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세기를 위한 새로운 경제^*
 

레스터 R. 브라운, 크리스토퍼 플래빈
 
 

1890년대 미국출판협회(American Press Association)는 그 나라의 "최고 지성들"을 불러모아 다가올 20세기의 사회가 어떤 모습을 띠게 될지를 예측해 보도록 했다. 당시의 사회는 모든 것이 변화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기술 진보로 인해 그 얼마 전부터 미국 동서 해안 사이의 철도 여행이 가능하게 되었고, 최초의 "마천루"가 막 완공되었으며, 몇몇 도시 지역에 전기가 일반화되고 있었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당시 경제는 막 불황의 타격을 받은 직후였다. 도시는 점차 늘어나는 빈민들로 채워지고 있었고, 항상 무궁무진할 것 같던 목재와 철광의 공급이 부족해지기 시작했다.

당대 미국의 "미래학자들"은 다가올 한 세기를 내다보는 데 있어 거의 예외없이 낙관적이었다. 그들은 다가오는 세기에는 많은 문제들이 해결될 것이며, 기술 진보와 물질적 성장으로 유토피아와 같은 세상이 올 것이라고 예측하였다. 그들의 예상 중에 잘 들어맞은 것으로는 전기와 전화의 광범한 이용, 전 세계의 무역 개방, 여성 해방과 같은 것들이 있었다. 반면 그들이 맞추지 못한 것들에는 경구피임약이나 인터넷 같은 것들이 있다. 그들이 내놓은 다른 예측들은 너무 순진했던 것으로 판명났는데, 사람이 150살까지 살 것이라거나 대기오염이 제거될 것이라는 생각이 그 예이다. 두 차례의 세계 대전, 화학무기와 핵무기의 개발, 자연계의 안정성에 대한 전지구적 위협의 출현, 단지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수십억의 인구와 같은 20세기의 어두운 측면들은 그 중 어느 누구도 예견하지 못했다.

다음 세기를 앞두고 있는 현재의 시점에서 선도적 경제평론가들의 저작을 보면 기술 및 인류 진보에 대한 믿음은 거의 한 세기 전과 마찬가지로 널리 퍼져 있다. 그들의 태평스러운 낙관론은 1890년대의 가장 상상력이 풍부했던 미래학자들의 예측도 훨씬 넘어선 20세기의 놀라운 성취들, 예컨대 제트 비행기, 개인용 컴퓨터, 유전공학의 발전 등에 의해 고무된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미래학자들은 한 세기 전 그들의 선배들과 마찬가지로 협소한 시각 ―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를 형성하는 가장 중요한 경향들 중 일부를 무시한 ― 으로 미래를 예견하고 있다. 그리고 세계 경제에서 점차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정보 시대에 매혹된 다수의 관찰자들은 우리의 현대 문명이 선행 문명들과 마찬가지로 그 생태적 기반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음을 망각하고 있는 듯하다.

인류가 하나의 종(種)으로 출현한 이래, 인구 집단은 지역 환경의 한계(local environmental limit)라는 문제에 지속적으로 부딪쳐 왔다. 충분한 사냥감을 찾을 수 없거나 필요한 만큼의 식량을 경작해 얻을 수 없거나 충분한 목재를 채취할 수 없게 되면, 인구가 급격히 감소하거나 심지어 어떤 경우에는 하나의 문명 전체가 사라져 버리기도 했다. 기술의 진보와 통합된 세계 경제의 출현으로 이러한 구시대적 패턴이 오늘날 종말을 고한 듯 보임에도 불구하고, 이는 단지 문제를 전지구적 차원으로 옮겨놓은 것에 불과한지도 모른다.

새로운 세기의 여명을 맞아 우리가 현재 직면한 도전은 규모의 문제에서 시작한다. 오늘날 인구는 한 세기 전 수준에 비해 네 배가 되었으며, 세계 경제는 17배만큼 증가했다. 이러한 성장은 우리의 선조들이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생활 수준의 향상을 가능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선조들이 예측할 수 없었던 방식으로 자연계를 파괴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예를 들어 해양 어장은 그 한계를 넘어 계속해서 확장되고 있고, 지하 수면(water table)은 모든 대륙에서 낮아지고 있으며, 목초지(rangelands)는 가축의 과도한 방목으로 황폐화되고 있고, 남아 있는 열대 우림 중 다수가 소멸될 위기에 처해 있으며,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CO₂) 농도는 지난 16만 년 동안을 통틀어 최고 수준에 도달해 있다. 만약 이러한 추세가 계속된다면, 곧 이루어질 새로운 천년으로의 전환은 역사적으로 별볼일없는(trivial) 순간이 되어버릴 수도 있다. 왜냐하면 그러한 추세가 약 6500만년 전 운석의 낙하로 인해 공룡이 지구상에서 사라진 이래로 가장 광범한 생명의 절멸을 불러올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우리가 21세기를 내다봄에 있어 분명한 것은,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경제[즉, 경제운영 방식 ― 역주]로 훨씬 더 많아진 세계 인구의 미래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것은 결코 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금세기 동안 인류의 일부에 극적인 생활 수준의 향상을 가져다주었던 서구식 경제 모형 ― 화석연료에 기반한, 자동차 중심의, 일회용 경제 ― 은 이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만약 생태계가 계속 악화된다면 그것에 의존하고 있는 세계 경제가 무한히 팽창할 수 없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결국 우리는 우리를 원하는 곳으로 데려가 줄 수 없는 경제를 가지고 새로운 세기에 진입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직면한 도전은, 인류의 진보를 지탱하는 시스템을 파괴하지 않으면서도 진보를 지속시킬 수 있고 동시에 모든 이들에게 보다 나은 삶을 제공할 수 있는 새로운 경제를 설계하고 건설하는 일이 될 것이다.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제로의 전환은 현재의 딜레마에 원인을 제공한 18세기 말∼19세기 초 산업혁명과 비견될 정도로 심대한 변화가 될 것이다. 우리가 그러한 전환을 얼마나 성공적으로 이루어 낼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그러나 역사상 우리 인류는 새로운 환경 조건과 도전에 적응하는 능력에서 언제나 다른 종들에 비해 뛰어났다. 이제 그 다음 번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가속되는 역사
 

비록 2000년 1월 1일을 기해 나타날 특정한 전환점은 기원전 45년 율리우스 케사르가 채택한 달력에서 비롯된 순전한 인간의 창조물에 불과하지만, 그 날 나타나게 될 세 개의 0은 [지난 천년간의] 시간의 흐름을 ― 그리고 중세 시대에 있었던 바로 지난번의 그와 같은 전환점[서기 1000년을 지칭함 ― 역주] 이후 변화의 속도가 얼마나 가속되었는가를 ― 강력하게 상기시킨다. 오늘날의 급격한 변화를 지켜봐 온 우리는 천년 단위는 물론이고 한 세기도 거대한 시간 단위라고 생각하는 경향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지난 한 세기 동안의 광범한 발전은 인류가 최초로 농업을 시작한 이후의 시간 흐름에 비한다면 단지 1%에 지나지 않는 기간 동안에 모두 일어난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인류 역사의 가속은 최초의 역사책이 씌어지기 훨씬 전에 이미 시작되었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기술 발전에 갑자기 속도가 붙기 시작한 것은 4만 년 전쯤으로, 이 때 사냥, 요리 및 기타 필수적인 작업들에 쓰이는 보다 더 정교한 도구들이 개발되어 널리 확산되었다. 이러한 도구들을 갖춘 우리 선조들은 그 수가 불어나 대략 400만 가량의 인구에 도달하였으며,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근거지로부터 점차 퍼져나가 습한 열대지방으로부터 건조한 평원, 꽁꽁 얼어붙은 툰드라 지역에 이르기까지 사실상 지구의 전 지역에 거주하게 되었다.

변화의 속도가 두 번째로 급격히 빨라진 것은 대략 1만 년 전, 정착 농경이 발전하면서부터였다. 정착 농경은 먼저 지중해 동부 근방의 "비옥한 초승달 지대(Fertile Crescent, 나일 강과 티그리스 강, 페르시아 만을 연결하는 고대 농업 지역 ― 역주)"에서, 그리고 곧이어 중국과 중앙 아메리카에서 모습을 보였다. 농경의 초기 발전은 인구의 증가와 함께 쉽게 채취할 수 있는 식량이 부족해짐으로써 나타난 것으로 생각되지만, 농업 혁명은 곧 사회를 변형시켜 보다 정교한 도구와 복잡한 사회 구조 ― 최초의 마을과 도시의 출현을 포함하여 ― 의 출현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진보는 지구의 인구 수용능력을 증가시켰다. 수만 년 동안 대략 400만 정도에 정체되어 있던 인구는 기원전 2000년경이 되면 2700만 정도로 뛰어올랐고, 다시 서기 원년쯤에는 대략 1억, 이번 천년기가 시작된 서기 1000년 무렵에는 3억 5천만 정도로 증가하였다.

중세 시대에는 제한된 식량 공급과 파괴적인 전염병이 유럽과 중국을 휩쓸어 세계 인구는 그다지 증가하지 못하였고 사회는 정체기를 맞았다. 다음 번 역사의 가속은 이번 천년기의 중반 세기들에 일어난 인간 지식의 축적과 과학의 출현과 함께 시작되었다. 이는 제조업의 성장과 도시의 팽창, 무역의 증가를 낳았고, 18세기의 산업혁명 초기 단계로 연결되었다. 1825년에 이르면 인구는 사상 최초로 10억에 도달했다. 그러나 이때까지만 해도 통신, 교통, 농업, 의료 등에서의 변화는 한 세대 내에서 감지하기 어려울 정도로 느렸다. 19세기 초 대부분의 사람들은 농촌에서 살았고, 말의 속력에 제한된 여행은 1000년 전과 그리 다를 바가 없었다. 예를 들어 당시 뉴욕에서 보스턴까지의 여행에는 6일이 걸렸다. 이러한 상황이 근본적으로 바뀔 수 있으리라고는 거의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

그로부터 100년이 흐른 후, 이제 점차 가속되는 변화의 속도는 사실상 인간 활동의 모든 분야에서 볼 수 있게 되었다. 이전 세기들에서 이루어진 과학의 진보에 토대를 둔 금세기의 기술 발전은 오직 극적이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을 뿐이다. 수학, 물리학, 공학에서의 발전에 힘입어 우리는 태양계 내에 있는 다른 행성들을 탐사하고 달에 직접 가볼 수 있게 되었다. 우주 비행사들은 일상적으로 90분마다 지구를 돌면서 이전에는 결코 가능하지 않았던 방식으로 지구를 바라볼 수 있다. 금세기 이전에는 경제 활동이 대부분 농업이었고, 토지생산성이 시간에 따라 거의 변화하지 않았기 때문에 [경제]성장은 대체로 새로운 경작지의 개간 속도에 의해 제한되어 있었다. 그러나 20세기가 진행되면서 현대 산업시대가 만개하였고 서구식 산업발전 모형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20세기 초 수십 년 동안 전반적인 경제 성장을 급격히 가속시킨 것은 바로 이러한 산업 부문에서의 성장이었다.

