고, 열대 국가들에 대한 식민화의 길을 열 것이고, 프랑스 군대가 건강을 유지할 수 있게 할 것이고, 프랑스 국민의 수와 힘을 증가시킬 것이고, 새로운 산업을 창출할 것이다. 소경에 귀머거리인 분석가라고 하더라도 이러한 주장들이 "사회적" 행위라는 사실은 한번에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실험실을 사회와 정치가 갱신되고 변형되는 장소로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III. 어떻게 가장 약한 곳이 가장 강한 곳으로 바뀌는가
 

나는 첫번째 파트에서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한 가지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이제 그 연장선상에서 좀더 일반적인 문제로 넘어가 보도록 하자. 실험실에서의 실천 문제, 그리고 미시연구가 과학기술과 사회(STS)라는 분야에서 제기한 "대규모" 문제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가의 문제가 그것이다. 내가 두번째 파트에서 했던 주장을 요약하면 이렇게 말할 수 있겠다. 만약 과학사회학이 "사회적 맥락"을 한쪽으로, 실험실 혹은 "과학적 수준"을 다른 한쪽으로 놓고 이 둘 사이에 수준 내지 규모의 차이가 존재함을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면, 또 과학사회학이 실험실 내에서 행해지고 있는 일의 바로 그 내용을 연구하지 못한다면, 과학사회학은 처음부터 절름발이가 되어버린다는 것이다. 그와는 정반대로, 나는 실험실이 규모의 차이가 적절치 않게 되고, 실험실 내에서 행해진 시험의 바로 그 내용이 사회의 조성을 바꿀 수 있는 몇 안되는 장소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실험실에서의 실천에 대한 이러한 위치설정을 이해함에 있어 가장 어려운 문제는 왜 다름아닌 실험실에서만 새로운 힘의 원천이 생성되는가를 정확히 규명하는 것이다. 지렛대의 은유를 다시 빌어 질문을 바꿔 보면, 실험실은 왜 연약한 지푸라기가 아니라 튼튼한 지렛대인가? 이 문제에 답하려면 과학에 대한 미시연구를 통해 무엇이 성취되었는지를 이해하는 문제로 돌아가야 한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실험실 연구가 쏟아져나오기 전에도 많은 답변들이 인식론자들에 의해 제시되었다. 여기서는 말하기를, 과학자들은 특별한 방법, 특별한 심성, 혹은 ― 좀더 문화중심적인 형태의 인종주의에서는 ― 모종의 특별한 문화를 가져서 그렇다고들 했다. 그러한 힘의 원천은 주로 인식적 성격을 가진 어떤 "특별한" 것에 있다고 항상 설명되었다. 그러나 일단 사회학자가 실험실에 발을 들여놓고 과학의 힘에 관한 이 모든 이론들을 점검하기 시작하자, 그것은 갑자기 증발해 버렸다. 그곳에서 일어나는 일에는 특별한 것도, 비상한 것도, 인식적 성격을 가진 것도 전혀 없었다. 인식론자들은 대상을 잘못 선택해 왔다. 그들은 정신적 성향을 찾았고 국소적인 물질적 환경, 즉 실험실은 무시했던 것이다. 이는 대부분의 이른바 머튼 사회학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어떤 특별한 사회학적 관계들로도 과학의 힘에 대해 설명해낼 수 없었다. "보이지 않는 대학"이니 "전(前)자본주의적 채무 인식"이니 하는 "규범들"은 점차 희미해져, "반증"이나 "천사들의 성별"과 같이 영면에 들어야 마땅한 개념들이 잠들어 있는 천국과 지옥 사이의 중간지대(limbo)로 들어가 버렸다. 처음에 사회학자들은 인식론자들과 똑같은 실수를 범했다. 그들은 가장 뚜렷하고 인상적인 장소인 물질적 환경만을 빼놓은 모든 곳에서 특별한 뭔가를 찾았다. 많은 분석가들에 비하면 오히려 과학자들 자신이 자신들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를 더 잘 알고 있었다. 예를 들어 파스퇴르는 대다수 사람들보다 더 나은 사회학자이자 인식론자였고, 과학자들이 사회에 대해 갖는 힘의 원인으로 실험실을 간단히 지목한 일종의 과학사회학 논문을 쓰기도 했다(Pasteur, 1871).

