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전적 이해관계와 연구의 편향
 

데이빗 레스닉^*
 
 

도입
 

금전적 이해관계가 연구개발(R&D)에 미치는 영향은 197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다. 2차대전 이전에는 (정부의 돈이건 기업의 돈이건 간에) 연구에 들어가는 자금의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았으나, 2차대전을 거치면서 R&D에 대한 정부의 대규모 투자가 시작되었고 이는 전쟁 이후에도 유지되었다. 194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정부와 민간기업체는 모두 R&D에 들어가는 자금 규모를 꾸준히 증가시켰지만, 그럼에도 대부분의 기초연구를 포함한 R&D 자금의 절반 이상은 여전히 정부에서 나왔다(Dickson 1988). 그와 같은 균형 상태는 지난 20년 동안 제약, 생명공학, 생의학, 컴퓨터 및 정보시스템과 같이 R&D를 크게 강조하는 산업 분야들에 기업 자금이 쏟아져 들어가면서 변화를 겪게 되었다. 현재 미국에서는 민간기업체가 전체 R&D 자금의 60% 이상, 액수로는 매년 1000억 달러 이상을 지출하고 있다. 기업이 지원하는 기초연구 자금도 1980년 이후 3배로 증가해 매년 80억 달러에 달하고 있으며, 미국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R&D의 71%는 민간연구소에서 수행되고 있다(Jaffe 1996). 생의학 분야의 R&D는 이러한 민영화(privatization) 경향을 이끄는 핵심 요소 중 하나이다. 생의학 분야의 R&D에 대한 민간부문의 기여분은 1980년의 연간 20억 달러에서 1990년에는 연간 160억 달러로 증가했으며, 2000년에는 그 액수가 300억 달러선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Beardsley 1994; Resnik 1999).

또한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에서 일하는 많은 과학자들은 이제 주식, 저작권, 특허 등의 형태로 연구에 대해 상당한 금전적 이해관계를 갖게 되었다(Krimsky et al 1996; Blumenthal 1997; Bowie 1994; Zolla-Parker 1994). 1970년대 이전에 대학이나 개별 과학자들은 특허를 적극적으로 얻으려 하지 않았다. 그만한 소동을 겪거나 비용을 들일만큼 특허가 가치있다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과학자가 자신의 발명을 보호하기 위해서, 혹은 자신의 성취에 대한 상징으로서 특허를 취득하려 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그 특허가 엄청난 금전적 이익을 낳을 거라는 기대는 거의 없었다(Bowie 1994). 그러나 최근들어 상황이 급변해서 점점 더 많은 과학자들이 특허에 의한 보호를 추구하게 되었고 대학들은 소속 과학자들이 지적소유권을 보호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Bowie 1994). 특허 추구가 흔한 현상이 된 이유 중 하나는 "과학"과 "기술", "기초연구"와 "응용연구" 사이의 간극이 지난 20-30년 동안 좁아졌다는 점을 들 수 있다(Bowie 1994). 1953년 왓슨과 크릭이 DNA 구조를 발견했을 때만 해도 그 연구의 실제 응용가능성은 그리 분명하지 않았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새로운 유전 정보를 의료적 진단 및 치료, 약품 개발, 유전공학 등의 실제 용도로 이용할 수 있다(Kitcher 1996). 연구와 관련된 주식을 소유하고 있는 과학자들 역시 이와 유사한 경향을 좇아 왔다. 과거에 대다수의 연구자들은 봉급이나 급여, 사례금, 혹은 그 외의 정해진 보수를 받고 일했다. 반면 오늘날에는 일에 대한 보수를 주식 형태로 받는 연구자들이 늘고 있다. 주식 형태의 지불이 널리 퍼지게 된 한 가지 이유는 생명공학 분야의 신생기업들 같은 경우 현금이 부족하고 따라서 현금보다는 주식으로 연구자들에게 보수를 지불하는 편이 더 쉽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Dickson 1988).

많은 연구자와 대학의 입장에서 보면 기업 자금의 유입은 저절로 굴러들어온 노다지에 가까웠다. 그러나 많은 과학자, 정부관리, 과학정책 전문가들은 연구에서 사적 이해관계가 점점 더 큰 역할을 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해 왔다. 가장 두드러지고 자주 언급되어 온 우려는 사적 이해관계로 인해 판단이나 방법론상의 오류, 연구 결과의 은폐, 심지어 노골적인 기만행위가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Ziman 1996; Broad and Wade 1993; Bowie 1994). 기만행위와 기업 자금 유입 사이의 분명한 연결을 입증하는 자료는 존재하지 않지만, 최근에 출간된 몇몇 연구들은 자금원이 어디인가에 따라 연구 절차나 결과가 편향되거나 영향을 받을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Easterbrook et al 1991; Friedberg et al 1999). 또한 민간기업이 자신에게 불리한 연구 결과를 숨기거나, 편향된 연구 결과를 발표하거나, 중요한 건강상의 우려를 규제당국에 고지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폭로한 몇몇의 널리 알려진 사례들도 있다(Wadman 1996; Hilts 1994; Associated Press 1993, 2000).

이 글의 목적은 금전적 이해관계와 연구 편향에 관해 사고하는 철학적 틀을 마련해 보고자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이 글에서는 (1) 연구에서의 편향이라는 관념을 자세히 설명하고 (2) 금전적 이해관계가 편향을 만들어내거나 심화시킬 수 있는 몇 가지 가능성을 생각해본 다음 (3) 금전적 이해관계의 영향을 완화시키거나 관리하기 위한 몇몇 전략들에 대해 논의할 것이다. 그러한 전략들에는 (a) 기업이 자금을 대는 연구에 맞서 균형을 잡기 위해 정부자금을 이용하고 (b) 정부의 자금지원 결정에 대중의 의견을 더 많이 반영하고 (c) 연구에서의 이해관계 충돌을 공개해 관리하고 (d) 데이터를 감사(監査)하고 (e) 데이터에 대한 접근가능성을 확장하는 것 등이 포함된다. 이 글의 전반적 논지는, 금전적 이해관계가 편향된 연구를 유발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우리(사회 일반)가 개인 혹은 기업의 금전적 이해관계가 미치는 영향을 완화하거나 관리하기 위해 일정한 조치들을 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에서 금전적 이해관계를 완전히 제거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을 뿐더러 바람직하지도 않기 때문에, 가장 현명한 전략은 과학과 사회 양자 모두의 이익을 위해 이러한 이해관계를 주의깊게 감시하는 것이다.
 

연구에서의 편향
 

객관성 대 편향의 감소
 

20세기에만도 많은 사려깊은 철학자, 역사가, 사회학자들이 객관성과 연구 편향 문제를 다루어 왔다. 이러한 모든 문제들에 답하거나 과학적 객관성에 관해 건실하고 상세한 이론을 만들어내는 것은 이 글의 목적이 아니다. 그러나 이런 문제들에 있어 내게 합당해 보이는 주류 접근을 간략히 제시해 볼 필요는 있을 것 같다. 이러한 개관은 몇몇 저자들, 특히 롱기노, 코소, 슈레이더-프레쳇 등의 저작에 기반할 것이다(Longino 1990; Kosso 1992; Shrader-Frechette 1994). 개관을 해보는 이유는 금전적 이해관계가 연구를 편향시킬 거라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내비친 우려 중 일부를 내가 제시할 관점이 설명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분석을 시작하면서, 나는 먼저 객관적(objective)인 것과 편향되지 않은(unbiased) 것을 서로 구분하려 한다. 과학이 객관적인가, 혹은 객관적이어야 하는가의 문제는 매우 복잡하고 심오한 쟁점인데, 이 글에서는 이를 해결하려 시도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나의 연구 결과가 완전히 객관적이기 위해서는 인간의 이해관계나 개념, 가치, 이론 등과 무관하게 참이어야(내지는 잘 증명되어야 혹은 옳아야) 한다. 이런 개념을 이해하는 많은 상이한 방식들이 있다. 어떤 학자들에 따르면 객관성은 실재와의 조응에서 찾을 수 있는데, 여기서 과학적 결과는 실재하는 과정, 사건, 실체, 현상을 표상할 때에만 객관적이다(Smart 1968). 다른 학자들은 객관성이 종국에 가서 성취될 수 있는 하나의 목표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보면 객관적인 이론 내지 믿음은 연구 과정의 끝에서 받아들여지게 되는 믿음을 의미하게 된다(Peirce 1995). 또다른 학자들은 객관성이 공공적 동의(public agreement)에 있다는 입장을 견지한다. 어떤 결과가 객관적이기 위해서는 유사한 상황에서 동일한 기법을 사용하는 모든 연구자들이 동일한 결과를 얻어내야 한다는 것이다(Ziman 1968).

일부 학자들은 서로 다른 많은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기술적, 심리적 요인들이 연구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완전한 객관성이란 실제 연구와는 거의 아무런 연관도 없는 철학적 픽션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Collins 1985). 과학적 객관성에 대한 비판에서 분수령을 이루었던 사건은 토머스 쿤의 『과학혁명의 구조』의 출간이었다(Kuhn 1962). 이 책에서 쿤은 과학이 객관적 진리를 향한 느리고 점진적인 진보가 아니며, 과학적 세계관에서의 혁명과 변화를 포함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쿤은 또한 사회적, 경제적, 역사적, 심리적 요인들과 인간적 가치들이 과학혁명 동안에 일어나는 변화에 영향을 준다는 주장을 폈다. 쿤이 과학에서의 객관성 개념을 거부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는 과학자와 과학학자들이 이 개념을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고 역설했다(Kuhn 1977).

1962년 이래 과학사, 과학철학, 과학사회학에서 벌어졌던 수많은 대논쟁들이 과학에서의 객관성 문제에 초점을 맞추어 왔다. 많은 과학학자들은 인간적 가치들과 심리적,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및 여타의 요인들이 연구에 영향(내지 편향)을 준다는 점을 들어, 객관성이란 하나의 허상이거나 도달불가능한 목표에 불과함을 보이기 위해 노력했다(Collins 1985; Latour and Woolgar 1986; Harding 1986; Fuller 1988; Longino 1990; Bloor 1991). 반면 상대주의, 구성주의, 주관성의 공격에 맞서 과학을 수호하려는 쪽으로도 많은 과학학자와 과학자들이 몰려들었다(Laudan 1990; Kitcher 1993; Gross and Levitt 1994). 이들간에 벌어진 이른바 "과학전쟁"은 과학의 문화학에 관한 물리학자 앨런 소칼의 패러디 논문(Sokal 1996)이 언론에 크게 보도되면서 학계의 벽을 넘어 대중적 무대에까지 알려지게 되었다. 소칼은 이 논문을 과학에서의 사회적·문화적 요인들을 다루는 『소셜 텍스트』라는 학술지에 실어 파문을 일으켰다.

