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커리큘럼은 '과학'과 '기술'이 '사회'와 맺는 다양한 관계들을 탐색함으로써 오늘날의 과학기술이 안고 있는 제반 문제들의 본질을 인지하고, 이를 통해 앞서의 문제들에 대처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을 모색해 보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 커리큘럼은 주로 학부 2-4학년을 대상으로 한 학습에 적합할 것으로 생각된다. 세미나에 참가할 사람들이 별도로 이전에 '이수'해야 하는 내용은 없지만, 이쪽의 논의에 어느 정도 익숙한 RP가 있어야 학습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이 커리큘럼이 안고 있는 한계들을 미리 몇 가지 언급해 두겠다.

1) 이 커리큘럼은 92년∼93년경에 주로 학습되었던 과학기술 관련 커리큘럼('과학론→기술론→STR론→노동과정론→계급론→변혁론'으로 이어지는)과는 그 문제의식이나 지향에서 상당히 차이가 있다. 하지만 그 차이를 여기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못했다. 다음 기회로 미룬다.

2) 이 커리큘럼은 주로 과학기술'론'적인 문제제기들과 이로부터 도출되는 문제의식 및 방향들을 제공하는 쪽으로 치우치고 있으므로, 구체적인 사례들은 환경이나 정보 등의 부문운동 커리큘럼으로부터 별도로 공급받아야 한다.

3) 아직까지 STS 영역에서는 한글로 된 문헌들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따라서 이 커리큘럼은 현재 상황에서는 나름의 최선일 수 있겠지만, 그것이 담고 있는 이론적인 영역이나 사례연구의 폭에서 상당히 불만족스럽다. 앞으로 한글로 번역되거나 씌어진 문헌들이 나오면 많은 문헌들이 다른 읽을거리로 대체되거나 보충·첨가되어야 할 것이다.

세미나는 8회-10회 정도의 학습에 적합할 것이다. 순서는 대략 다음에 제시된 것으로 하는 것이 좋지만, RP의 판단에 따라 일부를 생략하거나 더 집어넣어도 무방하다.
 

1. 문제제기 (1회)
 

다음과 같은 사례들 중 몇 가지를 골라 예를 들면서 문제를 제기한다. 예컨대 정보기술의 양면성, 생명공학이 내포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점들, 환경오염의 심각성, 보건의료의 편중성, 핵기술에 대한 다양한 입장들 등등. 구체적인 사례들을 깊게 다룰 필요는 없으며 그 각각에서 도출될 수 있는 여러 가지 함의들을 짚어 보는 정도로도 충분할 것이다. 교재는 해당분야의 적절한 개론서를 사용하거나 아래에 예시된 글들 중 일부를 사용해도 무방하며, 시사적인 토픽을 각종 일간지나 <한겨레21><시사저널><뉴스위크 한국판> 등의 주간지 등을 이용하여 현실감을 높이는 것도 좋다. 1주째의 목표는 구체적인 예들에 대해 학습하는 것이 아니며, 과학기술과 관련된 제반 문제들이 어떠한 것인지에 대해 감을 잡는 것이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물론 과학기술과 관련된 주류적인 입장에 대해 문제제기 내지는 '혼란주기'까지 어느 정도 이루어진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a. 박형준, 「정보화사회론의 쟁점들: 기술과 정치의 맥락」, 크리스찬아카데미 연구포럼 발제문(1996).
b. 강상현, 『정보통신혁명과 한국사회 - 뉴 미디어 패러독스』(한나래, 1996), 6장-11장.
c. 이필렬, 「과학기술의 발달과 환경문제」, 환경연구회 편저, 『환경논의의 쟁점들』(나라사랑, 1994), pp. 169-188.
d. 배리 카머너, 『원은 닫혀야 한다』(전파과학사, 1980), 3장-6장. (pp. 51-116)
e. 박지은·김동석·『다른과학』 편집위원회 공동기획, 「환경, 식량 문제의 관점에서 바라본 생명공학의 현재와 미래」, 『다른과학』 2호(1997), pp. 42-54.
f. 황경식, 「첨단생명 - 의료과학과 윤리」, 『과학과 철학』 7호(1996), pp. 40-62.
g. 앙드레 고르쓰, 「건강과 사회」, 『녹색평론』 7호(1992, 11/12월), pp. 119-132.
h. 스테판 오롤, 『핵이란 무엇인가』(오월, 1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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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와 b는 정보기술과 뉴미디어의 제문제를 다루고 있다. 이 중 a는 정보화사회론과 관련된 제문제들와 논점들을 간략하게 정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글인 듯하다 (참세상의 go top 12 11 게시판에서 찾을 수 있다). 그리고 b에 예시된 강상현씨의 책은 정보기술 그 자체에 대한 언급이 적고, 정보기술의 도입이 생산현장에 갖는 함의를 소홀하게 취급하는 등의 몇 가지 단점이 있긴 하지만, 현재까지는 이 분야의 가장 쓸만한 개설서로 알려져 있다. 이 중 6장-11장은 정보기술의 도입으로 인해 정치·경제·사회·문화·언론 등의 영역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비판적인 견지에서 다루고 있다.