여러 가지 측면에서 볼 때, 금세기를 특징짓는 경제 발전은 화석연료의 에너지를 동력으로 이용했다는 점이다. 1900년에는 매일 소비되는 석유의 양이 고작 수천 배럴에 지나지 않았다. 이 수치는 1997년이 되면 하루 7200만 배럴까지 치솟았다. 또한 원료 사용량에 있어서도 엄청난 증가를 확인할 수 있는데, 예를 들어 철 사용량은 일년에 2000만 톤에서 12억 톤으로 증가하였다. 종이 사용량은 1950년과 1996년 사이에 여섯 배 증가하여 연간 사용량이 2억 8100만 톤에 달했다. 1900년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물질이었던 플라스틱의 생산량은 1995년에 1억 3100만 톤에 이르렀다. 현재 인류의 경제는 주기율표 상에서 자연적으로 발견되는 92개의 원소 모두를 이용하고 있는데, 1900년 경에는 단지 20개만을 이용하고 있을 뿐이었다.

가장 눈에 띄게 가속되는 경향을 보여준 것들 중에는 인간 이동성의 증가를 꼽을 수 있다. 이는 1890년대의 예언자들이 미처 내다보지 못했던 발전이었다. 19세기 말, 초기 증기기관차와 내연기관을 장착한 최초의 자동차의 속도는 시속 25마일 정도로 제한되어 있었고, 그나마 그 높은 비용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전히 걸어다녔다. 1900년에는 전세계에 불과 수천 대의 자동차가 있을 뿐이었다. 오늘날 그 수는 5억 100만 대가 되었다. 20세기의 전반기 동안 우리는 1903년 노스캐롤라이나 주 키티 호크에서 이루어진 라이트 형제의 선구적인 비행으로부터 음속보다 빠른 속도로 날 수 있는 제트 비행기까지 발전하였다. 오늘날 점보 제트기는 대양 횡단 비행에서 400명의 승객을 일상적으로 실어나른다. 200피트에 이르는 점보 제트기의 날개 길이만 해도 라이트 형제가 최초의 비행에서 날아갔던 거리인 120피트를 능가한다. 오늘날의 비행기들은 우리의 생리적 시계(biological clock)가 적응할 수 있는 한도보다 더 빨리 비행하기 때문에, 우리 몸이 지역적인 밤/낮 주기와 어긋나 시차에 의한 피로(jet lag)가 발생하고 있다.

공학자들은 1946년 최초의 전자식 컴퓨터를 만들었다. 이어 1949년에 『파퓰러 미캐닉스 Popular Mechanics』 지는 예측하기를, "미래의 컴퓨터는 단지 1000개의 진공관으로 이루어질 것이며 무게도 1.5톤밖에 나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오늘날에는 5파운드 가량 무게가 나가는 휴대용 컴퓨터가 20세기 중반의 가장 큰 대형 컴퓨터보다도 더 빠른 속도로 자료를 처리할 수 있다. 현재 초소형 실리콘 칩이 1초에 2억 회의 계산을 수행할 수 있는데, 이는 불과 4년 전의 5천만 회보다도 훨씬 더 빨라진 것이다. 컴퓨터, 소프트웨어, 그리고 연관 제품 및 서비스들은 경제 성장을 촉진하면서도 물리적 자원은 최소한으로 이용하고 있다. 마치 기계화가 블루칼라와 농업노동의 생산성을 높였던 것과 마찬가지로, 컴퓨터화는 화이트칼라 노동자들에 대해 같은 효과를 내고 있다. 미국의 경우 최근 마이크로소프트 사의 주식 시가 총액(market capitalization)이 제너럴 모터스 사를 능가함으로써 중요한 전환점이 있었는데, 이는 새로운 세대의 기술이 우위를 점하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정보 시대의 도래와 함께 자연스럽게 나타난 결과 중 하나는 『이코노미스트 The Economist』 지의 편집인 프랜시스 케언크로스(Frances Cairncross)가 "거리의 소멸(the death of distance)"이라고 묘사한 현상이다. 전화 회선의 수는 1960년의 8900만에서 1996년 7억 4100만으로 껑충 뛰어올랐고, 한편으로 무선전화(cellular phone)의 가입자수는 1990년의 1000만에서 1996년 1억 3500만으로 증가하였다. 1998년 말에는 일반인들도 구매할 수 있을 만한 가격대의 위성전화가 세계 최초로 출시되어 세계의 가장 외딴 지역까지도 모든 곳에 존재하는 정보망 속으로 편입시켰다. 그리고 텔레비전을 보유한 가구 수는 1950년 400만에서 금세기 말에는 10억에 조금 못미치는 정도까지 증가하여 최신의 뉴스와 문화 경향을 지구촌 곳곳에 전달할 수 있게 되었다. 1990년 376,000대였던 호스트 컴퓨터 수가 1998년 3000만대 이상으로 늘어난 것에서 볼 수 있듯 인터넷의 폭발적 성장은 중공업 분야들이 전성기 때 이루어냈던 성장 속도를 훨씬 앞지르는 것이었다.

생물학 영역에서는 금세기 들어 항생제가 등장하였고 전염병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극적으로 감소하였다. 어린이들에 대한 정기적인 예방 접종이 실시됨으로써 많은 나라들에서 유아 및 아동 사망은 드문 일이 되었다. 유엔의 선도 하에 전세계는 한때 대다수 사람들에게 재앙이었던 천연두를 박멸하였다. 보다 최근에 진행중인 유엔의 계획은 세계의 2/3 지역에서 소아마비를 근절시켰으며, 머지않아 이 무시무시한 병을 완전히 근절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장기 이식은 이제 일상적인 것이 되었으며, 한 종에서 다른 종으로 유전물질을 전이시키는 일도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29가지의 새로운 질병이 금세기의 마지막 4분기 동안에 나타난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 가운데는 라임관절염(Lyme disease, 발열과 피부의 붉은 반점을 수반하는 바이러스성 관절염 ― 역주), 에볼라 바이러스(Ebola virus), 재향 군인병(Legionnaires' disease, 악성 폐렴의 일종 ― 역주), 에이즈 바이러스(HIV), 한타 바이러스(Hanta virus) 등이 있다. 현재 아프리카에서 전염병의 수준에 도달한 에이즈(AIDS)는 전염병으로 인한 주요 사망원인에서 곧 말라리아나 결핵과 같은 전통적인 질병들을 앞지르게 될 것이다.

인구가 늘어났다는 사실 그 자체 외에 금세기를 특징짓는 인구학적(demographic) 경향을 찾는다면 그것은 도시화가 될 것이다. 1900년경에는 16개의 도시가 100만 혹은 그 이상의 인구를 가지고 있었으며 대략 인구의 10% 가량이 도시에 거주하였다. 오늘날에는 326개의 도시가 적어도 그만큼 많은 인구를 가지고 있으며, 1000만 명 이상이 거주하는 초거대도시도 14개나 된다. 만약 도시가 이와 같은 추세로 계속 성장한다면 2010년에는 인구의 절반 이상이 도시에 거주하게 되어, 인류 역사상 최초로 세계는 농촌적인 성격보다 도시적인 성격을 더 많이 갖게 될 것이다. 그 결과, 우리는 사냥과 채집으로 살았던 우리의 기원으로부터 멀리 떨어지고 지금까지의 어느 때보다도 우리의 자연적 토대로부터 더욱 분리되어 도시적인 종이 되어 갈 것이다.

인구의 증가는 과거 그 어느 때보다도 더 많은 양의 식량을 요구해 왔으며, 수입의 증가로 인해 많은 사회에서는 식생활이 다양해지고 풍족해져 왔다. 이와 같이 급증한 식량의 수요는 계속된 신기술의 확산에 힘입어 충족되어 왔는데, 이러한 신기술에는 더 생산성이 높은 작물 품종의 개발, 비료 사용과 관개의 확대, 농업의 기계화 등이 포함된다. 곡물 소요량은 금세기 시작에 비해 거의 다섯 배로 증가하였으며 그와 동시에 물 사용량은 4배로 증가하였다.

보다 어두운 측면으로, 20세기는 또한 인류 역사상 가장 폭력적인 시기이기도 했다. 이는 부분적으로 비행기나 자동화된 무기와 같은 기술적 "진보"에 힘입은 것이었다. 약 2600만 명이 제1차 세계대전 중에 목숨을 잃었으며, 제2차 세계대전에서는 5300만 명이 살해되었다. 여기에 20세기 초부터 현재까지 일어난 다른 전쟁들에서 죽은 사람 수를 더하면, 이는 인류 문명의 시작부터 19세기까지 전쟁에서 사망한 사람들의 수를 전부 합친 것보다도 더 많다.

20세기를 특징짓는 또하나의 주요한 변화로는 세계화(globalization), 즉 오늘날 세계의 이질적인 부분들을 하나로 묶고 있는 거대한 경제·정보망을 들 수 있다. 지금으로부터 1만 년 전, 아프리카로부터 이주해 나온 우리 조상들은 거대한 유라시아 대륙뿐 아니라 아메리카, 오스트레일리아 및 기타 세계의 외딴 구석에 이르는 곳에까지도 정착하게 되었다. 그 이후로, 세계 곳곳에서 서로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이 서로간에 좀더 직접적인 접촉을 갖게 되는 것에는 16세기 유럽의 대탐험 시대에 이르기까지의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그리고 증기선의 개발로 인해 국제 무역이 급격히 증가하게 된 것은 19세기 말이 되어서였다. 대공황과 두 차례의 세계대전, 냉전으로 말미암아 금세기 초반기에 세계화의 속도는 느려졌지만, 1990년대가 끝나 가는 현재 시점에 이르기까지 상황은 급격히 변화해 왔다. 국제 무역은 1950년 3800억 달러에서 1997년에는 5조 8600억 달러로 15배 증가하였다.

