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적으로 이제 정책결정 과정의 민주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어 가고 있다. 이에 따라 과거 정책 전문가들이나 행정 관료들이 독점해 왔던 수많은 정책 분야들에 일반 시민들이 참여해 발언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회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으며, 과학기술정책과 환경정책 역시 여기서 예외는 아니다. 이와 함께 합의회의, 시민배심원, 시나리오 워크샵과 같이 과거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숙의적 시민참여 제도들이 등장해 이러한 일반 시민들의 정책 참여를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과 함께 최근 주목받고 있는 또하나의 경향이 있다. 바로 새로운 정보통신기술을 정부의 정책결정 과정에 도입하려는 일련의 시도들이다. 사실 이에 대해서는 이미 수십 년 전부터 텔레데모크라시 혹은 전자민주주의와 같은 이름 하에 담론 차원의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서면서 월드와이드웹에 기반한 인터넷이 기존의 통신망들을 대체하거나 그 속으로 흡수하면서 세계 곳곳에 빠른 속도로 보급되었고, 이는 그간 담론상에서 주로 존재해 온 전자민주주의를 당장의 현실적 가능성으로 부각시켰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의 중앙·지역 정부들은 전자정부, e-정부, 디지털 정부 등을 모토로 내걸고 전자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한 다양한 시도들을 진행하고 있다.

이 글은 전자민주주의의 이름 아래 진행되고 있는 온라인 시민참여 논의의 소개를 일차적인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먼저 온라인 시민참여의 가능한 방식들을 몇 가지 범주로 나눠 살펴보고, 온라인 시민참여에 대해 현재까지 제출된 긍정적 견해와 비판적 견해들을 검토해 본 후에, 온라인 시민참여가 지닌 가능성이 온전히 발현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을 생각해 보고 한국의 상황을 간략히 짚어보는 것으로 글을 마무리지을 것이다.
 

온라인 시민참여의 여러 방식들
 

앞서 지적했듯이 이제 정책결정 과정에 어떤 식으로건 일반 시민들을 포함시키는 것은 정책의 궁극적인 성패에 결정적으로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았다. 이런 인식을 반영해 2001년 OECD는 『동반자로서의 시민』이라는 제목의 중요한 보고서(주1)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는 국가 전체의 정책결정에 대한 일반 시민의 관여(civic engagement) 문제를 주로 다루고 있는데, 여기서 정부와 시민의 관계를 다음과 같이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누고 있다.

① 정보제공(information): 정부가 정보를 생산해 시민들에게 제공하는 일방향 관계를 말한다. 시민들의 요구에 의한 "수동적" 정보제공과 정부가 주도하는 "능동적" 정보제공이 있다. ex. 공공기록에 대한 접근성 보장, 간행물 발간, 정부 웹사이트 운영 등

② 자문(consultation): 시민들이 정부에 대해 피드백을 제공하는 쌍방향 관계를 말한다. 정부가 의제를 설정하고 자문 절차를 마련하면 시민들이 이에 대해 자신들의 관점과 견해를 피력한다. ex. 의견조사, 법안 초안에 대한 코멘트 등

③ 적극적 참여(active participation): 정부와 시민의 파트너쉽을 말하며, 시민들이 정책결정의 과정과 내용 모두에 적극적으로 관여한다. 최종 결정에 대한 책임은 정부가 지지만, 시민들이 의제 설정, 정책적 선택지 제안, 정책 대화의 형성 등에서 정부와 동등한 지위를 갖는다. ex. 합의회의, 시민배심원 등

이러한 분류는 비록 정부와 시민 양자간의 관계로 한정되어 있긴 하지만, 온라인 시민참여의 문제를 살펴보기에도 적절한 개념 틀을 제공한다. OECD에서는 이 보고서의 후속편격으로 『전자민주주의의 약속과 문제들』이라는 보고서(주2)를 2003년 말에 발간했는데, 여기서도 2001년 보고서의 문제 틀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아래에서는 OECD의 2003년 보고서에 나온 사례들을 중심으로 해서 온라인 시민참여의 여러 방식을 '온라인 정보제공' '전자자문' '전자참여'로 나누어 살펴보도록 하겠다.
 

