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비판, 아카데미즘에 빠지다
 

브라이언 마틴
 

내가 처음 급진과학"운동"과 관계를 맺게 된 것은 1970년대 초반이다. 당시 나는 시드니대학에서 물리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었는데, BSSRS(British Society for Social Responsibility in Science)의 사무국장으로 일하다가 런던으로부터 막 돌아온 휴 새들러를 만난 것이 인연이 되었다. 시드니에는 BSSRS가 발간하던 잡지의 이름을 딴 '민중을 위한 과학(Science for People)'이라는 작은 그룹이 있었다. 거기에는 맥쿼리대학 물리학 교수인 피터 메이슨과 같이 유명한 과학자도 몇몇 참여하고 있었고 나처럼 젊은 과학자들의 그룹도 있었고 과학자가 아닌 사람들도 많이 있었다.

당시에는 과학 비판이 사회 비판의 일부로 여겨졌다. 정치경제학, 그 중에서도 특히 자본주의에 대한 분석이 강조되었다. 사회 분위기 속에서는 변화의 감각을 느낄 수 있었다. 1960년대에 폭발적으로 생겨난 사회운동들에 발맞춰 창립되었던 BSSRS는 이내 급진화되었고, 미국에서는 민중을 위한 과학(Science for the People) 그룹이 생겼다. 제국주의, 노동자에 대한 착취, 전쟁, 인종주의, 억압 등에서 과학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가 당시의 주된 관심사였다.

이 때를 전후해 슐라미스 파이어스톤과 메리 댈리 등 페미니스트 과학 비판들이 많이 등장했다. 그러나 페미니스트 과학 비판을 받아들인 집단들이 상당수 나타난 것은 1980년대가 되어서였다. 부분적인 예외는 여성보건 운동과 이와 연관된 페미니스트 의료 비판이었는데, 이는 1960년대의 2세대 페미니즘 운동과 함께 발전했던 것이었다. 그러나 여성보건 운동은 대체로 초기 급진과학운동과 별다른 연관을 맺지 않고 진행되었다: 이들 각각은 서로를 지지했지만 상호연대로 나아가지는 못했다.

우리는 『사이언스 포 피플 Science for People』과 『사이언스 포 더 피플 Science for the People』과 같은 잡지들을 읽었고, 밥 영과 로즈 부부가 쓴 책과 논문들을 섭렵했으며, 새로 나온 『급진과학저널 Radical Science Journal』을 구독했다. 데이빗 딕슨이 『대안기술과 기술변화의 정치학』이라는 책을 막 출판하고 『급진과학저널』 첫 호에 날카로운 논문을 기고한 직후 시드니를 방문했을 때 파티를 열기도 했다(Dickson 1974a, 1974b).

과학에 관해 글을 쓰는 일이 잦아지면서 나는 과학사회학에 관해 더 많이 읽기 시작했다. 지금은 고전이 된 토마스 쿤의 『과학혁명의 구조』(Kuhn 1962/1970)와 제리 라베츠의 『과학지식과 그 사회적 문제들』(Ravetz 1971) 등의 책들을 통해 나는 과학에서의 지식과 권력에 대한 포괄적인 분석에 대해 접하게 되었다.

나는 "과학지식사회학" 저술들도 읽었는데, 대표적인 것으로는 배리 반즈의 『과학지식과 사회학 이론』(Barnes 1974), 데이빗 블루어의 『지식과 사회의 상』(Bloor 1976), 마이클 멀케이의 『과학과 지식사회학』(Mulkay 1979) 등이 있었다. "에딘버러 학파"는 『과학의 사회적 연구 Social Studies of Science』라는 학술지 및 이와 연관된 저술들을 통해 보다 정교하고 핵심을 찌르는 과학 비판의 길을 약속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배리 반즈의 책을 놓고 숙고해 본 결과, 에딘버러 학파의 비판은 과학의 안팎에서 벌어지는 생생한 투쟁들과 연결을 잃어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해가 지남에 따라, 과학지식에 대한 사회학적 접근은 더욱 고립되고, 과학이 인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초기의 관심으로부터 더욱 멀어진 것처럼 보였다. 과학 활동에 관한 이론이 더욱더 정교화됨에 따라, 과학자와 활동가들이 그것을 접할 기회는 점점 줄어들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원칙에 있어 과학지식사회학은 충분히 급진적인 것으로 보인다. 이제 비판적 이론으로부터 몇 가지 급진적인 함의들을 끌어내는 것이 가능해야만 할 것 같다.