c와 d는 환경문제에 관한 글들이다. c는 '과학기술이 발달하면 환경문제는 결국 해결될 것이다'라는 관점을 비판하고 있으며, d는 생태주의적인 입장에서 바라본 몇 가지의 사례연구들을 담고 있다. 1971년에 발행된 책이라 다소 오래되긴 했지만, 사례들을 분석하는 틀은 지금의 시각에서 보아도 참신할 뿐만 아니라 대단히 날카롭다 (이 책은 절판이므로 도서관 신세를 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e와 f는 생명공학의 문제들을 담고 있다. e는 농업 분야에서 생명공학을 응용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생태학적인 위험성들을 다루고 있으며, f는 의료 분야에 응용된 생명공학이 내포하는 윤리적 문제들을 지적하고 있다. 생명공학의 문제에 대해서는 이 외에도 앤드류 킴브렐, 『휴먼 바디숍』(김영사, 1995)이나 로버트 쿡-디간, 『인간 게놈 프로젝트』(민음사, 1994) 등의 책들에서 일부를 발췌해서 봐도 좋을 것이다. 아니면 아예 올더스 헉슬리, 『멋진 신세계』(문예출판사, 1983)과 같은 소설을 보고 토론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g는 예방보다 치료를 강조하면서 돈벌이가 될 것 같은 질병의 치료법을 개발하는 것에만 치중하는 현재의 보건의료 체제를 비판하는 글이다. 짧은 글이지만 이 분야에 대한 적절한 문제제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h는 핵문제에 대해 생태주의적인 접근을 보여주고 있는 책으로, 그다지 두껍지는 않지만 충실한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만화이므로 쉽게 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이상에서 예시한 글 외에도 문제제기 부분에 적합한, 수많은 다른 글들을 아마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정보·환경·보건의료 영역에서 출판된 다른 단행본들과 『녹색평론』, 『과학사상』, 『과학과철학』, 『창작과비평』 등의 저널에 실린 글들을 더 참고하기 바란다.
 

2. 과학철학 (2회)
 

일단 '과학철학이란 어떤 학문영역인가'와 같은 다분히 답이 없는 질문은 피해 가는 것이 좋겠다. 이 부분에서는 주로 주류적인 과학관, 즉 과학주의(scientism)에 대한 문제제기를 담는다. '과학적 방법론'이라는 '신화'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세미나는 쿤과 파이어아벤트로 대표되는 역사주의적 접근이 주류적인 논리실증주의의 과학관을 공격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 진행한다.
 

a. A. 차머스, 『현대의 과학철학』(서광사, 1985), 서론, 1장-12장. (pp. 18-231)
b. 신중섭, 「과학과 과학철학」, 『과학사상』 15호(1995, 겨울), pp. 79-98. (optional)
 

a는 지금 나와 있는 과학철학 개설서들 중에서 가장 적절한 교재라고 생각된다. 오히어, 『현대의 과학철학 입문』(서광사, 1994) 등의 책들과 비교해 보면 다루는 폭은 다소 좁지만, '과학적 방법론'과 관련된 논의들을 역사적으로 추적하기에는 좋은 교재이다. 이 책은 마지막의 2개의 장을 제외하고는 다 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b는 최근의 과학철학 논의들이 지나치게 '현실의 과학' 및 '과학의 현실'과 유리되어 있음을 지적한 글로 한번 읽어 볼 만하다.