역사의 가속과 함께 자연계 ― 정보 시대가 되어서도 우리가 여전히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 에 대한 압력은 점차로 증가해 왔다. 성층권 오존층의 파괴와 온실효과에 의한 지구온난화 등 새로운 형태의 환경 파괴가 지난 20여년 동안 자연 생태계를 변화시키기 시작하여, 특히 산호초에 손상을 가져왔고 개구리로부터 나무에 이르는 종들에도 피해를 입히고 있다고 추정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세계 경제의 계속되는 성장은 지구의 자연적 한계들 중 상당수와 충돌해 왔다. 이러한 충돌은 삼림의 감소, 지하수 층(aquifer)의 고갈, 어장의 붕괴 등과 같은 경향들에서 찾아볼 수 있다.

우리 조상들은 경제 유형을 끊임없이 조정하고 자연계와의 새로운 균형을 찾아냄으로써 살아남아 그 수를 불리고 진보를 이루었다. 20세기 들어 가속된 변화의 속도는 우리를 조상들이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새로운 미개척 영역과 놀라운 변화들의 세계로 인도하였다. 그러나 우리가 그 동안 건설해 온 경제는 다음 세기에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최초의 인류가 정착했고 도시가 출현했던 "비옥한 초승달 지대"가 고대의 농부와 목자(牧者)들에 의해 사실상 사막으로 변해 버려 이제는 단지 몇 안되는 인구밖에 부양할 수 없게 되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되새길 필요가 있다.

앞으로도 역사는 분명 계속해서 가속되는 길을 걷겠지만, 만약 우리 후손들이 번성하고자 한다면 21세기 초에는 역사의 흐름이 새로운 방향으로 바뀌어야만 할 것이다.
 

성장의 세기
 

성장은 20세기를 전반적으로 규정짓는 특징으로, 전세계 곳곳에서 사실상 사회의 조직 원리가 되었다. 비록 성장률에 있어서는 부침(浮沈)이 있었지만, 인간 활동의 전체 규모는 계속 팽창하여 이전 세기들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수준에까지 도달하였다.

                     그림 1-1. 세계 인구, 1900-1998
 

이러한 성장의 이야기를 인구의 측면에서 시작해 보자. 1900년에 세계 인구가 16억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인류 역사의 거의 전부가 소요되었다. 그리고 세계 인구가 20억이 된 것은 1930년에 가서였다. (그림 1-1 참조.) 30억에 진입한 것은 1960년이며, 40억에는 1977년, 그리고 50억에는 불과 12년 만인 1989년에 도달하였다. 세계 인구는 1999년에 60억을 넘어설 것이다. 만약 인구 증가가 유엔이 내놓은 중간 정도의 예측(mid-level projection, 지나치게 낙관적이지도, 지나치게 비관적이지도 않은 예측 ― 역주)을 따른다면, 다음 세기에 인구는 46억이 더 불어날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 20세기에는 인구 성장이 선진 산업국가와 개발도상국 모두에서 나타났다. 반면 다음 세기에는 거의 모든 인구 증가가 제3세계, 그 중에서도 주로 도시에서 발생할 것이다. 선진 산업국가들에서의 인구는 오히려 약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연간 인구 증가율은 1900년에 1%에도 미치지 못하던 상태에서 1964년 역사상 최고치인 2.2%로 증가하였다. 그 이후 증가율은 서서히 감소하여 1997년 1.4%까지 떨어진 상태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 매년 불어나는 인구의 수는 1900년 1600만에서 1990년 최고치인 8700만을 기록할 때까지 계속해서 증가하였다. 그 이후로는 매년 불어나는 인구의 수 역시 줄어들어 1997년에는 약 8000만으로 떨어졌고, 이 수치는 앞으로 20년간 계속 유지된 후 다시 떨어지기 시작하리라 예측된다.
 

             표 1-1. 인구 규모에 따라 순위를 매긴 20대 국가, 1998년과 2050년 (후자는 예측치)
 

	1998			2050
순위	국가	인구(백만)		국가	인구(백만)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중국 인도 미국 인도네시아 브라질 러시아 파키스탄 일본 방글라데시 나이지리아 멕시코 독일 베트남 이란 필리핀 이집트 터키 타이 프랑스 에티오피아	1,255 976 274 207 165 148 147 126 124 122 96 82 78 73 72 66 64 62 60 59		인도 중국 파키스탄 미국 나이지리아 인도네시아 브라질 방글라데시 에티오피아 이란 콩고 멕시코 필리핀 베트남 이집트 러시아 일본 터키 남아프리카 탄자니아	1,533 1,517 357 348 339 318 243 218 213 170 165 154 131 130 115 114 110 98 91 89
출전: United Nations, World Population Prospects: The 1996 Revision (New York: 1996)

인구는 미래에 그것이 어떻게 변할지에 관한 상세한 예측치를 얻을 수 있는 영역 중 하나이며 또한 유엔이 2년에 한번씩 [최신 자료에 기반해] 그 예측치를 수정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이를 통해 세계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에 대해 감을 잡을 수 있다. 1996년에 수정된 버전에 따르면, 개별 국가들에 대해 예측해 본 인구 변화는 역사상 그 어떤 시점과 비교하더라도 국가별로 서로 더 많은 차이를 나타내 보이고 있다. 32개의 국가들에서는 인구의 수가 안정된 반면, 다른 일부 국가들에서는 인구가 두 배 또는 세 배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일본을 제외하면 인구가 안정된 그룹에 속한 국가는 모두 유럽에 속해 있다. 러시아, 일본, 독일을 포함한 10여 개 국가에서는 다음 반세기 동안 오히려 인구가 다소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표 1-1 참조.) 전세계 인구의 40%를 차지하는 다른 40개 국가들에서는 출생률이 적어도 인구보충 수준(replacement level) ― 한 쌍의 부부가 대략 두 명의 자녀를 갖는 ― 에까지 떨어졌다. 이 범주에 속하는 국가들 중에는 각각 세계 1위와 3위의 인구를 지닌 중국과 미국이 있다.

이러한 그룹과는 대조적으로, 몇몇 개발도상국들은 앞으로의 반세기 동안 인구가 세 배로 증가하리라 예상된다. 예를 들어, 5900만에 이르는 에티오피아의 현재 인구는 2050년 2억 1300만에 도달할 예정이며, 1억 4700만인 파키스탄의 인구는 3억 5700만이 되어 2050년이 되기 전에 미국의 예상 인구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된다. 한편 나이지리아는 현재 1억 2200만에서 3억 3900만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1950년의 아프리카 전체 인구보다도 더 많은 것이다. 인구의 절대수치가 가장 크게 증가하는 곳은 인도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2050년까지 거의 6억이 더 불어나 중국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나라가 될 것으로 보인다. 수십 개의 더 작은 나라들 역시 잠재적으로 압도적인 인구 증가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몇몇 개발도상국들은 중국의 뒤를 좇아 출생률을 극적으로 감소시킴으로써 인구 안정의 상태로 나아가고 있다. 그러나 다른 나라들에서는 높은 출생률에 의해 야기되는 여러 겹의 스트레스를 처리하려 애쓴 결과 인구학적 피로(demographic fatigue) 증세가 나타나고 있다. 이들 나라의 정부들은 점점 그 수가 증가하는 아이들을 교육하고, 직업을 구하는 젊은이들의 증가에 맞춰 고용을 창출하고, 인구증가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처하는 등의 과제들과 씨름하면서 이미 한계 상태에 도달하였다. 에이즈나 지하수 층의 고갈 등과 같은 대규모의 위협이 새로이 나타났을 때 이들 나라 정부들은 종종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

최근 아프리카에서의 에이즈 경험사례가 보여 주는 바와 같이, 빠른 인구성장률을 가진 몇몇 나라들은 에이즈의 위력에 속수무책이었다. 선진 산업국가들의 경우 성인 인구 중 HIV 감염율은 1% 미만으로 유지되어 온 반면, 1998년 세계보건기구(WHO)의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짐바브웨의 경우 놀랍게도 성인 인구의 26%가 HIV 양성반응을 보였다. 보츠와나에서는 그 수치가 25%에 이르며, 나미비아, 스와질랜드, 잠비아도 18-20%에 이른다.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이들 나라들은 앞으로 10년 내에 성인 인구의 1/5 이상을 에이즈 때문에 잃게 될 것이다. 인구 성장을 중지시키거나 심지어 감소시킬 수도 있을 이러한 잠재적 인구손실은 유럽의 천연두가 16세기 신대륙의 인디언 인구를 격감시키고 중앙아시아로부터 비롯된 선(腺)페스트가 14세기 유럽을 황폐화시킨 이래 전염병으로 인한 인구손실로는 가장 큰 재앙이다. 이렇듯 높은 아프리카의 에이즈 사망률 경향은 우리로 하여금 많은 사람들이 기대해 온 희망찬 새 천년기가 아니라 중세의 암흑 시대를 더욱 많이 상기시킨다.

                   그림 1-2. 세계 총생산, 1900-1997
 

인구 증가가 다음 세기에도 변함없이 계속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많은 이들이 의문을 제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한한 경제 성장이 실현가능하며 또한 바람직한 것이라는 데 대한 신뢰는 여전히 강하게 남아 있다. 금세기 동안 지구 경제는 계속 팽창하여 연간 총생산이 1900년의 2조 3000억 달러에서 1998년 39조 달러로 17배 증가했다. (그림 1-2 참조.) 반면 같은 기간 동안 1인당 소득은 1500달러에서 6600달러로 네 배 조금 넘게 증가하는 데 그쳤는데, 이 증가분의 대부분은 금세기 후반부에 집중적으로 나타났다.

