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조작식품, 좀더 넓게는 농업 생명공학과 관련된 여러 쟁점들은 올 한 해 동안 유럽 전역에서 비상한 관심을 불러모았던 주제였다. 이러한 관심의 정도는 영국 쪽에서 발행되는 『네이처』나 『뉴 사이언티스트』의 지면에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는데, 『네이처』 홈페이지(http://www.nature.com/)의 'search'를 이용해 'GM(genetically modified)'을 검색해 보거나 『뉴 사이언티스트』의 관련기사를 모아둔 'Living in a GM World'라는 코너(http://gmworld.newscientist.com/)에 들어가 본다면 공히 백여 개에 육박하는 기사들을 손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 기사들 중 절반 가량이 올해 씌어진 것들이다.

올해 초 유전자조작식품에 대한 논의에 불을 붙인 것은 스코틀랜드 로웨트 연구소에 재직했던 생화학자인 아파드 푸스타이(Arpad Pusztai)의 미발표 연구로, 살충 효과를 갖는 단백질인 스노드롭 렉틴을 자체 분비하도록 유전자조작한 감자를 먹인 쥐들이 면역 체계에 이상을 보이고 발육이 저해되었다는 내용을 담은 것이었다(New Scientist, 20 February, pp. 4-5). 이 연구는 그것이 의미하는 바가 정확히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과학자들간에 상반된 입장이 존재했음에도 불구하고 유전자조작식품의 인체유해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커다란 사회적 파장을 불러왔다(New Scientist, 6 March, p. 13; New Scientist, 17 April, pp. 18-19). 이어 논쟁의 초점은 유전자조작 작물이 환경에 끼치는 영향에 관한 문제로 옮아갔는데, 이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네이처』에 실렸던 존 로지(John Losey) 등의 연구였다(Nature, 20 May, p. 214). 이 연구는 Bt라는 독소를 분비하도록 유전자조작된 작물의 꽃가루가 인간에게 이로운 곤충인 제주왕나비 애벌레의 치사율을 높인다는 연구결과를 제시했다. 이는 유전자조작 작물의 환경위해 가능성을 제시함으로써 일본과 EU 등이 유전자조작 작물에 대한 환경규제를 강화하는 계기로 작용하였다(Nature, 24 June, p. 719; Nature, 1 July, p. 7; Nature, 2 September, p. 3).

현재 논쟁은 이 두 가지 쟁점에 그치지 않고 농업 생명공학 및 이와 관련된 정책 관련 쟁점 전반을 문제삼는 데까지 나아가고 있다. 특히 7월 이후 『네이처』의 여러 지면들(news, news and views, commentary, correspondence 등)은 상충되는 입장들이 치열하게 개진되는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상황이다. 예컨대 농업 생명공학은 전세계 식량위기 해결에 도움이 못된다는 주장(Nature, 13 May, p. 99)에 대해 아프리카 과학자가 생명공학 육성의 필요를 호소하는 기고문을 싣고 있음을 볼 수 있다(Nature, 1 July, pp. 15-16). 또한 유전자조작 작물의 환경적 영향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수년간에 걸친 대규모의 야외 시험이 필수적이라는 진단(Nature, 5 August, pp. 501-502)에 대해 그린피스가 생태환경 오염을 근거로 실력 저지를 선언함에 따라 논쟁이 불붙었는데(New Scientist, 14 August, pp. 46-47), 그린피스는 과학에 대한 대중적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과학의 사유화 경향에 대한 저항과 학제적·전일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언을 덧붙이고 있다(Nature, 5 August, p. 499). 그리고 EU와 일본, 호주 등이 유전자조작식품에 대한 의무적 표시제를 도입하겠다고 선언한 것과 관련(Nature, 22 April, p. 641; Nature, 12 August, pp. 605, 608), 미-EU, 미-일간 무역분쟁의 조짐이 본격화되고 있다(Nature, 24 June, p. 715; Nature, 22 July, p. 298). 여기서 주목할 것은 『네이처』의 입장인데, 『네이처』는 여러 차례의 사설을 통해 이러한 농업 생명공학의 위기를 다룸에 있어 가능한 최선의 과학(soundest possible science)에 근거하되 과학에 내재한 불확실성을 인정해야 하고(Nature, 22 April, p. 639), 관련된 정보를 대중에게 공개해야 하며(Nature, 19 August, p. 697), 대중의 불안을 조성하는 특허 독점을 방지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하고(Nature, 17 June, p. 619), 국제적으로 유전자조작 작물에 대한 환경영향 평가를 시급히 시행해야 한다(Nature, 24 June, p. 715)는 입장을 거듭 천명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출전: 『대학신문』 1999년 10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