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진·최형섭 공역, 『위기의 현대과학 - 제3세계의 대응』(잉걸, 2001)
 


 
 

< 목  차 >
 

옮긴이의 말

위기의 현대 과학 - 제3세계의 대응

머리말
1. 기조 선언
2. 과학, 기술 그리고 천연자원
3. 과학, 불평등 그리고 기본적 필요 충족의 실패
4. 경제적 요인과 현대 과학의 연결
5. 과학 그리고 기술에서의 위험
6. 과학과 인종주의
7. 과학, 여성 그리고 성차별
8. 과학과 군국화
9. 에너지
10. 농업
11. 보건
12. 원격통신과 극소전자공학
13. 적정기술과 산업화의 개념
14. 과학교육
15. 과학정책과 관리

인도의 몬산토 반대운동
 
 
 

< 역자서문 >
 

격동의 20세기를 마감하고 21세기로 막 접어든 현재의 시점에서, 과학기술은 '진보'의 상징이며 인류 전체에 대해 '보편적'인 혜택을 제공할 수 있는 원천이라는 인식이 여전히 대중적으로 널리 퍼져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특히 비교적 짧은 시간 동안 급격한 근대화 과정을 거쳐 오늘에 이른 한국의 경우에는 이런 인식에 더해, 과학기술은 곧 '경쟁력'이자 '개발'의 원동력이며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이라는 사고방식이 유독 강하게 자리잡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 20세기를 거치면서 과학기술의 발전이 야기한 사회적·환경적 문제들에 대한 비판적 인식의 가능성이 가로막혀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그러나 지난 수십 년 동안의 제3세계의 역사를 돌아보면, 과학기술에 대한 그런 낙관적 인식은 금세 설 자리를 잃는다. 예컨대 과학기술의 발전이 갖가지 문명의 이기들을 손가락 끝에 날라준다고 선전되곤 하는 오늘날, 10억이 넘는 세계 인구가 최소한의 생계조차 유지하지 못해 영양실조로 허덕이는 생활을 하루하루 해나가고 있다. 흔한 오해와는 달리 이는 결코 현대적 과학기술의 전파가 '뒤늦어서' 빚어진 사태가 아니다. 많은 제3세계 국가들이 기아와 빈곤을 퇴치하겠다며 서구 과학기술의 도입을 통해 열정적으로 추진했던 근대적 개발 과정은, 애초의 목적을 달성하기는커녕 오히려 지배 엘리트 및 이와 유착한 다국적기업의 배만 불리고 사회적 불평등을 키웠으며 환경을 악화시키고 전통적 지식과 생활 방식의 체계를 파괴해 왔다는 사실이 이미 드러나 있다. 즉 제3세계의 입장에서 서구의 현대 과학기술은 단지 애초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이 아니라, 유해하고 위험한 어떤 것이었던 셈이다.

제3세계 네트워크와 페낭 소비자 연맹이 1986년에 '위기의 현대 과학'을 주제로 공동 주최했던 국제회의의 선언문 최종본인 Modern Science in Crisis: A Third World Response를 옮긴 이 책은, 제3세계 사람들의 입장에 서서 현대 과학기술의 폐해와 문제점을 통렬하게 고발하고 있다. 회의 참석자들은 현대 서구과학의 인식론적 측면과 그 응용이 가져온 사회적 결과 ― 환경파괴, 불평등, 대외의존 심화 등 ― 에 대한 비판을 전제로 하여, 인종주의, 성차별, 군국화, 에너지, 보건, 농업, 원격통신 등의 측면에서 서구 과학기술(의 도입)에 내재한 문제점들을 분석하면서 그에 대한 대안과 행동 전략을 제시한다. 서구 과학기술에 대한 대안 마련에 있어 그들은 제3세계의 토착 지식과 기술 그리고 그 지역의 자원과 필요에 기반한 적정기술의 발전에 특히 강조점을 두고 있다.

이 책에 실린 사실 자료 중 일부는 선언문의 작성에서 번역 사이에 자리한 15년의 시차 때문에 불가피하게 다소 낡아 보이는 측면이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이른바 세계화(globalization)의 물결 속에서 전지구적 불평등과 환경 악화가 날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고, 생명공학의 발전과 함께 선진국의 다국적기업들이 제3세계의 생물자원을 약탈하는 소위 '생물해적질(biopiracy)'이 1990년대 들어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는 오늘날의 현실을 감안한다면, 이 책의 논지는 오히려 현재의 시점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할 것이다.

이 책의 번역은 최형섭이 초역한 원고를 김명진이 전반적으로 손질하면서 옮긴이 주를 추가하는 공동작업 과정을 거쳤다. 원서에는 1986년 국제회의에 참석했던 140여 명의 참가자 전체 명단이 부록으로 수록되어 있었는데, 이는 현재의 시점에서 크게 의미가 없다고 보아 여기서는 제외했다. 대신, 최근 서구의 다국적 생명공학기업들에 대한 제3세계의 반대운동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짧은 기사를 번역해 맨 뒤에 실었다. 이 책에서 폭로된 다국적기업들의 행태가 10여 년이 지난 지금에도 전혀 바뀌지 않았을 뿐더러 도리어 더욱 악랄한 양상을 띠고 있고, 이에 대한 제3세계의 저항이 거세어지고 있음을 이로부터 엿볼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이 책을 처음 발견해 번역을 제안했던 참여연대 시민과학센터 간사 한재각 씨(당시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자연과학부 재직)에게 감사를 드리며, 원래 시민과학센터 소식지  ≪시민과학≫에 연재되었던 이 선언문의 출간이 현대 과학기술의 성격에 대한 이해와 이를 둘러싼 토론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