온라인 정보제공(Information online)

이는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해 관련 정보를 좀더 접근하기 쉽고 이해하기 쉬운 형태로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서는 △ 해당 정보가 어느 정부 기구에 있으며 이를 어떻게 찾을 수 있는지 일반 시민이 알 수 있어야 하고 △ 표준화된 디지털 포맷에 담겨 있어야 하고 △ 정보의 분량이 지나치게 많아서는 안되고 △ 가격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서는 안되고 △ 정보의 내용을 충분히 신뢰할 수 있어야 하고 △ 정보가 내용과 제시 방식에서 가능한 한 명확해야 하고 △ 장애인들도 접근할 수 있어야 하는 등의 요구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온라인 정보제공의 대표적인 예는 각국의 정부나 의회가 운영하고 있는 웹 포털 사이트를 들 수 있다. 일례로 스코틀랜드 의회 웹사이트를 보면, 의회 본회의의 공식 보고서는 회의 다음날 오전 7시까지, 상임위원회의 보고서는 늦어도 3일 내에 홈페이지에 올라온다. 공개성과 투명성 확보를 위해 가능한 경우 상임위원회의 심의 의제나 관련 문서를 미리 올려두기도 한다. 또한 모든 지방의원들의 이메일 주소, 전화번호, 팩스 번호, 주소, 약력과 개인 웹페이지에 대한 링크를 제공하며, 의회 사무관들의 이메일 주소도 아울러 제공된다. 그리고 본회의와 상임위원회의 모든 회의에 대한 실시간 웹 방송이 제공되므로 단체나 개인들이 관심있는 내용만 골라서 볼 수 있다. 지나간 웹 방송 내용과 상임위원회 회의 문서들은 나중에 찾아볼 수 있도록 보관되어 있다. 미국 의회 역시 그 산하에 있는 다양한 웹사이트들을 일반시민이 접근하기 쉽도록 조직하고자 하는 "Congress online"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정보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다른 시도들도 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시는 시민들이 원하는 분야의 새로운 정보를 이메일로 받아볼 수 있는 무료 이메일 서비스 "암스테르담 메일"을 시행하고 있으며, 그리고 스웨덴의 스톡홀름 시 자치구들에서는 방문하는 시민들의 편의를 위해 정교한 검색 엔진을 마련해 두고 있다. 특기할 만한 사항은 검색을 통해 어떤 제안이 접수된 시점부터 그것에 관한 어떤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의 전 과정을 추적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전자자문(E-Consultation)

이것은 정책결정자가 서비스의 사용자나 정책의 직접 대상이 되는 집단으로부터 전자적 수단을 통해 의견을 청취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을 말하며, 정책결정자가 정책 초안에 대한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추가적인 통로로서의 구실을 한다.

OECD의 보고서 『동반자로서의 시민』은 시민들이 정부에 대해 제공하는 피드백을 정부가 요청한 경우(solicited)와 그렇지 않은 경우(unsolicited)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구분을 전자자문에 대해 적용해 보면, 먼저 요청받지 않은 피드백의 경우 정부는 자체 웹사이트에 FAQs(Frequently Asked Questions) 코너를 설치함으로써 이를 활성화할 수 있다. 여기서 FAQs는 통상적인 웹사이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체완결적인 형태의 문서가 아니라 시민들이 의견을 제시하고 정부가 답변을 하면 ― 경우에 따라 재질문과 재답변까지 포함해서 ― 자동으로 업데이트가 되는 형태의 전자 FAQ 관리자를 말한다. 현재 이런 기능을 하는 상업용 시스템이 이미 개발되어 이용되고 있다.

