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진 편저, 『대중과 과학기술』(잉걸, 2001)
 


 
 

< 목  차 >
 

들어가는 말·3
지은이 소개·11

제1부 과학과 대중, 그 현재적 관계
1. 과학기술에 얽힌 통념들, 혹은 과학기술의 신화화를 넘어서·15
2. 대중의 과학이해 - 이론적 흐름과 실천적 함의·29

제2부 과학기술 논쟁
1. 과학기술 논쟁 연구의 전개와 함의·55
2. 과학 논쟁 - 미국 대중논쟁의 내부동학|도로시 넬킨·72

제3부 과학기술과 대중매체
1. 대중영화 속의 과학기술 이미지·103
2. 미친 과학자로서의 물리학자|스펜서 웨어트·120
3. 과학과 언론보도 - 과학 팔아먹기|도로시 넬킨·147

제4부 과학기술의 빛과 그림자
1. 기술의 발전은 여성을 해방시켰는가·171
2. 현대의학은 인간의 복지를 진정으로 향상시켰는가·182
3. 과학기술의 발전은 '노동의 인간화'를 수반하는가·192
4. 생명공학 거품|매완 호, 하트무트 메이어, 조 커밍스·203

제5부 인간을 위한 과학기술, 대안을 찾아서
1. 생명공학과 대중 - 역사·이론·대안·241
2. '과학기술 민주화'의 개념정립을 위한 시론·257
 
 

< 편저자 서문 > (감사의 글 부분 제외)
 

밀레니엄을 경축하는 요란한 팡파르도 잦아들고, 이제 새로운 세기의 첫 해로 접어들었다. 세기전환기를 맞아 우리는 지난 몇 년간, 지나온 20세기를 여러 가지 측면에서 돌아보면서 다가올 21세기를 내다보는 작업을 해왔다. 그리고 그 속에서 과학기술은 항상 빼놓을 수 없는 요소로 자리잡고 있었다. 여러 매체들은 20세기를 대표하는 '마치 기적과도 같은' 과학기술의 산물들 ― 원자탄, 항생제, 피임약, 컴퓨터와 인터넷, 인간게놈 연구 등 ― 을 집중조명했고, 불과 100여 년 동안 과학기술이 어떻게 일반대중의 일상 속으로 파고들어가 이를 바꿔놓았는가에 초점을 맞추었다.

역설적인 것은, 과학기술에 비춰진 눈부신 조명 속에서 그 모든 변화를 직접 보고 듣고 느꼈던 일반대중의 시각은 오히려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었다는 점이다. 종종 대중은 과학기술의 놀라운 진보로 나타난 성과의 일방적인 수혜자, 혹은 과학기술 발전의 어두운 측면을 보고 전율해 마지않는 수동적 방관자 정도로 그려졌을 뿐이었다. 20세기를 관통하는 대중과 과학기술의 '상호'관계에 대한 깊이있는 통찰을 그 속에서 찾아보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20세기는 과학기술 그 자체의 발전 못지않게 대중과 과학기술의 관계에서도 흥미로운 변화가 일어났던 시기였다. 20세기 초에는 멀리 18세기 계몽사조기까지 거슬러올라가는, 과학기술의 무한한 진보에 대한 낙관이 당대의 교양있는 대중을 지배했고, 과학이 인류 모두가 공유하는 자산이 되어야 한다는 사고방식은 이 시기에 이르러 최초의 대중 과학언론을 등장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기관총, 잠수함, 독가스 등 1차대전기에 과학기술을 응용해 등장한 대량살상무기는 진보에 대한 대중의 신념에 찬물을 끼얹었고 2차대전기에 더욱 규모가 커진 군사연구는 원자탄을 탄생시키며 과학기술의 힘에 대한 경외와 공포를 동시에 불러일으켰다. 과학기술에 대한 이와 같은 낙관과 우려의 공존은 전후 세계를 특징짓는 요소로 자리잡게 되는데 이는 일반대중이 즐겨 보는 영화나 만화 같은 대중매체 속의 이미지에 다양한 형태로 반영되었다. 1960년대 이후에는 핵, 환경, 작업장안전 등 과학기술과 관련된 쟁점들이 사회 문제화되면서 역사상 최초로 일반대중이 과학기술을 둘러싼 논쟁에 대규모로 개입하는 사건이 생겨나게 된다. 이는 과학기술을 바라보는 새로운 역사적·철학적·사회학적 시각의 등장과 시기적으로 겹치면서 일반대중이 과학기술을 어떻게 이해하는가에 관한 학문적 연구를 1980년대 들어 등장시켰다. 이런 학문적 연구는 과학기술 논쟁을 통해 생겨난 일반대중의 참여의식과 합쳐져 대중과 과학기술의 관계에 대한 하나의 대안으로서의 '과학기술 민주화' 주장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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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방금 거칠게 스케치해 본 대중과 과학기술의 상호관계에 대해 여러 가지 각도로 접근해 보려는 의도에서, 필자가 직접 쓰거나 번역했던 여러 글들을 하나의 체계 하에 묶어 본 것이다. 이 책은 크게 5부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1부에서는 필자가 쓴 두 개의 글을 통해 이 책 전체를 꿰뚫는 이론적 배경을 제시한다. 첫 번째 글 「과학기술에 얽힌 통념들, 혹은 과학기술의 신화화를 넘어서」는 1960년대 이후 나타난, 과학기술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에 대해 짧게 소개하고 있으며, 이어 「대중의 과학이해: 이론적 흐름과 실천적 함의」에서는 대중과 과학기술의 관계, 그 중에서도 특히 대중이 과학기술을 어떻게 이해하는가에 관한 연구의 흐름을 리뷰하면서 이 둘간의 관계를 어떻게 파악해야 하는지를 제시한다. 책 전체의 흐름과 관련해 1부에서 특히 강조되고 있는 것은, 일반대중이 과학기술에 대해 무지하며 따라서 충분한 과학지식을 공급받아야 하는 대상이라는 식의 이른바 '결핍 모형(deficit model)'에 대한 비판이다.

