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언론보도
 

과학자들이 자신들의 작업을 홍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언론을 이용하고, 과학 기자들이 실체보다는 이미지에 더 많이 의존하여 기사를 작성하게 될 때, 대중은 과학을 이상적인, 그러나 소외감을 야기시키는 것으로 바라보게 된다.
 

도로시 넬킨
 

1987년 봄, 일군의 과학자들은 미국물리학회(American Physical Society)의 정기학회에서 상온 초전도물질(high-temperature superconducting material)을 새로 개발해 냈다고 발표했다. 미리 배포된 논문과 보도자료를 통해 널리 사전 홍보가 된 탓에, 해당 분과회의에는 3500명의 물리학자들과 수백 명의 기자들이 참석해 발표를 지켜보았다. 발표에서 벨 연구소 고체물리 연구팀의 일원인 버트램 배트로그는 "우리의 삶이 변혁되었다"고 선언했다. 열광한 언론은 배트로그의 이 말을 인용해 헤드라인에 올렸으며, 기사에서는 "숨이 막힐 정도의 진보", "입이 떡 벌어지는 가능성", "혁명"과 같은 표현을 동원해 찬사를 보냈다. 기자들은 과학자들이 내뱉은 경탄의 말들을 보도했다: 그들에 따르면 상온 초전도는 "기술에서의 양자적 비약"이자 "새로운 프런티어"였다. 뉴스 기사들은 새로운 운송(자기부상 열차), 새로운 동력 시스템(값싼 에너지), 그리고 캘리포니아의 실리콘 밸리에 필적할 "옥사이드 밸리(Oxide Valley)"의 탄생을 예견했다.

상온 초전도를 둘러싼 이런 과장된 주장들은 과학기술 언론보도에서 전형적인 것이다. "(전기가) 너무 값이 싸서 미터기로 계량조차 할 수 없다"고 선전되던 핵발전의 초기 시절을 돌이켜보라. 당시 기자들은 자동차와 난방기가 원자로에 의해 가동될 것으로 내다봤으며, 심지어는 인공 태양이 날씨를 제어할 것이라고 예상하기까지 했다: "원자 에너지의 시대가 도래하면 야구 게임이 비 때문에 취소되는 일은 없어질 것이다. 비행기가 안개로 인해 공항을 돌아가는 사태도 발생하지 않을 것이며, 겨울에 눈 때문에 도시에 교통체증이 생기지도 않을 것이다." 또한 챌린저 사고가 생기기 전의 스페이스 셔틀에 대한 보도를 생각해 보라: "우주로 향하는 정기노선 비행"; "무중력의 빈 공간 속에" 건설될 새로운 생산 시설의 가능성; "궁극의 기술단지" 등등.

과학에 대한 대중의 지지 하락 및 과학적 소양(literacy)의 저하에 대한 우려에 직면한 작금의 상황에서, 과학자들과 과학 단체들은 자신들의 연구와 이로부터 나올 수 있는 잠재적인 사회적 혜택에 대해 적극적인 선전을 ― 간혹 사기에 가까운 정도까지 ― 하고 있다. 그리고 언론은 대체로 이에 호응한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종종 언론을 과학의 순수성을 위협하고 반(反)과학적 태도에 기여하는 "지저분한" 사업 ― 정치와 같은 반열의 ― 으로 간주한다. 몇몇 전문 저널들은 기자들로부터 질문을 받았을 때 인터뷰를 녹음해 두고 심지어 일부러 혼동을 유발하는 등 방어적인 전술을 쓰라고 과학자들에게 충고해 왔다. 칼 세이건이나 라이너스 폴링과 같이 자신들의 분야와 작업을 대중화하려 애쓰는 "눈에 띄는 과학자들(visible scientists)"은 종종 동료들에 의해 일종의 오염으로 간주되곤 한다. 그리고 일부 과학자들이 대중적 명성을 추구하는 반면, 많은 과학자들은 기자들과 대화하는 것을 아예 피한다.

기자들과 과학자들 사이의 긴장은 어떤 원천에 기인한 것일까? 교양있는 시민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의 수단으로 언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음에도 그러한 긴장이 유지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나는 언론에서의 과학 보도를 분석하여 그것이 어떻게 저널리즘의 제약, 그리고 긍정적인 대중적 이미지를 만들어내려는 과학자들의 노력, 이 양자 모두를 반영하는가를 알아내고자 했다.(주1) 나는 대중 언론매체에 초점을 맞추었는데, 여기에는 『뉴욕 타임즈』나 『뉴스위크』와 같이 전국적으로 배포되는 신문과 잡지뿐만 아니라 지역 신문들과 여성지, 건강 잡지, 경제지 등 널리 배포되면서도 대상층이 특화된 매체들까지도 포함했다. (여기서 『사이언스』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과 같은 전문 과학 잡지는 제외했는데, 왜냐하면 이 잡지들은 이미 과학기술적 주제들에 대해 알고 있고 관여하고 있으며 관심도 가지고 있는 이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나는 또한 기자들과 과학자들을 인터뷰하기도 했고 회합이나 기자회견에도 참석했다. 나의 연구는 일련의 유형화된 문제점들을 드러내 보여주었다 ― 이들 중 일부는 과학 보도에 특유한 어려움에서 비롯된 것이고, 다른 일부는 미국 언론 일반에 고질적인 것이다.
 