"과학전쟁"의 쟁점들을 다시 검토해 보는 것은 이 글의 목적이 아니다. 그 대신 나는 다양한 연구 정책에서 등장하는 좀더 평범한 개념인 "연구 편향"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여기서 나는 과학이 객관적인가 혹은 객관적이어야 하는가 하는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도 연구가 더 편향되었는가 덜 편향되었는가 하는 문제를 판단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자 한다. 객관성은 도달불가능한 목표일 수도 있지만, 편향의 감소(reduction in bias)는 도달가능한 목표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어떤 연구가 편향되지 않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먼저 우리가 가진 과학적 객관성의 관념을 형성하는 다양한 인식론적 기준들 ― 논리 규칙, 통계, 실험 설계 등 ― 을 들이대어 연구 결과를 평가해볼 수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첫 번째 방법은 연구가 편향되지 않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일정한 내재적 한계를 갖는다. 그 이유는 이러한 기준들이 실제 사례에 대한 적용에서 종종 명확한 해답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바꿔말해 서로 경합하는 두 개의 이론 내지 가설이 있다고 할 때, 이 둘은 인식론적 기준이나 가능한 최선의 증거들에 비추어 동등하게 좋은 이론 내지 가설로 판가름날 수 있다는 얘기다. 역사적 사실의 측면에서 보면, 이론과 가설들은 (언제나 그런 것은 아니지만) 종종 데이터에 의해 미결정된다(Newton-Smith 1981; Kitcher 1992). 예를 들어 만약 우리가 논문으로 발표된 자료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제약회사의 후원을 받아 어떤 약품이 효능이 있음을 입증한 연구와 독립 기구의 후원을 받아 그 반대 결론을 내린 연구가 동등하게 훌륭한 연구라고 결론지을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제약회사의 연구가 편향되었을 거라는 끈질긴 의심을 가질 수 있다 ― 설사 우리가 데이터나 연구 방법만 보아서는 이런 결론을 내릴 수 없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물론 내 말은 우리가 이론과 가설의 평가에서 이러한 인식론적 기준들을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얘기가 아니다. 다만 실제 이론과 가설에 적용해 보면 종종 이러한 판단을 내릴 수 없는 상황이 생긴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을 뿐이다.

지금까지 논의를 보면 연구 편향을 이해하는 또다른 중요한 방법이 있을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즉, 우리는 인식론적 기준에 따라서가 아니라 외부적인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심리적 및 여타 요인들이 연구 결과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이해함으로써 연구 편향을 평가할 수 있다(Longino 1990). 만약 이러한 외부적 요인들이 연구 결과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음을 보일 수 있다면 우리는 이 결과가 편향되었다고 주장할 만한 근거를 어느 정도 갖게 되는 셈이다. 또한 우리는 이러한 외부적 영향을 완화시키거나 관리하기 위한 정책을 실행하는 데 있어 일정한 정당성을 확보하게 된다. 비근한 예로 두 가지 종류의 조세법을 평가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어느 법이 더 공평한가를 판단하는 한 가지 방법은 각각의 법을 공정성 혹은 공평성이라는 이상적 기준에 비추어 판단하는 것이다. 이런 분석을 해보면 어느 쪽이 더 공평한 법인지 판단을 내릴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올 수도 있다. 그 이유는 각각의 법을 시행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결과에 대해 충분한 자료가 없거나, 법이 너무 복잡하거나, 그 외 여러 가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심지어 우리는 완벽하게 공평한 법은 존재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다양한 정치적, 경제적 및 여타 요인들이 이러한 법들을 어떻게 형성하는가를 이해하는 것이 여전히 유용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런 유형의 평가를 해본 후, 우리는 어느 한쪽 법의 경우 특정한 금전적 이해관계를 가졌거나(예컨대 석유 산업) 정치적 이해관계를 가진 집단들(예컨대 노동조합)이 작성한 다양한 구절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이 법이 다른 법에 비해 덜 공평하다고 판단내릴 수 있다. 공평한 조세법을 제정하기 위해 우리는 외부의 이해관계가 법의 내용에 직접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이는 우리가 이러한 외부적 영향들을 통제한다면 더 공평한 조세법이 제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믿을 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내가 제안하고 있는 관점에 따르면, 우리는 설사 객관적 연구라는 것이 도달불가능한 목표라는 점을 받아들인다 해도 연구가 편향된 정도를 구분해낼 수 있는데, 이는 우리가 연구에 미치는 외부적 영향들의 정도를 구분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나는 인종주의 단체가 자금을 지원해 특정 인종이 더 우월하다는 결론을 내린 연구는 정부기구처럼 이런 정치적 이해관계를 갖지 않은 조직이 자금을 지원한 연구에 비해 더 편향되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데 대부분의 독자들이 동의할 거라고 생각한다. 제약회사가 지원해 그 회사에서 내놓은 신약의 편익을 입증한 연구는 그런 금전적 이해관계를 갖지 않은 단체가 지원한 연구보다 더 편향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객관성의 관념은 편향으로부터 자유로운 연구가 어떤 것인가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형성하는 데 일정한 역할을 분명 할 수 있다. 이는 마치 완벽하게 공정한 상태라는 관념이 어떤 특정한 조세법의 공정성 내지 공평성 여부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형성하는 데 일정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것과 꼭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과학이 객관적이라는 강한 관점을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연구 편향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인도해 주는 규제 내지 규범적 이상으로서의 객관성을 받아들이는 것은 가능하다.

"연구 편향"이라는 관념이 철학적 픽션이 아님을 인식하는 것은 상당히 중요하다. 많은 연구 정책, 법규, 법률 등에서 그 관념이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많은 정책, 법규, 전문직 강령들은 연구 데이터를 수집하고 보고하고 분석하는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편향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또한 이러한 정책들은 논문 발표와 동료심사에서의 편향 문제도 다루고 있다(Sigma Xi 1986; Panel on Scientific Responsibility and the Conduct of Research(PSRCR) 1992; National Academy of Science(NAS) 1994; Department of Health and Human Services(DHHS) 1994; Food and Drug Administration(FDA) 1998; American Statistical Association(ASA) 1999; Office of Research Integrity(ORI) 1999).
 

연구 편향의 여러 유형들
 

"편향"은 많은 다른 종류의 외부적 영향들을 포함하는 복잡한 개념이다(Longino 1990). 어떤 편향은 정치 이데올로기나 종교적 교의, 도덕적 우려 등과 같은 인간 가치에서 유래한다. 예를 들어, 스티븐 제이 굴드는 인간의 지능에 관한 많은 연구들이 인종적 혹은 민족적 편향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고 주장했다(Gould 1981). 여성보건 연구자들은 여성의 의료 조건에 관한 연구들이 성차별적 편향에 의해 형성되어 왔음을 보여주는 증거를 제시했다. 그러한 편향에 의해 여성이 임상시험에서 줄곧 배제되어 왔다는 것이다(Dresser 1992). 공산당이 뤼셍코주의를 지지하고 멘델주의를 배척한 것은 구 소련의 생물학에 심대한 영향을 미쳤다(Joravsky 1970).

어떤 편향은 심리적 편견에서 유래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연구자가 자기 연구의 정확성이나 진실성을 지나치게 믿은 나머지 자기 연구를 비판적으로 바라보지 못할 경우 자기기만(self-deception)이 발생할 수 있다. "자기비판"의 규범에 강조점을 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학자들은 매우 속기 쉬운 존재들이다(Broad and Wade 1993). 관찰자가 자신이 보고 싶어하거나 보기를 기대했던 것만 보게 되는 이른바 "관찰자 효과(observer effect)"는 널리 알려진 현상이다(Broad and Wade 1993). 오랜 기간 동안 천문학자들은 화성 표면에서 운하를 보았다고 주장했고, 갈레노스를 추종하던 의사들은 심장의 격막에 난 구멍을 보았다고 주장했다. 상온핵융합(Cold Fusion) 논쟁을 연구한 몇몇 학자들은 관찰자 효과나 그 외 다른 유형의 자기기만과 같은 심리적 요인들이 작용해 스탠리 폰스와 마틴 플라이슈만의 실험 설계에 문제가 생겼고 결국 재연불가능한 실험 결과를 만들어냈다고 주장했다(Huizenga 1992). 대부분의 사람들은 확률을 해석할 때 다양한 종류의 심리적 편향들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그 중에는 익숙한 사건의 확률에 근거해 새로운 사건의 확률을 추정하는 고정성 편향(anchoring bias)이나 언론보도가 더 많이 된 사건의 확률을 과대평가하는 가용성 편향(availability bias) 같은 것이 있다(Kahneman, Slovic and Tversky 1982). 예를 들어 많은 사람들은 몇몇의 널리 알려진 사례들을 보고 의사나 간호원 같은 병원 근무자로부터 환자에게로 HIV가 전염되는 것의 위험을 지나치게 크게 평가한다.

어떤 편향은 연구 환경이나 연구 기획의 사회적, 제도적, 문화적 내지 경제적 조건에 기인한다. 예를 들어 아이들에게 사용되는 약품들 중 많은 수는 아동 인구를 대상으로 적절한 테스트를 거치지 않은 것들인데, 이는 아이들에 대한 약물치료에서 편향된(그리고 부실한) 이해를 낳는다. 약품이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적절한 증거가 없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약품을 처방하고자 하는 의사들은 아이를 종종 "작은 어른"으로 간주해 약물 투여량에서 몸무게를 유일한 변수로 삼는 수밖에 없게 된다(Tauer 1999). 왜 이런 상황이 생겨났는지에 대해서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인간 대상 연구를 규제하는 법규들은 아이들처럼 스스로를 보호할 능력이 없는 피험자를 보호하도록 고안된 것이다. 따라서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에는 윤리적, 법적, 사회적 장벽이 존재한다. 둘째, 이 때문에 기관들과 임상 연구자들은 아동 인구에 대해 약품을 테스트하는 프로토콜을 설계하거나 실행하기를 주저한다. 셋째, 제약회사들은 성인들에게 흔한 질환 ― 예컨대 우울증 같은 ― 을 치료하는 약품을 더 많이 개발하는데, 그 이유는 이런 약품들이 투자 대비 수익률에서 더 좋기 때문이다. 설사 이러한 약품들이 "정해진 용법 이외의" 용도로 아이들에게 처방될 수 있다 하더라도 제약회사들이 아동 인구에 대한 약품 테스트를 계획하는 일은 별로 없다. 그들이 주로 염두에 둔 대상은 성인 소비자들이기 때문이다(Tauer 1999). 이 글에서 다루어지는 편향들(즉, 금전적 편향) 중 많은 수는 연구 환경의 사회적, 경제적 조건들과 관련이 있다.

마지막으로 어떤 편향은 가설 개발 및 테스트, 실험 설계 혹은 데이터 분석에서 잘못된 방법론적 가정을 사용함으로써 생겨난다. 예를 들어 두개골 측정학은 지능이 인간의 머리의 크기 및 형태와 연관되어 있다는 그릇된 가정을 하고 있다(Gould 1981). 한때 이러한 가정은 많은 연구자들에게 매우 합당한 것으로 받아들여졌지만, 지금 우리는 이것이 그릇된 것임을 알고 있다.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성(혹은 성심리)이 정신병이나 신경쇠약 같은 질환에서뿐 아니라 통상적인 심리 발달에서도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의 정신분석학자들은 그의 이론이 성을 지나치게 강조했고 성의 중요성에 관한 입증되지 않은 가정에 근거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른 학자들은 프로이트의 방법론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그가 자신의 이론을 엄격한 테스트에 부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Grunbaum 1985).
 