1995년부터 1998년까지 단 3년 동안에 이루어진 경제 생산량의 증가가 농업이 최초로 시작된 이래 1900년까지 1만 년 동안 이루어진 생산량의 증가를 능가하며, 1997년 한 해 동안의 세계 경제 성장이 17세기 내내 이루어진 경제 성장을 훨씬 넘어설 정도이다. 성장은 그동안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막론하고 모든 사회가 추구하는 목표로 자리잡아 왔다. 그것은 실로 사회들을 추동하는 일종의 종교 내지는 이데올로기가 되어 왔던 것이다. 맨해턴의 사치스런 호화 주택에서 방글라데시의 초가 오두막에 이르기까지, 인간은 자신들의 부를 확장함으로써 삶의 질을 높이려 애쓰고 있다. 야심에 찬 정치가들은 더 빠른 성장에 대한 약속을 내놓고 있으며, 대기업의 최고경영 책임자들은 얼마나 빨리 기업을 확장시키는가에 따라 업무수행 능력을 평가받고 있다.

경제 성장 덕택에 수십억의 사람들이 더 건강하고 더 생산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게 되었으며 1900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여러 가지 생활의 편의들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경제 성장은 인간 복지의 수준을 보여주는 아마도 가장 일차적인 지표(sentinel indicator)일 인간의 예상 수명을 1900년의 35세에서 오늘날의 66세로 높이는 데 기여했다. 1999년에 태어난 아이들은 금세기 초쯤에 태어났던 그들의 증조부모보다 거의 두 배만큼 오래 살 것으로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오늘날 인류의 1/5 가량이 옛날 국왕들보다도 더 나은 삶을 영위하고 있는 반면, 다른 1/5은 단지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면서 겨우 목숨을 부지하고 있다. 8억 4100만 명의 사람들이 영양 실조 때문에 정상체중 이하로 떨어져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12억 명이 식수로 쓸 수 있는 물(safe water)을 구하지 못해 고통받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사회와 가장 빈곤으로 고통받는 사회 사이의 수입 격차는 해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금세기 중반 이후 세계 모든 곳에서 성장이 하나의 규범으로 자리잡았음에도 불구하고, 몇몇 나라들은 이를 성취함에 있어 다른 나라들보다 더욱 성공적이었고 그 결과 사회들 사이에 전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의 소득불균형이 생겨나게 되었다.

인도네시아로부터 러시아에 이르는 일련의 재정 위기 속에서 20세기가 막을 내림에 따라 세계 경제가 과연 근본적으로 온당한(sound)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쌓여 가고 있다. 전례없는 호황 속에서도 수십억에 이르는 사람들의 필요는 제대로 충족되지 못하고 있으며, 최근 인도네시아의 경험이 보여 주듯 경제 성장이 잠시 동안만 역전되더라도 수백만의 사람들이 기아의 문턱에 직면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보다 근본적인 차원에서, 우리의 현재 경제 모형은 지구의 자연계를 위협하고 있다.
 

지구에 대한 위협
 

이스터 섬은 지구상에서 인간의 정착이 가장 늦게 이루어진 곳들 중 하나였다. 남아메리카에서 서쪽으로 3200km 떨어져 있는 이 작은 섬은 1500년 전 폴리네시아인들이 처음 발을 들여놓은 이후, 16세기까지 정교한 농업 사회를 유지해 왔다. 이스터 섬은 반(半)건조 기후지만, 섬을 뒤덮은 녹색 숲이 수분을 붙들어 보유하기 때문에 이로 인한 문제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이 섬에 거주했던 7000명의 주민들은 작물과 닭을 키우고 물고기를 잡는 등의 일을 했고, 작은 마을 단위로 살았다. 이스터 섬 사람들이 남긴 유산은 8미터 높이의 검은색 거석상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이는 통나무를 굴림대로 이용해 섬 곳곳으로부터 운반해 온 것이었다.

유럽인 정착민들이 17세기에 이스터 섬에 도착했을 때, 한때 인상적인 발전을 이루었던 이스터 문명은 아후(ahu)라고 불리는 이러한 거석상들만을 남겨놓은 채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불과 수십 년만에 붕괴해 버린 것이었다. 고고학자들이 재구성한 바에 따르면, 이 사회의 몰락은 이스터 섬의 제한된 자원 기반을 대규모로 파괴함으로써 촉발되었다. 이스터 섬의 인구가 팽창함에 따라 점점 더 많은 토지가 작물 재배를 위해 개간되었고, 다른 한편으로 남아 있는 나무들은 연료로 쓰이거나 아후를 옮기기 위해 베어졌다. 나무의 부족 때문에 어선이나 집을 짓는 것이 불가능하게 되었고, 그 결과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이 줄어들고 집이 없는 사람들이 동굴로 이주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하였다. 삼림의 손실은 또한 토양의 침식으로 이어져 식량 공급을 더욱더 줄이게 되었다. 압력이 커져 감에 따라 마을간에 무력 충돌이 발생해 노예제가 일반화되었고, 그 와중에 심지어 주민들 중 일부는 살아남기 위해 사람 고기를 먹기까지 했다.

이스터 섬은 일단 그 자체의 자원이 바닥나면 다른 곳에서 양식을 구할 수 없는 고립된 지역이었다는 점에서, 이는 인간 경제가 제한된 자원에도 불구하고 계속 팽창했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를 특히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남아 있던 미개척 영역들이 최종적으로 종결되고 완전히 상호연결된 지구 경제가 창출된 현재의 시점에서, 인류 전체는 이스터 섬 사람들이 16세기에 도달했던 것과 같은 일종의 전환점에 도달하였다.

21세기로 접근해 가는 우리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한계는 신선한 물, 삼림, 목초지, 해양 어장, 생물다양성, 그리고 지구 대기와 같은 것들이다. 우리는 세계의 자연적 한계를 인지하고 우리의 경제를 거기에 맞춰 조정할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돌아서기에는 이미 너무 늦어버릴 때까지 우리의 생태적 족적(足炙)을 계속해서 넓혀 갈 것인가? 우리는 가속되는 변화가 우리의 관리 능력을 앞지르고 정치적 제도들을 압도하여 결국 경제의 기반이 되는 생태계의 광범한 붕괴를 낳을, 그런 세계로 향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우리의 조상들이 고대 메소포타미아 시대부터 줄곧 물 부족 문제와 맞서 싸워 왔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점차 확산되고 있는 신선한 물 부족 문제는 전세계가 새로운 천년기로 진입하면서 직면한 자원 문제들 중 그동안 가장 경시되어 왔다. 이 문제는 지하 수면의 하락과 말라버린 강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이는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물의 양을 감소시키고 있다. 금세기 중반 이후 전세계의 물 사용량이 세 배로 증가하면서 과도하게 물을 퍼올려 씀으로써 모든 대륙에서 지하 수면의 하락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두 나라인 중국과 인도는 식량 공급의 절반 이상을 관개 농업에 의존하고 있는데, 중국에서는 땅이 평평한 곳이면 거의 어디서나 지하 수면이 낮아지고 있다. 중국의 북쪽 절반 지역은 문자 그대로 바싹 말라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 곡물 수확량의 40% 가까이를 책임지고 있는 북중국 평원의 많은 지역에서는 지하 수면이 매년 약 1.5미터씩 떨어지고 있다. 미국에 있는 산디아 국립연구소(Sandia National Laboratory)는 새 천년기의 시작에 즈음해 중국의 몇몇 주요 강 유역에서 엄청난 물 부족 사태가 나타날 것이라고 예측한다.

인도에서는 물 상황이 심지어 중국보다 더 빠른 속도로 악화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인구가 10억에 육박해 감에 따라, 인도는 관개용수 공급의 급격한 감소에 직면하고 있다. 스리랑카의 콜롬보에 있는 세계 최초의 물 연구단체인 국제수자원관리연구소(International Water Management Institute)의 소장을 맡고 있는 데이빗 세클러(David Seckler)는 이렇게 말한다: "인도에서는 지하수 층에서 물을 뽑아올리는 양이 자연적으로 다시 채워지는 양의 2배 이상입니다. 그래서 인도의 거의 모든 지역에서 신선한 지하수 층이 매년 1-3미터씩 낮아지고 있습니다." 이어 세클러는 지하수 층이 고갈됨에 따라 그 결과로 나타날 관개의 감소가 인도의 수확량을 25%만큼 감소시킬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렇지 않아도 이미 식량의 공급과 수요의 균형이 불안정한 데다가 다음 반 세기 동안 6억 명의 인구가 추가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국가에서 말이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강에서 퍼올리거나 지하에서 뽑아내는 물의 70%가 관개용수로 사용되고 있고 20%는 산업용수로 사용되고 있으며 10%가 가정용으로 쓰이고 있다. 여기서 물 사용의 경제학은 농부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는다. 1000톤의 물이 있다고 가정할 때 이 물을 농업에 사용한다면 1톤의 밀을 생산하여 200달러를 벌어들일 수 있는 반면, 이를 산업 생산량을 늘리는 데 사용한다면 그 70배인 14000달러를 벌어들일 수 있다. 이들 세 부문 각각에서 물 수요가 증가하고 물 부족 사태로 인한 부문간 경쟁이 강화될 때 농업 부문은 거의 항상 우선순위가 뒤로 밀리는 것이다.

이스터 섬의 역사가 말해 주듯 나무는 수십 개의 인류 문명들에서 핵심적인 구실을 해 왔고, 그 중 여러 문명들은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삼림을 관리하지 못한 결과로 기반이 침식되어 파멸의 길을 걸었다. 오늘날 전지구적인 삼림 경제는 부유한 일본이나 유럽인들의 수요가 가져오는 영향이 그로부터 수천 km 떨어진 열대 아프리카, 동남 아시아, 캐나다 등지에서 체감되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금세기 중반 이후 목재에 대한 수요는 두 배가 되었고 땔나무 수요는 거의 세 배로 뛰어올랐으며, 한편 종이 사용량은 여섯 배 가까이 급증하였다. 여기에 더해 삼림지들은 팽창하는 인구에 의한 화전 농업(slash-and-burn farming)과 상업적 작물 재배, 가축의 방목 등을 위해 개간되고 있다. 열대와 아열대 지방에서 인구 압력이 심화됨에 따라, 점점 더 많은 삼림들이 농업을 위해 개간되고 있다.