한편, 최근의 포스트모더니즘 논쟁과 관련하여 '근대'과학의 인식론적 특권을 무너뜨리려는 시도가 다른 방향에서 진행되고 있음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c. 윤평중, 「포스트모던 과학의 탐구」, 『과학사상』 창간호(1992, 봄), pp. 106-126.
d. 임경순, 「과학, 과학사, 과학철학, 포스트모더니즘」, 『세계의 문학』(1993년, 겨울), pp. 177-198.
e. 김미경, 「'평등한' 과학을 향한 페미니즘」, 『창작과비평』(1996년, 겨울), pp. 168-192.
f. 조영란, 「서양 근대과학사에서의 '여성'」, 『과학사상』 16호(1996년, 봄), pp. 111-120.
g. 이상원, 「실험철학의 기획」, 『과학과 철학』 7집(통나무, 1996), pp. 63-90. (optional)
 

c는 리오따르의 『포스트모던의 조건』(민음사, 1992)의 주요 주장들을 비판적으로 리뷰하면서, 이러한 입장이 제출된 지성사적·과학철학적 배경과 리오따르-하버마스의 탈현대 논쟁을 다루고 있다. d는 과학사와 과학철학 내에서 진행되고 있는 '포스트모더니즘' 관련 논의들을 리뷰하고 있다. e와 f는 근대과학의 여러 측면들에 대한, 다양한 페미니즘적 접근'들'을 소개한 글들로, 상호보완적으로 읽을 필요가 있다. 기술에 대한 페미니즘적 접근이 빠져 있다는 점이 다소 아쉽긴 하지만. 마지막으로 g는 실험보다 이론에 중점을 두는 전통적인 과학철학에 반대하면서 실험과 기구(instrument)의 독자성을 강조한 80년대 이후의 실험철학의 조류들을 다루고 있다. 이 글은 다소 어려우므로 선별적으로 읽기 바란다.
 

3. 기술철학 (1-2회)
 

기술철학이라는 분야 역시 쉽게 정의하기 어려우며, 영-미권과 독일권 기술철학에서의 논의의 중심도 상당히 다르다. 여기서는 기술철학의 주요 문제들에 대해 아주 간략히 알아보고, 이어 독일에서 진행된 '기술문명 비판'적 입장들을 개괄해 보는 정도로 한다. 기술에 대한 철학적인 논의에 좀더 관심이 있다면 아래 소개된 일차문헌들을 좀더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앞으로 보겠지만, 기술철학에서의 논의 중 많은 부분은 기술사회학적 접근에서 도출하는 결론과 겹치거나 적어도 대단히 유사하다.
 

a. 강성화, 「기술철학의 근본문제」, 『시대와철학』 11호(1995, 가을), pp. 11-30
b. 홍기수, 「하이데거와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비판이론에서의 과학과 기술의 문제」, 『과학과 철학』 7집(통나무, 1996), pp. 7-39.
 

a는 그리 만족스럽지는 못하지만, 기술철학에서 제기되는 문제들에 대한 가장 일반적인 개괄을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b는 독일에서의 과학기술문명 비판론적인 논의들을 다루면서 하이데거, 호르크하이머-아도르노, 하버마스를 서로 비교해 가며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좀더 관심있는 사람들은 다음의 논문이나 책들을 더 보면 좋을 것이다. 필자가 아직 제대로 읽어보지 못한 관계로 구체적인 설명은 생략한다. (이하는 모두 optional)
 

c. 이기상, 「현대기술의 본질: 도발과 닦달 - 하이데거의 기술론」 (1)(2)(3), 『과학사상』 2호-4호(1992, 여름∼1992, 겨울), 각각 pp. 130-144, 165-175, 192-205.
d. 임홍빈, 『기술문명과 철학』(문예출판사, 1995)
e. 마르틴 하이데거, 『기술과 전향』(서광사, 1993)
f. 위르겐 하버마스, 『이데올로기로서의 기술과 과학』(이성과현실사, 1993)
g. 울리히 벡, 『위험사회』(새물결, 1997)
 

『기술문명과 철학』에 대한 김환석의 서평이 『녹색평론』 26호(1996, 1/2월), pp. 142-148에 실려 있으므로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최근 출간된 『위험사회』에 대한 서평은 앞으로 각종 저널들에 실릴 것이므로 참고하기 바란다.
 