나 자신의 경력 역시 과학자를 위한 과학 비판에서 사회학자를 위한 과학 비판으로 이동하는 이런 과정을 다소간 반복해 왔다. 박사학위를 마치고 10년 정도 과학 연구에 종사한 후 나는 직장을 그만두었고, "과학기술학" ― (환경과 의학을 포함해) 과학기술에 대한 역사, 철학, 사회학적 접근을 의미하는 ― 학과에 자리를 잡았다. 이보다 더 우호적인 환경을 상상할 수 있을까. 그러나 과학기술학이라는 분야가 커다란 지적 자극을 제공한다는 사실과는 별개로, 과학 비판의 아카데믹화는 계속되고 있다.

이 논문에서 나의 목표는 과학 비판이 어떻게 발전해 왔으며 지금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에 관해 몇 가지 관찰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는 과학기술학 분야가 직면한 몇 가지 이론적 딜레마들에 대한 해결책들과 함께, (더욱 중요한 것으로) 이 분야가 미래에 가질 수 있는 기회들을 제시하는 데 있어 기반이 될 것이다. 이 글에서 제시하는 과학 비판에 대한 비판은 일종의 자기비판이며, 또한 나 자신의 과거와 미래에 대해 숙고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과학 비판이 학계에 진입하다
 

"과학에 대한 사회적 연구(social studies of science)"는 상당히 느슨하게 정의된 분야이다. 영어권 지역에서는 『과학의 사회적 연구』, 『과학기술과 인간가치 Science, Technology, and Human Values』 같은 학술지나 주요 연구자들의 저서, 그리고 역사 혹은 사회학 쪽 학술지에 실리는 관련 논문 등으로 대표되는 학술적 활동이 중심에 놓여 있다.

내가 갖고 있는 관점을 개략적으로 말하자면, 과학 비판에 관한 이러한 전문직업적 활동의 많은 부분은 급진적 비판자들의 통찰을 받아들여 이를 아카데믹하고 깔끔한 틀 속에서 다시 주조해 내고, 그 결과로 나타난 지적 영역에 내재해 있는 딜레마들을 해결하려 노력하는 과정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과정이 반드시 의식적으로 추구되어 온 것이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많은 급진과학 활동가들은 보다 민주적이고, 평등하며 평화로운 사회를 만들겠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으며 노동운동, 환경운동, 반전평화운동, 여성운동 등 다양한 사회운동을 통해 활동하고 있다. 학계에 있는 과학 분석가들 가운데 상당수는 이런 목표들 중 일부를 공유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방법에 있어 다르다: 즉, 학계에 있는 이들은 수업, 전문적인 학술회의, 학술지를 위해 비판을 마련한다.

아카데믹화의 과정에서 정치적 의제를 공개적으로 내세웠던 비판자들은 거의 인정을 받지 못했다. 예를 들어, 잡지 『사이언스 포 더 피플』에는 날카로운 과학 비판 글들이 대단히 많이 실렸다. 그러나 학술적인 과학 분석에서 『사이언스 포 더 피플』에 실린 글을 인용하는 일은 극히 드물었다. 여기서 문제는 두 가지였는데, 우선 『사이언스 포 더 피플』은 드러내놓고 정치적이었다. 두번째는 부분적으로는 첫번째의 귀결이기도 한데, 『사이언스 포 더 피플』이 수준급의 필자들과 함께 상세한 참고문헌을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학술적인 출판물로 인식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1970년대만 해도 좌파 비판자들이 완전히 무시되지는 않았다. 가령 『과학지식과 사회학 이론』에서 배리 반즈는 밥 영의 연구에 대해 논의한 바 있다(Barnes 1974).

종종 급진적 비판자들은 학술적 출판물 속에서 이름없는 익명의 비판자들이 되었다. 탁월한 과학자이기도 했던 존 자이먼은 과학에 대한 경의를 바치는 일련의 저작들을 내놓으면서 사회과학계에 합류했다. 자이먼은 자신의 책인 『지식의 힘』에서 쓰기를, "열정적인 좌파들이 BSSRS를 구상하고 만든 것까지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몇 년 후 좌파들은 이 모임을 다른 이데올로기적 목표를 위해 변화시켰고, 저명한 과학자들의 대다수가 탈퇴했다"고 했다(Ziman 1976, p. vii). 자이먼은 과학을 하는 것과 비주류적인 정치적 신념을 공공연하게 드러내는 것은 양립불가능하다고 가정했다. 그러나 그는 과학과 사회 사이의 연관관계에 대한 분석을 "좌파들"에게 맡겨두고자 하지 않았고, 그래서 그의 책이 나온 것이다.

자이먼이 보기에, [좌파] 비판자들은 잘못된 개념과 잘못된 방향을 만들어낸 숨은 원인이었다. 자이먼은 그들에게 이름을 붙여주는 정도의 예의도 표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자이먼은 다윈 이론이 맬더스의 사상에 의해 형성되었다는 어떠한 분석도 거부한다: "이는 과학사에서 사회경제적 영향을 심층적으로 탐구하는 게임을 할 때 빠지기 쉬운 종류의 함정이다."(p. 131) 이 "게임"의 행위자들은 누구인가? 밥 영? 자이먼은 말하지 않았다.