실험실 연구는 그간 성공을 거두어 왔지만, 지금까지는 과학을 둘러싼 이전의 믿음들을 약화시켰다는 부정적인 의미에서만 그러했다. 즉, 실험실에서의 실천의 인식적, 사회적 측면에서는 특별한 일이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크노르-세티나는 그간의 실험실 연구를 잘 리뷰한 글을 썼는데, 거기에 더 보탤 얘기는 별로 없다. 대체 실험실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길래 그것이 그토록 대체불가능한 정치적 힘 ― 인식적 혹은 사회적 특이성에 의해 설명되지 않는 그런 힘 ― 의 원천이 되는지를 이제 설명해야 한다는 것만 빼면 말이다.

몇 안되는 사람들이 그런 힘을 얻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은 어떻게 특정 장소와 다수 대중의 삶 속으로 들어갈 수 있었을까? 예를 들어 파스퇴르와 그 조력자들은 프랑스 전역을 다니면서 모든 농장, 농부, 가축, 지역적 특이성에 관한 세세한 지식을 수집하는 식으로 탄저병 문제에 맞서 싸울 수는 없었다. 그들이 유능하고 훌륭한 일꾼이었던 유일한 장소는 자신들의 실험실이었다. 그 바깥에서 그들은 농사일에서는 농부만 못했고, 수의학에서는 수의사보다 떨어졌다. 그러나 그들은 실험실 내에서 시험과 도구를 설정하는 데 전문가였고, 이를 통해 그들이 미생물이라고 불렀던 보이지 않는 행위자들은 자신의 행동과 발달을 드러내어 꼬마아이라도 이를 볼 수 있게 되었다.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게 되었고, "사물"은 마치 텍스트처럼 파스퇴르와 그 조력자들이 읽을 수 있는 씌어진 흔적이 되었다. 그들의 경우, 이러한 전문성은 완전한 규모 변화에 의해 이미 얻어져 있었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미생물은 다른 경쟁자들로부터 분리되어 배양되지 않는 이상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것은 적절히 선택된 배양기에서 방해받지 않고 성장하게 되면서부터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고 시험접시 위의 작은 점으로 수를 셀 수 있을 정도로 커졌다. 설사 미생물이 뭔지 모른다고 해도 흰색 표면에 있는 테두리가 분명한 점들을 세는 것은 쉬운 일이다. 이제 문제는 이런 전문성을 보건 분야와 연결시키는 것이었다. 나는 앞에서 실험실을 치환한 3갈래의 운동이 그에 대한 해결책이었음을 보여주었다. 결과는 명백했다. 이러한 행동들에 의해 가축 유행병은 실험실 내에서 일어났고 외부의 거시적 문제와 연관된 것으로 간주되었다. 다시한번 문제의 규모는 역전되었고, 이번에는 "거시"가 파스퇴르 실험실 사람들에 의해 지배될 수 있을 정도로 축소되었다. 파스퇴르 실험실 사람들이 보건 분야에 대한 기입 장치(inscription devices)를 설정하는 전문성을 얻을 수 있도록 해주었던 이러한 치환과 전도(轉倒)가 있기 전에는, 어느 누구도 역병의 경과에 통달할 수 없었다. 이러한 "통달"은 각각의 사건들 ― 주사, 역병의 발생, 백신 접종, 죽은 개체와 살아있는 개체의 수 파악, 타이밍, 장소 ― 을 몇 명의 사람들이 완전히 읽을 수 있게 되었음을 의미했다. 그들은 이 점에 대해 자기들끼리 동의할 수 있었는데, 그 이유는 그들이 간단한 도표나 곡선에 대해 내릴 수 있는 지각 판단 하나하나가 그리 어렵지 않은 것이었기 때문이다.

