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발명되어 처음 대중적으로 상영된 것이 1895년이니 영화의 역사는 이제 100년이 조금 넘은 셈이다. 지난 100년간의 영화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이는 지난 100년간의 과학기술 발전의 역사와 대단히 밀접한 연관을 지니고 있었다. 여기서 '연관'은 두 가지 측면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우선 영화가 초기의 흑백 무성영화에서 벗어나 우리가 오늘날 보는 것과 같은 모습 - 토키(talkie)와 컬러, 그리고 컴퓨터그래픽을 이용한 첨단의 특수효과까지 - 을 갖추게 되는 과정에서 과학기술의 발전이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점이 있다. 반면, 과학기술의 발전, 그리고 그 결과로 나타난(혹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었던) 사회적 현상들이 영화 속에서 종종 소재로 다루어졌다는 점 역시 중요하다. 이 두 가지 측면들 중에서 전자를 다루는 것이 기술사(技術史)의 영역이라면, 후자를 다루는 것은 사회사(社會史)나 문화사(文化史)의 영역이 될 터이다. 아래에서는 이 중 후자에 초점을 맞추어, 영화 속에서 과학기술이 어떻게 다루어졌으며, 그 결과 나타난 과학기술의 이미지는 어떠한 것이었는지를 탐구해 보려 한다.
 

영화 속에 나타난 과학기술, 과학기술자 그리고 미래사회
 

많은 사람들이 즐겨 보는 '대중영화(popular film)' 속에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과학기술의 이미지들은 다음 세 가지 정도의 유형으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다. 1) 과학기술 그 자체(즉, 과학기술의 산물들)의 이미지, 2) 과학기술의 발전을 담당하는 과학기술자들의 이미지, 3) 과학기술의 발전 결과로 나타나는 미래사회의 이미지. 이 이미지 유형들은 서로 연관되어 전체적인 하나의 상을 구축한다. 각각의 모습이 어떻게 나타나는지에 대해 일단 간략하게 정리해 보도록 하자.

먼저 영화 속에서 과학기술의 산물들은 겉보기에는 그럴싸하지만 그다지 쓸모가 없거나 인간의 복지 증진에는 그다지 도움이 못되는 것으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다. 컴퓨터가 불필요할 정도의 규제나 감시의 도구로 사용된다거나, 과학기술이 무기개발에 이용되는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혹은, 과학기술의 산물들은 내부에 미처 파악하지 못한 치명적인 결함이나 제어할 수 없는 불확실성을 지니고 있어 위기를 불러오는 근원이 되는 것으로 설정되기도 한다.

한편, 과학기술자들은 '가치중립적이고 합리적인 집단'이라는 일반적인 통념과는 달리, 영화 속에서는 대체로 냉정하고 도덕적 가치기준이 결여되어 있으며, 특정한 이해관계에 봉사하는, 비합리적인 집단으로 묘사된다. 이들은 자신이 만들어낸 과학기술의 산물들이 어떤 사회적·환경적 결과를 가져올지 미처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가 그것이 재앙을 불러온 후에야 문제를 깨닫고 동분서주하지만, 결국 그들에게는 파멸이 닥친다. 그리고 종종 과학자들은 영화 속에서 배신하는 역할을 맡거나 세계 지배를 획책하는 등의 궁극적인 악역으로 남기도 한다.

과학기술과 과학기술자의 모습이 이러하니, 미래사회라고 밝은 모습일 리가 없다. 미래사회는 유토피아의 반대인 '디스토피아(dystopia)'적인 외양으로 설정된다. 컴퓨터기술의 발달을 매개로 감시사회가 더욱 공고화되거나, 환경오염이 극단적으로 심화되며, 심지어는 기계에 의해 인간이 지배되기도 한다. 핵전쟁이나 환경재해로 말미암아 인류가 거의 모두 멸망하고 난 후의 세계를 다룬 '재앙 이후(post-catastrophe)' 장르의 영화들은 하나의 극단적인 예가 되겠다.

그러면 이제 이러한 모습들이 실제로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최근의 영화 몇 편을 예로 들어 살펴보도록 하자. 여기서 사례로 분석한 영화는 <월러스와 그로밋>, <킹덤>, <신세기 에반게리온>까지 모두 3편이다.
 

사례 1: <월러스와 그로밋 Wallace & Gromit>
 

잘 알려진 바대로, <월러스와 그로밋> 시리즈는 영국의 아드만 스튜디오에서 제작한 점토 애니메이션(clay animation)으로, 서로 독립적으로 만들어진 3개의 짧은 에피소드 - <화려한 외출>, <전자바지 소동>, <양털 도둑> - 로 구성되어 있다. 각각의 에피소드는 발명가인 월러스와 그의 조수인 개 그로밋이 만들어 낸 발명품들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건들을 다루고 있다. <월러스와 그로밋> 시리즈는 사람들이 과학기술에 대해 가지고 있는 가장 상식적인 생각을 그 속에 암암리에 담고 있는 경우라고 볼 수 있겠다.