T. H. 헉슬리에 관해 자이먼은 "그가 갖고 있는 진지하지만 자의식적인 종교적 급진주의는 우리 시대의 몇몇 동시대인들의 순진한 정치적 급진주의를 연상시킨다"(p. 138)고 썼다. 로즈 부부? 자이먼은 말하지 않았다.

그래도 자이먼은 최소한 이 분야에 급진파가 몇몇 있다는 언급은 하고 있다. 그러나 1980년대가 되면 이런 에둘러 하는 인용조차도 더욱 드물어진다. 오늘날 정치적인 과학 비판에 관여하는 이들은 자이먼이 했던 정도의 인정조차 받기 어렵다.

예를 들어 해리 콜린스는 1990년에 쓴 자신의 책 『인공 전문가: 사회적 지식과 지능 기계』에서 과학지식사회학의 사례연구들을 요약하는 긴 각주를 달고 있다(Collins 1990). 루드비크 플렉의 초기 저술을 언급한 후, 그는 오늘날의 연구들을 하나씩 인용했다:

   ― 중력파에 관한 콜린스의 연구(Collins 1975, 1981);
   ― 뇌 펩타이드에 관한 라투어와 울가의 연구(Latour and Woolgar 1979);
   ― 자기 모노폴에 관한 피커링의 연구(Pickering 1981);
   ― 양자이론에 관한 하비의 연구(Harvey 1981);
   ― 태양 중성미자에 관한 핀치의 연구(Pinch 1981, 1986);
   ― 플라나리아와 쥐들에 있어 학습된 행위에 관한 트레비스의 연구(Travis 1981);
   ― 식품연구 실험실에 관한 크노르-세티나의 연구(Knorr-Cetina 1981);
   ― 지질학에 관한 러드윅의 연구(Rudwick 1985);
   ― 로버트 보일과 진공펌프에 관한 셰이핀과 섀퍼의 연구(Shapin and Schaffer 1985).

최근의 연구들 중에서는 콜린스가 첫째 자리를 점하고 있다. 결국 위와 같이 정리를 한 사람은 콜린스니까. 여기에는 영의 초기 저작들(Young 1969, 1971, 1973), 포먼(Forman 1971), 『급진과학저널』과 로즈 부부가 편집한 책들(Rose and Rose 1976a, 1976b)에 글을 썼던 여러 필자들, 심지어 속류적인 헤센(Hessen 1931)까지가 모두 사라졌다 ― 주요 학술지에 실렸던 것까지도 말이다. 이들의 작업이 사실상 과학지식사회학이 아닌 것으로 정의되었다는 점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콜린스는 또한 쿤 이후의(post-Kuhnian) 연구들에 영감을 준 선행 연구들을 열거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쿤 자신과 파이어아벤트, 비트겐슈타인, 민속지 방법론, 현상학 등이 들어간다. 이들은 모두 학계에 잘 자리잡고 있는 것들이다. 1960년대 후반과 1970년대 초반에 있었던 과학에 대한 급진정치적 비판의 전통은 콜린스의 설명에서는 생략되었다. 콜린스는 과학지식사회학을 사상의 역사, 학문적 전통의 역사로 제시했으며, 이것이 동시에 사회운동의 역사이자 계급·성·인종투쟁의 역사일 수 있음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콜린스가 인용한 필자들이 어떤 주제들을 다뤘는지 살펴보자. 거의 모든 주제들이 그 속에서 대중 논쟁이나 "외부의" 사회집단이 두드러진 역할을 거의 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과학자사회 "내적"인 것들이다. 쿤을 비롯한 몇몇 사람들은 과학 사상의 "내적" 역사에 대해 공격하면서 사회 속의 과학, 혹은 "과학-사회"에 대한 포괄적인 분석의 가능성을 열었다. (쿤 자신은 급진적 가능성으로부터 후퇴했다.) 내적 접근법에 대한 쿤의 도전을 계승한, 과학지식의 맥락을 강조하는 오늘날의 사회학자들이 주로 과학자사회 내부에 국한되는 사회적 동학(dynamics)을 갖는 쟁점들에 집중하고 있다는 사실은 역설적이다(Rowse, 1986).