편향의 감소: 목표 대 과정
 

연구에서의 편향에 대해 생각할 때, 무편향(freedom from bias) 내지 편향의 감소를 이해하는 두 가지 상이한 방식을 구분해 보는 것도 유용하다. 무편향을 바라보는 한 가지 방법은 그것이 연구의 결과, 산물 내지 목표라고 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많은 연구윤리 관련 서적이나 보고서, 행동강령들은 편향되지 않은 데이터 내지 결과를 언급하고 있다(Sigma Xi 1986; American Physical Society(APS) 1991; PSRCR 1992; LaFollette 1992; DHHS 1994; NAS 1994; Resnik 1998a; ASA 1999; ORI 1999). 철학자들과 과학학자들은 종종 객관적 믿음, 객관적 사실, 객관적 진리, 객관적 진술 내지 객관적 지식의 측면에서 객관성과 편향을 얘기한다(Popper 1959; 1972; Kosso 1992; Shrader-Frechette 1994; Ziman 1996). 결국 편향에 대한 이러한 관념은 무편향을 연구의 목적 내지 목표로 보고 있다는 점에서 모두 목표지향적 내지는 목적론적 관념이다.

무편향을 이해하는 한 가지 다른 방법은 그것이 연구를 수행하는 과정, 절차 내지 방법이라고 보는 것이다. 연구윤리에 관한 저작들은 종종 연구 설계, 데이터 분석, 방법과 절차, 커뮤니케이션에서의 편향 문제를 다룬다(DHHS 1994; ASA 1999; FDA 1998; ORI 1999; NAS 1994). 철학자들과 과학학자들은 방법, 귀납적 추론의 규칙, 이론선택의 기준, 그리고 과학의 사회적 구조에서의 편향을 자주 언급한다(Howson and Urbach 1989; Longino 1990; Kosso 1992; Solomon 1994). 편향에 대한 이러한 관념은 연구의 결과 혹은 목표가 아니라 행동, 과정 내지 절차에 초점을 맞춘다. 연구윤리의 규칙과 다양한 과학 정책들은 연구 편향을 감소시키기 위한 절차로 볼 수 있다(Resnik 1998a). 따라서 우리는 이러한 생각을 편향 감소에 대한 "절차적" 설명이라고 이름지을 수 있다.

과학적 방법론에 대한 표준적 관점에 따르면, 과학의 방법은 과학의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다(Laudan 1984). 만약 연구의 목표가 편향되지 않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라면, 연구 방법은 이런 결과를 얻어낼 가능성이 높은 절차가 되어야 한다. "편향되지 않은 절차"는 편향되지 않은 결과를 성취하기 위해 고안된 방법인 것이다. 많은 과학자와 과학철학자들은 편향되지 않은 데이터나 결과를 산출해낼 수 있게끔 하는 절차가 연구 설계의 규칙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Giere 1991; Grinnell 1992). 많은 철학자들과 과학학자들은 과학적 방법이 단기적 혹은 장기적으로 편향되지 않은 이론, 진리 혹은 믿음을 얻거나 개발할 수 있도록 돕는 규칙이라고 주장한다(Popper 1959; Lakatos 1978; Pierce 1955).

요약하자면, 과학 연구는 그것이 완전히 객관적이지 않다 하더라도 (일정정도는) 편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연구가 편향되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한 가지 방법은 객관성 개념을 형성하는 인식론적 기준들에 따라 연구 결과를 평가해 보는 것이다. 연구가 편향되었는지 여부를 보는 두 번째 방법은 그것이 다양한 외부의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심리적 및 여타 요인들에 의해 어떻게 영향을 받는지를 이해하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완전히 객관적인 결과를 산출해낼 수 없다 하더라도 연구 편향을 완화시키거나 관리하려는 노력을 기울일 수 있으며, 다양한 정책 방법들은 연구자들이 이런 목표를 성취하게끔 도와줄 수 있다.
 

편향 감소가 갖는 가치
 

연구 편향을 둘러싼 논쟁에는 상이한 두 가지 질문이 포함되어 있다. (1) 과학의 본질과 연구 편향의 본질에 관한 개념적 질문, 그리고 (2) 다양한 사회적, 경제적 및 여타의 요인들이 연구에서의 편향을 야기할 수 있는지, 만약 그렇다면 어떻게 그러한지에 관한 경험적 질문이 그것이다. 경험연구의 결과, 현재 행해지고 있는 과학은 편향된 정도가 매우 크다는 강력한 증거가 제시될 수도 있다. 누군가가 모종의 개념적, 논리적, 언어적 분석을 통해 과학이 그 본질에 있어 편향되어 있음(혹은 그렇지 않음)을 보여줄 수 없다면, 객관성에 관한 이러한 질문들은 선험적으로 해결될 수 없다(Kitcher 1992). 적어도 이 시점에서는, 편향의 감소가 실천적으로 (부분적으로라도) 성취가능한가 하는 물음은 여전히 답이 열려 있는 사실 관계상의 문제이다. 이 문제는 공정성과 같은 다른 추상적 개념들의 실현가능성에 관한 문제와 유사하다. 설사 사회가 완벽한 공정성에 도달하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어떤 이상적 기준과 비교했을 때 어떤 사회가 더(혹은 덜) 공정하게 되는 것은 여전히 가능하다. 따라서 나는 편향 감소라는 목표가 비현실적이지도 않고 무익한 것도 아니라는 것을 이 글의 진행을 위한 가정으로 삼을 것이다. 즉, 우리는 과학 연구가 편향이 덜(혹은 더) 되도록 만들 수 있다. 우리가 이러한 목표를 향해 진척을 보고 있는지 여부를 항상 알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진척 그 자체는 가능한 일이다(Kitcher 1993). 만약 연구 편향을 줄이는 것이 적어도 가능하긴 한 일이라면, 그리고 과학이 더(혹은 덜) 편향되느냐의 문제에 대해 정책이나 의사결정이 실제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이제 우리가 물어보아야 할 질문은 "과학자들은 연구에서의 편향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가?"일 것이다. 아래에서는 과학자가 연구 편향을 줄이기 위해 애써야 하는 몇 가지 이유를 간단히 써보도록 하겠다.

첫째로 편향의 감소는 도덕적 가치를 갖는다. 편향된 연구는 신체적·정신적 건강, 안전, 환경의 청결함, 경제성장, 그리고 그 외의 사회적 가치들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어떤 제약회사가 신약에 대한 연구에 자금을 지원해 특정 부작용(예컨대 간 손상)의 위험을 과소평가하는 쪽으로 데이터를 편향되게 분석한 결과가 나왔다고 할 때, 이러한 편향은 환자에게 통증, 장애, 질병 혹은 죽음을 야기할 수 있다. 의학 연구에서 편향을 제거하는 것은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는 도덕적 가치들 ― 개인 및 공공 보건과 사회 복지 같은 ― 를 지키기 위해 중요하다(Brody 1995). 이는 다른 유형의 연구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예컨대 엔지니어링, 농업, 영양 섭취, 심리, 경제발전, 교육, 환경 관리 등과 같이 우리가 도덕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어떤 것에 과학의 응용이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는 편향의 감소 내지 제거가 중요하게 간주될 수 있다. 정리해 보면, 결국 연구 편향은 그것이 바람직하지 못한 사회적 결과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회피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편향 감소가 가치있는 이유는 그것이 사회적으로 가치있는 결과를 산출하는 연구를 촉진하기 때문이다(Shrader-Frechette 1994).

둘째로 편향의 감소는 공공정책 논쟁과 재판에서 정치적 가치를 갖는다. 정책 논쟁에서 정책결정자들은 과학자나 여타 전문가들이 제공한 정치적으로 중립인 준거점, 즉 "사실들"에 의존해 법안이나 행정 규칙 및 지침을 만들고 실행한다(Jasanoff 1990). 논쟁에서 양 진영은 사실들에 대해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을 수도 있고 상대편이 제시한 사실 자체를 공격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때 양 진영이 서로 동의할 수 있는 어떤 지점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이 논쟁을 어떤 합리적인 방식으로 해결하는 것은 아예 불가능해진다(Thompson and Gutman 1996). 의견의 일치나 불일치, 논증의 기반이 되는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준거점이 없다면 공공정책을 둘러싼 논쟁은 수사(修辭)나 순전히 힘만으로 해결될 수밖에 없게 된다. 재판 과정에서 판사와 배심원은 유죄, 무죄, 혹은 책임성 여부에 관한 법적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법적으로 중립인 어떤 준거점 ― 전문가들이 제공한 ― 을 갖고 있어야 한다. 만약 법정 소송에서 사용되는 사실들이 소송 당사자 중 어느 한쪽과의 연관으로 인해 오염된다면 법적 문제를 합리적인 어떤 방식으로 해결하는 것은 역시 불가능해질 것이다(Jasanoff 1995).

셋째로 편향의 감소는 상징적 혹은 문화적 가치를 갖는다. 이는 과학이 편향되지 않았을 거라는 기대를 대중이 갖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진리를 찾아 실험실에서 고생하고 있는 헌신적인 과학자의 이미지는 1950년대의 전성기 이후 상당한 타격을 입었지만, 객관성은 여전히 대중의 과학이해에서 핵심 항목 중 하나이며 대중이 과학을 지지하는 이유의 중요한 일부분이기도 하다(Nelkin 1995). 실제로 연구에서의 기만행위나 타락, 오류에 관한 폭로는 1960년대 이래 점차 대중화되어 온 반과학적 태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Broad and Wade 1993; Haerlin and Parr 1999). 물론 과학에 대해 대중이 현실적인 이해를 하는 것은 중요하며, 연구자가 인간적 가치나 여타 편향들로부터 절연되어 있는 존재라는 낡고 순진한 이미지는 대중에게 별로 득이 못된다. 그러나 연구자들을 완전히 편향되고 타락한 존재로 그려내는 이미지 역시 해로울 수 있다. 과학을 신뢰하고 지원하기 위해 대중은 연구 과정에 대해 현실적이면서도 낙관적인 관점을 가질 필요가 있다. 편향의 감소는 연구에 대한 지나친 냉소주의와 회의론의 반대편에서 균형을 맞추어주는 가치를 갖는다.

넷째로 편향의 감소는 인식론적 가치를 갖는다. 이는 과학학자와 과학자들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세상에 대한 객관적인 지식을 얻고자 하기 때문이다(Kosso 1992; Popper 1972). 사람들은 자연에 대한 "진리"를 배우고 "독립된 실재"에 대해 어느 정도나마 이해하고 싶어한다. 편향의 감소는 객관적 지식이라는 목표를 촉진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점에서 인식론적 가치를 갖는다. 이 목표가 궁극적으로 성취가능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추구해 볼만한 가치는 있다고 주장할 수 있다. 반면 많은 학자들은 객관성의 인식론적 가치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이 목표는 성취가능하지도 않고 추구할 만한 가치도 없다고 주장해 왔다. 세상에 대한 객관적 이해를 얻고자 하는 목표는 적어도 플라톤까지 거슬러올라가는 길고도 파란만장한 역사를 갖고 있다. 그러나 이런 사실에도 불구하고 인식론적 가치는 편향 감소를 뒷받침하는 다른 이유들보다 좀더 논쟁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그 중 가장 취약한 이유이다.