<월러스와 그로밋> 시리즈를 보면 과학기술의 이중성에 대한 인식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즉, 과학기술은 인간에게 각종의 문명의 이기(利器)들을 가져다줄 수 있는 존재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이것이 악용되었을 때에는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는 존재라는 생각이다. 영화에서 등장하는 기계들의 상당수는 이런 이중성을 지니고 있다. 예컨대 월러스가 발명한 전자바지(techno-trousers)는 그로밋을 대신 산책시켜 줌으로써 귀찮은 노동으로부터 인간을 해방시킬 수 있지만, 일단 펭귄의 손에 넘어가자 다이아몬드를 훔치는 범죄의 수단으로 악용된다. 또한 <양털 도둑>에서 등장하는 로봇 개 프레스턴은 원래 주인에게 봉사하도록 만들어졌지만 점차로 주인의 명령을 거부하고 나중에는 '터미네이터'로서의 본색을 드러낸다. 이러한 대비들로부터 과학기술은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다, 내지는 과학기술이라는 것은 인간이 하기 나름이다, 라는 식의 소박한 생각을 읽어낼 수 있다.

그러나 <월러스와 그로밋> 시리즈가 보여주는 과학기술의 이미지는 이중성에 대한 인식에서 소극적으로 그치고 마는 것이 아니라 거기서 좀더 나아간다. 먼저 <월러스와 그로밋>에서는 일상 속에서 제어불능 상태에 빠진 기계의 이미지가 나타난다. <양털 도둑>에서 등장하는 오트밀 죽 발사기나 털깎기 기계가 대표적인 예이다. 평상시에는 멀쩡하다가도 갑자기 이유 없이 광포해지고 인간을 골탕먹이는 일상 속의 기계들의 이미지, 이로부터 읽어낼 수 있는 것은 기계가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한 어떤 무엇'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인간에게 위해(危害)를 가하려 드는 그 무엇'일 수 있다는 인식이다. 즉 과학기술의 산물들은 완전히 100% 마음대로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설명할 수 없는 어느 정도의 불확실성을 그 속에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월러스와 그로밋>은 '과학기술의 산물들이 과연 진정으로 쓸모가 있는가', 내지는 '그것은 진정으로 인간의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을 주는가'라는 다소 근원적인 질문을 제기한다. 예컨대 영화를 보면, 월러스가 "현대인의 필수품"이라고 말했던 전자바지는 과연 진정으로 쓸모가 있는 것일까, 그리고 월러스에게 자동으로 옷을 입혀주고 식사를 준비해 주는 기계는 필요한 것일까, 라는 의문이 남게 된다. 비록 코미디라는 장르의 외양에 가려 잘 드러나지는 않고 있지만, <월러스와 그로밋> 시리즈가 제시하는 이미지들은 과학기술의 쓸모 내지는 유용성이라는 가치에 대해 생각의 여지를 제공하고 있다.
 

사례 2: <킹덤 The Kingdom>
 

<월러스와 그로밋>이 과학기술의 본질, 내지는 그것의 유용성에 대해 희화화된 형태로 문제제기하고 있다면, 호러 장르에 속한다고 볼 수 있는 <킹덤>은 영화 속에 나타나는 과학자들의 전형적인 이미지를 보여 준다. <킹덤>은 1994년에 덴마크의 TV에서 방영되었던 시리즈물을 재편집한 것으로, 코펜하겐에 있는 실존 장소인 킹덤 병원을 그 공간적 배경으로 하는 메디컬 드라마(medical soap opera)의 외양을 갖고 있다. 여기서 킹덤 병원은 최첨단의 의료장비들과 현대적 시설들을 보유하고 숱한 뛰어난 의사들과 스탭들을 거느린 현대 의학의 정수이기도 하지만, 이와 동시에 현대 과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불가사의한 사건들(정체불명의 앰뷸런스, 엘리베이터 통로 속에서 흐느끼는 소녀 유령, 악령을 잉태한 여의사...)이 그 속에서 잇달아 발생하는 초자연적이고 불가해한 공간이기도 하다. 이렇게 이질적인 요소들이 뒤섞인 기묘한 공간 속에 등장한 과학자들은,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갖고 있는 통념과는 상반되는 모습으로 영화 속에서 나타난다.