급진적 혹은 실천활동으로부터의 기원에 대한 인식 결여(주1)는 학자들이 과학 비판을 전문직업적 목적을 위해 사용하고 있으며, 과학의 영향을 다루는 현장 과학자나 활동가들로부터 거리를 두려고 하는 과정을 징후적으로 보여준다. 아카데믹화의 과정은 사회 속의 과학에 대한 비판에서 과학지식에 대한 비판으로,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인식주체(knower)에 대한 비판으로 이동해 왔다. 이는 과학자들이 무엇이 사실로 받아들일 것인가를 놓고 서로를 설득하는 방식, 과학자에 대해 연구하는 사회학자들의 담론, 그리고 과학자에 대해 연구하는 사회학자들의 지식이 갖는 인식론적 근거 등에 대한 끝없는 관심으로 이어져 왔다. (이론상의 굴곡과 전환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독자들에게 맡기기로 하고 여기서는 생략한다.)
 

누가 과학학(science studies)으로부터 이득을 보는가?
 

과학정책이라는 활기찬 [과학학의] 세부분야를 떠올린다면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매우 쉽다. 사회 일반의 합의 내지는 사실상의 정의에 따르면 "정책"이란 정부 내지는 산업계에 의한 의사결정을 지칭하는 말로 쓰인다. 정책 연구자는 정부나 산업계로부터 대규모의 계약과 자문, "실제 세계"를 다루는 사람이 누리는 상당한 지위 등 매우 좋은 기반을 갖고 있다.

과학정책 연구자가 자기 분야의 근저에 깔려 있는 근본적인 가정에 대해 비판적인 경우는 드물다는 사실은 쉽게 관찰할 수 있다. 물론 그들 역시 특정한 정책에 대해서는 문제를 제기한다. 그러나 정책이 정부와 산업계 수준에서 결정되는 무언가 ― 아마도 압력집단의 요구에 대응하는 모종의 메커니즘을 포함하겠지만 ― 라는 점에는 의문이 제기되지 않는다. 정책 연구자나 자문위원들이 이런 환경에 적응하는 것은 그리 놀랄 일이 아니다. 정부나 산업계야말로 그들의 연구자금과 지위의 원천이 아니던가? 이론적 관심을 가진 이들은 지식사회학으로부터 이와 유사한 함의를 끌어낼 수 있다는 점을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정책이 정부나 산업계가 수행하는 무언가로 이해된다면, 여성운동 그룹이나 노동조합, 환경운동 그룹에서 하는 작업들은 "과학정책"으로 간주될 수 없음이 명백하다(Bammer et al. 1986). 이런 그룹들과 함께 작업하면 사회적 지위가 생기는 것도 아니며, 연구자금을 얻기란 더욱 어렵다.

지역운동 그룹에 관여하는 것은 학계에서 다분히 의심의 눈초리를 받을 수 있다: 지역운동 그룹과의 연관은 사회적 참여의 낌새를 풍기는데, 이는 실증주의나 상대주의 그 어느 쪽 입장과도 화해하기 힘들다. 반면 정부나 산업계의 정책과 연관된 이들에 대해서는 유사한 우려가 표출되는 경우가 드물다. 그들 역시 모종의 "참여"를 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자신의 경력을 높이거나 권력집단에 봉사하는 일에 몰두하는 것은 우대받는 반면 아무런 돈도 생기지 않는 데 몰두하는 것은 의심을 받는 것이 명백한 현실이다.

[과학정책을 벗어나] 학술지에 발표되는 보다 아카데믹한 논의들을 고려하게 되면, "누가 과학학으로부터 이득을 보는가"라는 질문에 답하기는 좀더 어려워진다. 분명한 것은 이런 연구가 학자들 자신에게는 유용하다는 것이다. 그들은 논문을 발표하거나 책을 쓰고 사회적 지위를 획득하고 학술회의에 참석하기도 하며, 때로는 직업을 얻거나 승진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연구들이 보다 넓은 유용성을 가질 수는 없을까? 특히 사회운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무언가 도움이 될 수는 없을까?

만약 당신이 사회운동을 하는 활동가들 ― 상당히 폭넓은 독서를 한 이들까지 포함해서 ― 과 대화를 나누게 된다면, 그 중에서 과학 비판에 관한 전문적 연구들에 접해 본 이들은 극히 적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전문적 연구들 중 일부는 쓸모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이들 대부분은 접근하기 어려운 아카데믹한 스타일로 표현되어 있고 주변적인 관심사들을 주제로 다루고 있다. 대체 사회운동을 하는 활동가들이 중력파나 형광등의 사회적 구성에 대해 뭣하러 관심을 갖겠는가?(주2)

오늘날 세계에서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는 것 중 몇 가지만 생각해 보자.