통나무 벌채와 함께 경작과 목축을 위한 토지개간이 계속되면서 많은 지역에서 삼림이 화재에 취약해지는 정도까지 약화되었다. 건강한 열대 우림은 좀처럼 불에 타지 않는다. 그러나 전세계 열대 우림의 많은 부분들은 더 이상 건강한 상태가 아니다. 1997년 늦여름에서 가을 동안에 걸쳐 인도네시아에서 일어났던 삼림 화재는 통제불가능한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수개월 동안 짙은 연기가 이 지역의 대기를 가득 메웠고 이로 인해 수백만의 사람들이 질병으로 고생하였다. 또한 1100여 건의 항공편 운항이 취소되었으며, 관광 수입이 급전직하로 감소하였다.

비록 인도네시아에서의 삼림 화재가 뉴스 머릿기사를 장식할 정도로 널리 알려지긴 했지만, 아마존에서는 심지어 더 넓은 범위에 걸치는 화재가 있었다. 이 화재는 상대적으로 훨씬 더 적은 주목을 받았는데 그 이유는 보다 외딴 곳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1998년 봄에는 남부 멕시코에서도 삼림 화재가 통제불가능한 상태에 도달하였다. 이 때문에 이웃에 있는 미국 텍사스 주는 연기가 북상함에 따라 여러 차례에 걸친 위험 경보를 발령하였다. 이 연기는 때때로 바람을 타고 북상하여 시카고에 도달하기까지 했다. 1998년 초여름에는 미국 플로리다 주에서도 걷잡을 수 없는 삼림 화재가 발생했다. 23개 주에서 인원과 장비를 보내 원조했음에도 불구하고 불길을 잡으려는 노력은 실패로 돌아갔다. 그로 인해 한 개 군(郡, county) 전체와 여러 다른 군들의 일부 지역이 불길을 피하기 위해 완전히 소개(疏開)되었다. 그리고 이 사건은 아마도 전세계에서 가장 정교한 소방 장비를 갖추고 있을 나라인 미국에서 일어났다는 점에서 더욱 충격적이었다.

불과 12개월 동안 전세계 곳곳에서 삼림 화재가 이렇게 넓은 범위에서 발생하리라고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 시점에서 뒤돌아보면 이들 상황 각각의 배후에는 인간이 미친 영향이 존재했다. 앞서 언급한 힘들에 의한 삼림의 약화, 엘니뇨와 연관된 가뭄, 그리고 플로리다 화재와 같은 몇몇 경우들에 있어서는 기록적으로 높은 기온 등이 결합되어 이러한 대규모 화재에 원인을 제공했다.

어업은 그 동안 농업을 능가하는 식량의 원천이었다. 그러나 지속가능한 한계 수준의 해양 어획고에까지 도달하고 이를 넘어서기까지 한 것은 우리 세대에 처음 일어난 일이었다. 사실 불과 지난 반세기 동안 해양 어획량은 거의 다섯 배 가까이 증가하였고 세계 전체로 볼 때 일인당 이용가능한 해산물의 양은 두 배로 늘어났다. 그러나 해양생물학자들은 지난 몇 해 동안 9500만 톤 이상에 달했던 어획량을 바다가 지탱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15개 어장 중 11개와 주요 어종 중 70%가 이미 한계에 도달했거나 한계를 넘어 어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수입원과 식량 자급을 위해 어업에 의존하는 전세계 2억 명 이상의 사람들의 안녕이 위협받고 있다.

만약 생물학자들이 옳다면, 1989년부터 시작된 일인당 해산물 어획고의 감소 경향은 인구증가가 계속되는 한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이다. 1950년 바로 전에 태어난 사람들의 경우 일인당 이용가능한 해산물 양이 배가되는 혜택을 누린 반면, 최근들어 태어난 아이들은 자신의 생애 동안 일인당 어획고가 절반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새로운 천년기의 시작은 해양 수산업에 있어 하나의 전환점으로 기록될 것이다. 즉 과거의 풍족한 상태로부터, 선호 어종이 희귀해지고 해산물 가격이 상승하며 어장에 대한 접근권을 두고 국가간의 갈등이 배가되는 그런 상태로의 전이가 이루어질 것이다.

산출량 데이터가 해양 수산업의 그것처럼 정확하지는 않지만, 전세계의 목초지는 경작지 면적의 약 두 배만큼을 차지하면서 세계 곳곳에서 소비되는 쇠고기와 양고기의 대부분을 공급하고 있다. 불행히도 수산업의 경우와 유사하게, 가축의 과도한 방목은 예외가 아니라 이제 규칙이 되었다. 미래에 고기 및 (몇몇 경우에는) 우유의 공급량을 유지하고, 동시에 그 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목축 인구에 생계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이미 악화되고 있는 목초지에 심지어 더 많은 압력이 가해질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기본적인 지탱 체계 중 또다른 하나가 현재 계속해서 확장되고 있는 인간의 필요에 의해 압도되고 있다.

아마도 지구의 건강 상태를 보여주는 가장 좋은 단일한 척도는 지구를 우리와 같이 공유하고 있는 종들의 수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생명의 진화 역사 대부분을 통해 동·식물 종의 수는 점차적으로 증가해 왔고 이는 오늘날 놀라울 정도로 풍부한 생물다양성을 우리에게 가져다 주었다. 불행히도 이제 우리는 지난 6500만 년을 통틀어 식물 및 동물 종이 가장 대규모로 급감하는 시기의 초기 단계에 와 있다.

세계보존연합(World Conservation Union)과 국제자연보호연합(IUCN)이 1997년에 조사한 242000가지의 식물 종 가운데 14%인 33000종이 멸종의 위협을 받고 있다. 이 중 7000종 가량은 당장 멸종될 위험에 처해 있으며, 또다른 8000종은 멸종의 가능성이 있는 취약한 상태이다. 식물이 멸종되는 주된 이유는 서식지의 파괴 때문인데, 이는 종종 농업과 목축, 주택 건설, 혹은 농업과 건설에 앞선 습지 배수 등의 목적을 위한 토지 개간에 의해 나타난다. 그러한 위협을 더욱 가중시키는 것은 교역의 증대에 의해 늘어난 대규모의 생물 종 이동과 기후의 변화이다. 이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생태계 전체가 파괴될 수도 있다.

동물 종들의 상태 역시 마찬가지로 우려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지구상에 서식하는 9600종의 새 중에서 지금 2/3가 감소 추세에 있으며 11%는 멸종의 위협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이 나타난 것은 일차적으로 서식지의 변화와 파괴, 과도한 수렵, 외래 종의 유입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다. 지구상에 있는 4400종의 포유동물 중에서 ― 우리 인간도 그 중 하나인데 ― 11%가 멸종의 위협에 처해 있고, 14%는 현재의 추세가 계속될 경우 멸종의 가능성이 있는 취약한 상태이다. 해양, 담수호, 강에서 서식하는 24000종의 어류 중에서는 1/3이 현재 멸종의 위협을 받고 있다.

최근 수십 년간의 세계화 경향 또한 지구상의 생물종 다양성을 감소시키고 있다. 대단히 빠른 속도로 발전한 교역과 여행은 수백만 년 동안 존재했던 생태적 장벽을 무너뜨렸고, 그 결과 식물, 곤충 및 그 외 생물들을 포함하는 수천 가지 생물종들이 멀리 떨어진 지역을 침범하여 종종 토착 종들을 멸종시키고 핵심적인 생태적 과정을 파괴하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 최근 이러한 "생물침략(bioinvasion)"은 남아메리카에서 백만 헥타르 이상의 경작지를 포기하도록 만들었고 동아프리카 빅토리아 호수의 어장을 황폐화시켰다.

환경 속으로 방출된 화학물질들의 존재 역시 일부 동물 종들의 미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1962년 생물학자 레이첼 카슨(Rachel Carson)은 『침묵의 봄 Silent Spring』에서 DDT의 지속적인 사용은 알 껍질의 형성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대머리독수리나 송골매 같은 육식성 맹금류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보다 최근에는 살충제나 플라스틱 등과 연관된 일군의 합성화학물질들 ― 일명 내분비 저해물질(endocrine disrupter, 우리나라에서는 '환경호르몬'이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 역주)이라고 불리는 ― 이 몇몇 조류, 어류, 양서류 종들의 생식 과정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져 가고 있다.

           그림 1-3. 지구 표면의 평균 기온, 1866-1998
 

지구 대기권 또한 스트레스가 증가하는 상태에 직면해 있다. 화석연료에 기반하고 있는 지구 경제가 팽창을 거듭함에 따라 나타난 탄소 배출량의 증가는 자연계가 이산화탄소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능력을 완전히 압도하고 있다. 그 결과는 대기중 이산화탄소 농도의 증가로 나타나, 산업 시대가 막을 올릴 때쯤에 대략 280ppm에 불과했던 것이 1998년에는 역사상 최고치인 383ppm까지 수치가 올라갔다. 선도적 과학자들은 이산화탄소 및 여타 온실기체들의 이러한 증가가 지난 한 세기 동안 기온의 상승을 가져왔다고 말하고 있다. 1866년 기상 관측이 시작된 이래 현재까지 가장 더웠던 해 1위부터 14위까지는 모두 1980년 이후에 나타났다. 1998년의 지구 평균 기온은 역사상 가장 높을 뿐 아니라 연간 증가치에서도 최고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림 1-3 참조.)

만약 전세계가 현재와 같은 화석연료의 길을 고수한다면 대기중 이산화탄소의 농도는 2050년경에 산업 시대 이전의 2배에 도달할 것이며, 그 결과 지구의 평균 기온은 2100년까지 1-3.5℃ 가량 상승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보다 극단적인 기상 재앙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 여기에는 빙하가 녹아 해수면이 상승하는 것뿐 아니라 좀더 파괴적인 폭풍과 홍수까지도 포함된다. 영국의 해들리 기후변화센터(Hadley Centre for Climate Change)가 1998년 말에 새로 수행한 컴퓨터 시뮬레이션에서는 기후 변화의 결과 아프리카와 미국에서 식량 생산이 대규모로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해들리 센터의 과학자들은 또한 2050년 이후에 "급격한" 온실효과의 영향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아마존이나 남부 유럽과 같은 지역들을 사실상의 사막으로 바꾸어 놓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구의 기후는 자연생태계와 전체 인간 경제의 필수불가결한 토대이다. 만약 우리가 기후 불안정이 지배하는 새로운 시기로 진입하게 된다면 그 결과는 실로 심각할 수 있다. 지구상에 있는 거의 모든 생태계가 영향을 받을 것이며, 멸종의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고, 인간의 거의 모든 경제 생활이 그 영향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게 될 것이다.