이미지와 이상화
 

대다수의 사람들은 과학이 실제로 어떤 것인가에 관한 지식을 언론으로부터 얻는다. 그들은 직접적인 경험이나 과거 받았던 교육을 통해서보다는 저널리즘의 언어와 이미지라는 필터를 통해 과학을 이해한다. 그리고 과학 전문 기자가 거의 없는 지역 신문이건, 아니면 『뉴욕 타임즈』와 같이 과학 분야를 잘 아는 경험있는 필자들을 고용한 전국 단위 신문이건 간에, 신문의 과학 기사들은 대체로 같은 주제에 초점을 맞추고 같은 정보원(源)을 인용하며 유사한 용어를 써서 정보를 해석하는 경향을 보인다.

기사들이 그 깊이와 디테일에서는 차이를 보임에도 불구하고, 언론의 과학 보도에서 나타나는 이미지에는 놀라울 정도의 일관성이 존재한다. 몇 가지 은유적 표현들이 지속적으로 반복되고 있다. 그 중 하나는 연금술에서 빌어온 용어이다: 즉, 과학자들은 마술사이고 기적의 창조자이며 마법사로서, 궁극의 진리, 비밀스런 지식, 마법의 탄환을 발견해 낸다. 그리고 전쟁, 혁명, 프런티어와 같은 공격적 이미지들이 점차로 널리 퍼지고 있다: 즉, 과학자들은 개척자, 혹은 질병과 싸우는 전사로서, 자연의 힘을 정복하거나 일본에 맞서 경쟁을 벌인다. 과학자들은 컴퓨터 혁명, 생명공학 혁명, 에너지원의 혁명 등 혁명에 관여하고 있다. 종종 초점은 극적인 "성취(breakthrough)"에 맞추어진다. 그것은 새로운 초전도 물질일 수도 있고, 특허받은 쥐일 수도 있으며, 현재까지 가장 빠른 컴퓨터이거나 최신의 의학적 치료법일 수도 있다. 또한 언론 보도에서 과학은 해결하기 힘든 딜레마에 대한 해결책이자 불확실한 세계에서 확실성을 성취하는 방법으로 그려지며, 합의를 끌어내고 진보와 국가의 리더쉽에 대한 편안한 이미지를 다시 창출해내는 길로 묘사되기도 한다.

심지어 비판적인 과학 기사조차도 이러한 이상적인 어조를 담아 기술되곤 한다. 예컨대 기자들은 과학에서의 기만(fraud, 실험 데이터를 조작해 허위 논문을 발표하거나 연구의 성과를 과장해 연구비를 타내는 등 과학자사회의 통상적인 규범을 거스르는 행위 ― 역주) 사례를 과학 내부의 구조적 문제의 반영으로 보기보다는 몇몇 일탈적인 개인들의 병적인 행위로 묘사한다. 소비자에 대한 기만은 날강도 같은 짓으로 보도되는 반면, 과학에서의 기만은 과학 제도를 더럽히고 오염시키는 배신, 오용, 스캔들로 그려진다. 종교적 은유가 곧잘 사용된다: 속임수를 쓴 과학자들은 "유혹에 굴복한" 자들이며, 기만은 "과학에서의 죄악"이라는 식이다. 이런 언어는 과학을 순수하고 경외감을 불러일으키는 행위로, 거의 영(靈)적인 소명으로 이상화시킨다.

언론에서는 과학자들이 개인적인 경제적 목표를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이 새로이 나타난 골치아픈 문제로 보도되고 있다. 『타임』 지는 "돈으로 고용된 과학자들(Hertz rent-a-scientists)"에 대해 보도하면서 놀라움을 표했다. 뉴스 기사에서는 오늘날의 과학자들이 "경제적 이익과 순수성"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만 한다고 보도하고 있다 ― 마치 경제적 요인이 과학에 미치는 영향이 새로 나타난 딜레마나 되는 것처럼 말이다. 여기서도 역시, 정치적 혹은 경제적 편향을 넘어선, 불편부당하고 순수한 과학의 이미지가 지배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노벨상 수상자들에 대한 묘사는 종종 이러한 이상을 강화시킨다. 그들은 우리가 과학을 통해 자연을 통제하는 것을 돕는, "프런티어"에 자리잡은 "슈퍼스타"이다. 수상자들을 다룬 대부분의 기사들은 그들이 하는 연구가 불가사의하고 신비한 것으로 보일 정도만큼만 그 디테일을 묘사한다. 기사에서 가장 자주 다루어지는 내용은 연구의 핵심이 무엇인가에 관한 것이 아니라 미국과 다른 나라들 수상자들의 상대적인 비율에 관한 것이다. 기사들은 이상하게도 올림픽 경기에 대한 기사와 비슷하게 들린다: "또한번의 강한 미국 바람"; "미국적 [연구]스타일의 승리"; "1972년의 [수상]기록과 타이를 이루다."