정부가 시민들에게 주어진 법안이나 정책 초안에 대한 의견을 요청하는 경우에는 온라인 의견조사를 실시하거나 온라인 토론 포럼을 운영할 수 있다. 온라인 의견조사는 인터넷을 이용하는 방법과 휴대폰의 문자메시지 기능을 이용하는 방법 등이 있다. 그리고 온라인 토론 포럼은 정책결정 초기단계에 가능한 쟁점을 폭넓게 알아보려는 것과 정책 초안이 나온 후 이에 대한 의견을 듣기 위한 것으로 나뉠 수 있다. 예컨대 미국 환경보호청에서는 정책결정시에 시민참여를 활성화하기 위해 대중참여정책(Public Involvement Policy)의 초안을 만든 후, 이에 대한 의견을 청취하는 온라인 토론 포럼을 2001년 7월에 열흘간 운영한 적이 있다. 이러한 온라인 토론 포럼이 단지 딱딱한 게시판 환경에 그치지 않고 시민들의 숙의가 좀더 원활하게 이뤄지는 공간이 되도록 돕는 여러 가지 프로그램과 시스템들이 현재 개발되어 있다(온라인 토론사회 시스템인 ZENO 같은 것이 그런 예이다).

주어진 정책 주제에 관한 정보와 여타의 뉴스, 그리고 토론 포럼을 합쳐 별도의 전자자문 웹사이트를 만들어 운영하는 방식도 많이 쓰이고 있다. 이 경우 웹사이트는 자문과정 전체 개요, 배경이 되는 정보, 자문과정에 쓰인 도구/기법, (온라인 외) 다른 참여방법 소개, 자문결과에 대한 피드백, 자문과정에 대한 설문조사 등의 요소들로 구성될 수 있다. 최근의 사례로는 2000-2001년에 캐나다에서 개최된 '이종간 이식에 관한 대중자문' 과정과 2003년에 영국에서 진행된 'GM 대중논쟁' 웹사이트 등이 여기에 속한다.
 

           캐나다 '이종간 이식에 관한 대중자문' 홈페이지
 

전자참여(E-Participation)

이미 정해진 선택지들 중에서 고르거나 의견을 내놓는 대신, 시민들이 의제 설정이나 대안적 선택지의 제시 등에서 정부와 동등한 지위를 갖고 공동 결정을 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동반자로서의 시민』에도 언급되었듯이 이에 해당하는 사례는 아직까지 상당히 드문 편이며, 비교적 최근의 현상인 온라인 시민참여의 경우에도 관련 사례를 찾기가 쉽지 않다.

여기서 주목을 받은 흔치 않은 사례로 스코틀랜드 의회의 전자청원(e-petitioning)을 들 수 있다. 이 제도는 "집단이나 개인들이 의회에서 논의되는 의제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중요하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는데, 이를 통해 일반 시민들은 자신이 우려하고 있는 문제를 의회에 제기함으로써 그 문제가 의회에서 논의되도록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스코틀랜드 의회는 "e-petitioner"라는 전자청원 시스템을 도입하는 한편으로, 대중청원위원회(Public Petitions Committee, PPC)를 산하에 설치해 전자청원 관련 업무를 전담하도록 하고 있다.

전자청원의 진행 과정을 좀더 자세히 살펴보면 이렇다. 일단 청원이 접수되면(청원은 개인이나 단체를 막론하고 누구나 할 수 있다) "e-petitioner" 시스템을 통해 누구나 이를 온라인으로 볼 수 있게 된다. 그러면 시스템에 접속한 다른 사람들이 청원 내용과 부가적인 정보들을 읽은 후 청원을 지지하는 경우 자신의 이름과 주소를 온라인으로 기입할 수 있으며, 이와 연동된 온라인 토론 포럼에서 청원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코멘트를 남길 수 있다. PPC는 청원 접수에 관한 지침을 만들어 일반 시민들의 청원을 촉진하는 한편으로, 접수된 청원에 대해서는 정해진 절차를 거쳐 그것이 받아들여질 만한지, 또 청원 내용에 대해 어떤 조치를 할 수 있는지를 검토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 절차에는 브리핑 노트의 작성이 포함되는데, 브리핑 노트는 접수된 모든 청원에 대해 작성하며 청원 내용, 청원을 지지한 사람들의 이름과 주소 목록, 토론 포럼에서의 찬성 및 반대 주장 요약 등이 포함된다. 브리핑 노트에는 청원 지지자들의 지역적 분포를 포함시켜 의원들이 자신의 지역구 주민 중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해당 청원을 지지했는지를 알 수 있게 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의회에서 청원에 대해 조치를 취하게 되는데, 의회에서 청원에 대해 숙고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전 과정을 "e-petitioner" 웹사이트에 올려 청원자가 처리 과정을 알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 외에 현재 시도되고 있는 전자참여의 방식들에는 온라인 주민투표(혹은 선거), 온라인 채팅 룸(chat room), 온라인 공동체, 화상회의 기술을 이용한 전자 마을회의 등이 있으나, 많은 경우 아직까지 실험적인 수준을 넘지는 못하고 있다.
 