실험실에서 얻어진 힘은 신비스러운 것이 아니다. 몇 명의 사람들은 역병보다 훨씬 약하지만, 만약 그들이 두 행위자들의 규모를 변화시키고 ― 미생물은 크게, 가축 유행병은 작게 ― 이 단계들 각각을 읽을 수 있게 해주는 기입 장치를 통해 다른 사람들이 사건을 지배하게 된다면, 그들은 더 강해질 수 있다. 규모의 변화는 얻을 수 있는 기입의 수에 있어 급격한 증가를 가져왔다. 프랑스 전체 규모에서 탄저병의 유행에 관해 데이터를 얻는 것은 느리고 힘들며 불확실한 과정이었다. 그러나 1년도 안되어 파스퇴르는 탄저병의 발생을 모방해 그 수를 늘릴 수 있게 되었다. 그 결과 그가 수의사들보다 더 강해진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수의사들이 가진 통계치 하나하나에 대해 파스퇴르는 10개의 데이터를 만들어낼 수 있었으니 말이다. 파스퇴르 이전에는 수의사들의 진술이 그들의 것만큼이나 그럴싸한 다른 진술들에 의해 방해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파스퇴르가 전례없이 많은 수치들을 가지고 실험실 밖으로 나왔을 때에는 그에 대해 심각한 공격을 가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파스퇴르는 규모의 변화라는 간단한 행동을 통해 힘을 얻었던 것이다. 따라서 탄저병에 대한 논의에서 파스퇴르는 가축 유행병과 미생물이라는 두 가지 힘의 원천을 갖고 있었다. 그의 반대자들과 선배들은 "대규모"로 "바깥에서" 연구를 해야 했고, 보이지 않는 작인에 의해 예고없이 계속 허를 찔려 그들의 통계는 무작위적인 것처럼 보였다. 반면 파스퇴르는 우리가 이미 본 바와 같이 실험실을 만들어 이를 농장 안에 집어넣음으로써 미생물(그가 크게 만든)과 가축 유행병(그가 작게 만든)을 지배했고, 실험실을 떠나지 않으면서도 적은 비용으로 실험의 수를 늘렸다. 이러한 힘의 집중은 그를 경쟁자들보다 훨씬 더 강하게 만들어 주었고, 경쟁자들은 반대주장을 할 엄두도 내지 못하게 되었다. 반론이 나온 몇몇 예외적인 사례들이 있긴 했지만, 이는 코흐처럼 그들 역시 실험실을 갖고 있었던 경우였다.

왜 사람들이 실상은 평범한 장소인 실험실에 그토록 많은 돈을 지출하는지 그 이유를 알고 싶다면 이 장소가 힘의 위계를 역전시키는 멋진 기술적 장치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실험실의 치환과 대상의 치환을 포함하는 일련의 치환들을 통해, 사람들이 말하고자 하는 대상의 규모는 그에 도달하기에 가능한 한 가장 좋은 규모 ― 평평한 표면 위에 간단한 모양과 문자로 씌어진 기입 ― 로 변화하게 된다. 그러고 나면 사람들이 말하고자 하는 모든 대상이 눈에 보일 뿐 아니라 읽을 수 있게 되고, 이를 통해 대상을 지배하는 몇몇 사람들에 의해 지적될 수 있게 된다. 이는 지구를 움직이고 가장 약한 곳을 가장 강하게 만드는 것에 관한 아르키메데스의 논점만큼이나 간단하고 충분하다. 이것이 진정 간단한 이유는, 간단한 행동을 하는 것이 바로 이 장치가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축적된 지식"이라고 말할 때 존경을 담아 얘기하지만, 이를 가속화시키는 것은 규모의 변화에 의해 가능하며 이는 다시 시행착오의 수를 늘리는 것을 가능케 한다. 실험실에서 확실성이 증가하는 이유는 그 속에 있는 사람들이 더 정직하고, 더 엄격하며, 더 "반증주의적"이어서가 아니다. 사람들은 단지 실험실 내에서 자신이 원하는 만큼 많은 실수를 할 수 있을(혹은 규모의 변화에 통달하지 못한 "외부의" 사람들보다 더 많은 실수를 할 수 있을) 따름이다. 그러면 각각의 실수들은 보관되고, 저장되고, 기록되고, 다시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만들어지는데, 이는 어느 분야나 주제에서건 마찬가지이다. 만약 아주 많은 시험들이 기록되어 그것에 대한 기입들의 총합을 만들 수 있다면, 그리고 이를 통해 자신이 방어하는 것만큼 그럴싸한 진술을 경쟁자가 제기할 가능성이 줄어든다면, 그 총합은 항상 좀더 확실해진다. 그것이면 충분하다. 일련의 실수들을 종합할 수 있는 사람은 그보다 더 적은 실수밖에 못해본 사람보다 더 강한 것이다.