수상자들은 대체로 [세상사로부터] 격리되어 있고, 동떨어져 있으며, 다른 사람들 모두를 훨씬 초월한 위치에 있는 것으로 그려진다. 여기서 두드러진 예외는 몇 안되는 여성 노벨상 수상자들이었는데, 이들은 "당신이나 나와 꼭 같은 보통 사람"으로 묘사되어 왔다. 여성지 『맥콜스』를 보면, 마리아 메이어는 "훌륭한 과학자이며, 완벽하게 귀여운 아이들을 키우고 있고, 그녀 자신은 터무니없을 정도로 예뻐 이 모든 것이 불공평해 보인다"라고 쓰고 있다. 그녀는 "낭만적인 여성의 초롱초롱한 시선을 통해" 모든 것을 보았다. 그녀는 자신의 셸 모형(shell model)에서 원자를 여러 층의 양파 껍질에 비유함으로써 "여성적인 방식으로" 원자를 설명했다. 『패밀리 헬스』 지에서 로잘린드 얠로우를 다룬 기사는 그녀의 연구뿐 아니라 그녀가 직업과 가사 일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 있음에 초점을 맞추었다. 기사의 헤드라인은 "그녀는 요리하고, 그녀는 청소를 하고, 그녀는 노벨상을 수상한다"였다. 『뉴욕 타임스』의 독자들은 바바라 맥클린톡을 다룬 특집 기사의 첫머리에서 그녀가 호두를 써서 빵을 굽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기사들은 이 여성들이 그들의 평범함 때문에 주목할 만하다는 식으로 취급함으로써 신비스럽고 우월한 ― 남성적임은 말할 것도 없고 ― 직업으로서의 과학의 지배적인 이미지를 강화시킬 뿐이다.

언론에 보도된 기사에서는 연구의 방법이나 연구와 관련된 사회 조직, 혹은 주요한 과학 정책 결정에서의 우선순위 문제 등은 거의 다루어지지 않는다. 독자들로 하여금 과학적 증거의 성격이 어떤 것인지, 과학과 입증되지 않은 견해가 서로 어떻게 다른지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정보도 마찬가지로 드물다. 언론은 과학에서 특정 개인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과학자를 스타로 부각시키지만, 이와 동시에 연구의 실제 구조 ― 테크니션들, 학생들, 혹은 젊은 박사학위 소유자들의 익명의 작업에도 의존하고 있는 ― 를 왜곡한다. 언론은 과학을 신비화시킴으로써 이를 대중의 이해의 범위를 넘어서는 불가사의한 사실들의 집합으로 만든다. 또한 과학 연구를 촉진하려는 언론의 노력 때문에 과학은 일군의 "전도유망한 극적 성취들(promising breakthrough)"과 동일시되고, 그런 전망이 실현되지 않았을 때 궁극적으로는 [대중의] 환멸을 부추기게 된다. 예컨대 1980년대 초반의 언론 보도에서 인터페론(interferon)은 한때 "기적의 치료약"이자 "마법의 탄환"으로 떠받들어졌다가 시간이 지나자 "그림의 떡", "일장춘몽"으로 추락했다. 역설적으로, 이런 유형의 언론 보도는 그것이 애초에 계몽(inform)하고자 했던 바로 그 독자들을 소외시키고, 대중의 무관심을 부추기며, 무력감과 함께 전문가들에게 모든 걸 맡겨버리려는 경향을 몰고온다.

과학 저널리즘에서 쓰는 은유들은 또한 그것이 공공정책에 함의를 갖기 때문에 중요성을 갖는다. 첨단 기술이 "전투"나 "경쟁"을 통해 유지되는 "프런티어"와 연관되어 그려질 때, 전쟁의 이미지는 전문가들에게 의문을 제기해서는 안되며 새로운 기술은 계속 발전해야 하고 이에 제한을 두어서는 안된다는 의미를 함축하게 된다. 그러나 그 대신 언론 보도가 위기, 혹은 통제를 벗어난 기술의 이미지를 제시한다면, 우리는 정부의 규제와 통제를 증가시킴으로써 폭주하는 힘들을 억제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느낄 것이다. 과학 교육에 내재한 약점을 "교육 정책상의 문제"라고 파악한다면 이는 숙고를 통해 장기적인 정책 개입을 해야 함을 의미할 것이고, 반면 이를 "국가적 위기"라고 정의한다면 이는 곧 신속하지만 단기적 대증요법에 불과한 대응을 가져올 것이다. 만약 과학이 엄청나게 복잡하고 심오한 것으로, 그리고 과학자는 일종의 마술사나 성직자 같은 이미지로 그려진다면, 이는 곧 대중이 취해야 하는 적절한 태도가 숭배와 경외임을 암시할 것이다. 그러나 만약 과학과 과학자들이 공공 자원의 일부를 차지하고자 하는 또하나의 이익집단에 불과한 것으로 그려진다면, 이는 비판적인 대중의 평가를 요구하게 될 것이다.
 