지금까지의 내 주장을 한마디로 요약해 보면, 객관성은 도달불가능한 이상일지도 모른지만, 편향 감소는 도달가능하고 또 추구할 만한 가치가 있는 목표라는 것이다.
 

금전적 이해관계와 연구 편향
 

사적 이해관계와 연구
 

지금까지 연구에서의 객관성에 관한 논의를 통해 본론으로 들어가기 위한 무대는 마련되었다. 이제 금전적 이해관계가 어떻게 연구 편향을 증가시킬 수 있고 우리가 이 문제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하는 질문을 던질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여기서 "금전적 이해관계"라는 말을 연구자 개인의 경제적 이해관계와 민간기업이 가진 경제적 이해관계를 모두 포함하는 의미로 쓰고 있다. 이 논의에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전에, 먼저 왜 금전적 이해관계가 연구에서의 편향을 일으킬 수 있고 실제로도 종종 일으키는지 하는 근본적인 질문에 답할 필요가 있겠다. 기업의 금전적 이해관계가 연구를 훼손할 수 있는 주된 이유는, 영리를 추구하는 회사건 그렇지 않은 회사건 간에 이들은 투자에 대한 보상을 얻기 위해 연구를 지원한다는 것이다(Brody 1995). 회사들은 R&D에 자금을 지원하는 결정이 이윤을 주된 목표로 하는 여타 기업운영상의 결정과 다를 바 없다고 본다(Bowie 1994; Dickson 1988). 많은 회사들이 그것이 지닌 사회적 책임과 연구에 대한 헌신적 지원 방침을 강하게 공개적으로 천명하고 있지만, 이러한 다른 가치들이 경제적 동기보다 더 위에 놓이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윤(내지 적어도 자원의 신중한 사용)에 높은 가치를 두지 않는 기업은 두말할 것 없이 곧 망하고 말 테니까 말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민간기업들이 연구 편향의 감소에 아무런 가치도 두지 않는다는 말은 아니다. 편향되지 않은 연구 결과는 새로운 상품을 개발해 판매하고 또 회사를 법적 책임으로부터 보호해 주는 데 매우 유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요즈음의 제약회사들은 의사들에게 배포하는 전단이나 잡지에 싣는 광고에서 학계에서 발표된 연구를 대체로 인용한다. 그러나 회사들은 편향의 감소 그 자체를 목적으로 보기보다는 목적을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편향의 제거는 그것이 조직에 도움이 될 때는 유용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유용하지 않다고 보는 것이다(Wade 1994).

금전적 이해관계를 가진 개별 연구자들도 비슷한 동기부여를 갖는다. 대다수의 연구자들은 자신의 경력상의 목표를 향한 수단으로서 편향의 감소가 중요하다고 본다. 반면 편향 감소 그 자체가 높은 가치를 지닌다고 보는 연구자들도 많이 있다. 많은 과학자들은 대학에서 과학을 공부하거나 전문직에 입문하기 전부터 편향의 감소를 중요하게 여긴다. 연구자들은 대학 시절에 진리와 객관성의 내재적 가치를 강조하는 과학적 가치나 전통에 관해 주입받는다(Merton 1973). 그리고 과학자들은 과학 전문직에 발을 들여놓으면서 편향을 감소시키는 절차의 준수가 어떤 외재적 가치를 지니는지 깨닫게 된다(Fuchs 1988). 이러한 절차와 방법을 따르지 않는 연구자들은 학술지에 논문을 싣거나 연구비를 따내거나 대학에 자리를 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구자들이 편향 감소 이외의 다른 목표들을 갖고 있는 한 ― 요즘에는 실제로 많은 과학자들이 항상 그러한데 ― 이런 다른 동기부여들은 편향을 피해야 한다는 과학자들의 신념을 침식할 수 있다. 결국 연구 편향의 감소에 높은 우선순위를 두는 학계의 기풍이 금전적 이해관계에 의해 침식될 수 있는 것이다(Wade 1994).
 

연구의 단계들
 

금전적 이해관계가 연구의 객관성에 영향을 주는 몇몇 특정한 방식들을 이해하기 위해, 과학 연구의 단계들에 관한 표준적인 철학적 모형을 생각해 보면 유용할 것이다(Giere 1991; Grinnell 1992; NAS 1994; Resnik 1998a). 그럼으로써 우리는 이러한 상이한 단계들 각각에 사적 이해관계가 어떻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볼 수 있다. 연구자에 따라서 이러한 단계들은 "연구 프로토콜" "연구 계획" "연구 설계" "연구 제안서" 등 서로 다른 이름으로 불린다. 여기서 제시하는 모형은 내가 독창적으로 만들어낸 것도 아니고 고도로 정교한 것도 아니지만, 연구에서의 편향을 이해하는 데는 유용할 것이다.
 

1단계: 문제 선택
연구할 문제나 답할 질문을 선택한다.

2-8단계: 프로토콜의 개발과 실행
2단계: 문제 내지 질문을 좀더 잘 이해하고 이와 연관된 방법, 테스트, 실험들을 알아보기 위해 문헌 조사를 수행한다.
3단계: 연구 프로젝트에서 테스트할 가설을 세운다.
4단계: 연구 프로젝트에서 이용되는 재료와 방법을 검토하고 제안한다.
5단계: 가설을 입증 내지 반증할 수 있는 테스트나 실험을 설계한다.
6단계: 테스트나 실험을 수행해 데이터를 수집, 기록한다.
7단계: 데이터와 결과를 분석한다.
8단계: 데이터와 결과를 해석한다.

9-11단계: 결과의 확산
9단계: 데이터와 결과를 동료심사를 거치는 학술지나 매체에 발표한다.
10단계: 데이터와 결과를 비전문가 청중, 예컨대 대중이나 정부기구 등에게 전달한다.
11단계: 데이터와 결과를 저장, 관리, 공유한다.

실제 연구는 일부 단계의 순서나 각각의 단계에 걸리는 시간 등에서 이러한 모형과 맞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이 단계들은 일종의 이상화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모형은 우리에게 기업 자금지원과 연구 편향에 관해 생각할 수 있는 유용한 틀을 제공해 준다. 이제 사적 이해관계의 결과로 흔히 생길 수 있는 몇 가지 문제들을 논의하면서, 그러한 이해관계가 연구 과정의 여러 단계들에 어떻게 영향을 줄 수 있는지 보이도록 하겠다.
 

문제 선택에서의 편향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민간 회사들은 돈을 벌기 위해 연구에 지원을 한다. 이러한 연구 프로젝트 중 어떤 것들은 돈이 되지만, 어떤 것들은 그렇지 못하다. 그래서 예컨대 제약회사들은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는 질병이나 의학적 조건들 ― 심장 혈관 질환, 고혈압, 당뇨병, 암, 비만, 발기불능과 같은 ― 에 많은 돈을 쓴다. 반면 그들은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영향을 주는 질병, 예컨대 태이색스병이나 마르팡 증후군에는 상대적으로 거의 돈을 쓰지 않는다. 의학에서 이 문제는 "희소 질병(orphan disease)" 문제라고 불리는데, 이는 생의학 연구의 경제성으로부터 직접 도출된 결과다. 또한 제약회사들은 기존에 높은 이윤을 거뒀던 치료법과 매우 유사한 약품("모방[copy cat]" 약품이라고 불리는)은 개발하면서 돈벌이가 안되는 약품("희소" 약품)은 개발하지 않는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 제약회사들은 수십억 달러의 이윤을 벌어들일 수 있는 새로운 "대박" 약품을 끊임없이 찾고 있다(Angell 2000; Brody 1995). 유사한 편향은 공학과 같은 다른 산업 분야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Whitbeck 1998). 회사들은 돈이 되는 설계에 R&D 자금을 투자하고 수지가 맞지 않는 설계는 포기한다. 민간기업들은 이윤을 내거나 자원을 현명하게 투자하지 않고서는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에 기업들이 자신의 R&D 자금을 가장 돈이 되는 연구 문제들에 투자하는 경향을 갖는다고 해서 놀랄 일은 아니다(Zolla-Parker 1994). 이 문제에 대응해 일각에서는 민간기업들이 무시하기 쉬운 영역, 즉 기초연구나 돈이 안되는 응용연구(희소 질병이나 희소 약품 같은)에 정부가 나서서 지원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정부의 자금지원 결정 역시 정치적 이해관계와 같은 다른 편향들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여러 이해집단들은 HIV/AIDS, 말기환자 간호, 암, 약물남용, 대안의료 등의 연구에 지원하라며 지속적인 로비를 벌여 왔다(Agnew 1999).

연구자금 지원과 관련된 이러한 경제적, 정치적 편향들은 연구를 위해 자금을 얻어야 하는 개별 과학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개별 과학자들은 종신재직권, 승진, 경력 향상, 특정 분야 내에서의 명성 등 금전적 이해관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다른 사적 이해관계도 갖고 있다(Hull 1988). 설사 어떤 과학자가 마르팡 증후군이나 다른 희귀한 질병에 매우 관심이 있다 하더라도, 연구를 위해 기업 내지 공공자금을 끌어들이지 못한다면 거의 성공을 거둘 수 없을 것이고 연구 경력도 쌓지 못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연구 자금의 정치 및 경제와 관련된 거시수준의 조건들은 궁극적으로 미시수준에서 개별 연구자들의 결정에 영향을 주게 된다.

어떤 회사가 돈이 될 것 같아 보이는 문제에 R&D 자금을 대기로 결정한 경우에도, 이 회사는 연구 결과가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증진시키지 못할 것 같다는 판단이 들면 자금지원을 중단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빅터 디노블과 폴 멜은 1980년대에 필립 모리스 사에서 니코틴 중독에 관한 연구를 했다. 두 과학자는 담배에 첨가되면 니코틴의 중독 효과를 증가시키는 물질을 발견했고, 자신들의 발견을 ≪심리약물학 Psychopharmacology≫라는 학술지에 투고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필립 모리스 사는 디노벨과 멜에게 논문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회사측은 또한 그들의 연구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고 연구실을 폐쇄해 버렸다(Hilts 1994a, 1994b). 일반적으로 보면 회사가 자신의 이해관계를 증진시킬 것처럼 보이는 연구에 돈을 대는 것은 경제적 관점에서 이치에 맞는 일이며, 몇몇 연구들도 이런 가설을 지지하고 있다. 데이빗슨은 새로운 치료약의 제조회사가 연구에 돈을 대는 경우 새로운 치료약에 유리한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보여주었다(Davidson 1996). 프리드버그 등은 새로운 항암제를 개발한 회사가 그것에 관한 연구를 지원할 경우 이 중 5%만이 불리한 결론에 도달하는 반면, 동일한 항암제에 관해 다른 조직이 지원한 연구에서는 38%가 불리한 결론을 내놓았다고 보고했다(Friedberg et al 1999).