* 전쟁: 전세계 과학자와 엔지니어의 25%에서 50% 가량이 군사적 목적의 연구개발에 종사하고 있다는 흔해빠진 통계수치를 생각해 본다면, 그간 군사적 목적의 과학기술에 대해 놀라울 정도로 관심이 적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군사 연구에 대한 신랄한 비판 ― "정책 연구"와 대비되는 의미에서 ― 을 찾아보려면 수십 년을 되짚어가야만 한다(Bernal 1939; Clarke 1971). 여기서 부분적인 예외는 핵미사일의 정확도가 어떻게 사회적으로 구성되었는가를 세밀하게 분석한 도날드 매켄지의 연구다(MacKenzie 1990). 이 연구는 반전평화운동에 대한 관심에서 촉발된 것으로, 오늘날 과학학에서 가장 통찰력있는 연구들 중 하나다. 그러나 이 모든 사실에도 불구하고, 이 연구는 사실 반전평화운동과 별반 연관이 없다. 핵미사일의 정확도에 대한 의문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설령 활동가들에게 매켄지의 학술적 저작을 읽을 시간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반전평화 활동가들에게 어떤 차이를 가져올 수 있겠는가?(주3)

* 억압: 전세계적으로 많은 국가들에서, 정부는 반체제인사에 대한 감시, 희롱, 투옥, 고문, 살해 등을 일상적으로 행하고 있다. 과학기술은 그 과정에 깊숙이 연관되어 있다. 과학학 쪽에서는 이 영역을 완전히 무시해 온 것으로 보인다. BSSRS 그룹의 작업이 유일한 예외이다(Ackroyd et al. 1977; BSSRS 1985).

* 빈곤과 불평등: 과학기술은 기술이전, 녹색혁명, 정보의 소유권, 작업장 기술, 시장 이데올로기 등을 통해 부와 그 분배를 둘러싼 투쟁과 매우 깊숙이 결부되어 있다(Third World Network, 1988). 빈곤과 불평등을 자아내거나 이를 타개하는 데 있어 과학기술이 수행하는 역할을 중점적으로 다룬 논문은 과학학 저널에 언제 마지막으로 실렸던가?

* 가부장제: 페미니스트 비판이 쏟아져나오고 있지만 주요 과학학 저널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Delamont 1987). 과학지식사회학을 이끌어가는 주요 인물들이 모두 남성이라는 것은 단지 우연의 일치일 뿐인가?

* 환경과 보건: 이 영역에는 과학 비판이 상대적으로 많다: 핵발전, 위험성 평가, 화학물질로 인한 위험에 대한 분석 등등. 왜 그럴까? 아마 사회운동이 이를 주목받을 만한 영역으로 만들었기 때문이 아닐까? ― 심지어 백인 중산층 남성들까지도 이를 심각하게 고려하도록 말이다. 내가 답을 알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왜 위에 언급한 주제들에 비해 환경 및 보건 영역에서 과학 비판이 보다 지속적이고 통찰력있는 방식으로 적용되어 왔는지에 대해서는 분명 연구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 그러나 이 역시 불행히도 학계에서 이루어지는 작업들 중 일부만이 일선 참여자들에게 아주 작은 도움이 될 뿐이다.

위에서 나는 활동가들이 관심을 가진 쟁점들에 관해 직접적인 연구를 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이 외에, 간접적이지만 보다 광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또하나의 영역이 있다: 그것은 교육이다. 많은 학자들은 교실에서 학생들을 가르침으로써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들은 정통적인 과학교과서나 학과 수업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과학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제공한다.

과학 비판을 확산시키는 데 있어 "트리클-다운(trickle-down)" 효과[크고 작은 요소들이 있을 때, 큰 곳에 자원을 집중적으로 지원함으로써 작은 단위에까지 효과가 연쇄적으로 미치게끔 하는 것 ― 역주]를 상정해볼 수 있다. 저명한 이론가가 아카데믹한 학술지에 심오한 논문을 발표하면, 그 생각은 동료 학자들에 의해 교실에서 보다 이해하기 쉬운 형태로 전달된다. 수업을 듣는 학생들 중 일부는 활동가 그룹에 속해 있기 때문에, 이런 과정을 통해 높은 수준의 비판은 실제 문제에 대한 관련을 획득하게 된다.

트리클-다운이라는 은유는 이론가들에게 분명한 매력을 갖는다. 그것은 말한다: 저 멀리서 이론 작업을 계속해라, 그러면 지적 시스템은 관련된 집단이 그로부터 도움을 받도록 보장할 것이다, 라고. 그러나 불행히도 그러한 과정이 존재한다는 증거는 거의 없다. 트리클-다운이 명백히 일어난 사례로는 쿤의 패러다임이나 혁명 개념이 애초에 쿤이 연구했던 전통적인 과학 분야들 밖의 많은 영역에서 널리 사용된 것이 유일하다. 이런 "속류 쿤"들은 보다 정교화된 ― 그러나 현실에 적용하기에는 어려운 ― 쿤 이후의 과학지식사회학을 추구하는 오늘날의 많은 전문 학자들에 의해 혹평을 받고 있다.