설령 하이테크 정보시대가 도래한다 하더라도, 인간 사회는 자연계가 가속적으로 악화되는 상황에서는 지속적으로 번성할 수 없다. 우리의 식량 작물과 의약품은 야생 식물에 그 기원을 두고 있으며, 심지어 유전공학조차도 자연이 창조해 낸 유전자들을 재배열하는 것에 기초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우리가 기르는 작물, 우리의 산업, 그리고 우리가 사는 도시는 물을 비축하고 온화한 기후를 유지해 주는 건강한 생태계를 필요로 한다. 우리는 마치 이스터 섬에 거주했던 초기 정착민들과 같은 약한 존재이다. 그러나 그들과는 달리, 우리에게는 우리 앞에 어떤 문제가 다가오고 있는지를 볼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새로운 경제의 모습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지난 두 세기에 걸쳐 진화해 온 서구식 경제발전 모형은 과거에는 꿈도 꿀 수 없었던 정도의 생활 수준을 인류의 1/5에게 가져다 주었다. 그것은 놀랍도록 다양한 식생활, 전례가 없던 수준의 물질적 소비, 그리고 우리 조상들이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물리적 이동성을 제공해 주었다. 그러나 서구에서 발전된, 화석연료에 기반한 자동차 중심의 일회용 경제는 전세계를 위해서는 유효한 시스템이 될 수 없으며, 장기적으로 보면 서구에서조차 지속될 수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이러한 경제는 그것을 유지해 주는 환경 체계를 파괴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서구식 모형이 전지구적 차원으로 확장된다면, 그리고 세계 인구가 유엔의 예측대로 다음 세기 동안 100억 명에 도달하게 된다면, 그것이 몰고 올 결과는 엄청날 것이다. 예를 들어, 만약 현재의 미국에서처럼 전세계인들이 2명당 1대꼴로 자동차를 보유하게 된다면 전세계에는 50억 대의 자동차가 굴러다니게 될 것이다. 현재 전지구적으로 5억 100만 대의 자동차가 만들어내는 교통혼잡이나 오염, 그리고 그것에 소비되는 연료, 원자재, 도로로 쓰이는 토지 면적 등을 감안해 볼 때, 50억 대의 차량은 상상하기조차 힘들다. 만약 1인당 석유 소비량이 현재 미국의 수준에 이른다면, 전세계적으로 매일 소비되는 석유는 3억 6000만 배럴에 달할 것이다. 이를 현재의 1일 소비량인 6700만 배럴과 비교해 보라.

혹은, 100억 명의 인구가 지방질이 풍부한 고기 제품의 소비를 중심으로 하는 미국식 식생활을 따른다고 생각해 보라. 100억 명의 사람들의 식량으로 [매년] 90억 톤의 곡물이 필요할 것인데, 이만큼의 양을 수확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지구만한 곡물 산출 수준을 가진 행성이 넷 이상 있어야 할 것이다. 지하수 층이 고갈됨에 따라 관개용수의 대규모 감소가 예상되고 있고 1990년 이후 토지생산성의 증가가 급격히 둔화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는, 네 배는커녕 훨씬 낮은 수준의 산출량 증가를 성취하는 것도 점차로 어려워지고 있다.

경제가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하려면 생태학에 기반을 두고 있는 지속가능성의 원칙을 충족시켜야만 한다. 지속가능한 경제에서는 어획량이 어장의 지속가능한 산출량을 초과하지 않고, 지하수 층으로부터 뽑아올려지는 물의 양은 지하수가 도로 채워지는 양을 초과하지 않고, 토양 침식은 토양이 자연적으로 새로 형성되는 비율을 초과하지 않고, 베어지는 나무의 양은 새로 심는 나무의 양을 초과하지 않고, 탄소 방출량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고정하는 자연의 능력을 초과하지 않는다. 지속가능한 경제는 새로운 동·식물종이 진화해 나오는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생물종들을 파괴하지 않는다.

기존의 산업발전 모형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유효한 것이 못된다는 사실이 일단 분명해졌다면 이제 질문은,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제는 어떠한 모습을 띌 것인가?'가 된다. 세계가 지금 직면해 있는 근본적인 한계들과 현재 이용가능한 몇몇 기술들을 우리가 알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이러한 새로운 경제에 대해 자세히는 어렵겠지만 대강의 윤곽은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경제의 기반에는 새로운 설계 원리가 자리잡고 있다. 즉 한때 천연자원들의 소모에 기반했던 설계 원리로부터 재생에너지에 기반하고 물질을 끊임없이 재활용하고 재순환시키는 설계 원리로 옮아가는 것이다. 새로운 경제는 태양에너지에 기반한, 자전거/철도 중심의, 재활용/재순환 경제이며, 에너지, 물, 토지, 물질 등을 오늘날 우리가 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효율적이고 현명하게 이용하는 경제이다.

에너지 측면에서 직면한 도전은 기존의 화석연료 경제를 효율적인 태양에너지 경제로 어떻게 교체할 수 있을 것인가에 있다. 여기서 태양에너지란 태양으로부터 직·간접적으로 이끌어낸 모든 에너지 원천들을 포함하는 것으로 정의된다. 비록 다양한 형태의 태양에너지가 부차적인 에너지원에 불과한 것이라는 생각이 그동안 널리 퍼져 있긴 했지만, 오늘날 태양에너지는 점차로 [역사의] 중심 무대로 진출하고 있다. 예컨대 풍력 에너지는 현재 덴마크 전력의 7%를 공급하고 있으며 스페인 북부 나바르 지방(이 지방의 수도인 팜플로나를 포함해서)에서도 전력의 23%를 공급하고 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그것이 지닌 잠재력이다. 미국 에너지성(Department of Energy)에서 풍력 자원의 현황을 조사해 본 결과, 단 3개의 주 ― 노스다코타, 사우스다코타, 텍사스 ― 에서만 풍력 에너지로 발전을 한다고 해도 미국 전역의 전기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을 정도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중국 역시 현재의 발전 용량을 손쉽게 두 배로 만들 수 있을 정도로 풍부한 풍력 에너지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전기공급을 위해 태양전지를 이용하는 것 역시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1998년 말 기준으로, 약 50만 가구 ― 대부분 아직 전력망에 연결되지 못한 제3세계의 마을에 위치하고 있는 ― 가량이 태양전지로부터 전기를 얻고 있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가장 흥분을 자아내는 진보는 지난 몇 년 동안 태양열 지붕(solar roofing)을 만드는 소재가 발전해 온 것이다. 이러한 태양열 기와와 지붕널은 태양 빛을 전기로 변환시켜 주는 광전지로 이루어져 있다. 이는 건물 지붕이 건물에 전기를 공급하는 발전소 노릇을 하도록 만들어줄 뿐 아니라, 전세계적 차원에서 발전 방식을 혁명적으로 바꿀 것으로 기대된다.
 

     표 1-2. 에너지원별로 본 에너지 이용 추세, 1990-1997¹
 

에너지원	평균 연간 증가율(%)
풍력 태양광 전지 지열 발전2 천연가스 수력 발전2 석유 석탄 핵발전	25.7 16.8 3.0 2.1 1.6 1.4 1.2 0.6
1풍력, 지열, 수력, 핵발전의 경우 에너지 이용량은 발전 설비 용량 기준; 석유, 천연가스, 석탄의 경우는 각각에 상당하는 석유 백만 톤 기준; 태양광 전지는 선적된 메가와트 수 기준. 21990년에서 96년 기간만 포함.

에너지 이용 양상에서 [에너지원별로] 대단히 상이한 성장률이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은 기후를 안정화시키는(climate-stabilizing) 이러한 새로운 태양에너지 경제가 꼴을 갖추기 시작했음을 보여 준다. (표 1-2 참조.) 1990년대에 석탄 이용이 매년 1.2%씩 증가하고 석유 이용은 1.4%씩 증가한 반면, 태양전지의 판매는 매년 17%, 풍력 발전은 26%씩 증가해 왔다. 비록 이러한 두 개의 새로운 에너지원이 아주 작은 기반으로부터 발전해 나가고 있긴 하지만, 이들은 모두 빠른 속도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으며 이후 수십 년 동안 세계 에너지 경제의 주춧돌이 될 잠재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풍력 발전의 경우를 예로 들자면, 아직까지는 설치된 대부분의 풍력 발전소가 독일, 미국, 덴마크, 인도에 집중되어 있지만 더 많은 나라들이 풍력 발전으로 전환하게 되면 성장 속도에 가속이 붙을 가능성이 있다.

1997년 브리티쉬 피트롤리엄(British Petroleum) 사는 자신들이 지구온난화의 위협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태양에너지 및 다른 재생에너지원의 개발에 10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표했다. 로얄 더치 셸(Royal Dutch Shell) 사도 이내 그 뒤를 따라, 재생에너지원에 대한 5억 달러의 투자 계획을 공표하고 추가적인 자금 투입이 이어질 것임을 시사했다. [지속적인] 성장에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에너지 회사들의 입장에서는, 성장으로 가는 길을 석유 사업에서 찾는 것은 가망이 없다. 왜냐하면 자원의 한계 때문에 석유 생산량은 향후 5년에서 20년 사이에 정점에 도달했다가 그 후로는 떨어지기 시작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기 때문이다.

풍력과 여타의 태양에너지원으로부터 전기를 생산하는 비용이 떨어지게 되면,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얻는 것이 경제성을 갖게 될 것이다. 그러면 수소는 재생에너지를 저장하고 운반하는 수단으로 쓰일 수 있다. 연료전지(fuel cell)라고 불리는 장치는 자동차, 가정, 사무실 건물 등에 위치한 소형 발전기에서 수소를 전기로 되바꾸는 작업을 효율적으로 해낸다. 로얄 더치 셸 사와 네덜란드의 개서니(Gasunie) 사를 포함한 몇몇 주요 석유 및 가스회사들이 수소에 흥미를 가지기 시작했으며, 다른 한편으로 다임러-벤츠(Daimler-Benz) 사, 포드(Ford) 사, 제너럴 일렉트릭(General Electric) 사, 도요타(Toyota) 사 등은 모두 연료전지 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다음 세기 중반쯤에는 몽고의 평원에서 풍력을 이용해 생산된 전기나 아리조나의 사막에서 태양전지로 얻어낸 전기로 생산된 수소가 파이프라인을 통해 멀리 떨어진 도시로 운송될지도 모른다.