자금지원은 모든 연구 계획의 첫 단계 ― 연구할 문제 내지 질문의 선택 ― 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자금지원에서의 편향은 연구 과정 전체뿐 아니라 연구 결과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Longino 1990). 연구의 결과는 연구자금 지원을 결정하는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 및 여타 요인들을 심대하게 반영한다. 따라서 이는 연구에서의 편향을 일으키는 중요한 원천이 되며 주목과 자세한 검토를 필요로 한다. 그러나 이러한 편향의 원천을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은 아마도 없을 듯싶다. 자금지원 결정이나 문제 선택에 관한 결정은 인간적 가치나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및 여타 요인들에 의해 항상 영향을 받아 왔고 앞으로도 영향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Longino 1990). 뿐만 아니라 이런 편향들은 도덕적, 정치적 정당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 원천을 완전히 제거하려 시도해서는 안될 것이다. 우리는 민간 회사들의 연구 지원이 허용되는 민주주의 시스템 하에서 살고 있고, 자유시장경제와 표현의 자유 원칙에 따르면 민간 회사들은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증진시키는 연구에 지원할 수 있어야만 한다. 게다가 민주주의의 원칙들은 일반 대중이 정부의 연구 지원 방식에 대해 발언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지지한다. 만약 사람들이 정부가 HIV 연구에 더 많은 돈을 쓰고 암 연구에는 더 적은 돈을 써야 한다고 결정한다면, 이러한 선호를 표출하고 정부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그들이 가진 권리인 것이다(Dickson 1988; Jasanoff 1990; Folz 1999; Dresser 1999). 따라서 자금지원의 우선순위(그리고 이에 따른 문제 선택)는 경제적, 정치적 상황뿐 아니라 인간적 가치를 반영해야 한다. 우리는 이러한 자금지원상의 결정이 공정하고 균형감있고 대중의 이해에 봉사하도록 노력을 기울일 수 있지만, 이런 종류의 편향을 완전히 제거할 수는 없으며 그렇게 해서도 안된다.
 

프로토콜 개발과 실행에서의 편향
 

일단 연구자가 연구할 문제를 정하고 나면 연구 과정의 다른 부분들, 예컨대 문헌 조사, 연구 설계, 방법, 데이터 수집, 그리고 심지어 데이터 분석 등에서 편향이 나타날 수 있다. 좋건 나쁘건 간에 오늘날 많은 연구자들은 연구를 수행하는 자신들의 능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금전적 이해관계 ― 즉 이해관계의 충돌 ― 를 갖고 있다(Resnik 1998b; Krimsky et al 1996; Friedberg et al 1999). 이해관계의 충돌은 과학적 판단, 의사결정, 동기부여 및 행위에 영향을 줄 수 있다(Resnik 1998b).(주1) 이러한 이해관계에는 주식배당이나 여타의 투자, 회사와의 사적 계약, 그리고 특허와 같은 지적소유권 등이 포함된다. 제약회사를 위해 신약을 개발하고 있는 한 연구자를 예로 들어보자. 그/그녀는 기업 연구자금과 함께 회사로부터 다른 형태의 보상(주식, 봉급, 액수가 정해진 사례금 등)을 받고 있을 수 있다. 그/그녀는 앞으로 취득할 특허권을 회사와 일정정도 공유하는 것을 추구할지도 모른다. 이러한 모든 것들로 인해 연구자는 연구 결과에 대해 금전적 이해관계를 갖게 된다. 만약 연구 결과 약품이 안전하고 효능이 있는 것으로 밝혀진다면(혹은 약품이 안전하고 효능이 있다고 사람들이 믿게 만든다면) 연구자는 엄청난 돈을 벌어들일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이해관계는 윤리적이고 편향되지 않은 연구를 함으로써 가장 잘 촉진될 수 있는 것이긴 하지만, 일이 항상 이렇게 되지는 않는다. 연구자들은 비윤리적이고 편향된 연구를 통해 경제적으로 이익을 볼 수 있고, 널리 알려진 과학에서의 많은 기만행위와 부정행위 사례들은 이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Broad and Wade 1993).

금전적 이해관계가 연구에 영향을 미치는 한 가지 방법은, 연구자들이 논문을 학술지에 내거나 특허 출원을 하기 전에 예비 단계에서의 아이디어나 데이터, 실험결과 등을 공유하기 꺼려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지적소유권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을 때 특히 그렇다. 새로운 발명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려는 연구자가 특허를 취득하기 전에 정보를 공개하는 경우, 그/그녀는 앞으로 가능한, 혹은 현재 계류중인 특허에 대한 권리를 위협받을 수 있다. 몇몇 연구들에 따르면 지적소유권에 대한 우려는 오늘날 과학에서의 비밀주의 증가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Altman 1996; Gibbs 1996; Blumenthal 1997; Bowie 1994). 특허가 걸려 있지 않은 연구자들의 경우에도 정보를 공유할 경우 자신이 우선권과 적절한 공로 인정을 향한 경쟁에서 패배할지 모른다는 우려를 할 수 있다(Hull 1988). 기업 자금을 지원받고 있는 연구자가 데이터나 연구 결과를 공개할 수 있는 권리를 제한하는 계약서에 서명한 경우라면, 그/그녀는 결과를 논문으로 내기 이전에는 정보를 공유하지 않아야 할 법적 의무를 지게 될 수도 있다. 학술지에 논문을 이미 제출한 연구자라 하더라도 자신의 연구 업적 보호를 위해 논문 속에 핵심적인 몇몇 정보 항목 ― 보통 실험을 수행하거나 테스트를 해보는 데 결정적인 구체적 세부사항들 ― 을 일부러 누락시키는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 동료심사자들은 이러한 핵심 세부사항("장사 비결")이 빠져 있다는 것을 못보고 지나칠 수도 있다(Grinnell 1992; Broad and Wade 1993). 상온핵융합을 둘러싼 논쟁에서 몇몇 논평가들은 해당 연구자들이 과학자들 및 언론과의 커뮤니케이션에서 실험의 중요한 세부사항 전부를 공개하지 않았으며 이 때문에 그들의 실험결과를 재연하는 데 문제가 발생했다고 추측하기도 했다(Huizenga 1992).

비밀주의는 편향과 어떤 관련이 있을까? 어떤 연구자가 자신의 연구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기 꺼려한다는 사실만으로 그/그녀의 연구가 자동으로 무효화되는 것은 아니지만, 개방성(openness)은 과학에서 편향을 피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방법 중 하나이다(Longino 1990; Resnik 1998a; Munthe and Welin 1996). 아이디어의 공유는 그것을 비판과 피드백에 노출시키는 한 방법이다. 연구팀 바깥에 있는 사람들은 연구팀 성원들이 자기기만이나 편견 때문에 미처 보지 못했던 가설, 가정, 연구 설계 혹은 방법상의 문제점을 지적해 줄 수 있다. 개방성이 없이는 동료심사나 실험의 재연이 아예 이루어질 수 없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과학 연구를 검토하거나 결과를 재연하기 위해서는 그 연구를 이해하고 실행하는 데 요구되는 모든 정보를 갖고 있어야만 한다(LaFollette 1992)

금전적 이해관계가 과학에서의 비밀주의 분위기에 일조하고 있다는 증거가 있긴 하지만, 우리는 비밀주의와 개방성간의 갈등이 예전부터 있던 것이며 설사 연구자들이 금전적 이해관계를 갖고 있지 않은 경우에도 이 갈등은 여전히 존재할 거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Resnik 1998a). 연구자들이 데이터나 아이디어의 공유를 피하는 것에는 금전적 이해관계 외에도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어떤 과학자들은 아직 충분히 발전시키지 못한 연구를 섣부른 비판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정보 공유를 꺼린다. 예를 들어 다윈은 자연선택에 관한 자신의 이론을 대중적 비판에 노출시키기 전에 20년 이상을 기다렸다. 어떤 과학자들은 아이디어를 도둑맞지 않기 위해 공유를 거부하기도 한다. 예컨대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보호하기 위해 글자를 거울에 비친 것처럼 거꾸로 써두기도 했다. 군사연구 프로젝트에 종사하는 연구자들은 비밀주의, 개방성, 국가안보의 문제를 다루지 않으면 안된다(Kennedy 2000).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자들은 피험자의 기밀 정보를 보호하는 데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Brody 1995). 따라서 금전적 이해관계가 연구에서 비밀주의 분위기를 조장하는 데 가장 확실하게 기여하긴 하지만, 이것이 개방성에 대한 모든 위협을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다.

금전적 이해관계는 또한 연구 과정에서의 많은 다른 판단과 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Resnik 1998b; Friedberg et al 1999). 연구의 많은 단계들에서 과학자들은 복잡한 정보에 근거해 판단 내지 결정들을 내려야만 한다. 예를 들어 문헌 조사를 수행할 때 연구자는 어떤 논문을 읽고 그것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 결정을 내리지 않으면 안된다. 연구 방법을 선택할 때 연구자는 어떤 방법이 적절한지, 그리고 자신이 하려는 연구에 비추어 볼 때 그 방법을 특정한 방식으로 수정할 필요가 있는지 결정해야 한다. 실험 설계에 있어 연구자는 연구 편향을 통제하는 한편으로, 연구 설계에서 나타날 수 있는 예상치 못한 문제에 신경을 써야 한다. 데이터를 분석할 때 연구자는 어떤 통계 기법이 데이터의 분석에 가장 적절한지를 결정해야 한다. 임상시험을 위한 피험자를 모집할 때 연구자는 누구를 포함시키고 누구를 배제할지 결정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러한 판단과 결정은 많은 경우 상당한 경험과 숙련, 그리고 비판적 반성을 요하기 때문에 연구자들은 잘못된 판단이나 결정을 내리기 쉽다. 인간의 추론이나 인식은 오류가능성을 내포하므로, 과학자들이 연구 결과에 금전적 이해관계를 갖고 있을 때에는 실수를 저지르거나 미묘한 편향에 빠질 수 있다(Resnik 1998b). 금전적 이해관계가 자동적으로 과학적 판단이나 결정을 침식하거나 이를 무효화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판단과 결정의 신뢰가능성이나 믿을만한 정도에 영향을 미치는 것만큼은 분명하다(Resnik 1998b). 설사 훌륭한 동기를 가진 과학자라 하더라도 많은 돈이 걸려 있는 경우에는 자기기만이나 여타의 미묘한 편향에 빠져들 수 있다. 예를 들어 많은 논평가들은 상온핵융합 연구에서 나타난 오류나 자기기만에 금전적 이해관계가 영향을 미쳤을 거라고 주장하고 있다(Huizenga 1992).