온라인 시민참여: 비판과 과제
 

최근 인터넷에 기반해 전자민주주의를 구현하려는 이와 같은 시도들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기존의 대의제 민주주의를 보완하거나 심지어 그 한계를 넘어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직접민주주의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해 준다는 식의 낙관적 견해가 있는가 하면, 기술중심주의 담론을 정치 영역까지 단순 확장하려는 시도에 불과하며 디지털 격차(digital divide)로 인해 오히려 기존의 민주주의에 내포된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거라는 비판적 견해도 존재한다. 물론 이러한 양 극단 사이에는 훨씬 다양한 입장들의 스펙트럼이 있다.

먼저 온라인 시민참여의 옹호 논리부터 살펴보자. 오프라인 형태에 비해 온라인 형태의 시민참여가 지닌 장점은 여러 가지가 있다. 비용의 절감과 소요되는 시간의 단축은 '효율성'의 차원에서 흔히 언급되는 장점이다. 정보의 열람과 검색이 쉽고, 시민참여 절차를 거쳐 수집된 의견을 분석할 때 이를 옮겨 타이핑하거나 할 필요가 없으며, 접수된 의견에 대한 피드백을 제공하기가 용이하다는 점도 주요한 장점으로 꼽힌다. 통상적인 시민참여 절차에 비해 더 넓은 범위의 사람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의견을 포괄할 수 있다는 것 역시 온라인 시민참여가 지닌 중요한 잠재력 중 하나이다(예컨대 전통적인 정치 과정에 염증을 느껴 점차 탈정치화의 길을 걷고 있는 젊은 층의 정치참여를 촉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대면접촉과 비대면접촉(컴퓨터-매개) 모임을 서로 비교한 일련의 연구들에서도 온라인 시민참여를 뒷받침할 만한 결과들이 나와 있다. 예컨대 비대면접촉 상호작용의 경우 사람들이 권위에 덜 얽매이고 자신의 의견을 좀더 자유롭게 개진하며 정보나 의견의 왜곡이 적다는 연구결과가 그 예이다.(주3)

그러나 이에 대한 비판과 경계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비용의 절감은 그렇다 치더라도 시간이 적게 든다는 점에 대해서는 반대 증거가 있다. 단순 설문조사 같은 경우는 온라인으로 하면 시간이 단축될지 모르지만, 숙의 과정을 통한 결론 도출을 목표로 하는 경우에는 온라인 시민참여가 오히려 시간이 더 많이 걸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온라인 정보제공을 통해 정보에 대한 접근가능성과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는 주장은 사회경제적, 문화적 차이에 기인하는 디지털 격차 때문에 오히려 정보 접근도가 더 떨어지는 사람들이 있고 이는 새로운 불평등을 낳을 수 있다는 반론을 넘어서지 않으면 안된다. 마찬가지로 비대면접촉 상호작용은 대면접촉에서 얻을 수 있는 비언어적 단서들의 흔적을 제거하기 때문에 오해를 부르기 쉽고 참여자들이 서로간에 정당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관찰되고 있다.(주4) 또한 온라인 시민참여는 참여자의 대표성 확보가 상대적으로 더 어렵고, 열성적인 소수가 토론을 주도해 논의 구도를 왜곡시킬 수 있다는 문제제기도 나오고 있다.