이처럼 실수의 수를 늘림으로써 힘을 얻는 기술적 장치로 실험실을 바라보는 것은 정치인과 과학자의 차이에서 명백하게 드러난다. 그들간의 차이는 인식적 기반이나 사회적 기반에서 설명되는 것이 보통이다. 정치인은 탐욕스럽고, 자기 이해관계로 가득차 있으며, 근시안적이고, 혼란에 빠져 있으며, 항상 협상할 태세가 되어 있고, 입장이 오락가락하는 인물이라고들 하는 반면, 과학자는 사욕이 없고, 멀리 내다보며, 정직 내지는 최소한 엄격하고, 분명하고 정확하게 말하며, 확실성을 추구한다고들 한다. 이러한 많은 차이들은 모두 하나의 간단한 물질적 차이를 인위적으로 투사한 것일 뿐이다. 그것인즉, 정치인은 실험실을 갖고 있지 않고 과학자는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치인은 실물 규모에서 한 번에 한 건씩 작업하며, 지속적으로 세상의 이목에 노출되어 있다. 그는 이런 일들을 그럭저럭 해내며 "저 바깥에서" 성공을 거둘 때도 있고 실패할 때도 있다. 반면 과학자는 축소 모형을 가지고 작업하며, 자신의 실험실 내에서 실수의 수를 늘리면서도 대중의 눈으로부터는 감추어져 있다. 그는 자신이 원하는 만큼 많은 시도를 해볼 수 있고, 모든 실수를 해봄으로써 "확실성"을 얻기 전까지는 실험실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그러니 이 중 한쪽은 잘 "모르는" 반면, 다른 한쪽은 잘 "안다"고 해도 그리 놀랄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의 차이는 "지식"에 있지 않다. 만약 우연히 이들의 위치를 역전시킬 수 있다면, 이제 실험실에 있게 된 바로 그 탐욕스럽고 근시안적이던 정치인은 정확한 과학적 사실들을 뽑아낼 것이고,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 실물 규모의 정치구조의 키를 잡게 된 정직하고 사욕이 없으며 엄격하던 과학자는 다른 모든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혼란에 빠지고 불확실하며 약한 존재가 될 것이다. 과학의 특수성은 인식적, 사회적, 혹은 심리적 성격에 있는 것이 아니라, 현상의 규모를 역전시켜 대상을 읽을 수 있게 만들고 시험을 더 자주 해볼 수 있게 함으로써 많은 실수를 하고 이를 기록하는 것을 가능케 하는 실험실의 특수한 구성에 있다.

실험실 환경이 과학자가 얻는 힘의 근원이라는 사실은, 사람들이 실험실에서 얻어진 것만큼 확실한 결론을 다른 곳에서 확립하고자 할 때 더욱 분명해진다. 나는 위에서 실험실에 바깥이란 없다는 점을 이미 보인 바 있다.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은, 한때 최초의 실험실 내에서 선호되었던 "힘의 위계"를 다른 장소에까지 확장하는 것이다. 나는 탄저병의 예를 들어 이 점을 설명했지만, 이는 일반적으로도 성립한다. 과학에 대한 신화화는 과학자들이 "예측"을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부터 나오는 경우가 가장 잦다. 그들이 자기 실험실 안에서 연구하면, 아니나다를까 이러한 예측을 입증하는 뭔가가 바깥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실험실 내에 존재하던 입증의 조건들을 먼저 확장하지 않고서 이러한 예측을 입증할 수 있었던 사람은 지금껏 단 한 사람도 없었다는 것이다. 백신이 미치는 범위가 확장할 수 있었던 것은 농장들이 파스퇴르 실험실의 부속물로 변형되고, 애초에 탄저병을 눈에 띄게 만들었던 바로 그 통계 체계가 백신이 효과를 갖는지를 입증하는 데 이용되었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실험실 조건들의 확장과 유리한 최종 시험 결과의 반복은 볼 수 있지만, 과학자들의 예측이 스스로 실험실 벽을 넘어 확장하는 것을 볼 수는 없다(Latour and Woolgar, 1979: ch. 4).