4. 과학(지식)사회학과 기술사회학 (2-3회)
 

비교적 최근(70년대 이후)에 빛을 본 분야들이면서 최근 과학기술정책 영역에 가장 큰 영향을 주고 있는 분야들이기도 하다. 과학(지식)사회학은 쿤의 주장이 내포하는 함의를 발전시킨 '과학철학의 급진화'와 관련이 있다. 즉, 이들은 전통적인 과학철학에서 과학의 중핵으로 여겨져 온 과학지식이 '사회적으로 구성'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리고 '기술이 사회적으로 구성(내지는 형성)된다'는 주장을 모토로 하는 기술사회학은 과학사회학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아 발전되었으며, 데이비드 노블이나 버나드 딕슨 등의 좌파 논자들의 문제의식과 맥을 같이하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과학기술사회학의 주장들이 어떻게 과학기술정책 쪽에 함의들을 제공하는지에 대해 지속적으로 고민하면서 세미나를 해 나갈 필요가 있다.
 

a. 김환석, 「과학기술에 대한 사회학적 이해」, 『과학사상』 20호(1997년, 봄), pp. 223-238.
b. 김경만, 「과학지식사회학이란 무엇인가」, 『과학사상』 10호(1994년, 겨울), pp. 132-154.
c. 윤정로, 「"새로운" 과학사회학: 과학지식사회학의 가능성과 한계」, 『과학과 철학』 5집(통나무, 1995), pp. 82-110.
d. 랭든 위너, 「기술은 정치를 가지는가」, 송성수 편, 『우리에게 기술이란 무엇인가』(녹두, 1995), pp. 51-67.
e. 도널드 맥켄지·주디 와크만, 「무엇이 기술을 형성하는가」, 송성수 편, 『우리에게 기술이란 무엇인가』(녹두, 1995), pp. 111-149.
f. 데이비드 노블, 「기계 선택에 있어서 사회적 선택」, 송성수 편, 『우리에게 기술이란 무엇인가』(녹두, 1995), pp. 199-236.
g. 루쓰 슈바르츠 코완, 「어떻게 해서 냉장고는 윙윙하는 소리를 내게 되 었는가」, 송성수 편, 『우리에게 기술이란 무엇인가』(녹두, 1995), pp. 258-281.
 

a는 과학사회학과 기술사회학의 문제의식이 전개되는 과정과 그 현황을 다룬 가장 일반적인 개괄로 적합한 글이다. 글이 지나치게 짧아 너무 압축적으로 씌어져 있다는 점이 다소 흠이다. 그리고 b와 c는 이 중에서 과학(지식)사회학만을 다루는 논문들이다. 서로 겹치는 내용이 많지만 상호보완적인 성격이 있으므로 같이 보는 것이 좋다. d에서 g까지는 국내에 최초로 '기술의 사회적 형성(social shaping of technology)'론을 소개한 편저에서 주요한 몇몇 논문들을 뽑은 것이다. 이 중 d와 e는 기술에 대한 주류적인 통념인 기술결정론을 비판하면서 '기술에 대한 사회의 영향'을 이론적으로 정초하는 논문들이다. 그리고 f와 g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잘 보여주는 고전적인 사례연구들로, 다소 어렵지만 꼼꼼히 읽을 필요가 있는 글들이다.