전문화된 과학 저널리즘의 기원
 

언론에 나타난 과학의 이미지들은 과학 보도의 지난 역사를 반영한 것이다. 그리고 그런 이미지들은 최근들어 과학자들이 대중에게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려는 의도로 자신의 작업을 과장해서 선전함에 따라 더욱 증폭되어 나타나고 있다. 20세기 초 무렵에 대중 잡지들은 거의 신비주의에 가까운 용어들을 써가며 과학에 대한 경외감을 독자들에게 전달했다. 과학자들은 세상사로부터 격리되어 있고, 멀리 떨어져 있으며, 뭐든지 다 아는 그런 사람으로 그려졌다. 1902년에 『네이션』 지는 언론이 과학에 대해 마술이나 마법과 같은 이미지를 부추기고 있다고 비난한 바 있다.

1차 대전, 그리고 각종 소비자 물품의 확산으로 특징지어지는 전후 시기에 과학이 수행한 역할은 대중으로 하여금 과학이 지닌 사회·경제적 힘을 깨닫게끔 해 주었다. 이와 동시에 사람들은 전문가와 일반인 사이의 지식 격차의 확대를 심각한 딜레마로 인식하게 되었다. 1919년에 『뉴욕 타임스』는 일련의 사설을 통해 물리학에서의 새로운 발전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의 어려움을 다루면서, 중요한 지적 성취에 대해 오직 소수의 사람들만이 이해할 수 있게 된 상황이 민주주의에 내포하는 함의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은 과학의 난해함의 상징이 되었다. 그의 친구였던 모리스 코헨은 당면한 딜레마를 놓고 『타임스』 지에 이렇게 썼다: "자유로운 문명은 그 속에 사는 모든 이들의 이성이 그 스스로 자연의 사실들을 탐구할 수 있을 정도로 유능함을 의미한다. 그러나 최근 과학의 발전은 관련 교육을 받지 못한 일반인과 교육을 받은 전문가들 사이에 인위적인 장벽을 되돌려놓고 있다."

이런 우려들이 제기되고 있는 맥락에서, 1921년 신문업계의 거물인 에드워드 스크립스는 과학에 관한 기사의 배포를 맡는 미국 최초의 통신사인 사이언스 서비스(Science Service)를 창립했다. 스크립스는 과학자들이 "너무나 똑똑하고 너무나 지식으로 꽉 차 있어서 . . . 왜 신이 거의 나머지 인류 모두를 지독하리만치 멍청하게 만들어 놓았는지를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는 과학이 민주적인 삶의 방식의 기초라고 믿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는 당시 전개되고 있던 엄청난 과학기술상의 변화로 미루어 보아 과학 뉴스가 분명히 잘 팔릴 거라고 믿었다.

사이언스 서비스의 창립 초기에 스크립스는 이 회사를 과학 단체의 목소리를 대신하는 일종의 선전 담당(press agent)으로 만들지, 아니면 독립적인 뉴스 서비스로 만들지를 놓고 깊이 생각했다. 단순히 [과학자들이 내세운] 선전을 전파해 주는 것은 피하기를 바랐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전자의 역할을 선택했다. 이 통신사는 대부분의 저명한 과학 단체들이 파견한 이사들에 의해 통제되었고, 과학자사회의 가치규범이 편집 정책을 지배했다.

사이언스 서비스를 맡은 최초의 편집인이었던 화학자 에드윈 슬로슨은 이후의 과학 보도에 중요한 선례가 된 하나의 양식을 확립했다. 그는 "대중의 시선을 끄는 것은 항상 반복되는 사건이 아니라 그로부터 예외적으로 벗어난 사건이다. 우리가 일간지를 통해 다가가려 애쓰는 바로 그 대중은 머리 셋 달린 소, 샴 쌍둥이, 수염달린 부인 등에 관한 얘기에 혹해 길가에서 벌어지는 쇼로 몰려드는 정도의 문화적 수준에 위치해 있다"라고 보았다. 그는 바로 이 때문에 과학이 대체로 짧게 보도되며 기사가 항상 "가장 . . . 한"으로 끝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가장 빠르거나 가장 느린, 가장 뜨겁거나 가장 차가운, 가장 크거나 가장 작은, 그리고 무엇보다도 세상에서 가장 새로운 것" 등등.

이에 따라 슬로슨은 독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경쟁함에 있어 인간을 둘러싼 관심사를 강조했다. 사이언스 서비스를 소개하는 광고는 "드라마와 로맨스가 놀라운 사실, 일상사에 도움이 되는 사실들과 서로 뒤얽혀 있"으며 "시험관들 하나하나마다 그 속에 드라마가 숨어 있"다고 선언했다. 사이언스 서비스의 기사들은 과학자들을 개척자로 그려내었다: "최초 발견의 순수한 전율은 앎과 무지를 경계짓는 산맥의 정상을 처음으로 통과한 탐험가에게만 찾아오는 것이다." 대중의 기호에 대한 인식과 과학자사회의 가치규범 및 관심사, 이 양자 모두에 의해 형성된 사이언스 서비스의 보도 양식은 과학 뉴스를 위한 시장을 창출해 내었고 동시에 오늘날의 과학 저널리즘의 목표와 양식을 확립했다.