물론 모든 연구자들이 존경할 만한, 혹은 "순수한" 동기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며, 금전적 이해관계는 동기부여나 행위도 타락시킬 수 있다. 연구자가 편향 감소를 촉진하는 프로토콜을 개발하고 실행에 옮기는 방법을 설사 알고 있다 하더라도, 그/그녀는 특정한 결과를 끌어내기 위해 프로토콜에서 벗어나는(내지 프로토콜을 변경하는) 쪽을 선택할지도 모른다. 몇몇 사례들에서 연구자들은 금전적 이익을 얻기 위해 데이터를 날조, 변조 내지 표절하는 등 다양한 유형의 부정행위를 저질렀다(Broad and Wade 1993). 예를 들어 금전적 이해관계는 제2차 유럽 뇌졸중 예방 연구(Second European Stroke Prevention Study, ESPS2)에서 일어난 기만행위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 여기서 시행된 임상시험들에 대한 독립 감사 결과 해당 연구자들이 환자 438명의 데이터를 날조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는데, 임상시험에 자금을 지원한 회사인 베링거 잉글하임은 시험에 등록한 환자 1명당 1500달러를 연구에 참여한 센터에 지불하기로 되어 있었다(Enserink 1996). 피부 이식에 관한 윌리엄 서머린의 조작된 연구에서도 돈이 중요한 요인이었다. 서머린은 검은쥐에서 흰쥐로 피부 조각을 이식할 수 있는 기법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자신의 방법이 제대로 작동함을 보여주기 위해 그는 검은색 매직 펜을 써서 흰쥐 피부의 일부를 검게 칠했다(Broad and Wade 1993). 이 사례에서는 장기 내지 조직 이식의 성공률을 높일 수 있는 기법을 개발하기만 하면 해당 과학자는 수백만 달러의 돈과 연구에서의 경력 향상을 한꺼번에 움켜쥘 수 있었다.

발표된 자료만 보면 과학에서 기만행위는 그리 흔한 일이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연구에서의 부정행위는 실제로 일어나고 있으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연구 문화와 대중의 과학 인식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Broad and Wade 1993; Resnik 1998a). 미 연구윤리국(Office of Science Integrity, ORI)은 1993년부터 1997년까지 1,000여 건의 부정행위 고발을 접수해 이 중 76건에서 부정행위가 실제로 일어났다고 결론을 내린 바 있다. 2,600명의 과학자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이 중 50%가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연구의 사례를 알고 있으며 9%는 날조, 변조, 조작에 해당하는 사례를 알고 있다고 답했다(Swazey et al 1993). 연구자들을 대상으로 한 또다른 설문조사에서는 대략 20% 정도가 심각한 연구윤리 위반사례를 알고 있다고 답했다(Abbott 1999). 과학에서의 부정행위에 기여하는 요인들은 여럿 있지만 ― 연구 결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이나 하급자에 대한 감독 부실 등 ― 많은 논평가들은 금전적 이해관계가 많은 사례에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데 동의한다(PSRCR 1992; LaFollette 1992). 연방정부에서 "부정행위"로 정의한 형태의 연구 편향을 연구자들이 범하지 않은 경우라 하더라도, 통계 기법을 써서 데이터를 조작하거나 깎거나 꾸미거나 지어내는 일은 여전히 일어날 수 있다(Resnik 2000; DeMets 1999; Swazey et al 1993).

여기서 언급해 둘 것은, 프로토콜의 설계와 실행에서 일어나는 금전적으로 관련된 편향의 책임이 전적으로 개별 연구자들에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제약회사와 같은 민간기업들 역시 자사의 제품에 유리한 결과를 얻기 위해 실험을 조작할 수 있다(Crossen 1994). 예를 들어 제약회사가 약품의 중요한 부작용에 관한 데이터를 기록하지 않는 연구 설계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회사들은 좀더 유리한 결과를 얻어내기 위해 분석에서 일부 데이터를 생략하는 통계 기법을 쓸 수도 있다. 식품의약국(FDA)은 기업체에서 일어나는 이런 종류의 편향에 대해 잘 알고 있고, 독립 연구에서 얻어진 데이터를 요구하거나 종종 자체적인 연구를 수행하는 이유 중 하나도 바로 이 때문이다. 심지어는 정부 부처들의 금전적 이해관계가 연구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전략방위계획(Strategic Defense Initiative, SDI)에 종사하는 연구자들은 이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이 계속되어야 함을 의회에 설득시키기 위해 몇몇 결정적 테스트를 조작했다(Weiner 1994).

문제 선택에서의 편향 제거와 마찬가지로, 연구를 설계하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금전적 편향을 완전히 제거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이 문제를 역사적으로 바라보면 우리는 이것이 결코 새로운 현상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앙트완 라브와지에는 화학 관련 연구에서 돈을 벌었고 제임스 와트는 증기기관 설계로부터 이익을 보았으며 마이클 패러데이는 전자기 현상에 관한 연구로 돈을 벌었고 토마스 에디슨은 그가 해낸 많은 발명으로부터 이익을 얻었다(Meadows 1992). 1800년대 이래 포드, 웨스팅하우스, 듀퐁, IBM, 제너럴 일렉트릭, 마이크로소프트, 머크 등과 같은 민간 회사들은 R&D에 대한 투자를 통해 엄청난 수익을 올렸다. 오늘날 제약, 소프트웨어, 유전체학 같은 많은 하이테크 산업 분야들에서는 훌륭한 R&D 프로그램이 성공으로 이어지는 열쇠가 되었다. 우리가 (1) 연구를 하려면 돈이 들고 (2) 연구 결과가 경제적 영향을 미치는 그런 사회에 사는 한, 연구 프로토콜의 설계와 실행에 영향을 미치는 금전적 이해관계의 제거는 불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연구 환경에는 새롭게 등장한, 혹은 적어도 골치아픈 문제를 제기하는 몇 가지 특징들이 있다. 먼저, 과거 그 어느 때에 비해 보더라도 더 많은 돈이 현재 과학 연구에 걸려 있다. 에디슨은 숱하게 많은 발명들을 해내고도 엄청난 부자가 되지는 못했다. 반면 오늘날의 연구자는 특정한 화학 공정 혹은 신약에 관한 특허 하나만 얻어도 당장 억만장자가 될 수 있다(Dickson 1988). 둘째, 오늘날에는 특허를 쫓는 과학자와 대학의 수가 훨씬 더 많아졌다. 셋째, 과거에는 주식 혹은 기타 투자의 형태로 보수를 받는 과학자가 거의 없었다. 넷째,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연구에 대한 기업의 지원이 극적으로 증가했다. 기업이 자체적으로 R&D에 쓰는 돈이 늘어났을 뿐 아니라, [기업 외부의] R&D에 자금을 지원하는 기업의 수도 더 많아졌다.

마지막으로, 금전적 이해관계와 객관성 사이의 연결이 깨어졌다는 점이 있다. 비교적 최근까지, 그러니까 1950년에서 1980년 사이쯤에는 기만행위나 편향을 통해 연구에서 돈을 벌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발명이나 경제적으로 수지가 맞는 연구 결과물로 돈을 벌기 위해서는 그 전에 먼저 동료심사나 응용에서의 성공과 같이 일정한 객관성을 담보해 주는 모종의 테스트를 통과해야만 했다. 이는 특허를 얻은 발명의 경우 지금도 여전히 그러한데, 이 경우 제대로 작동한다는 증명이 없이는 특허를 취득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어떤 연구 결과물이 제대로 작동한다고 사람들이 믿게 만들기만 해도 엄청난 돈을 벌 수 있게 되었다. 예를 들어 1997년에 마이클 매크닌은 아연 정제가 감기 치료에 효과가 있는지에 관한 연구를 했다. 연구 결과를 발표한 직후 그는 이 정제를 생산하는 회사인 퀴글리 사의 주식을 사들였고, 회사의 주가가 폭등하면서 145,000달러의 이익을 보았다(Hilts 1997). 역설적인 것은 매크닌이 발표한 후속 연구에서 아연 정제는 감기 치료에 전혀 효과가 없음이 밝혀졌다는 사실이다(Macknin 1998). 물론 아연 정제가 감기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밝혀졌더라도 회사는 수익을 얻었을 것이다. 그러나 회사의 관점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투자자와 일반 대중이 아연 정제의 효능을 믿었으며, 이는 과학자 공동체가 그 믿음을 공유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일어날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 사례는 앞서 지적했던 논점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 즉, 오늘날의 연구 환경에서 많은 회사와 연구자들은 편향의 감소 그 자체를 하나의 목적으로 보지 않고, 다른 목적(돈, 이윤 등)을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서 가치를 갖는다고 본다는 것이다.
 

결과 확산에서의 편향
 

금전적 편향은 연구가 종료된 이후에도 일어날 수 있다. 연구 자금을 지원하는 많은 회사들은 논문 발표 이전에 연구 결과를 검토해 이를 승인할 수 있는 권한을 회사에 부여하는 계약서에 서명하도록 연구자들에게 요구하고 있다(Hess 1999). 연구 결과가 회사에 불리하게 나온 경우 회사는 논문 발표를 막거나 지연시킬 수 있고, 데이터에 대한 회사측의 해석을 써넣도록 강요할 수도 있다. 앞서 언급한 사례에서 필립 모리스는 니코틴 중독에 관한 디노블과 멜의 논문 출간을 막았다. 널리 알려진 또다른 사례에서 부츠 사는 갑상선 항진 치료에 쓰이는 약품에 관한 베티 동의 논문 ― ≪미국의사협회지≫에 출간이 예정되어 있던 ― 을 철회하게 했다. 부츠 사는 자사의 약품인 신티로이드가 대체 약품보다 더 우수함을 입증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그녀의 연구를 지원했다. 그러나 동은 정반대의 결론에 도달했다. 여러 대체 치료약들이 신티로이드만큼 안전하고 효과가 있으며 값도 싸다는 것이었다. 부츠 사는 동의 연구가 잘못되었음을 보이기 위해 여러 해를 보냈고 만약 논문을 발표하면 소송을 걸겠다고 그녀를 위협했다. 동은 회사로부터의 서면 동의 없이는 결과를 논문으로 발표하지 않겠다는 계약서에 서명한 적이 있었다(Wadman 1996).

회사들이 연구 결과를 숨기는 것에는 다른 이유도 있다(Hess 1999). 제약회사는 경쟁사가 이점을 얻는 것을 막기 위해 데이터나 연구 결과를 공유하지 않기로 결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제약회사는 다른 회사가 자사의 연구 방법, 프로토콜, 계획, 기법, 혹은 미개발 약품 등에 대해 알기를 원하지 않을 수 있다. 이런 정보는 다른 회사들에게 유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회사가 이런 정보를 보호하는 조치를 취하기로 결정하고 이 정보가 사업적 가치를 갖는 경우, 이 회사는 영업비밀보호법에 따라 이러한 특권적 정보를 공유하지 않을 권리를 갖는다. 영업비밀을 공개한 과학자는 벌금이나 투옥형을 받을 수도 있다(Bowie 1994). 예를 들어 필립 모리스는 자사의 담배 연구 중 많은 부분을 영업비밀로 취급했고, 이런 연구를 공유하거나 논문으로 발표할 의사를 전혀 갖고 있지 않았다(Wadman 1996).