그리고 몇몇 책을 더 소개하도록 하겠다.
 

h. 앤드류 웹스터, 송성수·김환석 역, 『과학기술과 사회: 새로운 접근』(한울, 근간), 1장-2장.
i. 송성수 편, 『기술의 사회적 구성』(새물결, 근간).
j. 한경희, 「기술의 사회적 구성론과 형성론에 대한 비교분석」, 연세대 사회학과 석사논문(1993).
k. B. 반즈, 『패러다임』(정음사, 1987). (optional)
 

h는 '과학기술과 사회(STS)' 영역의 교과서로 집필된 책으로 과학사회학, 과학기술정책, 과학기술의 상업적·국가적 이용, 과학기술에 대한 다양한 대안적 움직임들을 모두 다루고 있다. 오는 9월경에 출판될 예정인데, 출판된 이후에는 이 커리큘럼에 포함된 글들의 일부를 대체하는 표준적인 교과서로 쓰여도 좋겠다. 그리고 i는 앞서의 『우리에게 기술이란 무엇인가』와 짝을 이루는 책으로, '기술의 사회적 구성(social construction of technology)'론에 포괄되는 다양한 이론적 논문들과 사례연구를 담고 있다. j는 기술의 사회적 구성론과 형성론에 속하는 논자들의 입장들을 리뷰한 다음, 이들을 서로 비교함으로써 나름의 통합을 시도하고 있다. 아직 책으로 간행되지 않아 구하기 어렵고 다소 산만하게 서술되었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다양한 논자들의 주장을 비교적 상세히 소개해 놓은, 현재로서는 거의 유일한 한글문헌이다. 마지막으로 k는 과학(지식)사회학 영역의 대표적 논자들 중 하나인 반즈의 책 중 국내에 유일하게 번역되어 소개된 책이다. 앞의 b나 c와 관련지어 참고도서 정도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절판이므로 역시 도서관 신세를 져야 할 듯).
 

5. 60-70년대 서구의 과학기술운동 (1-2회)
 

20세기 중엽 이후, 과학기술의 사회적 문제들이 본격적으로 대두한 이래로 서구의 '좌파'들은 과학기술과 사회의 문제를 어떻게 파악해 왔으며, 실제로 어떠한 실천적인 '운동'들을 해 왔는가를 살펴본다. 여기에 포괄되는 활동들로는 원자폭탄 투하에 의해 자극된 1950년대의 과학'자'운동, 60년대의 베트남전과 반문화(counterculture) 운동에 영향받은 70년대의 급진과학운동(radical science movement), 생태주의(ecologism) 운동, 적정기술운동(appropriate technology movement)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이들 각각이 어떤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는지, 그리고 이들은 서로를 어떻게 비판하면서 문제의식을 정초해 나갔는지, 이들 각각은 어떠한 한계들을 안고 있었는지 등이 여기서 다루어야 할 주된 내용들이다.
 

a. 홍성욱, 「급진적 과학운동과 그들의 과학관」, 과학세대 편, 『과학세대』 창간호(동녘, 1991), pp. 82-93.
b. 앤드류 웹스터, 송성수·김환석 역, 『과학기술과 사회: 새로운 접근』(한울, 근간), 6장-7장.
c. 나카야마 시게루, 『과학과 사회의 현대사』(풀빛, 1982), 3장, 6-9장. (pp. 35-51, 91-134)
d. J.D. 버널, 『과학과 역사』(한울열린글, 1985).
e. 힐러리 로즈·스티븐 로즈, 「과학의 중립성에 대한 신화」, 조홍섭 편, 『현대의 과학기술과 인간해방』(한길사, 1984), pp. 49-67.
f. 빌 찌머만 외, 「민중과학론」, 조홍섭 편, 『현대의 과학기술과 인간해방』 (한길사, 1984), pp. 119-141.
g. .미셸 보스케, 「에콜로지스트 선언」 조홍섭 편, 『현대의 과학기술과 인간해방』(한길사, 1984), pp. 143-181.
h. 마이크 쿨리, 「루카스항공에서의 협동 계획」, 송성수 편, 『우리에게 기술이란 무엇인가』(녹두, 1995) pp. 285-315.
 

a는 50년대부터 70년대 말까지의 급진적 과학운동 조류들을 가장 개괄적으로 다룬 글이다. b 역시 70년대 이후의 다양한 대안적인 접근들 ― 급진과학운동, 페미니즘적 접근, 적정기술운동 등 ― 을 리뷰하고 있다. c는 a와 b를 어느 정도 포괄하면서, 당시의 사회적 상황(베트남전 이후 미국 대학의 민주화 움직임, 중국의 문화대혁명 등)이나 사상사적 배경(과학철학에서 쿤의 문제제기, 로잭의 '대항문화' 개념 등)까지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보완적으로 같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절판이다. 다만 교보문고 등의 대형서점들에 한두 권 정도가 남아 있는 경우가 있다).