여러 가지 사실들을 종합해 보면, 온라인 시민참여가 단순히 오프라인에서 가능했던 것을 저렴한 비용에 온라인으로 옮겨놓는 것 이상의 잠재력을 가졌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이런 잠재력이 제대로 발휘되기 위해서는 그 전에 넘어야 할 장애물들이 있다. 우선 디지털 격차의 문제가 야기하는 새로운 불평등의 문제를 넘어서야 하고(이는 정보통신기술 보급의 문제와 교육의 문제를 모두 포함한다), '첨단'기술만 도입하면 만사 해결이라는 식의 단순한 생각에서 벗어나 온라인 상호작용과 오프라인 상호작용이 지닌 차이와 서로간의 장단점을 분명히 이해해야 하며(하나의 자문 과정에서 이 둘을 병행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온라인 포럼과 공동체가 지니는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제도와 기술적 설계를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여기서는 참여자의 법적 프라이버시 보호가 주요 쟁점 가운데 하나이다). 그 과정에서 기존의 혁신적인 온라인 시민참여 실험들이 참고가 될 것이다.

아울러 온라인 시민참여도 '시민참여' 방식의 하나인만큼, 시민참여 일반이 넘어야 하는 장애물 역시 고려에 넣어야 한다. 예컨대 온라인, 오프라인을 막론하고 많은 시민참여 제도들이 일반시민의 의견을 듣는 데는 열의를 보이지만, 정작 그렇게 수집된 의견을 정책에 반영하고 그 결과를 일반시민들에게 피드백하는 데는 소홀한 경우가 많다. 이런 식의 반복된 관행은 "전자자문 피로현상(e-consultation fatigue)"의 위험을 수반할 수 있다는 지적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한국의 전자정부, 그 현주소는?
 

한국은 인터넷 보급률과 사용 인구의 측면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인터넷 강국'이다. 그리고 지난 2001년 이후 정부는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표방하면서 전자정부 구축 사업에 집중해 왔고 2002년 말 1단계 사업을 완료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추진된 전자정부의 주된 내용을 보면 이 글에서 소개한 전자민주주의의 핵심 내용과는 거의 무관한 △ 대민 행정서비스 △ 기업과의 전자조달 시스템 △ 정부 내 정보시스템 도입(전자결제 등)의 3가지가 핵심 과제로 추진되었고, 정책의 민주화, 즉 시민참여 기회의 확대 측면의 노력은 거의 없다시피 했다. 정부의 자체 평가 백서에서도 이 점이 미비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이를 차세대 전자정부 사업의 주요 과제로 지적하고 있는 형편이다.(주5)

이미 지적한 바와 같이, 온라인 시민참여는 그것이 지닌 성격이나 문제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이를 넘어서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면 오프라인 시민참여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한국은 이미 인터넷과 같은 인프라가 상당히 잘 구축되어 있으므로 다른 국가들에 비해 이런 잠재력을 이용하기에 더없이 좋은 위치에 있다. 인터넷을 통한 시민참여 기회의 확대는 정부의 평가 백서에서도 차후의 과제로 지적되었던 사안인만큼 구체적인 방안들이 조속히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 각  주 >

1. OECD, Citizens as Partners: Information, Consultation and Public Participation in Policy-making, Paris: OECD, 2001.

2. OECD, Promise and Problems of E-Democracy: Challenges of Online Citizen Engagement, Paris: OECD, 2003.

3. Gene Rowe and John G. Gammack, "Promise and Perils of Electronic Public Engagement," Science and Public Policy, 31:1(2004), pp. 46-7.

4. Ibid., pp. 49-50.

5. 전자정부특별위원회 백서편집위원회, 『전자정부백서』, 전자정부특별위원회, 2003.
 
 
 
 

출전: '과학기술과 사회발전을 위한 시민참여 방안 연구' 발표문 (2004. 6.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