"과학자들은 점점 오만해지고, 영혼도 부정한다"라는 영화 시작 부분의 비판적 나레이션에서 충분히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는 일이겠지만, <킹덤>에서 과학자집단(즉, 킹덤 병원의 의료진들)의 모습은 가차없고 단정적이며, 조금의 연민도 담기지 않은 방식으로 냉정하게 묘사되어 있다. 여기서 '토론을 통해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아나가는 합리적인 집단으로서의 과학자공동체'라는 신화는 그 근저에서부터 철저하게 붕괴한다. 의료진들은, 마치 육중하고 거대한 킹덤 병원의 외양에 짓눌리기라도 한 것처럼, 위계질서화된 관료적 체계 속에 억눌려 있고 형식적 절차에 얽매여 있다. 또한 의사공동체는 하나의 거대한 이익집단으로서의 면모를 보이는데, 이들은 의료인, 좀더 넓게는 과학자로서의 윤리에 충실하기보다는 의료사고의 은폐에 가담하고 멀쩡한 사람에게 병든 간을 이식하는 식의 어이없는 수술을 집도하는 등의 일을 서슴지 않는다. 또 일부 의사들은 다른 이의 연구성과를 가로채 마치 자신의 것인 양 발표하는 비윤리적인 행위까지 저지른다. 이로부터 드러나는 과학자집단의 모습은, 위계질서에 따라 조직되어 있어 위아래 간의 의사소통이 잘 이루어지지 않으며, 하나의 이익집단으로 전락한, 한마디로 비합리성의 상징과도 같은 모습이다.

과학자집단 전체에 대한 이러한 일반화는 개별 과학자들에 대한 묘사에서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영화에서 등장하는 의사들은 엄청난 속물근성의 소유자이거나 이해관계에 따라 판단의 근거가 서로 달라지는 이중인격자로 그려져 있다. 물론 일부 의사들은 의학적 연구에 목숨까지 거는 성실함을 보이기도 하는 듯하지만, 이런 경우에조차 이들은 자신이 하려고 하는 연구의 수단과 목적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고 연구 결과에만 비정상적으로 집착하는 면모를 보인다. 이러한 면모로부터 호러 영화에 등장하는 전형적인 '미친 과학자(mad scientist)'의 이미지를 연상해 볼 수 있다. '미친 과학자'의 이미지는 시체조각들을 모아 재생시킴으로써 괴물을 만들어 낸 과학자의 얘기인 메리 셸리의 소설 <프랑켄슈타인>에서 그 원형을 찾아볼 수 있는데, 이들은 대체로 '미친 듯이' 연구에만 몰두하다가 뜻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하게 되어 파멸을 맞는 것으로 설정되는 것이 보통이다.

이러한 이미지들을 통해서, 과학자집단이 사회 일반으로부터는 분리되어 '다른' 가치나 행동규범에 의해 지배를 받는 '특수한' 공동체라는 뿌리깊은 통념은 심대하게 뒤흔들린다. 영화 속에서 그들은 일견 비범한 면모를 보여주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 속의 일반인들과 마찬가지로 이중적이고, 종종 목적과 수단을 혼동하며, 치명적인 실수도 저지른다.
 

사례 3: <신세기 에반게리온 Neon Genesis Evangelion>
 

<신세기 에반게리온>은 서기 2015년의 미래사회를 배경으로 하는 SF 애니메이션임과 동시에, 지구에 '세컨드 임팩트'라고 불리는 대재난이 일어난 이후의 상황을 배경으로 하는 '재앙 이후' 장르의 영화라고 볼 수 있다. <신세기 에반게리온>은 1995년에서 96년에 걸쳐 일본 TV에서 방영되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이후 TV판의 후속편 격에 해당하는 극장용 애니메이션이 97년에 개봉했다. 영화는 서기 2000년에 일어난 대재난 이후에 살아남은 사람들이 '사도(使徒)'라고 불리는 정체불명의 적들에 대항해 맞서 싸우는 것을 기본적인 배경으로 설정하고 있다.