이는 독자에게 직관에 반하는 것처럼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해 보면, 떠올려볼 수 있는 반례 하나하나가 실은 모두 여기서 서술한 입장에 들어맞는다는 사실을 납득하게 될 것이다. 실험실이 먼저 "외부의" 상황과 관계를 맺지도 않았고 상황이 실험실에서의 지침에 부합하도록 변형되지도 않았는데 실험실의 사실이 바깥으로 이동하는 것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모든 반례들은 그러한 것이 가능하다는 믿음의 표현인데, 믿는다고 해서 증명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 것이 가능하다고 증명되는 경우는 언제나 내가 서술한 두 가지 조건이 성립하는 경우일 것이다. 이 답변에 대해 내가 갖고 있는 확신은 추정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나의 동료 과학자들 모두가 공유하고 있는 간단한 과학적 믿음, 즉 기적은 불가능하며 원거리 작용(action at a distance)이란 항상 허위진술이라는 믿음에 기반한 것이다. 과학자들의 예측 내지 예지는 항상 후측(postdiction) 내지 반복인 것이다. 이러한 명백한 현상을 확증시켜 주는 것은 과학자들이 자신의 실험실이라는 견고한 기초를 떠나도록 강요받는 과학 논쟁의 경우이다. 그들이 정말 "바깥으로" 나오는 순간, 그들은 아무것도 모르게 되고, 허세도 부리며, 실패도 경험하고, 겨우겨우 해나가며, 동등한 정도로 그럴싸한 진술들의 벌떼같은 반대공격에 즉각 직면하지 않는 뭔가를 말할 수 있는 가능성을 완전히 잃게 된다.

내가 지금껏 설명한 과정에 의해 과학자가 자신의 실험실 내에서 얻은 힘을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바깥으로 나가지 않는 것이다. 일단 나가기만 하면 그 힘을 즉시 잃게 되니 말이다. 이 역시 매우 간단한 문제다. 해결책은 나가지 않는 데 있다. 이것은 자신이 연구를 수행하는 몇 안되는 장소에 과학자들이 틀어박히게 된다는 의미인가? 그렇지는 않다. 그것은 실험실에서의 유리한 실천의 재생산을 가능케 하는 몇몇 조건들을 모든 환경으로 확장하기 위해 그들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할 거라는 의미이다. 과학적 사실들은 실험실 내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그것들을 유통시키기 위해서는 값비싼 네트워크 ― 그 속에서 과학적 사실들이 깨지기 쉬운 유효성을 유지할 수 있는 ― 를 건설하지 않으면 안된다. 만약 이것이 사회를 거대한 실험실로 변형시키는 것을 의미한다면, 그렇게 하라. 몇십 년 전만 해도 과학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었던 그 모든 장소들에 파스퇴르 실험실이 확산된 것은 이러한 네트워크 건설의 좋은 예이다. 그러나 프랑스에서 "도량형학(metrologie)"라고 불리는 표준 도량형 체계는 더 설득력있는 사례이다. 만약 주요 물리상수들이 다른 모든 곳에서 일정하게 유지되지 못한다면 실험실 내에서 행해진 연구의 대부분은 영원히 그곳에 머물러 있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시간, 무게, 길이, 파장 등이 더 많은 지역에서 더 큰 정확성을 갖도록 확장되었고, 그 때가 되어서야 실험실에서의 실험은 공장에서, 공구 산업에서, 경제에서, 병원에서 일어나고 있는 문제들과 관계를 맺을 수 있었다. 반면, 모든 주요 상수들을 먼저 확장시키고 통제하지 않은 채 일종의 사고 실험(thought experiment) 속에서 간단한 물리법칙들을 외부로 확장하려 시도했다면 그것을 입증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는 보건 통계 없이 탄저병의 존재를 알게 되고 백신의 유효성을 확인하는 것이 불가능했던 것과 같은 이치이다. 실험실에서의 실험에 따른 사회 전체의 이러한 변형은 그간 과학사회학자들에 의해 무시되어 왔다.