1930년대에 과학 저널리즘은 전미과학기자협회(National Association of Science Writers)의 창립과 함께 확장, 전문화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기자들이 과학을 대중에게 좀더 체계적으로 전달하려는 작업을 시작하게 되자, 과학자들과의 관계에 문제가 발생했다. 과학자들은 학문적 잣대를 들어대어 언론 보도의 질을 평가하려 했고, 과학 기자들의 선정주의와 지나친 단순화를 공격했다. 이에 대해 기자들은 과학자들이 사회로부터 동떨어져 대중의 시점에서 사물을 보려 들지 않는다고 혹평했다.
 

선전 활동과 그 속에 내재한 함정
 

1970년대 초, 과학계가 그 조직에 있어 복잡해지고 사회적 중요도가 커짐에 따라 과학계와 언론간의 관계도 바뀌게 되었다. 과학자들은 대중의 지지를 얻어내기 위해 과학으로부터 어떤 혜택을 얻을 수 있는지를 사람들에게 설득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언론을 사고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과학자들이 자신들의 대중적 이미지에 영향을 미치려고 시도하는 과정에서, 오랜 기간 동안 [과학자들의] 선전 활동에 대해 회의적 시선을 품어 왔던 기자들로부터의 비판을 초래하게 되었다. 과학은 1970년대를 통해 비판적인 저널리즘의 조사 대상이 되었는데, 이는 워터게이트 사건 이후 미국의 각종 제도 내부에 도사린 부패를 폭로하는 데 언론의 주목이 집중된 것과 맥을 같이하는 것이었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지의 데이빗 펄먼과 같은 저명한 과학 기자들은 과학을 다룸에 있어 이를 여타의 제도들 ― 특히 정치 ― 과 같은 방식으로 다루지 못하고 있다고 동료 기자들을 비난했다: "우리는 과학계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관해 보도하는 책임을 맡고 있다. 정치부 기자들이 정치와 정치인들에 대해 보도하는 것과 꼭 마찬가지로 말이다."

그러나 1980년대가 되자 언론 보도의 어조는 다시한번 변화를 겪었다. 이는 1980년대의 사회 분위기가 반영된 것이기도 했고, 호의적인 대중의 시선을 끌어모으기 위해 과학 단체들이 좀더 조직화된 노력을 기울인 결과이기도 했다. 과학이 계속 확장했던 1960년대에는 과학자들이 외부 여건에 따라 좌우되지 않는 정부 연구비 지원을 누릴 수 있었고, 과학과 진보 사이의 연결에 아무런 의심도 제기되지 않는 속에서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러나 1980년대가 되자 과학자들은 당혹스런 사회적, 윤리적, 정치적 딜레마와 마주치게 되었다. 과학이 [여전히] 국가 전체의 자원으로 인식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과학자들은 연구비 지원이 정치적으로 불안정해지는 상황에 직면했다. 당시는 거대 프로젝트들 ― 휴먼 게놈 프로젝트, 초전도 슈퍼콜라이더(초거대 입자가속기), 슈퍼컴퓨터, 달-화성 탐사 계획, 우주 정거장 등 ― 이 제각기 대규모의 공공자금 지원을 받기 위해 경쟁하던 바로 그 시기였다. 이런 프로젝트들에 대한 지원은 동료 과학자의 심사보다는 정치적 선택에 더 많이 의존하였으므로, 1980년대의 많은 과학자들은 큰돈이 드는 연구 계획에 대한 지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학자들끼리의 커뮤니케이션만으로는 불충분하며, 대중매체를 통해 전국적인 지명도를 얻는 것이 전략적으로 반드시 필요하다고 확신하게 되었다. 그들은 언론을 이용하는 자신들의 작업을 대대적으로 확장하여 그 속에서 전달되는 이미지들을 [특정한 방향으로] 형성하려 노력했다. 노벨상 수상자인 물리학자 케네스 윌슨은 『뉴욕 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슈퍼컴퓨터 연구에 대한 정부 지원을 따내기 위한 자신의 전략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그 연구의 전체 내용은 너무나 복잡해서 이해시키기가 거의 불가능합니다 ― 결국 중요한 것은 이미지죠. 이 컴퓨터 개발 프로그램이 미국의 기술적 리더쉽을 위해 핵심적이라는 이미지를 통해 우리 같은 사람들과 언론이 서로 상호작용을 하는 것이고 또 의회로부터 반응을 끌어낼 수 있는 겁니다."

이에 따라 대학과 전문 학회들은 정교한 선전 활동 기법들을 개발했고, 고급 용지에 인쇄한 보고서를 출판하였으며, 연구 결과에 관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보도자료를 발송했다. 때때로 이는 그 연구 결과가 동료 과학자들로부터의 심사를 거치기도 전에 이루어졌다. 유타 대학의 과학자들이 상온핵융합(cold fusion)의 성공을 서둘러 발표했을 때, 언론은 물론 이에 호응했다 ― 그것이 기자회견 과학의 극단적인 예처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또다시 기자들은 에너지원의 혁명을 예측했고, 심지어 과학 진보의 경제적 메카가 될 "퓨전 밸리(Fusion Valley)"의 탄생을 내다보기까지 했다.