자전거와 철도에 기반한 운송체계의 개념은 처음에는 원시적인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 이는 각국 정부들이 하나같이 자동차에 기반한 운송체계만이 진지하게 고려해볼 수 있는 유일한 것인 양 가정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 드러난 진실은 상당히 딴판이다. 1969년 한 해 동안 전세계에서는 2500만 대의 자전거와 2300만 대의 자동차가 생산되었다. 그런데 당시 자동차 생산 대수가 자전거를 이내 추월할 것이라고 예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전거보다 훨씬 더 뒤로 처지는 결과가 나타났다. 최근에는 자전거의 연간 생산 대수가 평균 1억 500만 대 정도 되는 데 반해 자동차의 경우에는 평균 3700만 대에 머물고 있다. 판매되는 대부분의 자전거가 레크리에이션 용도로 이용되는 미국의 경우와는 대조적으로, 전세계에서 매년 판매되는 1억 500만 대의 자전거 중 대부분은 기본적인 운송의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

자동차가 발명된 지 한 세기가 지난 지금 왜 자전거가 인기를 얻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많은 이유를 들 수 있다. 그 중 하나는, 자전거를 살 형편이 되는 사람들의 수가 자동차를 살 형편이 되는 사람들의 수보다 훨씬 더 많다는 점이다. 이는 최근 수십 년 동안 계속 그러했으며, 앞으로 다가올 수십 년 동안에도 역시 그럴 가능성이 높다. 많은 도시들이 자전거로 눈을 돌리고 있는데, 그 이유는 자전거가 토지를 거의 필요로 하지 않으며 오염물질도 내놓지 않고 교통혼잡과 소음을 줄여주기 때문이다. 아시아, 특히 중국과 인도네시아의 몇몇 도시들에서는 자동차 대신 자전거를 이용하는 것을 억제하는 정책을 쓰고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점점 더 많은 수의 도시들이 자전거를 선호하고 있다.

세계 모든 지역의 사람들은 교통혼잡, 대기오염, 그리고 소음이 삶의 질을 떨어뜨림에 따라 자동차와 도시가 본질적으로 양립불가능한 것임을 깨닫고 있다. 인구밀도가 매우 높은 나라들에서 특히 심한 토지 부족 문제는 앞으로 자동차의 역할을 제한하게 될 것이다. 중국에서는 저명한 과학자 그룹이 자동차 중심의 운송체계를 건설하겠다는 중앙정부의 결정에 도전해 왔다. 그들은 그 근거로, 중국은 그 인민들을 먹여살리는 동시에 자동차를 위해 필요한 도로와 고속도로, 주차장을 건설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토지를 갖고 있지 못하다고 주장했다. 앞으로의 새로운 경제는 자동차를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많은 상황에서 자동차는 없어서는 안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날 많은 나라들에서 그런 것과 같이 자동차가 앞으로도 운송체계의 중심으로 계속 남아있을 가망은 거의 없다.

현재의 일회용 경제를 축소/재활용/재순환 경제로 대체하는 것은 아마도 운송체계의 구조를 바꾸는 것보다는 좀더 이해하기 쉬울 터인데, 왜냐하면 이미 재순환에 있어서는 상당한 정도로 진척이 이루어져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순환으로 인해 상당한 정도의 이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립지로 향하는 쓰레기의 양은 세계 거의 모든 곳에서 여전히 증가하고 있다. 우리는 물질순환의 효율성을 증가시키는 측면에 있어 아직도 갈 길이 멀다. 몇몇 이들은 물질의 사용량을 현재의 1/4로 줄이는 것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뿐만 아니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는 현대 산업사회에서의 물질 사용량을 90%만큼 줄이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제조업 전반에 던져진 도전은 재화보다 서비스에 초점을 맞추어 새로운 설계 원리를 따르는 것이다. 예컨대 애틀란타에 기반을 두고 26개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기업인 인터페이스(Interface) 사는 고객들에게 카페트를 깔아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닳아 떨어진 카페트를 체계적으로 재순환시켜 매립지로 보내야 하는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다. 결국 핵심은 생산 과정에서의 에너지 사용과 오염을 줄이면서 경제의 물질 처리량(throughput)을 점차적으로 줄여 가는 것이다.

전세계의 기업들은 지금 "생태-효율성(eco-efficiency)"이라고 알려진 개념을 추구하고 있다. 이는 곧 생산은 극대화하되, 유해 방출물은 극소화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아예 제거하는 목표를 추구하는 것을 말한다. 윌리엄 맥도너프(William McDonough)와 마이클 브라운가르트(Michael Braungart)는 이러한 원리들이 "새로운 산업혁명" ― 물질 및 에너지 흐름은 극소화되고 공장을 빠져나가는 물과 공기는 경우에 따라 공장으로 들어가는 물과 공기보다 오히려 깨끗해지는 ― 의 기반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물 부족 문제가 계속해서 확산됨에 따라, 지구 경제를 보다 수자원-효율적으로 만들 필요가 보다 더 부각될 것이다. 이는 좀더 수자원-효율적인 에너지원으로 전환하는 것과 농업 용수 사용의 효율을 극적으로 증가시키는 것을 모두 포함한다. 다행스럽게도, 태양전지나 풍력 터빈과 같이 기후를 불안정하게 만들지 않는 에너지원들은 핵에너지나 석탄과는 달리 냉각을 위해 많은 양의 물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새로운 경제가 힘을 얻어 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초기 신호는 기업과 정부들이 최근 내린 결정들에서 찾아볼 수 있다. 풍력과 태양에너지원에 현재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는 석유 회사들 외에, 다른 기업들 역시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예컨대 캐나다 브리티쉬 콜럼비아 주의 대표적인 벌목 회사인 맥밀란 블뢰델(MacMillan Bloedel) 사는 일정 지역을 말끔히 베어버리는 방식(clearcutting)을 포기하고 그 대신 나무들을 선별적으로 베어내는 방식을 채택하였다.

1998년 말에 포드 자동차 회사의 회장이 된 빌 포드(Bill Ford)는 자신이 "열정적인 환경론자"라고 선언한 후, 금세기 초 자신의 증조할아버지 대에 대중화되었던 내연기관이 조만간 몰락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지금 환경적 자각의 흐름이 부상하고 있습니다"라고 포드는 말한다. "현명한 회사들만이 이 물결에서 앞서가게 될 것입니다. 그렇지 못한 회사들은 사라지고 말겠지요." 빠른 속도의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는 트라이젠 에너지 회사(Trigen Energy Corporation)의 최고경영 책임자인 토마스 캐스튼(Thomas Caston)은 기후변화의 위협을 21세기 최대의 사업 기회로 끌어안고 있다. 그의 회사가 공급하고 있는 소규모이면서도 극히 효율이 뛰어난 발전소는 오래되고 덜 효율적인 발전소에 비해 3배의 에너지 효율을 낼 수 있다. 문제는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데 얼마나 많은 비용이 소요되는가가 아니라 그렇게 하는 과정에서 누가 막대한 이윤을 챙길 것인가 하는 점에 있다고 그는 말한다.

정부 수준에서는, 코스타리카가 2010년까지 모든 전기를 재생에너지원으로부터 충당한다는 계획을 내놓았으며, 덴마크 정부는 석탄 화력발전소의 신규건설을 금지했다. 중국은 양쯔강과 황하 상류 유역에서 벌목을 금지했는데, 이는 온전한 상태의 숲이 갖는 수분 저장 능력을 이용하는 것이 나무를 베어 재목으로 이용하는 것보다 세 배나 더 가치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결과였다. 그리고 가장 흥분을 자아내는 것은 현재 사민당과 녹색당 연합이 집권하고 있는 독일이 소득세를 낮추고 에너지세를 올리는 대규모의 조세 재구조화를 계획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예들은 지속가능한 미래를 구상하고 이를 향한 노력을 시작하고 있는 기업 및 정부들의 초기 사례들 중 불과 몇몇에 지나지 않는다. 다가올 세기는 분명 환경의 세기가 될 것이다 ― 이는 우리가 새로운 경제 체계를 설계하기 위해 생태학의 기본원리를 이용한다는 점에서 그럴 수도 있고, 아니면 우리가 그렇게 하는 데 실패해서 경제를 환경적으로 지탱해 주는 체계가 계속해서 악화되면 경제가 쇠락하게 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는 점에서 그럴 수도 있다. 여기서 쟁점은 성장이냐 무성장이냐가 아니라 어떤 종류의 성장을 어디서 할 것이냐이다. 20세기 경제를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것으로 전환시키는 작업은 곧 지금까지 있었던 그 어떤 것도 능가하는 역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 기회를 의미한다.
 

진보를 다시 생각한다
 

21세기를 눈앞에 둔 현재의 시점에서, 많은 존경받는 사상가들은 우리가 필연적인 경제적, 기술적 진보의 시기로 향하고 있다고 믿고 있는 듯 보인다. 심지어 인도네시아에서 러시아에 이르기까지 고통을 확산시킨 최근 일련의 경제적 위기까지도 호모 사피엔스 종의 끝없는 상승 과정에서 잠깐의 휴지기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비지니스 위크 Business Week』 지는 21세기 경제에 관해 다룬 특별증간호에서 "당신은 아직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You Ain't Seen Nothing Yet)"라고 선언하는 표제를 달고, 다음 세기에는 경제적 진보의 속도가 심지어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측했다. 이 잡지의 편집자들은 앞으로 다가올 수십 년 동안 지구 경제가 신기술의 물결에 올라탈 것이며, 이는 그 잡지를 읽는 독자들의 투자대상 목록을 증가시킬 뿐 아니라 모든 종류의 사회문제들을 해결해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기술에서의 완고한 전진에 의해 고무된 이러한 미래관은 특히 정보산업 쪽에 만연해 있다. 이러한 미래관은 인간이라는 종에 대한 새로운 개념을 반영하고 있는데, 여기서는 인간 사회가 자연계에 대한 의존으로부터 자유로와진 것으로 파악한다. 우리의 정보기반 경제는 지구 생태계와 독립적으로 진화해 나갈 수 있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 반영된 자기만족은 우리가 자연계에 지속적으로 의존해 왔다는 사실과 함께, 그 사실이 보여주듯 인간이라는 종은 근본적으로 약한 존재라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이 관점은 지구 상태의 물리적 악화를 측정하는 환경적 지표들을 대부분 무시한 채 경제적 지표들에만 초점을 맞춘다. 이 관점은 위험스럽기 짝이 없는 것인데, 왜냐하면 경제적 진보가 앞으로 계속되기 위해 꼭 필요한 [지속가능한 방향으로의] 경제의 재구조화 추진을 가로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우리가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제를 건설하고자 한다면 우리는 진보를 나타내는 전통적인 경제적 지표들을 넘어 나아가야만 한다. 설령 우리가 다음 세기 들어 모든 가정에 컴퓨터를 들여놓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지구상의 동·식물 종의 절반을 없애 버린다면 그것은 결코 경제적 성공이 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만약 우리가 지구 경제의 규모를 다시 네 배로 성장시킨다고 하더라도 우리들 중 많은 수가 수렵과 채집 생활을 하던 선조들에게도 못미칠 정도로 배를 곯으며 살게 된다면 우리는 21세기를 성공적이라고 부를 수 없을 것이다.