d에서 h까지는 대안적 움직임들 각각을 다루는 일종의 일차문헌들이라 할 수 있겠다. 먼저 d는 1950년대 이전의 '구 좌익'들이 주축이 되어 벌였던 '과학자운동'의 문제의식을 충실히 담고 있다 (이 책도 상당히 구하기 힘들다. 정 어려우면 도서관을 이용할 것). e와 f는 50년대의 과학자운동을 비판하면서 등장한 70년대 급진과학운동의 문제의식을 담고 있으며 그들이 실제로 했던 활동까지를 엿볼 수 있다. 이 중 e는 영국에서 발행된 radical science journal의 편집자였던 로즈 부부의 문제의식을 보여 주며, f는 미국의 민중과학운동이 어떤 방향으로 진행해 나갔는가를 말해 준다. g는 60년대 말에 씌어진 생태사회주의 운동의 교과서로서, 기존 체제에 대한 비판과 함께 이에 대한 대안적 사회상을 감동적으로 그려 주고 있는 글이다. 마지막으로 h는 '지역사회의 민중을 위한 과학기술, 생산자를 소외시키지 않는 과학기술'을 표방하였던 영국 루카스 항공의 협동계획의 전모를 보여 준다.

이상에서 제시한 모든 글들이 담고 있는 문제의식들은 적어도 20년 이상의 시간들이 흐른 지금에 와서도 여전히 유효한 것들이다. 이러한 문제의식들을 어떻게 살려 나갈 것인지를 세미나 시간에 지속적으로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6. 80년대 이후의 '새로운' 제도적 움직임들 소개 (1회)
 

기술과 민주주의의 원칙을 접목시켜 한편으로는 기술의 부정적 영향을 사전에 제거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인간의 '삶의 질'을 실질적으로 향상시키겠다는 문제의식 하에서 서유럽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여러 제도적 움직임들 ― 특히 기술영향평가(technology assessment) 제도를 중심으로 ― 을 소개한다. 이러한 제도적 움직임들이 과학기술사회학 영역에서의 문제의식과 어떻게 접목되어 있는지, 그리고 서구의 과학기술운동의 전통과는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가능하다면 한국적인 상황을 고려하면서 논의를 전개하는 것이 실천적으로 도움이 될 듯하다.
 

a. 이영희, 「과학기술정책과 기술영향평가」, 송성수 편, 『우리에게 기술이란 무엇인가』(녹두, 1995), pp. 316-358.
b. 송위진, 「새로운 기술평가의 논리와 현황」, 『과학과 문화』 창간호(1997, 봄), pp. 18-28.
c. 김훈기, 「삶의 질을 추구하는 과학기술정책」, 『과학과 문화』 창간호 (1997, 봄), pp. 29-38.
d. 김학수, 「과학기술정책과 시민참여」, 『과학과 문화』 창간호(1997, 봄), pp. 39-47.
e. 이승환, 「과학기술의 대중적 이해 증진을 위한 방안」, 『과학과 문화』 창간호(1997, 봄), pp. 48-56.
 

먼저 a는 지금까지의 우리나라 과학기술정책의 전개과정과 문제점들을 살펴본 다음, 서구의 기술영향평가 제도를 소개하고 이의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b에서 e까지는 한국과학문화재단에서 발행하는 계간지인 『과학과 문화』 창간호의 과학기술정책 특집에 실린 논문들로, 서구의 여러 가지 제도적 움직임들을 소개함과 동시에 '과학기술정책의 수립에 시민들이 참여하는 것만이 현재 과학기술의 문제들을 해결하는 길'임을 밝히고 있다. 이 네 개의 글들은 서로 겹치는 내용들이 많긴 하지만 상호보완적으로 읽혀야 할 것이다 (문제는 이 책을 지금 시중에서 거의 구할 수가 없다는 점인데, 과학문화재단에 직접 연락하거나 하는 등의 방법을 써 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