많은 과학자들은 이런 식의 언론 이용에 극히 비판적이었지만, 상온핵융합은 지나치게 열성적인 행위를 보여준 유일한 사례가 아니었다. 발견에 있어서의 우선권을 확보하고 대중을 매혹시켜 결국 의회 내지는 산업체의 지원을 얻어내고자 하는 욕심에서, 과학자들은 언론으로 곧장 달려가 알츠하이머병, 거식증, AIDS 등의 치료법을 선전하려 들었다. 몇몇 과학자들은 대중의 구미에 맞추기 위해 『내셔널 인콰이어러』 지가 무색할 정도의 용어들을 들먹여 가서 자신의 작업을 설명했다. 휴먼 게놈 프로젝트를 선전하는 유전학자들은 그것을 일컬어 "성배를 찾기 위한 여정"이라고 불렀고 이를 통해 "[모든] 질병의 예방"을 해낼 수 있다고 약속했다. 에스트로겐 대체 요법을 선전하는 과학자들은 "나이든 여성들의 회춘"을 약속했다. 한 인공지능 과학자는 새로운 세대의 컴퓨터가 도입되면 "혁명, 변혁, 그리고 구원, 이 모두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썼다. 그리고 슈퍼컴퓨터 개발 계획의 옹호자 중 한 사람은 새로운 기술이 "또한번의 르네상스"를 몰고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점점 더 많은 과학자들이 상업적 이해관계와 결부된 연구에 종사하게 되면서 이런 경향은 더욱 더 악화되었다. 생명공학과 에너지 같은 "혁명적" 분야들에서는 특허와 이윤이 핵심적인 문제였다. 여기서 언론은 선전의 매개이자, 과학자들이 경쟁적인 지식의 시장에서 자신의 전문성과 성취들을 팔아먹을 수 있는 수단이 되었다.

저널리스트들은 과학에서 선전 활동의 증가를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한 기자의 말을 빌면, "최신의 연구 성과를 낸 대학에서 기적의 약품을 개발한 제약회사, 그리고 국립 거의 치료된 질병 연구소(National Institute of Nearly Cured Diseases: 미 국립보건원[National Institute of Health, NIH]을 비꼬아 지칭한 표현 ― 역주)에 이르기까지, 이 모두는 똑같은 속셈을 가지고 있다." [신문] 편집인들은 신문이 연구 보조금을 타내기 위한 볼모가 되고 있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그러나 대다수의 기자들은 극적인 얘깃거리를 찾고 있었고 항상 시간에 쫓기고 있었기 때문에 자신들에게 제공되는 정보와 그 정보원의 말에 쉽게 넘어갔다. 기자들은 자신들의 일을 쉽게 해주는 선전 활동 전문가들에게 의존하는 경향을 보였다.

뿐만 아니라 많은 과학 기자들은 과학자들을 놀라움과 경외의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한 기자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기사를 쓸 때면 나는 미국에서 가장 지적으로 우수한 사람들에게서 배울 기회를 갖게 됩니다." 과학자들이 중립적이고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은 정보원이라는 기대를 품고 있기 때문에, 기자들은 과학 단체들에 의해 제공된 자료들 ― 특히 그것이 다루기 쉽고 효과적인 형태로 제공되었을 때 ― 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곤 한다. 그 결과 과학에 관한 언론보도는 긍정적이고 심지어 선전에 가까운 색채를 띠게 된다 ― 물론 그 약속이 실패하기 전까지만 그렇겠지만.

챌린저 호 사고는 조직적인 PR에 의존하면서 정보원 및 기사의 소재와 지나치게 일체감을 느껴 온 그간의 보도 관행에 숨어 있던 함정을 드러내 보였다. 우주 계획은 과학 저널리즘이 하나의 전문직업으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흥미로운 소재거리를 제공함으로써] 중요한 역할을 해 왔고, 여러 해 동안 기자들은 NASA의 잘 짜여진 홍보 부서들이 제공한 정보를 대체로 수용해 왔다. 사고가 터지고 난 후, 성난 언론은 NASA 측에 대해 배신감을 느꼈다. 『뉴스위크』 지는 "우주 계획의 초기 시절부터 상호 이해관계에 의해 맺어져 있었던 뉴스 매체들과 NASA가 혼란 속에 결별을 맞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NASA 측의 진실성에 대해 갑자기 신뢰를 잃어버리게 되자, 몇몇 신문들은 NASA가 숨기고 싶어하는 셔틀의 회수 과정에 관한 기사를 얻어내기 위해 첨단의 도청용 안테나와 시제품 단계인 레이저 카메라 등을 동원한 전자공학적 탐색전에 착수하기도 했다. 언론은 자기비판의 목소리로 가득찼다. 기자들은 "떠먹여 주는 뉴스"를 넙죽넙죽 받아먹고, 셔틀 발사에만 초점을 맞춘 나머지 NASA의 안전 문제는 무시하고, "셔틀을 움직이는 사진찍기 기회로 취급하고", 독자들을 실망시킨 점에 대해 스스로를 책망했다. 『뉴욕 타임스』의 한 기자는 씁쓸한 어조로 이렇게 내뱉었다: "몇몇 정부 기구들은 홍보 담당 부서를 두고 있다; 반면 NASA는 그 기구 전체가 홍보 담당 부서에 속한 꼴이었다."
 

무엇이, 그리고 언제 뉴스가 되는가?
 