그러나 교육의 영향은 트리클-다운 효과에 의존하지 않는다. 간단하게 말해, 과학학을 가르치는 교수들은 학생들에게 의미있는 쟁점들을 다룰 필요가 있다. 이런 학생들의 상당수는 과학으로부터 도망쳐 나온 이들로, 장래성은 더 크지만 기득권 세력에 대해서만 봉사하는 듯 보이는 분야들[즉, 그들이 도망쳐 나온 과학 분야들]과 관련이 있으면서 이에 적용될 수 있는 뭔가를 찾고자 한다. 과학학은 그들에게 뭔가 다른 것에 대한 희망을 준다.

그러나 학생들이 1970년대 초반에 밥 영, 데이빗 딕슨, 로즈 부부가 썼던 비판을 읽어서는 얻을 수 없는[즉, 요즘의 전문화된 과학학의 내용을 알아야만 얻을 수 있는 ― 역주], 그런 통찰이라는 게 과연 있을까? 공부 많이 한 요즘 학생들은 최근 이론들의 수렁에 빠질 위험이 있다.
 

이론적인 막다른 골목
 

사회 문제에 관심이 있는 몇몇 이론가들은 날카로운 통찰을 통해 진보적 사회 변화에 중요한 기여를 하는 분석을 해내려는 꿈을 갖고 있다. 보다 아카데믹한 이론가들은 사회에 대한 이해에도 결정적인 기여를 하는 분석을 같이 해내려는 꿈을 갖기도 한다. 이 중 어느 쪽이건, 그 목표는 놀라울 정도로 모호하다. 왜냐하면 이들은 이론과 실천간의 관계를 잘못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모색의 한 측면은 인식론과 연구자의 역할을 둘러싼 논쟁으로 나타났다. 스티븐 로즈는 정치적인 면에서는 급진적이었지만 인식론에 있어서는 전통적인 노선을 견지했다. 예컨대 그는 사회생물학이 나쁜 정치학일 뿐만 아니라 나쁜 생물학이라고 비난했다. 다른 정통 과학자들과 마찬가지로, 그는 과학의 권위에 의거해 자신과 다른 정치적 입장을 가진 이들을 공격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사회과학자의 임무는 좋은 과학을 하는 사람과 자신을 일치시키는 것이다. 또한 이렇게 함으로써 "좋은" 정치학의 편에도 설 수 있게 된다는 가정 내지 희망이 그간 대체로 받아들여져 왔다.

과학지식사회학자들은 바로 이런 형태의 분석을 거부했다. 그들은 "나쁜" 과학과 "좋은" 과학을 막론하고 모든 과학에 대한 사회적 분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데이빗 블루어가 제창한 "과학지식사회학의 강한 프로그램"은 인과성, 대칭성 등과 같은 분석의 원칙을 제시했다. 이는 또한 분석자의 역할 유형 ― 어려운 사회과학 용어를 써서 사회과학 학술지에 글을 쓰는 전문적 사회과학자 ― 도 확립했다. 강한 프로그램의 신봉자는 자신이 연구하는 논쟁에서 한쪽 편에 열정적으로 가담한 참여자가 되어서는 안되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강한 프로그램은 분석자가 논쟁에 연루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논쟁 위에서 이를 내려다볼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가정에 기반하고 있다. 대릴 추빈과 살 레스티보가 제시한 약한 프로그램(weak programme)(주4)은 이를 넘어서려고 시도했다(Chubin and Restivo 1983). 그러나 약한 프로그램은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진 이론가들의 역할을 자세하게 제시하는 데 있어 약점을 드러냈다.

그 실천적 취약성을 잠시 논외로 한다면, 약한 프로그램은 일종의 탈선이었다고 볼 수 있다. 과학 "정책"의 실질적 측면에 대한 분석자들의 참여를 인식하고 권장했다는 점에서 그것은 과학지식사회학의 주된 발전 방향에서 벗어나 있었다. 반면 지배적인 이론적 관심은 분석자의 역할을 분석하는 쪽으로 향했다. "담론 분석(discourse analysis)"은 글쓰기에서 저자의 역할을 드러내려고 노력했다. 브루노 라투르는 자신의 저서 『작동 중인 과학』에서 정치적 비판이나 행동으로부터 깔끔하게 단절된 "작동(action)"의 틀을 제시했다(Latour 1987).(주5) 스티브 울가는 인식주체와 인식대상간의 관계라는 "문제"에 주목할 것을 요청했는데, 이는 권력의 문제라기보다는 인식론상의 쟁점이다(Woolgar 1983).