과학에 바깥은 없지만, 과학적 사실들의 유통을 가능케 하는 길고 좁은 네트워크가 있다. 그동안 이를 무시해 온 이유를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다. 사람들은 과학의 보편성을 주어진 것으로 간주하곤 하는데, 그 이유는 그들이 "도량형학"의 크기를 고려에 넣는 것을 잊었기 때문이다. 모든 치환을 가능케 하는 이러한 변형을 무시하는 것은 철도나 고속도로 네트워크 없이 엔진을 연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현대 사회에서 물리상수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겉보기에 간단한 듯한 작업이 모든 과학기술 연구 그 자체보다 세 배나 더 많은 가치를 가진 것으로 평가되는 것을 보면(Hunter, 1980), 이는 상당히 훌륭한 유비라 하겠다. 실험실의 활동이 사회와 연관을 맺을 수 있도록 사회를 실험실 내부와 유사하게 만드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계속 무시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보편성 역시 사회적 구성물이라는 사실을 사람들이 보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단 이 모든 치환과 변형들이 고려되고 나면 거시사회적 수준과 실험실 과학의 수준간의 구분은 불분명하거나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게 된다. 바로 이 구분을 파괴하는 것이 실험실이 지어진 이유인 것이다. 일단 이 구분이 해체되면, 격리된 실험실 벽 안쪽에 있는 몇몇 사람들은 다수 대중의 일상생활을 바꿔놓을 수 있는 대상에 관한 연구를 할 수 있다. 그들이 경제학자건, 물리학자건, 지리학자건, 전염병학자건, 회계사건, 미생물학자건 간에, 그들은 다른 모든 대상들의 규모를 변화시킴으로써 ― 지도, 경제 모델, 그림, 표, 도표 등 ― 힘을 얻고, 의심의 여지없는 결론에 도달한 후, 그들에게 유리해 보이는 결론들을 더 큰 규모로 확장시킬 수 있다. 이는 정치적 과정이기도 하며 정치적 과정이 아니기도 하다. 이것이 정치적 과정인 이유는 그들이 권력의 원천을 얻기 때문이다. 반면 이것이 정치적 과정이 아닌 이유는 공인된 정치권력에 대한 통상적이고 손쉬운 정의를 벗어나는 참신한 권력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나는 아르키메데스를 패러디해 "나에게 실험실을 달라, 그러면 내가 사회를 움직이리라"고 말한 바 있다. 우리는 이제 실험실이 왜 그토록 좋은 지렛대인지를 알고 있다. 여기서 내가 클라우제비츠의 경구를 패러디해 "과학은 다른 수단을 통해 추구되는 정치이다"라고 말한다면 우리는 더 완전한 그림을 얻게 될 것이다. 과학은 하나의 권력이 항상 또다른 대항권력에 의해 가로막힌다는 의미에서의 정치는 아니다. 실험실 과학에서 중요한 것은 다른 수단, 즉 참신하고 예측할 수 없는 치환의 원천 ― 애매하고 예측불가능하기 때문에 더욱 강력한 ― 이다. 파스퇴르는 미생물을 대변하고 다른 모든 사람들을 치환하면서 정치를 하고 있었지만, 전통적 정치 세력을 포함한 다른 모든 사람들을 몰아내는, 예측불가능한 다른 수단을 통해 그렇게 하고 있었다. 우리는 이제 실험실 미시연구에 천착하는 것이 왜 그토록 중요했고 현재에도 중요한지 그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는 진정으로 참신한 권력의 대부분이 고전적인 정치 과정이 아닌 과학 ― 어떤 세부분야를 막론하고 ― 으로부터 나온다. 그런데 거시적 수준에 대한 연구를 주장하는 과학 분석가들은 과학기술에 대한 모든 사회적 설명들을 정치와 경제를 바라보는 고전적 관점 ― 이윤, 공인된 권력, 예측가능한 나쁜 결과 혹은 좋은 결과 ― 에 맡겨 버림으로써 과학기술에서 강한 점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다른 수단을 통한 정치를 하는 과학자들에 대해 말할 때, 그들의 지루하고 반복적인 비판은 항상 과학자들이 "단지 정치를 하고 있을 뿐"이라는 말로 끝난다. 