언론에 보도되는 과학의 이미지가 대체로 긍정적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생기는 의문은, 왜 과학자들이 저널리스트들에 대해 여전히 그토록 비판적인가 하는 문제이다. "눈에 띄는 과학자들"이 과학계의 동료들에 의해 종종 위협으로 인식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과학자와 저널리스트 사이에 지속되고 있는 긴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두 전문직업간에 존재하는 몇 가지 근본적인 차이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먼저 과학자와 저널리스트는 어떤 것이 뉴스거리가 될 수 있는가를 놓고 종종 판단을 달리한다. 과학자사회의 입장에서 보면 연구 결과물은 잠정적인 성격의 것이며, 따라서 기존의 지식 체계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동료 과학자들에 의해 인정받기 전까지는 뉴스의 가치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저널리스트, 그 중에서도 특히 일간지 기자들의 관심은 새롭고 극적인 연구 결과에 쏠려 있다 ― 설사 그것이 잠정적이거나 심지어 탈선에 가까운 연구라 하더라도 말이다. 기자들은 항상 시간에 쫓기는데다 자신이 쓴 글이 왜 뉴스거리가 되는지의 정당성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논쟁, 경쟁, "획기적인 뉴스" 등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기자들은 상온핵융합과 같은 연구들이 "낡은 뉴스"가 되기 전에 이를 극적으로 표현하려 할 것이다. 이런 접근법은 과학의 방법론이나 과정에 대한 분석을 수행할 기회를 제한하며, [연구가 가져올 수 있는] 장기적인 결과를 소홀히 하고, 인상적인 단일 사건과 연관이 없는 진보는 좀처럼 다루지 않는 문제점을 내포할 수 있다. 그리고 최초의 극적 에피소드 이후에는 언론의 주목이 시들해지기 때문에 과학의 연속적 성격에 관해 독자들에게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다. 이러한 "극적 성취" 증후군에 많은 과학자들 역시 적극적으로 한몫하긴 했지만, 원칙적으로 그들은 연구의 연속성과 누적적 성격을 강조하는 경향을 띤다.

긴장관계를 가져오는 두 번째 차이는 대중에게 언제 정보를 공개할 것인가에 관한 것이다. 위험의 존재가 의심되는 경우에 [이를 공개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증거가 필요한가? 그 증거는 얼마나 확실해야 하는가? 새로운 발견이 이루어진 경우, 연구 결과를 공표하려면 그 이전에 얼마만큼의 과학적 동의가 전제되어야 하는가? 이러한 질문들에 답하는 견해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대부분의 저널리스트들은 데이터가 대중에 즉각적으로 공개되어야 한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데이터가 해석되고 입증되어 그 중요성이 평가될 때까지 정보 공개를 유보하는 쪽을 선호할 것이다.

객관성 개념이 서로 다르다는 것 역시 또하나의 갈등거리다. 저널리스트들이 객관성에 대해 갖고 있는 규범, 즉 진실성이란 서로 다른 관점들을 균형있게 제시함으로써 확립될 수 있는 것이라는 믿음은 종종 뉴스 기사에 관련된 과학자들을 불편하게 하는 원인이 된다. 이런 객관성 개념은 과학자사회에서는 무의미한 것이다: "공평성"과 "동등한 시간의 할애"는 자연에 대한 이해와는 상관이 없다; 그 대신 과학자들의 객관성에 대한 기준은 주장들의 경험적 검증을 요구한다. 아이러니컬한 것은, 미국 언론이 객관성이라는 가치를 목표로 하게 된 배경에는 19세기에 맹위를 떨쳤던 과학적 태도가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이다. 당시의 과학적 태도는 사실 ― 이해관계나 외압과 같이 왜곡을 가하는 영향으로부터 벗어나 고고하게 솟아 있는 ― 이 가치로부터 분리될 수 있으며 또 분리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1830년대 전까지만 해도 미국 신문업계는 드러내놓고 당파적인 "파벌 언론(party press)"이 지배적인 양상을 띠고 있었다.

과학자와 저널리스트간의 긴장은 무엇이 적절한 의사소통 방식인가에 관한 가정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더욱 격화된다. 저널리스트의 경우에는 독자들이 지닌 관심사와 지적 배경에 의해 제약을 받기 때문에, 기사를 쓸 때 기술적 정보를 선별하고 단순화하는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이 때문에 과학자들이 자신의 연구를 정확하게 기술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느끼는 참고 문헌의 제시, 미묘한 입장, 조심스러운 단서조항 등은 기사에서 생략되는 수가 많다. 반면 저널리스트들은 이런저런 단서조항을 달아 자신의 견해를 말하는 과학자를 보면서 뭔가를 숨기고 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과학자의 눈에는 지나친 단순화인 것이 저널리스트의 눈에는 글의 가독성을 높이기 위한 것일 수 있다. 부정확한 내용이라고 기자들이 욕을 먹는 경우 중에서 상당수는 그들이 실제로 실수를 범한 것이 아니라 복잡한 자료를 읽기 쉽고 호소력을 갖는 방식으로 제시하려는 노력에서 나온 것이다.