연구의 은폐는 확산 단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두드러진 편향이지만, 좀더 미묘한 다른 편향 역시 이 단계에서 일어날 수 있다. 논문 발표에서 일어날 수 있는 여러 상이한 유형의 편향들이 있다. 먼저 앞서 지적한 것처럼 연구자금 지원에서의 금전적 편향이 있다. 이러한 편향은 연구 결과의 편향뿐 아니라 출간된 연구 기록에서의 편향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Easterbrook et al 1991; Misakian and Bero 1998; Resnik 2000). 예를 들어 한 제약회사가 열 개의 연구를 지원해 이들 모두에서 자사의 새로운 치료법의 효능을 입증하는 결과를 발표했고, 국립보건원(NIH)이 두 개의 연구를 지원해 이 치료법의 효능에 관한 엇갈린 결과를 발표했다면, 이 문헌들을 읽고 요약하는 사람에게는 해당 연구의 80%에서 치료법의 효능을 확인한 것처럼 보일 것이다. 만약 이들 연구의 절반에 독립 기구에서 자금을 댔다면 출판 기록은 매우 다르게 나타났을 수도 있다.

학술지 편집의 관행도 논문 발표에서의 편향을 부추길 수 있다. 첫째, 많은 학술지들은 이전의 연구를 재연하거나 검토하려 시도하는 연구보다는 독창적인 연구 논문을 싣는 것을 선호한다. 그러나 모든 "부정적인" 연구들은 그 정의상 독창적인 것일 수가 없는데, 왜냐하면 이런 연구들은 이전 연구가 잘못되었음을 보이기 위해 이를 반복해 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제약회사가 자사의 신약에 대한 "긍정적인" 연구를 지원하고, 학술지들은 부정적인 발견을 싣지 않으려는 경향을 보인다면, 그 결과는 회사측에 유리한 편향으로 귀결될 수 있다(Easterbrook et al 1991). 둘째, 많은 학술지들은 또한 용인가능한 수준의 통계적 유의미성 ― 가령 P값이 0.05 이하 ― 을 충족시키는 연구만을 출간하는 것을 선호한다. 회사들은 이런 성향을 이용해 연구들을 주의깊게 선별한 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긍정적 결과만을 논문으로 발표할 수 있다(Resnik 2000; DeMetes 1999). 예를 들어 어떤 회사가 12개의 연구를 후원했는데 이 중 6개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를 얻어냈다고 가정해 보자. 만약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연구 중 5개에서 회사에 유리한 결과가 나왔고 그렇지 않은 연구 중 5개에서 불리한 결과가 나왔다고 할 때, 회사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만 논문으로 발표한다면 (통계적 유의미성이 떨어지긴 하지만) 회사측에 불리한 많은 연구들은 아예 햇빛을 보지 못하게 된다. 다시한번 이는 연구 기록을 회사측에 유리한 방향으로 왜곡시키게 된다.

이와 같은 논문 발표 관행은 결국 출간 기록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결과를 낳는다. 어떤 회사가 정보 확산에서 용의주도한 전략을 취함으로써 연구 기록을 왜곡시키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출간 기록이 편향되어 있을 경우에는 포괄적인 문헌 검토 혹은 잘 설계된 메타-분석이라 하더라도 이 문제를 극복할 수 없다. 연구를 분석하는 이런 방법들은 결국 출간 기록상에 존재하는 데이터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편향 심은 데 편향 나는" 꼴이 되는 것이다.

확산 단계에서 언급해 둘 만한 편향 중 마지막 유형은 마케팅과 관련된 것이다. 대다수의 제약회사들은 마케팅에 거의 R&D에 쓰는 것만큼 많은 돈을 쓴다. 예를 들어 파이저 사는 총수입의 39.2%를 마케팅과 경영에 쓰고 있으며 다른 회사들 역시 마케팅에 많은 돈을 지출하고 있다(Angell 2000). 마케팅은 객관성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까? 제약 산업의 경우를 예로 들어 보자. 마케팅의 목표는 매출을 증가시키는 것이다. 제약회사들은 소비자들, 즉 환자와 보건의료 전문직 종사자들을 교육시킴으로써(혹자는 조작한다고 하겠지만) 매출을 증가시킨다. 만약 한 제약회사가 성기능 장애를 치료하는 신약을 생산해 성공적인 마케팅 캠페인을 벌인다면 의사들은 이 약을 처방하게 되고 환자들도 이를 요구하게 될 것이다. 매출의 성공은 회사에 수익을 가져다 줄 것이고, 회사는 이를 동일한 약 혹은 유사한 약에 관한 R&D에 재투자할 수 있게 되며, 이러한 R&D 투자는 미래의 약품 개발과 연구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다른 회사들도 이 회사의 성공으로부터 이익을 얻으려 할 것이고 유사한 약의 개발에 나설 수도 있다(Brody 1995). 이 모든 일들은 그 약이 다른 치료법들만큼 안전하거나 효과가 없어도 일어날 수 있다. 회사의 관점에서 볼 때 중요한 것은 그 약이 잘 팔린다는 사실이다. 성공적인 마케팅 캠페인은 이런 식으로 제약회사의 R&D 투자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연구 편향에 간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

앞서 언급된 다른 금전적 편향의 제거와 마찬가지로, 확산과 관련된 편향을 제거하는 것은 어렵거나 아예 불가능하다. 우리가 자유시장 원칙 위에서 작동하는 민주주의 시스템 내에서 사는 한, 회사와 연구자들은 회사가 연구 결과를 검토하고 승인할 수 있게 해주는 계약 관계를 자유롭게 맺을 수 있다. 개별 연구자들이 이런 계약에 서명을 거부할 수는 있지만, 계약 자체를 불법화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 이런 계약은 공평성과 공개성이라는 법적 기준을 충족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설사 모든 과학자들이 이런 계약에 서명하기를 거부한다 하더라도, 회사들은 자금지원 결정을 통해 출간 기록을 편향시키는 방법을 여전히 찾아낼 수 있다. 회사들은 자사에 불리한 연구에 지원을 중단하고 유리한 연구에 지원할 수 있다. 또한 마케팅 실행에 대해서도 많은 통제력을 행사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연방통상위원회(FTC)나 FDA 같은 정부 기구들은 마케팅 실행에 대해 제한적인 통제권을 갖고 있을 뿐이다(Brody 1995). FTC는 회사들이 허위 내용을 담았거나 소비자를 속이는 광고를 하지 못하도록 할 수 있다. 그러나 회사들은 굳이 거짓말을 하지 않고도 소비자의 결정에 충분히 영향을 미칠 수 있다. FDA는 식품과 약품의 라벨에 나와 있는 치료, 진단, 예후상의 용법 표시를 규제할 수 있지만, 회사들은 상품을 팔기 위해 라벨에서 그런 주장을 하지 않아도 된다. 결국 좋건 나쁘건 간에 정보의 확산과 관련된 금전적 편향들은 여기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금전적 이해관계와 연구 편향: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앞 절에서는 금전적 이해관계가 과학 연구에 미치는 영향을 다소 음울하게 그려 보였다. 지금까지 얘기의 핵심은 1) 이러한 외부적 영향들이 문제 선택, 프로토콜의 개발과 실행, 그리고 연구 결과의 확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2) 우리는 이러한 영향들이 장래에 사라질 거라고 예상해서는 안된다는 것이었다. 연구에 미치는 이러한 외부적 영향 중 많은 것들은 수백 년 동안이나 존재했던 것이고 그 대부분은 앞으로도 우리와 함께 있을 것이다. "연구에서의 편향"이라는 제목의 절에서 나는 완벽한 객관성은 성취불가능할지도 모르지만 편향의 감소라는 좀더 소박한 목표는 성취가능할 뿐 아니라 추구할 만한 가치도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렇다면 바로 앞 절에서의 논의는 두 번째 절에서의 이러한 주장의 근거를 침식했는가? 혹자는 연구에서의 금전적 이해관계에 관해 내가 얘기한 내용에 비추어, 편향 감소 역시 성취가능한 목표가 아니며 규제의 이상으로서 추구할 만한 가치가 없다고 결론내릴지도 모른다. 이렇게 보면 연구에서의 금전적(그리고 다른) 편향은 감수해야 할 문제이고, 편향을 감소시키거나 제거할 수 있다는 환상에서 벗어나는 편이 더 나을 것이다.(주2) 이러한 편향은 필연적이고 피할 수 없는 것이므로 이를 완화시키거나 관리하려는 어떤 조치도 취할 필요가 없게 된다.

나는 이런 식의 냉소적 관점에는 동의할 수 없다. 나는 금전적 이해관계가 연구에 다양한 방식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뼈아프게 느끼지만, 편향 감소라는 목표는 두 번째 절에서 언급했던 이유들 때문에 여전히 추구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연구에서의 편향 감소가 갖는 도덕적, 정치적, 문화적 중요성에 비추어 볼 때, 우리는 적어도 이런 편향들을 완화시키거나 관리하려 노력하는 조치들을 취할 필요가 있다.

아래에서 나는 연구의 금전적 측면들과 관련해 편향을 완화시키거나 관리할 수 있도록 해주는 몇 가지 정책들을 매우 간략하게 언급할 것이다. 나는 또한 왜 이들 정책이 편향 감소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는지 설명할 것이다. 내가 "편향의 감소"라고 말할 때 이는 "편향의 완벽한 제거"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 아니다. 어찌되었건 편향은 앞으로도 계속 존재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연구 과정의 모든 측면들이 편향에서 자유로와질 거라고 기대할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는 편향을 완화시키거나 관리하기 위해 취해진 조치들의 결과로 편향이 감소할 거라는 희망을 가질 수 있다. 아울러 이러한 과학 정책들을 옹호하면서 나는 과학의 사회 구조 ― 비공식적 규칙, 공식적 지침, 사회적 역할, 제도적 배치에서 잘 나타나는 ― 가 연구 편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가정할 것이다(Longino 1990; Solomon 1994).

정책: 기업의 연구자금에 맞서 균형을 잡기 위해 정부자금을 이용한다. 예를 들어 제약회사가 신약에 관한 연구에 자금을 지원한다면 정부 역시 그 약에 관한 연구에 자금을 지원해 [회사측에] 불리할 수 있는 연구들이 지원을 받고 논문으로 발표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FDA는 이미 새로운 약품, 식품 및 의료 장비에 관한 독립 연구를 [심사를 의뢰한 회사측에] 요구하고 있으며, 자체 연구도 일부 지원하고 있다. 최근 FDA의 예산이 줄면서 연구자금 지원이 위협받고 있는데(Resnik 1999), 만약 제약 연구에서 편향이 줄어들기를 원한다면 독립 연구 및 검토를 촉진하기에 충분한 예산을 FDA에 배정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NIH, 국립과학재단(NSF), 환경보호청(EPA) 등 연구를 지원하는 다른 정부 기구들도 독립 연구와 검토를 제공하기에 적절한 자금을 갖고 있어야 한다. 금전적 편향은 공학 연구, 환경영향평가, 생태 연구, 그 외 기업이 지원하는 과학의 많은 다른 측면들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책: 정부의 자금지원 결정에 과학계와 대중의 의견을 적절히 반영한다. 이 정책은 연구 제안서와 지원금을 평가하는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몇몇 편향들을 극복하는 데 유용하다. 제안된 프로젝트가 과학적 용인가능성의 기준을 충족시키는지 확실히 하기 위해 철저한 과학적 검토가 요구된다. 아울러 소규모 연구자 그룹(이른바 "패거리" 네트워크)의 금전적·전문직업적 이해관계가 자금지원 과정 전체를 장악한 것은 아닌지 분명히 하기 위해서는 대중의 의견 반영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암 연구자들은 더 많은 암 연구에 자금이 지원되는 것에 금전적·전문직업적 이해관계를 갖고 있고, 항공우주 과학자는 항공우주 연구를 더 많이 촉진하는 데 금전적·전문직업적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식이다. 여기서의 대체적인 아이디어는 대중의 의견제시와 개방성이 정부 지원에서 일어날 수 있는 편향 중 일부를 교정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Dresser 1999). 자금지원 결정은 여전히 편향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을 테지만, 우리는 이러한 편향을 공평하고 공정하게 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다.