이런 설명만으로는 부족한데, 그 이유는 그들이 논의를 시작해야 할 바로 그 지점 ― 그럼에도 왜 그 수단은 다른가 ― 에서 더 나아가지 않고 멈춰 버리기 때문이다. 이러한 다른 수단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과학의 내용 안으로, 그리고 미래의 정치권력의 보고가 만들어지고 있는 곳인 실험실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실험실이 사회학자들에게 제기하는 도전은 실험실이 사회에 제기하는 도전과 동일한 것이다. 실험실은 그 안에서 행해지고 있는 일의 바로 그 내용 ― 처음에는 연관이 없고 너무 전문적인 것 같아 보였던 ― 에 의해 사회를 치환하고 재구성할 수 있다. 실험실 과학자들에 대한 주의깊은 조사를 무시해서는 안되며, 어느 누구도 이 "수준"에서 거시정치적 수준으로 곧바로 건너뛸 수는 없다. 왜냐하면 거시정치적 수준은 바로 이러한 실험실 ― 분석의 대상이 되기에는 재미가 없고 너무 전문적인 것으로 간주되어 온 ― 로부터 진정으로 효과적인 권력의 원천을 얻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또한 실험실에서의 실천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실험실 밖으로 나서는 것을 꺼려해서는 안되며, 그들을 실험실 안으로 한정할 그들 나름의 방법에 대한 전망을 받아들여서도 안되는 이유도 이해할 수 있다. 실험실은 내부/외부나 거시/미시의 이분법을 완전히 엉망으로 만들어놓을 일련의 치환들에서 단지 하나의 계기일 따름이기 때문이다. 거시 분석가들과 미시 분석가들이 비록 과학사회학을 두고 입장이 크게 갈려 있기는 하나, 그들은 과학이 실험실 벽을 경계로 시작되거나 끝난다는 한 가지 편견을 공유하고 있다. 그러나 실험실은 그렇게 단순하게 파악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며, 힘들의 변형을 그보다 더욱 효과적으로 이뤄내는 장소인 것이다. 미시 분석가들이 자신의 방법에 충실할 때 결국 거시적 쟁점까지도 다루게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고, 이는 실험실에서 미생물에 관한 실험을 하는 과학자가 결국 프랑스 사회 전체의 많은 세부조건들을 변화시키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나는 거시수준의 존재, 즉 유명한 "사회적 맥락" 그 자체가 많은 과학 분야들의 발전의 결과라는 주장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Callon and Latour, 1981). 내가 보기에 이것은 과학사회학이 이제 실험실 연구에 의해 설정된 제약과 보조를 맞추면서 재구성될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이 분명하다. 아울러 이것은 과학사회학이 사회학으로부터 범주나 사회구조들 ― 가장 간단한 실험실조차도 이를 파괴하거나 재구성하고 있는 ― 을 빌려오는 대신 사회학에 뭔가를 가르쳐 줄 수 있는 몇 안되는 길 중 하나일 것이다. 지금은 이런 변화를 감행하기에 적절한 시기이다. 실험실이 대부분의 사회학자들(많은 과학사회학자들을 포함해서)보다 정치학과 사회학에서 더 혁신적인 것이 현재의 상황이 아닌가! 우리는 실험실에서의 실천이 사회 연구에 제기하는 도전을 이제 막 받아들이기 시작했을 뿐인 것이다.
 
 
 

* (역자주) 번역 수록을 흔쾌히 허락해 준 라투르 교수와 번역된 초고를 읽고 귀중한 논평을 해준 김환석 교수(국민대)께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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