반면 과학자들은 전문적 의사소통의 방향을 그 분야에서 훈련받은 청중들에게 맞춘다. 과학자들은 자신이 쓴 글의 독자들이 특정한 가정들을 공유하고 있으며 정보를 예측가능한 방식으로 받아들일 것이라는 점을 당연하게 여긴다. 따라서 그들은 종종 어떤 단어들이 과학적 맥락에서 특수한 의미를 지닐 수 있으며, 일반 독자에게 있어서는 완전히 다른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는 사실을 망각한다. "증거"라는 단어를 예로 들어 보자. 이 단어의 정의를 둘러싼 혼란은 종종 오해의 소지를 낳곤 한다. 생물통계학자들은 "증거"라는 단어를 통계적 개념으로 사용한다; 또한 생의학 연구자들은 결정적 실험을 증거로 정의한다; 반면 일반인들(저널리스트를 포함해서) 대다수는 일화성의 정보나 개별 사건들을 증거로 받아들이는 것이 보통이다. 그래서 과학자들이 데이터의 수집에 대해 얘기하고 있을 때, 기자들은 독자들의 즉각적인 우려 ― 식료품에 사카린을 쓰지 못하게 해야 하는지와 같은 문제 ― 를 기사화하는 일이 생기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과학자와 저널리스트간의 긴장의 원천 중 가장 중요한 것으로 언론의 적절한 역할은 무엇인가의 문제가 있다. 과학자들은 종종, 과학을 이해하기 쉬운 형태로 대중에게 전달하는 책임을 맡은 통로 내지 도관으로 언론을 사고한다. 과학자들은 자신들의 특수한 이해관계와 언론의 책임에 관한 일반적인 문제들을 서로 혼동한 나머지, 과학의 한계나 결함을 다룬 기사들을 좀처럼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들은 언론을 과학의 목표를 추진하는 한 수단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자신들이 과학 영역 내에서 하듯 대중에게 전달되는 정보의 흐름 역시 통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래서 자신들이 제시한 관점이 논박될 때 그들은 배신감을 느낀다.

반면 과학 기자들 자신은 스스로의 역할에 대해 모호한 태도를 보인다. 과학 저널리즘에서 철저한 조사, 대담한 해석, 비판적 탐구와 같은 것이 차지하는 비중은 아주 작다. 언론이 미술, 연극, 음악, 문학에 대한 비평을 실을 때 비평 대상에서 과학은 제외되는 것이 보통이다. 정치부 기자들은 분석하고 비평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반면, 과학부 기자들은 해명하고 설명하는 것을 추구한다. 정치부 기자들이 보도 자료를 넘어 뉴스의 배후에 있는 얘깃거리를 발굴하려 애쓸 때, 과학부 기자들은 그 분야의 전문가들, 기자 회견, 전문 학술지 등에 의존해 기사를 작성한다. 그리고 과학부 기자들은 자신들이 의존하는 정보원에 도전하는 것을 꺼린다 ― 그 이유는 부분적으로 기자들이 정보원을 잃을까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과학부에서 정치부로 옮긴 『뉴욕 타임스』의 한 기자의 말은 이를 잘 보여 준다: "정치 관련 기사를 쓰니 예전에 과학 기사를 쓰던 때보다 훨씬 더 자유롭게 느껴지더군요. . . . [과학부 기자가] 과학계로부터 거리를 두기란 매우 어렵죠. 지금은 내가 지닌 기자로서의 타고난 감각을 동원해서 대통령에 관해 기사를 쓸 수 있습니다. 과학부에 있을 때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죠."

언론에서 과학은 소수 엘리트의 행위로 그려질 수도 있고 사회 생활의 필수적인 일부분으로 그려질 수도 있다. 또한 이는 통제할 수 없는 시도로 그려질 수도, 의식적인 선택의 결과로 그려질 수도 있다. 사회 속에서 과학이 지니는 중요성을 감안할 때, 과학은 주의깊고 비판적인 조사 작업에 근거한 저널리즘의 대상이 되어야만 한다. 만약 과학자와 저널리스트 양쪽 모두가 과학 저널리즘에서의 비판적 탐구 정신을 장려한다면 대중은 보다 나은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을 것이다. 결국 과학 저널리즘의 목적이란 과학 연구를 촉진하는 것이 아니라 식견을 갖춘 시민을 만드는 데 일조하는 것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비판적 과학 저널리즘은 과학 활동이 내포하는 사회적·정치적·경제적 함의들, 의사결정을 뒷받침하는 증거의 성격, 그리고 인간사에 적용되었을 때 과학이 보여주는 힘뿐만 아니라 그 한계까지를 시민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 각  주 >

주1. D. Nelkin, Selling Science: How the Press Covers Science and Technology, Freeman, New York(1987). 과학자와 저널리스트의 관계를 다룬 가치있는 연구 세 개를 더 소개하면, S. Friedman, S. Dunwoody, C. Rogers, eds., Scientists and Journalists, Free P., New York(1986); T. Shinn, R. Whitley, eds., Expository Science, Reidel, Dortrecht, The Netherlands(1985); 그리고 역사적 연구로 M. LaFollette, Making Science Our Own, U. Chicago P., Chicago(1990)가 있다.