혹자는 공공정책 결정에서 정부 자금을 이용하는 것이 연구 과정에 다른 편향을 끌어들일 수 있다고 반대할지 모른다. 상이한 연구자와 이해집단들이 자금지원의 우선순위에 영향을 미치려 시도함에 따라 그렇게 될 거라는 얘기다. 정부지원 연구에 대한 우리의 모든 경험들 ― 암 연구에서 HIV 연구, 인간 배아 연구에 이르기까지 ― 은 공공연구 자금의 배분 과정이 편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증거를 제시해 주고 있다(Resnik 1998a, 1999). 나는 이를 충분히 인정한다. 자금지원 결정은 거기 걸린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 이해관계에 따라 다양한 정도의 편향에 노출된다. 그러나 우리가 희망을 걸 수 있는 대목은 이러한 정치적, 사회적 이해관계들이 민간기업체에 의해 야기된 편향을 상쇄하거나 반대편에서 작용해 균형을 맞출 수 있을 것이며 따라서 그렇게 하지 않았을 때보다 연구의 편향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정책: 연구에서의 이해관계 충돌을 공개해 관리한다. 많은 상이한 조직, 기구, 대학, 학술지들이 이해관계의 충돌에 관한 정책을 도입했다(McCrary et al 2000). 이러한 정책 대부분은 일정한 양식에 따라 금전적 이해관계와 자금원을 공개하도록 규정한 내용을 담고 있다. 공개를 뒷받침하는 이론적 근거는 이를 통해 연구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해당 연구의 금전적 측면을 이해할 수 있고 연구 결과를 해석, 평가할 때 이 점을 고려에 넣을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Resnik 1998b). 예를 들어 한 제약회사가 자사의 신약에 대한 연구에 자금을 지원했고 연구자들 중 몇몇은 이 회사의 주식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 판단에 도움이 된다. 이러한 이해관계가 해당 연구를 무효화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연구를 좀더 주의깊게 조사해야 할 이유는 될 수 있다. 공개만으로는 이해관계 충돌을 다루는 데 충분치 않을 경우에는 기피, 즉 충돌 상황의 제거가 최선의 전략일 것이다. 예를 들어 일부 학술지들은 중대한 금전적 이해관계를 가진 연구자들이 약품이나 의료 장치에 관한 리뷰 논문을 쓰지 못하게 하고 있다. 몇몇 논평가들은 과학자들이 주식을 받아서는 안되며 봉급이나 보수의 형태로만 금전적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Resnik 1998b). 나는 이해관계 충돌에 관한 정책들이 연구에서의 편향 감소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이런 정책의 이용을 더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대다수의 학술지와 자금지원 기구들이 이해관계 충돌에 관한 정책을 갖고 있지만, 이런 정책들은 금전적 이해관계의 영향을 받는 모든 연구 영역, 예컨대 동료심사, 전문가 증언, 고용 및 승진 결정 등에까지 확장되어야 한다.

정책: 데이터를 감사한다. 기업계에서는 회계 감사가 부기 자료와 회계 기록에 대한 독립적 검토를 제공함으로써 기만행위, 부패, 업무태만, 오류를 예방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일부 필자들은 연구 데이터에 대한 독립적 감사가 연구에 대해 유사한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거라고 주장해 왔다. 데이터 감사는 (1) 실험실 노트와 여타 기록들에 포함된 원 데이터를 주의깊게 검사하고 (2) 원 데이터를 가공된 데이터 및 논문으로 발표된 데이터와 비교하는 것을 포함한다. 감사가 완벽할 수는 없지만 ― 이것이 기만행위나 다른 형태의 의도적 속임수를 완전히 차단할 수는 없다 ― 이는 데이터 기록에서 추론가능한 불일치, 오류, 부정확한 통계, 그 외 문제들을 잡아낼 수 있다. 또한 데이터 감사는 연구자들이 자신의 연구에 대해 좀더 책임있는 자세를 취하게 함으로써 정직성과 책임성의 분위기를 촉진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Shamoo 1989; Glick and Shamoo 1993).

정책: 데이터와 연구 결과에 대한 접근가능성을 증대시킨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데이터와 연구 결과의 공유는 편향을 극복하는 중요한 전략이지만 연구자들은 개인 혹은 기업의 이해관계를 보호 내지 촉진하기 위해 연구 완료 이전 혹은 이후에도 정보 공유를 거부할 수 있다. 저작권이나 특허 체계를 뜯어고치지 않고서는 연구자들이 연구 완료 이전에 데이터나 연구 결과를 공유하도록 장려하기란 매우 어려울 것이다. 연구자들이 데이터나 연구 결과의 공유를 거부하는 주된 이유 중 하나가 지적소유권 이해관계의 보호에 있기 때문이다.(주3) 또한 영업비밀보호법을 고치지 않는 한 회사들이 기밀 사업정보로 간주하는 연구를 공유하도록 강요하기는 어려울 것이다(Resnik 1998c). 그러나 데이터에 대한 접근가능성을 증대시키기 위해 취할 수 있는 간단하면서도 소박한 몇몇 조치들이 존재한다. 첫째, 공공자금 지원을 받은 모든 연구는 일단 연구가 종료되면 누구나 접근가능하도록 공개할 것을 요구할 수 있다. 실제로 1999년 미 의회는 정보자유법에 따라 연방 자금지원 기구들이 연방 지원금을 받아 만들어진 모든 데이터의 공공접근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규정한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연구자들이 인간 피험자에 관한 기밀 정보를 보호하는 것은 여전히 허용하고 있으며 연구 완료 이전에는 데이터나 연구 결과에 대한 공공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Frankel 1999). 둘째, (이런저런 이유로) 동료심사를 거치는 학술지에 실리지 못한 연구들 ― 부정적인 발견이나 용인가능한 통계적 유의미성 수준을 달성하지 못한 연구 같은 ― 을 모아두는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할 수 있다(Resnik 2000). 이런 데이터를 공개하는 것은 앞서 논의했던 편향 중 일부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혹자는 이러한 데이터베이스가 수준 이하의 연구들을 확산시킴으로써 득보다는 해악을 더 많이 끼칠 거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연구들이 동료심사를 거치지 않은 것임을 데이터베이스에 접근하는 연구자들이 인지하고 있기만 하다면 오도(誤導)될 우려 없이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이 거친 데이터베이스 속에서 다이아몬드를 찾아낼 수도 있는데, 이러한 잠재적 다이아몬드를 찾기 위해서는 먼저 많은 돌멩이들을 모으지 않으면 안된다.
 

결론
 

이 글에서는 금전적 이해관계가 어떻게 문제 선택, 프로토콜 실행, 결과 발표에 이르는 연구 과정의 전 단계에 영향을 미치고 편향을 가하는지 보여주려 했다. 또한 이 글은 편향 감소의 개념을 정의하고, 설사 모든 편향(금전적 편향도 포함해서)을 연구 과정에서 제거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하더라도 과학자들이 여전히 편향 감소를 위해 애써야 하는 도덕적, 정치적, 문화적 이유들이 있다고 주장했다. 연구에서의 편향을 감소시키기 위해 과학자들은 금전적 이해관계를 완화시키고 관리하는 정책들을 따라야만 한다. 유용한 몇 가지 정책들에는 기업이 자금을 대는 연구에 맞서 균형을 잡기 위해 정부 자금을 이용하는 것, 자금지원 결정에 대중의 의견을 더 많이 반영하는 것, 이해관계 충돌을 공개해 관리하는 것, 데이터를 감사하는 것, 그리고 데이터와 연구 결과에 대한 접근가능성을 증대시키는 것 등이 있다.

글을 마무리지으면서 언급해 둘 것은, 개별 연구자 및 기업의 금전적 이해관계와 이러한 이해관계가 연구 실행과 결과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추가적인 경험 연구가 필요하며, 이를 통해 연구에서의 금전적 이해관계라는 문제 전체를 좀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될 거라는 점이다. 이해관계의 충돌에 관한 정책, 지적소유권, 논문 출간에 대한 학술지의 방침, 자금지원 정책 등에 대해서도 더 많은 비판적 연구가 이루어져야 하며 이는 우리가 금전적 이해관계와 관련된 문제들에서 한발 더 나아갈 수 있게 도와줄 것이다. 나는 사회학자, 인류학자, 경제학자, 정치학자, 기타 과학학자들이 이 문제를 좀더 심층적으로 탐구해 볼 것을 촉구한다.
 
 
 
 

* 데이빗 레스닉은 미국 이스트캐롤라이나대학(East Carolina University)의 브로디 의대(Brody School of Medicine) 산하에 있는 의료인문학과(Department of Medical Humanities) 교수이다. 과학윤리와 생명윤리 등의 분야에 주로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주요 저서로는 The Ethics of Science: An Introduction(Routledge, 1998), Responsible Conduct in Research(Oxford, 2003) 등이 있다.
 
 

각 주
 

1. 개별 "이해관계 충돌"은 한 개인이 금전적 혹은 여타의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어 맡은 바 의무를 다하는 그/그녀의 능력이 훼손되는 상황을 말한다. 의무를 다하지 못하게 되는 것은 잘못된 판단을 내려서일 수도 있고, 비윤리적이거나 불법적인 행동을 저질러서일 수도 있다. 과학에서 연구자들은 객관적으로 행동해야 할 의무를 갖고 있는데, 이해관계의 충돌은 이러한 의무를 충족시키는 연구자들의 능력을 손상시킨다. 기관들 역시 이해관계의 충돌을 겪을 수 있다. 이에 관한 추가적인 논의는 Resnik(1998b)를 보라.

2. 이 문제에 대해 혹자는 연구에서 모든 금전적 이해관계를 제거하려는 시도를 통해 대응할 수도 있다. 이를 이루는 유일한 길은 과학을 "사회화하는" 것뿐이다. 즉 모든 과학자들을 정부의 피고용인으로 만들고 정부가 모든 자금지원과 논문 발표에 관한 결정을 내리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선택지 역시 편향을 제거하지는 못한다. 정치적·사회적 편향들이 게속해서 연구에 영향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과학을 사회화하려 시도했던 국가들, 예컨대 구 소련 같은 경우 과학 연구에 이데올로기적인 편향과 같은 여타의 편향들이 계속해서 나타났다(Joravsky 1970).

3. 예를 들어 연구자에게 추가적인 보호를 제공해 주기 위해 특허 보호 기간을 특허 출원 이전 시기까지 연장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여기서 과학자는 특허 출원 "의도"를 담은 주장을 출원할 수 있고, 이는 그/그녀가 나중에 특허를 출원하기로 결정하면 그 연구를 보호해 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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