[인식론과 연구자의 역할을 둘러싼] 이론적 초점의 협소화는 분석자들의 [정치적] 신념에 있어서의 변화와 서로 부합한다. 로즈 부부와 같이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공공연하게 내세웠던 초기 저술가들은 과학과 연관된 대규모의 정치-경제적 이해관계를 분석했다. 반면 과학지식사회학 이론가들은 "이해관계"라는 말에서 개인적인 차원의 설득과 지위상승의 게임과 관련되는 미시적 수준의 이해관계 ― 가령 과학자가 논문을 출판하는 데 얽혀 있는 이해관계 같은 ― 를 떠올리는 경향이 더 크다. 이 두 가지 접근은 모두 "정치적"이다. 전자는 익숙한 대중적 의미에서의 정치를 다루고 있으며 후자는 개인적인 지위상승의 정치를 다루고 있다. 이런 변화는 전문 과학학자들이 사회적 이해관계보다 개인적 이해관계에 더욱 몰두하고 있는 상황과도 들어맞는다.

사회운동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비판을 찾는 학생들에게 최근의 이론적 발전은 커다란 낭패감을 안겨줄 수 있다. 이론적 분석을 확장함으로써 사회 변화를 도모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실망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앞서와 같은 이론적 모색에 내재한 결함은 분석의 기반이 오직 관념에만 기반해 정초될 수 있다고 가정하는 데 있다. 분석은 결국에 가서는 실천에 의존해야만 한다. 학자들이 하는 분석은 대체로 전문적 지위상승과 학문적 이론화의 실천을 반영하는 경향이 있다. 하나의 분석이 사회문제에 유용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실천과 연결되어야만 한다.

모든 분석은 사실상의 개입 ― 설사 드러내놓고 개입 의도를 천명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 을 의미한다. 문제는 어떻게 개입하는가가 아니라 어떤 종류의 개입을, 어떤 청중을 대상으로 수행하며, 이로부터 누가 이득을 보는가에 있다.
 

결론
 

과학학이 학계에 진입한 이후 길들여진 것이 새삼스런 현상은 아니다. 보다 전통적인 사회과학 분야들의 발전에서도 유사한 과정이 잘 드러나 있다(Collins 1979; Furner 1975; Schwendinger and Schwendinger 1974; Silva and Slaughter 1984) 급진적 활동가들은 전문직업화와 세분화를 매개로 안정적인 일자리와 사회적 지위를 추구하는 주류 학계로부터 분리되었다. 정치학이 정부에 대한 연구가 되고 경제학이 자본주의에 대한 연구가 된 것과 꼭 마찬가지로, 과학학도 현재의 사회에 봉사하는 과학에 대한 연구가 되어가고 있다: 급진적 비판과 대안의 개발은 길 옆으로 밀려나 있다.

이럴 때는 우리에게 익숙한 질문을 반복해볼 필요가 있다: 과거 로버트 린드가 물었듯, "무엇을 위한 지식인가?"라고 말이다(Lynd 1939). 초기의 급진적 과학 비판은 더 나은 사회에 대한 전망을 갖고 있었고, "과학-사회"의 근본적인 변화가 그곳에 도달하는 과정에서 핵심적인 요소라고 주장했다. 반면, 오늘날 "과학정책"은 현존하는 사회 구조 내부의 작동과정을 개선해서 사회를 개혁하려 하고 있다. 과학학은 심지어 그런 온건한 사회적 목표마저 저버렸다. 과학을 보다 잘 이해하려는 과학학의 노력은 지적인 것으로, 학문적 목표를 향해서만 열려 있다.

그러나 정치학이나 경제학과 마찬가지로, 과학학의 이론과 실천에는 지배적인 권력 구조뿐 아니라 사회운동 역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과학학은 여전히 논쟁적인 분야로 남아 있다. 보다 활동가적인 과학 비판을 선호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나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제안을 하려고 한다.

* 특정 과학기술에 대해 사람들이 유용하다고 생각하는 사회적 분석이 이미 존재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사람들과 대화하라. 이는 해당 쟁점에 직접 관련된 사람들과 대화하라는 것을 의미한다. "지적으로 흥미있는" 것을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중요하다고 간주하는 사안에서 지적 자극을 주는 내용을 찾는 것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

* 보다 쉽게 쓰려고 노력하라. 저널리스트들, 그리고 씨어도어 로잭이나 랭든 위너와 같은 저자들로부터 배워라.

* 동료 사회과학자들을 위한 저널뿐 아니라 현장 과학자들이 주로 보는 저널에도 글을 쓰려고 노력하라. 『사이언스 Science』, 『네이처 Nature』, 『뉴 사이언티스트 New Scientist』, 『테크놀로지 리뷰 Technology Review』에 글을 기고해 보라.