<신세기 에반게리온>에 나타난 과학기술의 이미지는 한마디로 '불확실성'과 '통제불가능성'을 그 특징으로 하는데, 이는 <월러스와 그로밋>에서 나타난 과학기술의 이미지와 연관이 있지만 좀더 극단적이다. 이런 점은 극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는 대(對)'사도' 결전병기인 에반게리온에서 집약적으로 나타난다. 에반게리온은 생명공학 기술을 이용한 일종의 생체병기이자 탑승자와의 '싱크로'에 의해 동작하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는데, 여기까지는 사실 그다지 새로운 점은 없다. 그러나 에반게리온은 그것의 행동을 예측하거나 완전히 제어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이전의 로봇 애니메이션들(마징가 Z에서 마크로스를 거쳐 건담까지)과 확실하게 다르다. 우선 에반게리온은 종종 제어불능상태에 빠져 이유없이 '폭주(暴走)'함으로써, 조종사에게 상처를 입히거나 심지어 조종사를 그 속으로 흡수해 버리기까지 한다. 에반게리온은 내부 에너지가 0인 상태에서 동작하기도 하며, 마치 자기 자신의 의지를 지닌 듯 조종을 거부하기도 한다. 이러한 모든 사건들은 극중에서 합리적인 이유가 제시되지 않은, 이해할 수 없는 것들로 주어지고, 에반게리온의 조종사들이나 그것의 제어를 담당하고 있는 '네르프(NERV)'의 직원들에게도 경악이나 공포감으로 다가가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다. 심지어 에반게리온은 그 활동을 '구속하려는' 각종의 장비들을 외부에 장착하고 있었음이 나중에 밝혀진다. 이는 결국, 인간의 손의 연장, 하나의 '도구로서의 기계'라는 통념을 완전히 뒤집어 놓으며, 탑승자(능동)/로봇(수동)의 이분법이라는 관습을 파괴한다.

이런 불확실성과 예측불가능성은 극중에 등장하는 다른 과학기술적 산물의 경우에도 예외없이 적용된다. '대사도 요격 전용 요새도시'로 설정된 제 3신(新)도쿄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에반게리온과 함께 첨단 과학기술의 집적체라고 할 수 있을 이 거대한 지하도시는, 외부인의 방해로 전원공급이 끊어지자 완전한 무용지물이 되어 버리며, 바이러스 크기의 사도가 침입하여 도시 전체를 통제하는 메인 컴퓨터에 침입하려 할 때에도 내부로부터의 치명적인 결함을 드러낸다. 또한 에반게리온을 대체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원자로 내장 로봇은, 비록 나중에는 네르프의 음모에 의한 것으로 밝혀지기는 하지만, 제어불능 상태에 빠져 도시 전체를 위협한다.

과학기술의 산물 속에 내재한 불확실성과 예측불가능성 때문에 나타날 수 있는 위기는 인간 자신의 능력에 대한 지나친 믿음, 그리고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를 완전히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오만함에 의해 격화되어 파멸적인 상황으로 나타난다. 40억 인구의 목숨을 앗아간 것으로 설정된 '세컨드 임팩트'의 경우에도 그 근본적인 원인은 인간의 과신과 오만에 그 근원을 두고 있었다고 등장 인물 중 한 사람은 설명한다. 결국 그 원리를 제대로 이해할 수도 없고 작동을 예측할 수도 없으며 종종 미친 듯이 날뛰는 과학기술, 이것이 위기를 가져오고 이런 점을 간과한 인간의 오만이 합쳐져서 미래의 모습은 파멸로 치닫는다는 메시지를 <신세기 에반게리온>은 전달하고 있다.
 

과학기술의 이미지들이 내포하는 함의
 

과학기술과 과학기술자, 그리고 미래사회의 모습에 대해 널리 퍼져 있는 낙관적 신화들과 정면으로 대립하는 이런 이미지들은, 우리에게 여러 가지 함의들을 제시하고 있다. 먼저 그것은 현대사회 전반을 규정짓다시피 하고 있는 과학기술이 과연 우리에게 진정으로 '더 나은' 삶을 가져다 줄 것인지에 대해, 바꿔말해 현대 과학기술의 본질은 과연 어떠한 것인지에 대해 성찰해 볼 것을 요구한다. 적어도 영화들 속에서는, "선의를 지닌 과학기술자가 인간을 위해 과학기술을 개발하고 그 결과 인류의 미래는 유토피아적 전망으로 채워지게 된다"는 식의 낙관적 전망을 찾아볼 수 없다. 비록 상상력의 차원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전혀 허황된 것이 아니라 현실에 어느 정도 뿌리를 두고 있는 것이라는 점에서 영화들이 보여주는 전망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한편, 그 이미지들은 과학기술(과 그것이 구현될 미래)에 대해 일반인들이 갖고 있는 생각이 결코 단순하게 파악될 수 없는 것임을 암시한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일반인들은 널리 선전되는 '테크노피아'의 신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면서도 과학기술의 미래에 대해 암울한 전망을 던지는 영화들 역시 무리없이 수용한다. 이러한 이중적 태도는 과학기술의 미래에 대해 한편으로 긍정하고 싶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말미암아 이미 나타나고 있는 병폐들이 심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는 동시대인들의 정서를 잘 보여주고 있다. 결국 대중영화 속에 나타난 과학기술의 이미지들은 과학기술의 발전에 대한 우려를 담은 하나의 경고장이자, 이에 대한 일반인들의 사고방식을 엿볼 수 있는 하나의 척도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출전: 중앙교육 『블루논술 A+』 1998년 8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