이어 2부에서는 대중과 과학기술이 가장 극적으로 만나는 사례, 즉 과학기술을 둘러싼 대중적 논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필자의 글 「과학기술 논쟁 연구의 전개와 함의」에서는 1960년대 이후 서구 사회에서 과학기술 논쟁이 전개되어 나간 과정과 이에 대한 사회과학적 연구의 흐름을 개관하면서, 논쟁 연구의 여러 방법론과 정책적 함의를 짚어보고 이것이 한국사회에 던져 주는 시사점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이 글에서 필자의 중심 주장은, 과학기술과 관련된 문제를 둘러싸고 사회적 논쟁이 일어나는 경우를 결코 예외적인 일탈 상황으로 보아서는 안되며, 오히려 이를 '정상적'인 것으로 보아 사회가 이에 대처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겠다. 이어 과학기술 논쟁 연구자로 널리 알려진 넬킨이 쓴 글인 「과학 논쟁 ― 미국 대중논쟁의 내부동학」에서는, 논쟁에서 어떤 세력들이 서로 부딪치고 어떤 쟁점들이 부각되며 어떤 전술이 구사되어 어떻게 종결을 맞게 되는지를 미국에서 일어났던 여러 논쟁들을 사례로 들어 가며 서술하고 있다.

3부는 현대사회에서 대중과 과학기술 사이를 매개하는 중요한 수단인 대중매체의 역할에 대해 다룬다. 필자가 쓴 「대중영화 속의 과학기술 이미지」는 일반인들이 즐겨 보는 영화 속에 나타나는 과학기술의 모습을 몇 가지 범주로 나눠 살펴보고 있다. 필자는 그 이미지들이 단지 픽션일 뿐이라거나 순전히 상상력의 산물에 불과하다고 보지 않고, 대중과 과학기술의 관계에 대해 중요한 함의를 지니는 어떤 것으로 파악한다. 이런 입장은 뒤이은 번역글인 스펜서 웨어트의 「미친 과학자로서의 물리학자」에서도 지속되는데, 웨어트는 멀리 16세기부터 20세기 중반까지 과학자 이미지의 변천사를 되돌아보면서 그것이 어떻게 당대의 사건들과 상호작용을 하며 대중의 사고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구체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그리고 도로시 넬킨의 글을 번역한 「과학과 언론보도」는 신문·잡지 등에 실린 과학기사에 대한 분석을 통해 과학 언론보도의 특성을 개관하는 한편으로, 그런 특성이 생겨난 역사적 배경을 되새겨 보는 글이다.

4부에서는 이제까지의 논의와는 약간 궤를 달리하여, 대중이 과학기술을 구체적으로 경험하는 일상에 초점을 맞춰 그 속에서 과학기술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관한 쟁점들을 주로 다룬다. 먼저 필자가 쓴 세 편의 짧은 글들은 과학기술의 발전이 여성, 보건의료, 노동과정에 미친 영향을 비판적으로 평가하면서 지나친 낙관적 견해에 일침을 놓는, 비교적 '평이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 뒤를 이어 매완 호 등이 쓴 글을 번역한 「생명공학 거품」은 생명공학(특히 유전공학)에 대한 열광에 대해 근본적인 과학적 비판을 제기하는 글로서, 생명공학 연구에 내재한 사회적·환경적 위험에 대해 경계의 시선을 늦추지 말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 글은 1998년에 씌어졌기 때문에 요즘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연구성과가 나오고 있는 생명공학계의 현실에 비추어 보면 데이터 등이 다소 시의성을 놓친 측면은 있으나, 인간게놈 해독결과 발표 등 이후의 연구성과들이 오히려 이 글이 제기하고 있는 문제의 중요성을 부각시켜 주고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유효성을 갖는 글이라고 판단된다.

마지막으로 5부에서는, 지금까지 살펴본 대중과 과학기술의 관계에 대해 체계적 대안을 모색하는 필자의 글 두 개를 싣고 있다. 우선 「생명공학과 대중: 역사, 이론, 대안」에서는 대중이 생명에 대한 조작을 어떻게 바라보았는가를 역사적으로 살펴보고 그 의미를 반추해 보면서 생명공학을 둘러싸고 현재 진행중인 논쟁 역시 '결핍 모형'에 입각해 파악해서는 안되는 것임을 주장한다. 여기서 필자는 대중과 과학기술의 현재적 관계에 대한 대안으로 '과학기술 민주화'를 제시하고 있는데, 이 입장은 두번째 글인 「'과학기술 민주화'의 개념정립을 위한 시론」에서 좀더 자세히 다루어진다. 이 글은 과학기술 민주화의 이론적·실천적 근거와 그 적용사례들에 대해 이미 어느 정도 연구성과들이 축적되었다는 점을 전제로 하여, 이 개념을 둘러싼 몇 가지 '오해'들에 대해 해명함으로써 기존의 논의를 한 단계 끌어올리고자 했다. 이런 필자의 의도가 제대로 관철되었는지를 평가하는 것은 이제 독자들의 몫일 터이다. (하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