* 현재 논쟁이 진행중인 영역에 대해 연구하고 글을 쓰거나, 쟁점을 만들려는 목적을 가지고 특정 영역을 연구해 보라. 정치적 분석은 그 주제 때문에 읽히는 토론의 일부가 될 수 있다.

* 현장 과학자들이나 활동가들이 흡수하여 일상적인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글을 쓰는 것을 목표로 하라.

* "행동 연구"에 착수하라. 이는 사회적인 목표나 수단을 지적인 목표와 수단과 통합하는 것이다.

* 사회운동 그룹의 회원이 되고, 다른 이들과 협력하여 과학기술에 대한 분석을 현재 진행중인 활동이나 새로운 활동의 개발에 적용하라.

이런 제안들 모두는 지배적 이해관계에 봉사하는 사회과학 연구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권력을 갖지 못한 그룹에 봉사하는 연구에 대해서도 적용될 수 있음에 주목하라. 이론적 정교화가 아니라 '누구에게 봉사할 것인가'의 선택이 결정적인 문제다.

그러나 잠깐 ― 마지막 단서조항. 우리는 정말로 1960년대식의 당파적 분석과 폭로 ― 인식론적 쟁점에 대해 극단적으로 단순화한 취급까지 포함해서 ― 로 회귀하길 원하는가? 투박한 논리로 한쪽 편을 지지함으로써 비판적 기교와 표면상 객관적인 전문가의 지위를 모두 상실하게 되는 것으로는 충분치 못하다. 뭐, 좋다. 나는 인식론적으로도 정교하고 사회적으로도 유용한, 그러면서도 자기 자신의 방법론이나 사회적 위치에도 비판적인 그런 비판을 발전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데 동의한다. 나는 이러한 조건 모두를 충족시키는 분석이 나올 것을 기대한다. 그러나 슈퍼맨이 아닌 우리들에게 있어서는, 좀더 덜 기고만장한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각주
 

주1. 이 글을 쓴 이후에 나는 다노브스키와의 인터뷰에서 다너 해러웨이가 같은 점을 매우 강하게 지적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Darnovsky 1991: 75-77).

주2. 이 말은 활동가들이 즉시 써먹을 수 있는 자료를 떠먹여줄 것을 요구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러나 그들 역시 우리와 마찬가지로, 어떤 수준에서 그들의 주요한 관심사에 부합하는 내용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학술적인 문헌은 비판과 그 응용 사이의 연결에 대한 언급을 거의 하지 않는다. 과연 그러한 연결은 존재하는가?

주3. 매켄지는 책의 말미에서 핵무기가 없는 세계를 생각하는 것에 관해 몇 가지 좋은 지적을 했다. 그러나 미사일 유도장치에 관한 그의 자세한 분석이 이런 통찰을 위한 전제조건이 되는 것은 아니다. 매켄지의 책과 관련 논문들을 보면 활동가들이 반김직한 몇 가지 통찰들이 분명히 들어 있다. 문제는 매켄지가 자신의 저술에서 이런 통찰들을 충분히 부각시키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의 책의 두께와 딱딱한 용어들 때문에 충분한 자유시간을 가진 학자가 아니고서는 그의 책을 읽어내기 어렵다.

주4. "약한 프로그램"이라는 이름은 "강한 프로그램"에 대한 애교섞인 도전인 셈인데, 이런 이름을 붙인 이유는 추빈과 레스티보가 물리학에서 소위 약 작용력(weak force)이 "강 작용력(strong force)"보다 더 강하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강 작용력과 약 작용력의 상대적 세기는 위치에 달려 있는데, 이런 관계는 강한 프로그램과 약한 프로그램의 상대적 세기에 대한 보다 그럴싸한 은유를 제공한다.

주5. 스티브 엡스타인은 라투르가 다른 미시 이론가들과 마찬가지로 "담론, 텍스트, 실험실, 그리고 이해관계의 국지적 구성으로부터 출발하지만, (다른 이론가들과는 달리) 그 바깥으로 뻗어나와 마지막에 가서는 실험실이 가진 힘의 역사적 원인이자 귀결로서의 서구 제국주의에 대한 스케치를 발전시킨다"라고 내게 지적했다(personal communication, 22 January 1992). 이런 방식으로 라투르는 보다 광범한 쟁점들을 다루는 데 미시를 이용한다. 나는 라투르의 접근법에 급진적 함의가 내포되어 있다는 점에 동의한다 ― 다른 많은 접근법들, 심지어 겉보기에는 보수적인 접근법들의 경우에도 종종 그렇듯이. 그러나 라투르의 분석이 학계를 벗어나서 주목을 끌었거나 쓸모가 있었다는 증거는 아직까지 거의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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