진보를 재정의하는 과정에서 첫번째 단계들 중 하나는, 우리 세대가 미래 세대들이 지구라는 행성에서 계속 거주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영향을 주는 행동을 할 수 있는 최초의 세대임을 인식하는 것이다. 우리가 그러한 능력을 얻게 된 것은 의식적인 계획에 의한 것이 아니라 지구 경제가 그 환경적 지탱 체계를 압도할 정도로 성장한 결과이다. 그 결과 우리는 지구 자연계를 변형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었지만, 그에 대한 책임을 받아들이는 것은 회피해 왔다. 우리는 현재에 강박적으로 몰두하고 있는 그런 세계에 살고 있다. 각 사분기별 이윤-손실 대차대조표에 집중하면서 우리는 마치 우리에게 자녀들도 없는 양 행동하고 있다. 결국 한마디로 말해, 우리는 미래 세대들에 대한 책임의식을 상실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부모들은 자기 자녀들의 미래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다. 그들은 자기 자녀들에게 보다 나은 삶을 보장해 주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교육과 의료 보장에 투자한다. 그러나 우리가 지금 지구 경제의 발전 양상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자녀들의 미래에 대한 우리의 단기적 투자는 그다지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다. 우리가 그들에게 남기는 주된 유산이란 생태적으로 악화되고, 경제적으로 쇠퇴하고, 사회적으로 해체된 세계가 되어버릴 테니 말이다.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지구 경제를 건설하는 것은 협력에 기반한 전지구적 노력에 달려 있다. 어떤 나라도 단독으로 행동해서는 지구의 기후를 안정화시킬 수 없다. 또한 어떤 나라도 단독으로는 지구상의 생물다양성을 보존할 수 없다. 어떤 나라도 단독으로는 해양 어장을 보호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목표들은 국가간의 상호의존성을 인지한 상태에서의 전지구적 협력을 통해서만 성취될 수 있다. 식량, 위생 시설, 요리용 연료, 기타 기본적인 필수품들에 대한 가난한 국가들의 필요가 충족되지 않는다면, 세계의 보다 부유한 국가들은 기후변화와 같이 장기적인 전지구적 문제들의 해결에 가난한 국가들이 기여할 것으로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여기서의 도전은 지난 10년간 나타난 국제적 불평등의 증가와 원조 프로그램의 축소 경향을 역전시키는 것이다.

간단하게 말해, 이제 우리는 더 이상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제를 건설하려는 노력을 세계의 가난한 이들의 필요를 충족시키려는 노력과 분리시킬 수 없다. 여러 추정들에 따르면, 현재 전세계적으로 8억 4100만 명이 영양실조 상태에 빠져 있고, 12억 명이 깨끗한 물을 얻지 못하고 있으며, 16억 명이 문맹이고, 20억 명이 전기를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

『포브스 Forbes』 지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225명의 재산을 합하면 1조 달러가 넘을 것으로 추측하였는데, 이는 인류의 가난한 쪽 절반이 1년에 벌어들이는 수입을 모두 합친 것에 거의 육박하는 수치이다. 가장 부유한 3명의 재산만 해도 가장 가난한 48개 국가들의 연간 경제 산출량을 모두 합친 것(현재의 환율로 환산한)을 넘어설 정도이다. 이제 지금까지 넓혀져 온 국가간 빈부 격차는 자원들이 공유되는 세계에서는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는 사실이 점차 분명해지고 있다. 빈곤과 박탈의 문제에 대처하려는 부유한 국가들의 일치된 행동이 없는 한, 지속가능한 미래의 건설은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경제와 그 환경적 지탱 체계 사이의 안정적인 관계를 복원하려는 노력들은 각국 사회 내부의 사회적 결속력에도 의존하고 있다. 국제적 차원의 노력에서와 마찬가지로, 이러한 결속력 역시 부의 분배 상태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발전하면서 지구 전역에 있는 극히 가난한 이들이 자신들이 처한 상대적인 경제적 지위를 더 잘 이해하게 됨에 따라, 그들이 경제라는 파이에서 보다 공평한 몫을 얻어내기 위해 직접 행동을 취할 가능성이 커져 가고 있다. 1998년 10월, 경제적으로 낙후된 나이지리아의 남부 지방에서는 선거권을 박탈당한 이들이 유정(油井)과 펌프 시설을 접수하여 막대한 석유 자원을 갖고도 그 지역 사람들에게 혜택을 제공하지 못한 정부 정책의 실패에 항의했다. 한 마을 사람은 그 지역에서 석유가 나오기 시작한 후 30년이 흘렀지만 자기 마을에는 아직 "학교도 없고 병원도 없으며 전기도 들어오지 않고 희망도 거의 없다"고 했다.

최근의 경향들은 우리를 21세기로 인도해 줄 새로운 도덕적 나침반 ― 인간의 필요를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충족시킨다는 원리에 근거한 ― 이 우리에게 필요함을 시사하고 있다. 그러한 지속가능성의 윤리는 미래 세대에 대한 존중의 개념에 기반하게 될 것이다. 그 도전은 미국에서 가장 크게 제기될 것이다. 현재 미국은 1인당 곡물, 에너지, 물질 사용량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며 1990년대에 들어 성인 인구의 절반이 비만 상태이고 집과 자동차의 크기가 계속해서 커지고 있으며 자동차 운전 역시 계속 증가하고 있어 지난 20년간의 효율 상승이 이뤄낸 성취를 완전히 압도하고 있다. 전세계의 생태계는 20세기를 거치면서 그런 방식으로 살아가는 2억 7000만 명의 사람들을 대체로 견뎌내고 살아남았지만, 21세기에 같은 방식으로 살아가는 80억의 인구를 견뎌내지는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문제가 되는 것은, 경제적 진보가 계속될 수 있도록 지구 경제를 재구조화하는 것을 지지할 이해와 가치에 있어서의 변화를 어떻게 이뤄낼 것인가이다. 그러한 변화를 이뤄낸다는 것이 다소 비현실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세기말의 시점에서 지난 한 세기를 돌아보면 희망을 찾아볼 수 있다. 지난 100년 동안 우리는 윤리와 가치기준에 있어 광범한 변화를 이미 겪어 왔다. 예컨대 "인권"의 개념은 20세기 들어 활짝 만개하였다. 인권의 기본 원칙들은 지난 수백 년 동안 이미 존재하고 있었지만, 각국 정부들이 이러한 권리들을 인식하고 복잡한 국가적·국제적 법률을 도입한 것은 불과 반 세기 전인 1948년에 와서였다. 태도와 가치에 있어서의 변화를 보여주는 또다른 사례는 흡연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이해의 증가로, 이는 앞서의 경우보다 더욱 빨리 변화가 일어난 예이다. 이러한 영향에 대한 인식은 불과 수십 년만에 흡연에 대한 대중의 태도와 정부 정책을 심대하게 바꾸어 놓았다.

환경 악화의 경향을 역전시키는 일이 얼마나 시급한 것인지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고고학자들은 자신의 생태적 지탱 체계를 회복할 수 없을 정도까지 손상시켰던 여러 문명들의 유적을 연구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들은 환경적으로 지속불가능한 인구 규모나 경제적 진로를 따라가고 있었지만, 붕괴를 피할 수 있도록 하는 경제적 조정 작업을 해내지 못했다. 불행히도, 고고학적 증거들만 가지고는 이러한 고대 문명들이 변화의 필요성을 이해하지 못했는지, 아니면 문제를 파악하긴 했지만 경제적 쇠락을 피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가 어떤 것인지에 대해 합의하지 못했는지는 알 수가 없다. 오늘날 우리가 수행할 필요가 있는 조정의 내용은 분명하다. 문제는 우리가 제시간 내에 그 일을 해낼 수 있느냐에 있다.

우리는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알고 있다. 우리는 경제적, 사회적 진보를 지탱시켜 줄 재구조화된 경제가 어떤 것일지에 대한 전망을 갖고 있다. 이 보고서의 10장에서 우리는 그것에 도달하기 위해 이용할 수 있는 정책들 ― 조세 체계를 재구조화하는 핵심 정책을 포함해서 ― 을 그려 볼 것이다. 우리가 직면한 도전은 그러한 경제적 변형에 대한 대중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있어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지구 경제를 건설하는 것, 즉 다가올 21세기뿐 아니라 앞으로도 수 세기 동안 경제적, 사회적 진보가 계속될 수 있도록 해줄 그런 경제를 건설하는 것보다 더 커다란 도전, 혹은 그것보다 더욱 만족스러운 도전은 아무것도 없다.
 
 
 
 

^* 이 글은 유엔이 격년으로 수행하는 인구예측 중 1996년 예측치에 근거해 작성되었다. 1998년 예측치는 너무 늦게 출판되어 여기 포함시킬 수 없었다. 1998년 예측치는 1996년 것에 비해 약간 더 낮지만, 여기서의 분석을 바꾸어 놓을 정도의 차이는 아니다. 이 글에서 쓰고 있는 측정단위는 흔히 쓰는 용법에서 다르게 규정하고 있지 않은 한 미터법에 근거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